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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카츠 메인 스트릿 구경을 하고 잠시 삽질이 있었는데요, 11시 5분 전에 항구 옆 버스 정류장에서 기사 할배들한테 슈시 단풍길 가는 버스 어딨냐고 물어보니까(물론 근본없는 일본어 조합이죠 넵; 일본 아니메를 보고 쇼프로를 보면 뭐합니까 최애가 니혼진이 아니면 느는 것은 1도 없는 것) 아니래요. 음?하고 인포 데스크로 가서 물어보니까 도보 15분 거리,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전에 돌아온 메인 스트릿 반대편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대요. 항구 옆에 건 관광버스 전용.

아니 왜 40분 전엔 바스 스테이숀 여기냐고 했을 때 하이하이 했냐고; 물론 관광버스면 맞는 얘기지만 시내버스 1일 패스를 네 장이나 산 사람이 시내버스 찾지 관광버스 찾겠냐고;ㅁ;

따져서 뭐합니까. 이제 3분 남았습니다. 택시 탑시다. 모지라지만 착한 친구인 인포 직원은 뛰쳐나와서 택시 잡는 걸 도와주었습니다. 오, 3분만에 넉넉하게 잡히는군요. 버스 성공.

일본은 버스 값도 비싸지만 택시비는 더 비쌉니다. 9-10키로 남짓한 이 거리가 6만원 남짓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주요 관광지 드나드는 버스 노선은 불과 서너개 정도에다 1일 3-4회차 운행이라 힘듭니다. 자기가 돈이 좀 있고 콜택시를 부를 정도의 왕초보 일어가 된다 하시믄(저기 할배들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등등의 한국어는 가능한데 대화가 가능한 수준은 절대 아닙니다) 택시 타시고, 별 바라는 거 없이 초 널널한 여정도 괜찮으심 버스 1일권 끊으세요. 히타카츠를 다시 언제 오겠냐 온천 미우다 해수욕장 한국전망대 단풍길 마트 다 섭렵하겠냐 싶고 3-4인 되시면...렌트하세요. 그게 서로에게 편함 ㅇㅇ

11시 20분쯤 슈시 단풍길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일행인 해운대 사모님 1이 캐리어를 하나 들고 계셨는데 버스 기사가 어차피 1시간 뒤면 돌아오니 버스에 두고 내리라고 일본어로; 제의. 어차피 쇼핑 전의 빈 캐리어라 손해볼 거 없는 사모님은 두고 내리심. 말은 안 통하지만 참 친절하네요.

참고로 슈시 단풍길은 슈시 강 기슭의 단풍이 아름다운 산책로구요, 3.4키로라 한 시간 남짓 산책하기 좋습니다.


중간중간에 지뢰가 있는 것 같지만 넘어갑시다.

1시간 지나 길목에서 12시 22분 버스를 타고 히타카츠항으로 돌아갑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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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화요일에 모친과 히타카츠 여행 갔다온 걸 이제서야 씁니다. 아 그간 서울도 갔다오고 다른 뻘짓도 하느라 좀 바빴어요;

대마도는, 부산 사람들에게 당일로 외국 여행 간 기분 내기 딱 좋은 여행지입니다. 모파상의 단편 ‘쥘 삼촌’에 보면 프랑스 서민들이 배로 두 시간 정도 걸려서 해외여행 간 기분내려 가는 영국 섬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그게 대마도랑 비슷한 기분입니다.(알고보니 영국의 그 섬은 지금 끝내주는 시티의 세금포탈처가 되어 있습니다 ㅋ) 북섬인 히타카츠는 비틀로 한 시간 10분, 남섬인 이즈하라는 그보다 더 걸립니다. 이즈하라는 이미 두 번 가 보았으니 한 번 가본 히타카츠에 가 봅시다.

여행 옵션은 왕복 배표만 구입해서 자유여행하기/버스투어 풀팩 구입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각자의 선택입니다. 참고로 전 이즈하라 한번만 버스투어로 가고 나머지 세 번은 다 자유여행입니다.

표는 네이버 여행에서 적당히 검색해도 그만이고, 일본 여행에 강점이 있는 여행박사에서 검색해도 됩니다. 표 정가는 15만원쯤 하는데 그건 상상속의 가격이고, 가장 저렴하고 가장 멀미나고 토나오는 니나호는 최저가 9,900원 보통은 19,900원은 하고 오션플라워호나 코비, 비틀은 조금씩 더 비쌉니다. 이번엔 단풍길 성수기라 비틀 왕복 그린석(비즈니스석 개념입니다)이 인당 79,900원에 나왔습니다.

이렇게 비싸게 가다니...수치스럽다-_-

부산 고속여객터미널은 초량역에서 셔틀을 타도 그만이고, 부산역에서 15분쯤 걸어가도 됩니다. 90분 전에 도착해서 티켓팅하고 모친과 재첩국 한 사발 했습니다.


그리고 1층에 부산은행 가서 여행경비로 8천엔을 환전했습니다; 원래 이 인간은 은행앱으로 환율우대받고 인터넷환전하고 난리칩니다만 8천엔에 그러기도 귀찮고;

30분 전에 수속하고 면세품 찾고 잠시 면세점 구경하다 배에 탔습니다.

배에서 커피가 고프길래 유기농 커피(300엔) 주문. 뭐 맛있겠나 심드렁했는데 아주 깔끔한 맛이라 감탄하며 먹었습니다.

10시 10분에 하선. 입국신고하고 나와서 인포 데스크에서(전 어디 가나 인포메이션 데스크를 너무 사랑합니다) 버스 1일권을 인당 1,000엔 주고 샀습니다. 지난번 히타카츠 때는 셋이서 택시 타고 다녔는데 히타카츠에 영업용 택시가 딱 네 대 있어요 ㅋ 어차피 히타카츠 항 구경하고 슈시 단풍길 보고 마트 들리면 다라 가볍게 두 장을 사는데...

“그게 뭐에요?”

하는 뭔가 똑똑해 보이고 붙임성 좋은데 안 만만해 보이는 50대 동향 아주머니가 보이는 겁니다. 아 이건 이런저런 거구요 했더니 자기도 두 장 따라 삽니다. 그리고 자기들도 부산에서 왔고 단풍길 보러 왔는데 초행이라 잘 모르겠고 택시비는 매우 비싸다던데 같이 다녔으면 좋겠다는 말을 조곤조곤 하셨습니다;;;

이건 길 가르쳐주기의 하루 확장판인가;(저는 길만 나갔다 하면 길 가르쳐 달라는 사람들이 붙습니다;) 모친은 좋은 게 좋다는 표정인이신지라 동행하기로 했어요. 슈시 단풍길 가는 버스는 11시니 35분쯤 시간이 남습니다. 그 동안 히타카츠항 메인 스트릿을 구경해 봅시다.


대마도야 본토에서 엄청 떨어져 있는 깡촌이고, 히타키츠는 그 중에서도 깡촌입니다. 메인 스트릿은 30분이면 다 봐요. 잠시 가이드의 혼을 발휘히여 모나카 가게에 사모님들을 모시고 가서 오미야게를 사게 해 드렸습니다. 잠시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길래 되어먹지 않은 일본어도 잠시 발휘.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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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전 아이메이크업 제품보다 립 메이크업 제품이 확연히 많습니다. 가격대가 좀 더 낮다, 제가 립 화장이 더 어울린다 등등의 이유가 있지만...

...아이 메이크업을 잘 못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_- 립 메이크업은 망하기도 힘들잖아요;

올해 8월말부터 저의 일상을 함께 한 중국 고장극 ‘여의전’의 계황후 오라나랍 여의 역으로 출연한 여배우 저우쉰의 메이크업 제품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점찍은 립 잉크입니다. 도대체 립 틴트는 뭐고 잉크는 뭐냐고 물으신다면...틴트보다 입술에 착색이 강하면 잉크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더만요. 브랜드 맘입니다.

이래뵈도 여배우나 가수 메이크업 따라 산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따라 사 봤자 립 정도일 텐데 제가 한창 코덕질을 하던 2000년대는 투명 립글로스가 유행할 때라 저랑 안 맞았거든요. 그렇다고 천송이 입생 틴트를 사기엔..손님 그 얼굴은 전지현입니다; 저랑 1도 안 맞아요;

저우쉰(이 언니 무려 만 44세입니다;) 립을 사고 싶었던 이유는 음...그냥 저 혼자만의 여의전 굿즈를 하나 갖고 싶었고 이 분이 한 15% 정도 저랑 이미지 면에서 닮은 구석이 있어서 아주 망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샤넬 잉크틴트는 올해 신상이구요, 백화점에서 사면 4만5천원이지만 면세에서 사면 3만4천원입니다. 별 가격 차이 안 나죠? 이건 다 콧대 높은 샤넬이 면세점 적립금 사용을 막아놔서 그렇습니다. 어쩐지 저는 샤넬 립 제품은 지금까지 1도 사 본 적이 없어요. 겔랑이나 디올이 더 어울리기도 하고. 암튼 대마도 가는 김에 동화 인터넷 면세점에서 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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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안 어울리는 건 아닌데 아주 어울리는 것도 아닌 이 기분;;;

제품 설명에 따르면 호호바 오일이 입술 트는 걸 방지해 주고요, 발랄한 체리 레드가 4계절 사용하기 좋댑니다. 네...전 발랄하지 않습니다. 저우쉰은 저 나이에도 발랄하고 경쾌한 맛이 있지요;;;

다음엔 핑크 베이스 립스틱 위에 올려서 좀 섞어봐야겠습니다. 자주 쓰진 않아도 가끔은 쓸 것 같네요.

패키징-5점(샤넬이니 뭐)
사용감-4.5점
색감-4.5점
본인과의 상성-3점

여기서 제가 6,400원 주고 산 레브론 fire&ice 립스틱 샷을 올려보겠읍니다.


ㅋㅋㅋ...어머니 전 저렴한 체질인가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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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진정 팩을 해서 홍조를 가라앉히고 수분공급을 한다 해도 피부 바탕이 안 좋으면 스크래치난 스케치북에다가 그림 그리는 것과 비슷한 형상이 되어 버립니다. 거기다 요즘처럼 일교차 10여도로 더웠다 추웠다+난방 히터기로 얼굴에 기름이 났다가 땀이 났다가 그게 피지로 가라앉았다 하는 경우에는 특별히 그러하죠.

https://twitter.com/cosmetic_winnie/status/758586193848119296?s=20

인텔리 피부전문가 위니님의 폭발적인 리트윗으로 이어진 '말랑피부 만들기' 시리즈입니다. 관리 안 한 피부가 '냉동 삼겹살'같다는 비유가 심히 적나라하면서도 들어맞습니다 ㅋㅋㅋ 어찌나 저 트윗 시리즈가 잘 나갔냐면...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54385880

이런 책까지 내셨을 정도. 읽어보니 내용 좋아요(아니 이런 거지같은 추천을;;;) 또 참고로 위니님은

http://www.ifacemaker.com

이런 화장품 리뷰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계십니다. 네;; 좀 디자인이 올드하죠? 전 저 사이트 드나든지 15년은 된 거 같은데 어째 한번도 제대로 리뉴얼은 된 적 없음요;

다시 참존 콘트롤 크림-셀프 마사지로 들어갑시다. 저건 참존의 마사지크림이 리뉴얼 4~5회를 거쳐가며 누적판매랑 2천만개를 뚫은 건데 아는 사람만 압니다. 왜냐하면 광고를 잘 안 하거든요. 한다는 광고가 '샘플만 써보면 알아요';;; 전 세대인 뉴 콘트롤 크림도 피지 쏙쏙 뽑아내준다고 인기가 꽤 많았는데 이번 건 어떤가 좀 궁금했는데 언니님이 조카 봐준다고 고맙다+나 이거 선물받았는데 귀찮아서 안 쓴다 이유로 하사하셔서 써 보았습니다. 우리 집안 여자들 중에서 제가 제일 이런 종류에 관심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인프라가 떨어지거든요-_-

아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라는 반응 압니다. 근데 나쁘지 않은 정도죠. 이건 뭐 태어날 때부터 본 얼굴들이 관리에는 관심도 없는데 그냥 잘났음. 거기다가 대한민국 여성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잘난 사람이 칭찬받는다기 보단 그 옆의 별로;한테 넌 뭐냐 하고 후려쳐져서;;; 지금도 가끔씩 생각하는데 제가 저 인프라를 타고 났으면 이렇게 쓸데없는 공부를 계속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래도 자격증을 수집하고 있었겠죠; 그 와중에 사는 건 더 편했겠지-_-

아 다시 제품 얘기로 돌아갑시다. 이 제품은 세안한 얼굴에 500원 정도 짜낸 제품을 역시나 모친께서 사놓고도 귀찮아서 안 쓰다가 저한테 하사한 이온 피부관리기로 2분간 롤링롤링해서 물기가 배어나오면 잠시 기다렸다가 1분 정도 롤링롤링해서 배어나온 메이크업 잔여물, 각질, 피지 등을 다시 세안으로 제거해주는 제품입니다. 제품 앞에도 massage/balancing/peeling/pore cleansing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용도로 충실합니다. 다만 사용한 그 날 사용감보다 그 다음날 아침에 맨들맨들해지고 탱탱해진 피부 보는 기분이 더 좋군요. 어차피 밤에 쓰는 제품이니까.

http://charmzone.co.kr/shop/shopdetail.html?branduid=90&xcode=002&mcode=007&scode=&special=1&GfDT=bmt6W1w%3D

지금 9,900원 합니다. 로드샵 화장품 수면팩 가격입니다. 효과는 훨씬 좋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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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이 여자가 별별 후기를 다 찌는구나 싶겠지만 저는 지금 '나의 신경정신과 병동 입원기'를 시리즈로 연재하고 싶어서 손톱이 드릉드릉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원래 블로거란 다 관종이에요.

여러분들은 돈을 빌려주고 떼이고 받아낸 적이 있으십니까? 전 직장인이 된 이후 1년에 몇번씩은 저한테 돈 빌려달라는 얘길 심심찮게 들어 왔습니다. 일단 그 직장이 평균 연봉이 공개될 때마다 네이버 뉴스로 때려대는 곳이기도 했고(...사실 뭐 탑티어 사기업에 비하면 별로 잘 받는 것도 아니긴 했는데;;; 그러나 공노비가 그렇듯이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살아야죠;) 남편도 없고 애도 없으니 특별히 돈 들어가는 곳도 없어서 즤들한테 줄 돈도 분명 꿍쳐두고 있을 거라는 오해도 사기도 했고(저는 술 마시고 미식 탐방하고 옷 사고 여행가고 덕질하느라 용처가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없고 애가 없으면 내 돈 나한테 쓰고 살아야지 왜 늬들한테;) 제 인상이...참 애매한 게요;;; 뭔가 냉랭해 보이기도 하고 착해 보이기도 하고 왔다리갔다리 해서 아 쟤가 씨알도 안 먹히게 보이는데 알고보니 거절을 잘 못하는 호구구나 하는 매니아들이 좀 몰려드는 타입이기도 했습니다(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저도 잘 모르겠음요). 결정적인 건요...

돈 빌려달라는 사람은 당신에게만 그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ㅋㅋㅋ 그들은 마음속에 지인 리스트를 풀로 만들어 놓고, '나한테 빌려줄 만한 돈이 있을 것 같은 사람' '심약해서 땡빚을 내서라도 빌려줄 사람'을 추려낸 다음 그 사람들한테 ㄱ에서 ㅎ 순이든 키 순이든 와꾸 순이든 브라 컵 순이든...아 헛소리다; 암튼 나래비 세워서 전화를 돌리고 있고 당신은 그 사람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당신이 안 빌려주면 큰일 날 것처럼 얘기하겠지만, 그건 아니에요. 다음 순번한테 전화를 할 겁니다.

저는 돈 빌려달라면 대체로 거절합니다. 그거 일일히 들어주면 제 통장 거덜나요. 대체로 핑계는 집에 돈이 묶여있다거나(서울에 집이 있을 때는 꽤 괜찮은 사유였습니다) 투자상품에 돈이 묶여있다거나(그러나 투자상품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꼭 있어서 안 먹히는 경우도;) 그랬죠. 그런데 일부에겐 빌려줍니다. 대체로...

-상환 능력이 매우 충분하고 금전 윤리도 있으나 매수와 매도 중에 잠깐 유동성이 모자라서 요청해온 경우(아부지와 그 후계자;가 대표적인 각각 사례였습니다)

-소액이라 날려도 큰 문제는 없는 경우(제게 소액의 기준은 n십만원입니다)

-진짜 호구질했던 경우(사랑이 죄죠 쯧)

근데 이 세 가지 카테고리에 포함되지 않는 상태에서 n백만원을 빌려주고 2년간 돌려받느라 전전긍긍한 사례가 있습니다. 인생의 수치죠. 근데 그 때 좀 감안은 해주셔야 되는 게...마침 대학원을 마치고, 절대 가고 싶지 않았던 곳으로 원격지 발령이 내정되어 있어 멘탈이 상당히 좋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빌려달라고 한 사람은 대중문화 취미 업계에서 만난 사람이고 상당히 돈독한 사이였습니다. 만난지는 당시 기준으로 15년은 됐었어요. 저는 컨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은 회사원은 부업이다시피 했고, 본인 스스로의 정체성은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컨텐츠라는 게 굉장히 매니악한 시장을 대상으로 돈이 꽤 되는 수익원이긴 했는데, 그만큼이나 돈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그 컨텐츠 생산을 위해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었죠. 굳이 전세계를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다닐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죠. 그러다 현금 유출입에 mis-match가 생기고(나중에 들어보니 회사 공금에 손을 댔다는 소리를;;;) 해서 여기저기 연락하다 저한테까지 온 거죠. 전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워낙 간절하게 읍소하고 당시 멘탈도 별로였고 해서 빌려줬습니다. 물론 아주 멘탈이 나간 건 아니라서 온라인에서 차용증 양식을 다운받아서 모든 양식을 자세하게 작성하고 각자 자필서명에 인감까지 받았구요, 계좌이체로 증거까지 남겼습니다. 여기서 한 번이라도 이자를 주고받는 게 증거력이 올라갈 수도 있는데요...그게 그렇게 쉽진 않죠;

차용증상 만기는 2개월이고 양해를 구한 기간은 3개월이었는데, 본인이 양해를 구하는 텀도 점점 길어지고 읍소도 뭔가 성의없어집니다. 여기서 재밌는 건, 세상에는 '빌려주는' 그룹과 '빌리는' 그룹이 따로 있으며, 그 둘 사이에 교집합은 생각보다 매우 미미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빌려주는 그룹은 회계상 발생주의(내가 돈을 빌려줬으니까 나는 돈을 도로 받을 권리가 있다)를 채택하며 빌리는 그룹은 본능상 현금주의(돈이 들어왔으니 이 돈은 내꺼다)가 체화되어 있습니다. 내가 돈을 받았으니 이 돈은 내꺼예요. 그런데 계속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면 짜증나고 야속하기까지 하죠. 사람이 저렇게까지 정이 없나. 이게 그들의 논리입니다. 빌려준 사람들은 스크루지(아니 근데 스크루지 넘 불쌍하지 않나요; 뭐 딱히 많이 잘못한 거 같지도 않더만)나 샤일록(아니 근데 샤일록 넘 불쌍하지 않나요; 뭐 딱히 많이 잘못한 거 같지도 않더만 222)가 아닌 이상 무조건 앉아서 빌려주고 서서 갚아달라고 하는 상황을 스스로 목도하게 됩니다. 빌려간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하지 마세요. 그 사람들은 다리 잘 뻗고 잡니다.

그리고 더 복장이 터지는 건 이 사람들은 님에 대한 부채 상환이 매우 후순위라는 겁니다. 자기 여행 갈 거 다 가고, 덕질할 거 다 하고 연애할 거 다 하고 인스타에 흔한_일상_샷 뭐 이런 걸로 자기 돈 쓰는 거 자랑하지만 님에게 갚을 돈은 없어요. 그래도 될 만큼 둔감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2년간 온갖 곳을 돈 쓰고 댕긴 정황을 여러 경로로 들었지만... 그 사람은 갚을 생각이 없더만요. 그래도 할 건 해야 하니 기록이 남는 수단을 통해 꾸준히 상환을 독촉했습니다.

그러다가 1년 반째, 제가 있는 400km 떨어진 곳까지 와서 저녁을 먹고 간 후(그래도 성의를 보이렴; 하고 제가 말해서 이뤄진 거였어요) 이 사람은 그 다음날...

돈을 더 빌려달라는 요구를 해 옵니다 ㅋㅋㅋ

이유는 말하지 않고 아니 싫어; 하고 딱 잘라 말하니 한동안 연락이 없더군요. 마침 회사에 바쁘던 일도 마무리짓고 열받았던 저는 그분의 회사에 돈을 갚으라는 내용증명을 보냅니다. 사실 내용증명 별 거 아니에요. 우체국에 가서 주소만 제대로 적혀 있으면 다 보내줍니다. 근데 일반인들은 많이 쫄거든요.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사연인즉슨...

자기가 요새 재무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개인회생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게 마무리되면 돈을 갚겠다는 겁니다 ;ㅁ;  

저는 기업구조조정은 좀 아는데 개인회생은 한 번도 실무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아 귀찮아; 공부해야 하나 싶어서 대충 회사에 굴러다니던 매뉴얼 좀 읽어봤습니다. 개인회생은 보통 전문 법무사 끼고 진행하는 건데, 이 사람의 금융기관-개인 채권자 대상 부채 목록을 풀로 만들어서 법원에 신고하고 이 사람의 재산상태와 소득 전망(아무래도 월급이 확실한 경우가 좋죠)을 소상히 밝히면 가부간에 정해주고, 개인회생 대상 부채에 대해서 매달 이 사람의 월급을 최소생활비조로 1/2 정도 공제하고 착착 갚아나갑니다. 일단 전 물어봤습니다. '내 채권이 니 개인회생재단에 들어가 있니?'

없댑니다. 

말인즉슨 저 체계적인 관리를 받아가며 단계적으로 상환을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데, 차라리 개인회생재단에 넣지 않고 제도권 밖의 부채로 남겨놓으면 올해 내로 상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지;;; 그리고 자기가 이제 몇 달 후에 개인회생절차 인가를 받고 압류를 받으면 월 50만원만 생활비로 남겨놓고 다 뺏기니까 그 후에는 너무 힘들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지 222 여기서 채무자의 정신상태를 다시 한 번 알 수 있는데, 자기와 채권자를 혼동합니다. 채권자 입장에선 월 50만원만 제외하고 돈 갚는데 쓰면 빨리 받을 수 있고 좋잖습니까.

그리고 payopen과 dart 등 각종 소스를 검색해서(그녀의 회사는 나름 네임드였거든요) 월 50만원이 아니라 월 150만원은 생활비로 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있던 저는 더 이상의 이성적인 대화는 포기하고 법무사와 다이렉트로 대화를 했습니다. 근데 법무사는 생활비 공제 내역에 대해선 순순히 월 150만원이라고 인정해주긴 했습니다만 이 개싸움에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습니다. 사실 그렇잖아요. 이 사람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제도권 밖의 부채로 남겨두려고 해도 자긴 법의 보호를 받는 목록에 대해서만 고객을 대행해서 잘 해두면 되는 상태였고, 이미 거의 인가 직전이었거든요. 귀찮은 일만 하나 더 생기는 거죠.

일단 저는 그간의 차용증, 이체 기록, 독촉 문자와 그녀의 답장 등등을 기반으로 해서 소액 소송을 준비하고 다시 한 번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너무나 허무하게 n백만원이 입금되더라구요. 글쎄요. 아마 법무사가 쟤 좀 호구 아닌듯;하고 말을 해줘서였을지도.

그리고 전 몇 달 후에 뜻밖의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이 당시 익혔던 개인회생과 월급 압류에 대한 지식은 관리자로서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돼요.

아, 급 요약하자면...빌려주지 마세요. 혹시나 약점이라도 잡혀서 빌려줘야 된다면 차용증 풀로 남기고, 이체 기록 남기고, 이자 한번이라도 주고 받으시구요... 중간중간 본인의 차입을 인정하고 상환 의지를 밝히는 기록을 남기십시오. 그래도 받을까 말까예요. 사채꾼 우시지마가 괜히 염세주의자가 아닙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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