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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쪽에 부산도서관이 생긴다는 걸 안 건 몇년 전이었습니다. 지인이 학계 쪽이라 무슨무슨 자문위원 이런 것도 가끔 하는데, 부산도서관을 동서균형발전을 위해 서쪽에 세운다는 거였어요.(서울의 강남-강북 불균형, 경기도에 경기북부-경기남부 불균형이 있다면 부산에는 동부-서부 불균형이 있습니다. 왜 동서냐고 물으신다면...해운대가 어디 있겠어요? 동쪽이죠?) 흐음 좋은 취지이긴 한데 가긴 참 힘들겠네 하고 잊어먹고 몇년 지나고 보니, 11월 초에 개관을 했습니다. 그 동안 교통망도 발전을 해서 대략 50분이면 갈 수 있게 되었더군요. 사실 물리적 거리나 소요 시간이나 해운대와 비슷합니다. 

부산도서관은 덕포역 4번 출구로 가면 제일 빠르다, 라고 도서관 홈페이지 안내문에도 되어 있고, 제 카카오 맵에서도 그랬습니다만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하는지라 1번출구에서 베트남 요리를 먹고 움직였습니다. 사실 정문은 1번출구 쪽에 있습니다. 

이게 정문 쪽에서 바라보는 전경입니다. 

지혜의 광장 가봤는데 지금은 그냥 응달 썽큰 가든입니다;

사실 4번출구에서 와서 보면 후면이 이렇게 보입니다.

바야흐로 가을의 끝물이군요...(아련)

입구에서 체온검사에 QR체크인까지 하고 나면 보이는 뷰.

의자가 꽤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여기는 엘리베이터로 1~4층까지 오갈 수도 있고, 내부 계단으로 1~3층으로 개방감있게 오갈 수도 있습니다. 어쩐지 유현준 교수가 좋아할 것 같습니다(...아니 뭐 계단으로 융합하고 그런 거 좋아하시길래)

내년 1월까지 하는 개관특별전시전입니다. 제가 젊었던 시절, 저는 참으로 기억력이 좋았죠. 그래서 어머어머 기억력이래 했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기억의 내력'쯤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각 전시는 기억이라는 테마는 같지만 개성은 제 각각의 방향으로 튑니다. 그 중의 작품 하나. 전시는 볼만하니 부담없이 들러서 구경해보세요.

2층~3층이 메인 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 층 계단을 올라오면 편히 다리뻗고 쉬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의 조합들이 보입니다.

여기는 창밖을 보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이것 때문에 책 다 바랜다고 어디서 까였나...기억이 잘(갸웃) 굳이 말하자면 강서 쪽의 공공문화관 인테리어는 자연채광과 바다, 강을 그대로 받을 수 있게 유리창이 많게 되어 있습니다. 책이 상할만큼 그렇게 전시해놓진 않았어요. 그리고 첨언하자면 상할 만큼 그렇게 책이 많지도 않...(부산시립시민도서관이 60여만권인데, 여긴 전자책 포함해서 소장자료가 25만점입니다. 거기다 책장의 반 정도는 비워놓은 상태 아참, 여기 전자도서관의 각종 강좌나 전자잡지 무료 정책이 괜찮습니다)

2층 입구입니다.

지역 서점에 흔히 있는 메모지 큐레이션을 해 놨더라구요.

세상에나, 윤미네 집 사진집이 쌔걸로 있네요? 점수 마구마구 올라감.

방문자들이 메모지로 자신이 읽은/읽고 싶은 책을 추천해 놓는 식으로 양방향 교감을 시도합니다.

처음엔 만화코너가 소박하게 조선왕조실록이나 오!한강류의 전집이 있는 한 칸이길래 아 ㅎㅎ 했는데 뒷편에도 만화서가입니다. 외국작가 만화선집(뉴요커가 그린 뉴욕 일러스트집이 참 좋더라구요)이나 그래픽 노블도 있었고...건너편 커어어다란 벽 한 편이 다 만화였습니다.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야스다 미리(그녀는 그새 오사카에 대한 만화를 또 썼습디다. 알고 보니 오사카 출신이더라고요;)

최대한 초상권을 지켜드리려고 애는 써 보았습니다.

약간의 착시현상도 보이는 사학 코너.

엄청난 잡지 컬렉션을 떠나, 2층에서 내부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갑니다. 여기부터는 한국 근현대 소설집에서 영어책, 세계문학으로 확장됩니다.

아이고 동네사람들... 타셴이 막 널렸네여;;;

클림프 화집은 참으로 돈값하는 아름다운 화집이었습니다. 막 클림프 특유의 금박이 넘길 때마다 부내나게 빤딱빤딱해요. 에곤 쉴레도 쓸만했음. 아, 호크니 화집도 있어서 좋았는데 이왕이면 아아아주 큰걸로 나온 화집도 있으면 좋을 텐데 구입신청하면 될까 머리를 굴려보고 아참, 로셰티 화집이 있는 건 좋은데 타셴이 웬일인지 이 사람 특유의 몽환적이고 정밀한 색감을 제대로 구현을 못했더라구요?;;; 아쉬워라...

아. 3층의 사회과학 쪽은 좀 미묘했습니다. 제가 제일 익숙한 예인 회계로 예를 들자면, 호텔경영쪽에 호텔 회계가 있는 식으로 크로스오버 주제를 밀어놓고 남는 '순수'회계쪽이나 회계사만 분류해놨더라구요. 역시 검색기를 잘 써서 찾는 게 좋겠다라는 결론.

그리고 이 좋은거 다 구경하고 제가 대여한 책은 '재개발 재건축 세법과 대박 비법' ;;;; 집에 빌려놓은 책이 많아요( --)

계단을 타고 도로 내려옵니다. 4층이 공사중이라 공중 정원을 못 본 게 아쉽네요.

총평하자면, 책의 컬렉션은 아직도 채울 게 많지만 그 빈 자리가 나름 매력적이고 방문객이 편히 쉬면서 책을 읽을 자리를 많이 마련한 '요즘식' 도서관입니다. 노령층을 위한 큰 글자책이나 점자책 코너가 크고, 1층의 어린이 도서관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좋았구요. 그리고 아주 중요한 미덕은...

평지입니다 네 평지....부산에서 도서관이 평지라니 이게 웬 호사야(제 지역구의 도서관은 공동묘지 올라가는 산 중턱에 있습니다)

조만간 부설 공원이 완공되어 개방되면 더 좋겠어요. 가끔 가야지.

덧. 도서관이 마음에 들었던 저는 '그런데 부산시립도서관과 차이가 뭐지?'라는 의문이 생겨서 좀 찾아보니 부산도서관은 부산 대표 직속 도서관이고 나머지 시립도서관은 부산시 교육청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쫌 충격은 부산시립중앙도서관이 '중앙동' 근처에 있어서 그렇게 이름이 붙어졌다고. 아니 그럼 국중박도 국립용산박물관이라고 하든가.

그리고 저는 부산도서관이 오거돈 전 시장의 명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명색이 제 2의 도시가 대표 도서관이 없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참 고...맙읍니다만....대체 말년은 왜 그랬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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