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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아름다운 시대, 벨 에포크의 문을 열면서… • 18
1부 뮤즈와 예술가들
뮤즈, 사라 베르나르 • 29
아르 누보에서 아르 데코로 • 54
르네 랄리크의 파란만장한 삶 • 64
알폰스 무하의 보헤미안 랩소디 • 80
신세계로부터 • 104
슬라브 서사시 • 119
2부 전환의 시대
빛의 도시 • 133
만국박람회라는 쇼윈도 • 139
‘나는 고발한다’, 드레퓌스 사건이 의미하는 것 • 151
욕망을 팝니다, 백화점 • 158
혁신이 일상을 앞지를 때 • 167
꿈을 나르는 등록상표, 루이 뷔통 • 179
벨 에포크의 성수, 샴페인 • 201
최초의 스타 포토그레퍼, 펠릭스 나다르 • 222
두 여자의 다른 삶, 같은 꿈… • 230
화려한 시대의 어두운 이면 • 249
세기말 감성 • 254
3부 그레퓔 백작부인의 살롱
발레 뤼스의 충격 • 265
생상이 독일 음악을 극복하는 방법 • 289
그레퓔 백작부인과 게르망트 공작부인 • 311
살롱에서 피어난 프랑스 문화 • 323
시를 노래하다, 멜로디 프랑세즈 • 331
레날도 안에게 보내는 편지 • 343

Epilogue 벨 에포크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 • 356
La Belle Epoque, quand l’homme etait encore beau • 364
終わりに ベル•エポックが我々の人生を変える方法 • 369
부록 벨 에포크로의 산책 • 378
아름다운 시대, 아름다운 영화들 • 389
참고문헌 • 398
올해 나왔던 이 책에 대해서 제가 몇 달간 거부감이 있었던 건 이 책의 대담한 부제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1차 세계대전 직전)의 당시 선진 문명 시대에 대해서 '벨 에포크'라고 부르는 건 일단 차치하기로 하고요, 일단 그 '인간'으로 분류되지 않았구요... 열화된 선진문명인 일본의 관람회 전시 동물 중 하나였던 조센진의 후손으로서는 더 그렇지 않겠습니까.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드는 제목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서방에서 열화된 선진문명의 그릇된 피해자로서의 감정을 떨치지 못하는 20세기-그리고 21세기에 불안하게 양 발 딛고 사는 인간인 저와, 확연히 제 1세계로 건너가 발딛고 선 21세기의 이후 세대가 느끼는 감정은 다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리 뒷짐 지고 있으려고 해도 연덕으로서 이 시대에 최소한의 빚을 지고 있는데요, 연아가 2009년-2010년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을 휩쓸고 다닌 그 찬란한 시절의 '죽음의 무도' 생상스의 세기말적 날카로운 음악과, 제 최애 화가인 로트렉과 최고의 대중 문화 화가인 무하의 그 아름다운 시대, 그때는 아무리 외면하려고 해도 그럴 수 있을까요.
거기다 살짝 저보다 많이 산 저자께서 중간중간마다 충분히 숨쉴 구석을 마련해 주십니다. 프랑스와 일본의 문화를 충분히 섭렵하였지만 어디서든, 심지어 고국에서도 부외자였을 수 밖에 없었던 그이가 가장 사랑했던 순간의 프랑스와 일본의 문학과 미술과 음악과 사상의, 그때 예술만으로 꽃피웠을 때에 대해서 사랑을 고백하면서도 가끔씩 명치 끝이 걸려서 당시의 식민지성과 잔혹성에 대해서 밟고 갈 수 없을 때, 그때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아니 마지막의 사족을 덧붙였던 이유가요, 코스트코 사장님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전용 헬기를 타고 코스트코 양재점을 보고 간다고 하시더라구요. '매출이 환상적이다. 그곳만 보면 눈물이 난다'라고 오피셜로 얘기하신 거기 말이죠. 과연 사장님이 헬기를 타고 거길 찍고 가시는지도 모르겠고, 전세계 코스트코 매출 1위점(한때는 코스트코 직원들이 남한은 몰라도 얭쟤는 알았다고 하죠)은 양재->세종->샹하이로 바뀌었을지라도 결국 마음 속 바뀌지 않는 보석, 발할라는 하나지 않겠어요 저도 제 가슴 속에 얭쟤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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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시나리오 - 불확실성을 기회로 만드는 4가지 투자전략
지은이: 오건영
출판사: 페이지2(page2)
출간일: 2021-06-07

이 책 표지만 보고 음? 이거 다 만화인가?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겠습니다. 다 읽고 나서 이 표지를 쭉 보면서 의미하는 바가 다 떠오른다면 제대로 읽고 이해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 장만 빼놓는다면 표지가 거의 다 요약해 놓은 거예요.

이 책은 유튜브 채널 삼프로 티비가 대중 앞에 발굴한 금융계 아이돌, 신한은행 오건영 부부장의 최신 저작입니다. 왜 금융계 아이돌이냐면 금융과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아이돌 급의 인기와 추종자가 있기 때문이죠. 여담인데 슈카님도 그렇고 오건영님도 그렇고 금융계 아이돌 씹덕(...죄송합니다 점잖은 분께 이런 표현을 써서)상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친절한 책입니다. 전작인 '부의 대이동'을 읽지 않았거나 금융에 문외한인 이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책 제일 앞에 '기초 다지기: 금리, 환율, 채권 이해하기'를 배치해 놓았습니다. 금융에 대해 고등학교 사회경제(...요즘은 무슨 과목이라고 하죠?; 맨날 바꿔대서;) 수준의 지식이 살아있는 분이라면 이 장은 가볍게 패스해도 됩니다.

저는 이 책이 '시류를 잘 따라가는 금융전문가' 그룹들 빼고는 다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전공자라고 해도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들이 이 격변의 시대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며 또 어떠한 새 기법들이 나왔는지 제 때 못 따라가거든요. 예를 들자면 한국의 양적 완화가 왜 미국의 양적 완화와 다른 것인지, 마이너스 금리는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는 것인지(부끄러운 얘기지만 마이너스 금리를 배운지 10년이 됐어도 실제 금융소비자들에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줄 알았습니다-_-) 다 나옵니다.

그 다음 장에서도 친절함은 여전합니다. 차근차근 구어체로 설명하고, 내용이 길어지면 앞의 내용을 압축해서 다시 한번 떠먹여주고, 그림으로 임팩트있게 요약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난이도가 높아져야 할 때면 소 단원 앞에 '난이도 상'이라고 경고도 해 주고, 이유식 수준으로 곱게 갈아서 떠먹여주다가 소화가 안 된다 싶으면 다시 '이거만 알면 돼요'하고 등도 두들겨줍니다. 그러면서도 필요하다 싶은 부분은 절대 넘어가지 않는 뚝심도 있습니다.

1장에서 3장까지의 서사는 결국 4장 '시나리오를 그려 다음 스텝을 선점하라'를 위한 빌드업입니다. 성장과 물가로 매트릭스를 그려서요,
시나리오 1:고성장 고물가-05~07년 중국 고성장 시기, 주식 +, 채권-, 원자재와 금 +
시나리오 2: 저성장 고물가-70년대 석유파동, 주식 -, 채권-, 원자재와 금 +
시나리오 3: 고성장 저물가-17년 글로벌 경기 회복, 주식 +, 채권 +, 원자재와 금 -
시나리오 4: 저성장 저물가-20년~현재, 성장주 +, 채권 +, 원자재 - 금 +
의 서사를 주고 현재 시나리오 4에서 '중국과 환율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와 '이머징을 포함한 각국의 공조가 원활하다'는 전제 하에 '고성장, 고물가' 또는 '고성장, 저물가' 국면으로 중장기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다만 중간에 정책이나 여타 환경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심화될 수 있으므로 각종 보험성 자산을 갖춰 놓고 시장의 국면에 따라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제언하고 있어요.

이렇게 시장을 보는 눈을 가지려면요? 공부하세요...네 이 책은 부의 시나리오 4분면과 저자의 예측을 당의정으로 주면서 이거 먹고 크려면 공부하라고 권하는 결론을 위해 달렸던 것입니다...
끝까지 친절한 책이라 책 말미에 어떻게 공부하는지, 소스와 방법론도 잘 나와 있습니다. 어떤 분에게는 이 책의 가장 귀중한 부분이 마지막 소스일 듯 합니다. 물론 저는 게으르고 약아빠져서 음, 그럼 아이돌님의 1년 주기로 나오는 책과 아이돌님 페이스북 시황 업데이트(https://www.facebook.com/ohrang79 )를 조합하고 거기서 외연을 확장해나가야겠군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뭐 그거라도 어디에요...(뻔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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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지은이: 김정선
출판사: 유유
출간일: 2016-01-24
큰 활자본, 이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사춘기 넘어가면서 부터 사람들한테 지적을 숱하게 받았던 게 '팔자걸음으로 걷는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한 번씩 입 대는 거지만 저는 반복해서 듣는 말이다 보니 짜증나더라구요. 거기다 팀킬;이지만 외가 쪽 내림이라 어머니, 언니도 다 그렇게 걷습니다. 가족 안에 묻혀 걸으면 별로 티나지도 않는 평범한 걸음새인데다 걷는 데, 그니까 기능상으로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욱하는 성질이 치받아올라서 묻고 싶었어요. "내 걸음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그렇다고 다 뒤집어엎을 만큼의 설움도 아니고 손톱 거스르미 정도다 보니 그냥 평생 가져갈 것 같던 이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해결되었습니다. 필라테스로 자세 교정하고 하체 근력과 균형을 단련하다 보니 수년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교정이 되더군요. 그 중에도 가끔씩 지적은 받았습니다. 다만 그런 지적이 조금씩 줄어들더군요. 이젠 제 3자가 봐도 예전보다 자연스럽다고 해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여러 번 읽는 동안 제 걸음걸이가 떠올랐습니다. 모국어로 글 쓰기는 정규 교육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되 누구나 자기만의 방향으로 비틀리고 덧대고 빠뜨리는 실수가 잦습니다. 그러나 제 3자가 외국어 작문 실수에 대해서 지적한다면 쉽게 수긍하겠지만, 모국어 작문에 대해서 지적한다면 순순히 승복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실수에 대한 합리화를 하다가 결국은 빡쳐서 이렇게 소리를 높이는 거죠. "내 문장이 그렇게 잘못인가요?"

 

업계 전문가가 추천해 줘서 뒤늦게 읽은 책이지만, '우리말 작문 스스로 하기' 정도의 평범한 제목을 달고 있었으면 이렇게 한번에 서가에서 찾진 못했을 겁니다. 이 책은 큰 제목부터 부제까지 그 목적이 분명합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 우리말로 글을 짓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스스로 글을 짓는 동시에 자신의 실수를 교정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대중교양서지만 내용은 녹록지 않습니다. 그냥 쭉 눈으로 읽기보다는, 연습책이라 생각하고 각 장마다 틀린 표현을 스스로 고쳐보고 작가의 모범 답안을 보고 다시 매겨보는 식으로 하는 게 머리에 잘 남습니다. 다행히 책 군데군데에 당의정이 있긴 합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적, 의를 보이는 것, 들' 암기 공식도 그렇고, 중편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편집자와 작가, 양쪽에 이입하면서 균형 잡을 수 있게 했거든요.(그러나 이 소설이 가볍지 않은 내용인데도 '국수집 어떻게 됐어!!!!' 곁길로 빠지다니 난 글렀어;;;)

9월에 블로그 포스팅이 띄엄띄엄했던 게 이 책 영향도 있습니다. 글 쓸 때마다 자신의 실수가 눈에 들어오니 쓰다가 포기하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시간과 노력이 해결해 주는 일입니다. 제가 3년동안 생활하면서 팔자걸음을 걸으면서도 천천히 자연스럽게 교정한 것처럼 이 책을 여러 번 읽고 체득하려는 노력을 하면서도 계속 실수할 겁니다. 아마 한참이 지나도 전 여전히 우리말 글을 지을 때 실수할 겁니다. 그러면 어때요? 그래도 나아질 겁니다.

 

덧. 기억에 남는 구절 :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 안에 깃들여 사는 주어와 술어다. 주어와 술어가 원할 때가 아니라면 괜한 낱말을 덧붙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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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떠오르는 단편적인 생각을 번호 붙여서 써 보겠습니다. 물론 스포일러 대량 함유.
0. 제가 양조위의 팬이 처음 된 게 90년대 극초반 의천도룡기 86을 봤을 때였어요. 물론 사조영웅문-신조협려-의천도룡기 중에서 제가 제일 정이 덜 가고 싫어하기까지 하는 게 양조위가 분한 장무기 캐릭터입니다. 네 명의 여캐 사이를 갈팡질팡하며 결국 넷을 다 마누라로 얻어들이는 꿈을 꾸는 게 당시 강직했던-_- 소녀인 제게 먹힐 리가 없었...는데 어라? 뭔가 유약해 보이면서도 사슴같은 눈망울에 볼 수록 개연성이 느껴지는 이 장무기는? 촬영 당시 20대 중반이라 매우 어여쁘던 양조위는 제게 그렇게 마음속에 들어와 박혔습니다.

1. 그 중간에 섭렵했던 영화나 tv 시리즈를 다 말한다면 밤을 다 샌다 해도 모자라겠으나; 암튼 그이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2011년 일대종사였고 그 후로도 한참 세월이 흘렀죠. 샹치로 한국 네티즌 일각이 다 뒤집어지고 수군거릴 때도 캡처를 보면서 흐르는 세월의 야속함에 약간 눈물 지은 것도 사실입니다. 흑 아기사슴 밤비가 나이가 드러써...ㅠㅠ

1-1. 근데요, 물론 분장의 힘도 있겠지만 샹치 안에서 양조위는 천 년 동안 나이를 더 먹지 않는 중년의 외모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초반에서 천 년 만에 첫 사랑에 빠져서 정신 못 차려서 급 회춘하고 설레는 그,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평범한 가정 안에서 행복해하는 그는 훨씬 실제보다 젊어보입니다. 20년이 흘러서 원념만 남고 권태가 흐르는 그는 배우 제 나이대로 보이고요.

2. 저 메인 이미지의 그는 신비로운 아바타 마을의...아니 탈로 마을의 여인과 처음 만나서 불꽃 플러팅을 할 때의 모습입니다. 남녀(혹은 남남, 여여)가 무공 대결을 빙자하여 플러팅하는 것은 무협지의 유구한 전통이라 하겠습니다.

3. 무협지하니까 떠오르는 건데 양조위의 무공은 극강의 파괴력을 가진 열 개의 링을 직선의 도구처럼 내려꽂으며 쓰는 양강(陽强)의 무공입니다. 샹치 모친, 그리고 샹치 이모님 등 탈로 마을 계열은 극도로 음유(陰柳)한 무공이구요. 샹치의 무공도 아주 어릴 때 모친에게 가르침받을 땐 음유했다가 모친을 잃고 아버지의 텐링즈에게 사육;될 때는 극도의 양강으로 갔다가 이모에게 사사받고는 음유 무공으로 돌아섭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지지 않게' 되죠. (그러고 나서도 쳐발린 건 멘탈이 약해서...녜...) 여기서 양조위의 이미지와 양강 무공?하고 갸웃하다가 피지컬을 연기력과 템빨로 밀어붙이는 오빠를 보면서 납득하게 됩니다. 그래... 오빠가 동년배 홍콩 배우들 중에선 그리 무술 연기 잘 하는 편이 못 되니까 섬세한 무공 연기보단 저런 게 나을 수도 있어....(팬입니다 녜)

4. 샹치 가족은 뭐랄까, 해체된 현대 가족을 상징하는 건지 죄다 다르게 생겼습니다. 샹치 역의 시무 리우 배우는 하얼빈성, 그러니까 동북 끄트머리 출신 답게 파워 북방계로 생겼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웬우 역의 양조위는 광둥성이라 파워 남방계고, 둘은 체격이나 외모나 닮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친을 닮았냐.. 모친 역의 진법랍은 서장, 그니까 서쪽 끄트머리 분이고, 자매 역의 양자경은 홍콩보다 훠어얼씬 남쪽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혼란해요. 딸이 모친의 이목구비를 닮은 게 있긴 한데, 모친을 떠올리게 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물론 양자경이 샹치를 보면서 '어머니를 닮았구나'할 때 들었던 내적 폭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만.

5. 영화는 CG가 덜하고 샹치 패밀리가 무공을 펼칠 때는 꽤 재밌습니다. 그런데 벽장이 열리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나오자 갑분 디워가 되면서 그간 쌓아온 서사가 갑자기 허무해져 버립니다. 매력적 여캐들, 탈로 마을의 궁수 캐릭터들, 텐 링즈의 연합 그 모든 게 갑자기 허무해져 버리면서 영혼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졸개들한테 쏙쏙 빨아먹히는 먹잇감으로 전락합니다. 그리고 텐 링즈를 장착한 수퍼 히어로만이 이 난국에서 구원해 줄 해결책으로 등장하는 겁니다. 괜히 어벤저스 시리즈가 아니었어-_- 결국은 쿠키를 위한 빌드업이 되어버립니다.

6. 사실 양조위의 웬 우는 상당히 이중적입니다. 아내가 죽어버린 후 복수에 정줄을 놓고 무감각하고 잔인해져 버린 아버지로서의 그는 아들이 대립하고 뛰어넘어야 할 가부장제의 아버지이지만요, 죽은 배우자를 놓지 못하고 매달리며 결국 큰 사고를 쳐버려서 아이들에게 '걸리적거리고 민폐이지만 구해야 할 히로인'인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대충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찐 빌런이고 양조위는 진 히로인(히어로 아님)이라는 얘기-

7. 솔직히 저도 중간에 양조위가 보이스 피싱에 당할 땐 좀 짜증나더라구요. 근데 이게 성공하는 보이스피싱의 모든 공식을 따르고 있는 거 아니겠음?
- 노인층을 공략한다
- 자아가 강해서 '내가 하는 게 틀릴 리가 없다'라고 믿는 성격을 고름
- 본인이 가장 욕망하는 것을 가지고 유혹함(보통 사람들은 돈이지만 양조위는 망한 사랑;)
- 감정적인 메시지를 긴급하게 보내서 정상적인 판단을 흐림
...그러니까 천년 살아오면서 의심많은 우리 웬우 영감님이 선산 문서...아니 텐 링즈를 들고 홀랑 넘어가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녜...

8. 사실 데우스 웅앵이 웬우를 빨아먹고 본격적으로 패악을 부릴 때부터 디워가 시작되었고 그의 마지막의 서사까지는 온전하였습니다. 특히나 최후의 최후, 울망울망하는 눈빛으로 샹치를 바라보며 자신의 목숨보다 더 애착하는 텐링즈를 넘겨주는 것을 보며 그간의 노망...아니 뭐 암튼 그 모든 것으로 받은 스트레스가 모두 치유되었습니다.

9. 갑자기 웬 랑종이냐고 하겠는데 22:43부터 보면 압니다. 바얀 신처럼 웬우 애비도 참 융통성이 없어요. 아들 샹치가 영 텐링즈 못해먹을 거 같고 복수도 적성에 안 맞을 거 같은데 옆에서 저요저요 하는 딸네미도 좀 봐줘야지 떼잉...

10. 네...양조위 얘기밖에 없었네요 저도 압니다... 이만 끝... 이번에 양조위가 덕후몰이 한 김에 녹정기 드라마도 어디서 틀어주면 참 좋겠네여..

덧. 양조위 클로즈업할 때마다 화양연화 st. 느리고 애절한 클래식 비쥐엠 나오는 거 저만 뿜었나요... 여전히 총애받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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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격표 - 각자 다른 생명의 값과 불공정성에 대하여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지은이)
연아람 (옮긴이)
민음사 (국내 출판사)
2021-07-30 (국내 출간일)
원제 : Ultimate Price: The Value We Place on Life (2020년)

1장 돈이냐, 생명이냐? 10
2장 쌍둥이 타워가 무너지던 날 18
3장 ‘법 앞의 평등’은 없다 54
4장 생명 가격표가 수돗물의 수질을 결정한다? 86
5장 기업은 인간의 생명으로 이윤을 극대화한다? 118
6장 나도 할아버지처럼 죽을래요 152
7장 생명 가격표와 삶의 질 172
8장 아이를 낳아도 될까? 206
9장 고장 난 계산기 234
10장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264

나온지 얼마 안 된 신간입니다. 제가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는...

https://twitter.com/minumsa_books/status/1425366591114514435?s=20

출판사인 민음사의 이 트윗 때문이었습니다. 마침 관심이 있던 주제라 냉큼 주문 넣어서 읽었는데...으음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문해능력이 떨어져서인지 아니면 어려운 밸류에이션을 수식 하나 없이 텍스트로 설명하려는 컨텐츠 때문인지 일반 책보다 읽기 쫌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워낙 다양한 각개 분야에서 생명 가격표가 의사 결정에 사용되는 메커니즘을 하나씩 설명하다 보니 이 방법론 저 방법론 이 변수 저 변수 다뤄서 머리 아픈 부분도 있구요. 읽다가 좀 길을 잃은 것 같으면 10장의 앞 부분에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가독성있게 요약하고 있으니 10장 첫 부분을 먼저 읽고 각론을 읽는 것도 방법입니다.

 

오프닝이자 가장 압축된 이 책의 요약은 이러합니다.

- 생명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고 하지만, 생활의 모든 부면에서 사람의 생명에 가격이 매겨지고 있다

- 그 가격 산정 매커니즘은 상당히 불공정할 때가 많고, 인종, 민족, 연령, 성별에 따라 왜곡될 수 있다(통념대로 노인보다 젊은이가, 가난한 사람보다는 부자가, 외국인보다는 내국인이, 낯선 사람보다 가족이 더 가치있게 매겨집니다. 여성은 음...피해자의 입장일 때는 더 높게 매겨지지만, 소득 가치로 보면 남성보다 낮게 매겨지는 측면이 있어요)

- 가격이 부당하게 저평가된 쪽에서 고평가된 쪽으로 불공정이 발생한다.

 

'생명에 가격 매기기'는 테러 보상금, 민사 사건 배상금, 형사 사건 형량, 각종 규제, 생명 보험, 건강 보험, 인공 유산 등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또한 주체도 정부(테러 보상, 판결, 각종 규제, 건강 보험) 뿐 아니라 민간 기업(각종 규제, 생명 보험 등), 그리고 개인(인공 유산)별로 다양한 주체가 생명 가격표를 토대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하고 삶의 질을 뒤흔들 수 있는 의사 결정을 내립니다.

 

공개된 자료의 한계가 있는지라 장 별로 논의의 깊이가 균질하지는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결정 과정이 많이 공개될 수 밖에 없었던 911 테러 보상금이나 각종 규제의 비용-편익 분석은 생명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나 관련 변수에 대해서 세밀하게 분석합니다. 그러나 결과치만 알려져 있고 결정 과정이 불투명한 형사 사건, 인공 유산 등에 대해서는 결과치를 가지고 역추적해서 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다시 이를 논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생명 가격'이라는 광범위한 테마에 대해서 일반 교양서적 한 권으로 풀어갈 때의 한계에 대해서도 이해합니다만 불균질성이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그 불균질함에도 불구하고 성감별 낙태에 대해서 성별 기대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 고찰하고, 고령 사회로 이행하면서 여성의 돌봄노동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차이가 일부 보정될 것이라고 본 분석 등은 꽤 깊이가 있었습니다. 

 

미국 저자가 미국 사례를 주로 쓴 책이다 보니 한국인의 입장에서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한 서평도 보았습니다만...제가 보기엔 미국과 한국의 간극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물론 미국이 선진국 중에서 소득 등 변수에 따른 생명 가격 편차가 가장 큰 편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건강 보험 등 정책에 있어서 공공재적 성격을 미국보다 더 반영하는 편이기는 하죠. 하지만 미국의 위상이나 한국에 끼치는 영향력, 그리고 일부 민간 섹터가 끊임없이 이행하고자 하는 모델이 바로 미국의식 편차 큰 자본주의 모델임을 생각할 때 이 책은 충분히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이건 조심스런 얘깁니다만, 최근 한국의 젊은 세대 등 일각에서 점점 '숫자로 측정 가능한 일부 능력에 따른 기계적 차등 평가'가 '공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확산됨에 따라 이 책의 극단적인 사례가 멀지 않은 미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점 분석만 있고 대안은 없다-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전 좀 다르게 생각하는 게, 이 책에서는 이미 인간의 생명이 가치로 환산되고 이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가격산정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불공정한 변수 투입과 왜곡을 인식한 후 이를 보정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서 구체적인 대안(민감도 분석, 비경제적 가치 감안, 최소 최대값)에 대해서도 일부 제언하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은 향후 이뤄질 연구의 몫이라고 봅니다.

 

덧. 아, 그리고 각종 규제에 사용되는 비용-편익분석 방법론을 이 분야 전문가답게 매우 쉽고 깔끔하게 제시한 책이라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해당 챕터는 읽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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