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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덕질 여행중이라 경주 여행 후기를 꽤 늦게 풀게 되네요. 저는 어릴 때부터 경주 여행을 꽤 많이 가서 이번엔 크게 욕심 내지 않고 가 보고 싶은 곳만 가기로 했습니다.

우선 경주엑스포대공원 바로 앞에 있는 푸드 코트에서 밥 먹고(관광지 음식치고는 가격도 맛도 양호) 엑스포대공원에서 표 끊어서 들어갔습니다. 일단 입장료만 내면 안에 이런저런 게 거의 다 무료라더군요.

초입에 있는 경주타워. 이게 세계적 재일 건축가 유동룡(이타미 준)의 출품작을 표절해서-_- 만든 흑역사가 있는데 다행히 늦게서야 그의 작품임을 인정하고 명예를 되찾았다더군요. 

요건 솔거미술관 가는 길에 있는 포토 스팟.

솔거미술관 전경 1

솔거미술관 전경 2

솔거미술관 전경 3

실내도 멋집니다.

아 그리고 한국 현대미술의 필수요소; 방탄의 RM이 다녀간 흔적도 어어엄청 크게 보입니다.

수묵화 대가 小山 박대성 화백님의 '개방과 포용' 전시회 중입니다. 전 아는 게 일천하여 잘 모르나 동행의 설명에 따르면 구도자와 같은 자세로 수행하듯 작품을 만드시는 대가라고 하더군요.

작품이 겁나 큼<-이따위 감상;;;

딱히 잘 아는 것은 없으나 동양의 화풍과 서양의 기법이 어우러져 있는 건 쫌 알겠습니다.

전시관 안에서 밖의 호숫가를 잘 볼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실내에서 찍은 호숫가 222

또 수평잡기 실패;;;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를 그린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합니다.

한국의 고대부터 근대까지 모든 아이콘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중정도 멋짐

실내 찍으려고 왔나;

정원이 약간 미로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경주 타워에서 바라보는 뷰도 근사.

참 유유자적 한가하고 좋네요. 주중이라 긍가.

솔거 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아까 찜해놨던 경주타워 전망대로 올라갔습니다.(엑스포 대공원 입장권 사면 무료) 올라갔더니 각종 미디어 아트를 보여주고 있다가 막이 걷히고 통창으로 밖이 보입니다.

등산객들이 미술관 내에도 제법 보이더니 저쪽 산을 등산하셨던 모양입니다.

이쪽저쪽 뷰 다 찍어보았습니다.

전망대 안 카페의 커피 허세 뷰. 아 커피랑 베이커리 파는데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음.

나와서 다시 대릉원에서 길 하나 건너면 있는(음 정확하게 말하자면 금관총, 시장 및 법원 근처) 호텔 팰리스 경주에 체크인하고 밥 먹으러 나왔습니다.

대릉원 무덤 뷰. 제가 생각해도 쫌 잘 찍은 듯. 그리고 저기서 백미는 무덤 뒤에 뿌리내린 고목과 개를 끌고 천천히 산책하시는 로컬 분.

저녁 먹고 취침.

그리고 호텔 조식 먹고 체크아웃한 다음 택시 타고 불국사로 향했습니다. 8시 55분께였는데 정식 입장 전인 9시 전에는 무료입니다. 동행 말인즉슨 이게 새벽 등산객들 드나드는 경로라 겹쳐서 관리 직원 출근 전에는 그냥 드나들게 하는 걸 거라고. 

불국사는 언제 와도 좋습니다.

석가탑-대웅전-다보탑을 풀샷으로 담아보려 하였으나 실패.

석가탑 멋져요.

다보탑 멋져요.

이게...신라시대 왕족이었던 스님이 사후 기적을 일으켜서 보살의 현신일 거라 해서 만든 보살상일 겁니다(가물가물)

그리고 저는 돈과 사심을 불태웠습니다.

동행도 갈길이 멀고 저도 여행 직전에(실은 여행 초입에도 일함) 일하느라 지쳐서 빨리 해산하도록 하였습니다.

경주 종합버스터미날 옆옆 맥도날드 2층 뷰. 의외로 맥도날드가 뷰 맛집임.

이렇게 경주에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벚꽃축제라 더 박터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신 분들은 쫌 멀더라도(아니 근데 보문단지 한 정거장 옆이라 보문단지 가는 분들은 가깝) 엑스포대공원 내 경주타워 전망대에서 흐드러진 벚꽃을 감상하시길.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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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동선 : 경주고속버스터미널-황리단길 황남회관-서울커피 황남관점-첨성대-계림-동궁과 월지-대릉원-경주고속버스터미널

적당한 탄수화물과 알코올 그리고 카페인까지 현대인의 필수 약물을 적절히 섭취한 일행은 다시 첨성대로 돌아갔습니다. 역시나 대략 7-8분 도보.


좋은 가을날에 금요일이라 학생 또는 커플 개인 관광객, 중국인 관광객, 동창회 마을모임 교회모임 어린이 소풍 등등 각종 버스대절 관광객으로 상당히 붐비고 있었습니다.

첨성대는 볼 때마다 감상이 달라집니다. 최근에 다시 읽은 박웅현씨 ‘여덟 단어’에 나와 있는 첨성대 건축원리와 상징이 생각나기도 하고, 요새 영 기울어서 좀 불안하네 하고 파편화된 감상이 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경주여행 인스타의 필수요소 핑크뮬리. 들어가서 사진찍지 말랬는데 꾸역꾸역 들어가서 긍가 영 꺾이고 밟히고 처음의 화사한 자태는 날로 시들고 있어요.

여기서 대략 10분쯤 걸어가면 김알지(넵, 경주 김씨 시조 그분)탄생설화가 있는 계림이 있습니다.


사적지로 지정되어 있는데, 볼만한 사적은 김알지 탄생설화가 새겨진 비석 정도인데, 소풍 온 애들이 꾸역꾸역 머리를 집어넣고(애들은 왜 글케 틈새에 머리를 집어넣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어요;) 있는 철책에 둘러싸여서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20분-30분 산책하기 좋은 숲이 관광객도 살짝 덜 붐벼서 고즈넉하고 약간 신비로운 분위기도 나서 좋더군요. 낮보다는 아침 이슬을 밟으면서 걷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선덕사거리를 건너 800미터쯤 걸어가면 동궁과 월지(저같은 중년은 안압지라는 구 명칭이 입에 더 붙습니다)입니다.


워낙 제가 좋아해서 경주 올 때마다 들리는 곳인데(그리고 입버릇처럼 아아 다음번엔 밤에 와서 야경을 봐야겠어 하지만 결국 다음번도 낮에 오고 밤엔 술을 마시거나 뻘짓을 하거나 술을 마시고 뻘짓을 하거나...) 연못을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경치를 보며 구경하기 참 좋습니다.

이번에 제 눈에 들어온 건 신라 귀족들의 풍류를 알 수 있는 14각형 주령구. 술먹고 왕게임; 할때 써먹었대요. 원샷하기, 후래자삼배하기, 노래부르기, 춤추기 등등의 각종 유흥 벌칙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복각된 술잔도 엄청 큼지막하니 원샷하면 참 거나히니 취했겠어요. 하긴 뭐 저 벌칙은 그나마 건전하네요. 전 화랑 모씨와 낭도(원화 아님, 유화 아님) 모씨가 딥키스하라는 거 기대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좀 되면 황룡사지나 분황사지 가려고 했는데 반나절만에 성의가 휘발되어 원래 가려던 대릉원으로 돌아갔습니다. 첨성대 옆집, 황리단길 담장에 있지요.

대릉원은 초등학교때 수학여행으로 와 보고 30년만입니다 ㅋ 워낙 구도심 길 걸을 때마다 배경으로 보이는 거라 뭐 지나치면서 보면 되지 그걸 굳이 돈 내고...라는 기분이었는데요,



결론적으로는 아주 갈 만했습니다. 수십개의 왕릉이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구요, 특히 천마총은 내부가 요즘식으로 다시 단장되어서 각종 부장품의 레플리카(진품은 경주박물관에 있습니다) 만드는 법이나 무덤 건축법에 대해 터치스크린으로 상세하게 볼 수 있구요, 서역부터 당나라, 일본, 오키나와 문화교류 영향에 대해서도 3d로 볼 수 있어요. 요즘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잘 설명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이래서 유물은 계속 현대식으로 재해석되니까 여러번 와봐야 하나 봅니다.


신라왕 무덤 앞에서 몽골초원을 느끼고 있는 중(...)

그리고 나머지 몇 시간은 또 술 마셔서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암튼 보람찬 무덤테마여행이었습니다. 커다란 무덤 수십개 보고 나니 언젠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보고 싶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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