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1.조선해운산업에 대해서 말이 많다. 조선해운산업 분석의 동량으로 잠깐 키워진 경력이 있는 본인이 말하자면(정확하게 말하자면 조선산업의 대가인 상사가 자기 귀찮은 노가다를 나한테 시키려고 10년 전 노하우를 전수를 좀 해줬는데, 내가 다른 부서 발령나서 상사의 꿈은 저 하늘로 멀리멀리)...문제는 꼬였다-_- 한국의 조선산업은 지금까지 부가가치가 낮은 선박(벌크선 류)을 일본보다 싼 가격으로 건조하는 능력으로 세계 1위까지 해왔는데, 1위가 된 시점에서 해양플랜트라고 고기술 고부가가치 사업분야를 해보려고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으로 손해보고 수주를 했다. 근데 뭐 노하우도 없고 그러니까 공사기일도 잘 못 맞추고, 한 대 건조할 때마다 계속 손해나고 그걸 계속 분식회계해서 메꾸다가 어느 순간 펑 터졌다. 하긴 한국이 저부가가치산업에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커 오는 경로가 대체로 저랬으니까 저러다 노하우가 쌓이다 보면 잘 됐을지도...모르나, 해양플랜트의 경우엔 워낙 사업당 덩치가 크다 보니 그 손실이 어마어마했고, 셰일가스 등의 여파로 해양플랜트 상당 부분이 수주 취소되었으며, 해운산업의 위기까지 겹치게 되었다.

2.조선과 해운의 관계는, 한 다리 건넌 공급-수요의 관계라고 대충 설명할 수 있겠다. 선주 회사가 조선회사에 주문해서 배를 만든다. 그리고 해운은 이 만들어진 배를 용선료를 주고 빌려와서 연안 내지는 먼 항로를 운항해서 물건을 배달하고 돈을 받는다. (가끔 해운회사 배를 조선소에 직접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자기 자금 조금 타서 한다) 근데 여기서 세계 경제 둔화로 물동량이 예전같지 않으며,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엄청난 정부 보조금을 줘가면서 단가를 후려쳐서 경쟁이 들어갔다. 그러니 서로서로 단가를 깎고...이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위기로 이어졌다고 보면 되겠다. 해운쪽이 시들시들하면 조선에도 악영향이 가고, 뭐 그런 사이.

3.조선산업에서 유달리 분식회계 얘기가 많은 이유를 잠깐 하자면, 조선산업과 건설산업은 '선주문과 오랜 제조 기간' '공사진행률'과 '분양률' 숫자놀음이라는 데서 근본적으로 거의 같다. 조선업체 A에 100짜리 선박 선주문이 들어온다. 그럼 이걸 만드는데 3년이 걸리고 1년차에 100 중에서 뼈대 맞추고 세우고 하다가 40 정도 만들었다. 그럼 손익계산서에 매출액을 40으로 적는다. 심지어 배는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고, 돈은 10밖에 안 들어왔고(해양플랜트가 특히 이랬다), 있는 거라곤 골조밖에 없어도 매출이 된 거다. 근데 매출을 인식하는 회계부서에서도 정확한 40%의 근거는 모른다. 이건 기술부서에서 한다. 물론 위에서 올해 적자를 흑자로 만들고 싶다, 그러면 회계부서에서 40의 매출이 필요하다고 계산하고...그걸 기술부서에서 40%가 공정이 진행됐다고 조작하는 건 가능하다. 이건 감사하는 회계법인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 사람들은 거의 다 경영 회계 전공이라 배 설계도를 보면 검은 것은 선이요 흰 것은...그만두자.

4.'기업활력을 위한 원샷법'이라는 게 몇달 전부터 시행이 됐다. 이름도 괴악한 이것은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M&A 등 구조재편을 시행하는 경우 관련된 증여세 등등을 감면해준다는 게 요지인데...이 법으로 수혜를 받아, 내야 할 세금을 안 내게 된 제 1호가 세개 있는데 그 중에 2개는 최고존엄님 친인척 회사라 한다, 읍읍(판사님 최고존엄이 이북리더일 수도 있잖습니까 김정은도 남조선에 친척 있겠죠)

5.한진해운 얘기로 돌아가자면, 대한항공이 대표 계열사인 한진그룹 방계 그룹이다. 조양호 회장의 작고한 동생이 물려받은 게 한진해운인데 워낙 시들시들해지니 조양호 회장이 도로 잠깐 떠안았다가 토해냈다. 다른 동생들 그룹으로는 한진중공업(여기도 요새 상태 안 좋다)과 메리츠 금융그룹(여긴 상태 좋음)이 있다. 한진중공업까진 알고 있었는데 메리츠가 방계 그룹인진 몰랐다. 형제간에 사이가 그닥 돈독하진 않은가 보다-_-(대충 한솔과 삼성 사이?)

6.얼마 전에 삼성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를 한화로 판 적이 있었다. 그때 얼굴 찌그러뜨려 가며 간 삼성 방위산업 사람들이 요즘은 거의 다 웃고 있단 얘길 들었다. 일단 한화에서는 방산 분야를 본진으로 치고 우대해주는데, 삼성 시절에는 어림도 없던 일이라. 그리고 인적 구성상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출세하기에 경쟁력이 더 좋다고(읍읍)

7.김영란법을 어길 경우 처벌이 되는 사람들은 실상 그렇게 많지 않다. 고로 김영란법을 가지고 경제가 다 망할 것처럼 투덜거리는 사람을 보면 평소에 많이 얻어먹고 다녔나보다 생각하면 거의 정확하다(나머지는 신문에서 말하는 거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 제일 억울해하는 사람들로는 기자가 있다.

8.은행원들이 앱팔이하는 거 보면 대체로 귀찮기도 하고, 먹고살려면 저렇게 해야 하나 조금 짠하기도 할 거다(아니라도 할 말 없다) 이제 오프라인 지점으로는 한계가 있고(지점 운영비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들며, 5일제 영업 이후 유동인구에 긍정적인 영향도 안 줘서 건물주들이 은행 지점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온라인뱅크를 활성화해야 되는데 처음에 활성화시키려면 계량 평가지표가 얼마나 앱을 소비자들이 깔아주느냐로 매겨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조진다. 근데 나는 한국에서 온라인뱅킹에 좀 회의적인 게, 결국 수익성이 나야 되고 수수료수익으로 먹고 살아야 되는데 한국은 수수료에 워낙 거부감이 심해서, 쩝.(차라리 동남아가 더 잘 될 거 같다)

9.한국에 애플 공식 스토어가 안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때...그러니까 2년 정도인가, 워킹도 하지 않을 해외 진출 전략 뭐 이런 거 세우면서 월급 벌어먹은 적이 있었는데, 해외에 출점을 고려할 때 윗사람들은 인구와 GDP 성장 가능성, 딱 두 지표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부차적으로 본다. 근데 한국은 둘 다 글렀다.

(지금 가로수길에 애플 스토어가 생기긴 했죠. 하지만 애플이 보기에 한국은 미미한 시장이라는 제 견해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최근에 팀쿡이 술먹고 쓴 거 같은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글을 하나 올렸는데...진짜 술먹고 쓴 듯;;; 좀 우울할 때 보시면 웃을 수 있습니다. 아저씨...꽤 내성적으로 보이는데 먹고 살기 힘들죠?)

-다음 편에서 계속-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