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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지은이: 김정선
출판사: 유유
출간일: 2016-01-24
큰 활자본, 이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사춘기 넘어가면서 부터 사람들한테 지적을 숱하게 받았던 게 '팔자걸음으로 걷는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한 번씩 입 대는 거지만 저는 반복해서 듣는 말이다 보니 짜증나더라구요. 거기다 팀킬;이지만 외가 쪽 내림이라 어머니, 언니도 다 그렇게 걷습니다. 가족 안에 묻혀 걸으면 별로 티나지도 않는 평범한 걸음새인데다 걷는 데, 그니까 기능상으로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욱하는 성질이 치받아올라서 묻고 싶었어요. "내 걸음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그렇다고 다 뒤집어엎을 만큼의 설움도 아니고 손톱 거스르미 정도다 보니 그냥 평생 가져갈 것 같던 이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해결되었습니다. 필라테스로 자세 교정하고 하체 근력과 균형을 단련하다 보니 수년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교정이 되더군요. 그 중에도 가끔씩 지적은 받았습니다. 다만 그런 지적이 조금씩 줄어들더군요. 이젠 제 3자가 봐도 예전보다 자연스럽다고 해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여러 번 읽는 동안 제 걸음걸이가 떠올랐습니다. 모국어로 글 쓰기는 정규 교육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되 누구나 자기만의 방향으로 비틀리고 덧대고 빠뜨리는 실수가 잦습니다. 그러나 제 3자가 외국어 작문 실수에 대해서 지적한다면 쉽게 수긍하겠지만, 모국어 작문에 대해서 지적한다면 순순히 승복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실수에 대한 합리화를 하다가 결국은 빡쳐서 이렇게 소리를 높이는 거죠. "내 문장이 그렇게 잘못인가요?"

 

업계 전문가가 추천해 줘서 뒤늦게 읽은 책이지만, '우리말 작문 스스로 하기' 정도의 평범한 제목을 달고 있었으면 이렇게 한번에 서가에서 찾진 못했을 겁니다. 이 책은 큰 제목부터 부제까지 그 목적이 분명합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 우리말로 글을 짓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스스로 글을 짓는 동시에 자신의 실수를 교정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대중교양서지만 내용은 녹록지 않습니다. 그냥 쭉 눈으로 읽기보다는, 연습책이라 생각하고 각 장마다 틀린 표현을 스스로 고쳐보고 작가의 모범 답안을 보고 다시 매겨보는 식으로 하는 게 머리에 잘 남습니다. 다행히 책 군데군데에 당의정이 있긴 합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적, 의를 보이는 것, 들' 암기 공식도 그렇고, 중편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편집자와 작가, 양쪽에 이입하면서 균형 잡을 수 있게 했거든요.(그러나 이 소설이 가볍지 않은 내용인데도 '국수집 어떻게 됐어!!!!' 곁길로 빠지다니 난 글렀어;;;)

9월에 블로그 포스팅이 띄엄띄엄했던 게 이 책 영향도 있습니다. 글 쓸 때마다 자신의 실수가 눈에 들어오니 쓰다가 포기하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시간과 노력이 해결해 주는 일입니다. 제가 3년동안 생활하면서 팔자걸음을 걸으면서도 천천히 자연스럽게 교정한 것처럼 이 책을 여러 번 읽고 체득하려는 노력을 하면서도 계속 실수할 겁니다. 아마 한참이 지나도 전 여전히 우리말 글을 지을 때 실수할 겁니다. 그러면 어때요? 그래도 나아질 겁니다.

 

덧. 기억에 남는 구절 :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 안에 깃들여 사는 주어와 술어다. 주어와 술어가 원할 때가 아니라면 괜한 낱말을 덧붙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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