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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https://kiel97.tistory.com/entry/%EB%B0%9C%EB%AA%A9-%EB%B3%B5%EC%9E%A1%EA%B3%A8%EC%A0%88-%ED%99%98%EC%9E%90%EC%9D%98-%EB%AA%A8-%EC%A2%85%ED%95%A9%EB%B3%91%EC%9B%90-%EC%9E%85%EC%9B%90%EA%B8%B0-%EB%A1%9C%EC%BB%AC-%EC%A2%85%ED%95%A9%EB%B3%91%EC%9B%90-%ED%98%84%EC%8B%A4-%EB%98%90%EB%8A%94-%EC%A0%88%EB%A7%9D%ED%8E%B8
종합병원 천상계 편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쓴 지 하루밖에 안 됐지만;) 이제 저 글을 쓰게 한 원동력이 된 최근 종합병원 입원기를 써 볼까 합니다.
9월 26일 저녁, 저는 집의 거실에서 잠깐 비틀거렸습니다. 이유는 약 3주 전부터 불면증 재발과 컨디션 난조로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집안 이슈로 인한 스트레스 심화, 자영업 일거리를 안 쳐내고 족족 받다가 업무 시간 증가, 개념없고 한글 모르는 PM 색희들과 실랑이, 아이디를 무한 생성하는 양키 자위남의 시도때도 없이 매일 수십번씩 계속되는 스카이프 콜, 스카이프 일시 삭제로 인한 일감 날림...뭐 쓰다 보니 밑도 끝도 없이 많네요-_- 어쩌면 저 이유 때문이 아니라 환절기가 시작되어서일 수도 있고 2년 주기로 몸이 나빠지니까 걍 나빠질 때가 되어서일수도 있고 그렇습니다.

여튼 몸이 휘청거리고 오른쪽 발 날쪽으로 쓰러졌는데 꼴에 그걸 또 안 넘어지겠다고 용을 쓰다가 더 빠각하고 크게 다쳤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암만 봐도 부러진 것 같아서 119를 불러서 119가 수배한 가장 가깝고 응급실 케파가 되는 XX병원으로 갔습니다.(즤 집에서도 멀지 않습니다. 지하철 세 정류장?) 업력도 꽤 오래 되고 평판도 나쁘지 않은 곳이었어요. 대형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규모도 있고. 일단 응급실로 갔다가 MRI를 찍고 1층에서 간단한 수속을 한 후 바로 입원 병동으로 옮겼습니다. 이동은 다 휠체어로 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출근한 정형외과 담당 선생님의 진료를 받고 바로 수술이 결정되어 오전에 척추 마취로 수술을 했습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안 넘어지려고 용 쓰다가 더 다쳐서(...) 발목이 여러 조각 났고 정강이도 골절이 생겨서 철심을 여러 개 박아넣었다고 합니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고 실밥 풀 때까지 2주간 병원에 있어야 한다는 판정.

코로나 때문에 모든 면회는 일체 금지되며, 개인 간병 또한 둘 수 없습니다. 이게 제가 받은 유일한 안내였습니다. 당시에는 하도 아프고 정신없어서 제가 그리도 좋아하는 안내를 못 받아도 별 신경도 못 썼는데 '할 수 없다'라는 것만 안내받고 '할 수 있거나 이용할 권리가 있는 것'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이 병원에 대한 예고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환자는 필요한 물품을 개인이 구입하거나 면회객에게서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가족에게서 얼굴도 못 보고 간단한 세면도구, 속옷, 노트북 등을 전달받았는데 문제는 개인 침대 장에 적당히 쑤셔박아 주셨는지라 저는 침대에서 소변줄을 차고-_- 꼼짝도 못하는 신세인지라 물품을 사용은 커녕 어디에 뭐가 있는지 볼 수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물티슈나 노린스 샴푸/클렌저 등 필요한 물건들이 속속 생겨나자 사야 하는데 개인적인 심부름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침대 밖을 못 나가잖아요? 일단 참아 봅시다.

부산의 9월은 낮에 아직 덥습니다. 거기다 올해는 9월 이상 고온 현상이 지속되어 9월 극 말임에도 불구하고 낮에는 30도를 오르내렸어요. 그리고 저는 더위를 굉장히 탑니다. 거기다 등까지 치렁치렁한 머리를 묶지도 못해서 풀어헤친 채로 땀은 끝없이 흘렀습니다. 냉방요? 안 합니다. 같은 병실의 노인분들한테 맞춘다는데...음, 모르겠습니다.

첫 며칠은 부어오른 발목에 끊임없이 아이싱을 하고 항생제를 때려넣고 링겔을 맞는데도 통증이 지독해서 서너시간 간격으로 진통제를 맞느라 바빠서 정신없이 침대에서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대자연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_-

산부인과에 일정을 잡고 월경 주기를 말했더니 '피임약을 먹으면 미룰 수도 있다'라는 진단과 함께 피임약 한 세트를 받았는데요, 나중에 담당 의사가 추가로 스테이션에 들러서 일정이 촉박하니 첫날 점심/저녁에 두 배로 먹으라는 얘기를 했나 봅니다. 점심에는 그게 전달이 잘 됐는데 저녁에는 한 알을 주더라구요. 뭐 알아서 줬겠거니 하고 먹었는데...

그 다음날 오후, 며칠 당겨서 대자연이 매우 도도하게 터져 버렸습니다-_-

저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의문, '저녁에도 복약 지도대로 두 배를 복용했으면 주기를 늦출 수 있지 않았을까요?'라고 물어봤을 뿐이었는데 극구 아니라며 약이 오히려 주기를 앞당긴 것이라며 돌아가면서 제 자리로 와서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똑같은 얘기 여러번 들으니까 지겹고... 저는 꼼짝하지 못하니까 매점에서 성인용 기저귀-_- 사 달라고 하니 그건 또 개인적 심부름을 왜 시키냐며 진상 취급을 하고;;; 아니 면회인도 개인 간병도 병원에서 막았짜나여... 걍 불쌍한 (일시) 장애인 도와주는 의미로 사 주시믄 안댈까여... 안 사주면 침대고 옷이고 완전 베릴 텐데;;;

주기를 닷새라고 하면 이틀은 소변줄을 차고 옴짝달싹 못하는 채로 요양보호사 여사님이 갈아 주셨고, 이틀 째부터는 소변줄을 제거하고 화장실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문제는 한 다리를 고스란히 못 쓰는지라 일어나 앉는 것부터 균형잡기까지 죄다 힘들게 되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일어나 앉아서 가까이 있는 휠체어로 몸을 이동하는 것도 처음에는 호출 벨을 눌러서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서툴렀습니다. 그게 귀찮으셨는지 대장 격쯤 되는 간호조무사님이 성인기저귀 차고 있는 동안은 거기서 볼 일을 보라는 겁니다.

나니고레...? 안 그래도 세균 번식의 온상인데 거기다가 뭘 하라구요...?;;;

아 저 분은 간호조무사라서 이런 쪽에 둔감할지도 하고 다시 호출을 눌러 마침 오신 선임 간호사에게 화장실에 가야 하니 도와 달라고 했더니 그 분도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겁니다. 아뇨 전 그렇게 못하겠는데요, 도와 주세요 했더니 한숨을 쉬면서 또 진상 취급을;;; 그 때부터였을까요 그 분에게 찍힌 게... '저 분은 고상하셔서'하는 겁니다. 아니 씨발 내가 원래 생겨먹기를 고상한데 뭐 어쩌라고-_- 니들 좋으라고 쌍스러워져서 어따 써먹으라고;

저는 원래부터 남에게 뭘 해달라고 하는 데 좀 약합니다. 근데 이런 환경에서 혼자 하려고 했다간 다리가 두 번 부러지고 좆되겠더라구요. 그래서 '혼자 할 수 있죠?'하고 휑하니 가려고 할 때마다 붙잡고 아뇨 못하겠어요 도와주세요를 하다 보니 점점 늘게 되었습니다. 이 동네가 뭐랄까... 섬세함이라는 게 부족해서 청소하는 분은 청소하고 식판 놓는 분은 식판 놓고 자기 일은 하는데 그게 다리가 부러진 사람이 집을 수 있는 가동 범위를 한참 넘어간 곳에 두고 가 버린다든가 그러면 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악몽같은 첫 주가 지났습니다. 원래 최악은 천천히 흐르는 법이죠. 머릿속에 내내 생각나는 건 '눈먼 자들의 도시'의 수용소와 김동인의 '태형' 속 집단 감옥이더군요. 딱 한 주가 흐르자 사정은 좀 나아졌습니다. 한 주 만에 요양보호사 여사님이 머리를 감겨주고 환자복과 침구를 갈았구요(알고 보니 환자복은 1주일에 두 번 이상 갈 수 있었습니다. 걍 귀찮아서 미리 주지 않을 뿐) 노력 끝에 침대에서 자력으로 휠체어로 이동, 화장실에 혼자 갈 수 있었습니다.


음, 근데 저기 휠체어의 폴대 보이십니까? 폴이 수직이 아니라 엄청 사선이에요. 이 사선으로는 좁은 곳에 덜컥하고 걸리기 때문에 폴대에 수액을 매단 채로는 이동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근데 하루에 두 번씩 맞는 항생제는 1회당 30분 미만이라 괜찮은데 수액은 한 번 맞는데 여섯 시간씩 걸리는 겁니다. 그래서 이걸 맞는 채로는 화장실도 못 가고 어려움이 많으니...하는데 딱 끊고 떼쟁이 어린애 달래는 것처럼 환자부운 이건 의사 선생님이 맞으라고 하는 중요한 성분이 들어가 있어서(식염수에 간장약이 들어간 게...음...중요하겠죠) 그렇게 맘대로 안 맞고 할 수가 없고...하길래 아니 안 맞는다는 게 아니라 여섯시간보다는 좀 빨리 들어가게 해 주거나 중간에 끊고 나중에 잔여분을 맞게 해 달라는 겁니다, 했더니 또 절 싫어하고(...)

 

사실 병원 초기에는 결혼 유무 가지고 지역 특유의 오지랖으로 귀찮게 만들 거라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이쁜데 왜 결혼을 못해쓸까아?' 세 번 정도는 '먹고 사느라 바빠서요'로 넘기면 그만이라 뭐 깜도 아니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1층 매점에서 커피 캔을 사 들고 병동 복도를 휠체어로 산책하고, 휴게실에서 노트북으로 한 두 시간 일하는 게 낙이 되고 그럭저럭 즐겁게 느껴질 무렵, 2주 만에 옥상 정원에서 휠체어로 자력 산책도 해 보았습니다. 입원 3일차부터는 주치의가 '혈전 생기니까 하루에 한 번씩은 휠체어 타고 병원 밖 다니게 하라'고 당부했는데 제가 요청해도 뭐...딱히 처음 며칠 정도만 들어주고 나중에는 '아 화장실 왔다갔다 해도 혈전 예방 충분히 돼요'라고(...그걸 왜 간호사가 결정하죠;;;) 귀찮아하였습니다. 마침 저도 그 때쯤엔 휠체어 운전이 능숙해진 때라 뭐 혼자 잘 다녔어요.


사실 무사 퇴원이 중요한 거라 이제부터 쓸 이슈가 없었다면 이 글은 쓰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식재료비 아끼느라 드럽게 병원 밥이 맛없고 본인 할 일 말고는 귀찮아하는 곳' 정도로 평이 끝났을 텐데요, 실밥을 뽑은 후에는 의족...아니 보조기를 착용하고 목발을 짚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료 기기 사원이 들러서 치수를 재고 55만원을 결제해 가더니 물품을 배달해 주고 착용 방법을 간단히 알려 주고 갔어요. 수술 2주차에 실밥을 뽑은 후 간호사들이 비품 창고에서 목발을 가져다 주더라구요. 그런데 딱 봐도 작았습니다. 실제로 차 보니 더 작았구요. 돌려 돌려 말하자면 저는 침대에 앉아 있을 때 눈 대중과 실제 선 키가 좀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이건 작은데요 했더니 웅얼웅얼하고 사라지셨음. 음... 퇴원은 빠르면 내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상태에서?

 

아침에, 그리고 점심에 저는 이미 목발을 사용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출해서 간호사에게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다 외계어를 듣는 듯 '네?'하고는 한 번 더 또박또박 해 주는 요청을 들은 다음 답이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오후 회진에 온 주치의는 아직도 목발 사용을 배우지 못했다고 하니 나무라고 가셨음;;; 그러게 말이죠 저도 요청했는데 간호사분들이 참 바쁘시네요 아하하...한 다음 세 번째로 호출해서 곧 저녁 식사를 할 테니 여섯시 반 이후에 목발 짚는 걸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마침 열 받아서 지인에게 사식을 배달해 달라고 한 참이었어요. 그래서 사식을 전달'만' 해 주러 온 지인에게 예의 선임간호사가 낭랑한 목소리로 '황키엘 환자 내일 퇴원하는 거 알고 계시죠?'하는 걸 들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죠? 저 퇴원하나요?

 

일단 밥을 먹고 기운 충전을 합시다. 그리고 나와서 선임간호사분께 수간호사님을 찾았습니다. '수간호사님은 당연히 지금 퇴근하셨죠'하시길래  '그건 전 모르죠'라고 답한 후 제가 퇴원하는 게 맞냐고 물었습니다. 오후에 내일 발행할 제 퇴원약 처방이 나와서 그렇게 알고 있다길래 퇴원하려면 주치의가 말한 대로 제가 목발 보행을 익히는 게 필수인데 오늘 아침/점심/그리고 오후에 제가 먼저 요청한 목발 보행 보조가 이뤄지지도, 전달되지도 않은 채로 있는데 제가 퇴원해도 되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랬더니 아까 오후에 제가 호출해서 요청했던 간호사가 매우 억울해하면서 '그래서 여섯시 반 이후에 도와줄 생각이었다'라고 하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간호사님을 탓하려는 것도 아니다, 왜 여기에 대해서 먼저 요청해도 지원이 없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뭐 시원한 답은 없었구요, 그냥 선임 간호사까지 두 명이 바로 목발 보행을 도와주러 들어왔습니다. 억울한 간호사는 억울해서 결국 아무 말 없이 나가버렸고, 선임 간호사가 잠깐 가르쳐줬는데...나중에 알고 보니 짚는 순서가 완전 틀렸더라구요. 어쩐지 힘들더라(50%의 확률인데 틀리는 것도 재주;) 몇 분 지나고 뻘뻘 힘들어하자 갑자기 허공에 대고 말하듯이 선임 간호사가 '목발 보행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물리치료실이라는 데가 있는데...'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퇴원 전날, 모두 퇴근하고 난 오후 7시에 물리치료실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_-;;; 그리고 아무 얘기도 더 이상 안 하길래, 답답함을 무릅쓰고 '내일 아침 오전에 물리치료실 예약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니 알겠대요. 못 미더워서 다시 말했습니다. 또 알겠대요.

 

그렇게 퇴원 전야가 흘러갑니다...전 퇴원할 수 있을까요? 아니 애초에 퇴원하는 게 맞을까요?

 

퇴원 당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매우 바쁜 오전이 될 것 같군요.

 

맛없는 병원 밥을 평소보다 든든히 먹고 여덟시에 이젠 평일 2회 npc...아니 npc보단 훨씬 중요한 인물이지... 정형외과 과장님의 회진을 받았습니다. 이 때 퇴원인지 아닌지 굉장히 아리까리한 한 마디 '제대로 보행이 돼야 퇴원을 하지'만 남기고 사라지셔서 그가 사라지고 나서 아리송해진 저는 npc가 병동 밖으로 사라지기 전에 확인을 해야겠다 싶어서 간호사를 호출해서 문의했습니다.

 

음. 지금은 간호사 교대 시간이라 알려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다음 교대 간호사에게 저 오늘 퇴원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전달을 부탁했습니다. 너무 바빠서 전달할 수 없다고 합니다.(위 대화 3회 반복)

 

"이해가 안 되네요"(저는 빡치면 단조로운 서울말을 씁니다)

 

너무너무 바쁘지만 얘기할 수 있으면 해보겠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사라지셨습니다;;;

 

도대체 교대 시 무슨 인수 인계를 하는 걸까요? 궁금합니다.

 

그 와중에 머리도 감고, 환복도 하고 시트도 갈고 몸은 가뿐해졌습니다만 마음은 무겁습니다. 아침 아홉시가 다 되어 가는데 내 재활치료실은 언제 가는 걸까? 주치의 사무실 리뷰 일정과 또 겹치는 거 아닐까?(애초에 이걸 왜 환자가 걱정;;;) 싶어서 휠체어를 밀고 스테이션에 출동해 보았습니다.

 

어제 저녁, 선임 간호사는 애초에 물리 치료실을 예약하지 않았습니다-_-;;; 주치의의 재활 치료 오더가 떨어지면 예약하는 거겠거니 하고 넘겼대요. 그래서 허겁지겁 주치의가 재활 치료 오더를 하게 만들고, 아홉시 넘어 목발과 보조기를 껴안은 휠체어 차림으로 드디어 염원하던 재활 치료실에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거기서도 얼레벌레 연락이 갔는지 우린 이런 환자 받은 적 없다며 데스크 옆에서 수납되어 '저분은 뭐하는 사람이냐'며 가는 사람마다 물어보고;;;) 겨우 물리치료사를 만났더니 역시나 낮은 목발 얘기를 합니다. 이대로는 보행에 위험하대요. 그래서 그나마 친절한 물리치료사가 병동으로 휠체어를 밀어주고 스테이션에 가서 목발 얘기를 했더니 '이상하다, 그 때는 딱 맞았는데?'해서 제가 '아니요' 하게 만들었;;;

 

암튼 큰 사이즈의 목발을 찾을 때까지 물리 치료는 중단되고(애초에 한 게 없) 물리치료사는 내려갔습니다.  한참 후에 목발을 찾고, 간호조무사가 오더 받아서 절 정형외과 진료실로 배달하려고 갔습니다. 아, 지역에서는 보통 예약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가서 온 순서대로 하세월 기다리면 됩니다. 가만, 내 재활치료는? 수납은? 싶어서 간호조무사에게 물어보니 알 리가 없죠;;; 결국 병원 대표전화로 걸어서->입원 스테이션으로 돌려서 재활 치료 예약을 다시 해 달라고 하자 매우 비협조적입니다. 그래서 '준비가 안 되면 난 퇴원할 수 없다'라고 하니 '아니 환자분 오늘 퇴원한다고 했잖아요'합니다.

 

난 퇴원하겠다고 한 적 없소;;; 내가 퇴원하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건 병원 시스템이겠지. 그래서 더 귀찮아지는 게 싫었는지 열한시 20분이라는 간당간당한 시간으로 예약. 수납에도 연락해서 픽업 차량 일정 때문에 두 시 전까지 수납 요청.

 

다행히 11시 20분에 절 책임져 주신 형사님...아니 물리치료사님은 관록과 참을성이 있는 아주 믿음직하고 친절한 분이셨습니다. 30분간 목발 짚는 법 다 배움. 그리고 병실에 돌아와 세 끼 중 그나마 먹을 만한 점심을 5분만에 먹어치우고 수납 연락이 와서 수납 결제함. 미리 전화로 보험사에 필요한 서류와 소견서를 다 확인해 놔서 수납 자체는 빨랐습니다.

 

짐을 싼 후 도착한 가족과 한 시 반에 퇴원. 이제 한 주에 한번씩 외래로 오면 됩니다. 바이바이. 이제 여기서 잠은 자지 맙시다.

 

여러 가지 귀중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다음 입원은 곧죽어도 수도권 아니면 해운대로 가야겠다거나, 앞으로 돈 많이 벌어놔야겠다거나...

 

이 2주 반의 여정은 퇴원 후 이틀 잠복기 후, 제가 코로나에 걸린 것을 확인하고 끝까지 우당탕탕하게 끝맺습니다. 저는 퇴원과 동시에 집으로 가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으므로 병원에서 걸린 것 맞습니다. 면회도 금지하고 개인 간병도 금지하고 그렇게 유난을 떨더니...(씁쓸) 아마 1층 수납이나 1층 정형외과 외래 수백명하고 부대끼다가 마스크를 뚫고 걸린 듯 해요.

 

덧. 근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서 이 병원은 평균 정도가 맞습니다. 그 옆에 조금 더 큰 경쟁 종합병원에 제 조카가 장염으로 입원했는데, 장염으로 시트를 버리니까 보호자인 어머니에게 시트를 갈라고 시켰댑니다(어허허)

 

덧2. 부연하자면, 저는 특정한 개인이나 직업군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 문제라고 봅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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