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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사라는 우산이 걷히기 전에 비 맞을 준비

 

인사 주관 부서(ㅋㅋㅋㅋ...그저 웃지요)와 퇴직 관련 협상에 대해서 길게 쓰고 싶지 않다. 다만 나는 좋게좋게 나가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관부서와는 꼭 그런 것 같지 않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차후 실업 급여 관련된 절차에서 그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암튼, 퇴직 협상 후 퇴직일까지는 약 3주 정도 기한을 두었다.

 

구 직장에는 퇴직 직원을 위한 매뉴얼이 존재한다. 제법 상세하고 친절한 매뉴얼이라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회사와 관련된 절차만을 안내하는지라 개인적으로 챙겨야 할 것이 많다. 대전제는, 직장인은 회사에 노동력과 영혼을 헌납하고 월급과 스트레스만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의 신용도와 상당한 복지도 받는다. 물론 자신이 받는다는 자각도 없이 무럭무럭 유비의 허벅지처럼 나태해져 간다. 퇴사한 다음에야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직장인으로서 보호받아왔나 화들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1)건강보험

국민연금은 자신이 돈이 없음을 필사적으로 읍소한다면 정기적인 추궁 끝에 납부 의무를 면제받는다. 하지만 건강보험은 그렇지 않다. 퇴직으로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자동전환되고, 전환 후 각종 종소세와 재산세 빅데이터를 근거로 하여 주택, 전세금, 자동차 등등을 근거로 한 금액 납부를 통보받는다. 직장가입자처럼 사업주가 50% 부담해주는 것도 아니고 오롯이 자신의 부담이다.

 

나는 건강보험 앱을 깔아 내 주택의 시가와 지방세 기준가액, 자동차 과세가액을 기초로 내 지역보험금액을 개략적으로 산출한 후 화들짝 놀라서 집이고 차고 다 팔아버리는 게 낫겠다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해버렸다(...사람이 잠을 못 자면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인사 주관 부서의 모 차장은 나의 퇴사 결정을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퇴사는 극단적 선택이 아니었지만 집 판 건 극단적 선택이 맞는 것 같다. 심지어 팔고도 몇천 더 오르더라...아 속쓰려;;;)

 

그리고 나서야 좀 합리적인 대안을 알아보았는데, 직장가입자인 친족에게 기생하는 것이었다. 마침 아버지는 파트타임으로 자신의 구 직장에 고용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사정을 종합하여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해 보았다. 답변인즉슨 만 30세 이상 자녀는 실직하여도 부모 밑에 들어갈 수 없지만, 한번도 결혼한 적이 없으며 지금도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당시 거주하던 곳의 주민센터의 자동발급기에서 1,000원의 수수료를 주고 '혼인사실관계증명서(이전 사실 포함)'이라는 해괴망측한 문건을 떼어 신청서와 함께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여 회사의 우산을 떠나 70대 아버지의 우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 우산을 앞으로 벗겨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최대한 이 우산 안에 머물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따로 후술할 예정.

 

(2)각종 마이너스 대출, 신용카드

10여년간 직장 우산 안에서 내 신용등급은 1등급이었지만 다단계 하락이 확정적이었다. 물론 단기간은 재산세 납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방어 가능하지만 아니 주부는 남편이라도 있지 나이는 많지 직장도 없지 남편도 없지 이건 뭐...내가 담당자라도 나 믿고 안 빌려주겠다. 고로 cherry picking 목적 등으로 신용카드 발급을 생각한다면 퇴직 준비 기간에 냉큼 발급받고, 마이너스 대출 한도도 높여두는 게 낫다.

 

아직 퇴직한지 넉 달밖에 되지 않아 각종 민원과 소명시 '직장명' 이 없음에 대한 페널티는 받은 게 없지만 받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 겪어나가면서 쓰도록 하겠다. 

 

그러나 퇴직자는 퇴직으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딱 한 가지 급부가 있다. 일명 '실업급여'라고 불리는, 구체적으로는 구직급여라는 물건인데 이는 받기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구직급여로 가는 험한 길'이라는 항목으로 따로 쓰도록 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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