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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신을 지칭할 때 가끔 ‘키 작고 눈 처지고 마른 여자’로 간략하게 묘사하곤 합니다. 몇 개월 전까지는 세 가지 다 별다른 이견이 없었죠(아 물론 저는 제 키가 대한민국 여자 평균이라고 주장합니다만 어째 요즘 키 큰 아가씨들이 너무 많아서 평균이 평균같지가 않아요...) 문제는 마지막 얘기죠.

최근, 그러니까 2018년 한 해 동안 10kg가 쪘었거든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을 겁니다. 상반기, 그러니까 불면증과 종양 등등으로 고생할 때는 수면부족과 관련 약물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릅니다.(수면이 부족하면 살이 찔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습니다. 관련 약물 역시나 그렇습니다. 참으로 신비한 호르몬 세계라 잘 모르겠으나, 전적을 고려해 봤을 때 전 수면이 부족하면 +쪽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퇴사할 때는 +3kg 정도라 눈썰미 좋(으며 굳이 자신의 소회를 바로 털어놓을 만큼 눈치를 밥말아먹)은 사람들은 얘기할 정도였죠.

하반기에 +7kg을 추가한 건 다른 이런저런 이유가 추측이 됩니다.
-퇴사 전까지 하던 업무가 답도 없고 골치아픈 거다 보니 머리를 꽤나 썼는데 그만둔 이후로는 딱히 머리 써서 에너지를 소모할 일이 없었습니다. ...해봤자 실업급여?;
-백수 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식사 생활이 불규칙해지고 소위 말하는 ‘불건강한’ 식이 빈도가 잦아지더군요.
-역시나 이게 제일 큰 원인인 것 같은데, 하반기에 그간 못 만났던 사람들까지 만나서 술을 엄청 마셔댔어요. 사실 술 마신 그 날 자체는 괜찮을지 모릅니다. 전 안주보다 술을 때려먹는 스타일이라. 그 다음날에 알콜 분해하려고 당분이 잔뜩들어간 음료와 냉면 등으로 해장할 때 바로 찝니다.
-추가로 회사 다닐 때보다 편한 옷을 주로 입다 보니 속칭 ‘눈바디’에 대해서 둔감하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지 않나... 어차피 마름에서 정상 밴드 안으로 들어온 걸텐데 하다가 슬슬 +5부터는 ‘얼굴 좋아졌네, 살만한가봐?’ 어택이 들어왔고 캐주얼한 옷도 끼기 시작했으며, +7~8이 되니까 확연히 얼굴이 후덕해 보이면서 옷이 들어가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12월달에 이 정도면 옷을 아예 새로 사야 할 지경이란 판단이 서면서 반년만에 체중계에 올라가 보자 58.2kg라는 참으로 생소한 숫자가 맞이했으며 몸은...

...웬 구석기 최고 미녀 뷜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세상에 살찌면 다리도 짧아보여요;;; 내 인생에 남은 게 다리 길이밖에 없는데 ㅠㅠ

사실 전 얼굴 자체에는 아주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5키로 정도 붙으니까 이목구비에 여유도 있어보이고 좋더라구요. 제가 남방계 스타일로 여백의 미 없이 이목구비가 똻똻 들어차 있는 스타일이라 최지우씨처럼 백지같이 맹맹한 얼굴에 동경이 있어요 원래 자기가 없는 것에 동경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20세기 후반 최고 미녀 김희선씨가 말한 것처럼 여자가 일정 나이를 넘어서면 얼굴이든 몸이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마련입니다. 제 경우에는 몸이라기보다는 몸이 들어가는 옷이겠군요. 10kg이 순수 지방으로만 차오르니(체지방률은 무서워서 재지도 못했습니다만;) 옷 사이즈가 완전히 달라져서 새로 사야 될 판이었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시간은 잘도 흘러가서 2월 중순이 되고, +10을 지고 두 달간 지내 보니 여러 모로 불편했습니다. 넉 달쯤 잡고 빼기로 했어요.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아침은 하던 대로 우유와 과일로 하고, 점심과 저녁 중 한끼는 사람을 만나거나 밖에서 먹어야 하니 일반식을 먹습니다. 그리고 한 끼는...


닭가슴살 샐러드로 대체합니다. 여기서 재료는 미국식 과소비의 상징 코스트코에서 조달했습니다. 수지스 닭가슴살과 토마토, 유기농 샐러드팩을 조합하고 너무 심심하다 싶으면 수란이나 베이컨 크럼블, 치즈를 추가하고 닭가슴살이 물리면 오리 훈제로 대체하는 식.

-마침 술 마실 거리도 떨어진 참이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몸도 안 좋았고 해서 술자리도 줄였습니다. 혼자 마시는 것도 일주일에 한 번, 맥주 한 캔으로 제한. 이걸 위해서 집에 술을 일체 저장하지 말고, 4캔 번들로 마트나 편의점에서 쟁여오지 말고, 일주일에 한 번만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한 캔만 사 오는 걸로. 그런데 저란 인간은 결국 한 캔을 비우고 꾸역꾸역 걸어가서 또 한 캔 사오고 또 마시고 또 사오고..해서 세 캔은 채우더라구요.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스트레스받거나 숙취 있을 때마다 먹던 과당 음료를 제한했습니다. 정제당은 일주일에 두세번 시판 아이스크림으로 조달.

-운동은 작년 하반기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1주에 2-3번 다니던 필라테스와 걷기 운동, 가벼운 하이킹 정도. 몸이 안 좋던 때라 여기서 더 하면 탈이 나더군요.

첫 달은 -3, 두번째 달은 -2, 세번째 달은 -2, 그리고 6월 중순까지 마지막 -3으로 원상복귀되었습니다. 그 동안 몇 번 여행 등등으로 과식이나 과음 이벤트가 있어서 정체기 혹은 반등기; 가 있긴 했는데 어째저째 되긴 됩니다. 아마 이게 처음 해 본 다이어트라서 효과가 괜찮았나 봅니다. 이제 전 제 몸에 쓸 카드를 다 썼어요. 이제 평생 관리의 늪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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