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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월요일에 진로 어쩌고 하면서 고민했던 글에 언급했던 가능성 중의 하나-회계법인 단기계약직을 하기로 하고 지난주에 이력서와 지원서, 각종 요구 증빙자료(...정말 양이 많았습니다:)를 준비해서 보내고, 이번주 월요일부터 출근했습니다. 인터넷은 좁고 지방의 이 업계는 더 좁으므로 회사 및 같이 일하는 분에 대한 언급은 가능한 한 자제하거나 필터링합니다. 언급은 하더라도 약간 변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저는 살면서 어느 누구에게든 100% 구구절절 진실했던 적은 없던 사람입니다(...이 메타 팩트;는 진실이겠군요 ㅎ)

첫날은 같이 일할 분들이 바로 감사 현장으로 출동하셔서 혼자 사무실에 방치되어서 캐비닛을 뒤지면서 모 회사 2018년도 감사조서 파일철(개중 회사 사이즈도 크고 총 9권-영구조서 1권/일반조서 1권/기말조서 5권/조회서 2권이라 읽을 거리도 많고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기엔 좋아보였습니다)을 읽으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화, 수요일은 모 고객기업에 출장가서 기중 시점으로 감사 조서 윤곽잡고 증빙 요청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본격적으로 일에 투입되었다는 얘기죠. 그러나 이 시점에서도, 그리고 지금도...

저는 고용되지 아니하였습니다 ;ㅁ;

본사 인사위원회를 거쳐야 채용이 완료된다는데 될 거 같아요. 다만 법인 ERP는 고사하고 이메일도 없어서 개인 메일로 자료를 주고받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궁금할 뿐. 어차피 같이 일하는 분들께 템플릿이나 과거 자료는 그때그때 넘겨받고 있고, 명함도 나온 상태라 아주 불편한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제가 파악한 걸로는....

-고용기간 : 회계감사 정기시즌이 끝나는 내년 3월말까지일듯 합니다. 연결감사를 하면 4월까지 걸쳐질 수도 있을텐데, 연결법인 자체가 많지 않아서 제 손이 굳이 필요할까 싶더군요. 올해 말까지는 팀으로 고객 회사에 각 이틀씩 출장다니면서 내년 기말감사를 위한 준비작업을 할 겁니다. 이미 회사별 스케줄표는 정해져 있는데 거기에 전 대부분 투입될 것 같구요, 기말까지는 평균 주 4일 정도, 야근없이 조금 이른 퇴근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내년 초에 재고자산 등 실사하면서 바빠지기 시작해서 3월까지는 주말도 밤도 없이 최종 보고서 나올때까지 쥐어짜일 것으로 보입니다.

-R&R : 스탶, 그니까 팀원입니다. 회계감사쪽 경력은 0이라 실무만 할 거구요. 첫 회사에선 마이너 계정과목...그니까 현금/유가증권, 차입금, 유무형자산, 급여/퇴직급여(전형적인 3년차 미만 주니어 회계사 배분 과목입니다) 배분해주시길래 감사히 받아들었구요, 업체에 따라 다른 계정과목도 배분받기로 했습니다. 너무 똑같은 것만 하는 것도 물경력일 듯 해서. 엑셀로 감사조서 돌려서 검증하고 각종 증빙 요청하고 편철하고 감사보고서 해당 항목 쓰고. 크게 의사결정할 일도 드물 듯 합니다.

-보수 : 업계 관행대로 감사 최종업체 숫자로 최종 보수 정산해서 받기로 했습니다. 제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중간에 빠지게 되면 어떻게 중간 정산이라도 되는 건가 궁금하긴 한데 지금 그런 거 물어볼 때가 아니라 일단 가만히. 아마 구회사에 남아 있었으면 받았을 보수의 연환산 기준 절반 수준인 것 같더군요. 일단 경력이 다 깎이기도 했고, 구회사가 좀 잘 주긴 했어요 ㅎ

 연말까지는 고객 회사 출장 다니면서 업무 파악하고 가능한 일 미리 해 놓고, 퇴근해선 내년 초의 업무 부하를 생각해서 미리 대비를 좀 해놔야겠습니다.

-건강 관리 : 이건 제가 최선을 다하긴 하겠는데 워낙에 제 몸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나빠질 수 없는 시한폭탄같은 존재라(하아) 일단 연말까지 잘 자고 잘 먹고 기존에 하던 운동 꼭꼭 하러 댕겨야죠. 매우 비싸고 맛없는 보약/적당히 비싸고 그냥 쓴 보약/그럭저럭 먹을만한 건강즙 3종세트를 먹고 있습니다.

-주경야독(...) : 감사기준이 몇년 전에 대거 변경되어서 공부를 해야되긴 합니다. 문제는 감사기준이 양도 엄청나게 많은데 심히 가독성이 떨어져요. 대체 이걸 2002년엔 어떻게 꾸역꾸역 다 외웠나 신기할 지경. 다행히 저는 실무에서 한정적인 업무를 할 거고, 대상 기업도 제조업 위주의 자산규모 120억원~1000억원의 중소기업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한공회 사이버연수로

-회계감사기준 실무특강(16시간;;; 오늘 기준으로 9.5시간 들었습니다)

-감리 지적 사례(이것만은 안 걸려야겠다;)

-일반기업회계기준+중소기업특례(배분받은 계정과목 위주)

정도를 남는 시간마다 12월 중순까지 대비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 들어봤더니 실무에 아주 유용하다고 하긴 그렇고 아주 쓸모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네요. 원론적인 방법론+약간의 사례 정도라 정말 실무는 출근해서 배워야 할 듯요.

다시 단기로 출근하려고 할 때 지인들이 '너무 열심히 하려 하지 마라'고 충고해주셨는데요, 명심하면서 대충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저 건강이 버텨주길 바랄 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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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격조했습니다. 그 동안 아팠어요. 제가 마흔 넘어간 후로는 거의 인간 온도계 급으로 날씨 변화에 민감합니다. 이번 환절기에 기력이 이렇게 떨어지고 자리 보전할 정도로 아픈 걸 보면 올해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울 모양입니다.

작년 초 이후로 1년 반 넘게 '이러다 죽나 보다' 상태에서 좀 나아져서 간헐적 병자-정상인을 오가고 있는데요, 금방 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자숙하다가 요즘 다시 간 보고 있는 김생민씨 말을 빌리자면 '사람은 그렇게 쉽게 안 죽어요'. 종양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죽을 만큼은 아니라는 게 의사 소견이기도 하고.

문제는 종양과 무기력증, 체력 저하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불면증, 또 그 밑에 있는 불확실성 얘깁니다. 하루하루 살긴 합니다만 매일 밤 잠들면서 그 다음날의 상태를 예측을 할 수가 없습니다.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나 예상이 되는 건 여름 반짝 좋아지긴 했습니다만, 이제 기나긴 하강 곡선을 타도 그리 놀랍지 않은 궤도입니다. 불확실성-그리고 높은 변동성은 위험 프리미엄을 받아 할인을 아주 많이 받습니다...한 마디로 몸값이 후려쳐진다는 얘기죠-_-;;;

그래도 장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을 테니까 말이죠.

지금까지 제 경력은 모 금융공기업에 십수년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거기서 이런일 저런일 내부에선 꽤 의미있는 일을 했습니다만 그 기업 내에서나 의미가 있는 일이죠. 혹은 그 기업과 관련있는 업계로 바로 이직했다면 또 의미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뭐 관짝웨이팅 상태만 안 갔다면 정년을 채우고 싶었습니다만...(후략)

-금융공기업 전문직 특채 : 현재 상태에서는 경력을 가장 인정받고 들어갈 수 있는 길입니다. 컴플라이언스나 회계/세무쪽은 가능하겠네요. 워낙 채용을 소규모, 간헐적으로 하고 인맥이 중요한 곳이라 채용이 불확실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부산 이전 금융공공기관은 양질의 기업입니다만 수가 워낙 적어서 전국 각지로 노려봐야 한다는 것도 있어요.

-회계법인 : 최근 이 업계는 회계사 구인난입니다. 관련 법규가 회계사를 많이 쓰게 바뀌었거든요. 여기서 또 본점과 부산 지사로 나뉩니다. 본점은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는지라 제 경력을 조금이라도 인정받을 여지가 있고, 컨설팅은 바로 투입 가능합니다만 제가 살고 있는 부산 지사는 감사 업무만 주로 수행하는지라 제 경력은 정말 아무것도 없고 실무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합니다. 오늘 면접한 모 법인에서는 경력 0의 스탭 자리를 제안하더군요. 물론 갱상도 특유의 여성에 대한 후려치기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_-;;;

-나이 안 보는 다른 업계로 시험쳐서 이직 : 위의 두 가지 경우의 수는 경력 불문하고 나이가 걸림돌입니다만, 아예 새로운 직종-시험만 붙으면 나이를 보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무원과 몇몇 이과 계열 전문직이죠.(물론 전문대학원의 경우 나이를 봅니다만, 몇년 내 입시 제도가 바뀔 곳이 하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시험을 잘 칩니다. 그리고 몇년 걸리든 할 수는 있어요. 다만 언제까지 시험치고 살 건가 싶기는 한 게-_-;;; 이 경우는 마지막 경우의 수로 빼야겠죠. 그리고 여기서 새 출발을 한다 쳐도 경력을 어느 정도까지 쌓을 때까지 또 굴러야 합니다.

-서울 소재 금융 민간 기업 쪽은 이미 소개해줄 버프가 1년 넘는 세월 동안 빠졌고, 감도 떨어져서 맘을 거의 접었습니다.

-지금처럼 놀고 먹는 한량으로 살 수도 있습니다. 나쁘지 않아요. 저야 뭐 오만가지 잡기(순화: 문화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심심치 않게 살 수 있어요. 머리가 너무 썩을까봐 이미 내년 초에 방송대 정보통계학과에 들어갈 계획도...(네 저는 이런 인간;) 

내년 정도에나 슬슬 계획을 세워볼까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고민거리가 닥쳐왔습니다. 예의 회계법인 스탭 자리 얘기에요. 회계 감사 시즌은 중간감사(10월-12월)-재고실사(1월 초)-본 감사(1월-3월)로 돌아가는데,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적어도 6개월~1년은 기다릴 수도 있어요. 일단 그나마 제 정체성에서의 본업 스킬을 초심으로 좀 배우고 나면 어느 분야로 가든 범용성이 생기죠. 안 맞다 싶으면 전문직 쪽이나 시험으로 ㅎ

건강하다면 주저없이 내릴 결정입니다만...애매합니다. 어찌할거나.

p.s. 회계사들은 보통 2~4년 정도 회계법인에서 감사 경력을 쌓고 민간 회사나 금융공기업쪽으로 이직합니다. 그러면 경력을 상당히 인정받을 수 있죠. 왜 그 업계로 바로 갔냐고 물어보는데...2002년은 회계법인 취업하기 참으로 불우한 해였습니다.  부산에서는 여자 쿼터가 딱 한 명 있었어요. 그리고 결혼할거냐 결혼하면 일은 어떻게 할 거냐 각종 빻은 소리를 하더니...

...떨어뜨리고 예쁜 분을 뽑았습니다-_-(...라고 도움 안 되는 선배놈들이 얘기해 주더군요;)

ps2. 오늘 아침에 면접 보고 내내 생각나는 게 미드 '굿 와이프'의 알리샤(전도연요;)였습니다. 물론 저는 그녀처럼 지켜야할 자식도 투지도 없고;  법정에서 퐈이팅뜨는 것도 아니고 공장에서 철근 세다가 노트북으로 엑셀 돌릴 거지만요 ㅋ 아 맞다 잘 생긴 쓰레기 남편도 없구나...그래도 유지태같은 쓰레기는 괜찮은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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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거창하게 타이틀을 써 보았읍니다(원래 꿈은 크게 가지는 거죠)

올해 10월 1일, 그러니까 오늘부로 일본 소비세 세율이 8%에서 10%로 인상되었습니다. 식품 등 8% 예외조치와 각종 포인트 환급 등 한시적 경감조치가 있긴 합니다만 크게 봐서 그렇다는 거죠. 2014년에 5%에서 8%로 인상될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반응이 너무나 평온하길래(여기서 '평온'의 기준점은 한국입니다. 한국이 만약에 부가세율을 5년동안 두 배로 올렸다면 이미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을 것이며 일본은 그걸 실시간 보도하며 아아 역시 한국인은 감정적이고 과격해-하고 있었을 겁니다;) 궁금증은 커져만 갔습니다. 이들은 대체 왜 이렇게 자칭 이성적 타칭 비이커 속의 개구리같은 것일까. 저걸 보고 한국의 재집권을 바라는 일각에서는 전략에 어떻게 반응을 할까 등등등.

원래 백수가 호기심이 많고 저는 남들보다 호기심이 더 많은 편입니다;ㅁ; 거기다 안 써먹고 있긴 하지만 암튼 세무사잖아요;

이 시점에서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 일본 자료는 읽기도 거추장스러운데다 왜곡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고, 이코노미스트나 파이낸셜타임스 찾아봤더니 이쪽도 단편적이고 깊이가 얕습니다. 소위 말하는 글로벌 정론지들도 본사에서 취재지 쪽으로 거리가 갈 수록 깊이가 심히 얕아지는 현상이 있는데 이쪽도 예외는 아니네요.

http://www.peoplepower21.org/Welfare/1647300

 

[기획4] 일본의 소비세 인상 경험과 시사점 - 사회복지위원회 - 참여연대

일본의 소비세 인상 경험과 시사점   권순미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소비세율 10% 인상, 오는 10월부터 실시  아베 총리는 애초 2015년 10월로 예정되어 있었던 소비세율 인상(8%→10%)을 두 차례 연기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아베는 중의원선거와 참의원선거를 통해 소비세 인상 연기를 놓고 유권자의 신임을 묻는 방식으로 공약 위반에 대한 정치적 비난을 피해 왔다. 7월의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계에서는 아베 총리가...

www.peoplepower21.org

찾았다 참여연대 ;ㅁ;

본문 저작권 안 해치는 범위 내에서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러합니다.(물론 제 왜곡이 들어갑니다)

일본 소비세 인상은 2010년, 日 민주당 집권 시절 간 나오토(...하도 존재감이 없어서 까먹고 있었다;) 내각때에 추진된 겁니다. 당시에 연금, 개호, 교육 등 복지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깨닫고 주요 재원으로 소비세를 5%-8%-10%로 인상해서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요, 약간의 진통은 있었습니다만 인상안 통과는 의외로 쉬웠습니다.

이유는, 당시 거대 야당이던 자민당이 소비세 인상이라는 방안에 대해서 찬성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세는 사회보장 재원의 중핵”으로, 근로세대 등 특정 세대에 부담이 집중되지 않고, 간소하며, 저축과 투자를 포함한 경제활동에 미치는 왜곡이 적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라는데요...(저는 정확하게 저 이유 때문에 소비세 인상을 반대하는 편입니다) 자민당은 찬성해주는 대신 복지정책과 세수확보방안에 자신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반영시켰고, 나머지 공산당 등의 소수당이야...뭐 한줌이죠.

그리고 특졍 계층이나 이익집단의 거센 저항도 없었습니다.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인 일본노동자연합회도 지지했고, 경영자층이야 이미 법인세 인하도 성사되고 본인들의 부담인 사회보험(한국에서 4대보험이라고 부르는 그거 말입니다) 상승도 없으니 말이죠. 자영업자들이야 세금 신고 등의 부담은 있겠지만 소비세 부담의 주체가 아니니 크게 저항할 이유도 없구요.

문제는 소비세 부담의 주체인 최종소비자, 국민 전반 말인데요...이쪽이 저항하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소비세 등의 간접세가 무서운 것이, 세금 부담은 최종소비자에게 전가됩니다만 실질적인 체감은 '물가가 더 올랐다'라는 것밖에 없습니다. 세금 신고와 납부는 사업자들이 하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상품값이 5% 오른다!' 이런 식으로 프레이밍해서 문제제기를 할 만한 시민 의식이 없단 말인가;;;

그 다음 또 문제는,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하고, 자민당이 정권을 가져간 다음입니다. 아무리 자신들 정권 하에서 이 정책이 통과된 게 아니라 해도, 실행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없을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2014년에 8% 인상을 실행했고, 몇번의 '의도된' 연기 끝에 오늘 결국 10%로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증세는 국민들 인심을 깎아먹기 딱 좋은 정책인데요, 왜 이러는 걸까요.

국민들이 자민당을 지지하잖아요;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이겼고,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는 공고합니다. 이제 최종 인상을 단행할 기반이 된다는 자신감이 생긴 거죠.

그런데, 역시나 마음에 걸리는 건 '증세를 통한 복지 확충'을 '기획'한 쪽(민주당)과 '실행'하는 쪽(자민당)이 다르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걸립니다. 원래 민주당의 초기 정책 중에서는 '복지세'라는 목적세(특정 목적을 위해 징수되고, 집행되어야 합니다)를 신설해서 복지 재원을 확충하는 게 있었는데 반발이 커서 무산되었어요. 그런데 소비세는 한국의 부가세가 그러하듯이 '일반세'입니다. 세금을 거둘 때, 용도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거죠. 물론 매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사후 심의받는 등 견제를 받습니다만, 그 견제하는 쪽이 자민당이 압도적인 답없는 일본 의회입니다. 일본 복지의 필요 금액이 막대하다는 것도 알고, 소비세 증세액의 상당 부분이 복지 용도로 사용될 거라는 것도 알지만, 아베 내각의 최우선 정책인 다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그 '다른 용도'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국가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본 자민당의 정책을 열심히 학습해서 재집권 계획에 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 '어떤' 분들이 불안하네요.(이미 10년전에 부가세 세율 인상을 시도했었습니다;)

꿀꿀한 뜬구름 얘기만 하다가 생활정보로 급마무리하자면,

식품 등 일부 항목은 8% 세율, 전반적 항목은 10% 세율인데 그 경계선이 모호하다 보니 이렇다고 합니다.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은 8%, 먹고 가는 건 10%... (아 물론 한국도 원 식재료 면세를 하다 보니 식육식당의 고기는 0%, 일반 고깃집은 10%긴 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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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트잉여질하다가 연합뉴스 링크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909236438Y

 

"가상통화는 화폐·금융상품 아니다"…첫 국제 회계기준

국제 회계기구 '무형자산·재고자산' 분류…정부, 가상통화에 소득세 부과 추진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는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라는 국제 회계기준이 제시됐다. 그간 가상통화의 성격을 두고 국가별로 인식 차가 존재했는데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결정으로 국내에서는 가상통화의 제도권 진입이 한층 더 어려워졌고 기업의 가상통화 회계 처리나 정부의 가상통화 과세 문제에도 의미 있는 기준이 생겼다. 23일 한국회계기준원과 금융감

www.hankyung.com

연합뉴스를 봤다면서 왜 한경 링크를 데리고 왔냐면, 그나마 한경이 정리가 좀 잘 되어 있거든요; 비트코인 등으로 대표되는 가상통화에 대하여 국제회계기준에서 최초로 분류 기준을 제시했단 얘깁니다. 근데 이 실무 회의는 올해 6월에 있었고, 국내 소스는 회계기준원과 금융감독원이에요. 결국은 3개월동안 국내에서 어떻게 이걸 실무에 적용할 건지 논의를 거쳐 스탠스를 정한 다음에 보도 자료로 뿌렸다는 얘기죠.

저는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 원 소스를 찾아보았습니다. 금방 나왔어요.

https://www.ifrs.org/news-and-events/updates/ifric-updates/june-2019/#8

국제회계기준기구의 올해 6월 회계기준실무의견서 회의록인데요, 뭐 굳이 볼 필요는 없습니다;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아요.

회계에서 어떤 '자산'을 어떤 카테고리로 세부 분류하는가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어떤 세부 자산으로 분류되냐에 따라 그 이후의 취급, 그 중에서도 '평가' 방법론이 달라지거든요. 대체로 가장 위, 그러니까 현금성 자산-금융자산 이 순서로 환금성이 제일 높고, 시가 평가가 되며 유동성이 있는, 그러니까 위급할 때 팔아치우기 쉬운 '민첩한' 자산입니다. 한데 이번 의견서에서는 가상 화폐를 '현금성 자산'이 가져야 할 속성도 없으며, '금융자산'이 가져야 할 속성도 없기 때문에 두 자산 어디든 분류해선 안 된다고 결론을 내린 겁니다. 이 '속성론'의 논거에 대해선 여기서 굳이 논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작년 초, 가상화폐 논쟁 당시 '현금도 아니고 금융자산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던 진영 측 논리와 일맥상통하거든요.

자, 그럼 어떤 자산으로 분류해야 하냐...여기서 두 가지 방법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현재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이 쓰고 있는 방법으로, 별도의 '암호화폐' 계정을 만들어서 재무상태표 제법 윗단에 넣고 거래가로 평가하는 거죠. 그런데 이번 의견서에서는 전통적인 자산 분류, 재무상태표 아주 밑단의 '재고자산'이나 '무형자산'으로 넣게 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암호화폐를 주요 영업으로 매매할 의도로 보유 중이라면 재고자산

-위 의도가 없다면(투자 등등) 무형자산

이 분류는 현재 방법론보다 확연히 불리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암호화폐의 거래가는 변동성이 심하긴 하지만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재고자산이나 무형자산은 아주 예외적인 시가 평가 경우를 제외하고는 '취득/제조원가'(가상화폐의 취득/제조원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좀 흥미롭네요)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가치가 떨어졌다 싶은 경우엔 가차없이 손실을 인식하죠. 쓸데없이 호기심이 뻗쳐서; 빗썸으로 유명한 비티씨코리아닷컴 감사보고서를 봤더니 역시나 별도의 '암호화폐'로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고,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로 꽤 높습니다. 물론 지금은 비상장이라 저 기준으로 버틸 수는 있겠지만 상장 등에는 이슈가 되겠네요.

또 하나는 이 분류체계가 세무에 미칠 영향입니다. 회계와 세무가 아주 동일하진 않지만, 회계의 관점이 세무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일단 '현금도 아니고, 금융상품도 아니다'라는 관점 상에서 보자면, 부가세법의 면세 항목에서 빼는, 즉 부가세를 과세하는 게 맞습니다(...만 반발을 생각해서 안 하겠죠;) 다만 개인의 매매 거래 차익에 대해서 과세할 근거로는 충분합니다.(...만, 2020년 개정세법안이 이미 나왔으니 아마 뭘 해도 내년 이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의견서가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법률안처럼 뭐 그리 드라마틱하진 않습니다. 다만 국제적인 일관성을 가진 기준에서 암호 화폐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점이 현재 한국 정부의 안과 거의 비슷하다 보니, 현 정권 안에서는 아마 일관된 기조로 나갈 근거 하나가 덧붙여졌다 정도는 될 수 있겠네요. 작년 초처럼 암호 화폐가 엄청난 이슈가 될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뭐 예전같진 않아서...

덧. 재밌는 건 이 의견서에서 암호 화폐의 이 처리에 대해서 붙인 단서 조항입니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 그리고 '계약으로서의 구속력이 있는' 종류에 대해서는 이 처리에서 제외합니다. 정부에서 각종 블록체인 활용 화폐 사업을 추진할 경우엔 또 다른 문제라는 거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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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 트위터 낭인으로 살고 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펀드를 5천만원 가입, 투자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http://news.tf.co.kr/read/economy/1761951.htm

 

[TF초점] 불붙은 '필승코리아펀드' 가입…엇갈린 운용업계 시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면서 유명 인사를 비롯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뉴시스출시 보름 만에 400..

news.tf.co.kr

최근 기사라 오히려 그간 스토리가 정리가 된 거라 보기 편합니다. 그 동안 문대통령에 이어 강경화 외무장관, 도지사, 민주당 지도부, NH회장, NH투자증권 사장 등등이 가입했습니다. 가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통령이 가입한 건데 설마 손실이 많이 나겠어?'

...여기서 투자자의 전형적인 심리 bias 몇 개를 접할 수 있는데요, 유명인이 하고 사람들이 많이 한다고 따라가는 herding, 그리고 한 가지 특징으로 다른 것까지 다 좋아보이는 halo effect 등등이 있겠습니다. 저도 이게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간 농협과 그 계열사의 여러 분들을 접해 보면서 농협이 최소한 검찰보다는 대통령의 부와 정치철학에 긍정적 관심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통령이야 뭐 저걸로 돈을 벌려고 한 건 아닌 것 같구요... 이 펀드 투자 정책이 최근 대일 경제관계 악화 등에 영향받는 소재기업에 집중투자하는 거니 이 기업의 경영성과가 좋으면 이 펀드 투자성과도 좋아지고, 대통령의 5천만원도 이익을 보겠죠. 나는 여기에 사재 5천만원을 투자할 만큼 관심이 있다는 걸 대외에 보여주는 signal인 겁니다.

 투자원금은 150만원으로 이미 잠정적 결론을 내리고 갔는데, 100만원은 적어보이고, 200만원까지 하기엔 그만한 사랑이 없어서(...)

 이미 묻지마 투자를 결심하였지만, 최소한의 합리화를 위해 투자설명서를 읽고 갔습니다.

http://www.nh-amundi.com/fund/FundDetail.asp?FundCode=EPM53

 

NH-Amundi자산운용

NH-Amundi자산운용 한발 앞선 투자 합리적인 투자. 투자상품 신탁 안내. 투자 도우미

www.nh-amundi.com

여기서 이 펀드의 투자설명서와 개관 자료에 대해 한방에 알 수 있습니다. 투자설명서는 빽빽한 50페이지 넘는 pdf 파일이므로 읽기 매우 귀찮지만 몇 가지 요약만 해드리자면

-운용사인 NH아문디자산운용은 이런저런 운용 상도 받고(근데 국내보단 해외에 강한듯) 재무지표도 양호함(운용사 재무지표가 양호하다고 운용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무리수를 두지 않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주로 산업재편에 영향받는 국내 소재 기업에 투자함(국내 주식 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위험등급은 2등급으로, 원금보장 안 되며 위험도가 상당히 높음(국내 주식에 주로 투자하므로, 당연합니다)

-인터넷으로 가입 가능하고, 퇴직연금에 담는 펀드로도 가입가능함

그리고 공시로 알 수 있는 것은 출시 직전에 운용 관리자가 교체되었는데 이름값이나 투자 성과를 보면 아무래도 '그분의 가입이 사전 통보되어 신경을 좀 더 쓰려고'에 가까운 듯 합니다(행복회로 가동 중)

이리하여 27일 당일날 씐나서 인근 농협에 가입하러 갔는데...

단위농협이라 가입 안 ㅋ 됨 ㅋ(카카오맵은 위치에 농협은행과 단위농협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마침 영업시간도 끝나고 하여 며칠 목포다 서울이다 여행하고 싸돌아다니다가 9월 2일에 농협'은행'에 들렀습니다.

위험등급이 2등급인데 저는 백수라 소득이 불안정하다는 걸 투자성향확인서에 곧이곧대로 적었더니 부적합 ㅋ 뭐 당연한 얘깁니다. 어차피 저는 그간 투자한 상품들도 2등급 정도라 대충 어디를 어떻게 체크하면 적정 등급이 나오는지 알고 있긴 했는데 그걸 고치기엔 귀찮고 뒷 단락에서 얘기할 또 다른 생각 때문에 일단 자리를 떴습니다. 하나 궁금한 건 대통령께서는 펀드 등 금융상품에 투자한 경력이 없다고 체크했는데 어떻게 적격투자가 떴을까요. 하긴 의전하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머리가 있으면 미리 시나리오를 써서 농협에는 불완전판매의 여지가 없으면서 대통령이 사실만을 쓸 수 있게 고려를 했을 것 같습니다.

이 펀드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A형은 선취 수수료를 떼고, C형은 선취 수수료를 떼지 않는 대신 전체적인 투자기간 동안 이걸 녹입니다. A형은 투자자가 초년에 고생하지만, 3년 이상 장기투자할 경우 수수료를 적게 냅니다. C형은 2년에서 3년사이 어드메까지는 수수료를 적게 내고, 그 이후로는 많이 냅니다. 저는 3년까지 투자할 생각은 없는지라 C형으로 갈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농협이나 각종 증권사에서 가입하는 일반 C형은 1년에 수수료가 1.037%(펀드치고는 이것도 아주 싼 거긴 합니다), 인터넷창구에서 직접 가입하는 Ce형은 0.787%... 0.25% 차이가 납니다. 1년에 0.25%면 3,750원-_-;;;

그리하여 기존에 2등급으로 어케저케 처리해놓은 NH투자증권에 접속해서 9월 3일에 인터넷으로 청약을 완료하였습니다. 실질적 매입은 9월 5일에 이뤄지는데요, 문대통령이 가입한 기준가액 1,000에서 지금 1,007 언저리니 수익률은 대통령보다 약간 낮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가입한 펀드라, 여러 모로 말도 많고 표정관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아무쪼록 환매할 때 적당한 수익이 나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저처럼 답정너식 투자는 지양하시길 바래요;;;

덧. 사실 이 펀드는 제 대통령에 대한 호감+NH지주의 정치적 행보를 봤을 때 대통령 정치철학에 거스를 거 같지 않다는 예측을 기반으로 했는데요, 둘 다에 다 건 겁니다. 제가 혹시나 이명박대통령의 광적인 팬이라고 해도-_- 동일한 정치철학을 구현한 펀드에는 절대 투자 안 할 거 같거든요. 일단 투자 구조가 이렇게 단순할 리가 없고, 다른 투자자는 다 죽고, 그 양반은 사는 결과가 불 보듯 뻔한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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