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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출장 다녀오고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딱히 뭐 일을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사람에 지친 거 같기도 하고;ㅁ;) 부산 영도 태종사에서 하고 있는 수국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6월 말~7월 초면 합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축제는 취소되었습니다만 오는 중생을 굳이 막지는 않습니다.

태종사는 1호선 남포역에서 바로 건너면 되는 도개교 영도다리 초입에서 엔간한 영도 버스 다 갑니다. 문제는 영도 반대편...그니까 20여 정거장, 30여분은 더 가야 됩니다. 영도 롤러코스터를 즐기면서 산복도로도 왔다갔다가 해양대 구경도 하고 지칠 때쯤 되면 도착합니다. 태종대 정류장에요.

실은 태종대 정류장이라는 건 서울 2호선 서울대학교역에 버금가는 사기긴 합니다. 거기서 한참 걸어가야 태종대 선착장과 관람버스 정류장이 나오거든요. '너희들이 생각하는 대중교통 노선은 여기서 끝났으니 커피나 새로 사서 빨면서 올라가도록 해라'는 뜻입니다. 저는 작년에 이미 태종사에 샌들 신고 가는 만용을 부려서 발목이 아작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누비 열차라는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성인 3천원입니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정원(72석)의 딱 반만 인원을 받습니다. 저는 오전 열한시에 매표소에 가서 발권했는데 다음다음 회차, 그니까 30분을 기다려서 타게 되었습니다. 삼진어묵 지점도 있고 카페도 있고 그늘 벤치도 있어서 기다리기에는 괜찮은 환경입니다. 수국 시즌에는 평일에도 40분은 기본이고 주말에는 한시간 반을 잡아야 된다는 험한 소리가 있어서 그런가 30분이면 선방한 것 같더라구요.

다누비 열차 안은 이렇습니다. 한 행에 두 사람씩 뜨문뜨문 자리 띄우고 앉습니다. 요즘 대중교통이 대개 그러하듯 마스크 없인 입장 안 됩니다.

중간 기착지는 태종대 전망대-등대-태종사 이렇습니다. 중간에 내렸다가 다음 차 타도 그만입니다. 지금 태종대 전망대는 주요 시설이 내부 수리 중인데다 이미 비 올 기세로 흐려서 따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태종사 초입입니다.

태종사 윗쪽 산책길에서 내려다본 수국입니다.

여기는 대웅전 앞 수국. 태종사 주지스님이 40여년간 전 세계의 수국들을 키워온 게 현재의 엄청난 수국 장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하나 특기할 만한 점은, 전국구에서 몰려오는 행사인데 태종사가 이를 참으로 덤덤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겁니다. 절마다 조금씩 정책이 다르긴 한데, 해동 용궁사처럼 상업적으로 잘 활용하는 절을 보다가 여기를 보면 확실히 대조되긴 합니다. 포교 수단으로도 안 쓰고 심지어 부처님 은혜도 아니고 효도하라고 경전을 틀어놨던데 대충 은중경 삘...듣다 보니까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네...

멀리서 봐도 이쁘고,

클로즈업해도 이쁩니다.

이때쯤 제 아이폰SE는 노인혹사를 견디지 못해 배터리가 한번 나갔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이쿠 흔들렸네여;;;

하트하트.

아까 대웅전을 크게 잡아 보았습니다.

절 비탈에 피어있는 파노라마가 제대로 된 디카로 찍으면 참 멋있겠다 싶은데 작년에도 디카 생각을 하다가 뭐 이렇게 디카 생각날때가 또 언제 있겠어 하고 다시 접힙니다. 내년에도 뭐 어디 절벽 위에서 그러고 말겠지;;;

이쁘고 이쁘고 또 이쁩니다. 이쁘다고 하기에도 지치네요.

요건 태종무열왕이 와서 활쏘고 갔다던 전망대.

수국 축제는 6월 말~7월 초에 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6월 극 말 평일이 좋습니다. 워낙 장마철이라 때이른 낙화가 오기 전에 만개하자마자 보는 게 좋고, 사람이 덜 오는 주중이 낫죠. 그나마 올해는 이런저런 요인으로 사람이 매우 적은 편이었습니다.

다 둘러보는 데 한 시간 반 정도면 적당합니다. 식당은 태종대 역에 많습니다만, 저희는 또 반바퀴를 돌아 영도 초입으로 갑니다.

-먹부림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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