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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 경북 영주에 있는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다녀왔습니다. 날씨가 썩 맑지 못해서 그 다음날 가는 게 어땠을까 생각도 들었는데, 그 전날 비 내리던 거 생각하면 이 날씨도 그리 나쁘잖은 것 같군요. 일교차도 심하지 않고.

부산에서 영주시까지는 직행 기차가 없고, 최단시간은 버스로 3시간 30분입니다. 고속버스가 아니라 시외버스길래 아 또 경북의 오만때만 읍내에 다 서겠구나...했는데 맞았습니다. 안동까지는 딱 두 시간 걸렸고, 거기서 20분간 정차한 다음(구경벽이 있는 저는 안동에 뭐 특이한 게 있나 싶어서 터미널과 주변을 샅샅이 기웃거렸는데 음...간고등어의 고장답게 간고등어가 많았습니다) 출생지가 경북인 저도 이게 뭔가 싶은 굉장한 시골 정류장에 걸핏하면 서더니 결국 영주시에 도착했습니다. 동행 말로는 서울에선 2시간 반 걸린다던데 역시나 물리적 거리와 실제 걸리는 시간은 별 상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근처에서 정도너츠를 먹고( kiel97.tistory.com/entry/%EC%A0%95%EB%8F%84%EB%84%88%EC%B8%A0-%EC%98%81%EC%A3%BC%EC%A0%90-%EA%B0%80%EB%81%94-%EC%83%9D%EA%B0%81%EB%82%A0-%EB%A7%9B ) 택시를 타고 영주시에서 부석사로 향했습니다. 거리는 26~7km, 40분 가량 걸렸습니다. 이런 쪽 동네는 카카오택시보다 지역 콜을 더 선호해서 지역 콜을 불렀는데 그 차만 그랬는지 카카오콜은 아예 기사님이 안 쓰시는 것 같더라구요.

 

 

 

주차장에 있는 유네스코 인증 머릿돌입니다. 오른쪽에 서서 사진찍기 딱 좋습니다.

 

 

부석사는 굉장히 큰 절일 뿐 아니라 올라가는 길도 꽤 길고 가파릅니다. 숨이 찬다는 얘기죠.

 

 

한번 올라가기만 하면 이름난 국보와 보물, 그리고 정상에서 태백산 절경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당시 단풍은 3~4일 후, 그러니까 그 주 주말부터 절정에 달할 것 같았고 제가 갔을 때는 제법 무르익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절정일 25일께 사과 축제를 한다고 부석사 주차장부터 부스 설치하고 제법 분주했습니다.

 

 

평일에도 사람이 많은 절이라 사람 찍는 걸 선호하지 않는 저는 열심히 피해당기며 하늘을 찍었지만 있는 사람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어디에나 있는 일주문. 여기는 해동화엄종 소속이었군요(정확하게 그게 뭔지 모르는 예수쟁이)

 

 

그래 이게 당간지주라는 건데 꽤 소박하고 우아한 멋은 있는데 왜...? 싶었는데 소수서원(원래 절터였습니다)의 당간지주를 보니 부석사가 꽤 특이해 보이더군요.

 

 

역시 어디에나 있는 천왕문. 이제 슬슬 들어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슬슬 절 본당 올라가는 길인지 깔딱고개 올라가는 길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2편과 최순우 선생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떠나기 전에 초고속으로 예습해서 부석사 올라가는 길이 길고 웅장하다는 건 알았지만 미리 고생길을 안다고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올라오면 대충 불행 끝이고 자꾸 아래의 불쌍한 중생들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쌍으로 있는 건데 왼쪽 건 찍으나마나...라고 게을러지게 됩니다.

 

 

범종루인데 여기 목어는 꽤 근사한데 따로 모셔져 있는 동종은 그냥 그렇습니다(모함)

 

 

멋드러진 안양문을 건너면...

 

 

이게 유홍준씨가 극찬한 '안양문에서 내려다본 절과 산'인데 쌩눈으로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근사한데 찍으면 그 감동의 100분의 1도 안 나옵니다. 사시사철 특히 겨울의 눈덮인 풍경도 정말 보고 싶습니다만 올라올 생각을 하니...
누가 사진 잘 찍어주겠죠( --)

 

 

국보 제17호 무량수전 앞 석등입니다. 단아하면서도 미려하게 잘 빠졌습니다.

 

 

부석사의 수퍼스타, 국보 제 18호 무량수전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봤습니다. 역시 사진보단 실물이 낫군요. 필견입니다. 안에 들어가서 사진은 금지라 소조여래좌상은 눈으로만 봤습니다. 그리고 무량수전 오시면 안에 꼭 들러서 목조건물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시는 게 좋습니다.

 

 

배흘림 기둥은 기대보지도 안아보지도 못했습니다.

 

 

대신 삼층석탑(아까 국보랑 다른 사적입니다)에서 내려다본 무량수전을 찍어보았어요.

 

 

그리고 또 국보 제19호 되시는 조사당. 지금 보수 공사중이라 안을 들어가볼 수가 없어서 불화를 못 봤습니다, 아쉽

 

 

이 절의 이름 유래가 되는 뜨는 돌.

 

 

삼성각 등 마이너한 전각쪽 길인데 이쁩니다.

 

 

요기는 올라갈 때도 봤었던 석축인데 자연 바위를 최대한 살린 멋이 좋아서 찍어 보았어요. 비슷한 게 페루에 있던가....암튼 남미 어디였는데(찾아보기 귀찮)

 

 

내려오는 길에 떨어진 당분을 주차장 쪽 카페의 수제 요거트로 보충하고 잠시 노닥거리다가 마침 도착한 27번 버스가 소수서원을 거쳐 영주터미널도 가길래 최적의 루트다 싶어서 바로 탔습니다. 소수서원까지는 20분 정도? 거의 나르다시피 했습니다.

 

 

소수서원 앞의 소나무가 근사해서 찍어봤구요, 대충 여기 근처에서 tvn 방영 예정인 드라마 '철인왕후'가 촬영 중이었습니다. 시청률 보장하는 신혜선 주연이라길래 제작사 YG가 오래간만에 돈 되는 선택을 했구나 싶었고 저 멀리 보이는 신혜선은...
키 크고 팔다리 길고 얼굴 콩만하고 하늘하늘하고 그렇습디다. 뭔가 철종인지 뭔지 왕복 입은 남자 배우가 왔다갔다거리던데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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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소수서원 안의 미니 박물관인데요, 풍기 군수로서 구리그릇을 득템해서 그 재원으로 이 서원을 세운 주세붕의 인물화가 있습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주세붕 에피가 이 그림 보고 그렸는지 박시백 화풍이랑 똑같습니다.

 

 

소수서원의 유래가 되는 구절입니다. 아까 부석사에 비해 훨씬 성의가 없죠? 저는 원체 서원보다는 절을 좋아하고 여기가 크고 보존상태도 좋은데 다른 서원보다 정이 안 가더라구요. 제가 정 가서 뭐 어쩌겠습니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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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서원 밖, 선비마을로 통하는 강과 정자, 돌다리는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여기는 소수서원 앞 버스 정류장. 지난번 부석사-소수서원이 택시보다 더 빨리가길래 신나서 이번에도 버스 타야지 랄라 하고 기다렸는데 그 빨랐던 27번은 소수서원-영주시는 앞의 노선과 거의 비슷한 거리면서도 풍기와 동양대학교(넵 맞습니다 작년에 시끄러웠던 그 동양대;ㅁ;)를 하염없이 돌아가는 전형적인 시골 완행버스로 급변해서 결국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놓치게 만들었습니다. 다음 버스는 2시간 남았는데 영주시에서 딱히 할 게 없어서 대구로 가는 거 타고 다시 목적지로 갈아탔습니다.

여행에 돌발상황은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아 피곤해...결국 이 여행 후 며칠은 앓아 누운 듯.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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