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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동선: KTX 공주역-공산성-공주박물관-원도심-크림오브엑스-루치아의 뜰-08001바르셀로나
2일차 동선: 공주터미널-서울 -_-;;;

12월 2일에 공주에 단신부임한 친구 만나러 갔다 왔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집에서 공주 갔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간 거지만 어쨌든 결국엔 돌아오긴 했으니께요 뭐;;;

 

부산에서 공주는 직접 갈 대중교통수단이 없습니다. 그나마 가장 빠른 게 KTX 경부선이나 SRT 타고 오송까지 갔다가 오송-순천엑스포역으로 가는 KTX 타고 다시 공주로 돌아오는 방법이 있죠. 오송역에 비하면 공주역은 조촐하긴 합니다만 KTX역 표준 디자인대로 있습니다.

그리고 공주시 캐릭터 고마곰이 집채만하게 있습니다.

지난번에 천안에 단신부임한(...그러고 보니 좀 비슷;;) 다른 분 만나러 갔을 때 천안 10경이란 것을 보았는데, 공주에도 10경이 있습니다. 대체로 아는 척 하기 좋아하는 저는 살포시 찍어 놓았습니다.

그나저나 저하고 같이 내린 사람들이 다 마중나온 사람들과 함께 자차로 사라지는 걸 보고 음? 여기 사실 공주역이지만 공주 도심하고는 굉장히 상관없는 곳인가?(대표적인 예로 KTX 울산통도사역과 천안아산역이 있습니다)하고 친구를 기다리면서 갸웃했는데...맞았습니다. 어른의 사정 때문에 원래 편리한 공주 도심에서 하아아안참 비껴나간 논밭 한가운데 있습니다. 친구도 서울에서 고속버스 타고 댕기지 공주역 와 본 건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이유를 알겠어요. 막히진 않습니다. 외진 곳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거리상으로는 공주 시와 상당히 멉니다.

 

아참 저기 고마나루에 대해서 공주 시내까지 오는 길에 친구한테서 얘기를 들었는데요, 암컷 곰이 인간 남자를 사랑해서 쫌 가둬두고 같이 살았나봐요. 그리고 아들딸 낳고 곰 시점에선 잘 살았는데; 어느 날 인간 남자가 단신으로 도망쳤대요. 곰은 인간 남자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고마나루 건너편의 금강 물이 불어서 쫓아가지 못하고 슬피 울다가 자식들과 함께 이 생을 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친구의 한 마디 '남자들이란' 

...음 이 분이 굉장히 상식인이고 행복한 결혼 및 가정 생활을 하고 있으며 최근의 남녀갈등 뭐 이런 거는 터럭도 인연이 없는 분이라 더 뿜겼습니다 ㅋㅋㅋ 제가 '남자들이란'이 아니라 더한 말을 해도 그러려니 하겠지만...역시 화자는 중요합니다. 그래요 튈려면 선녀처럼 애들도 델꼬 튀어야지 책임감이 없어 쯧쯧...

그러던 중 공주 시내에 도착해서 공주의 명물 석갈비(지글지글하는 잘 달군 돌판-음...그 뭐냐 소싯적 경양식집에 함박스테끼 돌판 있잖습니까 거기-위에 갈비를 올린 겁니다)도 먹었구요, 공주에는 알밤을 먹여 키운 한우도 요즘 밀고 있다고 하고, 알밤 막걸리는 원체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러던 중 공주 시내에 있는 공산성에 오게 되었습니다. 공산성 앞에는 무령왕릉 발굴 50년 및 무령왕의 갱위강국(백제는 강국이다 하고 당시 동북아시아 짱인 중국에 선언했다고 합니다) 선언 1500년을 기념하여 무령왕의 겁나 큰 번쩍번쩍한 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딱 봐도 올해 완공한, 몇 달 안 되는 신상이더군요. 공주하면 백제, 백제하면 무령왕으로 다시 한번 기억하고 갑니다.

아참, 공산성 아래 보이는 반딱반딱한 비석들은 죄다 충청관찰사 또는 판관 송덕비 되겠습니다. 제가 윗사람이고 제 덕을 기리고 싶으면 제 덕을 금화 은화에 글로 새겨서 뭇 백성들에게 나눠주겠습니다.

금강의 유려한 모습과 사실 알고 보면 100년 다 되어가는 철교. 저 철교의 사연도 참 그런데... 1930년대인가 그쯤엔 충청도의 중심은 공주였습니다. 그런데 이쪽에 물류 중심으로 하려고 신식 도로를 건설하려니까 조상님들이 노하신다고 보수적인 이 곳 어르신들이 들고 일어났고 그래서 도로 건설은 대전으로 가고 공주는 금강 이남과 이북을 잇는 철교 하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물류가 가는 곳에 경제가 가고, 경제가 가면 사람도 간다고 대전이 새로운 충청도의 중심이 되고, 세종시까지 생겨버려서 공주는 인구 10만명을 근근이 지키고 있다고;;;(노인과 바다에 사는 사람으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매년 몇만명씩 인구가 쑥쑥 빠지고 있어요;;;)

이러거나 저러거나 금강은 유려하고 산세는 완만하여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공산성의 장점 중 하나는 얼마 안 올라가도 웬지 다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입니다. 아참, 담벼락 이쁨요.

그리고 아까 얘기했던 무령왕릉 발굴 50주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공주박물관에 가 보았습니다.

이건 무령왕릉 관 앞을 지키고 있는 상상의 신수를 몇 배로 크게 튀겨놓은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현대미술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트위터에서 혼자서만 내적 친밀감을 쌓고 있는 유명인의 말에 따르면, 본인은 박물관 갈 때마다 친구에게 '**시대 명품관 가자'라고 한댑니다. 맞는 말이에요. 엄선된 명품이 있는 곳이죠.

국사 교과서에서 많이 보던 분입니다.

무령왕릉 발굴 당시 왕과 왕비의 관.

금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제가 요즘 패딩 조끼를 샀는데요, 그냥 거기 딸린 게 철제 버클인데 무지 무겁고 존재감이 장난 아닙니다. 이런 허리띠 하고 다니려면 차암 무겁겠어요.

가까이서 보면 하나 하나의 알들이 또 수십개의 세공품으로 이루어져 있고 휘황찬란한 광채입니다. 

무령왕릉의 발굴이 50년전...그니까 1971년이었는데, 광복 이후 최초의 대규모 발굴이다 보니 여러 모로 하루만에 후다닥 졸속으로 이뤄져서 아쉬움이 많다고 합니다. 워낙 알려진 게 많지 않던 백제사다 보니 그 현장을 제대로 찍고 복원하면 용도나 배경을 밝힐 수 있는 것도 많았는데 말이죠.

그리고 나서 친구와 저는 공주의 원도심으로 향했습니다. 실은 공산성-박물관-원도심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제가 공부한 게 세리 친구; 아니 수하; 아니 을...뭐 그런 쪽이다 보니 어디 가든 세무서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공주의 세무서 건물은 기와를 올려서 고전과 현대가 어우러져서 참으로 멋집니다. 그래봐야 세무직 공무원들한테는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직장이겠지만요...

원도심에서 하숙 골목(여기가 공주 사대부고 등 충청도 교육의 중심지였다 보니 충청도 일대에서 중고등학교부터 유학을 온 학생들이 하숙하는 골목이었댑니다;) 등을 돌아다니다, 간 곳은...

와인을 파는 바틀샵이었습니다. '크림 오브 엑스'라는 조용한 대안 문화 공간인데요, 뒷문을 열면 이런 비밀의 공간이 나옵니다. 호주, 뉴질랜드 등 신세계 와인과 내추럴 와인도 꽤 구비되어 있었구요, 공주 향토주들도 많았습니다. 특이한 것은... 저기 왼쪽 아래에 포스트잇이 붙여진 것은 고객별로 킵해놓은 것이었는데 시장님도 있었어요; 시장픽 가게라 웬지 믿음이 갑니다.

http://www.instagram.com/cream_of_x/

그리고 알밤 막걸리의 유혹을 물리치고 공주 쌀로 만든 청주를 사들고 다시 길을 떠난 일행은...

https://kiel97.tistory.com/m/entry/%EA%B3%B5%EC%A3%BC%EC%8B%9C-%EC%9B%90%EB%8F%84%EC%8B%AC-%EC%B0%A8%EB%AC%B8%ED%99%94%EA%B3%B5%EA%B0%84-%EB%A3%A8%EC%B9%98%EC%95%84%EC%9D%98-%EB%9C%B0

 

공주시 원도심 차문화공간 '루치아의 뜰'

어쩌다 보니 충남 공주에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관광 도시를 표방하는 곳이 그러하듯이 여기도 공주 10경이 있습니다만 한 군데만 들리고 나머지는 그와 큰 상관없이 여행을 했는데요,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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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의 뜰'에 들러서 홍차를 마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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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원도심 타파스 바 '08001바르셀로나'

12월 2일 공주 여행에서 저녁에 간 곳입니다. 여기 가게 된 계기는 공주시 유일한 와인 상점에서 와인과 전통 술을 고르던 중 이 곳 얘기가 나오면서 '스페인 와인을 취급한다더라'라고 귀뜸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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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스 바 '08001 바르셀로나'에 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 다음날은 할 말이 그다지 많지 않네요. 일어나서 바로 공주터미널로 갔거든요. 서울까지 안 막히면 한 시간 반도 안 걸리더라구요.

지난 번 갔었던 백제의 또 다른 수도, 부여 여행과 연관해서 생각할 거리도 많고, 현재의 재미있는 공간도 보고 흥미로운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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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여행 1일차: 순천역-아마씨-브루웍스-순천만국가정원-순천만습지-유람선-순천문학관-순천만국가정원-숙소(호텔라움)
순천 여행 2일차: 숙소(호텔라움)-선암사-순천양조장-순천역
어쩌다 보니 여행기가 좀 미뤄졌네요. 그러고 보니 공주 여행기도 써야 하고 서울경기 여행 중 갔던 곳도 써야 하고;;;
식물성 밥집 지향 공간 '아마씨' 후기는 이미 썼었습니다. ( https://kiel97.tistory.com/entry/%EC%88%9C%EC%B2%9C-%EC%B1%84%EC%8B%9D-%EC%A7%80%ED%96%A5-%EB%B0%A5%EC%A7%91-%EC%95%84%EB%A7%88%EC%94%A8%EC%9D%98-%EC%97%B0%EC%9E%8E%EB%B0%A5-%EC%A0%95%EC%8B%9D )
그나마 기력이 있고 의지가 있을 때 순천만국가정원-습지를 가는 게 어떨까 하는 아주 합리적인 판단으로 향했습니다.

이미 11월 말이라 낙엽도 거의 다 떨어지고 좀 스산한 분위기.

이런 건 찍어줘야 된다고 배웠습니다.

순천과 그 인근에 있는 산을 형상화했다고 합니다. 완만하고 둥글둥글한 산이라니, 갱상도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마침 풀 깎고 다듬는 시간대이긴 했는데, 꼭대기까지 어슬렁어슬렁 올라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프랑스정원, 중국정원까지 보고는 순천만 늪지로 향했습니다. 스카이큐브라고 하는 모노레일을 타면 대략 15분 내에 도착합니다. 차를 안 가져 오셨을 때 두 장소를 여행하기 꽤 유용한 수단입니다. 하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긴 한데...(후술) 4인 대상이긴 한데 만악의 근원 코로나 때문에 2인까지 태워줍니다.

순천문학관역에서 순천만 늪지까지 대략 20분 도보로 걸어가는 길.

평지라서(하긴 뭐 제가 경사지였으면 시러시러 이건 등산이야!!!하고 거부했겠습니다만;;;) 걸어가기 수월합니다.

슬슬 해가 걷히는데...

비도 오고 요상한 날씨입니다.

이렇게 걸어가면 슾지 메인스트림이 나오는데요,

이 때 너무 비가 심해져서 유람선을 타고 슾지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유람선은 한 시간 간격으로 대략 40분 가량 운행합니다. 도보로 못 가는 생태습지를 다 볼 수 있는데다+문화해설사 해설까지 들을 수 있어서 타 볼만 합니다. 순천의 새는 검은두루미...(중얼중얼) 검은 두루미 구경 참 잘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왔더니 대략 네시. 그 때쯤 비가 걷히고 이쁘게 하늘이 잘 보입니다.

그 날이 마침 끝끝내 사죄하지 않는 자, 전두환의 사망일이었는데 광주에도 무지개가 떴다더니 여기도 생겼습니다.

쫌 뭐랄까, 신령스런 햇살이 비치더라구요.

이렇게 찍으라고 만들어놓은 거 같길래...(중얼)

이 구도에서 일행을 찍어줬는데 역대급 사진이 나왔습니다.

처음엔 여행왔는데 날씨가 이게 뭐야...했는데 다양한 날씨를 하루에 보려면 이것도 괜찮을지도. 끝이 좋으면 다 좋아보입니다.

다섯시가 다 되어 가길래 순천문학관으로 가는 코끼리열차를 탔습니다.

(협찬: 예전에 순천 여행 다녀온 지인 사진) 순천만슾지 하면 나오는 이런 구비구비 일몰샷은 사실 용산전망대까지 올라가야 보입니다. 문제는 겨울철의 일몰은 다섯시~다섯시 반 사이에 나오는데, 순천문학관까지도 20분+순천문학관역 출발 큐브 막차가 오후 다섯시 반이라 대중교통으로는 도저히 일몰에 맞출 수가 없어요. 일몰을 보려면 자차나 렌트로 갑시다.

그렇게 돌아와서는 순천 관아...아니 시청 주변에 있는 대원한정식에 가서 저녁을 먹었구요,

https://kiel97.tistory.com/entry/%EC%88%9C%EC%B2%9C-%EB%8C%80%EC%9B%90%EC%8B%9D%EB%8B%B9-%ED%95%9C%EC%A0%95%EC%8B%9D-%ED%95%9C%EC%83%81-%EB%A7%8C%EC%A1%B1%EC%8A%A4%EB%9F%AC%EC%9A%B4-%EB%82%A8%EB%8F%84-%ED%95%9C%EC%A0%95%EC%8B%9D

순천역 인근에 있는 호텔 라움에 가서 1박했습니다. 여기는 모텔을 개조해서 비즈니스 호텔급으로 만든 곳 같네요. 2인 조식 포함한 트윈룸 평일 1박 요금에 8만 9천원이었습니다. 뭐 따로 깔 거 없이 방 넓고 깔끔 무난. 대충 2~3성급 생각하심 됩니다. 4성급 이상 찾으시려면 여수 가셔야 될 듯 해요. 순천은 그만한 호텔은 없고 대신 모텔이 어마무지하게 많습니다.

그래도 9층 전체가 실내에서 편안히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루프탑으로 되어 있는 건 장점.

이튿날, 조식은 1층에 있는 투썸 플레이스 가면 커피와 샌드위치 줍니다. 아 역시 예측 가능한 대기업의 맛...아니 이제 씨제이가 매각했으니 대형 사모펀드의 맛 ㅋㅋㅋ

그리고 택시를 타고 선암사로 이동했습니다. 버스로 타도 한번에 이동하기는 합니다. 택시 40분, 버스 1시간 정도?

선암사 주차장, 티켓 박스에서 정문으로 가는 길. 유홍준 선생이 극찬한 느릿한 곡선의 미학이 있는 길인데 전 미학은 잘 모르겠고 일단 거리가 짧고(대략 느릿한 도보로 20분) 매우 완만해서 저같이 등산에 약하고+전날 술 먹은 사람도 무난하게 올라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기 보이는 무지개다리는 보물로 지정된 승선교. 조선시대에 축조된 것이라고 합니다.

좋은 건 크게 봅시다. 실제로 보면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승선교와 짝을 이루는 강선루. 다 매우 아름다워서 신선이 오르내린다는 의미.

조계산 선암사. 저는 어느 절 갈 때마다 일주문의 사천왕상 보는 게 취미인데요, 여기는  조계산 자락의 장군봉이 지켜주는지라 사천왕상을 따로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은 후에는 말이 필요없으니 '주련'을 달지 않았고 깨달음을 구하는 자 모두 자신을 낮추라는 의미로 스님이 드나드는 '어간문'을 따로 만들지 않았댑니다. 합쳐서 선암사에 없는 세 가지인데 뭐가 없는 거에도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면 뭔가 있어 보입니다.

 

그나저나 '조계'산에 '태고종' 총본산인 선암사가 있는 게 좀 재밌지 않나요? 이를테면 바티칸 시국에 개신교 짱 큰 교회가 있는 거 같은 기분. 나만 재밌나;;;

대웅전이구요,

통일신라 시대에 세워진 삼층석탑 좌, 우탑.

여기는 노스님들이 머무시는 곳인데 담장과 감나무가 아름다워서 찍어 보았습니다.

선암사가 생각보다 대단히 큰 절입니다. 불자가 아니라도 대략 한 시간~한 시간 반 정도 돌아다니면 적당. 

그리고 매화나무철에 대단히 절경이라 전국 각지에서 꽃 보러 몰려든다는데요, 생각해 보니 꽃피는 절경을 못 보는 건 아까운데 사람들 몰려오면 지금의 호젓한 맛이 없으니께...

다음에 꽃 필 때 또 오자;

통일 신라때부터 시작해서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여러번 중건했습니다. 조선시대 중건 이유야 만악의 근원 일본이 정유재란 때 불태워서;;;(전국 돌아다니면서 뭔가 소실된 문화재가 있으면 '병자호란, 왜란, 625' 중 하나로 때려잡으면 대충 맞더라구요)

그리고 전국 사찰 중 유일하게 간지나는 뒷간.

정호승 시인이 무려 뒷간에 바치는 시를 지으셨습니다.

왼쪽은 남자, 오른쪽은 여자용 뒷간. 포스가 엄청납니다. 현재도 실사용 가능.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싶으신 분들은 다른 화장실을 쓰시면 됩니다.

이 분은 목에 염주를 걸고 있는 불심깊은 고냥이. 요즘 고양이가 참 이뻐보이더라구요.

 

이렇게 오전에 선암사를 둘러보고는 시내버스로 순천역 인근까지 와서는(시내버스가 한 시간 간격으로 다니므로 초입에서 시간표를 미리 찍어두고 돌아올 일정을 계획하는 게 낫습니다) 순천양조장에서 점심과 낮술을 하였습니다. https://kiel97.tistory.com/entry/%EC%88%9C%EC%B2%9C%EC%96%91%EC%A1%B0%EC%9E%A5%EC%9D%98-%EC%88%98%EC%A0%9C%EB%A7%A5%EC%A3%BC%EC%99%80-%EB%B8%8C%EB%A3%A8%EC%9B%8D%EC%8A%A4%EC%9D%98-%EC%BB%A4%ED%94%BC

 

순천양조장의 수제맥주와 브루웍스의 커피

순천 1박 2일 여행에서 1일차 점심을 먹고 브루웍스 커피에 갔었고, 2일차 점심에는 낮술하러 순천양조장에 갔었습니다. 두 가게가 바로 옆에 붙어있고 같은 곳에서 운영한다고 해요. 이미 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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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박 2일 순천 여행을 잘 하였습니다. 다음에는 차 렌트해서 이번에 못 본 순천만늪지의 일몰, 낙안읍성, 송광사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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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공주 여행에서 저녁에 간 곳입니다. 여기 가게 된 계기는 공주시 유일한 와인 상점에서 와인과 전통 술을 고르던 중 이 곳 얘기가 나오면서 '스페인 와인을 취급한다더라'라고 귀뜸해 주었습니다. 이리저리 지방 중소도시를 가게 되면 귀향한 젊은이들이 꾸린 대안 문화공간을 자주 가게 되는데요, 알고 보면 그들끼리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저녁엔 같이 술 마시고 주말엔 같이 운동하고 그러시더라구요. 새로 터전 잡고 적응하려면 어슷비슷한 사람들끼리 잘 지내고 교류하는 게 중요하죠.

이 곳 '08001'은 바르셀로나에서 오너 쉐프가 지냈던 곳 우편 번호입니다. 어떻게 알겠어요, 메뉴판에 써 있으니까 아는 거죠(...) 

친구는 운전하느라 펠레그리노 탄산수 마셨고, 저는 샹그리아 한 잔 했습니다. 업장을 주인장 한 분이서 운영하시는데다 주방에 약간의 기술적 문제가 생겨서 오래 걸릴 거라고 하시더군요. 마음의 각오를 하고 대단히 오래 걸릴 줄 알았더니 얼마 되지 않아 샹그리아가 바로 나왔습니다.

춘천닭갈비_뷰. 원도심에 있는 곳이라 오래된 가게들과 공존하는 곳입니다.

오픈되어 있는 바. 저멀리 그 스페인 와인들이 보입니다.

바야흐로 크리스마스 분위기, 아이고 한 해 다 갔네 ㅠㅠ

아련히 보이는 술병들.

투명하게 해 놔서 어쩐지 힙해보이는 두꺼비집.

감자 오믈렛. 여기 음식들은 7천원~만원 범위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 타파스치고는 꽤 많은 양을 자랑합니다. 

간 쇠고기와 치즈 가지 구이. 저에겐 이날의 베스트. 전 어디 가나 가지 러버.

감바스 알 아히요. 맛있었습니다.

조용하고 깔끔한 공간에서 젊은이들 아늑하게 데이트하기 딱 좋은 곳입니다. 뭐 저야 데이트는 아니었지만; 하긴 10년 가까이 못 봤던 친구의 그간 변화를 천천히 되짚어가기에도 좋더군요. 배불리 먹고 와인까지 했는데 4만원 초반대 나왔으니 부담도 덜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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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충남 공주에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관광 도시를 표방하는 곳이 그러하듯이 여기도 공주 10경이 있습니다만 한 군데만 들리고 나머지는 그와 큰 상관없이 여행을 했는데요, 공주에 단신 부임해서 살고 있는 친구가 원도심 길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빨려가듯이 들어간 곳입니다. 사정 설명도 할 새 없이 빨리 가자, 급해!라고 해서 으응? 하고 따라들어갔더니...

예쁜 한옥 카페가 있었습니다.

 

외부도 이뻤는데 마침 어둑어둑해질 때라 사진을 못 찍은 게 안타깝네요.

커피는 없구요, 홍차 위주의 차를 내놓는 곳입니다. 제가 마신 '퀸 앤'은 포트넘 앤 메이슨에서 아삼과 실론을 블렌딩한 홍차인데요, 심플한 맛이라더니 정말 깔끔하게 잘 넘어갑니다. 매우 단순한 성품이셨다던(쫌 어린애스러운;) 앤 여왕을 형상화해서 그런가(....) 그나저나 이런 고급스런 다기 세트들을 보면 '서양골동양과자점 안티크'의 까다로운 손님과 마스터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손님: (고급진 앤티크 다기 세트를 바라보며) 나같으면 이런 건 손님 앞에 안 내놔요.

마스터: (싱긋) 우리는 내놓습니다.

뭐...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그 마스터도 재벌 집안의 자제였죠. 이 곳도 여유있는 분위기가 장점입니다.

친구가 서둘렀던 이유는, 1년 동안 이 곳을 드나들었지만 2층이 워낙 인기가 좋아서 2층에 앉아본 적이 없어서였다네요. 마침 저 때문에 목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와서 2층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입니다.

다락에서 1층을 내려다보면 이렇습니다.

비슷한데 지붕부터 다시 찍어보면 이렇습니다.

 

저녁 여섯시 반에 마감하는 곳이라 오후에 찾아가는 게 좋습니다. 공주 원도심에 들렀다면 꼭 찾아가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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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1박 2일 여행에서 1일차 점심을 먹고 브루웍스 커피에 갔었고, 2일차 점심에는 낮술하러 순천양조장에 갔었습니다. 두 가게가 바로 옆에 붙어있고 같은 곳에서 운영한다고 해요. 이미 순천의 명소로 자리잡았습니다.

순천역에서 5분 정도 도보로 가면 있구요, 힙한 분위기입니다. 제가 언제나 하는 얘기지만 힙한 분위기와 구중중함은 한끗 차이...(...)

1층에서 주문을 합니다. 여긴 수제 버거가 유명하더라구요. 크레인 버거 하나, 어니언 버거 하나 시켰습니다.

수제 맥주 메뉴 다 순천 일대의 특색을 따서 지은 이름입니다. 저는 IPA쟁이라서 순천만 한 잔, 그리고 일행은 순천의 공식 새 흑두루미를 한 잔 시켰습니다.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창 밖에 은행나무가 꽉 들어차게 보입니다.

2층 전경은 이래요.

가능한 한 사람을 피하고자 꺾어서 찍은 전경.

은행나무와_농협과_젊은이 대안공간 뷰.

그리고 1층에 도로 내려가서 음식을 가져왔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이라 계단이 좁은데 맥주잔을 들고 오르내리려면 영 아슬아슬합니다.

어니언 버거와 살짝 매콤한 딥, 그리고 튀긴 감자. 그냥 버거보다 어니언 버거가 더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버거는 둘 다 꽤 짭짤하더군요. 그렇죠 미쿡 맛이 짭짤하긴 하죠...

클래식 버거 뷰.

흑두루미 컵이 이쁩니다. 오른쪽 흑두루미는 커피 향과 쌉싸름한 다크 초콜렛 맛, 그리고 쇠맛(...아니 근데 흑맥주가 있는 그 쇠맛 있잖아요, 철 성분이 실제로 꽤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구구 회사의 여성분들이 철분 보충하러 가자고 기네스를 그렇게 퍼마시...;;;) 왼쪽 순천만은 IPA의 강렬한 홉 맛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게 술술 넘어갔습니다. 전 순천만쪽에 한 표.

그리고 요건 한 잔으로 부족해서 제가 더 주문한 라온. 레드 에일인데 건포도와 말린 과일 향이 납니다. 옆의 짭짤한 미니 프레첼과 먹으면 맛있더라구요. 이렇게 낮술을 하니 참 노곤노곤하니 집에 돌아가는 교통편 안에서 뻗기 딱 좋게 만들어 놨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1일차 점심에 아마씨에 들렀다가 후식 먹으러 간 브루 웍스. 순천양조장 바로 오른편에 있습니다. 안이 제법 큰데 농협 창고를 개조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제법 큰 정원을 순천양조장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날씨 좋으면 야외에서 마시는 것도 운치있겠어요.

제가 이런 공장 분위기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차는 실제로 운행을 하는 걸까 하고 동행이 뻘한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글쎄요, 일단은 타지 말라고 써 있습디다.

2층에서 내려다보면 커피 바가 이렇게 보입니다.

제가 보기엔 여기에서 순천양조장 맥주가 만들어지는 듯.

아메리카노 커피, 더치 커피, 그리고 시나몬 스월. 커피 맛은 평이한 편이었고 시나몬 스월이 늦가을에 딱 맞는 맛이었습니다. 예전에 시나본이 있을 때 시나몬 향 페이스트리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참 아쉽.

이런 의자 사져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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