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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공주 여행에서 저녁에 간 곳입니다. 여기 가게 된 계기는 공주시 유일한 와인 상점에서 와인과 전통 술을 고르던 중 이 곳 얘기가 나오면서 '스페인 와인을 취급한다더라'라고 귀뜸해 주었습니다. 이리저리 지방 중소도시를 가게 되면 귀향한 젊은이들이 꾸린 대안 문화공간을 자주 가게 되는데요, 알고 보면 그들끼리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저녁엔 같이 술 마시고 주말엔 같이 운동하고 그러시더라구요. 새로 터전 잡고 적응하려면 어슷비슷한 사람들끼리 잘 지내고 교류하는 게 중요하죠.

이 곳 '08001'은 바르셀로나에서 오너 쉐프가 지냈던 곳 우편 번호입니다. 어떻게 알겠어요, 메뉴판에 써 있으니까 아는 거죠(...) 

친구는 운전하느라 펠레그리노 탄산수 마셨고, 저는 샹그리아 한 잔 했습니다. 업장을 주인장 한 분이서 운영하시는데다 주방에 약간의 기술적 문제가 생겨서 오래 걸릴 거라고 하시더군요. 마음의 각오를 하고 대단히 오래 걸릴 줄 알았더니 얼마 되지 않아 샹그리아가 바로 나왔습니다.

춘천닭갈비_뷰. 원도심에 있는 곳이라 오래된 가게들과 공존하는 곳입니다.

오픈되어 있는 바. 저멀리 그 스페인 와인들이 보입니다.

바야흐로 크리스마스 분위기, 아이고 한 해 다 갔네 ㅠㅠ

아련히 보이는 술병들.

투명하게 해 놔서 어쩐지 힙해보이는 두꺼비집.

감자 오믈렛. 여기 음식들은 7천원~만원 범위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 타파스치고는 꽤 많은 양을 자랑합니다. 

간 쇠고기와 치즈 가지 구이. 저에겐 이날의 베스트. 전 어디 가나 가지 러버.

감바스 알 아히요. 맛있었습니다.

조용하고 깔끔한 공간에서 젊은이들 아늑하게 데이트하기 딱 좋은 곳입니다. 뭐 저야 데이트는 아니었지만; 하긴 10년 가까이 못 봤던 친구의 그간 변화를 천천히 되짚어가기에도 좋더군요. 배불리 먹고 와인까지 했는데 4만원 초반대 나왔으니 부담도 덜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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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충남 공주에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관광 도시를 표방하는 곳이 그러하듯이 여기도 공주 10경이 있습니다만 한 군데만 들리고 나머지는 그와 큰 상관없이 여행을 했는데요, 공주에 단신 부임해서 살고 있는 친구가 원도심 길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빨려가듯이 들어간 곳입니다. 사정 설명도 할 새 없이 빨리 가자, 급해!라고 해서 으응? 하고 따라들어갔더니...

예쁜 한옥 카페가 있었습니다.

 

외부도 이뻤는데 마침 어둑어둑해질 때라 사진을 못 찍은 게 안타깝네요.

커피는 없구요, 홍차 위주의 차를 내놓는 곳입니다. 제가 마신 '퀸 앤'은 포트넘 앤 메이슨에서 아삼과 실론을 블렌딩한 홍차인데요, 심플한 맛이라더니 정말 깔끔하게 잘 넘어갑니다. 매우 단순한 성품이셨다던(쫌 어린애스러운;) 앤 여왕을 형상화해서 그런가(....) 그나저나 이런 고급스런 다기 세트들을 보면 '서양골동양과자점 안티크'의 까다로운 손님과 마스터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손님: (고급진 앤티크 다기 세트를 바라보며) 나같으면 이런 건 손님 앞에 안 내놔요.

마스터: (싱긋) 우리는 내놓습니다.

뭐...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그 마스터도 재벌 집안의 자제였죠. 이 곳도 여유있는 분위기가 장점입니다.

친구가 서둘렀던 이유는, 1년 동안 이 곳을 드나들었지만 2층이 워낙 인기가 좋아서 2층에 앉아본 적이 없어서였다네요. 마침 저 때문에 목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와서 2층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입니다.

다락에서 1층을 내려다보면 이렇습니다.

비슷한데 지붕부터 다시 찍어보면 이렇습니다.

 

저녁 여섯시 반에 마감하는 곳이라 오후에 찾아가는 게 좋습니다. 공주 원도심에 들렀다면 꼭 찾아가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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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1박 2일 여행에서 1일차 점심을 먹고 브루웍스 커피에 갔었고, 2일차 점심에는 낮술하러 순천양조장에 갔었습니다. 두 가게가 바로 옆에 붙어있고 같은 곳에서 운영한다고 해요. 이미 순천의 명소로 자리잡았습니다.

순천역에서 5분 정도 도보로 가면 있구요, 힙한 분위기입니다. 제가 언제나 하는 얘기지만 힙한 분위기와 구중중함은 한끗 차이...(...)

1층에서 주문을 합니다. 여긴 수제 버거가 유명하더라구요. 크레인 버거 하나, 어니언 버거 하나 시켰습니다.

수제 맥주 메뉴 다 순천 일대의 특색을 따서 지은 이름입니다. 저는 IPA쟁이라서 순천만 한 잔, 그리고 일행은 순천의 공식 새 흑두루미를 한 잔 시켰습니다.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창 밖에 은행나무가 꽉 들어차게 보입니다.

2층 전경은 이래요.

가능한 한 사람을 피하고자 꺾어서 찍은 전경.

은행나무와_농협과_젊은이 대안공간 뷰.

그리고 1층에 도로 내려가서 음식을 가져왔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이라 계단이 좁은데 맥주잔을 들고 오르내리려면 영 아슬아슬합니다.

어니언 버거와 살짝 매콤한 딥, 그리고 튀긴 감자. 그냥 버거보다 어니언 버거가 더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버거는 둘 다 꽤 짭짤하더군요. 그렇죠 미쿡 맛이 짭짤하긴 하죠...

클래식 버거 뷰.

흑두루미 컵이 이쁩니다. 오른쪽 흑두루미는 커피 향과 쌉싸름한 다크 초콜렛 맛, 그리고 쇠맛(...아니 근데 흑맥주가 있는 그 쇠맛 있잖아요, 철 성분이 실제로 꽤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구구 회사의 여성분들이 철분 보충하러 가자고 기네스를 그렇게 퍼마시...;;;) 왼쪽 순천만은 IPA의 강렬한 홉 맛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게 술술 넘어갔습니다. 전 순천만쪽에 한 표.

그리고 요건 한 잔으로 부족해서 제가 더 주문한 라온. 레드 에일인데 건포도와 말린 과일 향이 납니다. 옆의 짭짤한 미니 프레첼과 먹으면 맛있더라구요. 이렇게 낮술을 하니 참 노곤노곤하니 집에 돌아가는 교통편 안에서 뻗기 딱 좋게 만들어 놨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1일차 점심에 아마씨에 들렀다가 후식 먹으러 간 브루 웍스. 순천양조장 바로 오른편에 있습니다. 안이 제법 큰데 농협 창고를 개조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제법 큰 정원을 순천양조장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날씨 좋으면 야외에서 마시는 것도 운치있겠어요.

제가 이런 공장 분위기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차는 실제로 운행을 하는 걸까 하고 동행이 뻘한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글쎄요, 일단은 타지 말라고 써 있습디다.

2층에서 내려다보면 커피 바가 이렇게 보입니다.

제가 보기엔 여기에서 순천양조장 맥주가 만들어지는 듯.

아메리카노 커피, 더치 커피, 그리고 시나몬 스월. 커피 맛은 평이한 편이었고 시나몬 스월이 늦가을에 딱 맞는 맛이었습니다. 예전에 시나본이 있을 때 시나몬 향 페이스트리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참 아쉽.

이런 의자 사져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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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순천여행의 1일차 저녁에 간 곳은 순천시청 근처에 있는 '대원식당'에 남도 한정식을 먹으러 갔었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시이면 그러하듯이 시청 뿐 아니라 각종 관공서가 몰려 있는 곳이고 관아에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취향(김영란법에 걸리지 않을 가격대, 별도 룸 선호, 그러는 주제에 오지게 입맛은 따짐 등등)을 퇴직한 디지털 노마드...아니 디지털 노숙자인 저는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블루리본을 9년 연속 받았습니다. 전 이런 거 좋아합니다 ㅎㅎ

 

그리고 예약 없이 들어갔는데요(뭐 3인이면 모를까 2인이면 예약이나 워크인이나 매한가지라서;) 이미 여섯시 무렵에 본관은 만실이라 별관에 가게 되었습니다. 별관은 사람 부르는 게 좀 귀찮은 거 빼곤 괜찮습니다. 사실 한정식 상 차림 한 후에 사람 부르는 거라고 해 봤자 술 추가 말고 뭐 있겠어요...

대략 15분 정도 있으면 아예 상을 통째로 들고 와서 테이블 위에다 깔아줍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요, 한식은 그 환상적인 맛에 비해서 색감이 그리 환타스틱하진 않아서 좀 손해를 보는 듯 합니다.

기름장과 초장 밑에 깔려 있는 육사시미 네 점입니다. 아페리티프...아니 식전주래...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식전 음식으로 이걸 먹으라고 권하시더군요. 제 오랜 동거인이 남도 출신인데요, 남도에서는 육사시미를 육회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울에 올라와서 육회라고 나온 게 뻘건 양념장에 무친 근본없는 소고기 채무침이었다며 열변을.... 그래요 정말 질 좋은 소고기여야만 육사시미로 먹을 수 있죠. 네 점 밖에 안 되었습니다만 겁나 맛은 좋았습니다.

돼지불고기와 고등어찜. 둘 다 쌈싸먹거나 옆에 나물과 곁들여 먹는 방법을 이모님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시킨 대로 먹으면 참 맛있어요. 바로 아래 보이는 게 삼초라고 인삼 맛이 나는 쌉싸름한 채소가 있었는데 돼지고기와 같이 먹으니 잡내도 없애주고 기가 막히더군요.

아 모르겠다...암튼 생선 구이와 쭈꾸미볶음. 당일 식사에서 가장 절묘한 맛이었던 게 이 쭈꾸미 볶음이었습니다. 살짝 불맛이 느껴지면서도 쭈꾸미 특유의 탄력있는 탱탱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아마 겉만 살짝 센 불에서 가열한 게 아닐까...하고 입만 살은 일행과 제가 추측해 보았습니다.

돌게장과 갓김치. 제가 이 한정식에서 정말 높게 치는 건 제철 젓갈이 서너가지 있었는데 그 젓갈마다 어울리는 음식 별로 용도가 다 따로 있었으며(돼지 불고기 곁들임, 고등어 곁들임, 밥 비빔) 너무 짜지 않으면서 그윽하게 잘 숙성되어 양이 그리 많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는 겁니다.

...신나서 복분자주를 참 많이 마셨네요... 부추야채버섯전과 생선전도 참 맛있었습니다. 

 

이 집이 최근에는 손님별로 최상-최하로 호불호가 확 갈리는데요, 저는 최상에 좀 가까운 편입니다. 뭐 쓸데없이 많이 내오기만 했지 별 거 없었고 뜨겁지 않았다고 하는 평도 있었는데 제 기준으로는 가장 작은 채소무침 반찬 하나하나 버릴 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뜨거워야 맛있는 음식도 없었구요.

 

친절도는 음... 네 딱히 서울 취향의 친절이 극에 달하는 음식점은 아닙니다. 근데 인당 39,000원의 음식점에 손으로 하나하나 들여놔 주고 먹는 법을 설명해 주는 걸로 그 친절함은 다했다고 봅니다.

 

재방문 의사 충분히 있고 전 만족했습니다. 아직도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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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부산 시민공원 오픈한 2014년도부터 꾸준히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외지인에게서 '부산 시민공원의 가을 풍경'을 뽐뿌받아서 출동하였습니다. 올해는 다음주 일요일~월요일 사이 비가 내리면 단풍이 거의 다 떨어질 거라고 해서 오늘이 마지막 시기일 것 같더라구요.

 

여기가 나름 애환이 많은 곳인데, 부산 부전역 인근에 위치한 곳이고 크게 말하자면 범 부전-서면-전포동 부산 부도심에 위치한 곳입니다. 일제 시대때 스틸 당해서 경마장(...)으로 사용당하다가 제 2차 세계 대전 때는 병참기지, 광복 후엔 유엔 기지, 그 이후엔 미군 하야리아 기지로 오래오래 쓰다가 2010년부터 공사해서 2014년에 개장했다고 하더라구요. (대충 서울로 비기자면 용산 기지하고 비슷한 듯 합니다)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역사관이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어린이들 데리고 가서 역사 체험하기 좋습니다.

 

부산 중심 오브 중심에 16만평 규모로 들어간 곳이라 대충 위상은 여의도 공원 비슷하려나... 용산기지 반환되면 그 위상이 비슷할지도 모르겠군요. 암튼 썰은 다 풀었으니 다음은 제가 보려고 저장한 목적의 사진만 담겠습니다.

아 맞다... 이거 도심에 조성한 해변이래요...(말 안하겠다며;;;)

이날따라 하늘이 너무 예뻐서 하늘만 담았습니다. 더 이상 얘기 안 할게요.

 

 

7년동안 나무가 잘 자랐군요.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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