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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기념으로 8월 17일~18일 1박 2일 동안 다녀온 군산 여행 후깁니다. 주요 동선은

1일차:

군산시외버스터미널-점심(권씨네 밥상)-철길거리-근대문화거리(군산세관, 세관창고, 미즈커피(구 18은행), 뜬다리, 초원사진관, 히로쓰가옥, 마리서사, 고우당, 이성당)-우체통거리-은파호수공원(저녁 은파장작구이)-라마다 군산호텔

2일차:

라마다 군산호텔-근대문화거리(동국사, 군산역사관, 해망굴)-이성당-점심(대정칼국수/대정소바)-군산시외버스터미널

이랬습니다.

먼저 터미널 도착 후 인근 권씨네밥상에서 점심을 먹고(후기는 https://kiel97.tistory.com/entry/%EA%B5%B0%EC%82%B0%ED%84%B0%EB%AF%B8%EB%84%90-%EA%B6%8C%EC%94%A8%EB%84%A4-%EC%8B%9D%EB%8B%B9%EA%B5%AC-%EB%B0%B1%EC%94%A8%EB%84%A4-%EC%8B%9D%EB%8B%B9%EC%9D%98-%EA%B0%88%EC%B9%98%EC%A0%95%EC%8B%9D ) 철길마을로 향했습니다. 거리는 1.xkm고 도보로 20분 정도 걸리는데 당시 날씨가 워낙 더워서 택시로 이동.

초입은 이렇습니다.

안 분위기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생각보다 동선이 많이 깁니다.

주요 아이템은 관광객이 입고 사진을 찍을 만한 교복 등 대여와 각 세대별 추억거리. 제 추억의 아이템은 이쪽이라 찍어보았읍니다.

더워서 포션...아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고 정신을 차린 후 잠시 인증샷. 여름은 하늘도 쨍하고 초록초록하니 색감도 분명해서 사진은 이쁘게 나오는데 그 잠깐의 사진 찍는게 고통입니다. 친절한 동행이 사진을 이 외에도 곳곳에서 여러 장 찍어주셨으나 더위에 있는대로 얼굴을 찡그리고 찍어서 망. 

그리고 경암동 철길마을의 유래는 이러합니다. 정말 아주 느리게지만, 마을에 굉장히 인접해서 철도 운행을 했더라구요. 태국 메끌렁 철도 시장이 생각났습니다(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69968 ) 차이는 여긴 2008년에 완전히 운행을 중단하고 추억의 관광지로 운영 중입니다만 메끌렁 마을은 오늘도 관광객이 보기엔 위험천만한데 속으로는 평안한 운행을 계속하는 중.

이렇게 철길마을을 구경하고 인접한 월명동 근대문화거리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인접한 거리지만 너무 더워서 택시로 이동.

버스터미널 등 군산의 주요 스팟에서 배부하는 근대문화거리 지도에는 주요 건물마다 연번을 붙여서 이동하기 쉽게 동선을 만들어 줬습니다. 여기는 1번 구 군산세관. 전라도 곡창 쌀 수탈의 중심지 되겠습니다. 이후 쌀 수탈 얘기는 어딜 가나 나옵니다. 심지어는 이성당 팥빵이 왜 쌀빵이었냐에도 나옵니다. 군산에선 질 좋은 쌀이 흔했으니까요.  

요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구 세관창고 쪽에서 찍은 구 세관. 문화공간은 음... 그냥 커피 한잔 하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요기는 장미(넵, 장미화의 장미가 아니라 쌀 쟁여놨다는 장미) 공연장인데 코로나 여파로 닫아놨습니다. 하긴 임시공휴일인 16일 월요일까지 각종 전시장과 박물관, 문화관을 다 개방했던지라 제가 방문했던 8월 17일엔 다 닫아놨습니다. 다른 데는 다 들려봤던지라 괜찮았는데 미술 전시회(구 요코하마 은행 지점-군산 영업 허가 번호를 따서 18은행-자리에서 합니다)는 알차보였는데 못 봐서 좀 아쉽.

아니 이게 뭔가 채만식선생 '탁류'의 초봉이 첫번째 남편 고태수 아니신가(...) 도박에 횡령에 유흥에 간통에 사기결혼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하시고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한 양반입니다. 제가 생각한 고태수 이미지랑 너무 비슷해서 좀 찍어봤습니다. 한때는 상사 미동 노릇으로 승진할만큼 미소년이었습니다만 심한 유흥으로 쩔어서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늘어진 이미지요.

그리고 조선의 테스(...) 초봉 양. 험한 세상에서 여자가 예쁜데 맥아리없으면 얼마나 팔자가 사나워지는지를 보여주는 한맺힌 서사 되겠습니다. 예쁘면 메갈이 되는 게 낫습니다(난데없이 뒤진지 삼대구년 묵은 메갈 영업)

요기는 구 미즈상사였던 미즈 커피.

2층은 예전 분위기를 살려 다다미방으로 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뜬 다리와 서해안 특유의 길디긴 뻘밭을 감상하고 아래 블럭으로 내려갔습니다.

99년인가;; 한석규 심은하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찍은 초원사진관입니다. 이거 친구들 단카방에 보냈더니 '요새 절므니들은 저 영화가 뭔지도 모르고 남들이 찍으니까 따라 찍고 있다'라고 하더라구요. 맞는 얘기였습니다. 

그래도 유리 안 액자에 청춘이 박제된 심은하는 참으로 곱습니다, 하아.

요기는 '월명동 일본식 가옥' 그냥 저는 예전 이름대로 히로쓰 가옥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저는 9년전 군산을 방문했을 때 바로 여기서 사진을 찍었습지요...그 때도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그때를 돌이켜 보면 참으로 젊디젊었습니다.

전형적인 일제시대 당시 일본식 가옥 구조라 장군의 아들 등 여러 영상에도 등장했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들리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나이가 들어서 그렇죠 뭐.

여기까지 들린 다음 군산 유일의 독립문화서점 '마리서사'에 갔습니다. 다행히 성업 중이시더군요. 군산의 정취가 드러나는 여러 서적이나 만화도 있으니 들러보면 좋을 곳입니다.

여기까지는 일본식 가옥을 복원한 곳이고요, 지금은 게스트하우스 고우당과 식당, 카페 등으로 성업 중입니다. 근대문화거리에는 여기 말고도 특색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많아요.

군산의 심장(...) 이성당은 오늘도 성업 중입니다. 그나마 연휴가 지난 다음이라 줄이 아주 길지는 않았습니다.

제 마음속 이성당은 전세계 제일의 밀크쉐이크 맛집. 진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어디 가도 이런 밀크쉐이크는 못 먹어봤어요. 팥빵하고 야채빵을 사먹긴 했습니다만 감동은 예전만 못하고 역시나 밀크쉐이크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군산시에서 야심차게 해 본 것 같으나 결과는 아리까리한 우체통거리.

여기까지 보고 나서 역시나 택시로 숙소인 라마다 군산호텔까지 이동했습니다. 기사님은 토박이시라 그런가 관광도시 군산의 현황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셨습니다. 근대문화거리는 관광객이 오래 숙박하면서 볼만하지는 않고, 30년 가까이를 들여 새만금을 조성해놓았지만 결국 기대에 못 미치는 관광지가 되었고 인근에 관광객을 다 뺏겨버렸다는 겁니다. 저는 전주 등 핫플레이스보다 덜 상업적인 지금의 군산이 좋습니다만 그거야 잠시 머물고 가는 관광객의 속 편한 소리고 현지인의 시각은 당연히 다르죠.

은파호수공원. 산책하기도 좋고 저녁에 낙조와 함께 보면 아주 그럴싸합니다. 여기 은파장작구이에서 누룽지 치킨을 먹으면서( https://kiel97.tistory.com/entry/%EA%B5%B0%EC%82%B0-%EC%9D%80%ED%8C%8C%EC%9E%A5%EC%9E%91%EA%B5%AC%EC%9D%B4-%EB%88%84%EB%A3%BD%EC%A7%80%EC%B9%98%ED%82%A8 ) 맥주로 달리다가 소맥을 했는데 다음날 겔겔거려서 동행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라마다 군산호텔은 4성급 비즈니스호텔로 딱 괜찮았습니다.  위치도 은파호수공원 근처라 저녁하고 1박하기 딱 좋았구요, 제가 중시하는 위생이나 방음도 좋았습니다. 요즘 버스터미널 근처의 에이본호텔이 뜨고 있는 듯한데 저는 안 가봐서 뭐라 입을 대긴 그렇습니다만 라마다 호텔 선택은 만족.

2일차 체크아웃하고 나설 무렵, 아이스아메리카노 포션을 빨러 들른 제주도 컨셉 카페. 3층까지 있고 매우 큽니다. 군산에서 초대형 규모의 제주도 컨셉 카페라...뭘까요;;;

여기는 한국 내 유일한 일본식 절 동국사. 실제로 보면 가파르게 내려찍는 기와지붕의 위압감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저래서야 한국의 추운 겨울에 참 힘들었을텐데 쯧쯧...'하는 생각도 들죠. 한켠에는 소녀상과 함께 일본 불교에서 보내온 사죄의 글도 있습니다. 일제시대에 침략에 동참한 죄를 인지하고 있으며 용서를 청한다는 내용인데 마데 인 저팬 반성문치고 이렇게 분명한 메시지의 사죄 글은 처음 보았습니다(그리고 유일하지 않을까요;ㅁ;)

동국사 뒷편의 대나무숲인데 출입이 통제되어 좀 안타까웠습니다.

다시 내려찍는 듯한 지붕의 분위기를 살려 찍어보려고 하였으나 실패.

그리고 동국사 옆집; 군산역사관은 솔직히 따가운 햇살을 잠시 피해보려는 꼼수로 들어간 곳이었는데 특별전시전인 조감도 전시가 기대 이상으로 알차서 아주 잘 보았습니다. 위의 사진에서도 보입니다만 일제 시대에 일인들이 제작한 조감도라는 게 지극히 일본 중심의, 대일본제국의 위엄을 보여주려는 거라 일본 본토를 중심으로 해서 조선, 대만, 만주, 사할린까지 뻗어나가는 기세로 일본 신민들에게 일뽕;을 차게 만들려는 지극히 정치적인 수단이더라구요.

실제보다 훨씬 더 미니미하게 나왔네요. 뭐 제가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만 저렇게까지 작지도 않은데 거참;

그리고 여기는 군산 쌀 수탈을 위해(...또...) 군산 시가지와 항구를 연결했던 해망굴. 정말 굴 하나만 달랑 있으므로 밤에 구시가지 산책하면서 인스타 사진 찍을 용도로는 들러볼 만합니다. 그리고 굴 근처에 다다다닥 있는 흔적인 625 당시 북한군 탄흔이라 함요.

이쯤 하고 또 체력이 고갈되어서 이성당에 들러서 먹은 딸기 아이스크림. 옛날식 진한 아이스크림에 냉동 딸기가 듬뿍 들어가 있습니다. 밀크쉐이크가 천상의 맛이라면 이건 천국 근처까지 간 맛. 먹고 기운차리기 좋았습니다.

이쯤하여 대정칼국수/대정소바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https://kiel97.tistory.com/entry/%EA%B5%B0%EC%82%B0-%EA%B7%BC%EB%8C%80%EC%97%AD%EC%82%AC%EB%AC%B8%ED%99%94%EA%B1%B0%EB%A6%AC-%EB%8C%80%EC%A0%95%EC%B9%BC%EA%B5%AD%EC%88%98%EB%8C%80%EC%A0%95%EC%86%8C%EB%B0%94 ) 터미널로 가서 버스로 네 시간 걸려서 귀가. 역시 영남과 호남은 실제 거리보다 교통 거리가 훨씬 멉니다.

 

날씨와 교통의 제약으로 근대역사문화거리에 치중한 관광을 하였는데요, 인근의 새만금이나 선유도 관광까지 하면 훨씬 더 알찬 여행이 되실 듯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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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의 군산 여행도 이제 마무리를 지을 무렵인 2일차 늦은 점심입니다. 전날 술과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헤롱거리다가 군산 만물의 시작과 끝인 군산 근대역사문화거리의 센터, 이성당으로 돌아와서 딸기 아이스크림을 한 컵 퍼먹고 정신을 겨우 차렸어요. 자, 이제 점심을 먹자 싶어서 뭇국으로 유명한 한일관으로 갔는데...

...뭐 관광지의 유명한 집이 그러하듯 한참 기다려야 된댑니다; 궁금하긴 했는데 역시나 전작으로 서서 기다릴 정신까진 없어서요, 근처에 후보지로 점찍어놨던 대정칼국수로 갔습니다. 이성당에서 도심 방향으로 바로 200m쯤 내려가도 됩니다.

 

아, 여기는 두 집이 대정칼국수/대정소바 두 간판을 쓰면서 한 집으로 영업하는 곳입니다. 하나는 입식, 다른 하나는 좌식. 어디든 자리 나는 곳에 가서 앉으면 됩니다. 여기도 인기 많은 집이라 겨우 하나 난 자리 앉음.

제가 시킨 메밀콩국수(8,000원) 웹에서 인생 콩국수라는 극찬을 보고 오 내 인생콩국수 여의도 진주집을 넘어설 것인가 살짝 두근거렸으나 결국 이 콩국수는 '잘 만든' 콩국수고 인생 콩국수 자리는 여의도 진주집에 계속 남겨두는 걸로.(진주집은 도대체 콩국물에 무슨 약을 탄 걸까요) 아, 대정칼국수의 콩국수도 꽤 괜찮아요. 진하고 여운이 남는 맛. 근데 잣 향이 진해서 호불호를 탈 것 같습니다. 저야 잣을 좋아하니께 당연히 호입니다만.

이건 동행이 시킨 메밀소바(8,000원) 양도 많고 메밀 면부터 쯔유까지 모두 훌륭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괜찮은 콩국수집보다 괜찮은 소바집이 살짝 드물다는 점에서 이쪽에 좀 더 희소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아니...보기에 따라 반대일 것 같기도 갸웃; 결국 선호도의 문제인가) 근데 한국의 소바가 뭐랄까, 일식집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다들 취급하는 느낌이라; 아참, 칼국수집 답게 묵은지도 괜찮았으며 주인장께서 맛보라고 내 주신 그냥 김치도 맛있었습니다.

 

근대문화역사거리를 탐방하면서 점심 한 끼 하기에 좋은 선택일 듯 합니다. 결국 군산 와서 짬뽕은 안 먹었군요. 이번에도 복성루는 못 갔고. 근데 군산 분들한테 복성루 얘기할 때마다 불친절하고 맛없는데 외지인들은 꼭 간다며 화를 내셔서들...(저도 관광지 사는 사람이라 그런 발작 버튼; 몇개쯤은 있어서 이해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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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 군산 여행 1일차 저녁에 간 곳입니다. 군산에는 은파호수공원이라는 커어어어다란 호수공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호수가 아주 잘 보이는 곳에 음식점이며 카페가 몰려 있어요. 거기 파라디소 페르두또라는 이태리음식점도 괜찮다고 추천을 받았는데 정작 간 곳은 '은파장작구이'였습니다. 옛날식 영양통닭에 가까운 장작구이 치킨을 파는 곳입니다.

외관은 이렇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도 심히 기능적으로 심플심플.

통닭들이 빙빙 돌아가고 있는 게 보입니다.

치킨집에 왔으면 맥주를 시켜야죠. 여기 메뉴가 장작구이통닭, 골뱅이무침 등 안주 메뉴 몇 가지에만 집중해 있습니다. 고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시려면 역시 파라디소 페르두또에서 이태리 음식과 와인을 한 잔 걸치면서 호수를 바라보신 다음 2차로 오는 게 좋을 듯 하고요, 저같은 식사-안주 일체형은 일찌감치 여기 오는 거죠.

MSG의 맛이 낭낭하게 느껴졌던 서비스 오뎅탕과 딱 옛날식 양배추 사라다.

그리고 오늘 저녁의 메인 장작구이 통닭(17,000원). 숙소까지 태워다 주신 기사님은 '1인 1닭 할 거면 모를까 양이 적다'라고 평하셨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습니다. 결국 다 못 먹고 좀 남겼음(아니 이건 동행과 저의 문제 같기도 하고;) 맛 자체로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누룽지와 통닭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구요, 기름기가 적당히 빠져서 담백고소한 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요즘 찾아보기 힘든 옛날 영양센터 통닭의 풍취가 남아있는 맛.

그리고 이 닭을 안주로 해서 클라우드 맥주 여러번 마시다가, 결국 소맥을 마는 진상도 떨었구요...

은파호수공원으로 나와서 야경을 보다가 이런 괴사진을 남겼습니다. 꼭 영화 미스트에 나오는 것 같네요. 갤럭시 최근 기종 폰으로 이렇게 구리게 찍는 것도 재주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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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맞이 기념으로 8월 17일~18일 양일간 군산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군산이 그리 빡빡하고 큰 여행지도 아니고, 날씨도 더운데 슬렁슬렁 다녀오자 싶어서 서울에서 내려오는 일행과 대충 오후 한시 정도에 만나기로 조율.(하지만 부산과 군산을 직통으로 오가는 교통수단은 변변치 않아서 시외버스로 익산 경유해서 네 시간 걸립니다;) 일행은 고속버스터미널, 저는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만난 다음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로 길을 건너서 파리바게뜨 골목으로 100미터쯤 들어가면 '권씨네 밥상'이라는 한식집이 있습니다. 여기는 원래 '백씨네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성황리에 영업하던 곳인데 집주인이 바뀌었는지 어쨌는지 이름도 바뀌었어요. 근데 바뀐 다음에도 평이 좋고 특히 갈치정식(인당 13,000원)이 괜찮다길래 그걸 2인분 시켰습니다.

기본 반찬 상차림. 대체로 다 기본 이상은 했습니다만 저어기 윗줄 오른쪽의 꼬마갈치조림과 죽순무침이 맛있었습니다.

갈치구이. 꽤 큰 토막으로 나옵니다. 인당 하나씩 가져가서 발라먹으면 됨요.

갈치조림. 거의 다 익혀서 나오는데 2~3분 정도 추가로 익히면 됩니다.

다 익힌 후의 갈치조림. 영롱합니다. 갈치구이와 갈치조림 다 맛있는데 갈치조림이 매애애우 맛있습니다. 입이 짧은 동행이 밥을 다 비우는 모습을 보니 흐뭇.

 

군산의 다른 곳을 제치고 갈 만큼은 아니고, 군산버스터미널에서 여행의 시작 혹은 끝을 갈 때 100미터 정도만 이동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이렇게 맛있게 점심 한 끼를 하고 기운을 충전해서 여행을 시작합니다.

덧. 근데 옆집이 모텔인데요, 이름이 '천년의 사랑'이었습니다. 아니 뭐 모텔에서 사랑을 해도 천년의 사랑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너무 거창한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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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부터 7월 1일까지 하룻밤을 동행과 함께 힐튼호텔 이그제큐티브 룸에서 숙박했습니다. 이 호텔은 2017년/2019년/2021년 이렇게 세 번째입니다. 2019년 당시 숙박기는,

https://kiel97.tistory.com/entry/%EA%B8%B0%EC%9E%A5-%ED%9E%90%ED%8A%BC%ED%98%B8%ED%85%94-%EC%88%99%EB%B0%95%EA%B8%B0

 

기장 힐튼호텔 숙박기

부산에는 기장군이라는 행정구역이 있습니다. 광역시 밑에 왜 군이냐면 몇십년 전까지 양산시 소속이다가 대기...아니(만주족 드라마를 몇개 봤더니 신분세탁 개념인 代骑가 입에 배서) 편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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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 자세하게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라며, 이번은 좀 간략한 편입니다. 저는 그간 더 귀차니즘을 타고 호텔은 2년의 세월을 더 먹었고 F&B에 대한 불만은 조금 더 생겼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힐튼호텔 깜짝세일할 때, 3개월 전인가에 미리 예약했었습니다. 제세 다 합쳐서 바닷가 전망 이그제큐티브룸 가격이 382,800원이니 정가보다는 꽤 할인이 된 편이죠.

동행과 힐튼 호텔 도착을 대략 2시쯤 해서 9층에 있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로 직행했습니다. 공식 체크인 시간이 3시부터라서 좀 일찍 체크인이 되나 싶었는데 가능했습니다. 가능하면 바다가 잘 보이는 방으로 달라고 했더니 (객실 중에서 가장 고층인) 7층은 수리 중이고, (그 다음으로 높은) 6층은 연박 손님들이 쓰고 있어서 가능한 5층으로 배정받았어요. 7월 1일부터 성인 인피니티 풀이 개장이라 수리 소음이 좀 있는데, 소음이 제일 덜하고 뷰가 예쁜 곳으로 하다 보니 엘리베이터에서 멀어졌다...라는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한적하고 전망만 좋다면 좀 걸어도 좋죠.

그리고 전망은 정말 괜찮았습니다. 개장 준비중인 성인 인피니티 풀, 그리고 오른쪽에 아련하게 보이는 건 모든 연령층 가능한 수영장.

기장 바닷가는 해운대보다 훨씬 깊고 푸른 바위해변입니다.

이그제큐티브 룸의 거실. 저번과 달라진 건 별로 없습니다.

트윈 베드룸. 나중에 자 보니 침대 상태는 꽤 괜찮았습니다.

욕실. 최근에 괴랄한 욕실을 한번 겪어봐서 그런가 정상적이고 넓은 욕실을 보니 참 반가웠습니다.

왼쪽은 화장실, 오른쪽은 샤워부스. 어메니티는 여전히 크랩트리 앤 에블린을 씁니다. 향이 참 시원하고 좋더라능.

베란다 상태. 의자가 아무렇게나 굴러도 괜찮을만큼 탄탄합니다. 당일 늦은 밤 술 마실 때 동행과 잘 썼습니다.

요건 5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조망하는 전경.

오후 세시부터 다섯시까지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티타임이길래 갔더니 티푸드가 매우 단촐했습니다. 예전보다 가짓수가 덜해진 느낌? 하나하나 상태는 평균 이상은 하더군요. 오늘의 베스트는 브라우니. 초콜릿이 아주 농축되어 들어가 있어서 꾸덕꾸덕 달달하니 일시적 저혈당 증세 해소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커피는 고만 먹어야 할 시간대라 티백 차를 마셨는데 괜찮았어요.

간소하게 차를 마시고 동행과 인근에 있는 해동 용궁사를 보러 갔습니다. 대체로 외부에 알려져 있기로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 또는 '바닷가 위에 바로 자리잡은 절'인데요, 제가 미는 이 절의 셀링 포인트 두 가지는 '상업주의의 끝판왕'입니다. 절 초입에 십이지신상이 있는데요, 예전에는 그 해에 삼재인 띠 밑에는 시뻘겋게 한자로 '삼재'라고 짱 크게 써놓고 각각의 불전함에 보시를 하도록 유도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삼재 표시도 불전함도 자국만 남고 사라졌습니다. 이제 삼재 여부는 어디 가서 아나...

저와 약간의 이해관계가 있는 띠라 찍어보았읍니다.

절 정식 문은 요렇습니다.

득남불이 대개 그러하듯이 배 부분만 시커멓게 손때가 묻었습니다.

요건 측면에서 찍은 용궁사 풀샷.

현재 '코로나 예방불공 백일기도' '수능 백일기도' 및 '백중 맞이 조상천도 50일 기도' 절찬 진행중인 기도 맛집입니다.

남방 불교스러운 면이 꽤 있는 절입니다.

바다가 참으로 호쾌하게 잘 보입니다. 왼쪽에 아련하게 보이는 건 부산 힐튼호텔. 

다시 걸어서 해물짜장 하나 먹고 호텔에 돌아왔습니다.

호텔의 바닷쪽 전면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인피니티 풀 성업중.

이 구도는 19년도에도 찍어봤는데 그때보다 좀 더 흐리군요.

여전히 책 선택과 전시 센스가 발군인 이터널 져니.

그리고 저는 어느 순간부터 수평과 수직, 그리고 대칭해서 사진을 찍는 능력 부문에서 망하게 된 듯 합니다. 여러번 찍어봤는데 잘 안 되네요. 뭐, 포기해야져.

이터널 져니 돌아다니다가 이미 13,000걸음 넘김을 알고 잠시 방에 돌아가 퍼져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일곱시. 이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이용시간은 한 시간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동행과 부랴부랴 갔는데요...

음...망....

음식이 망했어요...가짓수는 딱히 많지 않던 예전보다 더 줄어들었고, 하나하나의 퀄리티도 한 입씩 먹기 힘들만큼 떨어집니다. 

유산슬이 제일 먹을만했다면 말 다 했죠. 고기류가 제일 아쉬웠는데, 튼실한 찹스테이크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아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양고기카레볶음밥이 육고기의 유일한 흔적.(그렇다고 생선이 있었냐면 그것도 아니고;;;) 한 시간 동안 화이트와인 한 잔, 발렌타인으로 만든 하이볼 두 잔을 마시고 나왔는데 그다지 아쉽지도 않았습니다-_- 2년전에도 F&B부문에 아쉬움이 꽤 있었는데 퀄리티가 더 떨어질 수도 있는 거였군요; 아, 무료 무제한 제공되는 와인은 선택을 잘 한 것 같아요. 그것 말고는 그다지;

G층 바깥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맥주를 더 사다가 룸 발코니에서 이런 야경을 보며 한잔했습니다. 고요한 바깥에서 철썩거리는 밤바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술은 참 좋았는데요... 제가 10개월 넘는 동안 술을 끊었더니 알콜 쓰레기가 거의 다 돼서 맥주 한 캔으로 마무리.

저는 요즘 새벽 5시 17분이면 눈을 뜨는 병에 걸렸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일찍, 5시 10분에 일어났는데요, 어제보다 조금 더 흐려서 일출은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역시 먹을 것 없었던 조식. 에그 프리타타가 프리타타 본연의 맛인지는 좀 의문이 가지만, 그나마 제일 나았습니다.

이걸로 조식은 끝.

원래 7월 1일부터 개장한다는 인피니티 풀에 들어가려고 수영복을 가져왔는데요, 하도 많이 봐서 그런가 밖에 있어도 이미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귀찮아져서 가지 않았습니다(음?) 침대에서 동행과 오전 열한시까지 빈둥거리다가 구내 전화로 비대면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습니다.

 

먹을 것에 대해 꽤나 투덜거렸는데요, 그간 제 글들을 봐서 아시겠지만 저는 엔간하면 군소리없이 안 남기고 잘 먹는 편입니다. 제가 먹을 것 없다고 할 정도면 참 어지간한 거죠. 그런데 스탠다드 룸 정상가가 50만원대인 호텔이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음식이 2년만에 이렇게 퇴보한 거면 음...글쎄요, 전 비즈니스 호텔 조식으로도 더 괜찮은 거 여러번 먹어봤습니다.

접객 태도나 위생 면에서는 그리 입을 대고 싶은 점은 없습니다. 아, 4년밖에 안 되는 비교적 젊은 호텔인데 목재가 살짝 부스러지거나 세면대가 조금씩 바래가는 게 눈에 띄더라구요. 리모델링하기엔 한참 멀었습니다만 미세 보수가 좀 아쉬웠습니다.

-투숙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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