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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에 대해서 대단히 많이 떠들어서 이걸 새로 구성해 보려고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기존의
-240517 절창Ⅳ 첫날 후기 (무대, 의상, 음악 위주) , 퇴근길
-240518 절창Ⅳ 두번째 및 막날 후기(곡 및 멘트 위주), 퇴근길
다 그냥 쭉 엮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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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절창 첫번째 공연
춘향가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중요 대목을 조유아의 김세종제와 김수인의 동초제로 각각/섞어서/바꿔부릅니다
젠더프리로 조유아가 이몽룡/변학도를 하고 김수인이 쑥대머리를 부릅니다
그러다가 김수인이 눈깔...아니 눈을 뒤집고 번쩍거리고 무대를 뒤집으며 광기의 어사출두

절창 두 번째로 본 다음 쓰려고 했는데 뻐렁쳐서(...) 일찍 깬 김에 씁니다 답없는 얼빠라 우주의 기운을 첫날 첫열에 다 썼는데 굉장히 세련되고 힙한 무대를 조망하려면 위에서 좀 내려다볼 필요가 있어요
확장하고 전진하는 사선 십자가형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또다른 무대미술인 리어가 2층 수평무대로 정적 배치를 하고 물로 방점을 찍었다면 절창은 대놓고 전진하고 뒤틀고 삐뚜름한 반전을 보여주겠다고 무대로 선언하는 셈입니다


제가 일천하여 전통 악기 배치를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생황이 제 1선이고 거문고 가야금이 그 다음, 고수는 중간에서 살짝 뒤에 있는 배치도 신선했구요 스트링뱀부와 전자악기가 전통악기와 긴장감을 자아내다 어울리다 하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그리고 유아님은 이 모든 악기 연주자들을 넘나들며 플러팅하심)

이 공연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게 절창 이 티저 배경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이 들려주는 현대적인 음악으로 두 남녀 소리꾼의 목소리가 상승하고 하강하며 오버랩되며 하나가 되어갑니다 실제로 공연에선 이 음원을 꽤 길게 해주는데 풀버전 주세요 플리즈
https://youtu.be/INeSXItrkIo?si=LosV--Feq5z4OLck

의상도 기대 이상. 한 배우가 춘향가의 여러 배역을, 그것도 젠더 프리로(하긴 판소리 자체가 젠더 프리 장르긴 함) 맡아야 하는데 그 어려운 걸 아름답게 구현함
재밌는 점은 조유아님 옷은 어사또에 변학도 역까지 해야 하므로 갓 등의 소품만 곁들이면 바로 남자역이 가능한 젠더뉴트럴이었고 기능적이었어요.

김수인의 옷은 굉장히 덕심을 자극하는 제의 의상에 가깝습니다
한 소매는 짧고 한 소매는 지나치게 긴데(동서양 막론하고 일 안 해도ㅠ되는 귀족의상에서 양식미 추구할 때 소매가 길고 풍성해지는 거 연상됨) 이 소매는 끼고 벗을 수 있어 두 가지로 연출함즉, 손을 덮는 풍성한 긴 소매를 입을 때는 휘날리는 식으로 옷자락 연출이 가능하고 긴 소매를 벗으면 양손을 자유롭게 쓰면서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합니다


마침 김수인은 몸도 잘 쓰고 옷자락은 몸의 일부처럼 잘 다루죠
기능적인 옷을 입은 여성과 양식적인 옷을 입은 남성, 여기부터 비틀었음

궁예인데 김수인 머리카락을 갈색으로 하고 곱슬거리게 헤어 세팅한 것도 연분홍색 옷과 어울리게 하려고 한 듯?(그냥 당시 속마음은 으어어 이쁘다 분홍 장포 입은 곱디고운 선녀다)
제 마음속 김수인은 쿨톤이었는데 그냥 웜쿨 다 받아먹음


요약에서 말한 것처럼  이번 절창의 큰 얼개는 판소리 춘향가의 주요 대목을 100분 동안 재구성하여 보여주는 것입니다
재구성이다보니 춘향과 몽룡의 만난 후에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가 있는 사랑가(동초제의 긴사랑가-김세종제의 짧은 사랑가를 두 소리꾼이 같이 부름)가 이어지는 게 아니라 장원급제한 이몽룡이 남원으로 내려가다가 방자와 재회하고 춘향의 편지를 보고 눈물로 좋았던 시절을 회상할 때 사랑가가 재현됩니다
그리고 춘향이 그네 타는 대목도 가장 끝으로 넣는 등(마지막에 넣은 의도가 궁금함) 시간을 재구성하였는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관객들은 춘향가의 대목은 몰라도 줄거리는 다 알고 있으므로 플래시백 넣은 정도는 앞 사설로도 충분히 이해 가능.

다만 심청가 등 전통판소리를 근간으로 만든 창극의 경우처럼 한영자막을 제공했으면 고어를 알아듣는데 훨씬 도움이 되었겠어요

처음 조유아, 김수인 솔로 두 곡 설정이 소리꾼의 고독한 모습을 그리는 거였다고 김수인이 퇴근길에서 말했는데 그제서야 등장하다마자 무대 뒤로 가서 모로 돌아앉고 박석고개를 반복 연습하는 듯 수련 자세로 부르는 게 이해가 완전히 되었음(사석 설명보단 플북이나 오프닝 자막이 공식화 땅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견을 보태어보자면 이번 구성은 20-30대인 젊은 성년 소리꾼이 자신의 세대에서 보는 춘향가였습니다 10대 소년소녀는 만나자마자 이별하고 이도령은 급제하여 어사가 되어 박해받는 춘향의 편지를 받고서야 철부지 사랑을 회상합니다
둘은 우여곡절끝에 몽룡이 어사출도로 춘향을 구원하는 것 같지만 마지막까지 춘향에게 생면부지 어사또인 척하면서 수청을 떠 보는 원작을 살렸어요. 그러면서도 몽룡이 건네준 자신의 지환으로 그를 알아본 춘향이 지환을 내던지며 '나 죽은 다음 오지 그랬어?'하고 몽룡이 싹싹 비는 장면으로 통쾌하게 만드는 게 동시대성에 제일 보탠다 싶네요

성인의 농익은 해학에 강한 조유아가 제일 강한 대목이 변사또로 분한 대목이고 혈기왕성한 청년 김수인이 돋보인 게 어사출도라는 것도 각자의 나이대와 개성에 잘 맞았구요, 사랑가를 마무리하는 꽤나 외설적인 궁자 노래를 조유아가 리드하고 김수인이 조신하게 덮쳐지는 설정도 영리함

제가 첫 직관한 창극인 베니스의 상인들에서도 그렇고, 그 전을 되짚든 그 후를 보든 김수인은 연상과 잘 맞습니다. 그가 연상 콜렉터라기보다는,  거너릴과 리건에게처럼 욕망의 대상이 되는 쪽이고, 소연님이 극 상대로 간택한 것처럼 연상에게 콜렉팅되는 쪽이죠.
https://www.youtube.com/shorts/LshVVMbuwNA
그는 절창에서도 조신하게 '유아 누나'를 모십니다. 노가바...아니 제 바꿔부르기에서 유아님 대목 때 스탠딩 마이크를 갖다드리고 마라커스를 흔들며 흥을 돋군 다음 부채로 땀을 식혀드리는 것까지 그의 곰살맞은 조신함은 완_벽
 
연하의 매력 중 하나는 아방함인데, 제가 춘향가에서 원체 좋아하는 대목인(제 차애 최호성님이 방자로 나와서 맛깔지게 잘 하는 영상으로 봄) 어사 방자 상봉 대목에서 충심만 앞서고 눈앞의 도련님(워낙 그지꼴)을 못알아보다 유식한 언변에 넘어가 홀랑 편지 보여주는 방자에 너무 어울림. 따봉.

하긴 어사출도로 혼 다 뽑아놓고 바로 장모님; 월매로 빙의해서 건들대며 이 배가 열녀춘향 난 배로다 아들 낳을 생각 말고 딸 낳으라고 갖은 뽐을 지나치게 잘 소화하는 걸 보며 김수인 소질은 차암 이상한 데 다 뻗쳐있는데 너무 허우대가 멀쩡해서...아니 그래도 와꾸가 최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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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절창 1 김수인 퇴근길
이몽룡 또라이라고 수청 또 들라니 정신이 이상하다고 까는 전직 이몽룡 ㅋㅋㅋ
목이 괜찮냐는 질문에 안 괜찮다고 어사출두에 다 쏟아부었다고(응 그래보임)
내일 오는 분 있냐고 질문하고 네에 합창에 잘 자야겠다며 마무리함
자세한 내용은 타래로 잇겠음요

공연 처음에 각각 부른 곡은 소리꾼의 모습, 소리꾼의 고독을 그린 거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좋은 친구를 만나서 같이 부르는 설정이라고
춘향가에서 제일 어려워서 피하고 싶었던 부분을 골라서 정면돌파했다고 함. 수인이가 춘향가에서 가장 어려워서 피하고 싶었던 노래, 결국 선곡해서 본인 첫 대목으로 한 게 '박석고개'였어요. 이몽룡이 고개에 올라 남원을 내려다보고 춘향 집에 찾아가는 내용인데 워낙 느리고 장중해서 왜 어려워하는지는 좀 알겠음

스토리는 작가, 유아님(계속 유아누나라고 부름), 수인이, 연출님 총 네 분이 계속 의논해서 써 나가고 고쳐나갔대요
이해하기 괜찮았냐는 질문에 참신하고 좋었다고 하자 다행이라며 순서를 막 다 바꿔놔서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환하게 웃음(플래시백 정도라 이해하긴 괜춘)

김세종제와 동초제 바꿔부르기는 어떻게 했냐고 물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가르쳐주고 선생님 되고 제자가 됐다며 ㅎㅎ 근데 유아누나는 완성형이라(가르칠 게 적었다는 뉘앙스)

의상이 독특했다고 하자 두 명이 주인공이 되는 컨셉으로 했다고 의상이 잘 나와서 만족했다함

아 그리고 수인이 독무는 사랑가 회상이 끝나고 몽룡이가 현실로 돌아가는 걸 표현했다고
자꾸 잡으려고 하는 등;
현대적인 안무였다는 말에 너무 고전대로 하지 말고 현대를 반영하자고 했고 안무가 그대로 나왔다고 함
(김수인이 현대무용 독무를 했습니다 여러분)

이몽룡이 매달리는 엔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자 박장대소하며 아주 만족하고 원하던 엔딩이었다고

이몽룡 '또라이'예요 또 수청을 들라고 하고 정신이...(머리에 손가락 대고 휙휙 돌림)
다음 춘향전에서 춘향이 역할 어떠냐고 하자 괜찮은데 유아누나가 궁자노래(겁나 야함)해야 된다고

아 맞다 수인이가 방자 역 맡은 거 좋았다고 하자 방자 머리띠가 뗐다 붙였다 하는 건데 두르려고 한참 하고 있으니까 유아 누나가 "니가 방자를 해봤어야 알지!!!"하면서 묶어줬다고(오늘 조유아 몽룡 김수인 방자 진짜 좋았어요)

목이 괜찮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안 괜찮아요' 어사출두에서 다 쏟아부었대요 워낙 가사도 많고 빠르게 쏟아부어야 해서 힘들었다고
어사출두가 전쟁같았다는 말엔 '난장판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네 한 사람이 부채 하나 들고 다 뒤집어놓습니다)

내일 또 오시는 분?이라는 수인이 질문에 수십명이(오늘 많이 오심) 네에 하고 떼창을 하자 잘 자야겠네요(자는 게 목 회복에 제일 좋다는 청년 ㅇㅇ)라고 함
팬들이 길 터주자 또 인사하고 차 쪽으로 사라짐
잘 가 잘 자 행복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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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8 절창 막공
커튼콜에서 온 얼굴이 땀범벅이 되어 피곤하면서도 후련하게 웃음짓는 수인이를 보니 이 청춘의 다시 오지 못할 순간을 갈갈갈하여 혼신을 뽑아낸 정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왕 소비하는 거라면 즐겁고 기쁘게.

절창 셋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대사 없이 바로 조유아님이 초앞을 부르기 시작하여 12번 궁자노래 부를 때까지 쭉 달리다가 13-14 제 바꿔부를 때 인사와 설명을 하고 15번 십장가에 다시 춘향가 흐름으로 돌아갑니다
19번 상봉+장모 행차로 이야기는 마무리되고 20번은 주인공인 춘향 상징

이 공연의 오프닝인 초앞에서 조유아님은 무대 뒤에서 불러서 목소리만 등장하고 김수인은 무대 위에 등장해서 초앞 속 이몽룡처럼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만 합니다
초앞이 끝나고 본인의 곡인 박석고개에서는 수련하는 소리꾼 자아로 모로 돌아앉아 연습하듯 부르는데 어제보단 좀 친절해졌단 느낌(부연하자면 곡의 설정에 대해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좀 조절)

두 소리꾼이 처음으로 무대 위에서 만나는 금과 옥의 내력에서는 무대 위아래를 후리는 조유아님의 매력에 김수인이 관객 모드로 아주 넘어가다가 말미에 딱 '얘 춘향아'라고 지적받으면서 춘향이가 되어버림ㅋ

네번째 천자 뒤풀이는 이후 십장가와 더불어 두 소리꾼의 각각 다른 '제'를 한 곡에 절묘하게 녹여놓은 대목입니다 여러번 얘기했지만 조유아의 춘향가는 김세종제이고 김수인은 동초제인데 같은 주제, 같은 곡이라도 템포와 박자, 가사가 꽤 다릅니다. 이걸 각자의 스타일로 주고받다가 같이 각자의 스타일로 부릅니다
River가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차이가 있다면 리버는 이태리어와 한국어라는 완전히 이질적인 언어가 폭발하지만 천자 뒤풀이는 같은 언어이되 이질적인 말들이 때로는 긴장하고 때로는 화합하는 게 더욱 미묘하다 하겠습니다

다섯번째 대목인 이별가는 고영열씨 때문에 익숙한데(공교롭게도 영여리도 김세종제 춘향가군요) 음악성과 문학성(이도령이 달만해지다가 별만해지다가 사라지는 모습) 모두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이때부터 이몽룡에 대한 깊은 불신이 시작되어 춘향이가 애절할수록 그럴 가치 없어 차; 일케됨

장원급제는 바투 상사디야에서 수인이가 불렀던 과거장을 살짝 축약했다고 보심 되고 어사가 되어 서울 출발 남원 도착까지 온갖 지명을 속사포랩처럼 쏘아대는 '어사발행'이 힙하고 까리함 그 자체였습니다 김수인의 소리 장점 중 하나가 리듬감과 말맛인데 제대로 살았음
https://youtu.be/0AmwzE1thIs?si=OeRspprugPUONmBF

쑥대머리는 국악가요 버전이 아니라 판소리 대목 그대로. 조금 전 장원 급제하여 남원으로 행장 떠난 그 김수인이 바로 감정잡고 옥중 춘향이로 돌변할 때 이 공연은 뭐지....?라고 생각하면 맞습니다
젠더 프리<-하긴 판소리 자체가 한사람이 남녀노소를 넘나드는 매우 힙쟁이 장르네요

그리고 어제 제가 후기에서 얘기한 것처럼 어사 조유아와 방자 김수인은 최고의 합으로서 둘이 조선명탐정물이라도 찍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방자의 문제해결능력이 의심스럽지만 '충비(충성스러운 노비;)로다 충비로다 우리 방자 충비로다'(따봉)

문제해결은 어사또가 하면 되죠
방자가 '어서 춘향 아씨 구하러 갑쇼'채근할 때 유아 어사님이 엄근진하게 '내 방법이 있으니'하고 말씀하시고 방자 수인이 정말 얼빵하게 '바아앙...버업/?'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알겠습니다요하는 장면은 두 번 봐도, 아니 이번이 더 웃김
김수인 필모에 방자 추가

사랑가에 대해서는 어제 얘기했으니 패스. 사랑가는 어제 합이 조금 더 좋았습니다(그리고 십장가는 오늘이 어어어어엄청나게 좋아짐)

그런데 말입니다
절창 프로그램에는 가사집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가에 이어지는 궁자 노래는 가사가 안 실려 있어요
각자 찾아 보시길 바랍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도령이 춘향이에게 19금 개수작을 부리는 내용인데 아무리 고전이라도 국립극장 공식 플북에 들어가기엔 무리가; 그런데 절창에서는 춘향이가 궁자 노래로 수작을 부리며 몽룡이를 속치마 씌워버림 그리고 중요 대목은 둘이 얼싸안고 상큼하게 사라져버린 무대 뒤에서 부름

빻은 내용을 단순히 성반전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적당한 승화와 암시도 주는 게 좋더라구요
이 두 배우는 성인이긴 하지만 젊은 세대니까요 비슷한 맥락에서 천자 뒤풀이 마무리로 깔깔거리며 둘이 팔짱끼며 다리 차고 퇴장하는 장면도 청춘같아 참 좋았음

이야기 흐름대로 가 보자면 어사 몽룡이 춘향의 옥중 편지를 읽고 둘이  깊이 사랑하던 시절을 회상하고 김수인의 독무가 나옵니다
김수인피셜 퇴길 멘트를 적당히 종합하면
사랑하던 시절의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이몽룡의 회한에 찬 모습 컨셉을 잡고 안무가에게 전하여 너무 고전적이지 않게 현대적으로 짠 안무가 나온 모양입니다

김수인 독무를 보고 떠올린 생각은 그간 1년 남짓 보아온 건 '몸에 익숙한 무용 전공자가 노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만든 빼어난 몸짓'이었지 각잡고 추는 무용 그 자체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거였어요.

그러니 제대로 춤출때 얼마나 파괴력이 심한지도 전혀 예상치 못했음
약간 바닷물 마신 기분이에요 뭐가 들어왔는데 더 복잡한 심사에 더 갈급하게 되는 느낌-_-?
아니 근데 국극이 이번 절창 영상으로 안 남겼다면서요
아니 왜 그런 반달리즘을




김수인 충격의 포스트모더니즘 독무 후 드디어 절창의 두 주인공이 본격 인사와 멘트함
춘향가의 순서를 바꿔서 진행하고 있는데 잘 따라오고 있으세요?하는 질문에 네하고 관객이 답하니 다행이라고 함

유아님이 특별한 순서를 마련해 봤다고 하니 수인이가 어떤 특별한 순서일지 기대가 되는데요오? 하고 약간 어린이 국악꿈나무처럼 받아내서 개터졌음; 가끔 4세 국악신동 김수인군으로 돌아갈 때 웃기더라구요 아 그땐 더 엄근진이었구나;
각자의 유파, '쩨'를 바꿔부르는 시간이었는데요 초심자에게 친절하면서도 고인물들을 거스르지 않는 적당한 눈높이 해설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선배("제가 선배처럼 보이진 않죠 여러분?")인 조유아가 먼저 바꿔불렀는데 장단놀음이 장점인 동초제를 구성진 성음이 장기인 조유아가 어떻게 해낼지 기대된다고 김수인이 한껏 바람잡음
해학마스터인 유아님은 변사또 부임대목을 부르면서 '우리' 김세종제와 동초제를 맛깔지게 비교설명함.

실은 둘째날에 유아님 목 상태가 그리 깔끔하진 않았는데요 변사또 부임대목처럼 테크닉과 재치가 필요한 부분은 너무 잘 소화해냈고(수청 지망자 항시 대기) 청아한 고음이 필요한 부분은 김수인이 같은 키로 질러주었음
+) 힘에 부칠 때마다 관객들 추임새가 엄청났어요.

김수인은 바꿔부를 김세종제의  장점 계면조(슬픈 가락)이 두드러지는 갈까부다를 선곡했는데요 이또한 김세종제 춘향가를 하는 고영열씨로 접해 보았습니다
아 애절했어요 근데 전 안구건조증인데다 몽룡불신증이라 안 울었;(나중에 김수인도 관객들 안 운거 같다며 ㅋㅋ)

이제 춘향이 저승가기 전에 스토리로 돌아가서 김세종제와 동초제를 결합한 십장가를 두 소리꾼이 부르는데요, 어마어마함
일단 내용이 수청을 거부하는 춘향이에게 변사또가 수하를 시켜 장을 치고 몸이 상하는 걸 자세히 묘사하며 그 처절함에 사령들이 사람이면 이 짓을 못하겠다 진저리치는 겁니다.
조금씩 다른 사설을 오버랩핑하고 때로는 유니즌으로 하면서 위력은 더해가는데 조유아의 칼칼한 탁성과 김수인의 까랑한 목소리가 더해지면 굉장히 위압적이에요 특히 장 치는 소리를 김수인이 그 특유의 쨍 까랑 톤으로 "딱!"치면서 두 소리꾼이 부채를 떨어뜨리는데 떨어지는 소리가 아픕디다

그리고 저는 이 긴 텍나불을 실은 옥중가 아는 척을 하려고 이어나간 것이었다 ㅋㅋㅋ

조유아가 하는 옥중가에서 옥중 장에 맞은 춘향은 꿈에서 두 부인을 만나 힐링함 근데 이 두 부인이!! 제가 작년 가을 심청가에서 본 그 이비라는 데 제가 지금 마시는 와인을 검<-네 또 마시는 중;
요순시대 그 요 임금의 두 딸이자 순 임금의 두 비인 아황과 여영인데(동양에서 자매가 한 남자에게 같이 시집간 가장 유명한 예;) 남편인 순 임금이 죽었을 때 피눈물을 흘려 땅에 새겨졌다는 고사가 있고 이비를 모신 사당이 옥중가에 나오는 황릉묘예요 저는 이 아는 척을 하려고 7개월 기다림 껄껄

여튼 아황과 여영, 이비 또는 두 부인은 고대의 여성 미덕의 화신같은 존재들이라 고전 소설의 주인공들이 고난을 겪고 있을 때 그들을 위로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정령같은 거더라구요. 춘향에게는 정절, 심청이한테는 효에 대해 감동하고 칭찬해줍니다.

심술궂게 생각하자면 판소리의 주요 소비층이었던 양반들의 지배논리인 정절과 효도를 권장하고자하는 프로파간다의 화신인데 서글프게 느껴졌어요. 춘향과 심청은 자신이 믿는 가치를 지키려고 극단까지 고난을 겪잖아요 그게 헛되지 않았음을 믿고자 스스로 만들어낸게 아닌가해서요<-심청리뷰 복붙;

그럼 이제 드디어 어사출두로 넘어가야겠군요
저는 2024 신년음악회에서 김수인이 말아주는 동초제 어사출두를 세 번 봤는데요 그 때도 꽤나 익스트림한 퍼포였다고 생각했어요(돼먹잖은 영어 남발은 우리말이 짧아서입니다) 그 때도 김수인 눈이 넹글 돌았거든요.
https://youtu.be/e520OTK6juw?si=Bu4XpC13isJOjSuq

신년음악회 어사출두는 신라면입니다
블러디메리는 불닭볶음면입니다
그리고 절창 어사출두는 핵불닭볶음면에 하바네로 랜덤 추가입니다
그리고 김수인은 기질상 이보다 더 매운 걸 말아줄 수 있습니다. 두렵고 기대됩니다(덜덜)

절창 어사출두는 어느 관객의 말처럼 다크 히어로 뮤비같다는 데 동의합니다 이 무대의 전면 오른편 단독 스테이지에서 어사또는 변학도 생일잔치에 그의 악정을 까는 시를 짓고 출두의 기반을 다집니다.

그리고 단독 무대에서 어사또로서 출도령을 내린 후 본격적으로 사선 무대를 휘저으며 그 잘 쓰는 몸짓과 넹글 돌은 눈빛으로 변사또를 비롯한 각 고을 수령의 혼란과 난장판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우르릉탕탕 천둥번개치는 무대연출은 힘을 실어줍니다.

국극 23-24 시즌 유료 회원의 기운을 몰아 양일 좀 앞쪽에서 뵈오니 김수인씨 눈빛이 돌은 정도가 제가 지금껏 뵌 중에 으뜸이었습니다
거기다 몸 쓰는 것도 무대 전후좌우 뚫을 듯;
이건 뭐 가짜광기 진짜광기 따질 때가 아니라 대무당 굿 보는 기분이라 이 분이 꺼내 쓴 기를 걱정해야 할 판.

어사출두에 기운 다 썼더니 어사 춘향 상봉 장모출두 다 어제 감상과 같구요(성의 다 떨어짐)
여전히 김수인은 수상하리만큼 월매 마스터였지만
유아님이 이 세상 딸들이 대부분인 관객들에게 아들일랑 낳지 말고<-이 부분에서 유아님이 김수인 가리키고 김수인은 ㅋㅋ웃음; 딸 낳으라는 대목 맡아 하기 세상 잘 하셨음.

불꽃같은 이틀 마무리+오늘 목 상태 극복(잘 하셔쓰요)으로 마지막 인사에서 유아님이 울컥하고 김수인은 웃으면서 달랬는데요
사바하 장재현 감독과 이정재가 딱 저랬음요
(장재현) 영화 만드느라 넘 힘드러꾸여(울컥)
(이정재) 자긔 좋은 날 왜 이뤠
<-죄송합니다 막돼먹은 개그욕심

아이고 밤이 깊었네요 작년 10월에 대전 연정국악원 춘향 무대를 말아주던 청년의 '절창 보러 오세요오~'가 어제같은데 아쉽습니다
고생했지만 예인으로 이만한 성취 기회도 드무니(급 꼰대모드) 고생 보람 있으리라 청년 더 고생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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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8 김수인 막공 퇴근길 뒤늦게 멀찍이서 보고 사인받은 후기
간식나눔하다가 가서 한참 뒤에 갔는데도 꽤 길게 얘기하고 사인 원하는 사람 길게 다 끝내고 뒷풀이감(청년 늦게 가서 한소리 듣겠;)
워낙 뒤라 얼굴만 열심히 뜯어먹...아니 구경했구요

올블랙 착장에 갈색 펌.
퍼머는 공연 때문이 아니라 하고 싶어서 그냥 한 거라는데요;
아 맞다 어제가 어머니 오시고 한승석 교수님 오시고 많이들 오셔서 많이 긴장했다고
무대는 런웨이같고 본인 의상은 하이패션같아서 매우 마음에 들었댑니다
24-25 시즌 일정/지방공연 작품은 본인도 모름 알려주면 암
스스로 본인이 까불까불하다고 말함
임규형씨를 하도 얘기해서 그분 귀간지럽겠;

나눔간식한 스티커 얼굴 주인이라 두개 드렸더니 오트밀 간식보고 인간사료라고 웃으며 이야기함 '부산갈매기'라고 바로 알아보면서 어들녀 어디갔어요 어들녀하면서 한참 찾았습니다.
설명충 들어가자면 지난번 캎이벵 크레즐 작명소에서 전 부산에서 왔다고 임규형씨가 부산갈매기라고 작명해줬고 @hae82e 님은 어깨 드러내는 옷 입고 왔다고 어들녀가 될 뻔했으나 승민이랑 같은 갤럭시폰이라고 승갤똑이 됨
캎이벵 끝나고도 부산갈매기랑 어들녀 얘기하면서 자기들끼리 웃었다고.

뭐...랄까 니가 웃으면 나도 좋아 ㅋㅋㅋ 그리고 떡 이벵도 흑임자떡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 좋아하면서 갔습니다
20일부터는 만신 연습 들어간다네요
수고했어 오늘 진짜 잘했어요
그러니 쉬고 일해라 청년.

오늘의 김수인 인상
- 스탠리 텀블러 하도 봤더니 정들려고함
- 달오름 위에서 내려다보니 구름같이 몰려든 팬에게 딱 1미터 유지하면서 필리버스터 오프라인 소통러
- 그러나 온라인은 방자에 가까움(아방) 가가국 아예 모름
- 초여름의 청량함과 참 어울리는 싱그러운 청년임 글쎄 아까 눈을 뒤집고(후략)

-휴...그리고 귀향길 기차 안에서 기절 나도 힘들었다 진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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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에서 두 번째 총서 '창극의 변화와 도약'을 얼마 전에 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무료 다운 가능. 

https://www.ntok.go.kr/kr/Museum/Archive/ResearchBook

 

공연예술박물관 - 조사·연구 > 연구총서

 

www.ntok.go.kr

다 읽었으니 감상문을 쓰겠읍니다. 저는 불과 7개월 전 '베니스의 상인들'로 창극에 입문한 아가-_-로서 영상 포함 감상 작품이 열 손가락 미만이지만 이럴 때가 용감한 법이죠.
일단 두괄식 구성으로 시작해 봅니다.

이 도서는 창극 전문가들이 창극과 대표 단체 국립창극단에 대해 조망한 논문을 엮어 만들었습니다. 역사 격인 총론과 창극의 각 요소인 각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론에는 연출/작창/해외작품/영상/배우 등에 대해 다뤘습니다. 245페이지라 버거우면 관심분야만 골라서 먼저 읽어도 되며 요점만 파악하려면 각 논문의 요약편을 읽어도 얼개를 파악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넵 저는 꼼수에 강합니다)

각론에서 연출은 창극의 역사와 관점, 지향점이 보이고 작창에서는 음악 구성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해외 작품은 창극의 현대화와 시대 정신에 대한 고민이 보이고 영상은 기대 안 했는데 매우 독특한 소재 선정으로 현대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 그리고 배우는 주조역의 인물론 등이 나옵니다. 대체로 구성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살짝 일관성에 대해서 아쉬웠던 점은(이건 편집자의 몫)

1. 최초의 창극이 1892년 '춘향전'인지 1908년 '은세계'인지 총론 1.2에서 갈린다는 점(저는 '춘향전'이 최초의 창극이고 '은세계'가 창극의 얼개를 갖춘 최초의 창작 창극이라는 식으로 이해했습니다)

2. 창극에 대해서 광복 이후에는 1962년 창단된 중심 단체인 국립창극단 위주로 서술되어 있지만 50년대~6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일종의 대척점이었던 여성국극배우에 대해서는 배우론에서 유일하면서도 자세히 서술되어 있습니다. 좋다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일관성 면에서 약간 의문이;

 

총론 1 '판소리에서 창극으로'는 19세기 극후반부터 20세기 극초반을 주로 다루며 판소리에서 창극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대해서 서술하며 현재 창극의 한계와 제언이 있습니다. 개화기에 태동하였지만 일제강점기에 풍속을 문제로 끊임없이 규제받았던 창극에 대해 알 수 있어요.

총론 1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1908년 최초의 창작 창극 '은세계'입니다. 개화기 소설가이지만 친일파-_-이인직은 이름을 빌려주었을 뿐 개입하지 않았으며 사실 이를 구실로 김옥균빠..아니 추앙하는 최병도와 탐관오리와의 대립 민중의 목소리를 실어서 대중의 호응을 얻어냈습니다. 미묘한 부분은 이 때 '은세계'는 그 때 갈급한 시대 상황을 드러내서 대중의 많은 공감을 받았지만 광복 이후에 리메이크된 작품은 소통과 공감에 실패합니다. 이는 서사의 동시대성이라는 점에서 많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총론 2 '국립창극단이 걸어온 60년'은 앞의 각론에 대한 프리뷰 역할을 합니다.
요약: *안숙선* 명창, 배우, 단장, 예술감독, 작창가, 소리 지도자 등을 오랫동안  해 오신 분...
*김성녀* 터닝 포인트

각론 1 '국립창극단 연출 작업의 흐름'에서는 주요 연출자들과 주력 포인트에 따른 변화 등을 서술합니다.
- 60년대 이진순 연출은 ‘판소리를 근간으로 전통예술 양식 체계화'를 주창했고
- 70년~80년대대 허규 연출은 '전통극 문화 복원, 보완.재창조를 통한 현대화'와 민중 강조(솔까 이 시대 연극 연출자 출신 치고 그쪽;에 경도되지 않은 사람이 드물 것;)
- 90년대 김홍승 연출은 오페라의 극적 요소 도입
- 90~00년대 박성환 연출은 국내외 창작 작품 도입
- 각국의 해외 연출가 초빙을 통한 다양화
- '10년대 이후 고선웅, 배요섭, 남인우 연출 등의 각양각색 새로운 시도 등이 있겠습니다

여담인데 '정년이'의 연출가 남인우씨가 제가 참 좋아하는 '천하장사 마돈나'로 창극 '내 이름은 오동구'를 연출했더라구요? 트랜스젠더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다니 비범한 국립창극단...궁금해집니다

아 그리고 24~25시즌에 예상되는'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 대해 최초의 18금 창극으로서 여성 주인공인 ‘옹녀’ 의 시점으로 극을 전개, 사랑과 삶에 관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해석했다는군요. 처음엔 이름만 듣고 ㄷㄷ했는데 기대가 됩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 대해서는 여러 각론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다루어집니다. 결말은 가부장적이고 순응적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각본 인용을 읽어 보니까 키링 겸 인간 딜도 변강쇠를 품어주는 성님 옹녀인 거 같아서ㅋ 좀 지켜봐야 될 듯요.

각론 2 '창극의 시대별 작창과 반주'에서는 시대와 작품별 음악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는 데 제가 여기에 있어서는 배움이 특히 짧은 관계로 잘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아주 이른 시기인 60년대 초반부터 작창과 배경 음악에 대해 깊은 고민과 파격, 변화를 도모해 왔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각론 3 '국립창극단 무대에 활용된 영상'은 사실 가장 특이한 논문 소재이다 보니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① 무대 공간 배경 ② 작품의 시간성 구현③ 작품의 서사 및 음악 상징, 보완 장치로 창극을 현대화시켰으며 인터랙티브 요소도 도입했다는 분석이 ISTJ의 마음에 쏙ㅋ
또한 음성과 서사로 설명해주는 '도창'을 영상이 때로는 보완하고 때로는 대체해 왔다는 설명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전투씬 등으로 무대 상영에 한계가 있는 적벽가에 영상이 하는 역할  재미있었어요.

'창극의 변화와 도약' 총서 각론 4 '국립창극단의 해외 원작 레퍼토리'에서 제가 자첫했던 '베니스의 상인들'은 시간 한계로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창극 기존 팬들에게 이 극이 이질적이었고 엇갈린 평이 나왔나에 대해서 약간의 단초는 잡았습니다.

아래 캡처에 나오는 대로 국립창극단의 해외 원작 창극은 2009년 이후로 동서양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해 왔는데요(맥베스 부인, 메디아, 트로이의 여인들 등이 땡겼) 제가 패왕별희와 리어 외엔 본 게 없어서 재인용이 조심스럽습니다만

첫째, 해외 원작의 경우 타문화 이야기가 우리 문화로 변이되는 지점이 관객에게 큰 쾌감을 줄 수 있다. 둘째, 관객이 이미 이야기의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면 플롯을 변형하고 압축하는 데 부담이 적다. 셋째, 원작의 예술성에 의탁하여 원작의 문학을 구현한 예술 작품으로서 이어받을 수 있다(인용)

그리고 이 제각각인 해외 원작 창극에서
-여성의 한(恨)으로 치환된 비극성: 여성이 주로 수난당하고 희생하는 비극, 그리고 전통적 가치인 충효를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고민(코델리어의 효, 메데이아가 자식을 죽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희생자로서 비쳐야 한다는 점, 우희의 지고지순함 등) <-저는 특히 이 부분에서 '베니스의 상인들'이 이질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도창과 코러스, 그리고 민중의 목소리를 읽어냅니다. 특히 저는 그리스 연극을 좋아하는 점에서 소실된 그리스희비극이지만 오페라의 원형이 되었고 그것이 다시 창극에 영향을 주면서 그리스식 코러스가 도창과 합창에 영향을 주는 점에 대한 분석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각론 5 '창극 배우의 역사와정체성'에서는 제가 지극히 사랑하는 신재효 선생의 광대가-인물치레, 사설치레, 득음, 너름새 얘기가 오프닝을 뙇 장식합니다 ㅋㅋㅋ 여기서는 총체적인 연기인 '너름새'를 강조해요. 창극은 사실적인 극 연기이지만 손짓, 발짓, 어깨춤, 과장, 시늉, 발걸음 등이 전통적 너름새에 기반을 두고 수행해야 되는 등 창극의 다른 요소와 마찬가지로 '내일의 전통'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듯 합니다.

아 1908년의 창극 춘향전에서 이도령 역의 최득이는 '20대의 젊고 모양 좋은 광대로 〈너름새〉가 잘 어울리며, 소리하는 양은 우람하여 장안 의 인기를 독점하다시피 하였다'라고 합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100여년전에도 얼빠 ㅋㅋㅋ 나는 전통계승임

국립창극단 이후로 배우 세대를 나눠보자면
1세대 명창 배우시대('62~'79): 인간문화재, 판소리 중심
2세대 창극 배우시대('80~'99): 1세대를 사사하고 배우로서 정체성 확립
3세대 스타 배우시대(00~현재): 판소리 대학 전공, 창극을 넘나들며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는 스타 배우 이렇군요. 
마지막 제언쪽에 눈길이 간 게 창극단에 들어가서야 창극 연기에 대해서 배우는 게 거의 다이다 보니 ‘배우’이자 ‘광대’로서의 역할이 넘나들 수 있는 ‘창극 배우’가 체계적인 시스템 하에서 길러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이건 저도 창극배우들 인터뷰에서도 여러 번 본 적 있음)

 

휴 이렇게 깨알같은 254페이지를 한 달음에 읽게 만든 김수인씨께 완독의 영광을 돌리구요 겉핥기나마 창극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여담으로 위키디피아의 창극 항목은 자세한데 과거 내용과 한계에 머물러 있구요 나무위키는 최근 웨이브에 대해 집중한 감이 있어서 이 총서를 좀 더 대중적으로 다듬은 홍보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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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공연 평 쓰기 전 서설:

- 해오름극장 2층 북라운지에는 패왕별희 관련 주요 책 두 권이 있습니다. 왼쪽 핑크색 책은 전설적인 경극 배우 메이란팡의 친우이자 동료인 경극작가 제여산이 집필힌 패왕별희 대본집이고 오른쪽은 영화 패왕별희 팬북이예요. 영화는 경극 패왕별희의 두 주역에 대한 생애를 다룬 영화라 극중극으로 약간 관련이 있습니다. 왼쪽도 창극하고 스토리가 꽤 차이납니다. 창극은 경극을 토대로 창극화를 시키고 1부(오강의 노래, 홍문연, 전술과 전략을 세우다, 십면매복)의 거의 대부분의 내용과 한신, 맹인 노파, 어린 항우 캐릭터는 창극 오리지널입니다.

-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제여산의 패왕별희 대본집을 볼 가치가 있는 이유는, 경극의 역사와 이해 주요 남녀 배역 설정 초한전 배경 등이 나옵니다
정사에서는 항우의 전장마다 따라다니던 우희라는 애첩이 있었고 패왕 죽음 후 종적이 묘연하다는 얘기만 있는데 몇백년 지난 후세에 비극적인 사랑 얘기가 살이 붙기 시작합니다

- 근데 초반에는 이랬습니다
우희: 검을 주세요, 죽음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항우: ㅇㅇ(칼 줌)
우희: 으악 쥬금(자결)
...진짜 대륙인의 다이렉트함이란...이걸 항우가 필사적으로 말리고 쌍방 애절한 연애로 만든 게 제여산이 쓴 패왕별희라네요
...옛날 버전으로 봤으면 이게 뭐야 하고 승질냈을 듯

-아참 항우의 경극 분장에서
검은 안색-사납고 조급한 성격
처진 눈-박복함(눈 처진 자로서 슬픔)
얼굴의 일만 만자-단명하니 후세에는 오래 살라고 그려줌(...)
우희는 검무가 특기고 말을 탈 줄 아는 여성이라 일반 경극 여성 역할과는 다소 다른데 이게 복식에 반영되었대요

- X세대 소녀라면 다(글쎄요...) 그렇다시피 10대 때 장국영 주연의 패왕별희를 봤었는데 영어 제목이 'farewell, my concubine(내 첩이여, 영원히 안녕)'을 보고 미묘했지요 요즘 치면 원앤온리 궁중로맨스인데 후궁으로 들어앉히려는 황제공(어이..남주) 본 느낌이랄까 근데 좀 찾아보니 우희 또는 우미인이라고 불렸던 절세미녀가 항우의 전장을 계속 따라다녔고 항우의 사후에 종적을 알 수 없었고, 항우에게 정처든 다른 여인이든 언급이 전혀 없는 건 사실이더라구요

- 그러니까 신분이 고귀한 게 공식이었던 항우에 비해 신분이 분분하긴 하나 미천한 건 확실했던 우희는 첩이나 시녀의 신분인 총희가 아니었을까 해요. 워낙 초한대전이 중요하고 반대쪽 유방이 여치와 결혼으로 정치적 결합을 다졌는데 항우가 정처가 있었으면 안 나왔을리가 없어요

- 물론 언제나 정처를 들이기 전에 첩이나 시첩을 먼저 들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긴 했죠. 하지만 고종의  첫사랑 이상궁처럼 왕이 사랑에 돌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항우는 애초에 그런 독재형 권력자였구요. 그래서 아마 우희는 원앤온리 첩이라는 묘한 지위가 아니었을까요

- 누가 더 못하고 덜했을까요 원앤온리 첩과 동귀어진한 항우였을까요 헌신한 정처를 몇번이나 적진에 던졌지만 결국 황후로 만들고 첩 척부인에게 총애를 줘서 황후를 괴물로 만든 유방일까요
...아 둘 다 별루야 근데 로맨스로 패왕별희가 유방여치보다 남는 이유를 알겠어요

- 우희가 신분이 낮아서 정처는 못 되었지만 항우의 원앤온리 애첩일 거라고 얘기했는데 창극에서는 여군사들이 '왕비마마'라고 부르고 경극 대본에선 우희의 오빠는 '귀비'(고위 후궁), 오히려 신하들은 황후라고 부릅니다 공식적인 황후가 없으면 최고위 후궁이 황후 대행을 하지요

- 항우가 정처가 없고 총애가 몰빵되니 우희가 존귀한 대접을 받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항우가 정략결혼 카드를 안 써먹은 게 이 커플의 명줄을 앞당긴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유방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여치를 생각하면 더욱 더)

1. 패왕별희 공연 단상

패왕별희 제1부 11월 14일 감상:
패왕님 목소리가 성우보다 멋짐
815님 겁나 간사한 유방 삼킨 연기
여치님 날 가져요(갖다 버릴 듯)
퍼시픽유 개갈굼당함 쫌 불쌍
온통 시꺼매서 다 안 보이지만 제일 길다랗고 얼굴 작고 팔다리 기이하게길고 춤선 아리따운 까마귀 찍으면 됨
한나라 말단 병사 김수인 으앙 쥬금

아참 우미인은 1부에 제대로 나오는 건 딱 한 부분입니다 우희로 여자 아이돌 십자들기씬 나왔는데 오른쪽 든 수인까마귀가 너무 커서 쫌 비대칭으로 들린 우미인 직관하니 현웃 터지려는 거 참음

 

패왕별희 제2부 11월 14일 감상
제6막 패왕별희가 클라이맥스고 역발산기개세 창 정말 멋졌음 
우희의 검무는 준수씨의 코어 차력쇼임
준수씨는 어떻게 저걸 다 추고 숨 하나 안 흐트러뜨리고 노래를 부르냐
우리 까마귀 오늘은 커튼콜에서 여치뒤에 디멘터처럼 조낸 불길한 눈빛으로 서 있었음(취향)



패왕별희 제1부 11월 15일 감상:
오글 덕인지 어제에 비해서 우리 까마귀의 얼굴과 기깔나는 춤사위도 잘 보이고 한나라 최약체 말단 군졸의 긴장한 표정과 으앙 혼자 쥬거써여도 잘 보임
그냥 사랑의 눈이 뜨인 건가...
이제 어둠에서 안 보이는 게 없다 밤 빗길 운전도 잘 할 거 같아(기분 탓임)

 

패왕별희 제2부 15일 감상:
6막 마지막에 김수인 이번에도 썩 잘 싸운 건 아니지만 안 죽음
어제 불길한 무표정은 촬영 컨셉인 걸로
김수인 패왕우희 커플팬임 커플인사할때마다 함박웃음짓고 뿌듯해함 
소매 꼭쥐고 박수 커엽
막 내려가고 퇴근 임박하니 두 손 흔들흔들 빠빠이하며 흐뭇해함

 

2. 패왕별희 공연 자체에 대한 잡설

- 저는 이 창극의 클라이막스는 패왕별희긴 하지만 서사 자체는 패왕우희가 아니라 영웅 항우의 극적인 몰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창극 제1부는 창극 오리지널이나 마찬가지인데
제1부는 초나라와 오나라의 지략과 정치, 대립에 주로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오리지널이다 보니 창 중심입니다. 여기서 경극적 요소는 패왕과 우희의 제스추어 정도임.
제 1막 오강의 노래: 항우는 왜 망했는가에 대한 오프닝
제 2막 홍문연: 항우의 잘못된 선택으로 몰락의 실마리가 됨
제 3막: 전술과 전략을 세우다: 유방이 한신과 여치의 계획으로 반전을 마련
제 4막: 십면매복: 항우의 대패

- 제2부는 전쟁의 비참함, 항우의 본격적인 몰락, 연애적 요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제 5막: 사면초가: 초나라 노래로 항우와 우희는 고립됩니다
제 6막: 우희의 자살로 패왕과 우희는 영원히 이별합니다
제 7막: 오추까지 잃은 패왕은 자살합니다   

- 경극에서는 항우가 계략에 속아 몰락하는 것부터 바로 보여줍니다. 창극이 롤러코스터처럼 제2막에 항우를 최고조로 띄워줬다가 그 다음부터 몰락을 경극보다 길게 보여주는 셈인데요, 호불호가 이 부분에서 갈릴 것 같습니다...만 제 취향이에요. 모든 것이 갖춰진 주인공이 한순간의 충동이나 유혹, 잘못된 선택으로 몰락하는 걸 좋아합니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데미지도 그래서 좋아하고 남들이 사이다라고 좋아하던 연희공략보다 계황후가 망하는 서사 여의전을 좋아함. 그래서 항우의 한순간 잘못된 선택에서 풀려나가는 기나긴 몰락도 제 취향.

- 70전 불패의 명장이던 항우는 유방을 풀어주고 한신을 경시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게.증폭되면서 몰락을 맞게 되죠 이 사람은 실패에 대한 면역력이 없어요

- 우희는 계속해서 강동으로 돌아가 천하 영웅들을 설득하고 후일을 도모하자고 설득하는데 항우는 전혀 호응이 없습니다 실패를 추스리고 남에게 숙이는 걸 못하는 거죠 실은 초한전에서 이겨서도 좋은 정치가가 되었을지는 의심스럽습니다 현대에 태어났으면 전쟁영웅이었지만 전쟁 후에 적응 못하고 PTSD에 시달리게 되었을지도

- 항우의 한번 실패로 인한 완전 꺾임이 패왕별희 원작하고 차이점인데, 우희는 항우가 후일을 도모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는 걸 알고 패왕이 살아있을 땐 걸림돌, 죽은 다음엔 팔려가는 신세를 피하고자 자신을 깔끔하게 정리해버린 거죠

- 우희의 자살은 항우에게 매우 큰 타격은 되었지만 죽음을 결심할 계기는 명마 오추의 죽음이었죠. 우희와 오추는 비슷한 의미라는 점이 7막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아 항우가 우희를 지극히 사랑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좀 일반적인 사랑과는 좀 결이 달라요.

- 유방의 여치는 원경왕후의 매운맛 버전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난세의 정치적 파트너로 그 이상을 들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집안 배경 지략 카리스마 상황 판단 용인술 뭐 하나 뺄 게 없지요 난세가 평정된 다음엔 권력을 나누지 못하니 유방이 버리다시피 함

- 우미인은 난세가 아닐 때 총희로서는 최고죠. 미모와 재주로 항우를 위무해 주고 지극한 사랑으로 감싸줍니다. 하지만 그녀의 출신은 미천하고 상황판단이나 지략은 없다시피합니다. 절세미인은 몰락 후 공신 다툼의 대상이 되죠

-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패자도 사랑합니다 왜 관우 오자서 항우 귀신을 한국 무당들이 신으로 모시고 그러겠음요;;; 아 맞다 오늘 도창...아니 맹인 노파가 살아서는 영웅 죽어서는 귀신의 으뜸이라 했던가요 우희도 기능;과 무관하게 서사로 사랑받습니다

- 아 맞아요, 맹인 노파와 어린 항우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저는 극 S라 함의 뭐 이런 데 약하긴 한데 시간 구조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서 비극은 되풀이된다는 걸 보여주는 듯도 합니다. 초나라의 구슬픈 백성들 노래도 그랬고 말이죠.

- 스토리 외 얘기를 하자면 패왕별희가 국립창극단이 구현할 수 있는 화려함의 극치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간 봤던 다른 극들이 각각 유니크함(특히 심청가)을 추구했던 게 이해가 감
우리(언제부터 우리) 패왕님 자수 화려하고 고급짐 우희는 맨날 흰 옷 입히고(뎨둉합니다 우희는 유령이나 환영으로 나올 때만 흰 옷이고 현실세계에서 입고 댕기는 빨간 옷 디게 이뻤음) 지는 싸울 때 무겁구로 주렁주렁...

- 딴 얘긴데 패별 6장의 우희 빨간 옷이 화양연화 장만옥 치파오(그 날씬한 장만옥이 숨도 못 쉬었다고 하죠, 어떤 옷은 아예 입힌 채로 꿰맸다고 하고)만큼이나 몸선에 가혹한 옷이더군요. 준수씌 안 그래도 늘씬한 사람이 더 빼느라 고생했겠어요

- 우희가 항우의 모든 전장을 따라다니면서 선녀같은 미모를 유지하려면 백조 물밑 발짓처럼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듯 
우희 성격상 전장에 시녀(호위 여군사 몇명만 있는 느낌)에 치장 휘감고 다니지 않을 거 같고 항우가 살뜰하게 챙기지 않고 혼자 새벽에 귀밑머리 그리고 다이슨으로 머리말고(...)

 

3. 커튼콜

14일의 커튼콜입니다. 이 날은 촬영이 있는 날이라 긍가 수인이는 매우 무표정했고 여후님 방향을 매우 불길하게 바라보는 게 찍혔습니다. 

무대 앞쪽으로 나와서 우아하게 절하는데 매우 멋졌습니다. 난 춤을 놓은 적이 없다고 백 번 말을 하는 것보다 극상의 기량으로 보여 주는 게 더욱 마음에 듭니다.

 

15일의 커튼콜입니다. 이 날따라 인형미 쩔음.

아니 근데 오늘 커튼콜에서 루떤까마귀가 눈을 스윽 내려뜨면서 우아하게 펄럭이며 절하고 다시 눈을 스윽 올려뜨며 날아들어가는데 심장이 덜컥하는 서늘한 느낌이

그의 최애커플(임이 분명한) 항우우희가 인사하자 환하게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퇴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신명나는 모습입니다

 

막공 후기를 보니 오늘 커튼콜에서 수인이 표정이 제일 환했나 보군요. 퇴근 좋아하는 건 여전하구나...

-담주에 춘천하고 대전에서 보아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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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창극 패왕별희 자둘 공연 시작은 오후 7시 반이었지만 아침 열한시 전에 도착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분의 직장인지라 덕후 투어를 하려구요.

해오름극장의 위용입니다. 밤이 되면 저기 전면에 23년~24년 레퍼토리 시즌 홍보 영상이 계속 뜹니다. 안돼...내 자리 없어...

최애가 매일 출근하는 연습실입니다. 전 추임새 클래스로 가 봤습니다.

최애의 연습실(그니까 사무실)

최애의 사물함

최애의 신발장

그 공기 습도 온도...(광기임)

국립극장은 최근에 관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해오름극장 2층에 공연예술관련 책을 볼 수 있는 북라운지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관련 해시태그를 SNS에 올리면 해오름극장 1층의 카페 할인도 되고 추첨해서 뭐 이것저것 준다고 합니다(자세한 내용은 1층 카페 안내 참조)

이쪽 서가와 오른쪽 서가는 분기별로 바뀌는 현재 공연 관련 책자. 지금은 패왕별희, 세종 관련 책자가 있습니다. 상시 구비 책자는 국악, 관현악, 오페라, 연극, 창극, 무용 등 공연예술 관련 땐실한 내용의 책이 많습니다. 천국같음.

왼쪽은 패왕별희 경극 대본, 오른쪽은 영화 패왕별희 팬북입니다.

흑요석 작가의 한복 그리는 법 책. 아름답고 내용이 알찹니다.

공연장 2층이 저 멀리 보입니다. 그리고 23~24 레퍼토리 안내 책자도 있군요. 내 표 없어...

공연 표나 특별한 등록이 없어도 언제든지 책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의자는 안락하고 콘센트도 많아요. 

그리고 열두시가 되어 배가 고파진 저는 달오름극장 반지하에 있는 달쉼터에 가서 셀프 라면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수인이가 추임새 클래스 마칠 때쯤 '라면도 있어요오~'하고 잔망을 떨었던 그 곳.

요렇게 생겼습니다. 키오스크에서 셀프계산하고 먹으면 됩니다. 컵라면 이천원. 봉지라면 사천원.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수인이는 무슨 라면을 좋아할까요? 아마 가장 대중적인 신라면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전 갱상도의 딸이고 맵찔이니까 안성탕면을 먹겠습니다

면발 굵기에 따라 버튼을 지정한 후 조리를 누르면 물부터 조리까지 다 알아서 됩니다.

잘 끓고 있군요.

뇸뇸. 혼밥 난이도 레벨 하. 다들 각자 남 신경 안 쓰고 혼밥 또는 듀오 플레이합니다
오늘은 기럭지나 머리 묶은 걸로 봐서 국립무용단임이 분명한 분들이 라면을 끓이면서 연습의 고충을 토로...

 

다 먹었으니 달오름극장과 하늘극장 오른편에 있는 공연예술박물관으로 가 봅시다. 저의 버킷 리스트 최애 공연 영상을 보러. 

국립극장 공연 영상은 공연예술박물관 1층 오른편의 자료실 들어가 사물함에 짐 맡기고 헤드셋 대여해서 PC로 보면 됩니다. 별도 대여 절차나 신분증 필요없음 믿고 가는 세금의 맛. 아참, 국립극장 공연 영상 뿐 아니라 각종 국내외 유명 공연 DVD도 대형 티비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의 버킷 리스트 1번 리어 러닝타임 2시간 59분 25초 ㄷㄷㄷ
화질은 720p쯤 될 듯요. 화질에 비해 사운드는 상당히 좋습니다.

분명 개쌍놈인데...잘생겼어...죽을 때 오열하던 거니릴의 마음을 알 거 같애...

리어 후기는 내년 상반기쯤 몰아서 하겠습니다.

시간이 떠서 21년 버전 나무 물고기 달을 반쯤 보았습니다. 다음에 와서는 나머지 반과 김수인-김우정 버전 춘향전을 보면 되겠군요.

 

공연예술사랑단 동행이 와서 같이 해오름극장 L층 안내실 왼편에 있는 센트럴 윤잇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초록초록 무럭무럭.

식사를 하지 않고 커피만 하고 싶다면 시즌 호박 케이크+커피 두 잔(13,000원)이라는 좋은 선택지도 있습니다.

가격은 1인 기준. 근데 전채나 후식이 꽤 양이 많습니다. 1인 세트+1인 단품 추가해도 2명이 먹기에 좀 벅찹니다(동행이 양이 적음)

국립극장 패키지를 대비하여 지방에 사는 저는 공연 네 개를 보고, 서울에 사는 공연예술사랑단 동행은 공연 여섯개를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가로 밥을 선불로 받음. 팜 풰이보릿 셋 B+단품+하우스 화이트 와인 한 잔.

단품 그린 페스토 파스타. 페스토도 맛있었고 고급 하몽을 때려넣어줘서 좋았음.

연어 타르타르. 옆의 소스를 얹어서 빵 위에 올려서 먹으면 됩니다. 맛나욤.

펌킨 세이지 리조또. 보리와 이태리 쌀이 섞여서 속이 편안한 맛.

계절과일 크림치즈. 크림치즈와 그린 소스를 바삭바삭이와 곁들여먹으면 와인이 쭉쭉 넘어갑니다.

테이블간 간격도 매우 넓고 분위기도 좋은 데 비해 부담은 적어서 식사하기 좋습니다. 혹시 시간이 없는 분이라면 해오름 1층 카페의 샌드위치(6천원)은 여전히 있으니 바삐 드시고 들어가기에는 좋을 듯.

식사를 마치고 전 패별 자둘 공연보러 들어갔습니다. 후기는 따로 쓰겠습니다.

-알찬 덕후투어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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