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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url까지 외워서 들어가는 미식 블로그가 있습니다. 주인장은 트럼프국에서 건축학을 하고 온 양반인데, 그 때부터 있던 미식에 대한 자질(수제 햄 만드는 거 정도는 껌이고 별 거 다 합니다)을 가지고 한국에서 미식 평론을 주로 하는 것 같습니다. ‘한식의 품격’ ‘냉면의 품격’ 등 베스트셀러도 다수 출간하셨죠. 그러나 이 양반이 온라인에서 유명한 건...’좋은 게 좋은 거다’를 베이스로 상호 영혼없는 칭찬이 오가는 연말 망년회같은 한국 맛집 블로그계에서 뭐 어디든 부지런히 갔다 오고 맛없다 수저통이 그게 뭐냐 그돈 받아먹고 김치통이 왜 밖에 있냐 1인석 홀대하기냐 뜨겁다 미지근하다 등등 벼라별 현란한 까기스킬을 구사해서 키배가 벌어지거든요. 저는 흥미진진하게 구경합니다. 최근엔 옥동식 사건이 있었어요. 제 예전 집에서도 가까워서 몇번 가던 합정 돼지탕반집 ‘옥동식’ 이라는 미슐랭 언더 김영란법; 버전에도 실린 가게가 있는데 이 양반이 갔다와서 또 깠어요. 열받은 옥동식씨(오너셰프이름=가게이름입니다)는 블로그의 후원계좌로 탕반 하나 가격을 입금하셨는데 이 양반은 입금 내역을 캡처해서 올리고는 아니 난 특밥을 먹었는데 왜 보통밥 가격만 이체했냐 하고...아 암튼 재밌어요.

그 까다로운 미식가 양반이 그나마 호의적인 게 박찬일 셰프(저도 좋아합니다. 집에 이 사람 책도 있고)인데 그분이 광화문에 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게 바로 광화문 국밥입니다. 마침 지방자치단체 예산회계와 회계검사실무라는 괴상한 거 들으러 또 서울 갔던지라 지인이 데려가줘서 냉큼 따라갔죠.


평양냉면(11,000원) 요즘 서울의 평냉 심리적 지지선은 11,000원인 거 같습니다. 그걸 깬 게 봉피양과 우래옥이고 ㅋ 암튼 면 삶은 정도나 육수 다 나무랄 데 없습니다. 짠 거 못 먹는 제 지인한테 좀 먹이고 싶더라구요.

피순대(15,000원) 뭐 엄청나게 맛있진 않은데 잡내도 없고 깔 것도 없어서 가격이 납득갈 정도. 깔끔합니다.

돼지국밥(8,500원) 돼지국밥의 본고장맛은 허영만씨 표현대로 ‘비포장도로를 질주하는 반항아’라면 여긴 포장도로쯤 되겠네요. 지인이 먹어서 뭐라 평은 못하겠는데 잘 먹어 보입디다.

사실 술 메뉴에 화요도 있고 연태고량도 있길래 메인인 듯한 수육에 한 잔 하면 좋겠는데 전 당일에 고향에서 방어회 저녁이 있어서 점심으로 마무리. 괜찮은 집이었습니다. 직장인들이 줄 서는 덴 이유가 있네요. 다만 테이블 간격이 너무 좁고 접객이 공장제라 별 반 개 뺍니다. 여의도나 광화문이 다 그렇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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