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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운 떨어질 때마다 보고 힘을 얻는 가난 포르노(...) 소설이 두 권 있습니다. 하나는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고 나머지 하나는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입니다. 뭐라고 딱히 설명하기 힘들지만, 객관적으로는 정말 바닥의 바닥을 구르면서도 유머러스한 글을 읽으면 기분이 나아지더라구요. 전 객관적으로는 태어나면서부터 중산층이었습니다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가난에서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의 첫 소설입니다. 저는 십대때 이 소설을 읽고 너무나 생생한 빈곤 묘사에 몸서리를 쳤죠. 그리고 조지 오웰이 식민지 공무원 자녀로 사립학교 다닌 인텔리라는 점을 상기해 볼 때(화자인 '나'도 인텔리 영국인으로 나옴) 이건 누구에게나 갑자기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특히 요즘 한국처럼 중산층 몰락이 급속도로 이루어질 때는.

조지 오웰과 화자의 차이라면...조지 오웰은 스스로 1928년부터 18개월 동안 밑바닥을 탐사한 거고, 화자인 '나'는 빠리에서 영어 가정교사로 일하다가 갑자기 해고당하는데 일은 안 구해지면서 몇개월만에 접시닦이로 영락합니다. 그리고 영국에 돌아가서는 돈이 안 구해지자 노숙자가 됩니다. 여기서도 이튼 출신 젠트리라는 게 뼛속 깊이 느껴지는 게...친구한테 돈 빌려달란 소리가 안 나와서 노숙을 택합니다 어이구.

다음은 소설의 주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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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생활의 발견**

그때부터 나의 가난 경험이 시작되었다. 하루 6프랑이라는 것은 실질적인 가난은 아니더라도 그 언저리 정도는 된다. 6프랑이면 1실링에 해당하는 데 방법만 알면 파리에서 하루 1실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처음에 발견하는 것은 가난의 독특한 비천함, 어쩔 수 없이 겪는 변화, 복잡스러운 째째함, 주눅들기 따위다.

이를테면 가난에 들러붙는 비밀주의를 발견한다. 어쩌다 갑자기 하루에 6프랑의 수입으로 줄어들었다. 빨랫감을 맡기던 세탁소에 발을 끊는데 그러면 세탁소 여자가 지나가는 당신을 보고 왜냐고 묻는다. 뭐라고 얼버무리면 그 여자는 다른 데에 맡긴다고 여기고 평생토록 당신과 원수가 진다. 담뱃가게 주인이 볼 때마다 왜 담배를 줄였느냐고 묻는다.

다음은 끼니 문제인데 끼니는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배고픔이 어떤 것인지를 발견한다. 빵과 마가린만을 먹고 밖에 나와 가게 유리창을 들여다본다. 낭비되듯 거대하게 쌓인 음식이 당신을 모욕한다. 그런 많은 음식을 보면 울먹거리는 자기연민이 몰아닥친다. 빵 한 덩이를 잡아채고 내달아 붙잡히기 전에 먹어치우자는 생각도 들지만 순전히 배짱이 없어서 자제한다.

가난과 뗄 수 없는 따분함을 발견한다. 아무런 일도 할 것이 없고 제대로 먹지를 못하니 아무런 일에도 관심이 가지 않는 때이다. 오직 음식만이 몸을 일으키게 한다. 사람이 빵과 마가린만 먹고 일주일이 지나면 그건 더 이상 사람이랄 수 없고 그저 장기 몇 개 달린 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다.

***파리의 접시닦이 생활**

접시닦이가 현대적인 세계에서 노예들 중에 하나라는 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같다. 그의 일은 노예적이고 기술이 없다. 그는 닦 살아 있을 만큼을 보수로 받는다. 이 순간에도 파리에는 학사학위를 가지고 하루 열시간에서 열다섯 시간 접시를 닦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게으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게으른 사람은 접시닦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생각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일상의 덫에 걸려든 것이다.

그는 호텔이나 음식점의 노예이고 그의 노예생활은 무익하다. 왜냐하면 결국에는 큰 호텔과 고급 음식점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이것들은 사치를 제공한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 이것들은 사치의 값싸고 조악한 모조품을 제공할 뿐이다. 호텔과 음식점이 존재해야만 하는 것은 의심할 수 없지만 그것들이 수백명의 사람들을 노예화해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본질적으로 '고급'호텔은 2백명이 정말로 원하지는 않는 것들에 대하여 바가지를 쓰도록 1백명이 악마처럼 고생하는 장소이다. 만일 이러한 넌센스가 호텔과 음식점에서 사라지고, 단순한 능률을 가지고 일이 행해진다면 접시닦이는 하루 열시간에서 열다섯 시간이 아닌 여섯시간에서 여덟 시간을 일하게 될 것이다.

마르쿠스 카토(로마의 정치가)는 노예는 자지 않을 때에는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예가 하는 일이 필요한가 아닌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일 자체가 노예에게 좋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서는 아직도 잔존하고, 그런 정서가 산더미 같은 무익한 고역을 쌓아오고 있다.

나는 무익한 노동을 영속시키려는 이런 본능이 근본적으로는 대중에 대한 공포일 뿐이라고 믿는다. 대중은 너무 하등한 동물이어서 여가가 생기면 위험할 것이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중은 너무 바빠서 생각을 못하게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걸인의 사회적 지위**

걸인은 왜 경멸당하는가. 나는 걸인들이 웬만큼 생활비를 벌지 못한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꼼꼼이 살펴보면 걸인의 생계비와 남부끄럽지 않은 무수한 사람들의 생계비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걸인은 일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이란 무엇인가. 잡역부는 곡괭이를 휘두름으로써 일한다. 회계사는 숫자를 더함으로써 일한다. 걸인은 어떤 날씨에도 한데에서 서 있고 하지 정맥류와 만성기관지염 등에 걸림으로써 일한다. 이것도 다른 어떤 것과 마찬가지로 직업이다. 물론 아주 무익한 직업이긴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평판 좋은 많은 직업들도 아주 무익한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유형으로서도 걸인은 다른 수십가지 직업인들과 비교하여 더 나은 사람들이다. 걸인은 대부분의 특허 매약 판매 상인과 비교하여 정직하고, 일요신문 사주와 비교하여 고상하며, 집요한 할부 판매원과 비교하여 상냥하다. 간단히 말해서 걸인은 기생충이지만 상당히 무해한 기생충이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부지할 정도 이상을 사회로부터 뜯어내는 일이 거의 없다.

실제로 일이 유익한가 무익한가, 생산적인가 기생적인가를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구되는 것은 그 일이 수익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뿐이다. 에너지, 능률, 사회복지사업 기타 등등 모든 현대적인 이야기에서 '돈을 벌고, 합법적으로 벌고, 많이 벌어라'하는 의미 말고 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돈은 미덕의 주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 기준에서 걸인은 낙제이고 이것 때문에 그들은 경멸당한다. 구걸을 해서 일주일에 10파운드라도 벌 수 있다면 걸인은 즉각 남부끄럽지 않은 직업이 될 것이다.

사실적으로 보아 걸인은 다른 비즈니스맨처럼 일이 들어오는 대로 생활비를 버는 비즈니스맨일 뿐이다. 걸인은 대부분의 현대인들과는 달리 명예를 팔지 않는다. 다만 그는 부자가 되는 것이 불가능한 직업을 선택하는 실수를 한 것뿐이다.

***부랑인에 관한 소견**

부랑인은 위험한 인물이라고 하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관념을 살펴보자. 부랑자 구호소 한 곳이 보통 하룻밤에 백 명의 부랑인을 받는데 이들을 다루는 직원이 기껏해야 경비원 세 명이다. 무장도 하지 않는 세 사람이 무법자 백 명을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유순하고도 기가 꺾인 사람인 것이 분명하다.

부랑자 구호소와 부랑인의 하루 일상에 대해 이미 서술했지만 강조해 두어야 할 세가지 특별한 악폐가 있다. 첫째는 배고픔인데, 이것은 부랑인의 거의 일반적인 운명이다. 부랑자 구호소에서는 충분히 먹을 만큼 준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을 정도로 배급량을 주기 때문에 그 이외의 음식은 구걸을 함으로써 즉 법을 어김으로써 얻어야만 한다. 그 결과로 거의 모든 부랑인이 영양실조로 쇠약해져 있다.

부랑인 생활의 둘째로 큰 악폐는 여자와의 접촉이 완전히 단절된다는 것이다.

부랑인은 우선 그들과 같은 사회적 수준에 있는 여자들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도 여자들과 단절된다. 사람들은 극빈자들 사이에도 남녀 성별이 다른 곳에서처럼 똑같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상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고 실제로 어떤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사회가 전적으로 남자들뿐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실직이 남자보다 여자에게 덜 영향을 미치거나 볼품 있는 여자라면 마지막 수단으로 어떤 남자에게 의탁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결과로 남자 부랑인은 영속적인 독신 생활의 운명을 맞게 된다.

왜냐하면 부랑인이 자기와 같은 수준에 있는 여자를 찾을 수 없다면 수준이 자신보다 더 높은 여자들은 비록 아주 조금만 높다 하여도 달나라만큼이나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논의할 가치가 없지만 여자가 자신보다 훨씬 더 가난한 남자에게 자신을 낮추는 일은 결코, 또는 거의 없다는 점은 의심할 수 없다.

따라서 부랑인은 부랑하는 순간부터 독신자이다. 그는 아주 드물게 몇 실링를 모아서 매춘부를 상대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아내나 애인 또는 어떠한 부류의 여자라도 얻을 만한 희망이 전혀 없다.

이것의 결과가 어떠할지 분명하다. 그것은 예를 들면 동성애와 가끔 벌어지는 강간 사건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결과는 자신이 아예 결혼에 적합한 대상으로 간주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남자에게서 작용하는 품격 하락이다. 성 충동은 더 고상하게 표현할 수 없다면 근본적인 충동이라고 할 수 있고 성적 굶주림은 거의 육체의 굶주림만큼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 가난의 악폐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데 있다기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사람을 썩게 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성적 굶주림이 이러한 썩어가는 과정에 기여한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다. 모든 부류의 여자들과 단절된 부랑인은 스스로 절름발이나 정신병자의 등급으로 하락했다고 여긴다. 이보다 더 남자의 자존심을 손상시키는 굴욕도 없을 것이다.

부랑인 생활의 나머지 큰 악폐는 강요된 게으름이다. 필요한 것은 그를 극빈하지 않게 하는 일인데, 이것은 오직 그에게 일자리를 구해주는 것으로만 이뤄질 수 있다.

***에필로그**

현재로서는 가난의 언저리까지밖에는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돈에 쪼들리면서 확실히 배워둔 한두 가지는 짚어낼 수 있다. 나는 두 번 다시 모든 부랑인이 불량배 주정꾼이라고 생각하지 않겠고, 내가 1페니를 주면 걸인이 고마워하리라 기대하지 않겠으며, 실직한 사람들이 기력이 없다고 해도 놀라지 않겠고, 구세군에게는 기부하지 않을 것이며, 옷가지를 전당 잡히지도 않겠으며, 광고 전단지를 거절하지도 않겠고, 고급 음식점의 식사를 즐기지도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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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적인 의견은 가난은 암 같은 겁니다. 개인의 폭식이나 게으름, 무절제한 생활이 영향을 줄 수 있지만...대부분은 통제하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벼락같이 삶을 망치고, 대물림되죠.

평생을 가난에서 떨어져 보낼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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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uexmas.com

제가 url까지 외워서 들어가는 미식 블로그가 있습니다. 주인장은 트럼프국에서 건축학을 하고 온 양반인데, 그 때부터 있던 미식에 대한 자질(수제 햄 만드는 거 정도는 껌이고 별 거 다 합니다)을 가지고 한국에서 미식 평론을 주로 하는 것 같습니다. ‘한식의 품격’ ‘냉면의 품격’ 등 베스트셀러도 다수 출간하셨죠. 그러나 이 양반이 온라인에서 유명한 건...’좋은 게 좋은 거다’를 베이스로 상호 영혼없는 칭찬이 오가는 연말 망년회같은 한국 맛집 블로그계에서 뭐 어디든 부지런히 갔다 오고 맛없다 수저통이 그게 뭐냐 그돈 받아먹고 김치통이 왜 밖에 있냐 1인석 홀대하기냐 뜨겁다 미지근하다 등등 벼라별 현란한 까기스킬을 구사해서 키배가 벌어지거든요. 저는 흥미진진하게 구경합니다. 최근엔 옥동식 사건이 있었어요. 제 예전 집에서도 가까워서 몇번 가던 합정 돼지탕반집 ‘옥동식’ 이라는 미슐랭 언더 김영란법; 버전에도 실린 가게가 있는데 이 양반이 갔다와서 또 깠어요. 열받은 옥동식씨(오너셰프이름=가게이름입니다)는 블로그의 후원계좌로 탕반 하나 가격을 입금하셨는데 이 양반은 입금 내역을 캡처해서 올리고는 아니 난 특밥을 먹었는데 왜 보통밥 가격만 이체했냐 하고...아 암튼 재밌어요.

그 까다로운 미식가 양반이 그나마 호의적인 게 박찬일 셰프(저도 좋아합니다. 집에 이 사람 책도 있고)인데 그분이 광화문에 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게 바로 광화문 국밥입니다. 마침 지방자치단체 예산회계와 회계검사실무라는 괴상한 거 들으러 또 서울 갔던지라 지인이 데려가줘서 냉큼 따라갔죠.


평양냉면(11,000원) 요즘 서울의 평냉 심리적 지지선은 11,000원인 거 같습니다. 그걸 깬 게 봉피양과 우래옥이고 ㅋ 암튼 면 삶은 정도나 육수 다 나무랄 데 없습니다. 짠 거 못 먹는 제 지인한테 좀 먹이고 싶더라구요.

피순대(15,000원) 뭐 엄청나게 맛있진 않은데 잡내도 없고 깔 것도 없어서 가격이 납득갈 정도. 깔끔합니다.

돼지국밥(8,500원) 돼지국밥의 본고장맛은 허영만씨 표현대로 ‘비포장도로를 질주하는 반항아’라면 여긴 포장도로쯤 되겠네요. 지인이 먹어서 뭐라 평은 못하겠는데 잘 먹어 보입디다.

사실 술 메뉴에 화요도 있고 연태고량도 있길래 메인인 듯한 수육에 한 잔 하면 좋겠는데 전 당일에 고향에서 방어회 저녁이 있어서 점심으로 마무리. 괜찮은 집이었습니다. 직장인들이 줄 서는 덴 이유가 있네요. 다만 테이블 간격이 너무 좁고 접객이 공장제라 별 반 개 뺍니다. 여의도나 광화문이 다 그렇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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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갔다온 지 며칠 됐는데 백수가 제일 바쁘죠;;; 사진 저장차 씁니다.

대학 동창 친구와 평일 낮에 간 이자카야 레스토랑 ‘간지츠블랙’ 해운대점입니다. 위치는 2호선 해운대역이나 버스 스펀지 역에서 내려서 7분 정도 도보로 헤매면 이스턴베이호텔(아 근데 요새 해운대에 호텔 너무 많아서 잘 모르겠다능) 1층에 나옵니다. 안은 녹색 대나무 심겨진 전형적 좀 고급진 이자까야구요, 인테리어부터 다 친구가 잘 찍었는데 얜 저한테 자기 블로그를 안 가르쳐 주네요;; 암튼 개인 별실이라 지긋한 나이의 남녀가 선을 보거나 달콤한 인생에서 김영철과 뵨사마가 신민아가 딴 남자가 생긴 거 같단 밀담을 나누기 좋게 생겼습니다.( —)


런치 메뉴로 저런 나무 솥 같은 데다 쇠고기 새우 조개 야채 버섯 엄청 때려넣고 찜을 해 줍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엄청 담백한 맛이라 짠 걸 못 먹는 제 예전 동거인이 그리워지더군요. 적당히 칠리/스테이크 소스에 찍어먹거나 제공한 초밥 위에 올려먹어도 됩니다.

여긴 저녁보다 런치가 가성비가 꽤 좋은 모양이더군요. 낮술 먹으러 와볼까 합니다.

밥을 먹었으니 차를 마시러 갑시다. 해운대 기차역 뒤 호젓한 동네가 요즘 ‘해리단길’이란 힙한 동네가 되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거기서도 더 힙한 카페 Andcoffee를 골라갔습니다.


이 카페의 특징은 주인장이 미인이다/들이는 수공(첫번째 사진의 달걀샌드위치, 마키와 마지막 사진의 바 형 아이스크림 다 직접 만든 겁니다)에 비해 가격은 합리적이다 를 들 수 있겠네요. 맛도 어쩐지 몸에 별 안 해로울 거 같으면서도 적당히 당을 충전시켜 주었습니다.

아, 해리단길 초입에 경리단길 가는 길/망리단길 가는 길/황리단길 가는 길 표지판이 있더군요. 어차피 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아이콘들인데 원조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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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무직 16년차에서 멈춘 백수

1.인트라넷 혹은 사외 메일로 업무 파일을 받아서 본인 해당 부분을 수정해서 바로 회신하는 경우가 많다. 메일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해당 파일을 내 pc의 관련 폴더에 저장하는 일이다.
 파일을 메일에서 바로 열면 "temp"폴더로 가며, 내 수정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회신하는 실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파일은 먼저 적당한 이름으로 저장한 후, 수정 사항 반영 등의 적당한 파일 제목으로 다른 이름으로 저장한 다음, 업무를 시작해라
.
2.내 업무를 하고, 관련자가 여기에 작업을 덧붙이고, 상사가 여기에 또 수정하면 버전이 엄청나게 많아진다. 이거 어떻게 하나?
가능하면 수정사항은 버전별로 다 저장해라. 상사란 변덕스런 생물이라 "아니, 그때 그 거, 그걸로 다시 바꿔"라고 한 다음, 그게 없다고 하면 "왜? 왜 그렇게 일 처리를 해?"라고 화를 내는 생물이다. 내가, 동료가 그런 버전의 보고서를 만들었다면 그때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이야기며, 나중에 쓸 일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파일이 너무 많아지면 곤란하므로

 버전은 8.1 식의 넘버링을 확실하게 하고(큰 업그레이드는 1.0, 작은 수정은 1.1 이런 식으로)
 가급적 파일 이름에 수정 주체(_팀장님 수정, _기획부 의견 반영 등)를 반영하고,
 수정 주체 또는 목적별로 버전 폴더를 따로 관리하고, 최종조는 꼭 별도로 관리해라(본인은 최종조 파일 이름에 별을 붙인다)
 너무 버전이 많고 변경 사항을 관리해야 하는 경우에는 로그 파일을 관리해도 좋다(필요한 경우에만, 귀찮다)

3.상사란 변덕스럽고 성격 급한 생물이라 자신이 궁금한 점이 해답이 바로바로 나오지 않으면 화를 낸다.
현재 핫한 이슈의 FAQ 하드카피를 출력해서 상시 구비해 두는 것도 방법이며(아뇨 여기 보시면 있잖아요 이 새끼야 용도)
파일의 경우 윈도우 작업표시줄->해당 프로그램(엑셀, 워드 등)->최근 파일을 한번 클릭하면 핀이 보인다. 그 핀을 누르면, 해당 파일이 윗 위치로 고정된다. 폴더로 파일 위치를 찾지 않아도 바로 열린다는 얘기다. 전화로 내용 문의할 때 10초는 세이브할 수 있다.
우리 성질 급한 임원양반이 그거 말이야 그거...하고 나한테 바로 전화했을 때, 핀 처리 되어 있는 파일 바로 띄워서 해당 내용 외우고 있는 것처럼 상세 내용 줄줄 이야기했더니 애 일 잘한다고 뒤에서 칭찬했다고 한다(그럼 월급을 더 주등가)

4.내 일이 아니라도, 옆 팀, 관련 부서의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 가끔 외부/내부 고객이 뭘 물어보려고, 뭘 해결해달라고 전화를 한다. 그런데 이 일은 내 일이 아니라고 하고 끊는다. 맞는 얘기다. 그리고 더 해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미 분노가 올라온 고객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분노를 나한테 화풀이할 가능성이 있다.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안 상태에서는 "그 일은 ""부의 ""대리가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전화 돌려드리겠습니다. 끊기면 내선번호 ****로 전화하세요"하면 내 방어는 완벽하다.

5.참조 이즈 베리 임폴턴트(feat 김생민의 영수증)
메일의 참조 기능을 적극 활용하자. 뭔가 관련이 있고, 공유해야 하나 관심을 안 두려고 하는 동료에게 끊임없이 '아뇨 이건 니가 알아야 되는 일이거든요 이 새끼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은, 업무 메일에서 참조로 넣는 방법이다.
때로는 참조 목록에 들어가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개복치 동료가 있다. 사내 메일 시스템에는 '숨은 참조' 기능이 그래서 개발됐나 보다.

더 쓰려고 했는데 당시 상사 양반이 자리에 돌아와서 중단되었던 글입니다. 후... 잘 계시죠... 아니 어쩌든 상관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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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1997년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분분한 여러 가지 이미지가 있겠지만, 그 당시를 체험했던 한국인이라면 97년 IMF 구제금융이 수위에 올라갈 겁니다. 전 97학번이었는데 1학년과 그 이후가 현격하게 나뉘었죠. 그 전까진 공부 잘하면 취직 되겠거니에서 날고 기어도 이 낯짝으론 여자가 영남에서 멀쩡한 데 가기 힘들겠다 싶어서 자격증을 수집할 결심을 2학년 때 하게 됩니다.

거기다 금융으로 밥먹고 살았고 하니 이 영화는 제 흥미를 저격했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가장 제가 끌렸던 이유는...

영화 ‘혈의 누’ 와 같이 조선이(대한민국이) 왜 쫌 진보란 것을 하려다 내부 권력자들의 아집으로 망하는가를 다룬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왜 얘가 교이쿠상도 아닌데 일본식 양반계급 저격논리에 물들었냐 하실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그러한 면이 없지 않잖습니까.

걍 잡담식으로 본 사람만 알만한 얘기 풀겠습니다. 스포 들어갑니다.

1.90년대 종금사는 은행 증권사보다 연봉도 최고급인데다가 일종의 투자은행적 업무까지 안 다루는 게 없는 최고의 직장이었습니다. 안전지향적 수재들이야 은행에 갔지만 똘똘하고 야심있는 애들은 종금사에 꽤 갔죠. 빛아인씨가 종금사 과장이란 건 꽤 그럴듯합니다.

문제는 종금사 97 신입 연수장에서 신입들에게 딴 데 가지 말라며 현금봉투를 나눠주길래 인사부 연수팀인 줄 알았던 빛아인씨가 갑자기 본사 자금조달팀이나 할 만한 해외전화를 연수 버스에서 겁니다. 음? 싶었는데 알고 보니 지점 소속 개인금융 PB더라구요...뭐지;;; 소규모 부띠끄도 아니고 종금사면 대기업인데 말입니다.

우리 빛아인씨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 면모를 강조하기 위한 영화적 허용이라고 해 둡시다.

2.실제로 한국은행이나 금융감독 당국엔 97년도 당시에 팀장급 여자가 없었습니다. 구 회사도 겨우 90년대 초반에야 중견 여직원을 뽑기 시작했지만 어른의 사정으로 죄다 나가고...3-4년차 똘똘한 애널리스트 박진주(전 이 여배우 좋아합니다. 아우 똘망똘망해)가 가장 근접한 설정일 겁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 영화의 카산드라가 김혜수인데요.

아...예언을 믿긴 했네요. 다만 해결책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뿐이지. 결과로 보면 그게 그거죠.

3. 메인 빌런 조우진(근데 왜 빛아인씨가 크레딧 두번쨀 차지하는 겁니까. 전 안 봤지만 미스터 선샤인이다 뭐다 해서 요즘 상종가지 않나요)이 맡은 재정경제부 차관 역이 너무 평면적인 악악악역이지 않냐는 의견이 꽤 있던데, quasi-공노비로서 그 조직 분들을 만나본 제 의견으로는...

똑같던데요-_- 그 선민의식, 의사결정자로서의 압도적 우월감, 도덕성 따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우위 인지, 그리고 조직에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소명 의식까지 말입니다. 그 조직 참 똑똑해요. 근데 참...(후략)

3.김혜수에게 대외비를 강요한 위정자들이 실제로 이익이 될만한 ‘우리가 남이가’들에게 국가 부도 위기 정보를 공유하고, 김혜수는 육친인 오빠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건 그래서 시사점이 있습니다. 김혜수도 나름 명문 나오고 소속이 있어서 그 위치까지 갔겠지만, 마이너라서 지킬 수 밖에 없는 지독한 결벽성이 있을 거예요.

4.빛아인씨 얘기로 다시 돌아가자면, 넘 연기가 투자하는 조태오지 않냐, “하... 돈에 미쳤지만 위악 속에 고뇌하는 나” 연기가 부담스럽단 지적도 나올 만 합니다. 근데 제가 본 386(97년에 과장 달았으면 60년대 후반생일 겁니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좀 있어서요 ㅋ 걍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봤습니다.

5.오히려 오렌지족 투자자(크레딧에 배역 이름이 ‘오렌지’라고 나와서 족터짐) 류덕환이 더 놀랍더만요. 아니 우리 한떨기 수선화같던 더콴이가 왜...연기 잘 하네...근데 왜 ㅠㅠ

6.허준호씨가 90년대엔 방황하는 터프가이 청춘으로 날렸던 분인데, 그 시대를 그렇게 살아내니 짠하더만요.

7.진지먹은 설명충 모드로 들어가자면, 한은은 대출 업무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뒷방 늙은이...아니 연구소 모드보단 검사권이 더 있을 때라 시중은행에 영향력은 있었을 겁니다.

8.이 영화를 빅 쇼트의 한국판 마이너 카피 정도로 보는 해석도 있는데, 혈의 누 1997로 보는 저는 그 해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애시당초 빅쇼트는 뭘 해도 이길 수 밖에 없는 글로벌 투자은행 이너서클의 머니게임이구요, 변방의 이 나라는 뭘 해도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9.97년도 기업에 대한 잣대 전가의 보도는 부채비율 200프로였구요, 은행은 BIS 8%였습니다. 양인들은 언제나 야만인들이 익숙치 않은 숫자를 들이미는 걸 좋아하죠. 다음 번엔 뭘까요? 이래봤자 또 당하겠지만 ㅋ

10.현재 씬에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보고서를 던지는데, quasi-공노비로 너무 익숙한 양식이라 터졌습니다.

끝난 김에 한국판 위아더 월드 ‘하나 되어’ 뮤비나 보고 갑시다. 뜻하지 않은 아픔을 겪은 건 맞는데 갑남을녀가 앞만 보고 달려간 게 아픔의 원인이었을까요 ㅋ
https://youtu.be/ADct5rBI1Ng

-시간 날 때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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