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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한 옛날(아 이게 밀레니엄인지 전후인지 기억이 잘;)에 W라는 팬픽이 있었습니다. 그 팬픽은 여러 가지 의미로 유명하고 논란이 있었으며 높은 조회수를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중 1인의 이해할 수 없는 양태를 완전히 설명했지만 담담하기 그지없는 프리퀄 팬픽 S는 인기가 있었지만 W만큼 인기가 엄청나지는 않았습니다(뭐 당연한 얘기죠;) 저는 둘 다 취향이었지만(옛날부터 익스트림 취향) S의 문학성이 조금 더 높다고 생각하여 아끼고 있었는데 요즘 미친 행동을 하면서 가끔 S 생각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S는 동경과 자아 대리 충족, 예인에 대한 빠*이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_-

이 이야기의 화자 A는 금수저로 태어나서 공예에 재능이 있었지만 치명적인 핸디캡이 있었습니다. 호흡장애가 있어서 조금만 숨이 가빠져도 위태로워진다는 점이었죠. 그래서 부모와 손아래 동생의 과보호를 받으며 곱게 곱게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자신과 정 반대에 놓여있는 취향에 꽂히게 됩니다. 자유롭게 뛰어나다니며 허공을 부유하는 영혼이었죠. 그 영혼-_- J는 동문답게 또 좋은 수저였지만 일찌기 바이크에 미쳐서 자유로 경주를 벌이는 쪽이었는데 A의 끊임없는 주시와 동경을 받으면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합니다. 자유로웠거든요. 같은 학교에서 동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던 A에게 대사건이 벌어집니다. J가 탈주했거든요. 절망했지만 그는 집요하게 그의 동선을 추적합니다. 그리고 바이크 경주에서 카레이서로 전직한 J를 지켜보며 J의 후원자로 나서게 됩니다. 여기서 조건은 딱 두 개입니다.

-J의 성과가 담겨 있는 스틸 사진을 제때 줄 것
-J에게 자신의 존재를 절대 드러내지 말 것

A가 J에 대해 느낀 감정이 동경인지, 대리만족인지, 성애인지, 혹은 이 모든 것인지 전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A는 몇 년을 공들여서 음지에서 J를 후원하고 그를 F1 최고의 카레이서로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의 스틸 컷과 카레이싱 장면을 VIP석에서 몰래 지켜보며 얻는 그의 감정은...지나치게 음지 관음 수니의 감각을 자극해서 아직도 힘들군요 ㅎㅎㅎ

아 물론 장애가 있기도 합니다. J가 직장에서 사랑에 빠지거든요.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미묘한 절망적인 감정을 느끼지만 A는 그 감정을 느낄 뿐 더 이상 나서지 못합니다.

장기간 큰 스폰서가 되어준 그를 위헤 여러 차례 이어주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는 질색하면서 돌아섭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나서는 게 아니었거든요.

결국 프리퀄 이후에 어째저째 되긴 했습니다만...그가 원하는 게 프리퀄의 상태였는지, 본편의 상태인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전 프리퀄이 훨씬 편하네요.

이 삼대구년 먹은 얘기를 왜 꺼내는지 알아줄 분이 있어야 좋을까요, 없는 게 좋을까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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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영국 이코노미스트
국내 출판사: 한국경제신문
국내 출간일: 2023-12-05
분량: 412쪽
국내도서 > 경제경영 > 경제학/경제일반 > 경제사/경제전망 > 세계 경제사/경제전망
국내도서 > 경제경영 > 트렌드/미래전망 > 트렌드/미래전망 일반
이 책의 원서/번역서: The Economist: THE WORLD AHEAD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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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연시 행사가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나온 매해 세계대전망 번역판을 읽는 건데요, 1월 20일 경에 손에 잡긴 했는데 꽤 늦어졌습니다. 요새 사랑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네;

- 여전히 이코노미스트 특유의 현학적이고 재수없으며 영국인 특유의 괴이한 개그가 뜬금없이 나오는 문체는 빛을 발합니다. 뭐 언제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으니 어쩔 수 없긴 한데 긁히면 또 거슬리긴 함.

 

- 한국경제신문사에서는 직역을 원칙으로 계속 진행하고 있나 봅니다. 근데 불과 3~4페이지 밖에 안 되는 영국 정세 컬럼에서 '보수당'과 '토리당'(보수당의 전신)을 혼용하고 있는 건 쫌 심하지 않나 시포요. 우리로 치면 '국민의 힘'과 '민정당' 개그를 치고 있는 셈인데 그걸 그대로 직역하면 동북아 독자는 어떡하라고;

 

- 뭐 투덜투덜하고 있지만 새 해에 뭐라도 집어넣기엔 딱 좋은 책입니다. 특히 국내 언론의 경사진 시각으로 보다가 제1세계 오만한 수구언론;이 한국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아 그래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보다 비중이 꽤 올라간 거라능;) 그리고 한국이 발닦개 쯤으로 취급하는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등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어 한국에 대한 건 서울 창동에 건설 중인 '로봇인공지능과학관' 얘기가 있구요(계속 늦춰지는 걸로 봐서는 어른의 사정이 있나 봅니다), 제주도에 생기는 박서보 미술관(7월 완공 예정), 봉준호 감독의 신작, 배터리 산업 플레이어 등등이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나라별 전망에서...

 

- 윤석열 대통령의 보수당 국민의힘 정부는 일자리 제한(...노동권 약화겠죠;)을 풀고 민간 투자를 신장하기 위해 감세와 규제 완화를 목표로 삼을 것이다. 노동 조합과 야당인 민주당으로부터 저항을 받겠지만, 이는 국민의힘이 과반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큰 4월 총선 이후로 누그러질 수 있다. 세계 경제의 회복은 대한민국의 수출 주도형 제조 부문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 아 이 ㅅㄲ들 윤이 대통령 될 것도 맞춘 적 있음...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의 나라라고 너무 막 던지는 거 아니냐-_- 하긴  얘들은 밑밥으로 '우린 작년에 이런 걸 예측했고 이렇게 틀렸어여 데헷(작년에 틀린 대표적인 건 하마스 사태와 미국의 경기 회복이 있습니다)' 이런 특집도 냅니다. 오히려 그게 쿨한 척 하는 거라 더 재수없지만요.

 

-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노동 축적(코로나 불황으로 급하게 인력을 감축했다가 회복세에 사람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기억 때문에 지급 급하지 않아도 인력을 회사 내에 비축해 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등으로 전세계적인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 한국은 노동 쪼개기와 있는 인력 갈아쓰기로 역행하고 있...(이건 제가 한 얘기임) 

 

- 공연계 얘기도 나옵니다. 브로드웨이와 런던의 뮤지컬 신작들에 대한 얘기도 막 쏟아지는데 어차피 한국에는 몇 년 있다가 번안이나 해외 투어팀 와봐야 알 거 같고... 기억에 남는 코멘트

전세계가 경기 둔화와 정치 불안정에 직면하면서 2024년에 탈출에 대한 열망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는 뮤지컬이 제공하는 환상이 사람의 마음을 끈다. 대공황에는 미국 최고 수익 영화 10편이 모두 뮤지컬 영화였다.

 

- 얘들 아직까지 미국 선거 간잽이 중. 본 컬럼에서는 바이든에 대해 불길한 소리 한껏 해 놓고, 전문가 제3자 폴(얘들 적중력 좋음 하고 각주)에서는 트럼프가 질 거라고 함. 난 바이든 눈이 넹글 돌아 있어서 별로지만 트럼프는 더 별로야... 전문가들 힘줘...

 

-빨리 반납해야 해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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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법고전 산책 - 열다섯 권의 고전, 그 사상가들을 만나다 

지은이: 조국

출판사: 오마이북

출간일: 2022-11-09

이 책을 2월에 읽기로 한 건 대단히 얄팍한 생각이었는데요, 제가 이번에 방송대 법학과 3학년에 편입합니다. 그런데 법의 근간인 법철학, 법사상사는 직접 수강할 생각이 없어서(민상법 소송법 등 다른 거 파기에도 바쁨) 책 한 권으로 때우려고 하다 보니 이 업계의 베스트셀러인 이 책에 손 대게 된 것이죠.

 

실은 이 책은 대여를 벌써 세 번째 했습니다. 서양 고전(고전이란 건 재미가 없죠 녜...) 열 다섯권을 한 책에 집어넣은 데다가 467페이지로 대단히 길어요. 그래서 앞부분에서 언제나 나가떨어지고 반납했는데 너죽고 나죽자...아니 이번에는 성불시켜 보자는 심산으로 다 읽었습니다. 휴 고생해써 나새끼...

 

이런 고전 축약류의 책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이 책도 시작하기 전에 서문을 찬찬히 읽어보는 게 좋습니다. 저자의 의도나 배경, 구성을 미리 엿볼 수 있거든요. 이 책에서도 서문에서 저자가 그간 오마이뉴스에서 수년간에 걸쳐 진행한 법철학 고전들을 엮은 것이라는 배경, 그리고 순서를 정한 동기(하지만 전 시간 순서대로 해 주는 게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굳이 각 고전 저자들의 생장과 세계를 넣은 이유(아 근데 맥락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각 고전의 내용을 일반인 강독 컨셉대로 가능한 한 쉽게 풀어썼으며 21세기 한국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응용이나 주석(속되게 '썰'이라고 하죠)을 잘 풀어놓았습니다. 하나 블랙코미디는 이 책 강의나 편집 자체가 문재인정부까지가 배경이다 보니 고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 제목처럼 '역사는 발전한다'라는 기조로 진행되는데 실은 법치와 인권이 단시간에 퇴행될만큼 퇴행되어버린 현실이 절로 떠오르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메인스트림 중에서는 제법 진보적 스탠스가 있는 분이라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코멘트의 논조가 거슬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시고 읽으셔야 합니다. 저는 뭐 대체로 찬동하는지라('성매매' 관련해서는 워워) 그 점에 있어서는 편안했음. 

아래 목차에 추가된 다른 색 폰트는 제가 메모로 보려고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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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사회계약
인민의 자기계약을 통한 국가권력의 형성
― 장 자크 루소 《사회계약론》 : 근대를 열고 프랑스 대혁명을 촉발시킨 책, 합법적인 권리에만 복종할 의무, 추첨에 의한 선거, 지방분권,  자유 뿐 아니라 평등에 대한 강조

"사물의 추이가 항상 평등을 무너뜨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입법의 힘은 항상 그것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2장 / 삼권분립과 '법을 만드는 방법'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
―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 권력의 권력에 의한 저지, 사법권에 대한 견제, 입법의 신중함, 풍토론을 통한 '법'과 '풍속'의 구분, 투표에 의한 군주, 당쟁의 필요성



3장 / 입법권의 한계와 저항권
“인민은 폭정을 무력으로 제거할 권리가 있다”
― 존 로크 《통치론》 : 영국 명예혁명의 배경, 3권 중 입법권의 우선과 한계, 예방적 저항권의 정당화, 노동가치설의 효시

4장 / 죄형법정주의
형사사법체제는 총체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 체사레 베카리아 《범죄와 형벌》 :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효시, "범죄의 유일 타당한 척도는 사회에 끼친 해악이다", 죄형법정주의, 법률의 명확성, 범죄의 형벌의 비례, 처벌이 아닌 예방 목적의 처벌, 고문 폐지

5장 / 소수자 보호와 사법통제
민중을 위한 사회대개혁과 ‘입헌민주주의’ 구축
― 토머스 페인 《상식》·《인권》 : 미국 독립혁명에 결정적 영향을 준 영국인, 군주제와 귀족정에 폐지 주장, 사회 복지 강조
― 알렉산더 해밀턴, 제임스 매디슨, 존 제이 《페더랄리스트 페이퍼》 : 삼권분립("야심에는 야심으로 대항해야 한다" 권력에 대한 현실적 견해), 소수자 보호, 정당 민주주의, 위헌심사를 통한 사법 견제

6장 / 자유
국가와 사회는 개인의 자유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  자유의 세 영역(의식의 자유/취향과 탐구의 자유/단결의 자유)와 세 영역의 연계, 소수자 보호, 사상과 토론의 자유, 개인에 대한 사회적 권위와 처벌의 한계, 개성의 중요성

7장 / 권리
“권리 침해에 저항하는 것은 의무다”
― 루돌프 폰 예링 《권리를 위한 투쟁》 : 현실을 직시하는 목적 법학의 주창자, "법의 생명은 투쟁이다", 권리 침해에 대한 저항은 공동체에 대한 의무, 소송사, "베니스의 상인"에 대한 비판, 사법살인, "국민 각자는 사회의 이익 속에서 권리를 위해 태어난 투사다"

8장 / 악법도 법인가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 : 죽음을 불사한 소신, 경고/비판할 지식인의 임무, 합리적인 일반법에 대한 존중, 시민불복종의 효시

9장 / 시민불복종
법에 대한 존경심 vs 정의에 대한 존경심
― 소포클레스 《안티고네》 : 신의 법 대 왕의 법, '백성 하나 없는 사막'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불복종》· 《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 :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함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불의가 정부라는 기계의 필수 불가결한 마찰의 일부분- 내버려 둘 것 / 2. 불의의 속성이 나에게 불의의 하수인이 되도록 강요하는 경우-투쟁해야 함, 대의를 위한 브라운의 폭력 투쟁 옹호, 혁명권

10장 / 평화
전쟁 종식과 영구 평화의 길
― 임마누엘 칸트 《영구 평화론》 : 평화를 저해할 비밀조항이 없어야 함/타국의 소유 전락 반대/상비군 폐지/전쟁국채 반대/타국에 대한 폭력 간섭 반대

공화정체/자유 국가의 연방체제에 기초한 국제법/보편적 우호의 조건에 국한된 세계 시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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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연체 없이 반납해 보자...

덧. 아 그리고 각 저자들의 인생사와 시대 배경을 통해 그간 오해했던 걸 좀 바로잡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소로가 엄마 밥 얻어먹고 소박한 삶이나 떠들면서 세금 체납;한 인간인 줄 알았는데 무장 투쟁을 옹호한 과격한 면이 있었다거나...

그래봤자 엄마 밥 얻어먹은 건 변함없지만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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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에서 두 번째 총서 '창극의 변화와 도약'을 얼마 전에 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무료 다운 가능. 

https://www.ntok.go.kr/kr/Museum/Archive/ResearchBook

 

공연예술박물관 - 조사·연구 > 연구총서

 

www.ntok.go.kr

다 읽었으니 감상문을 쓰겠읍니다. 저는 불과 7개월 전 '베니스의 상인들'로 창극에 입문한 아가-_-로서 영상 포함 감상 작품이 열 손가락 미만이지만 이럴 때가 용감한 법이죠.
일단 두괄식 구성으로 시작해 봅니다.

이 도서는 창극 전문가들이 창극과 대표 단체 국립창극단에 대해 조망한 논문을 엮어 만들었습니다. 역사 격인 총론과 창극의 각 요소인 각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론에는 연출/작창/해외작품/영상/배우 등에 대해 다뤘습니다. 245페이지라 버거우면 관심분야만 골라서 먼저 읽어도 되며 요점만 파악하려면 각 논문의 요약편을 읽어도 얼개를 파악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넵 저는 꼼수에 강합니다)

각론에서 연출은 창극의 역사와 관점, 지향점이 보이고 작창에서는 음악 구성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해외 작품은 창극의 현대화와 시대 정신에 대한 고민이 보이고 영상은 기대 안 했는데 매우 독특한 소재 선정으로 현대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 그리고 배우는 주조역의 인물론 등이 나옵니다. 대체로 구성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살짝 일관성에 대해서 아쉬웠던 점은(이건 편집자의 몫)

1. 최초의 창극이 1892년 '춘향전'인지 1908년 '은세계'인지 총론 1.2에서 갈린다는 점(저는 '춘향전'이 최초의 창극이고 '은세계'가 창극의 얼개를 갖춘 최초의 창작 창극이라는 식으로 이해했습니다)

2. 창극에 대해서 광복 이후에는 1962년 창단된 중심 단체인 국립창극단 위주로 서술되어 있지만 50년대~6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일종의 대척점이었던 여성국극배우에 대해서는 배우론에서 유일하면서도 자세히 서술되어 있습니다. 좋다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일관성 면에서 약간 의문이;

 

총론 1 '판소리에서 창극으로'는 19세기 극후반부터 20세기 극초반을 주로 다루며 판소리에서 창극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대해서 서술하며 현재 창극의 한계와 제언이 있습니다. 개화기에 태동하였지만 일제강점기에 풍속을 문제로 끊임없이 규제받았던 창극에 대해 알 수 있어요.

총론 1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1908년 최초의 창작 창극 '은세계'입니다. 개화기 소설가이지만 친일파-_-이인직은 이름을 빌려주었을 뿐 개입하지 않았으며 사실 이를 구실로 김옥균빠..아니 추앙하는 최병도와 탐관오리와의 대립 민중의 목소리를 실어서 대중의 호응을 얻어냈습니다. 미묘한 부분은 이 때 '은세계'는 그 때 갈급한 시대 상황을 드러내서 대중의 많은 공감을 받았지만 광복 이후에 리메이크된 작품은 소통과 공감에 실패합니다. 이는 서사의 동시대성이라는 점에서 많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총론 2 '국립창극단이 걸어온 60년'은 앞의 각론에 대한 프리뷰 역할을 합니다.
요약: *안숙선* 명창, 배우, 단장, 예술감독, 작창가, 소리 지도자 등을 오랫동안  해 오신 분...
*김성녀* 터닝 포인트

각론 1 '국립창극단 연출 작업의 흐름'에서는 주요 연출자들과 주력 포인트에 따른 변화 등을 서술합니다.
- 60년대 이진순 연출은 ‘판소리를 근간으로 전통예술 양식 체계화'를 주창했고
- 70년~80년대대 허규 연출은 '전통극 문화 복원, 보완.재창조를 통한 현대화'와 민중 강조(솔까 이 시대 연극 연출자 출신 치고 그쪽;에 경도되지 않은 사람이 드물 것;)
- 90년대 김홍승 연출은 오페라의 극적 요소 도입
- 90~00년대 박성환 연출은 국내외 창작 작품 도입
- 각국의 해외 연출가 초빙을 통한 다양화
- '10년대 이후 고선웅, 배요섭, 남인우 연출 등의 각양각색 새로운 시도 등이 있겠습니다

여담인데 '정년이'의 연출가 남인우씨가 제가 참 좋아하는 '천하장사 마돈나'로 창극 '내 이름은 오동구'를 연출했더라구요? 트랜스젠더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다니 비범한 국립창극단...궁금해집니다

아 그리고 24~25시즌에 예상되는'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 대해 최초의 18금 창극으로서 여성 주인공인 ‘옹녀’ 의 시점으로 극을 전개, 사랑과 삶에 관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해석했다는군요. 처음엔 이름만 듣고 ㄷㄷ했는데 기대가 됩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 대해서는 여러 각론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다루어집니다. 결말은 가부장적이고 순응적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각본 인용을 읽어 보니까 키링 겸 인간 딜도 변강쇠를 품어주는 성님 옹녀인 거 같아서ㅋ 좀 지켜봐야 될 듯요.

각론 2 '창극의 시대별 작창과 반주'에서는 시대와 작품별 음악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는 데 제가 여기에 있어서는 배움이 특히 짧은 관계로 잘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아주 이른 시기인 60년대 초반부터 작창과 배경 음악에 대해 깊은 고민과 파격, 변화를 도모해 왔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각론 3 '국립창극단 무대에 활용된 영상'은 사실 가장 특이한 논문 소재이다 보니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① 무대 공간 배경 ② 작품의 시간성 구현③ 작품의 서사 및 음악 상징, 보완 장치로 창극을 현대화시켰으며 인터랙티브 요소도 도입했다는 분석이 ISTJ의 마음에 쏙ㅋ
또한 음성과 서사로 설명해주는 '도창'을 영상이 때로는 보완하고 때로는 대체해 왔다는 설명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전투씬 등으로 무대 상영에 한계가 있는 적벽가에 영상이 하는 역할  재미있었어요.

'창극의 변화와 도약' 총서 각론 4 '국립창극단의 해외 원작 레퍼토리'에서 제가 자첫했던 '베니스의 상인들'은 시간 한계로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창극 기존 팬들에게 이 극이 이질적이었고 엇갈린 평이 나왔나에 대해서 약간의 단초는 잡았습니다.

아래 캡처에 나오는 대로 국립창극단의 해외 원작 창극은 2009년 이후로 동서양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해 왔는데요(맥베스 부인, 메디아, 트로이의 여인들 등이 땡겼) 제가 패왕별희와 리어 외엔 본 게 없어서 재인용이 조심스럽습니다만

첫째, 해외 원작의 경우 타문화 이야기가 우리 문화로 변이되는 지점이 관객에게 큰 쾌감을 줄 수 있다. 둘째, 관객이 이미 이야기의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면 플롯을 변형하고 압축하는 데 부담이 적다. 셋째, 원작의 예술성에 의탁하여 원작의 문학을 구현한 예술 작품으로서 이어받을 수 있다(인용)

그리고 이 제각각인 해외 원작 창극에서
-여성의 한(恨)으로 치환된 비극성: 여성이 주로 수난당하고 희생하는 비극, 그리고 전통적 가치인 충효를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고민(코델리어의 효, 메데이아가 자식을 죽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희생자로서 비쳐야 한다는 점, 우희의 지고지순함 등) <-저는 특히 이 부분에서 '베니스의 상인들'이 이질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도창과 코러스, 그리고 민중의 목소리를 읽어냅니다. 특히 저는 그리스 연극을 좋아하는 점에서 소실된 그리스희비극이지만 오페라의 원형이 되었고 그것이 다시 창극에 영향을 주면서 그리스식 코러스가 도창과 합창에 영향을 주는 점에 대한 분석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각론 5 '창극 배우의 역사와정체성'에서는 제가 지극히 사랑하는 신재효 선생의 광대가-인물치레, 사설치레, 득음, 너름새 얘기가 오프닝을 뙇 장식합니다 ㅋㅋㅋ 여기서는 총체적인 연기인 '너름새'를 강조해요. 창극은 사실적인 극 연기이지만 손짓, 발짓, 어깨춤, 과장, 시늉, 발걸음 등이 전통적 너름새에 기반을 두고 수행해야 되는 등 창극의 다른 요소와 마찬가지로 '내일의 전통'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듯 합니다.

아 1908년의 창극 춘향전에서 이도령 역의 최득이는 '20대의 젊고 모양 좋은 광대로 〈너름새〉가 잘 어울리며, 소리하는 양은 우람하여 장안 의 인기를 독점하다시피 하였다'라고 합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100여년전에도 얼빠 ㅋㅋㅋ 나는 전통계승임

국립창극단 이후로 배우 세대를 나눠보자면
1세대 명창 배우시대('62~'79): 인간문화재, 판소리 중심
2세대 창극 배우시대('80~'99): 1세대를 사사하고 배우로서 정체성 확립
3세대 스타 배우시대(00~현재): 판소리 대학 전공, 창극을 넘나들며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는 스타 배우 이렇군요. 
마지막 제언쪽에 눈길이 간 게 창극단에 들어가서야 창극 연기에 대해서 배우는 게 거의 다이다 보니 ‘배우’이자 ‘광대’로서의 역할이 넘나들 수 있는 ‘창극 배우’가 체계적인 시스템 하에서 길러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이건 저도 창극배우들 인터뷰에서도 여러 번 본 적 있음)

 

휴 이렇게 깨알같은 254페이지를 한 달음에 읽게 만든 김수인씨께 완독의 영광을 돌리구요 겉핥기나마 창극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여담으로 위키디피아의 창극 항목은 자세한데 과거 내용과 한계에 머물러 있구요 나무위키는 최근 웨이브에 대해 집중한 감이 있어서 이 총서를 좀 더 대중적으로 다듬은 홍보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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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q6IFF_SjOg?si=YW-AxEjHhcRzgQQQ

2017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 실황
바그너 ‘발퀴레’

크리스티안 틸레만(지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연주
베라 네미로바(연출)
피터 세이퍼트(지그문트: 보탄의 아들, 발숭족 (테너))
게오르그 체펜펠트(훈딩: 지그린데의 남편 (베이스))
비탈리 코발조브(보탄:신들의 우두머리 (바리톤))
안야 하르테로스(지클린데: 보탄의 딸, 지그문트의 누이, 훈딩의 아내 (소프라노))
안냐 캄페(브룬힐데:발퀴레, 보탄의 딸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마이어(프리카:보탄의 아내, 결혼의 신 (메조소프라노))
8명의 발퀴레들: 헬름비게, 오르트린데, 게르힐데 (소프라노), 슈베르트라이테 (콘트랄토), 발트라우테, 로스바이세, 그림게르데, 지그루네 (메조소프라노)
한 줄 요약: 불륜 치정 복수....근데 쌍둥이 근친임(아싸 신난다)
저의 클래식 레퍼런스 채널 오르페오에서 방영해 준 2017년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 버전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를 보았습니다. 자휘는 크리스티안 틸레만, 드레스덴 국립관현악단 연주군요. 국내에 DVD 및 블루레이 버전으로 발매되었을 만큼 유명한 버전인가 보아요. 일단 믿고 보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답게 무대의 세련된 퀄리티와 음향, 조명, 부내가 엄청납니다. 사실 발퀴레가 음침한 숲속에 농막 뭐 그런 배경인데도 고급스럽게  표현하자면 한이 없군요.

바그너는 어렵고 인간이 재수없다(...)고 생각해서 거의 안 봤는데 생각보다 격렬하고 재밌군요. 

이 오페라는 4부작 중 두 번째(1은 라인의 황금)에 해당하며 전체 주인공인 지그프리트 부모의 이야기입니다. 1막에서 도망자인 지그문트와 사냥꾼의 훈딩의 아내 지클린데는 보자마자 금사빠입니다. 근데 이게 뭐 순수한 사랑이라기보다는 보자마자 육욕과 치정 그 자체. 지클린데가 쓰러져 있는 지그문트(근데 너무 건장해서 1도 안 불쌍)를 발견할 때부터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붙어먹...아니 붙어먹기 일보 직전. 그리고 지그문트가 물을 청하는데 뭐 이건 선사시대인 건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지클린데 손바닥으로 받아서 주는데 지그문트가 두 손으로 감싸안고 할짝할짝도 아니고 엄청 축축하게 수십번 핥음...그리고 지클린데가 그 손을 다시 자기 혀로 핥으며 기뻐함. 그 다음 지클린데가 음료를 컵에 갖다주는데(뭐야 아까 컵으로 주지 왜 드럽게 손바닥에 받아 줬음) 니가 먼저 먹어보라고 해서 지클린데가 엄청 야하게 물을 들이키고 그 입술이 닿은 자리에 또 지그문트가 갈구하듯 벌컥벌컥 들이킴. 차라리 보자마자 섹스를 해라.

이것이 낭만주의 파워인가...

여튼 이런 류의 '농부의 아내' 스토리에 걸맞게 남편인 훈딩(아니 근데 훈딩씨 지그문트에 비해 너무 갸냘프잖아여... 테너랑 베이스가 체격이 바뀌어써;;;)이 집안에 들어와서 둘을 엄청 수상하게 바라봄. 그리고 아내를 쥐잡듯이 잡는데 무슨 벨트를 휙 풀어제낄 때는 아내를 패는 줄 알았고 그리고 발 씻을 물(...) 가져온 아내를 갑자기 자기 무릎에 앉히더니 온 몸을 샅샅히 뒤지고 부정의 증거를 찾으려는 듯 아랫도리를 더듬더듬;;;

여기 한 놈도 제대로 된 놈이 없군요-_-

여튼 정체를 추궁해 보니 지그문트는 훈딩네 친척을 몰살시킨 원수였구요, 그래서 무기도 없는 놈을 죽이는 건 도리가 아니니 그 다음날 죽이기로 했는데 그 동안 지클린데가 남편한테 수면제를 먹여서 둘이 이차저차하고 칼 뽑고 남매이자 부부가 되기로 맹세하고 강렬하게 키갈하며 붙어먹는 것으로 1막 끗.
 
2막 발할라 무대도 심플하지만 멋지군요. 북유럽 신화에서 보탄은 제우스, 프리카는 헤라, 딸(근데 프리카 딸로는 안 보임)인 브룬힐데는 아테네 포지션인가 보아요. 여전사 발퀴레 중 하나인 브룬힐데와 보탄의 대화로 시작하는데 보탄이 브룬힐데를 총애하는 게 티가 납니다. 프리카는 두 쌍둥이가 결혼의 가치를 손상시켰다고 분노하고 보탄은 '사랑없는 결혼이 신성하지 못하다'라고 방어(...프리카 속 좀 많이 썩였겠...) 베바만 보면 승민병 도져서 승민이가 중년 쯤 보탄(제우스 격)을 해줬으면 좋겠...근데 보탄이 무슨 판다눈 분장하고 있어서 이걸 시켜야 되나...(고민) 암튼 보탄은 쓰레긴데 무척 매력적이네요. 분노한 프리카가 쏟아놓는데 갸들은 역시나 보탄이 인간 여자한테서 낳은 쌍둥이였음. 제우스 맞네.

그리고 보탄과 프리카의 설전 끝에 패륜남매를 보탄이 보호하지 않기로 하고(아 이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자주 봤어) 다시 나타난 브룬힐데 앞에서 보탄은 온갖 괴로워하는 척은 다 해서 '아버지의 뜻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는' 브룬힐데가 '자의로' 나서게 만드네요 아 교활해...  아 맞다 이 4부작을 관통하는 줄거리를 보탄이 다 설명해 줘서(근데 진짜 보탄 나쁜 짓 많이 했네요 심지어 지그문트가 저 짝이 난 것도 다 보탄 때문) 라인의 황금 안 봐도 대충 알게 만드는 건 좋군요.
 
2막은 끝날 줄을 모릅니다. 좀 끊고 가지... 지그문트 남매 아니 부부가 도망치는데 브룬힐데가 와서 니 아내는 내가 보호해줄 테니 살 길을 찾으라고 하는데 세기의 사랑 납셔서 옥신각신하고(제일 위의 사진은 바로 그 장면)...훈딩이 쫓아왔는데 지그문트 창을 보탄(아빠...)가 쫓아와서 뺏어버려서 결국 훈딩 손에 지그문트가 죽었네요; 대체 보탄 웨저래... 프리카한테 약점 단단히 잡혔어요. 그리고 자신의 말을 거역하고(음?) 지그문트를 방패로 보호한 브룬힐데에게 보탄이 분노함.
재밌는데 기네요. 이게 뭔 동초제 판소리도 아니고;
2막 요약: 만악의 근원 보탄(아 근데 마지막에 파아아국이다 할 때는 좀 멋졌...)
 
3막 시작. 투구-갑옷-긴 창 차림의 늠름한 여덟 여전사 발퀴레가 멋있군요. 역시 게르만 피지컬. 근데 사고 친 브룬힐데가 도망치겠다고 구해달라고 하자 다들 아버지의 분노를 두려워하며 거절함. 보탄 대체 어떻게 살았던 거냐...
자 여기서 중간 요약을 해 봅시다. 보탄의 사생아 두 쌍둥이가 근친을 했는데 보탄이 자기 사생아 아들을 죽여버리고 역시나 사생아인 아홉 딸 여전사 중 하나인 이복 누이가 임신한 쌍둥이 누이 쪽을 구해서 도망쳤는데 나머지 딸들은 아빠가 무서워서 오들오들 중임...

그리고 보탄이 나타나서 브룬힐데를 원형으로 엄호한 발퀴레를 하나하나 바닥으로 집어던지면서 '쟨 내 말 들으려고 만든 도구고 내 뜻을 어긴 적이 없었는데 거역했다'는 취지로 20분째 분노... 보탄 역을 중년의 승민이가 해주길 바랬는데 지금보다 40kg는 더 찌우고 개털 코트에 팬더눈 인성... 아니 신성 쓰레기를 시키려 했다니 내가 다 미안하다
근데 노래는 진짜 잘하네 쩝;

브룬힐데의 모든 영광을 뺏고 발퀴레에서 내치고 대충 아무놈한테나 결혼시키려고 하니까 브룬힐데가 아빠 그 동안 말 잘 들었잖아 아빠 면 봐서라고 아무나는 쫌... 하니까 ㅇㅇ 하면서 끗.

아니 근데 오페라 제목이 지그문트와 지클린데가 아니라 발퀴레인 이유를 알겠네요. 지가 내쳐놓고 사랑하는 너를 잃어야한다니 이제 말을 같이 달릴 수 없단 말인가 껴안고 물고빨고(진짜임) 염병천병 떠는 거 보니 부녀근친 이쪽도 매우 수상쩍음.

아...근친은 너무 짧고 보탄은 너무 길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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