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영주 부석사-소수서원 이 흐름을 최근 타면서 작년 가을에 갔다왔던 논산 관촉사와 돈암서원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꽤나 갔다왔는데 왜 기록을 안 했지? ...당일치기 논산을 꽤나 하드한 일정이었고, 정신을 차릴 때 쯤엔 싸돌아다니느라 바빴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하드 정리하던 중 발견한 사진을 탈탈 털어봅니다.

논산은 크기에 비해서 지방에서도 가는 교통편이 많습니다. 훈련소 때문이죠. 저도 대략 십여년 전에 훈련소에 가는 장우혁씨 전송하러 서울에서 논산까지 가 본적이 있습니다. 아니 뭐 서른 가까이 돼서 갈 때 돼서 가는 거였고 그다지 슬프거나 애절하진 않았는데 그냥 가고 싶었어요. 팬 동지랑 전날에 먹은 소주 때문에 꽤나 머리가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논산의 문제는 그겁니다. 논산버스터미널부터 저희를 실어다주신 택시 기사 양반의 말처럼 '누구나 훈련소로 한번씩은 오는데 다시 오지는 않고(여기에 대한 실제 숙박자의 평은 구글 맵에서 '논산 훈련소'를 검색해서 찾아보도록 합시다. 미국 교도소 리뷰랑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관촉사나 돈암서원이나 근처 저수지나 관광자원은 있긴 있는데 서울에서 온 관광객들은 하루만에 숙박없이 구경하고 돌아가 버립니다(그건 부산에서 온 저도 크게 다르지 않았...) 얼마 전 국방대학원과 관련 연구기관이 이전해서(이걸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구회사에서 하던 마지막 일 중에는 국방대학원에 연수간 시니어 분들 수당 챙겨주는 게 있었습니다)보탬이 되는가 싶었더니 주말이면 어김없이 서울에 올라가 버립니다. 그래서 논산 관광업이 발전하기 힘들다며 성토하던 기사님께서는 '그러니까 너네는 자고 가는 게 어때...?'라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저희를 쳐다봤지만 웅얼거리면서 외면했습니다. 구경은 할만한데 한나절에 끝날 걸 알았거든요.

일단 관촉사부터 가 봅시다. 여기는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이 절이 최근에 유명해진 이유는 2018년, 당시로서는 1년 전에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 은진미륵 때문입니다. 원체 '쫌 못생긴 미륵' 정도의 밈으로 소소하게 유행하고 '통일신라에 비해 고려 미술이 모지리인 이유'정도로 대놓고 까이고 있었는데 국보 승격 이벤트가 있자 '뭔가 있나...?'하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왔을 땐 논산훈련소 훈련생들 한 무리가 은진미륵을 이미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금방 가니까 보내고 봅시다.

우와....

관촉사는 작은 절입니다. 그 작은 절을 압도하는 18.12m, 아파트 6층의 크기의 거대 미륵상은 가까이서 봐도 멀리서 봐도 그 스케일이 위압적이네요. 그리고 중후함과 위엄을 살리고자 부러 등신비 대신 몸보다 머리, 머리보다 관을 강조한 거 같습니다. 미륵님의 표정은 음...한번 봐도 잊을 수가 없어요.

좋은 건 다른 각도로도 찍어봅시다.

그래요.... 안내문에서도 인정하지만 딱히 자비로워보이진 않아....그냥 내가 내다 존재감이 세지...

불전함에 일부 가려져 있지만, 자그마한 본당에서는 은진 미륵을 이렇게 내다볼 수 있습니다.

근데 여기 석등도 뭔가 양기가 넘쳐흐르지 않나요?;;

요쪽은 정문 주차장 쪽으로 내려가는 계단. 등산객들과 마주치기 딱 좋은 위치입니다.

신기해서 멀리보고....

또 가까이 보고. 확실히 한국에선 드문 고졸한 미의식입니다. 좀 호기심이 돋아서 이 국보 323호 이후 2년간 추가된 국보에 대해서 찾아봤는데, 가장 최근에 추가된 국보333호를 찾아봤는데요,

news.kbs.co.kr/news/view.do?ncd=5032148 뭔가 미의식이 은진미륵이랑 상통하지 않나요? 아니면 말고.

암튼 최근의 흐름이 다양한 미의식(솔직히 말하면 생경함과 기괴미, 원시적 생동감)을 반영해서 좋습니다.

.어...이건 돌리면 1년치인가? 암튼 엄청난 양의 책을 읽지도 않고 머리에 넣을 수 있다는 건데 피지컬은 약하고 글만 빨리 읽는 저는 좀 시도하다가 바로 포기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인근 순대국밥 맛집에서 요기와 반주를 한 후, 근처에 있는 돈암서원으로 갔습니다. 여기도 그 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대되어 잘 단장되어 있더군요.

입덕문이라서 찍었습니다. 무엇인가에 입덕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오늘 돌아가셔서 절 질질짜게 만든 박지선씨 말 대로 '자기 에너지로 누군가를 싫어하지 않고 좋아하는 데 쓰는 건 대단한 거'죠. 아 물론 이 문 만드신 분 의도는 그게 아닌 건 압니다만.

이게 이렇게 찍힌 이유는 마루에 누워서 가을치곤 꽤 따가운 햇살을 피해갔기 때문입니다.

지붕양식이 꽤 특이해서.

.

충청을 대표하는 서원이고 사액서원인데 '네기! 서원이! 이렇게! 대단하고! 유학이! 존숭되고!' (어...솔직히 영주 소수서원은 굳이 박물관이 아니라도 그런 분위기가 꽤 있었어요;;;)가 아니라 편하게 쉬고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은진미륵이나 돈암서원이나 또 가고 싶어요. 그때도 당일치기겠지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