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안녕하십니까, 연말이 다가옵니다.

제게 연말이란 올해 절세를 위해 틀어 막을 수단은 다 동원하는 시기입니다. 제 소득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근로소득이야 IRP하고 연금저축으로 다 틀어 막아서 내년 2월에 환급이 예상되고, 올해 처음으로 발생하는 사업소득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합니다. 수입 면에서는 하반기부터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졌고 제 업종 단순경비율 넣어서 산출되는 세액에 우리 홍길이(...아니라니까;) 키우느라 다달이 5만원씩 들어가는 디딤씨앗통장 기부금공제 처리하면 되고...하다가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https://www.8899.or.kr

 

노란우산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하는 토스뱅크 사장님대출 자세히 보기를 눌러 한도를 확인하면 최대 0.5%p 금리 우대 해드려요!

www.8899.or.kr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퇴직금(IRP)같은 건데요, IRP하고 장단점이 비슷합니다.

장점

-연 납입금 5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합니다.

-해지 시 일정 이율이 복리로 보장됩니다. 현재 2022년 4분기 폐업 기준 이율은 3.2%, 일반은 2.9% 정도군요.

-제가 망해도 해당 원리금은 압류를 금지시킬 수 있습니다(...근데 번역을 잘못해서 뭐가 압류되는 건지 생각 좀...)

-사업자금이 궁할 때 노란우산 해지 대신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보험담보대출 비슷한 거져)

-일정 요건 만족되는 소상공인인 경우 정부 지원 장려금을 받아서 같이 납입할 수'도' 있습니다(제 소속 지자체는 연 24만원까지 지원 가능하군요. 근데 올해는 돈 다 떨어져서 사업 종료임...믿으면 안 됨. 내년에 재도전)

-단체상해보험 무료가입, 복지몰 공구 등 자잘한 게 있습니다. 지금은 캐스퍼 공구 중이군요. 캐스퍼 귀여워 ;ㅁ;(안 삼)

 

단점

-폐업이나 사망(...) 만 60세가 되기 전에 돈을 찾으면 세액 공제된 금액을 다 토해내야 하며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기타소득세가 과세됩니다.

-가입 1년 미만 해지 시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뭐 저야 연금저축과 IRP를 20년간 유지하고 있는 근성이 있으니 노란우산도 가능하겠다 싶은데 뭘 또 그렇게 사업 관련된 걸 본격적으로...하고 미적미적하다가 최근에 여러 모로 내가 세금을 많이 내서 큰 보람이 느껴지지 않겠다 싶어서(최대한 순화) 11월 초에 질렀습니다. 

https://www.8899.or.kr/yuma/contents/contents/contents.do?mnSeq=25 

 

노란우산

청약서를 작성 후 부금납부를 자동이체로 하기 위한 예금 계좌를 지정하여 청약금(1회 부금)을 납입해야만 가입이 정상적으로 완료됩니다. 콜센터 상담 중소기업중앙회 통합콜센터에전화하거

www.8899.or.kr

아까 8899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신청 가능하니께 다리 부러진 저는 방에서 온라인 신청했구요, 신청 및 처리는 대단히 쉬웠습니다. 필요한 서류는 사업자등록증 정도(미 등록 사업자도 사업소득 원천징수영수증(국세청 발급) 확인이 가능한 인적용역제공자면 가입이 가능합니다). 아, 저는 올해 개업이라 확정매출액이 없어서 추정 매출액으로 보완했습니다. 그거 말고 특이사항은 없었으며 영업일 3일 내 승인 완료되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납입한도인 연 500만원까지 다 하려고 했는데요, 월 납입한도가 100만원이고 분기납 한도는 300만원이라 11월 초에 시작한 제 한도는 300만원까지였습니다. 아앜 아까워 내 세금;ㅁ;

 

그래서 올해 절감 예상 금액은요...300만원*예상세율 10%=30만원 내외겠네요. 신난다 세금 아껴서 뻘짓하자.

 

덧. 지금은 월 100만원으로 세팅해놨는데 5회차에 조정 가능하댑니다. 그때쯤 적정 선으로 내릴 예정.

 

-끗- 

728x90

1. 코로나도 거의 다 나아갑니다. 여기서 걸린 지 2주 반이 너끈히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나아간다'라고 한 것은 붐비는 병원에서 엄청난 수의 외래 환자들 사이에서 걸린 거라 그런 건지 그냥 제가 부실해서 그런 건지 요새 7차 변이라 그런지(진심으로 '코로나가 나보다 자기 개발 잘 하는 듯'이라는 트윗에 동감하고 있습니다. 분하지만 사실이다;;;) 많이 독했거든요. 특히 아침의 피로감이 심합니다. 기침도 아직 좀 있고. 폐 CT 찍어보라던데 병원 외래 가서 오만 곳에 뺑뺑이를 돌다가 결국 못 갔습니다. 

 

2. 부러진 건 발목이고 금 간 건 정강이인데 왜 허리가 아프고 어깨와 목이 부담가는 걸까요. 아마 쉬고 있는 애들 대신 부담이 더 가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허리가 심한데 일단 보조기 차고 목발 짚고 서 있어야 하니 대부분을 앉거나 침대 생활을 해서 허리 힘이 다 빠진 게 아닌가 시포요.

 

2-1. 저는 5년 동안 필라테스를 하면서도 그까이거 뭐 한다고 도움이 되나 근육이 붙긴 하나 싶었는데 요 한 달 동안 헤어질 결심 마지막 이포 앞바다 **처럼(스포입니다) 사라져 가는 근육을 보니 아 있긴 있었구나 싶네요. 애도... 뭐 잡아 놓는 데는 몇 년 걸리고 사라지는 데는 몇 주도 안 걸리는구나. 언제 다시 붙이려나. 일단 미안하니까 쟁여 놓은 닭가슴살을 먹어 봅니다. 단백질이라도 먹어 보자.

 

3. 허리가 아파서 재택 돈벌이도 한계가 있습니다. 일 욕심은 드럽게 많아서 주는 대로 받았다가 허리가 민중 봉기함. 저 같은 사장은 저도 참 별로. 지금은 적당히 쳐내고 있습니다.

 

3-1. 고객 관련은 비밀 유지 해야되니까 말은 거의 안 하는데.. 무함마드 이브라힘 살림 살람 알리 압둘라 압바스로 점철된 며칠이었습니다. 결국 노동요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압둘라의 여인'으로 함.

https://www.youtube.com/watch?v=Pd7P2Vvftuo 

하지만 아랍 이름은 직관적이고 돌려쓰기 뺑뺑이라 다른 동네보다 쉽긴 했습니다. 무함마드에 진저리치다가 나중에는 반갑기까지 함.

 

3-1-1. 하지만 저 같으면 제 애한테 세계관 제 1의 위대한 인물 이름을 붙여주진 못할 것 같습니다. 애는 대체로 평범할 테고 엇나가지만 않으면 다행일 건데 애가 지 이름에 더 비뚤어지면 어쩌라고요(음 이게 문화 차이인가...) 그런 의미에서 이름에 세종 붙은 분들 애도요. 뭐 저야 동시대 탑 5 안에 드는 무난무난한 이름이라 긍가. 아직까지는 크게 사고 친 분은 없음.

 

4. 아무리 단순화된 삶이라고 해도 이런 저런 일들을 혼자 처리하다 보면 사소한 일도 힘들어서 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그 짜증받이도 제 자신이라 안 내려고 하긴 하지만. 최근의 욱하는 일은 여자 옷에 주머니가 없는 경우가 허다해서 목발 짚은 채로 핸드폰 하나도 못 옮겨서 힘들다는 거죠. 패션계의 공식 답변은 '핏이 안 이뻐서 수요자인 여성분들이 안 원해요'라는데 음... 일단 내놓고 그런 얘기를 해라. 일단 에코백으로 실어 나르는 중.

 

4-1. 그래서 홈웨어를 여러 가지 지르고 있습니다. 밖에 못 나간다고 돈을 딱히 덜 쓰게 되지는 않습니다.

 

4-2. 목발로 음식 나르다가 엎어질까봐(...) 부엌에서 조리한 채로 서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쉽고 간단하게 먹어 치울 수 있는 건조 반 조리 제품만 선호하게 됨. 마켓컬리와 씨제이푸드와 허닭 만세. 아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이래놓고 그 다음날 오후 네시에 배송 와서 만세 취소.

 

4-3. 그럼 그렇게 배송 시킨 택배 박스는 어떻게 하냐면 일주일에 한번씩 오는 가사도우미님이나 이따금 오는 가족 방문 전날 시키고 당첨된 불운한 사람이 나름. 저는 두 팔을 사족보행에 쓰는 사람이라 상자를 들어올릴 수 없어요.

 

5. 또 뭐가 있지... 아 맞다, 지인들한테 동네방네 자랑한 게 무색하게 내년 2월에 한달 살기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하기로 했던 치앙마이 티켓도 취소했습니다. 내년 2월 초라 아직 재활 중일 땐데 대도시도 아니고 타국에서 자유 여행하기엔 힘들 것 같아서요. 출국일을 명시하고 해당 날짜에 탑승이 힘들다는 의사 진단서를 제출하자 취소 수수료 없이 해결되었습니다.  치앙마이 안녕. 에스토니아도 그렇고 왜 내가 디지털 노숙자 생활을 하려고 하면 사단이 일어나니 ㅠㅠ

 

6. 또 벌려 놨던 일이, 11월에 회계사회 주관으로 학생 대상 사회 공개 수업으로 회계에 대한 강의를 할 예정이었는데 교안 다 받아놓고 나서 취소. 예전에는 남 앞에 나가서 얘기하는 게 질색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관종력도 높아져서 오 돈 받고 강사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싶어서 적극 지원했던 건인데 참 아쉽게 되었습니다. 내년에 우선 순서로 배정된다던데 그건 그때 가 봐야 알겠죠.

 

7. 그래서(...음?)

https://www.kicpa.or.kr/portal/default/kicpa/gnb/kr_pc/menu05/menu03.page?action=READ&boardId=press&bltnNo=11666672150875\

 

한국공인회계사회

담당부서 사회공헌·홍보팀 문의전화 02-3149-0162

www.kicpa.or.kr

올해 남는 시간에 내년 1월에 하는 재무빅데이터분석사라는 것을 준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이게 지금 AICPA에서 이미 반영된 전산 감사 관련된 건데, 데이터베이스, 파이썬 코딩, 전산감사 소프트웨어 지식과 응용 능력을 테스트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파이썬은 맨날 혀만 대 보다가 너무 방대해서 중도 포기하는데 재무 쪽에 특화된 게 주로 나온다니까 편함.

왜 하냐고요... 저는 등산하는 분들께 대충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는 합니다. 그 시험이 거기 있으니까 치는 거죠 껄껄.

 

8. 정청래 의원한테 방송대 로스쿨 어케 돼 가냐고 그가 사랑하는 트윗 디엠으로 물어봤는데 답이 없는지 한참 됐습니다. 딴 뉴스 봐도 그렇고 민주당이 그거 신경쓸 때가 아닌 거 같아서 그냥 내년 초에 방송대 법학과 2학년으로 등록하려고 알람 설정해 놨음. 3학년도 가능한데 왜 2학년이면...한 자라도 더 배우려고(...미쳤나봐;)

언젠가 언급했던 법 관련 이 블로그 카테고리는...

제가 뭐 그렇죠 뭐 껄껄. 왜냐하면 저는 먹고 산 게 그런 거니께 민/상법과 금융법 주로 팔 거라서ㅋ

-끗-

728x90

안녕하십니까.

저는 퇴원 후 2주 넘게 집에서 목발 라이프 중입니다. 생각해 보면 휠체어가 더 편했던 거 같습니다. 이틀 전엔 외래로 병원 갔다가(...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서 긍가 별로 속터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입원보단 외래가 나았... 동행은 속 터지려고 하더군요. 좋은 점도 있을 거 같습니다. 저는 그런 서비스를 '미국식 서비스'라고 부르는데 일단 서비스 제공 당사자들은 속이 편하고 행복함) 목발로 천 걸음 넘게 걸었더니 저녁부터 앓아 누움...ㅋㅋㅋ

여튼 안전 제일이다 보니 여러 모로 제약이 많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아이템을 사용하고 있어요.

1. 다자바 가제트팔 만능집게

포털에서 검색하면 가격대가 천차만별인데 제조원 중국이고 다 똑같은 겁니다. 저는 걍 최저가 검색해서 배송비 포함 만오천원대로 삼. 

이렇게 생겼고요...

이런 용도로 씁니다. 아무래도 목발에 의지하고 보조기를 찬 상태에서 아주 바닥에 있는 걸 집어 올리면 휘청하면서 넘어질 수 있으므로 안전하게 집어 올리는 용도로 씁니다. 마찬가지로 이미 침대나 의자에 베이스를 잡고 있는 상태에서 뭐 하나 집겠다고 부목 풀고->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보조기 차고->목발 짚기 귀찮을 때 씁니다. 충전기라거나 화장품이라거나 뭐 그런 거 말이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게 1미터가 채 안 되어서 침대에서 침실 조명(저희 집은 연식이 20년 넘어 그리 스마트하지 모답니다)을 끌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외롭지 않습니다. 목발로 끄면 됩니다.

 

2. 노린스 샴푸, 바디워시

입원 시 머리를 일주일에 단 한번만 감겨줘서(실은 요청하면 두 번 이상도 가능했다고 하더군요. 어차피 수가로 다 올라가는 거라. 귀찮아서 한 번이라고 안내한 것) 드러워 죽으려고 할 때쯤 휠체어를 자가 운전하고 병원 매점에서 산 겁니다. 개당 8천원대? 

샴푸 용액을 두피와 머리카락에 묻히고 잘 문질문질해준 다음 빗질과 타월질로 털어내라고 하던데, 아무래도 물에 좀 희석시킨 다음에 하는 게 효과가 더 좋은 듯 합니다. 바디워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지근한 용액에 희석해서 타월로 닦아내는 게 나음. 원액 그대로 피부에 들이부었다가 피부가 봉기함.

음...당연히 제대로 샤워를 하는 것보단 효과가 덜하구요, 근데 확실히 클렌징 효과가 있긴 합니다. 아울러 마음의 위안도 됩니다. 

다쳐서 샤워가 불가능한 경우 말고는 용도는 잘 모르겠군요. 음...사막 한 가운데? 그러고 보니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님 '바그다드의 비밀'에서 여주인공하고 여자 조연하고 오래간만에 샴푸하러 샵에 가는 장면이 생각나네요. 하긴 사막 한 가운데에선 머리 감는 것도 쉽지 않겠어요. 그 와중에도 사랑이 꽃피는 걸 보면...(얼레벌레 마무리) 

728x90

안녕하세요.
https://kiel97.tistory.com/entry/%EB%B0%9C%EB%AA%A9-%EB%B3%B5%EC%9E%A1%EA%B3%A8%EC%A0%88-%ED%99%98%EC%9E%90%EC%9D%98-%EB%AA%A8-%EC%A2%85%ED%95%A9%EB%B3%91%EC%9B%90-%EC%9E%85%EC%9B%90%EA%B8%B0-%EB%A1%9C%EC%BB%AC-%EC%A2%85%ED%95%A9%EB%B3%91%EC%9B%90-%ED%98%84%EC%8B%A4-%EB%98%90%EB%8A%94-%EC%A0%88%EB%A7%9D%ED%8E%B8
종합병원 천상계 편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쓴 지 하루밖에 안 됐지만;) 이제 저 글을 쓰게 한 원동력이 된 최근 종합병원 입원기를 써 볼까 합니다.
9월 26일 저녁, 저는 집의 거실에서 잠깐 비틀거렸습니다. 이유는 약 3주 전부터 불면증 재발과 컨디션 난조로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집안 이슈로 인한 스트레스 심화, 자영업 일거리를 안 쳐내고 족족 받다가 업무 시간 증가, 개념없고 한글 모르는 PM 색희들과 실랑이, 아이디를 무한 생성하는 양키 자위남의 시도때도 없이 매일 수십번씩 계속되는 스카이프 콜, 스카이프 일시 삭제로 인한 일감 날림...뭐 쓰다 보니 밑도 끝도 없이 많네요-_- 어쩌면 저 이유 때문이 아니라 환절기가 시작되어서일 수도 있고 2년 주기로 몸이 나빠지니까 걍 나빠질 때가 되어서일수도 있고 그렇습니다.

여튼 몸이 휘청거리고 오른쪽 발 날쪽으로 쓰러졌는데 꼴에 그걸 또 안 넘어지겠다고 용을 쓰다가 더 빠각하고 크게 다쳤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암만 봐도 부러진 것 같아서 119를 불러서 119가 수배한 가장 가깝고 응급실 케파가 되는 XX병원으로 갔습니다.(즤 집에서도 멀지 않습니다. 지하철 세 정류장?) 업력도 꽤 오래 되고 평판도 나쁘지 않은 곳이었어요. 대형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규모도 있고. 일단 응급실로 갔다가 MRI를 찍고 1층에서 간단한 수속을 한 후 바로 입원 병동으로 옮겼습니다. 이동은 다 휠체어로 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출근한 정형외과 담당 선생님의 진료를 받고 바로 수술이 결정되어 오전에 척추 마취로 수술을 했습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안 넘어지려고 용 쓰다가 더 다쳐서(...) 발목이 여러 조각 났고 정강이도 골절이 생겨서 철심을 여러 개 박아넣었다고 합니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고 실밥 풀 때까지 2주간 병원에 있어야 한다는 판정.

코로나 때문에 모든 면회는 일체 금지되며, 개인 간병 또한 둘 수 없습니다. 이게 제가 받은 유일한 안내였습니다. 당시에는 하도 아프고 정신없어서 제가 그리도 좋아하는 안내를 못 받아도 별 신경도 못 썼는데 '할 수 없다'라는 것만 안내받고 '할 수 있거나 이용할 권리가 있는 것'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이 병원에 대한 예고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환자는 필요한 물품을 개인이 구입하거나 면회객에게서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가족에게서 얼굴도 못 보고 간단한 세면도구, 속옷, 노트북 등을 전달받았는데 문제는 개인 침대 장에 적당히 쑤셔박아 주셨는지라 저는 침대에서 소변줄을 차고-_- 꼼짝도 못하는 신세인지라 물품을 사용은 커녕 어디에 뭐가 있는지 볼 수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물티슈나 노린스 샴푸/클렌저 등 필요한 물건들이 속속 생겨나자 사야 하는데 개인적인 심부름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침대 밖을 못 나가잖아요? 일단 참아 봅시다.

부산의 9월은 낮에 아직 덥습니다. 거기다 올해는 9월 이상 고온 현상이 지속되어 9월 극 말임에도 불구하고 낮에는 30도를 오르내렸어요. 그리고 저는 더위를 굉장히 탑니다. 거기다 등까지 치렁치렁한 머리를 묶지도 못해서 풀어헤친 채로 땀은 끝없이 흘렀습니다. 냉방요? 안 합니다. 같은 병실의 노인분들한테 맞춘다는데...음, 모르겠습니다.

첫 며칠은 부어오른 발목에 끊임없이 아이싱을 하고 항생제를 때려넣고 링겔을 맞는데도 통증이 지독해서 서너시간 간격으로 진통제를 맞느라 바빠서 정신없이 침대에서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대자연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_-

산부인과에 일정을 잡고 월경 주기를 말했더니 '피임약을 먹으면 미룰 수도 있다'라는 진단과 함께 피임약 한 세트를 받았는데요, 나중에 담당 의사가 추가로 스테이션에 들러서 일정이 촉박하니 첫날 점심/저녁에 두 배로 먹으라는 얘기를 했나 봅니다. 점심에는 그게 전달이 잘 됐는데 저녁에는 한 알을 주더라구요. 뭐 알아서 줬겠거니 하고 먹었는데...

그 다음날 오후, 며칠 당겨서 대자연이 매우 도도하게 터져 버렸습니다-_-

저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의문, '저녁에도 복약 지도대로 두 배를 복용했으면 주기를 늦출 수 있지 않았을까요?'라고 물어봤을 뿐이었는데 극구 아니라며 약이 오히려 주기를 앞당긴 것이라며 돌아가면서 제 자리로 와서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똑같은 얘기 여러번 들으니까 지겹고... 저는 꼼짝하지 못하니까 매점에서 성인용 기저귀-_- 사 달라고 하니 그건 또 개인적 심부름을 왜 시키냐며 진상 취급을 하고;;; 아니 면회인도 개인 간병도 병원에서 막았짜나여... 걍 불쌍한 (일시) 장애인 도와주는 의미로 사 주시믄 안댈까여... 안 사주면 침대고 옷이고 완전 베릴 텐데;;;

주기를 닷새라고 하면 이틀은 소변줄을 차고 옴짝달싹 못하는 채로 요양보호사 여사님이 갈아 주셨고, 이틀 째부터는 소변줄을 제거하고 화장실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문제는 한 다리를 고스란히 못 쓰는지라 일어나 앉는 것부터 균형잡기까지 죄다 힘들게 되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일어나 앉아서 가까이 있는 휠체어로 몸을 이동하는 것도 처음에는 호출 벨을 눌러서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서툴렀습니다. 그게 귀찮으셨는지 대장 격쯤 되는 간호조무사님이 성인기저귀 차고 있는 동안은 거기서 볼 일을 보라는 겁니다.

나니고레...? 안 그래도 세균 번식의 온상인데 거기다가 뭘 하라구요...?;;;

아 저 분은 간호조무사라서 이런 쪽에 둔감할지도 하고 다시 호출을 눌러 마침 오신 선임 간호사에게 화장실에 가야 하니 도와 달라고 했더니 그 분도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겁니다. 아뇨 전 그렇게 못하겠는데요, 도와 주세요 했더니 한숨을 쉬면서 또 진상 취급을;;; 그 때부터였을까요 그 분에게 찍힌 게... '저 분은 고상하셔서'하는 겁니다. 아니 씨발 내가 원래 생겨먹기를 고상한데 뭐 어쩌라고-_- 니들 좋으라고 쌍스러워져서 어따 써먹으라고;

저는 원래부터 남에게 뭘 해달라고 하는 데 좀 약합니다. 근데 이런 환경에서 혼자 하려고 했다간 다리가 두 번 부러지고 좆되겠더라구요. 그래서 '혼자 할 수 있죠?'하고 휑하니 가려고 할 때마다 붙잡고 아뇨 못하겠어요 도와주세요를 하다 보니 점점 늘게 되었습니다. 이 동네가 뭐랄까... 섬세함이라는 게 부족해서 청소하는 분은 청소하고 식판 놓는 분은 식판 놓고 자기 일은 하는데 그게 다리가 부러진 사람이 집을 수 있는 가동 범위를 한참 넘어간 곳에 두고 가 버린다든가 그러면 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악몽같은 첫 주가 지났습니다. 원래 최악은 천천히 흐르는 법이죠. 머릿속에 내내 생각나는 건 '눈먼 자들의 도시'의 수용소와 김동인의 '태형' 속 집단 감옥이더군요. 딱 한 주가 흐르자 사정은 좀 나아졌습니다. 한 주 만에 요양보호사 여사님이 머리를 감겨주고 환자복과 침구를 갈았구요(알고 보니 환자복은 1주일에 두 번 이상 갈 수 있었습니다. 걍 귀찮아서 미리 주지 않을 뿐) 노력 끝에 침대에서 자력으로 휠체어로 이동, 화장실에 혼자 갈 수 있었습니다.


음, 근데 저기 휠체어의 폴대 보이십니까? 폴이 수직이 아니라 엄청 사선이에요. 이 사선으로는 좁은 곳에 덜컥하고 걸리기 때문에 폴대에 수액을 매단 채로는 이동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근데 하루에 두 번씩 맞는 항생제는 1회당 30분 미만이라 괜찮은데 수액은 한 번 맞는데 여섯 시간씩 걸리는 겁니다. 그래서 이걸 맞는 채로는 화장실도 못 가고 어려움이 많으니...하는데 딱 끊고 떼쟁이 어린애 달래는 것처럼 환자부운 이건 의사 선생님이 맞으라고 하는 중요한 성분이 들어가 있어서(식염수에 간장약이 들어간 게...음...중요하겠죠) 그렇게 맘대로 안 맞고 할 수가 없고...하길래 아니 안 맞는다는 게 아니라 여섯시간보다는 좀 빨리 들어가게 해 주거나 중간에 끊고 나중에 잔여분을 맞게 해 달라는 겁니다, 했더니 또 절 싫어하고(...)

 

사실 병원 초기에는 결혼 유무 가지고 지역 특유의 오지랖으로 귀찮게 만들 거라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이쁜데 왜 결혼을 못해쓸까아?' 세 번 정도는 '먹고 사느라 바빠서요'로 넘기면 그만이라 뭐 깜도 아니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1층 매점에서 커피 캔을 사 들고 병동 복도를 휠체어로 산책하고, 휴게실에서 노트북으로 한 두 시간 일하는 게 낙이 되고 그럭저럭 즐겁게 느껴질 무렵, 2주 만에 옥상 정원에서 휠체어로 자력 산책도 해 보았습니다. 입원 3일차부터는 주치의가 '혈전 생기니까 하루에 한 번씩은 휠체어 타고 병원 밖 다니게 하라'고 당부했는데 제가 요청해도 뭐...딱히 처음 며칠 정도만 들어주고 나중에는 '아 화장실 왔다갔다 해도 혈전 예방 충분히 돼요'라고(...그걸 왜 간호사가 결정하죠;;;) 귀찮아하였습니다. 마침 저도 그 때쯤엔 휠체어 운전이 능숙해진 때라 뭐 혼자 잘 다녔어요.


사실 무사 퇴원이 중요한 거라 이제부터 쓸 이슈가 없었다면 이 글은 쓰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식재료비 아끼느라 드럽게 병원 밥이 맛없고 본인 할 일 말고는 귀찮아하는 곳' 정도로 평이 끝났을 텐데요, 실밥을 뽑은 후에는 의족...아니 보조기를 착용하고 목발을 짚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료 기기 사원이 들러서 치수를 재고 55만원을 결제해 가더니 물품을 배달해 주고 착용 방법을 간단히 알려 주고 갔어요. 수술 2주차에 실밥을 뽑은 후 간호사들이 비품 창고에서 목발을 가져다 주더라구요. 그런데 딱 봐도 작았습니다. 실제로 차 보니 더 작았구요. 돌려 돌려 말하자면 저는 침대에 앉아 있을 때 눈 대중과 실제 선 키가 좀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이건 작은데요 했더니 웅얼웅얼하고 사라지셨음. 음... 퇴원은 빠르면 내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상태에서?

 

아침에, 그리고 점심에 저는 이미 목발을 사용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출해서 간호사에게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다 외계어를 듣는 듯 '네?'하고는 한 번 더 또박또박 해 주는 요청을 들은 다음 답이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오후 회진에 온 주치의는 아직도 목발 사용을 배우지 못했다고 하니 나무라고 가셨음;;; 그러게 말이죠 저도 요청했는데 간호사분들이 참 바쁘시네요 아하하...한 다음 세 번째로 호출해서 곧 저녁 식사를 할 테니 여섯시 반 이후에 목발 짚는 걸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마침 열 받아서 지인에게 사식을 배달해 달라고 한 참이었어요. 그래서 사식을 전달'만' 해 주러 온 지인에게 예의 선임간호사가 낭랑한 목소리로 '황키엘 환자 내일 퇴원하는 거 알고 계시죠?'하는 걸 들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죠? 저 퇴원하나요?

 

일단 밥을 먹고 기운 충전을 합시다. 그리고 나와서 선임간호사분께 수간호사님을 찾았습니다. '수간호사님은 당연히 지금 퇴근하셨죠'하시길래  '그건 전 모르죠'라고 답한 후 제가 퇴원하는 게 맞냐고 물었습니다. 오후에 내일 발행할 제 퇴원약 처방이 나와서 그렇게 알고 있다길래 퇴원하려면 주치의가 말한 대로 제가 목발 보행을 익히는 게 필수인데 오늘 아침/점심/그리고 오후에 제가 먼저 요청한 목발 보행 보조가 이뤄지지도, 전달되지도 않은 채로 있는데 제가 퇴원해도 되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랬더니 아까 오후에 제가 호출해서 요청했던 간호사가 매우 억울해하면서 '그래서 여섯시 반 이후에 도와줄 생각이었다'라고 하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간호사님을 탓하려는 것도 아니다, 왜 여기에 대해서 먼저 요청해도 지원이 없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뭐 시원한 답은 없었구요, 그냥 선임 간호사까지 두 명이 바로 목발 보행을 도와주러 들어왔습니다. 억울한 간호사는 억울해서 결국 아무 말 없이 나가버렸고, 선임 간호사가 잠깐 가르쳐줬는데...나중에 알고 보니 짚는 순서가 완전 틀렸더라구요. 어쩐지 힘들더라(50%의 확률인데 틀리는 것도 재주;) 몇 분 지나고 뻘뻘 힘들어하자 갑자기 허공에 대고 말하듯이 선임 간호사가 '목발 보행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물리치료실이라는 데가 있는데...'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퇴원 전날, 모두 퇴근하고 난 오후 7시에 물리치료실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_-;;; 그리고 아무 얘기도 더 이상 안 하길래, 답답함을 무릅쓰고 '내일 아침 오전에 물리치료실 예약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니 알겠대요. 못 미더워서 다시 말했습니다. 또 알겠대요.

 

그렇게 퇴원 전야가 흘러갑니다...전 퇴원할 수 있을까요? 아니 애초에 퇴원하는 게 맞을까요?

 

퇴원 당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매우 바쁜 오전이 될 것 같군요.

 

맛없는 병원 밥을 평소보다 든든히 먹고 여덟시에 이젠 평일 2회 npc...아니 npc보단 훨씬 중요한 인물이지... 정형외과 과장님의 회진을 받았습니다. 이 때 퇴원인지 아닌지 굉장히 아리까리한 한 마디 '제대로 보행이 돼야 퇴원을 하지'만 남기고 사라지셔서 그가 사라지고 나서 아리송해진 저는 npc가 병동 밖으로 사라지기 전에 확인을 해야겠다 싶어서 간호사를 호출해서 문의했습니다.

 

음. 지금은 간호사 교대 시간이라 알려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다음 교대 간호사에게 저 오늘 퇴원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전달을 부탁했습니다. 너무 바빠서 전달할 수 없다고 합니다.(위 대화 3회 반복)

 

"이해가 안 되네요"(저는 빡치면 단조로운 서울말을 씁니다)

 

너무너무 바쁘지만 얘기할 수 있으면 해보겠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사라지셨습니다;;;

 

도대체 교대 시 무슨 인수 인계를 하는 걸까요? 궁금합니다.

 

그 와중에 머리도 감고, 환복도 하고 시트도 갈고 몸은 가뿐해졌습니다만 마음은 무겁습니다. 아침 아홉시가 다 되어 가는데 내 재활치료실은 언제 가는 걸까? 주치의 사무실 리뷰 일정과 또 겹치는 거 아닐까?(애초에 이걸 왜 환자가 걱정;;;) 싶어서 휠체어를 밀고 스테이션에 출동해 보았습니다.

 

어제 저녁, 선임 간호사는 애초에 물리 치료실을 예약하지 않았습니다-_-;;; 주치의의 재활 치료 오더가 떨어지면 예약하는 거겠거니 하고 넘겼대요. 그래서 허겁지겁 주치의가 재활 치료 오더를 하게 만들고, 아홉시 넘어 목발과 보조기를 껴안은 휠체어 차림으로 드디어 염원하던 재활 치료실에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거기서도 얼레벌레 연락이 갔는지 우린 이런 환자 받은 적 없다며 데스크 옆에서 수납되어 '저분은 뭐하는 사람이냐'며 가는 사람마다 물어보고;;;) 겨우 물리치료사를 만났더니 역시나 낮은 목발 얘기를 합니다. 이대로는 보행에 위험하대요. 그래서 그나마 친절한 물리치료사가 병동으로 휠체어를 밀어주고 스테이션에 가서 목발 얘기를 했더니 '이상하다, 그 때는 딱 맞았는데?'해서 제가 '아니요' 하게 만들었;;;

 

암튼 큰 사이즈의 목발을 찾을 때까지 물리 치료는 중단되고(애초에 한 게 없) 물리치료사는 내려갔습니다.  한참 후에 목발을 찾고, 간호조무사가 오더 받아서 절 정형외과 진료실로 배달하려고 갔습니다. 아, 지역에서는 보통 예약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가서 온 순서대로 하세월 기다리면 됩니다. 가만, 내 재활치료는? 수납은? 싶어서 간호조무사에게 물어보니 알 리가 없죠;;; 결국 병원 대표전화로 걸어서->입원 스테이션으로 돌려서 재활 치료 예약을 다시 해 달라고 하자 매우 비협조적입니다. 그래서 '준비가 안 되면 난 퇴원할 수 없다'라고 하니 '아니 환자분 오늘 퇴원한다고 했잖아요'합니다.

 

난 퇴원하겠다고 한 적 없소;;; 내가 퇴원하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건 병원 시스템이겠지. 그래서 더 귀찮아지는 게 싫었는지 열한시 20분이라는 간당간당한 시간으로 예약. 수납에도 연락해서 픽업 차량 일정 때문에 두 시 전까지 수납 요청.

 

다행히 11시 20분에 절 책임져 주신 형사님...아니 물리치료사님은 관록과 참을성이 있는 아주 믿음직하고 친절한 분이셨습니다. 30분간 목발 짚는 법 다 배움. 그리고 병실에 돌아와 세 끼 중 그나마 먹을 만한 점심을 5분만에 먹어치우고 수납 연락이 와서 수납 결제함. 미리 전화로 보험사에 필요한 서류와 소견서를 다 확인해 놔서 수납 자체는 빨랐습니다.

 

짐을 싼 후 도착한 가족과 한 시 반에 퇴원. 이제 한 주에 한번씩 외래로 오면 됩니다. 바이바이. 이제 여기서 잠은 자지 맙시다.

 

여러 가지 귀중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다음 입원은 곧죽어도 수도권 아니면 해운대로 가야겠다거나, 앞으로 돈 많이 벌어놔야겠다거나...

 

이 2주 반의 여정은 퇴원 후 이틀 잠복기 후, 제가 코로나에 걸린 것을 확인하고 끝까지 우당탕탕하게 끝맺습니다. 저는 퇴원과 동시에 집으로 가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으므로 병원에서 걸린 것 맞습니다. 면회도 금지하고 개인 간병도 금지하고 그렇게 유난을 떨더니...(씁쓸) 아마 1층 수납이나 1층 정형외과 외래 수백명하고 부대끼다가 마스크를 뚫고 걸린 듯 해요.

 

덧. 근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서 이 병원은 평균 정도가 맞습니다. 그 옆에 조금 더 큰 경쟁 종합병원에 제 조카가 장염으로 입원했는데, 장염으로 시트를 버리니까 보호자인 어머니에게 시트를 갈라고 시켰댑니다(어허허)

 

덧2. 부연하자면, 저는 특정한 개인이나 직업군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 문제라고 봅니다.

 

-끗-

728x90

https://kiel97.tistory.com/m/entry/%EC%96%B4%EB%96%BB%EA%B2%8C-%EC%8B%A4%EC%A7%81%ED%95%98%EB%8A%94%EA%B0%80-1

어떻게 실직하는가 - (1)

이러다가, 올해 내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 재직기간 15년을 채워야 퇴직금 가산금이 붙는다는 것은 회사에서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버티자고 15년까지 남은 기

kiel97.tistory.com

이 블로그의 500여개 되는 글을 연어처럼 거슬러가서, 첫 번째 글로 가봅시다. 이 글로 시작되는 제 첫 직장 실직과 구직급여 시리즈의 마지막 부분에는 2018년 당시 제가 분당 서울대병원 정신과에 일 주일 동안 입원했었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그 얘깁니다.

당시에 저는 험프티덤프티를 여러 모로 닮은 양반(제겐 아쉽게도, 이 양반은 아직 험프티덤프티처럼 담장 위에서 와장창 떨어지진 않은 모양입니다)과 2년 동안 지내면서 달걀독...아니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아서 마음에 병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독은 험프티덤프티가 영전해서 눈 앞에서 없어져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져서 2017년 연말부터 슬슬 기미가 보이던 불면증이 2018년 1월부터는 단 한 잠도 자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다가 개발살난다는 것을 2015년에 체득해서 알고 있었던지라 초기에 고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뭘 어떻게?

예전의 경험으로 뭘 어디서 시작하든 신경 정신과계열로 보내지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처음에 그간의 삶을 이실직고한 후 약물 치료를 주로 하게 되는데 증세가 호전이 없거나 더 심해졌음을 호소할 경우 초기에는 1주, 나중에는 2주 간격으로 약의 배합을 바꿔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약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현하려면 짧게는 2주 이상이 걸린다는 것도 말이죠. 2015년의 기억은 너무나 쓰디썼고 이번에는 같은 결과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미리 스포하자면 이런 욕심도 회복을 더디게 만듭니다) 그리하여 분당 서울대병원 정신과 외래 환자로 2015년 당시 처방전과 지갑, 핸드폰만 가지고 들렀던 저는 자의로 일주일간 병동에 입원하게 됩니다.(아, 물론 당시에 연초라 빈 병상이 있었고 지인 찬스를 썼던 것도 있습니다. 입원하고 싶다고 바로 입원할 수 있는 것도 또 아니여요)

입원하면 외래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24시간 케어를 받게 되며 외래에 비해 입원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치료 약물 범위가 더 넓습니다. 또한 다면적인 심리/정신 종합 검사를 단기간에 받을 수 있으며 짧은 기간에 여러 번 처방을 바꿔 볼 수 있습니다(하지만 전면적인 수정이라기 보다는 조금씩 배합을 바꿔본다-에 가까운 듯 합니다) 이 장점에 집중해서 나머지는 신경쓰지 않았었는데요... '난 못 잘 뿐이지 환자가 아니니까'하는 나이브한 생각 때문이었어요. 환자 맞습니다.

담당의가 '폐쇄병동 갈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정을 해서 개방 병동에 가게 되었습니다. 지급된 환자복으로 환복하고 생활 수칙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들었는데요, 병동 밖 외출은 허락을 받으면 가능하며(허락을 못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자살/자해 이슈 때문에 운동화의 신발끈은 모두 회수되었으며 이어폰도 밤에는 회수됩니다. 또한 병실 내 화장실/욕실은 동일한 이슈로 샤워기 줄이 매우 짧아서 머리 감기가 좀 불편합니다. 대체로 설명에 만족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러저러한 안내를 받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심지어 너는 좆될 것이다 이것도 미리 알려주는 걸 좋아할 정도죠.

병동은 크고 깨끗하며 밝은 색 위주의 뭐랄까...좀 노인 고급 요양원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간이 헬스장에는 낙상 위험 때문에 속도가 1.5로 고정되어 있는 러닝 머신이 있고, 티비가 있는 휴게실, 각종 특별 활동실, 티룸, 그리고 여러 종류의 책이 있는 서가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하필이면 손에 걸려든 것이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이었는데요...사흘 만에 다 읽었습니다. 내용이 혼파망인데다 희망이라고는 1도 없는 다쥬금 엔딩이라 당시의 정서에는 1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흡입력이 대단해서 내용에 진저리치면서도 읽기는 계속 읽었습니다. 대충 닥터 스쿠르 그런 거나 재탕할 걸 떼잉. 결국 같은 건물 내 도서실에서 가볍고 밝은 여행기 종류를 빌려 봤는데 지쳐서 긍가 눈에 별로 들어오진 않았습니다.

병실은 3인실이었구요, 건너 편의 분은 수술을 받은 후 호르몬 문제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30대 중반의 주부였습니다. 약을 여러번 바꿔 봐도 도저히 듣지 않아서 입원으로 결단을 내려고(...저는 이 마음에 매우 공감했습니다) 아이 둘을 시모에게 맡기는 강수를 두고 며칠 째 입원 중이어요. 다른 건너 편의 분은 말수가 기이할 정도로 적은 20대 여성이었는데 나중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게 됩니다.

같은 병실의 세 명 다 수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일부러 이렇게 배정을 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아마 그럴 듯요) 그러나 수면 관련해서 다양한 서적과 논문을 섭렵만 한-_- 프로 환자인 제가 의견을 내자면, 수면 장애에는 입면 장애, 수면 패턴 장애, 기면증, 하지 불안 등 다양한 증세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와 건너편 환자는 입면 장애였고...
새벽 한 시 무렵,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며 눈을 감았다가 기분이 이상해서 눈을 떠 보니 길다란 머리의 형체가 바로 앞에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_-;;; 넵, 다른 건너편 20대 여성은 수면보행증(몽유병) 환자였던 겁니다. 가까스로 비명을 누르고 간호사에게 얘기해서 분리 조치되었지만 그날 잠이야 다 잤죠. 뭐. 참고로 수면제는 밤 약에 1/2가 처방되고, 두 시 경에 입면에 여전히 문제가 있음을 호소하면 추가 1/2가 제공됩니다.

수면 장애라는 게, 뭐 딱히 겉으로 티가 나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피지컬적인 면에서 낮의 현기증이나 낙상(어허허....)만 조심하면 되는 거라 낮엔 소원대로 꽤 바빴습니다. 일 2회 회진, 병동 밖에서 하는 인지능력검사, 로르샤흐 테스트, 그림 심리 검사, 심리상담, 수면위생치료(이 때 '잠은 나쁜 남자라서 다가가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다가와요'라는 희대의 명언을 듣게 됩니다)등등을 받았구요, 이 결과들은 체계적으로 정리된 100쪽 가까운 진료기록으로 남습니다. 이걸 공식 요청으로 퇴원 시 받아서 이후 치료에 다른 쓰앵님들 참고하라고 유용하게 써먹었습니다. 아, 그리고 다른 환자들과의 티타임이라거나 스트레칭 GX에도 몇 번 나갔었군요. 나중에 청구는 되는데 합리적인 가격이라 그닥 불평은 없음.

티타임에서 들은 얘기 중 제일 뿜겼던 건 '여기 밥은 특급 호텔만해요'라는 거였습니다. 근데 실제로 한화 리조트 밥 정도 되었으며 뒤에 나올 종합병원 절망편에 비하면 정말정말정말 선녀같은 밥이었습니다. 병원밥에 윤기가 흐른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 그땐 몰랐지...(먼산)

아, 맞다. 그리고 *최*고*존*엄*스*타*벅*스*. 병원 2층에 꽤 넓은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습니다. 제아무리 평소엔 유대계 앞잡이니 아메리카노 맛이 별로니 씹었어도 병원 환경에서 스타벅스라니 정말 눈물나는 사제 맛. 이틀에 한번은 갔던 것 같네요.

간호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는데, 잘 짜여진 체계 하에서 원활하고 문제없이 굴러가서 간호 자체를 인식도 못하고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인계도 확실했고요(이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4년 반 후 알게 됩니다).

단, 일주일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소기의 성과는 이루지 못하고 퇴원했습니다. 여전히 저는 수면제를 정량으로 먹고도 한 잠도 자지 못했어요(정확하게 말하자면 4시간에 수백번 깨는 상태). 정신과 질환이라는 게 오래 동안 진행되어 오던 원인 사건이 심화되어 나타나는 건데, 뭐 드라마틱한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긴 힘들죠. 그래도 그 혹시나,하는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싶었던 게 저도, 그리고 건너편 두 아이의 엄마도 그렇지 않았을까요.

저는 4개월간의 병가를 내고(정확하게 말하면 4주 병가의 4회 연장) 회사로 복귀하였으나 증세는 더 나빠져갔고, 결국 이로 인해 파생된 장기의 종양 제거 수술을 마치고 일어나다가 기절해서 응급실에 실려갑니다. 거기서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 에라이하고 Decision to leave를 해서 첫번째 회사를 퇴사합니다.
...그리고 4년 4개월 후, 불면증으로 인한 현기증 관련 사고로 또다른 종합병원의 신세를 지게 됩니다. 이쪽은 좋게 말하면 현실편, 제 승질대로라면 절망편이겠네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