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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에 들어섰군요. 지난 번에 중장기 계획 어쩌구 글에 썼던 대로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습니다.

1. 재활: 일주일에 두 번(이라고 하는데 주기다 감기다 뭐다 해서 결국 1.5회인듯) 뵙는 필라테스 전담 쌤과는 상성이 잘 맞아서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이에서 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건 쌤이 제게 잘 맞춰준다고 봐야 할듯 ㅋㅋㅋ(근데 뭐 전 압박만 지나치게 안 주면 그럭저럭 무난한 고갱입니다. 미리 '저는 필라테스 경험도 있고 의욕도 있어서 머리로는 잘 아는데 몸이 그지라서 구현이 안 되는 거니까 너무 미리부터 기대하고 압박 주지 마시라'고 얘기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과체중 상태가 몇개월 이상 지속되어 슬슬 여러 건강 지표에 문제가 생겼는지라 관련 병원도 다니고 있습니다. 병원이랑 필라테스, 신경정신과만 다녀도 아주 일상이 훅훅 잘 갑니다.

4월...4월 말 전까지는 많이 빼 둬야 합니다...(날짜가 잡히면 긴박감이 생기기 마련이죠)

 

2. 자영업자 및 직장 생활: AI로 제일 많이 대체되는 직업에 공교롭게 제가 한 발씩 담그고 있는 생활, 번역과 회계사를 꼽는데요... 실전을 겪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말하자면 '몇 년 해 먹는데는 큰 지장 없을 것 같은데 날로 먹기에는 점점 어려워지는 듯, 그리고 신규 진입은 다시 생각해 보십사'입니다.

지금 제 수입원의 거의 다를 차지하는 재무/금융/회계 번역부터 얘기하자면 말이죠, 작년부터 제게 배정되는 작업이 순수 번역에서 MTPE 비중이 확연하게 늘었습니다. MTPE라는 게 제가 관련 교육을 받을 때 한 번 후기로 받은 건데요, 기계번역을 인간이 볼 만한 수준의 번역으로 다듬는 겁니다. 이게 단가가 순수 번역의 75% 수준이에요. 말하자면 순수 번역이 한 시간에 500단어를 해야 한다면, MTPE는 500/0.75%=667단어는 해야 합니다. 실은 더 많이 해야 해요. 뭔 얘기냐면 같은 단어 수를 가정하자면 순수 번역에 비해 맡겨지는 작업 건 수가 늘어나는 셈인데, 의사 타진/가격 네고/일정 조율/소스 파일 확인/수정 요청/납품/AS/빌링/수금은 건 별로 고정 시간이 들어가거든요. 1000원짜리 짤짤이든, 200만원짜리건 한 건당 드는 고정 시간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고로 제 경험상 MTPE는 한 시간에 750단어는 해야 수지 타산이 맞을 텐데요, 이 비용이면 차라리 딴 사람이 번역한 거 리뷰를 하는 게 훨씬 가성비가 좋습니다. 아 물론 그 '딴 사람'이 번역 완성도가 어느 정도 이상이라는 전제 하에서요. 하지만 저는 국내에서는 번역계의 삼성과 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걸러진 편.

 

근데 말이죠...기계번역이 더 발달하면 아마 이 75% 단가 수준은 50% 선으로 후려쳐질 테구요, 리뷰 단가도 더 내려갈 겁니다. 그러면 이 기계 번역의 정밀함이 덜 개입되는 분야가 어떤 분야인지 좀 생각을 해봤는데

-  의학, 공학 등 정밀한 용어 사용이 중요한 분야(...이나 제가 진출할 가능성은 없죠)

- 관광, 뷰티 등 현란하게 로컬라이징된 미사여구가 중요한 분야(관광 쪽은 하고 있긴 합니다)

- 법률 중 고급 분야(단순 임대차 계약서 기계 번역은 꽤 정확성이 높아졌습니다)

제가 주로 하는 회계/금융/재무 분야는 은근 쫌 그래요...이게 전문가 인력 풀이다 보니까 번역을 시키느니 그냥 사내 운용 전문가들이 애널리스트 리포트 싹 번역해버리는 경우도 있고 문과 쪽 영역이다 보니 표현이 틀려도 괘념치 않는 무신경함이 있습니다. 의외로 수지맞는 분야가 글로벌 그룹의 표준 회계/금융/재무 매뉴얼을 한국으로 번역하는 건데 이건 건마다 돈도 되고 괜찮...지만 언제 어떻게 제 손에 떨어질지 모르는 일이라. 인사/컴플라이언스도 직원 필수 트레이닝 코스라 수요가 괜찮은데 이 쪽도 기계 번역으로 뭉개려고 하는 경향이 꽤 있습니다;

 

사실 전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에 삶겨지고 있는 개구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어차피 몇 년 더 해먹으면 되는 거라...장기적인 미래는 난 모르겠다;

 

회계, 그 중에서도 회계법인에서 제가 몸담고 있던 기장 대행 분야는 법인의 이상과 한국의 현실이 잘 맞지 않아서 저는 월급 고용에서 건바이건 사업소득으로 바뀌게 되었는데요(사실 그럴 줄 알았;) 일단 제가 배울 수 있는 건 상당히 배운 데다가 보스에게 매력발산 어필은 한 상태라 귀추는 주목해 봐야겠습니다.

 

3. 파이썬: 그래서(...음?;) 재무회계 관련 파이썬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란 인간은 시험을 쳐야 공부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으니께 올해 중으로 빅데이터재무분석사 기존 2급을 1급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시험을 보겠군요. 지난 번에 서대문 신라스테이까지 잡아가며 향학열을 불태웠는데요, 개인적인 건강 사정이 겹쳐서 연수의 반 이상을 날려먹었음 ㅠㅠ 뭐 어떻게든 시험 접수를 하면 치고 붙지 않을까 싶습니다.

 

4. 방송대: 3월 초에 학기 시작하겠지 ㅎㅎ 하고 있다가 2월 셋째주부터 학기 시작한 거 보고 식겁. 일단 제일 만만한 '대학 원격교육의 이해'부터 후루룩 떼고 진도를 빼고 있습니다. 트위터에서도 잡담한 건데 제가 초 S다 보니 헌법처럼 뜬구름 잡는 분야는 잘 모를...형법기초도 아직은 잘 모를...근데 민법하고 상법, 채권론은 잘 알겠...

 

5. 팬질: 이게 제일 뒤에 나오는 이유야 뭐 당위성에서는 제일 후순위이기 때문이죠(그러나 실질적으로 가장 선순위인;) 가능한 한 즐겁게 대충대충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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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 저녁 삼정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심포지엄 '초거대 AI 시대와 공인회계사'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챗GPT다 뭐다 해서 지식 팔아먹고 사는 전문자격사들 시대가 갔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로 맛이 갈 건지 궁금해서요(...) 참가비는 3만원이었는데 일단 호텔 풀코스 식사만 해도 충분히 그 이상을 하고, 오신 강사분들이 워낙 이름값 하는 분들이라 보람찼음(...적이요 왕복 비행기 요금하고 호텔 숙박은...)

전채로 나온 연어와 관자 샐러드만 찍고 그 다음은 안 찍음. 뭐 보시다시피 맛은 딱 3성 호텔 결혼식 코스 요리같은 맛이었음.(근데 연어에 들어가는 선명한 주황색이 그냥 색소고 원래 생연어는 멀건하다면서요?;) 빵과 커피가 맛있었고 스테이크는 별로.

원래 식사 1시간-강연 3부작 1시간 40분-Q&A 20분 이렇게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내용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식사 45분-강연 2시간 15분-Q&A 15분을 아주 빡빡하게 진행해도 벅찰 정도였습니다. 일단

- 초거대 AI시대 미래 경영의 변화(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유병준 교수)에서 산학 합동에서 바라본 AI의 현재와 미래 전망에 대해서 짚고

- 빅데이터와 AI 시대 회계감사(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승영 수석위원)에서는 AI보다는 빅데이터에 집중해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구축이 회계감사에 가져올 영향에 대해 다루고

- 생성형 AI시대, 공인회계사의 역할은?(김덕진 IT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에서는 현재 출시되거나 출시 예정인 최신 AI 툴 소개에 집중했습니다

원래는 저 하던 대로 후기를 줄줄이 쓸 생각이었는데 귀찮기도 하고(...) 유료 세미나의 저작권 문제도 있기 때문에 보고 난 다음의 단상 위주로 씁니다. 물론 제 의견 위주기 때문에 세미나의 팩트에서 상당히 왜곡되었을 수 있습니다.

 

- 일단 공인회계사의 먹거리를 회계감사(각종 인증 등 규제대상 업무도 편의상 여기에 포함합시다)/세무/회계기장/컨설팅 등으로 나눠 봅시다.

 

- 전문자격사의 존재가치가 '전문지식'도 있지만 '사회적 책임'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걸고 의견에 대해 의견을 내는 상대방과 사회에 미칠 책임을 지는 거죠. 현재로서는 AI/AI 회사에 이 수준의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방안은 미비합니다. 따라서 이 책임과, 규제 당국에서 인식하는 정도에 따라 시장이 뚫릴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제가 여기서 책임과 규제 당국에서 인식하는 정도를 굳이 구분하는 이유는 규제 당국, 까놓고 말해서 해당 정부의 성향에 따라 규제의 문턱은 충분히 올렸다 내렸다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전 정부에서 신외감법으로 지정감사(음 간단하게 말해서 이슈 있는 회사들 감사 빡세게 하는 겁니다) 대상이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대폭 확대했다가 이번 정부에서는 해당 제도들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또 사고 터지면 어머 뜨거라 하고 반응을 할...지도...(솔직히 그럴지는 요즘 행태로는 잘 모르겠;)

 

- 아, 물론 현재로서는 AI가 웹에 퍼져 있는 지식(오래되거나 잘못된 지식도 꽤 있습니다) 말고 회계기준서나 감사기준서 등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전문 지식을 학습한 정도는 아직 조악합니다. 하지만 이는 운영 주체에 따라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얘기를 빅데이터로 돌려 보면, 이미 이 날 프리젠테이션을 한 딜로이트 등 세계 4대 회계법인은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지식 공유와 축적을 기반으로 빅데이터 플랫폼을 상당히 구축한 상태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툴은 회사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다각도의 부정 적발을 단 몇 초만에 할 수 있고, 분석적 검토를 수행해서 한 회사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 과거와 현재, 미래 예측까지 상당한 수준으로 가능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당연히 분석 대상인 데이터의 양은 매우 방대해지는데, 이미 10년전에 대한항공의 회계 데이터가 1기가가 넘어서 엑셀로는 되지 않아 파이썬으로 분석을 했었고, 지금은 삼성전자 데이터(아 감사 한 번 할 때마다)가 몇백 기가 정도. 백만 줄 밖에 안 되는 엑셀로는 당연히 안 되죠.

 

- 그렇다면 규제 대상으로 그나마 입지가 공고한 쪽은 회계감사가 되겠군요. 이 쪽은 AI가 완전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굳이 따지자면 판사의 판결 쯤으로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대신 AI나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분석적 검토나 전수조사(이제 샘플링이 아니라 전수조사의 시대가 왔다고 해서 술렁술렁;;; 회계사들의 주요 툴인 엑셀로는 커버가 안 되니까요)의 도구로는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 세무의 경우 세무사협회가 좀 더 민감한 사안일 수도 있겠군요(하지만 개업회계사들의 주요 먹거리가 세무라는 걸 생각하면 이 쪽도 만만치 않음) 그런데 세무대리의 경우 납세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쪽이라 보호 대상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홈택스에서 납세자가 자동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상당히 전산화를 이룩한 상태.

 

- 회계 기장의 경우 세무보다 보호를 덜 받을 것 같습니다. 이쪽도 소수의 복잡한 고급 회계/다수의 단순 기장으로 나뉠 것 같군요. 전자의 경우(예를 들어 가상화폐 회계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생각해 봅시다) 복잡한 판단과 사례 구축, 그리고 상당한 책임을 동반하는 일이라(이 경우 고객 회사를 대리해서 입장을 변호하는 역할까지 해야 합니다) AI가 바로 먹어버리긴 좀 그렇습니다...만, 빅4 회계법인에서 플랫폼을 구축해서 먹어버릴 것 같습니다; 

그럼 남아 있는 단순 기장 시장의 경우도 역시나 핀테크 기업에서 사용자 대상으로 직접 판매를 해 버리거나, 혹은 대형 회계법인의 플랫폼을 중소/사무소에서 유료 구독해서 사용하는 쪽으로 갈 것 같군요.

 

- 컨설팅의 경우 주니어 컨설턴트/애널리스트가 할 단순 조사/분석 업무는 AI와 빅데이터 툴이 상당 부분 대체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늘 아래 새 아이디어는 없으니까 아이디어를 얻는 데도 상당히 역할을 할 것 같음. 그럼 고객회사가 원하는 대로 어떻게 입맛을 맞출 것인가...로 가는데 그럼 또 윤리의 문제가 나오는군요;

 

여기서 파트타임으로 신생 로컬법인에 한시적으로 근무하고 있고, 앞으로도 적당히 유랑할 예정인 저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 봤는데요...

- 시류에 대해 계속 업데이트하자

- 빅데이터 오퍼레이팅은 배워 놓는 게 낫겠다

- 노비를 해도 대감집 노비

- 딱 10년만 더 해먹어도 다행이겠다(그 다음은 내 알 바 아님)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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