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여러 번 근황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 주로 해외 번역 에이전시를 대상으로 재무/금융/법률 산업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의학/공학 제외하고 돈 되는 건 다 합니다. 가끔은 저 두 카테고리도 번역 메모리와 사전이 잘 되어 있으면 할 때도 있;;;) 저번 달은 순수익으로 따지자면 구구 직장 다닐 때만큼 번 듯 하네요. 언제나 그런 건 아니구요, 단발성 이벤트로 바짝 벌고 있는 중.

구구회사와 구회사에서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에 단단히 치여서 비대면으로 혼자 일하는 것에는 만족하고 있습니다.(마침 세 번째로 갖게 된 직장도 그러합니다) 사람 보고프면 밖에 나가서 사람 보고 돌아오면 됩니다. 근데 비대면으로 국내 에이전시와 거래하는 것과 해외 에이전시와 거래하는 것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더라구요. 일단 해외 거래의 장점은 이러합니다.

- 한국 특유의 '너 외에도 사람 많음'을 이유로 몸값을 쥐어짜는 경향이 외국은 좀 덜할 때가 있다.(예외: 인도-_-)
- 풍부한 해외 일감을 국내 하청을 안 거치고 직접 받을 수 있다.
-국내 계좌에 입금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된다

그 외에는 죄다 단점입니다. 생각만큼 시차 단점은 별로 없습니다. 일단 제가 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고 해서 엔간한 건 거의 다 대응되더라구요. 문제는 생각지도 않은, 그리고 제가 어릴 때부터(여러 번 얘기했지만 저는 10대 때부터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유니텔 아이디가 다 있었습니다) 익숙한 '익명성'에서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해외 영업의 기본은 링크드인과 프로즈닷컴의 유료 계정으로 합니다. 거기에 제 CV나 언어쌍, 주요 분야, 포트폴리오, 일하는 시간대와 업무 가능 일자 그리고 이메일 주소와 스카이프 계정을 기재해 놓았죠. 그리고 사진도 올려 놨습니다. 그냥...'인간이다'라는 의미에서 올려 놓은 것이지

이런 뜻으로 올려놓은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1년 회비가 20만원에 육박하는 유료 계정들이다 보니 좀 사람이 걸러지지 않을까 그런 심산도 있었습니다.
세상은 넓고 미친 놈은 많습니다-_-;;;

약 열흘 전이었습니다. 그날 갑자기 스카이프 콜이 들어오더라구요.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번역사 PM이 급한 일을 맡길 때 이메일로는 씅질이 급해서 스카이프로 계정 추가 요청하고 바로 어이 나는 어느 회사 누군데 오늘까지 뭐 좀 해줄 수없겠니 블라블라 하는 경우 많거든요. 그래서 그냥 수락했더니...
머리만 안 나오는 양키가 집에서 열심히 자위를 하고 있었습니다-_-;;;
그 꼬락서니를 보고 드는 감정은
- 아주 찰나의 놀람
- 짜증
- 한심함
이었습니다. 1번에서 아주 찰나만 놀랬던 이유는 자랑은 아니지만 부끄럽지도 않은 사실로 그간 삽입 성폭행 빼고 거의 모든 종류의 성추행을 불시에 당해 봤거든요.
짜증은... 일이 아니라서요-_- 그리고 그의 몸은 볼품없었으며 성기는 양키 평균보다 작았으며 모양도 미학적 가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집이 노란 장판 감성이더라구요.
한심함은...분명히 그 새끼는 회사 돈으로 유료 계정을 구독할 텐데, 회사 돈으로 여미새 질이나 하고 싶냐-_-

그래서 끊었더니 미친듯이 수십번 넘게 콜이 오는 겁니다. 그래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웹 버전 스카이프로 들어가서 해당 아이디를 신고하고 사유를 '친밀하지 않은 이미지'로 달았습니다. 캡처본도 넘기고 싶었는데 마침 캡처 안 하고 끊어서 캡처하려면 그 꼬라지를 다시 봐야 되는데 그러기도 싫고. 그리고 스카이프에서 그 새끼 알몸을 봤다고 뭐 계정 블락 등의 조치를 해 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세계는 웰컴 투 비디오와 N번방의 세계잖아요.(둘 다 한남이네 ㅋㅋㅋ)
그리고 좀 있다가 아이디를 바꿔서 콜 수락 요청이 왔는데, 제가 바봅니까. 짜증나서 그 주말에는 스카이프를 오프라인 처리하고 쉬었습니다. 근데 그 와중에 저의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PM님이 스카이프로 저한테 일을 맡겼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답이 없자 '요즘 너랑 연락하기가 쉽지 않네...'하고 쓸쓸히 메시지를 남기신 후 제 일을 딴 번역가한테 맡겼다더군요 양키새끼 평생에 도움이 안 됨-_-
어... 양남은 잊을 만 하면 아이디를 바꿔서 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도 좀 잘못이 있는게, 너무 짜증이 나서 영어로 '너의 딕이 쏘 타이니해서 보고 싶지 않아'라고 했었거든요. 자존심 상했나-_- 근데 저한테 계속 이런다고 쏘 타이니한 딕이 커지진 않을 텐데;;;
여튼 해외 영업으로 익명성이 강화되면 이런 일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음,

생각보다 상상 이상의 많은 PM들이 한국어를 전혀 모릅니다-_-;;; 놀랄 일은 아닌게, 한국어는 화자가 8천만이 넘는 언어지만, 3천만은 섬과 같은 곳이니까 순수 글로벌 화자가 5천만명이라고 해야겠군요. 언제나 주장하는 것처럼 어디에나 있는 해외 동포를 더한다면 6천만 명. 상당한 숫자지만 뭐 10위권? 그 정도 될 거예요. 그러다 보니 큰 회사에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PM이 제 담당을 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래도 일은 됩니다. 근데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발생해요, 예를 들자면... 이 업계에서 QA 체크의 레전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오탈자 비문법 더블스페이스 구두점 태그 오류 등등을 다 잡아내는데 문제는 한국어가 마이너 언어다 보니 한국어의 특징상 당연한 것을 오류로 잡습니다. 예를 들자면, 'December'를 '12월'로 번역하면 '소스에 없는 숫자가 추가되었습니다'하고 오류로 뜹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것까지 다 오류로 뜨는데 한국어에 대해 기본 지식이 전혀 없는 PM이 제 번역을 받아서 QA 체크를 돌리면 '너는 왜 본문에 없는 숫자를 추가했니'하고 따집니다. 1월, 2월, 3월...12월까지, 그리고 '2명의 아들의 교육'이 좀 어색해서 '아들 두 명의 교육'이라고 했다 칩시다. 그러면 2는 어디 사라졌냐고 막 따지고 살려내라고 죽은 자식 뭐 만지듯이...죄송합니다 제가 흥분했네요.
여기다가 한국어를 모름+외국인들의 기질이 합쳐지면, 클라이언트의 말도 안 되는 고집이나 트집, 추가 요구를 아무 협상이나 걸러 주지 않고 그대로 저에게 포워딩하는 포워딩 머신만 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으음? 난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걸?'하고 어깨를 으쓱하면 패 주고 싶습니다-_- 모르는 게 퍽이나 자랑이다. 그리고 몰라도 무리한 요구(예를 들자면, 번역 다 끝내서 넘겨줬는데 원문을 죄다 고치고는 공짜로 다시 번역해 달라고 떼를 쓴다거나)를 전혀 거름망 없이 포워딩하는 걸 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저는 폭군은 참아도 왕이 무능한 건 못 참는 님 도르신의 후예잖습니까. 한국인 PM이 다 잘 한다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기본적인 역할은 하지요.

아, 그건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제 한국 에이전시가 메이저 오브 메이저다 보니(사랑합니다 저 추석에 업무 가능하다고 자기 신고서 냈어요 추석에 일 더 주세여) 기본적인 소양을 가진 PM을 채용했을 가능성이 높죠. 그러고 보니 자본주의의 논리가 이 업계에서도 발생합니다. 이 업계에서는 번역을 하면 제 3자를 써서 프루프리딩 또는 번역 감수를 하고(저도 가끔 합니다) 또 다른 사람 써서 최종 QA까지 하거든요. 근데 정말 돈이 없으면 쌩번역 그대로 넘깁니다. (어 뭐... 니가 번역+리비전+QA 다 혼자 해라, 그 단가에 다 포함된 거임 이라고 떠넘깁니다)
비밀 조항이 있으니까 엔간한 얘기는 안 합니다만, 언젠가 외국의 모 회사하고 제 평소 단가의 50% 수준에서 일을 해 준 적이 있어요. 일을 반 잘라서 후반부만 보냈길래 오 앞의 건 딴 놈이 하나 보군 하고 신경 안 썼고 제 일만 해서 검수하고 보냈는데 나중에 에이전시가 노발대발한 클라이언트 얘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겁니다. 제가 기계 번역을 쓰고 전혀 일관성이 없다구요. 그래서 하이라이트 친 부분을 재번역 해달래요.(여기엔 앞 번역가 내용까지 다 들어가 있음)
그래서 저는 좀 읽어 본 다음 메일을 보냈습니다.
- 나 기계 번역 안 썼는데. 나 한국 정부 자료 레퍼런스로 썼음. 나 탓하면 한국 정부 번역 능력 탓하는 거임.
- 그리고 기계 번역 쓰고 일관성이 없다고 한 부분은 앞 번역가가 한 거임. 너도 좀 읽어 봐라. 내가 봐도 한숨이 나올 수준이네. 근데 그걸 내 탓이라고 하고 그 정도 판단하지도 않고 그대로 내 탓을 하다니...실망이야.
- 그리고 하이라이트만 치고 뭘 어떤 식으로 바꿔달라는 건지 전혀 예시나 지시가 없네. 받아놓고 또 마음에 안 든다고 스타일 차이 지적하면 어떡함?
그랬더니 일단 제 하이라이트 부분만 무조건 좀 다듬어 달래요-_- 그래서 별로 없길래 해 줬죠. 그랬더니 앞 부분도 돈 줄테니까 재번역 해달라는 겁니다. (앞 부분 한 사람과는 협상에 실패한 듯) 그래서 적당한 수준까지 협상해서 해 줬어요. 실은 이 양반들한테 돈 떼어먹힐 각오도 하고 국제 소액 소송 절차까지 알아봤습니다. 이럴 경우엔 국제 소액 소송 안 거치면 '나 번역가 전문가 사이트에 너 평점 테러할 거임' 이런 협박밖에 못 합니다. 그리고 보복으로 번역사가 역으로 번역가한테 평점 테러 때릴 수도 있어요. 한국 에이전시가 떼먹으면 대응하기 좀 쉬운 면이 있죠.
그러니까 자영업자는 이 모든 걸 혼자서 해야 합니다 마케팅, 협상, 프라이싱, 계약, 생산, 검수, 납품, A/S 그리고 대금 회수와 결산 세금 납부까지 다요. 자영업자 귀차나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