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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썰을 풀기 전에 밑밥을 깔아보자면, 저 구직급여라는 물건은 실업급여라고 통칭되는 것으로서 여러가지 공작 끝에 퇴사한지 넉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1회차 수급을 시작한 터라 우리 갑님인 고용노동부님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굳이 실업급여도 아닌 구직급여, 그리고 검색 방지를 위해 *구*직*급*여* 라는 심히 온라인 바카라 홍보스러운 문구로 대체한다. 방금 시작한 블로그에 무슨 자의식 과잉이냐고 하겠지만 살다가 신상도 거하게 털려본 적이 있는지라 올 사람만 오라고 네이버 블로그도 아니고 티스토리까지 꾸역꾸역 기어들어온 사람이라..(굳이 있는 이글루스 블로그 놔두고 왜, 라고 하겠지만 이글루스에는 정사갤 병신들이 너무 많고 맨스플레인을 시전할 병신들은 더욱 많아;;;)

 

제목에 대한 설명을 마쳤으니 본격적으로 시작.

 

내가 구직급여에 대해 듣게 된 것은 퇴직 협상, 그러니까 재직 마지막 기간 중의 일이었다. 당시 회사밖 지인과 퇴직에 대해서 담소를 나누던 도중 '내가 자발적으로 퇴직하였지만 손목터널증후군 증세도 있던 터라 회사와 적당히 얘기를 잘 해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한번 알아보도록 하여라'라는 요지의 말을 듣게 되었다. 음? 퇴직자 매뉴얼에는 자발적 퇴직에 의한 경우는 실업급여 대상이 아니라고 하던데? 그러나 그 퇴직자 매뉴얼은 대부분의 직원이 정년 퇴직을 하고 극소수의 야심찬 직원들만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명예퇴직을 하는 구 직장의 사정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으로서 나같은 특이한 케이스(얼마나 특이한 케이스였는지 퇴사한지 넉달이 지난 지금도 아니 왜 나갔냐며 전화가 가끔 온다;)는 당연히 감안하지 않은 것이었다. 잠깐 구글링을 통해 '자발적 케이스는 원칙적으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아주 특이한 경우에는 가능하기도 하다'라는 요지의 고용노동부 FAQ를 득템하였다.

 

그리고 재직기간/퇴직연령 조견표(당연히 재직기간이 길 수록, 그리고 퇴직연령이 높을 수록 지급받는 일단가와 지급받을 수 있는 기간이 커진다)에서 내 상황을 대입하여 보니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유럽을 몇바퀴 돌고 소위 말하는 외국에서 한 달 살기를 몇달 시전해도 넉넉한 금액임을 확인하고(폰 쇤부르크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을 읽은 후부터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 1달간 살아보려는 가당찮은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물욕은 본격적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침 구 직장의 4대보험 담당자는 내가 사내 갑, 그가 사내 을의 관계였는데 그가 무서운 팀내 누님들에게 치이고 일에 허덕이는 걸 평소에도 딱하게 생각하던 내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서 프로젝트 일정을 '2주 동안 화장실도 못 가고 허덕이는 정도'에서 '힘들긴 한데 그럭저럭 할 만한 정도'로 넉넉하게 조정해 준 적이 있다. 마침 그 프로젝트는 전작 프로젝트가 회사의 장까지 직접 나설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받아서 일정에 조정 여지가 전혀 없던 것에 비하면, 이제 단물 꽤 빨아먹고 윗사람들 관심도가 좀 떨어진 상태라 일정 조정이 가능한 상태였으므로 전가의 보도 'ERP 시스템의 후진성과 외주 직원의 무능함' 핑계를 대서 가능했다. 나는 대체로 윗사람들에게 매우 정직하게 대했지만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_-

 

이런 일들로 꽤 나에게 호의적이었던 4대보험 담당자는 갑 대장들에게서 방어막이었던 내가 사라져서 매우 슬퍼하며 세무신고 중에서도 직접 발로 뛰어 고용보험 당국으로부터 쓸만한 답변을 가져와주었다.

 

구직급여는 구직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구직을 장려하기 위해 지급하는 것으로서 나와 같이 도저히 회사 생활을 계속할 수 없이 병마에 시달려서 퇴직하는 사람은 일단 지속적인 치료로 구직활동이 가능해진 후에 신청 가능하다. 그 때 필요한 증빙은,

-퇴직 시점에서 이 사람은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불가능하며 최소 2개월 이상의 가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양반의 진단서

-다 나은 시점에서 이제 드넓은 구직의 바다로 떠날 수 있다는 '그' 의사양반의 진단서

-퇴직 전 시점에서 얘는 쓸만한 인병 휴직 다 써서 바닥나는 등 노력을 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퇴사한다는 전 회사 측의 확인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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