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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모로 포인트가 굉장히 많은 리뷰짤로 오프닝. 저기서 맞는 얘기는 송강호가 사투리를 쓴다는 거랑 가난한 가정의 아빠라는 거 말고는 딱히 없습니다. 그런데 송강호가 사투리를 쓴다는 건 지금 6월이 되었으니 더워졌다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거고(사실 송강호가 연기에서 쓰는 건 경상도인들이 공적인 석상에서 쓰는 '진한 억양이 들어가 있는 표준어'에 가깝긴 합니다;) 가난한 가정이라는 것도 포스터만 보면 바로 보이는 거잖습니까.

재밌게 잘 봤습니다. 잘 만든 상업 영화예요. 평범한 관객 입장에서 잘 만든 상업 영화라고 판단하는 포인트는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가령...

-기승전결 구조가 명확하고 깔끔하게 끝난다

-러닝 타임 내내 시계나 폰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하다(요즘 제가 유튜브 몇분짜리 영상도 끝까지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산만의 극치를 달리는 상황에서 굉장히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떡밥(아들 표현에 따르면 ‘상징’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회수가 확실하다

-설명충 없이 서사적으로 진행되지만 인물의 감정이나 인과관계를 이해하기에 충분히 친절하다(송강호가 이선균을 칼로 찌르는 행동에 대해서 선악이나 호오 판단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충동까지 서사에 대해서는 이해 가능합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면서도 극 전개에 매우 적확하게 조화롭다(단, 여기서 특별출연한 박서준은 제외.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알고는 있는데 너무 못하더라고요. 특히 그 ‘씨발’은 진짜...물론 잘 사는 집에 명문대 들어간 도련님의 씨발은 어색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써프라이즈 외쿡인보다 더 못함...)

-영상에서 기능적인 스토리텔링과 미학적인 롱테이크가 잘 어우러져 있다

-억지스럽지 않은 공감과 개그 포인트가 많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봉감독의 장점입니다. 그리고 이건 관객들에게 주인공 가족에 대한 몰입과 호감을 증폭시키는 데도 일정 역할을 하구요. 송강호 가족은 사지육신 멀쩡하지만 전원 백수로 반지하 빌라에 삽니다. 하지만 전개되면서 나름 사정이 조금씩 노출됩니다. 아버지(송강호)는 대왕카스테라를 비롯한 자영업 등등을 여러번 말아먹었고, 아들(최우식)은 군대 가기 전 두번, 그 후에 두 번 대입에 실패했죠. 그리고 딸(박소담)은 예체능 입시에 여러번 물먹었구요. 그리고 실질적인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장혜진)은 피자박스 조립같은 생계형 알바라도 끊임없이 물어오고 있구요. 이들이 극초반에서 핸드폰 요금이 미납 정지된 상황에서 남의 집 와이파이 물어오기에 집착하는 이유도 금방 설명됩니다. 피자박스 알바를 물어오려면 문자나 카톡이라도 와이파이로 살려야 되니까요. (현대 한국인은 핸드폰이 없으면 자기 정체성과 생존 자체에 애로사항이 심각합니다. 전날 저녁에 금융사 핸드폰 인증을 하려다 배터리가 다 나가서 좌절을 해서 꼭 이런 게 아니라...ㅠㅠ) 일이 없어서 그렇지 실무 능력도 출중한 사람들입니다(아들딸이 대충 배우고 검색한 가락으로 과외하는 능력보다 더 감탄한 건 어머니가 그 짧은 시간 내 짜파구리를 끓여내는 능력) 그리고 그 피자박스 알바 정산을 하는 옥신각신에서 알바 자리를 따내려는 아들의 매력 발산-__-* 타임을 통해 이들이 뭔가 알바 자리라도 잡을 노오력을 하지 않으려는 건 아니다+이들이 자리를 잡으려면 기존 비슷한 계층의 알바 자리를 밀어내야 한다(이 이슈는 이선균 가정의 가정부 자리를 가지고 제대로 다시 나옵니다)+이들 가족의 외형적 호감, 즉 매력도가 상당하다 라는 여러가지 암시를 줍니다.

...그리고 그 매력은 아들이 이선균 딸의 영어가정교사자리, 딸이 이선균 아들의 미술 테라피스트 자리, 아버지가 이선균의 운전기사 자리, 어머니가 이선균 집안 가정부 자리를 면접불패로 줄줄이 꿰어차면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아니 이 정도면 송강호 집안의 이선균 집안 매력 정복기 수준 아닌가요;;;

아, 물론 외형적 호감도로 얘기하기엔 너무 불순하죠. 여러가지 계기가 더 있습니다. 명랑가족완전고용기는 ‘지인의 소개로 더 믿음직한 알음알음채용’에 기반을 둔 거고, 시발점은 아들의 친구인 박서준이 교환학생을 가는데 과외 제자인 이선균 딸을 딴 동년배;들 소개시키기엔 미덥지 않고 믿을 만한(친구의 계층을 보고 그만한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매력이 없다고 생각한 건지 암튼 둘 다 오판임이 바로 드러났죠) 친구에게 소개시킨 거죠. 이 정도야 한국 영화에서 흔히 있는 ‘너, 나랑 일 좀 하자’ 정도일 건데 딸이, 아버지가, 어머니가 몇 가지 트릭만 써도 바로 줄줄이 엮여들여가는건요? 딱히 믿음갈만큼도 아닌 ‘새 고용인’들의 소개잖아요?

그건 고용주인 이선균이 귀찮아서입니다-__-;;; 와이프인 조여정은 일찍 결혼해서 젊고, 집안 실무에 경험이 없으며 천진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죠. 얼마나 나이브한지 뭐 좀 아는 척 하며 컨트롤하려고 해보려 하지만 바로 고용인들에게 ‘심플하다’라고 파악될 정도죠. 아들과 딸이 과외 교사 자리를 따 낸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교사직은 자녀의 장래를 담보하고 정보 비대칭성이 있다는 점에서 갑을이 미묘하게 오가는 자리예요), 아버지의 운전 자리 기사와 어머니의 가정부 자리는 기존 자리를 트릭으로 밀어내고 따낸 거고, 이선균이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했습니다. 극중에서 여러번 나오다시피 이선균은 벤처기업 사장으로 와이프보다는 덜 나이브한 사람이죠. 그런데 왜...?

귀찮아서라니까요. 이선균 말마따나 기사나 가정부를 대체할 사람은 엄청나게 많아서 기존 사람들의 흠결을 검증할 생각은 안 하고 짜르는 의사결정은 손쉬운데, 그 공백에 따라 자신이 운전해야 하는 불편함, 와이프의 서투른 가사에 따른 불편함을 견디면서 인사검증을 계속하는 건 힘든 겁니다. 물론 본인 기업(아...그나저나 another brick이라는 그 기업명 보면서 핑크 플로이드 생각한 동년배;없나요? 없겠지...) 핵심 멤버 고용할 땐 분명히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기업의 외주 고용처럼 ‘보잘것지만 정작 없으면 성가심. 그래도 있으면 확실해야 하는’ 그런 일이니까요.

고용주의 귀찮음에 따라 availability bias가 발생, 송강호 가족은 완전 고용을 달성하고 기사식당 돼지불백에서 소갈비로, 필라이트 맥주캔(술쟁이 입장에선 보다 뿜었습니다. 이들이 정말 알콜 쓰레기면 진로나 국산맥주 페트병을 끼고 살았을 겁니다)에서 하이네켄 맥주캔으로 소소한 노동임금 상승의 기쁨을 느끼자마자 바로 위기가 닥쳐옵니다, 아니...자초한 거라고 해야 할까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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