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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리서치 기관에서 본인들의 이해관계와 세부 업종, 관심사에 따라 각각 특화된 리포트가 나오고 있습니다. 뭐 언제나 그렇듯이 양키들(그리고 유럽인들)은 입만 살아서 썰 하나는 잘 풀어서 한국 리포트보다 훨씬 고퀄이 많으니 가급적 본사 리포트를 찾아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1월~2월 초중순만 해도 '에구 쯧쯧 pray for asia...'하고 아시아, 특히 중국과 한국(31번 빌런 이후)의 경기 침체와 섹터별 전망에만 졸랭 관찰자 모드로 구경하다가 미국과 유럽, 소위 제1세계가 사이좋게 혹은 더욱 더 ㅈ이 된 후-3월 말에는 굉장한 통찰과 성찰, post covid 19 world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역시 얘들한테 아시아인은 인간이 아닌 유사인류여 ㅋㅋㅋ

저는 모종의 일로(간단히 말하자면 또 망할 호기심이 뻗쳐서 빅4의 회계 매뉴얼을 좀 구하러) 딜로이트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여러 자료를 줍줍하였습니다.

https://www2.deloitte.com/global/en/pages/about-deloitte/topics/combating-covid-19-with-resilience.html

Combating COVID-19 with resilience | Deloitte | COVID-19

Public authorities are taking decisive action to respond to the emerging health threat, leading the business community to reconsider the adequacy of their pandemic preparedness measures. This page brings together Global Deloitte insights to help busines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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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클릭하시면 주제/산업/지역별로 지금까지의 리서치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좋았던 자료가...

https://www2.deloitte.com/global/en/pages/about-deloitte/articles/covid-19/covid-19-scenarios-and-impacts-for-business-and-society-world-remade.html

Impacts that might change the world in the coming years | Deloitte Global

Amid the COVID-19 pandemic, several forces are driving uncertainty for businesses and society. Explore emerging futures, their potential impact, and how resilient leaders are prep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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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아무래도 양인들의 호들갑은 못 따라갑니다. 암튼 거시적으로 코로나 이후 세상이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개괄 잡기에 좋습니다.

https://www2.deloitte.com/global/en/pages/about-deloitte/articles/ways-of-working-to-sustain-and-thrive-in-uncertain-times.html

Ways of working to sustain and thrive in uncertain times | Deloitte Global

This perspectives piece from Deloitte US provides insights for organizations that must explore new ways of working to sustain and thrive in uncertain times brought forward by COVI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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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그냥 '원격근무 늘어날 거고....'보다 좀 더 깊게 들어갑니다.

그리고 저의 구회사, 뱅킹 산업에 대한 리포트도 있었습니다만 이제 뭐.. 향후 고객 정도라 나중에 천천히 읽어봐야겠네요.

https://dart.deloitte.com/iGAAP/ov-resource/45794c86-690d-11ea-9917-572100f4bdad.pdf

불러오는 중입니다...

그리고 글자도 깨알같이 작으면서 드럽게 긴 25페이지짜리 회계-회계감사 리포트.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고, 장기화됨에 따라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이 불확실성이란, 기업 자체의 명운과도 연관이 있으며 기업을 구성하는 자산과 기업의 영업성과 세세한 부분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후속사건
-계속기업 가정
-자산 감액(영업권 등 감액테스트 주기 고려)
-주요 재무 추정시 고려할 점(할인율은 가장 최근으로 업데이트, 성장률 보수적으로 다시 측정, 단일값보다는 시나리오별 범위값 측정)
-기업의 재무 추정 근거 감사시 고려할 점
-인사(휴업수당, 명예퇴직금, 퇴직연금 등)
-법인세, 정부보조금

등에 대하여 다루었습니다.

제 감상은... ㅅㅂ 그 돈 받고 이걸 어떻게 다 리뷰하고 검증하냐 ㅋㅋㅋ 암튼 그럭저럭 유용한 자료인듯요.

덧. 아, 전 딜로이트 안 다닙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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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회계법인 중간감사에 중도에 들어가게 된 것은 9월에 했던 뻘짓 때문이었습니다. 그날도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한국공인회계사회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그 때 뭔가 또 이상한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뭐였더라...아 맞다 2019년 세법 개정안 강의;) 중간감사에 일손 모자라는 회계법인과 휴업 공인회계사를 매칭시켜주는 걸 한다는 겁니다. 회계감사업무 경력, 이전 직장 경력, 합격 연도, 일하고 싶은 지역 등 아주 간단한 정보만 적어서(대충 구글 폼 좀 변환시킨 거 같았음) 제출하면 되는 거라서 정말 3분만에 제출하고 아무 기대없이...라면 거짓말이죠.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조금 실망했는데(넵 저는 워커홀릭입니다) 그래 내가 봐도 40대에 감사경력 0인 사람은 바로 써먹긴 좀 글치 지역도 그지같잖아 하고 병마에 골골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워낙 하루짜리도 일할 기력이 없다는 판단이라 구직 활동 자체를 손놓고 있었거든요. 근데 10월 중순에 연락이 오는 것 아니겠어요. 다음 글에서도 쓸 건강 문제 때문에 으음...이거 과연 버틸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반신반의하면서 10월 말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3월 말이 되었고 제가 맡은 회사의 감사 심리가 다 종료한 걸 어제부로(어제까지 안 끝나면 감사대상 회사가 과태료를 물 테니까 어떻게든 끝내긴 했습니다. 지들은 자료 늦게 주고 보고서는 일찍 달래) 다 확인했습니다. 이제 제가 단기계약 범위 내에서 할 일은 다 한 셈이군요.

1. 1주 90시간 노동(아 근데 솔직히 하다 보니 100시간까지는 절대 안 가더라구요; 이 정도면 살만한데...네 노예 1n년;;;)을 버티게 해 준 유투브 2배속 노동요에게 감사.

https://www.youtube.com/watch?v=afeArmye71g&t=4806s

이것만 틀어놓으면 아 이럴 때가 아니지 하고 미친듯이 일을 어떻게든 하게 됩니다. 특히 마젤토브 2배속은 듣다가 토나올 정도 ㅋ 하다 보니 슬슬 약빨 떨어질 때 시즌이 끝났군요. 귀로 마시는 붕붕드링크 포션같달까요(쑻) 숨듣명 제공해주신 티아라 틴탑 제국의아이들 더블에스삼공일 수만이네 모두모두 감사.

https://www.youtube.com/watch?v=kkb5URvv2x4
감사한 김에 모 지방 대장경축제- 스님들 앞에서 각국의 여성들을 찾으면서 영혼이 탈곡된 제국의 아이들 마젤토브 영상도 보고 갑시다. 중간에 맥락없이 피식피식 웃는 임시완 압권. 그래 넌 너갱이 놓기엔 머리가 좀 있는 아이라...그래도 작년에 개인 팬미팅 하면서 마젤토브 댄스도 열심히 추더라구요.

아, 그리고 막판에 지쳤던 제게 모닝콜과 같았던 세븐틴 아주 나이스 감사.

https://www.youtube.com/watch?v=J-wFp43XOrA

저같이 아침에 무기력해서 못 일어나는 사람에게 아침에 번쩍번쩍 눈이 떠진다는 가사는 정말 기적이자 복음인 것.

2. 걸스 임파워링을 뿜뿜해주신 김연아퀸덤마마무AOA케이티페리보아송은이김숙 감사.

심기일전하기로는 뱅쿠버 금메달 딴 다음 2년만에 마스터피스 내고 월챔 2관왕 한 김연아 레미제라블

https://www.youtube.com/watch?v=iOw2oY4NZYI

새로 시작하면서 영감 받기에는 열여섯 보아의 일본 어메이징 키스

https://www.youtube.com/watch?v=b515u9PQbmk

이곳에서 꼭 뜨고야 말겠다는 의지에 찬 눈빛이 압권입니다. 저게 다 라이브.

그냥 뽕 차서 힘 받기로는 케이티 페리의 ROAR

https://www.youtube.com/watch?v=CevxZvSJLk8

임신 축하합니다. 순산하세요.

그냥 잘 해서 힘 받음.

https://www.youtube.com/watch?v=BnvlPaVH1Q4

기대하지 않아도 쌓인 내공으로 의외의 한방을 날릴 수 있음

https://www.youtube.com/watch?v=n-w_ski7mt0

참 특이하고 흥미로운 캐릭터(A.K.A. 서바이벌이 낳은 괴물) 전소연이 캐리하는 아이들

https://www.youtube.com/watch?v=2KtFPjSp3og

유교국에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송은이 아빠 김숙 엄마

https://www.youtube.com/watch?v=LS0wcajBus4

3. 여전히 몸이 온전치 않아서 약의 힘으로 버텼습니다. 그 중에서 좀 쓸만했던 거이...

https://kr.iherb.com/pr/Pure-Essence-AdrenalStability-60-Vegi-Caps/41735

부신 기능을 활성화시켜 피로회복 증진, 에너지 증진에 도움이 됩니다. 한 달 정도는 먹어줘야 약빨이 받기 시작합니다.

https://kr.iherb.com/pr/Thorne-Research-Liver-Cleanse-60-Capsules/18614

제가 술은 제일 바쁜 두 달 동안 끊다시피 했는데 그간 마신 걸로 좀 맛이 가서(긁적) 간 기능 회복에 단기간 섭취해 주면 좋았습니다. 아, 물론 저거 말고도 종합비타민, 비타민 디, 유산균, 코엔자인큐텐은 기본으로 먹어줬습니다. 아주 약으로 배채워요. 건강보조제가 비싼 소변이라는 의견도 많지만 세상에 그보다 유해하게 돈 쓸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만 좋으면 좋은 거죠.

아, 그리고 어차피 한국에는 정식 루트로 수입 안 되니 링크가 의미없는 GNC멜라토닌. 이게 좀 수면 뒤끝이 안 좋다는 의견이 많지만 저한테는 단기로 쓰기 좋았습니다. 이미 수면제의 뒤끝을 본 사람이라 상대적 선녀.

4. 우울할 땐 뇌과학- 앨릭스 코브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27314926

먹물들은 나쁜 습관이 있는데-자기 이치에 맞게 납득이 가야 아...하고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행) 먹물 감성에 딱 맞는, '뭐라도 움직이고 결정하고 운동해야 이 파국을 벗어날 수 있다'라는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딱 가라앉기 시작할 때(이미 가라앉으면 무쓸모) 도움이 됩니다.

5.샤워와 고기

슬픔은 수용성이라 물에 씻겨내려가고 분노는 지용성이라 고기에 씻겨 내려갑니다(엄근진)

6.필라테스와 스트레칭, 걷기

제 말버릇은 '아...필라테스 가기 싫다'이지만 어떻게든 3월 초까지 1주일에 단 하루라도 꾸역꾸역 갔습니다. 배알 틀리지만 감사.
올레티비에는 '홈트레이닝' 섹션이 있습니다. 거기서 단 5분이라도 제일 쉬운 스트레칭이라도 하면 안 하는 것보단 낫습니다. 장점은 유투브 채널 꾸역꾸역 찾아서 하는 것보다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7.덕담

제가 단기로 새 일을 시작한다고 할 때 '그러니 부디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라고 했던 모 님, 제가 너무 열심히 하지 않고 끝까지 하는데 삶의 등대가 되었습니다(진심임) 그리고 구직장 모 부장님의 '돈 있어도 건강관리하는 셈 치고 회사에는 다니는 게 낫지 않겠니'라고 시니컬하게 1n년 전에 하신(심지어 저보고 하신 말도 아니었음) 말씀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 두 분한테 각각 전화드려서 댁들의 말이 빛이 되었다고 하니까 어리둥절하면서도 싫진 않으신 느낌적인 느낌.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나비효과가 날 수 있게 그저 좋은 말 하고 살아야겠어요(이 결심 오래 못 감)

8.수다

제 맥락없는 카톡 링크와 잡담을 들어주신 친구분들 그저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순탄치 않은 시즌이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9.모닝콜

아침이 워낙 탈력감이 심해서 모닝콜을 요구했는데 그저 들어주신 모님 감사합니다. 한우 쏘겠습니다.

10. ...저요-_-

나새끼 잘했다. 앞으로도 그저 대충대충 뭐하든 셀프 부둥부둥하면서 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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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사골을 우려봅시다...

하도 이걸 우려먹다 보니 '이년은 회사에서 지 발로 나간 거 말고 인생에 뭐 내세울 게 없나'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는데 뭐...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알 게 뭐야...

저는 회사를 나가고 나서 좀 살만해졌다 싶을 때, 2018년 여름 쯤 회사-대학 동문 여자 후배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 때 '내가 뭘 안 해도 오래 있어주는 게 당신들에게 도움이 될 텐데 그걸 못 해줘서 미안하다'라고 하자 그분들은 훌쩍훌쩍 울었습니다. 직장생활 1n년 한 30대 극후반 분들이 우는 걸 보자니 울린 사람으로 마음이 좀 그랬습니다(근데 난 안 울었음-_- 울면 눈화장 번짐-_-)

저는 그 회사에서 1n년을 재직했는데요, 처음 들어갈 때는 지금과 좀 달랐습니다. 당시에는 90년대 초반에 처음 뽑은 대졸 공채 여성분들이 있긴 했는데(밀레니엄 전에는 '여직원'이라는 전문대-여상을 졸업한 별도 직군 여성 직원만 있었습니다. 승진은 물론 안 됐고 급여 체계도 완전히 달랐죠.) 여러가지 이유로 거의 다 퇴직해서 손에 꼽을 만큼이었고, 90년대 극 말부터 좀 있긴 했는데 경기가 경기인지라 남녀 공히 워낙 숫자가 적어서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이라고 해봤자 나간 다음에는 잘 모르지만) 어떻게든 1/3이라는 참으로 신기한 쿼터를 채워서 일단 절대적인 숫자도 많아졌죠.

제가 그 회사 들어가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여기는 여자들에게 정말 좋은 직장'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썩어가는 표정을 관리하느라 참 표리부동을 많이 연습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 임신-출산-육아에 대해서 시혜적인 배려를 해 준다는 의미에서는 한국에서 겁나 올려치기를 해 줄 만합니다...만 저는 해당사항 없고 그래도 다른 분들한테는 정말 좋은 조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여직원에 대해 별도 직군으로 관리하고, 별도 관리를 풀어도 모든 승진과 진급에서 누락시키는 직장에 비하자면 어쨌든 승진도 시켜주잖습니까. 물론 군대 기간이 2년 미만이 된지가 언젠데 군경력 감안한답시고 승진이 3년 이상 차이 나고, 미필인 남자는 미필 여자보다 어떻게든 빨리 시켜주긴 합니다만...낙태죄도 2019년에 헌법불합치가 된 이 대한민국에서... 뭐 생각해 보니 선녀같네요. 나와보니...껄껄...

여튼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이제서야;) 한국 여성 직장인은 첫 회사를 그만두거나 이직하고 싶을 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장기 근속 기득권'을 신중히 저울질해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좀 더 풀어서 말해보자면 그래요. 몇몇 전문직이나 증권, IT 등 몇가지 직종을 제외하고는 대한민국 회사는 대부분 장기 근속에 대한 기득권이 있습니다. 다만 직종에 따라 그 기득권의 농도가 차이가 있을 뿐이죠. 경력직을 뽑을 때는 정말 그 자리에 경력직이 필요할 때 뿐이고, 쓸 때도 그 사람의 회사내 승진 등 커리어 패스를 그리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의 경우 특히 더 그러합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노골적으로 여성을 승진에서 배제하고(다시 한번 말하지만 군경력 제외하고 1~2년은 디폴트로 봐야 합니다, 그게 맞다는 게 아니라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고과와 성과급에서 대놓고 최하위를 때리지 않는 이상 버티면 본인은 올라갑니다. 그리고 한국의 회사 대부분은 연공서열에 따라 어떻게든 연봉이 올라갑니다. 심지어 연봉제를 표방하는 곳도 실질을 따지자면 그러합니다.

여러모로 눈꼴시려운데 어떻게 버티냐고요? 여러분이 존버해서 연공서열이 높아지면 '여성으로서의 귀여움'을 상실할 때쯤 하대가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남자 후배들이 시건방지고 남자 상사랑 다르게 취급한다 해도 후배들에게 대하는 멸시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물론 욱하는 포인트가 없어진다는 말은 당연히 아닙니다.

그리고 이건 평생에 단 한번 올까말까 한 얘긴데, 아마 현재 흐름을 보자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옛날 한 옛날, 우리나라대통령도이제여자분이신데 초기에 기업은행에서 권순주 리스크부행장이 행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이게 얼마나 파격적인 얘기냐면요, 기업은행의 남초 문화는 일반은행보다 훨씬 더합니다. 부장급에서 여성은 한정적인 '여성적' 업무 말고는 없다시피 했어요. 리스크부행장(한국에서 리스크부행장은 부행장 중 제일 서열배분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한국 은행 리스크관리가 그렇게 그지같죠)도 파격이었는데 그 막내 서열에 제일 어린 리스크부행장을 행장을 시키다니, 전대미문의 인사예요. 네, 물론 여성 대통령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인사죠. 하지만 부행장급에 한 명이라도 여성이 있었길래 그게 가능했던 거예요. 구회사는 본점에 꼴랑 부팀장급이 최상위 여성 직위라 그 보여주기도 못했습니다...쯧쯧...요즘은 머가리가 좀 돌아가는지 임원급을 하나 만들긴 했는데 너무 티가 나서...;;;

아, 너무 나간 예죠? 그러면 강경화씨가 외무부 장관이 된 후를 생각해 봅시다. 원래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담당 과장(공무원 과장은 매애애우 높습니다) 일명 '주요 4 과장'은 언제나 남성이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 하반기 인사에 이 넷이 다 여성이었어요. 역차별이다, 보여주기냐 해도 일반적인, 합리적 보수적 속도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변화를 우리 생에서는 결코 이뤄낼 수 없습니다. 이렇게 장이 바뀌거나, 오너가 혁신하거나, 혹은 제도가 강제해야 기회가 옵니다.

그리고 그 기회가 왔을 때, 가늘고 길게 평판관리를 하면서 존버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치사하고 더러워도 나의 장기근속 기득권의 농도는 얼마나 짙은가를 바깥세상과 신중히 저울질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깥세상은 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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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니년은 왜...라면 관짝 웨이팅이었다고 몇번 말했어요...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후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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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도 매일 출근해서 감사보고서와 조서 AS 중입니다. 사실 뭐 스탭이 대응해야 할 AS라는 게 기존에 올린 담당 보고서가 심히 잘못되었거나 심히 빼먹은 경우인데 그런 게 아직은 없나봐요(으쓱) 원래 1년차 초보운전이 사고가 적죠. 그리고 점점 안심하면서...(후략)

암튼 출근해서 매일경제신문과 부산일보와 경남신문과 세정신문(...세무사 필수 아이템)을 뒤적거리고 있었는데요,  1면에 제가 아주 재밌어하는 주제가 나온 게 아니겠습니까.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0/03/316468/

 

[단독] "은행장 문책경고는 금융감독원의 월권" - 매일경제

서울행정법원 결정문 DLF 판매한 은행 CEO 징계 무효화 될 가능성

www.mk.co.kr

저는 이미 독일 국채 연계 파생상품(줄여서 DLF)에 대해서 글을 쓴 바 있습니다.

https://kiel97.tistory.com/entry/%EB%8F%85%EC%9D%BC-%EA%B5%AD%EC%B1%84%EA%B8%88%EB%A6%AC-%EC%97%B0%EA%B3%84-DLS%EC%97%90-%EB%8C%80%ED%95%9C-%EC%BD%94%EB%A9%98%ED%8A%B8?category=761274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S에 대한 코멘트

http://m.thebell.co.kr/m/newsview.asp?svccode=00&newskey=201908120100020130001259&page=1&sort=FREE_DTM&searchtxt= 요즘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S(파생연계증권)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브렉시트와 무역분..

kiel97.tistory.com

그리고 뭔가 모네타 게시판에 상주하는 방구석 여포처럼 '의사결정에 제일 많이 관여한 사람들은 제일 덜 다치고 많이 가져갈 겁니다, 아마도'(아앜...지금 보니 흑염룡이 드글드글해...)라고 달았는데요, 그 마지막 문장과 관련된 얘기예요.

DLF 불완전판매 사건에 대해서는 형사적인 측면(잘못 판 은행에 대한 행정재제)와 민사적인 측면(실제로 입혔다고 인정되는 손해에 대한 은행->투자자 보상)이 있는데요, 이 건은 전자에 대한 얘깁니다. 제 글에서도 썼었는데 애초에 한국 금융가 현실에서는 은행에서, 개인한테 팔아서는 안 되는 상품을 팔게 만든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실패에 대하여 은행장이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냐의 문제죠.

근데 여기서 금융회사와 그 장에 대해서 행정제재를 내려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금융위예요. 그러나 이 건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은 금감원이니까 금감원이 법에서 위임받은 권한에 따라 우리은행장에 대해서 중징계 행정제재를 가했습니다. 그리고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연임에 결격 사유가 생기죠.(금융지주회사 파견 당시 쓰잘데기없는 걸 많이 줏어듣게 되었읍니다) 근데 우리은행 은행장님은 25일에 연임을 강행했어요. 오 노빠꾸...그러나 생각없이 한 건 아니예요. '우리은행장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과 '본안소송'을 동시에 걸었습니다. 이게 또 제가 1년 밥벌어먹은 분야인데(...한숨과 신남이 동시에 교차)

기사만으로 판단하자면 우리은행 법무팀은 '금융감독원의 우리은행장 중징계가 과하다/부당하다'가 아니라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을 중징계한 게 부당하다'라고 주체를 걸고 넘어지기로 전략을 짠 것 같습니다. 아까 말한 대로 금융위는 금감원에 행정제재를 가할 권한을 부분 위임해뒀는데 법규 조항이 좀 애매모호하거든요. 그런데 1심 재판부는 여기에 대해서 '금감원은 이 건에 대해서 상호저축은행만 제재할 권한이 있으므로 일반은행장 중징계는 부당하다'라는 판결을 내린 듯 합니다. 1심 승소에 따라 중징계 효력은 일시 정지되구요, 우리은행장님은 연임 임기를 이어나가면서 이 시국에 여러가지 행보를 열심히 해나갈 듯 합니다. 금감원도 바보는 아니니까 가처분에 대해서도 2심 항소를 할 거구요, 항소심과 본안소송(가처분은 징계에 대해서 임시로 정지만 시키는 거고, 본안에서는 아예 징계를 무효로 만들 수 있습니다)에서는 누구 손을 들어줄지 (저만) 흥미진진합니다. 아마 대법원까지 가면 몇년 걸리겠네요. 사실 가처분소송이 빨리 진행되긴 하는데 그래도 제가 처리했던 가처분 소송들(하아)보다 빨리 끝나서 뭔가 뒷배경이 있나? 싶어서 찾아봤습니다. 저는 원래 호기심천국이고 보고서 수정할 건이 아직은 없으니까요.

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20&no=272195

 

우리금융 DLF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배경은 - 매경이코노미

셈법이 복잡해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은 굳건한 듯했다. 이사회도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의혹 사건 후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손 회장은 금융

news.mk.co.kr

오 존나 (나만) 흥미진진...

정부와 청와대에서 금감원의 이 건 일처리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판단 하에 누워서 발뻗을 자리를 아는 우리은행이 전략적으로 처신한 듯 합니다.

아, 저는 개인적 의견으로는 은행장이 그 많은 일을 다 컨트롤할순 없지만 때로는 자기가 몰라서 아주 큰 문제가 된 일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전 금감원에 수시로 털렸던 기관 근무자로서 금감원에 대해서 감정이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 사안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거죠.

그리고 저는 흐린 눈으로 사무실 유리창 너머 저 멀리 황령산 벚꽃을 바라보며 제가 처리했던 가처분 소송과 본안 소송과 보고서들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아, 저는 법률 전공자도 아니고 변호사도 아니지만 금융기관 상대로 저런 소송이 벌어지면 업무 담당자가 사내 법무팀, 그리고 법무법인을 컨트롤(...하는 건지 당하는 건지;;;)하면서 소송을 계속 대응해야 하거든요.  소장도 참 수십번 첨삭해 봤구요, 판결문 요약하느라 머리도 쥐어뜯어봤고 법정도 참 여러번 가봤습니다. 서초동 법원이 그렇게 낙엽이 이쁘더라구요. 우리은행 의문의 담당자(아마 소비자보호부나 소매금융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화이팅 ;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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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노자 1편
https://kiel97.tistory.com/entry/%EB%82%98%EB%8A%94-%EC%99%9C-%EC%84%9C%EC%9A%B8%EC%9D%98-%EC%99%B8%EB%85%B8%EC%9E%90-%EA%B3%B5%EB%85%B8%EB%B9%84%EA%B0%80-%EB%90%98%EC%97%88%EB%8A%94%EA%B0%80-1

외노자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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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노자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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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보고서 한 편 as를 폭풍처럼 해치우고 나니 오늘 아침은 출근해도 별 일 없군요. 4편 들어갑니다.

오프닝으로 제 서울 외노자 라이프의 양대 주제곡을 쎄워 보죠.

https://www.youtube.com/watch?v=pQ_K9QGCWE0

I don't take coffee, I take tea, my dear
나는 커피를 안 마셔요, 차를 마신답니다

I like my toast done on one side
토스트는 한쪽만 구워진걸 좋아하죠

And you can hear it in my accent when I talk
제가 말할 때 억양에서 들을 수 있겠죠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저는 뉴욕의 영국인이죠

See me walking down Fifth Avenue
5번가 쪽에서 걷는 모습을 보면

A walking cane here at my side
제 옆에는 지팡이가 있겠죠

I take it everywhere I walk
걸으러 가는 곳마다 갖고 다니는데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저는 뉴욕의 영국인이죠

Oh,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저는 외부자, 합법적인 외부자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저는 뉴욕의 영국인이죠

Oh,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저는 외부자, 합법적인 외부자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저는 뉴욕의 영국인이죠

If "manners maketh man" as someone said
누군가 그랬던 것 처럼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면

He's the hero of the day
그는 그날의 영웅에요

It takes a man to suffer ignorance and smile
무시를 감당하고도 웃을 수 있다면 진정한 남자죠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그들이 뭐라든 당신답게 살아요

Oh,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저는 외부자, 합법적인 외부자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저는 뉴욕의 영국인이죠

Oh,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저는 외부자, 합법적인 외부자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저는 뉴욕의 영국인이죠

Modesty, propriety can lead to notoriety
겸손, 예의는 평판으로 이어질 수 있죠

You could end up as the only one
유일한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Gentleness, sobriety are rare in this society
젠틀함과 맑은 정신은 이 사회에서 찾기 어렵죠

At night a candle's brighter than the sun
밤에는 태양보다 촛불이 더 밝죠

Takes more than combat gear to make a man
진정한 남자는 전투도구를 가진 것만으로 안돼요

Takes more than a license for a gun
총을 소유하기 위해선 면허 그 이상이 필요하죠

Confront your enemies, avoid them when you can
적을 상대해도, 피할 수 있다면 피해요

A gentleman will walk but never run
젠틀맨은 걸어도 뛰지는 않아요

If "manners maketh man" as someone said
누군가 그랬던 것 처럼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면

He's the hero of the day
그는 그날의 영웅이에요

It takes a man to suffer ignorance and smile
무시를 감당하고도 웃을 수 있다면 진정한 남자죠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그들이 뭐라든 당신답게 살아요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그들이 뭐라든 당신답게 살아요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그들이 뭐라든 당신답게 살아요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oh,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그들이 뭐라든 당신답게 살아요 (저는 외국인, 합법적인 외국인)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그들이 뭐라든 당신답게 살아요 (저는 뉴욕의 영국인이죠)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oh,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그들이 뭐라든 당신답게 살아요 (저는 외부자, 합법적인 외부자)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그들이 뭐라든 당신답게 살아요 (저는 뉴욕의 영국인이죠)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oh,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그들이 뭐라든 당신답게 살아요 (저는 외부자, 합법적인 외부자)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그들이 뭐라든 당신답게 살아요 (저는 뉴욕의 영국인이죠)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oh,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그들이 뭐라든 당신답게 살아요 (저는 외부자 합법적인 외부자)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그들이 뭐라든 당신답게 살아요 (저는 뉴욕의 영국인이죠)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그들이 뭐라든 당신답게 살아요

두번째 주제곡은 좀 더 한을 쳐먹은 노래죠. 조용필의 꿈입니다. 앞의 노래는 뉴욕의 영국인인데, 영국인은 썩어도 준치라고 예전에 화려한 지배의 과거라도 가지고 있죠. 쌍도걸에게는 안타깝게도 한이 더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한번도 메이저였던 적이 없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zpz4zYFYjZo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 곳은 춥고도 험한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사람들은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네
나는 지금 홀로 남아서
빌딩속을 헤매다
초라한 골목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저기 저 별은 나의 마음 알까
나의 꿈을 알까
괴로울 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
슬퍼질 땐 차라리 나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저기 저 별은 나의 마음 알까
나의 꿈을 알까
괴로울 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슬퍼질 땐 차라리 나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사실은 저는 뭐 딱히 고향을 그리워한 적이 없어서(사실 관짝 웨이팅 하기 전엔 어떻게든 안 가려고 기를 썼음) 이 노래도 100프로 제 노래는 아닙니다. 나한테 돈도 안 주고 맨날 하대하고 의심하는 고향 따우... 근데 왜 이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나는 걸까요...

구직장은 2002년 12월부터 뭔가 책도 보내고 숙제도 주고 자가통신연수를 시키고, 1월 초부터 연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30명 살짝 넘는 동기들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죠. 동기들은 남자는 서울대 경제-경영, 여자는 연세대 경영이라는 디폴트를 놓고 반대로 남자 연세대 경영이나 여자 서울대 경제같은 변주가 살짝 있었고, 서성한 나온 몇 분은 학벌이 떨어진다고 대놓고 자학개그를 하고 있었으며 저는 그 와중에 서성한 밑 유일한 지방대였습니다. (몇년 지나고선 지거국도 뽑습디다. 그땐 IMF 여파로 몇년째 아주 적게 뽑을 때였고 03은 수급 뻘짓이 있어서 더 적었습니다. 원래 사정이 어려워지면 정치적 공정성이고 다양성이고 개를 주는 면이 있죠) 뭐 그건 괜찮아요. 전 내가 낸데 정서가 좀 있어서 음 그렇구나 ㅇㅇ 하고 넘어가는데 그들의 살아온 인생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대치동에서 사교육으로 다듬어진 후 해외여행이 상시화되고 미국-영국 교환학생은 필수도 다녀온 대학생활 후 스무스하게 들어오신 그 분들은, 뭔가 외부 굴곡없는 내적 굴곡진 삶을 산 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상냥한 썅스러움도 갱상도식 대놓고 쌍스러움에 익숙하던 제게는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아...웃으면서 상냥하게 사람을 멕일 수 있구나...)

몇달 후 연수는 끝났습니다. 짧은 구남친과의 연애를 마치고(아 시버러버 말고 진짜 실생활 구남친요;) 저는 예상했던 대로 회계팀에 발령받았습니다. 팀장님은 이제 고인이 되신 분인데 매우 키가 작고 간이 좋지 않아보이는 안색의 분이셨습니다. 보자 마자 그 분은

"내가 너 여자 받지 말고 남자달라고 인사부에 그랬는데 왔다야"

오...첫 직장생활, 첫 부서, 첫 상사의 환대 멘트... 머릿속에 바로 든 생각은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수교국에서 파견된 특정 외교관의 전력 또는 정상적인 외교활동을 벗어난 행위를 문제삼아 '비우호적 인물'또는 '기피인물'로 선언하는 것이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9조에 규정돼 있다...라고 다음 사전에 있습니다. 전 이 용어를 에릭시걸 닥터스에서 십대때 줏어들었...ㅋㅋㅋ)

회계팀, 그리고 회계팀이 속해 있는 재무관리실의 사정은 그랬습니다. 1999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은 IMF 당시 그 회사의 대규모 구조조정, 정부 출자전환 및 감자를 겪고 일이 아주 많았고 다이내믹했기 때무네 '돈은 안 벌어주고 멋지지는 않은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두각을 나타내면 멋진 부서로 전출할 수 있으며, 승진하고 싶으면 가서 열심히 하면 되는' 그런 곳이었어요. 상고 출신의 이재 빠릿한 분들이나 마이너 학벌이지만 일 열심히 하고 워커홀릭이며 숫자에 밝은 분들이 가는 곳. 그리고 그 중 여자는 서무일만 하는 대리님 말고는 한 분도 없었습니다.

거기에 수습 회계사 따고 일반직으로 온 25살짜리 여자애가 전대미문의 '여직원'으로 처음 온 겁니다.

그리고 첫날, 팀 점심에서 낮술로 소주 한 병을 맥주컵에 따라마시면서 저는 참으로 직장 새내기스러운 순진한 결정을 했습니다. 내가 여자라서 이 분들이 못 미덥겠지만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면서 실력발휘를 하면 믿어주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서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밤을 새서 결산을 하고 정부 감사 전면에 나가 대응했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깡술을 마셔댔습니다.

부질없어요. 제가 감사를 받을 때 치하해주시던 이사님은 '어휴...시집갈 나이에...좋은 남자 어디 소개시켜줄게(결국 안 시켜줬음)'하고 입 치하를 했으며 팀장은 술 잘 마시고 야근 잘 하던 저보다 술도 안 마시고 맨날 도망댕기던 남자 후배직원을 연수 추천했습니다(저한텐 연수 입도 안 댔음)

저는 이제 3년 6개월이 지났고 회계팀 경력으로 회계사 등록은 애진작 완료하였으며 새 부서로 옮길 때가 되었습니다. 이 부서에선 더 이상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아참, 그 와중에도 저는 사춘기 옛사랑에 다시 불타올랐습니다.

띵똥이 아버님, 전처가 이지아고 후처가 아 이름이...기억이 잘...암튼 이쁜 그 여배우...인 이 분요. 마침 돈도 벌겠다 서울로 올라와서 집에서도 벗어났겠다 마침 7집 활동기가 제 체력이 잘 받쳐줄 때라 7집 전국 콘서트 올 출석의 위업을 세웠습니다. 마침 관종끼와 잘 맞아서 멘트 하나하나까지 기억해서 후기를 하나하나 썼는데 참 왜 그랬니 나새끼...그래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겠지...전국의 특산물 맛집과 함께한 저의 요절복통 투어는 회사생활-야근-술과 병행하여 저의 체력을 갉아먹었고 어느 순간 눈을 떠 보니 제 몸무게는 43KG을 찍고 있었습니다.

아, 7집에 따라댕겼는데 6집 사진인 이유는 6집 음악이 제 취향에 더 맞아서입니다.

여담이지만 탈덕의 이유는 '외모가 제 취향과 멀어져서'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어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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