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근황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 주로 해외 번역 에이전시를 대상으로 재무/금융/법률 산업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의학/공학 제외하고 돈 되는 건 다 합니다. 가끔은 저 두 카테고리도 번역 메모리와 사전이 잘 되어 있으면 할 때도 있;;;) 저번 달은 순수익으로 따지자면 구구 직장 다닐 때만큼 번 듯 하네요. 언제나 그런 건 아니구요, 단발성 이벤트로 바짝 벌고 있는 중.
구구회사와 구회사에서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에 단단히 치여서 비대면으로 혼자 일하는 것에는 만족하고 있습니다.(마침 세 번째로 갖게 된 직장도 그러합니다) 사람 보고프면 밖에 나가서 사람 보고 돌아오면 됩니다. 근데 비대면으로 국내 에이전시와 거래하는 것과 해외 에이전시와 거래하는 것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더라구요. 일단 해외 거래의 장점은 이러합니다.
- 한국 특유의 '너 외에도 사람 많음'을 이유로 몸값을 쥐어짜는 경향이 외국은 좀 덜할 때가 있다.(예외: 인도-_-)
- 풍부한 해외 일감을 국내 하청을 안 거치고 직접 받을 수 있다.
-국내 계좌에 입금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된다
그 외에는 죄다 단점입니다. 생각만큼 시차 단점은 별로 없습니다. 일단 제가 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고 해서 엔간한 건 거의 다 대응되더라구요. 문제는 생각지도 않은, 그리고 제가 어릴 때부터(여러 번 얘기했지만 저는 10대 때부터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유니텔 아이디가 다 있었습니다) 익숙한 '익명성'에서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해외 영업의 기본은 링크드인과 프로즈닷컴의 유료 계정으로 합니다. 거기에 제 CV나 언어쌍, 주요 분야, 포트폴리오, 일하는 시간대와 업무 가능 일자 그리고 이메일 주소와 스카이프 계정을 기재해 놓았죠. 그리고 사진도 올려 놨습니다. 그냥...'인간이다'라는 의미에서 올려 놓은 것이지
![](https://blog.kakaocdn.net/dn/bGeoXe/btrLk5hYgpW/aia7I0qSc0mtKzDZIlxRSK/img.jpg)
이런 뜻으로 올려놓은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1년 회비가 20만원에 육박하는 유료 계정들이다 보니 좀 사람이 걸러지지 않을까 그런 심산도 있었습니다.
세상은 넓고 미친 놈은 많습니다-_-;;;
약 열흘 전이었습니다. 그날 갑자기 스카이프 콜이 들어오더라구요.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번역사 PM이 급한 일을 맡길 때 이메일로는 씅질이 급해서 스카이프로 계정 추가 요청하고 바로 어이 나는 어느 회사 누군데 오늘까지 뭐 좀 해줄 수없겠니 블라블라 하는 경우 많거든요. 그래서 그냥 수락했더니...
머리만 안 나오는 양키가 집에서 열심히 자위를 하고 있었습니다-_-;;;
그 꼬락서니를 보고 드는 감정은
- 아주 찰나의 놀람
- 짜증
- 한심함
이었습니다. 1번에서 아주 찰나만 놀랬던 이유는 자랑은 아니지만 부끄럽지도 않은 사실로 그간 삽입 성폭행 빼고 거의 모든 종류의 성추행을 불시에 당해 봤거든요.
짜증은... 일이 아니라서요-_- 그리고 그의 몸은 볼품없었으며 성기는 양키 평균보다 작았으며 모양도 미학적 가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집이 노란 장판 감성이더라구요.
한심함은...분명히 그 새끼는 회사 돈으로 유료 계정을 구독할 텐데, 회사 돈으로 여미새 질이나 하고 싶냐-_-
그래서 끊었더니 미친듯이 수십번 넘게 콜이 오는 겁니다. 그래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웹 버전 스카이프로 들어가서 해당 아이디를 신고하고 사유를 '친밀하지 않은 이미지'로 달았습니다. 캡처본도 넘기고 싶었는데 마침 캡처 안 하고 끊어서 캡처하려면 그 꼬라지를 다시 봐야 되는데 그러기도 싫고. 그리고 스카이프에서 그 새끼 알몸을 봤다고 뭐 계정 블락 등의 조치를 해 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세계는 웰컴 투 비디오와 N번방의 세계잖아요.(둘 다 한남이네 ㅋㅋㅋ)
그리고 좀 있다가 아이디를 바꿔서 콜 수락 요청이 왔는데, 제가 바봅니까. 짜증나서 그 주말에는 스카이프를 오프라인 처리하고 쉬었습니다. 근데 그 와중에 저의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PM님이 스카이프로 저한테 일을 맡겼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답이 없자 '요즘 너랑 연락하기가 쉽지 않네...'하고 쓸쓸히 메시지를 남기신 후 제 일을 딴 번역가한테 맡겼다더군요 양키새끼 평생에 도움이 안 됨-_-
어... 양남은 잊을 만 하면 아이디를 바꿔서 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도 좀 잘못이 있는게, 너무 짜증이 나서 영어로 '너의 딕이 쏘 타이니해서 보고 싶지 않아'라고 했었거든요. 자존심 상했나-_- 근데 저한테 계속 이런다고 쏘 타이니한 딕이 커지진 않을 텐데;;;
여튼 해외 영업으로 익명성이 강화되면 이런 일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음,
생각보다 상상 이상의 많은 PM들이 한국어를 전혀 모릅니다-_-;;; 놀랄 일은 아닌게, 한국어는 화자가 8천만이 넘는 언어지만, 3천만은 섬과 같은 곳이니까 순수 글로벌 화자가 5천만명이라고 해야겠군요. 언제나 주장하는 것처럼 어디에나 있는 해외 동포를 더한다면 6천만 명. 상당한 숫자지만 뭐 10위권? 그 정도 될 거예요. 그러다 보니 큰 회사에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PM이 제 담당을 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래도 일은 됩니다. 근데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발생해요, 예를 들자면... 이 업계에서 QA 체크의 레전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오탈자 비문법 더블스페이스 구두점 태그 오류 등등을 다 잡아내는데 문제는 한국어가 마이너 언어다 보니 한국어의 특징상 당연한 것을 오류로 잡습니다. 예를 들자면, 'December'를 '12월'로 번역하면 '소스에 없는 숫자가 추가되었습니다'하고 오류로 뜹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것까지 다 오류로 뜨는데 한국어에 대해 기본 지식이 전혀 없는 PM이 제 번역을 받아서 QA 체크를 돌리면 '너는 왜 본문에 없는 숫자를 추가했니'하고 따집니다. 1월, 2월, 3월...12월까지, 그리고 '2명의 아들의 교육'이 좀 어색해서 '아들 두 명의 교육'이라고 했다 칩시다. 그러면 2는 어디 사라졌냐고 막 따지고 살려내라고 죽은 자식 뭐 만지듯이...죄송합니다 제가 흥분했네요.
여기다가 한국어를 모름+외국인들의 기질이 합쳐지면, 클라이언트의 말도 안 되는 고집이나 트집, 추가 요구를 아무 협상이나 걸러 주지 않고 그대로 저에게 포워딩하는 포워딩 머신만 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으음? 난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걸?'하고 어깨를 으쓱하면 패 주고 싶습니다-_- 모르는 게 퍽이나 자랑이다. 그리고 몰라도 무리한 요구(예를 들자면, 번역 다 끝내서 넘겨줬는데 원문을 죄다 고치고는 공짜로 다시 번역해 달라고 떼를 쓴다거나)를 전혀 거름망 없이 포워딩하는 걸 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저는 폭군은 참아도 왕이 무능한 건 못 참는 님 도르신의 후예잖습니까. 한국인 PM이 다 잘 한다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기본적인 역할은 하지요.
아, 그건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제 한국 에이전시가 메이저 오브 메이저다 보니(사랑합니다 저 추석에 업무 가능하다고 자기 신고서 냈어요 추석에 일 더 주세여) 기본적인 소양을 가진 PM을 채용했을 가능성이 높죠. 그러고 보니 자본주의의 논리가 이 업계에서도 발생합니다. 이 업계에서는 번역을 하면 제 3자를 써서 프루프리딩 또는 번역 감수를 하고(저도 가끔 합니다) 또 다른 사람 써서 최종 QA까지 하거든요. 근데 정말 돈이 없으면 쌩번역 그대로 넘깁니다. (어 뭐... 니가 번역+리비전+QA 다 혼자 해라, 그 단가에 다 포함된 거임 이라고 떠넘깁니다)
비밀 조항이 있으니까 엔간한 얘기는 안 합니다만, 언젠가 외국의 모 회사하고 제 평소 단가의 50% 수준에서 일을 해 준 적이 있어요. 일을 반 잘라서 후반부만 보냈길래 오 앞의 건 딴 놈이 하나 보군 하고 신경 안 썼고 제 일만 해서 검수하고 보냈는데 나중에 에이전시가 노발대발한 클라이언트 얘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겁니다. 제가 기계 번역을 쓰고 전혀 일관성이 없다구요. 그래서 하이라이트 친 부분을 재번역 해달래요.(여기엔 앞 번역가 내용까지 다 들어가 있음)
그래서 저는 좀 읽어 본 다음 메일을 보냈습니다.
- 나 기계 번역 안 썼는데. 나 한국 정부 자료 레퍼런스로 썼음. 나 탓하면 한국 정부 번역 능력 탓하는 거임.
- 그리고 기계 번역 쓰고 일관성이 없다고 한 부분은 앞 번역가가 한 거임. 너도 좀 읽어 봐라. 내가 봐도 한숨이 나올 수준이네. 근데 그걸 내 탓이라고 하고 그 정도 판단하지도 않고 그대로 내 탓을 하다니...실망이야.
- 그리고 하이라이트만 치고 뭘 어떤 식으로 바꿔달라는 건지 전혀 예시나 지시가 없네. 받아놓고 또 마음에 안 든다고 스타일 차이 지적하면 어떡함?
그랬더니 일단 제 하이라이트 부분만 무조건 좀 다듬어 달래요-_- 그래서 별로 없길래 해 줬죠. 그랬더니 앞 부분도 돈 줄테니까 재번역 해달라는 겁니다. (앞 부분 한 사람과는 협상에 실패한 듯) 그래서 적당한 수준까지 협상해서 해 줬어요. 실은 이 양반들한테 돈 떼어먹힐 각오도 하고 국제 소액 소송 절차까지 알아봤습니다. 이럴 경우엔 국제 소액 소송 안 거치면 '나 번역가 전문가 사이트에 너 평점 테러할 거임' 이런 협박밖에 못 합니다. 그리고 보복으로 번역사가 역으로 번역가한테 평점 테러 때릴 수도 있어요. 한국 에이전시가 떼먹으면 대응하기 좀 쉬운 면이 있죠.
그러니까 자영업자는 이 모든 걸 혼자서 해야 합니다 마케팅, 협상, 프라이싱, 계약, 생산, 검수, 납품, A/S 그리고 대금 회수와 결산 세금 납부까지 다요. 자영업자 귀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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