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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실직한지도 이제 어언 1년 2개월이 되었습니다. 이쯤 되니 그간 근황을 물어보는 지인들의 물음 샘플도 엔간히 쌓이고, 거기에 대답하는 제 반응도 이력이 붙어서 글로 남길 만큼이 되었어요.

일단 상태 개괄을 하자면 '실직한 노처녀'란 참으로 일반 사람들에게 대하기 난감한 상태라는 겁니다. 특히나 이 지방에서는 이 나이의 여자란 남편의 사회적 성공이나 아이들의 학업에 대해서 물으면 딱 좋은데(심지어 본인이 사회 생활을 하고 있어도 남편과 아이의 근황만 꾸역꾸역 묻기도 합니다;) 그것도 없고, 직장 생활도 안 하고 있으니...

이건 이것대로 난감해 보이고 말입니다(참고로 저 책은 읽어봤는데 제목하고 일러스트가 다 했습니다. 딱히 내용은 알차다고 보기 힘들어요)

그런데도, 혹은 그러니까 제 근황에 대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은 가끔 있습니다. 이럴 때 제가 머릿속에 넣어두는 건 두 가집니다.

첫번째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나에게는 중요한 사실을 타인은 모르는 경우도 있고, 들었으나 까먹는 경우도 많고, 지금 얘기해줘도 TMI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더 많습니다.

두번째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해 아주 큰 호의도, 그렇다고 대단한 악의도 없습니다. 타인의 불행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동시에 자신이나 가족은 이 사람보다 낫다며 비교우위적인 만족을 느끼며, 심지어 그걸 얘기조차 한다 할지라도 안타까움도, 만족도 진심일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안타깝다고 해도 뭐 딱히 물질적인 도움은 안 줍니다. '화이팅!' 뭐 그런 거죠.

이제 세부 상황별로 들어가 봅시다.

​1. 질문 : 요즘 뭐해? / 대답 : (건강이 무척 안 좋아져서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 와서 쉬고 있어요.

괄호 안은 오래간만에 만나거나(제 기준은 '1년에 한 번 만나면 짱친 절친'입니다) 고향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에게는 꼭 부연설명의 서사로 붙여줘야 할 얘깁니다. 일단 오래간만이다 보니 왜 고향에 내려왔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고, 들었더라도 까먹는 경우도 많고 일단 겉보기에는 상당히 멀쩡해 보이다 보니(심지어 화장을 잘 하면 이뻐보이기조차 합니다!) '대체 왜?'에 부합하는 원인관계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쯤되면 이제 듣는 사람은 슬슬 심각해지며 절반은 아 괜히 얘기했다고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저라는 인간은 일을 무척이나 좋아하며 관짝에 들어가지 않는 한 그 회사를 그만둘 유형이 아니거든요. 이쯤에서 '화이팅!'으로 마무리짓고 떠나는 사람이 생겨납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말을 더 이어갑니다.

​2. 질문 : 그럼 뭘로(뭐 해먹고) 살고 있어? / 대답 : 모아놓은 돈 까먹고 살고 있어요.

이 대답은 두 가지 함의를 지닙니다. 일단 '모아놓은' 돈은 있되 까먹고 살고 있는 처지니 나한테 돈 빌려달란 얘긴 하지 말라는(독신자의 돈은 사회 공공의 것 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얘기이기도 하고, 육친 등골 브레이킹은 안 하고 내 돈으로 먹고 산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등골 브레이킹에 대해서 얘기할 게 좀 많은데, ‘여자가 무슨 돈을 벌어 다 부모님이나 남편한테 받은 돈 쓰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이 지방에 특히 심한 사고에다 즤 아부지가 (실속은 없는) 지방 작은 유지쯤 되셔서 제 이른 퇴직에 대해 이리 넘겨짚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나 제 고질병의 원인제공자 첫번째 *씨는 동네방네에 ‘쟤 아부지가 (근무하는 사업장) 건물주라서 쟤가 그거 믿고 퇴직한 거니 걱정 안 해도 된다’라고 퍼뜨리셨다고 ㅋㅋㅋ

일단 즤 아부지는 이미 은퇴하고 사업장 넘겨준지 4년이 되었고, 그 사업장 건물은 임대에다 권리금 0으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전 스물 이후로 집에서 보조 못 받고 제가 벌어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기대할 건 없습니다. 맏손자가 있는데 딸 따위 ㅋ(노후보장은 되어 있는 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뭐 대충 이런 기분입니다. 그 때도 대화 1도 없이 넘겨짚더니 여전한 건 여전하시네요...

​3. 질문 : 그럼 이제 결혼해야지? / 대답 : 아...(눈을 내리깔면서) 초산 연령도 지났는데요...
​이런 유형의 질문을 하는 분들 대부분은 여자의 결혼에서 효용 가치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거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에(공정위 위원장 후보에 대해 울산 중구 5선 양반이 한 쉰소리를 보면 아주 재밌는 맥락이 나옵니다. 결혼 얘기는 바로 뛰어넘고 애를 낳으라고 함 ㅋ) 또 심각해집니다. 얘는 왜 나한테 이런 걸 알게 하지...이쯤에서 손절 속출.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제 나이를 물어보고(사실 상대방 정확한 나이를 기억하는 경우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정부 정책에서도 벗어나는 나이임을 알게 됩니다. 건강하기만 하면 요즘 세상에...를 시전하려 하지만 1번이 생각나서 장벽.

그럼 이제 포기하고 ‘진작에 결혼하지 그랬어!!!’를 시전하지만 이 말은 ‘왜 내게 이런 난감한 상황을 주냐’ 이외에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10년전 일을 어쩔 수 없다는 걸 다 알고 있거든요.

7-8년 있으면 재취 드립이 나올 거 같은데 그때 가서 고민을 해볼까 합니다.

3-1. 그래도 멋진 연애는 해 봐^^
​일단 이 경우까지 거의 안 옵니다. 일단 저랑 동년배거나 그 이상의 경우 아이를 낳기 힘든 나이의 여자가 연애의 쓸모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며 기혼이든 비혼이든 이 나이대거나 이상의 경우 연애도 강권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며 제 나이보다 아래인 남자들은 꼰대소리를 할 의지는 충분히 있으되...

...나이든 여자 자체에 관심이 없음 ㅋ

저도 뭐 두세번 들어보긴 했는데 그저 심각하지 않게 ‘아 ㅋ 굳이 ㅋ’ 정도로 넘깁니다. 심각했다간 옛사랑의 상처가 크다는 식으로 오해를 빚을 소지가...

대충 이렇게 요약해 볼 수 있겠는데요. 중요한 건 자신의 처지도, 남의 호기심도 적당대충하게 넘길 수 있는 자세입니다. 저도 하루하루 관짝웨이팅일 때는 ‘왜? 건강해보이는데’ 한 마디에도 빡쳤었지만 관짝에서 좀 멀어지고 그냥 병자가 된 지금은 그저 건강해보이나부다 웃습니다.

화이팅 ㅎ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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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갱상도 할재는 답이 없다

최근 일주일간 제 집에서 난민(정확하게 말하자면 난민과 약 50퍼센트 정도 상황이 비슷한 분들이지만 앞으로 난민으로 통칭합니다. 신상 문제가 있어서 국적이나 자세한 내용은 가립니다) 케어 활동을 했었습니다. 애초에 제가 이 활동을 신청했던 이유는

-제가 후원하는 NGO 단체의 체계적인 조직과 활동에 대한 신뢰
-건강 상태에 대한 근거없는 자신(신청 당시는 2월 초라 건강이 악화되기 전이었습니다)
-노니 장독깬다는 경험치 추구 편향
-재워주고 가끔 먹여주기만 하면 되겠지 하는 나이브한 전망

...등등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근거는 다 깨졌어요. 건강은 여러번 말했다시피 악화되어 있었고, 나머지도 다 예상과 다르더군요. 남아 있는 게 있다면 제 쓸데없는 개방성과 뭐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의욕밖에.

일단 난민 그룹 일주일 케어 활동은 호텔에서 숙박하고 그룹 버스와 가이드를 제공받는 단체와, 개인 집에서 숙박하는 개인으로 나뉘어집니다. 개별 숙박을 제공하는 쪽은 숙박과 기타 경비 일체를 호스트 부담으로 제공합니다(대신에 단체의 경비를 몸빵;해서 절감해준다는 보람과 난민을 일대일 케어해준다는 뿌듯함 등등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여기서 문제는 단체의 경우 숙박과 보안은 호텔의 체계적인 서비스를, 이동의 경우 단체 버스를, 식사는 준비된 식단을, 투어 등은 가이드 등 체계적이고 분화된 서비스를 제공받습니다. 그런데 개인은 호스트가 이 모든 것을 해야 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당일날 밤까지 호스트로서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알려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니 심지어 일주일간의 일정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심지어 누가 제게 알려주는 연락선인지도;;;(이건 이유가 있었는데 나중에 밝혀집니다) 저는 의욕있는 사람이라 다른 경로로 해서 좀 정보를 줏어듣긴 했습니다.

입국, 활동 그리고 다른 장소로 이동까지 모든 단체 행동에 대해서는 임박해서야 의사 결정과 연락이 이뤄졌습니다. 이거야 이분들의 보안이나 워낙 변수가 많은 상황을 알기 때문에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런 연락을 제게 해 줘야 할 분이 갱상도 할재 한 분이었는데 R&R에 대한 사전 통지도 없었고 일주일간 제게 수십통은 했어야 할 연락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신뢰하는 NGO는 여러 모로 유능하고 잘 조직된 곳이었지만, 갱상도 할재 변수를 생각하지 않았던 겁니다;;; 최소한 이 지방에서는 가족 단위로 난민 개인 케어 활동이 이루어졌고, 여자 혼자서 대표로 이런 활동을 하는 걸 낯설어합니다. 아니 애초에 삼종지도가 머리에 쳐들어가서 뽑히질 않는 건지 여자가 뭔가 의사결정을 하고 책임진다는 자체를 믿지 않음;;; 아 좀 믿으라고...

그래서 못 미더웠던 갱상도 할재는 공식 라인에 있었던 저의 연락처를 꾸역꾸역 배제하고 저의 남자 육친 연락처를 어디서 구해와서 그쪽에만 연락을 했습니다. 그것도 딱히 신속하진 않았습니다. 문제는,

-저와 남자 육친은 같이 살지 않습니다
-남자 육친도 일이 있고 바쁜 분이라 바로 제게 전달해주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일주일 내내 저만 바라보고 있는 난민 두 분의 각종 돌발상황에 대처해야 하는데 가이드라인은 저를 외면하고 ㅋㅋㅋㅋ 이건 뭐 에어비엔비 호스트 정도나 생각했는데 조난 동물 임시보호활동이었음 ㅋㅋㅋ 심지어 동물에 대해 일자무식한 자인데 ㅋㅋㅋ

아, 사실 난민들 자체는 크게 문제없었습니다. 당연히 한국어는 한 마디도 할 줄 몰랐고 영어도 못했지만 구글 번역기의 힘을 빌어 의사소통도 가능했습니다. 한국-해당국가 언어 번역은 50퍼센트 정확성도 없는 것 같았지만, 영어-해당 언어는 깔끔하게 잘 번역됩니다. 따라서 저는 일주일 동안 해당 국가 말은 단 다섯 단어밖에 배우지 못했고 대신 영어가 늘었습니다(...)

그리고 그 국가 특성상, 그리고 단체를 마다하고 굳이 개인 활동을 선호하는 특성상 취향이나 호불호가 확실하고 그걸 잘 표현하는 타입들이었는데요(더불어 호기심도 대단히 많았습니다), 들어줄 만한 건 들어주고, 아닌 건 이유를 설명하면 바로 납득했습니다. 가이드의 능력은 아무래도 문제 해결 능력보다 손님의 무리한 요구를 끊어주는 능력+별 거 아닌 걸 대단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능력인 거 같습니다. 집 근처 번화가에서 적당한 가격의 중고 아이폰을 중개해주는 능력이라든가, 그걸 해당 국가로 로칼라이징해주는 능력이라든가, 관세 환급을 받아주는...(...)

저는 일을 좋아합니다. 해결하는 것도 뿌듯해합니다. 저 혼자일 때면 체계없고 계획없는 일정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제가 누군가를 책임져야 할 경우, 제게 정보가 주어지지 않고 계획이 없는 상황을 매우 싫어합니다. 이미 4년 넘는 세월 동인 갱상도 할재 상사 두 명한테서 당한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일주일 딱 중간에 모임에서 이 갱상도 할재를 잠깐 만났는데, 저를 ‘삐진 기집애’ 취급해서 2차 환장 ㅋㅋㅋㅋ 내가 여자든 동물이든 뭐든 그냥 시키는 대로 나한테 연락을 하라고 제발... 할재와 내가 무슨 상관이관대 내가 삐지겠어...

그리고 그 할재는 끝의 끝까지 제 남자 육친에게만 전화를 했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불편과 위험한 상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꿋꿋했습니다. 뭘까요 할재...

조난 동물 임보 활동...아니 난민 개인 구호 활동은 일주일간 여러 환장의 에피소드만 남기고 무사히,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NGO단체에서 피드백 설문이 왔는데, 이 얘길 했다간 저만 장유유서에 반하는 반사회적 인간이 될 게 뻔해서 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지역 사회 내에서도 하지 않았습니다. 글로라도 쓰니 좀 체증이 내려가네요 후...

이번의 교훈은,

-구글 번역기는 영어 번역이 짱이다
-파파고 번역은 제3국의 경우 의외로 별로다
-자선의 마음은 돈으로 표현하자
-갱상도에서 유상이든 무상이든 일을 하지 말자

등등이 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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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thebell.co.kr/m/newsview.asp?svccode=00&newskey=201908120100020130001259&page=1&sort=FREE_DTM&searchtxt=
요즘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S(파생연계증권)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브렉시트와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안전자산인 독일 장기 국채의 가격 급등, 금리는 마이너스로 하락했거든요(채권과 금리는 부(-)의 상관 관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독일 장기 국채 금리가 하락하지 않은 것에 베팅한 이 상품은 부분 또는 전액 손실 위기에 있습니다.

십여년 금융 밥 먹고 파생상품에는 쓸데없이 이론만 빠삭한(관련 라이센스는 있으나 운용 경력은 없습니다) 개인 사견을 말하자면,

-증권사(설계)-운용사(형태 보정)-은행(판매)간 정보 비대칭성 비극
-금융상품리스크위원회 등 리스크관리 실패
-은행의 고수익상품 KPI 과도한 압박
등등이 낳은 비극이라고 봅니다.

뭔 얘긴지 좀 풀어서 얘기해보자면요,

이 상품은 금리파생상품입니다. 본체인 독일 장기국채의 가격과 연계는 되어 있되 위험은 굉장히 레버리지, 그러니까 뻥튀기가 되어 있다는 얘기죠.


문제는 대부분의 금융소비자가 채권의 경우 본체와 파생상품을 헷갈려합니다. 채권의 경우 주식에 비해 굉장히 변동성이 낮고 안정성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 상품처럼 독일 국채라서 안전해 보일 경우는 그렇죠. 본체의 경우 금리 변동으로 인한 가격 변동, 그리고 파산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위험이 거의 다입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죄송하지만 최근 디폴트난 케이스 기억나는게 이 나라라;)라면 모를까 독일이 디폴트가 나겠어요?

본체에 한정하자면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만(요즘처럼 격변하는 세상에선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얘는 파생상품, 그 중에서도 굉장히 변동성이 심한 파생상품입니다. 음...주가연계 ELS 구조와 비교해도 좀 과격한 형태예요. 금리가 0.1%가 내려갈 때마다 원금이 20%씩 누적적으로 손해보게 해 놨으니까요.

근데 대부분의 요즘 금융업 경우가 그렇듯이 정보 단절이 너무 심했습니다. 일단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NH투자증권 3개 증권사에서 얠 파생연계증권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유경 등 4개 자산운용사가 이걸 소매 가능한 형태인 ‘사모’ 펀드에 담았어요. 그리고 이걸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은행 PB 창구 등에서 판매한 겁니다.

은행 WM(자산관리) 부문 직원들은 끊임없이 고객 응대 교육과 금융상품판매 소양에 필요한 교육을 받고 관련 자격증을 따도록 독려받습니다. 그건 기업금융충이던 저도 알아요. 다만 이분들의 소양에 비해 요즘 출시되는, 그러니까 판매해야 하는 상품이 너무나 복잡다단해진 겁니다.

제가 마지막 구남친의 새끼손가락(어차피 잃든 말든 상관없음)을 걸고 얘기하는데, 은행 wm센터까지 내려왔을 때는 본점에서 판매 목표, 각종 가입관련서류, 구조 관련 상품 ppt(이건 제일 마지막에 내려왔을 수도 있습니다) 정도 던져줬을 겁니다. 증권사, 운용사에서 설계하고 보정한 사람은 얼굴은 커녕 설명도 없었을 겁니다. 아, 상품 ppt는 만들어줬겠죠.

이 상품 특정해서 판매 목표는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특성상 판매 수수료가 높다 보니 수수료 KPI에 연계되어 영업 압박이 높을 건 추정 가능합니다. 이쯤되면 판매 쪽에서는 아무말 대잔치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본체인 독일 장기 국채의 특성과 이 파생상품을 혼동한다던가(‘독일이 망하겠어요?’라는 말을 PB가 했다는 증언) 과거의 성과로 미래를 보장하거나(‘한번도 손실난 적이 없어요’라는 설명)는 그렇게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사견으로는, 이 상품은 한국 은행 업계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은행에서, 개인에게 팔아서는 안 되는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몇천억 있는 자산가에게 5억원이야 미미한 거지만...개인에게 허용된 순간부터 몇억원 퇴직금이 재산 전부인 개인에게 판매하는 작금의 현실도 가능하잖습니까. 초고위험 5단계라고 해도 위험중립형(이런 분들은 우량 회사채도 조심해서 사실 분들)한테 서류 고쳐서 파는 마당에.

결국은 증권, 운용사 금융쟁이들이 제안서 가져왔을 때 은행 본점의 금융상품리스크위원회에서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결정을 내렸어야 할 일인데요, 보통 이런 거 위원회장인 리스크부행장은 리스크 경험이 별로 없고 밑의 실무 직원들 중 파생상품에 대해 이 정도로 깊은 이해가 있는 직원은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보를 전달할 정치력이 없습니다.

이 사건은 진행중입니다. 손실과 상관없이 증권과 운용사는 운용수수료를, 은행은 판매수수료를 가져갔구요, 금감원 감사 결과에 따라 다소 징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손실을 본 개인은 감사 결과에 따라 약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전액은 힘들 듯 합니다.

의사결정에 가장 영향 준 사람들은 가장 덜 다치고 가장 많이 가져갈 겁니다, 아마도.

그럼 개인은 뭐해야 되냐 예적금만 답이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다만 투자상품을 권유하는 창구에서 나보다 더 모를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과거에 안전했어도 불확실성의 시대인 현재는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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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신을 지칭할 때 가끔 ‘키 작고 눈 처지고 마른 여자’로 간략하게 묘사하곤 합니다. 몇 개월 전까지는 세 가지 다 별다른 이견이 없었죠(아 물론 저는 제 키가 대한민국 여자 평균이라고 주장합니다만 어째 요즘 키 큰 아가씨들이 너무 많아서 평균이 평균같지가 않아요...) 문제는 마지막 얘기죠.

최근, 그러니까 2018년 한 해 동안 10kg가 쪘었거든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을 겁니다. 상반기, 그러니까 불면증과 종양 등등으로 고생할 때는 수면부족과 관련 약물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릅니다.(수면이 부족하면 살이 찔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습니다. 관련 약물 역시나 그렇습니다. 참으로 신비한 호르몬 세계라 잘 모르겠으나, 전적을 고려해 봤을 때 전 수면이 부족하면 +쪽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퇴사할 때는 +3kg 정도라 눈썰미 좋(으며 굳이 자신의 소회를 바로 털어놓을 만큼 눈치를 밥말아먹)은 사람들은 얘기할 정도였죠.

하반기에 +7kg을 추가한 건 다른 이런저런 이유가 추측이 됩니다.
-퇴사 전까지 하던 업무가 답도 없고 골치아픈 거다 보니 머리를 꽤나 썼는데 그만둔 이후로는 딱히 머리 써서 에너지를 소모할 일이 없었습니다. ...해봤자 실업급여?;
-백수 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식사 생활이 불규칙해지고 소위 말하는 ‘불건강한’ 식이 빈도가 잦아지더군요.
-역시나 이게 제일 큰 원인인 것 같은데, 하반기에 그간 못 만났던 사람들까지 만나서 술을 엄청 마셔댔어요. 사실 술 마신 그 날 자체는 괜찮을지 모릅니다. 전 안주보다 술을 때려먹는 스타일이라. 그 다음날에 알콜 분해하려고 당분이 잔뜩들어간 음료와 냉면 등으로 해장할 때 바로 찝니다.
-추가로 회사 다닐 때보다 편한 옷을 주로 입다 보니 속칭 ‘눈바디’에 대해서 둔감하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지 않나... 어차피 마름에서 정상 밴드 안으로 들어온 걸텐데 하다가 슬슬 +5부터는 ‘얼굴 좋아졌네, 살만한가봐?’ 어택이 들어왔고 캐주얼한 옷도 끼기 시작했으며, +7~8이 되니까 확연히 얼굴이 후덕해 보이면서 옷이 들어가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12월달에 이 정도면 옷을 아예 새로 사야 할 지경이란 판단이 서면서 반년만에 체중계에 올라가 보자 58.2kg라는 참으로 생소한 숫자가 맞이했으며 몸은...

...웬 구석기 최고 미녀 뷜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세상에 살찌면 다리도 짧아보여요;;; 내 인생에 남은 게 다리 길이밖에 없는데 ㅠㅠ

사실 전 얼굴 자체에는 아주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5키로 정도 붙으니까 이목구비에 여유도 있어보이고 좋더라구요. 제가 남방계 스타일로 여백의 미 없이 이목구비가 똻똻 들어차 있는 스타일이라 최지우씨처럼 백지같이 맹맹한 얼굴에 동경이 있어요 원래 자기가 없는 것에 동경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20세기 후반 최고 미녀 김희선씨가 말한 것처럼 여자가 일정 나이를 넘어서면 얼굴이든 몸이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마련입니다. 제 경우에는 몸이라기보다는 몸이 들어가는 옷이겠군요. 10kg이 순수 지방으로만 차오르니(체지방률은 무서워서 재지도 못했습니다만;) 옷 사이즈가 완전히 달라져서 새로 사야 될 판이었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시간은 잘도 흘러가서 2월 중순이 되고, +10을 지고 두 달간 지내 보니 여러 모로 불편했습니다. 넉 달쯤 잡고 빼기로 했어요.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아침은 하던 대로 우유와 과일로 하고, 점심과 저녁 중 한끼는 사람을 만나거나 밖에서 먹어야 하니 일반식을 먹습니다. 그리고 한 끼는...


닭가슴살 샐러드로 대체합니다. 여기서 재료는 미국식 과소비의 상징 코스트코에서 조달했습니다. 수지스 닭가슴살과 토마토, 유기농 샐러드팩을 조합하고 너무 심심하다 싶으면 수란이나 베이컨 크럼블, 치즈를 추가하고 닭가슴살이 물리면 오리 훈제로 대체하는 식.

-마침 술 마실 거리도 떨어진 참이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몸도 안 좋았고 해서 술자리도 줄였습니다. 혼자 마시는 것도 일주일에 한 번, 맥주 한 캔으로 제한. 이걸 위해서 집에 술을 일체 저장하지 말고, 4캔 번들로 마트나 편의점에서 쟁여오지 말고, 일주일에 한 번만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한 캔만 사 오는 걸로. 그런데 저란 인간은 결국 한 캔을 비우고 꾸역꾸역 걸어가서 또 한 캔 사오고 또 마시고 또 사오고..해서 세 캔은 채우더라구요.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스트레스받거나 숙취 있을 때마다 먹던 과당 음료를 제한했습니다. 정제당은 일주일에 두세번 시판 아이스크림으로 조달.

-운동은 작년 하반기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1주에 2-3번 다니던 필라테스와 걷기 운동, 가벼운 하이킹 정도. 몸이 안 좋던 때라 여기서 더 하면 탈이 나더군요.

첫 달은 -3, 두번째 달은 -2, 세번째 달은 -2, 그리고 6월 중순까지 마지막 -3으로 원상복귀되었습니다. 그 동안 몇 번 여행 등등으로 과식이나 과음 이벤트가 있어서 정체기 혹은 반등기; 가 있긴 했는데 어째저째 되긴 됩니다. 아마 이게 처음 해 본 다이어트라서 효과가 괜찮았나 봅니다. 이제 전 제 몸에 쓸 카드를 다 썼어요. 이제 평생 관리의 늪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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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짤방은 권교정 작가의 걸작...이 될 뻔했다가 연재 잡지마다 족족 망해서 단행본 4권에서 멈춘 수작 sf만화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3권 후기 만화에서 캡처한 겁니다. 저기 사과머리하고 누드로 계시는 분이 권작가의 오너캐죠. 요즘도 근황 확인하러 가끔 홈페이지 가는데 신작 기대하기 미안할 정도더군요. 제가 누구 걱정할 처지가 아니긴 하지만 말입니다.

여기서도 말했다시피 작년 초부터 초여름까지 건강이 악화되어 회사를 그만뒀었죠. 그만 두고나서 저도 놀랄 만큼 몸이 좋아지길래 아 이제 인생 폈다 싶었는데 올해 초부터 다시 건강 문제가 말썽입니다.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아프네요.원인은 뭔지 모르겠어요. 더럭 겁이 나서 올해 지역가입자 대상 건강검진을 당겨 받았는데 아무 이상도 없다고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작년에 몸 상태가 최악일 때도 수면 문제와 장기의 종양 빼고 다른 데는 멀쩡했었거든요. 별 문제 없다고 하면 좋은 거겠지만...뭐랄까, 실체도 없는 걸 향해서 섀도 복싱을 하는 기분이 들어서 딱히 개운치 않습니다. 도대체 어느 과를 가야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이쯤 되면 고치는 게 아니라 적응해야 할 단계일지도 모르겠네요.

계절적 요인이 있으니 슬슬 나아질 수도 있고, 여러번 타격을 받았으니 평생 지고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실은 둘 다겠네요. 죽을 줄 알았는데 너무 쉽게 멀쩡해지는 것도 이상하긴 합니다.

2월말쯤 최저점을 찍었다가 이제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긴 한데 이것도 마냥 상승곡선은 아니라 신난다고 의욕과잉상태로 운동이나 바깥활동을 무리하게 했다가 하루이틀 병자상태로 보내고 다시 자숙;하면 올라오는 나사형 상승곡선이에요.

중년의 건강은 굳은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살살 달래가며 꼬드겨야 할 대상입니다. 아 물론 젊었을 때 과하게 혹사시킨 건 미안한데 살아있는 동안 조금만 더 힘내주면 안 될까.

덧.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이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는 거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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