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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주 얘기는 두 가지를 굳이 갖다붙여서 하나의 포스트로 만드는 게 컨셉입니다. 왜냐하면 하나씩 쓰려고 하니 뭐 딱히 길게 쓸 것도 없고 해서.

료미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쩔어주는 대기를 보며 나온 일행은 근처 대릉원에 단풍 구경을 갔습니다.

마침 날씨가 흐려서 좀 아쉬운데, 바람불고 흐린데 비해 춥지는 않아서 돌아다니긴 괜찮습니다.

붉은 낙엽이 바닥에 점점이 떨어져 있는 게 이뻐요.

여기 나무들은 수령이 제법 되어 보입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계십니다.

어...근데 말이죠, 가까이서 보면 나무에 매달린 단풍 거개가 꽤 버석버석합니다. 한동안 비도 거의 안 오고 꽤 건조했잖아요. 그래서 단풍 특유의 쫙 펴진 물기가 없고 말려서 버석한 느낌입니다.

마르고 버석해도 특유의 흥취는 있습니다.

뭔가 신령스러워 보여서 한 컷.

나쁜 짓 하면 저주받을 것 같은 분위기.

그리고 이건 일행이 찍어준 제 뒷모습인데요, 실제보다 꽤나 키가 크게 나와서 매우 씐나서 동네방네 자랑을 했습니다.

구경 다 하고 대릉원 건너편 카페에서 차 한잔 한 다음 서경주로 건너가서 예술의 전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경주답게 기와지붕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이 건물, 겉에서 보면 꽤나 커 보이죠? 안에 들어가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매자에게 미리 링크를 보내서 디지털 문진표를 작성하게 하거나, qr체크인을 하는 일처리가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직은 여기까진 코로나 2차 웨이브가 크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하긴 여기 있는 동안 경주에서도 결혼식, 파자마파티(꼭 그렇게 찍어서 말을 해야 시원했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안전 문자가 오더라구요.

들어가자마자 대형 배너가 보이길래 잽싸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후원해 주신 한국수력원자력 사랑합니다. 넉넉한 후원 덕분에 프로그램북을 공짜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경주 예술의 전당 10주년 축하드립니다.

또 한 컷 찍고 사진 찍어준 일행 찍어주는 품앗이도 했는데 어쩐지 사진 찍히는 일행이 안절부절하는 겁니다. 다 찍고 뒤를 돌아보니 저희 뒤에는 사진 찍기를 기다리는 찐팬들이 줄을 아주 길게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머글이 눈치없어서 죄송합니다;;; 그 중에 한 분은 자기 얼굴은 넣지도 않고 배너 풀컷만 아주 소중하게 찍어가시길래 아 그래 그 마음 알아 하고 괜히 감정이입하고 그랬습니다.

서 있으니 할 것도 없고 다리도 아프고 해서 들어갔습니다. 안은 요즘 공연장이나 영화관이 대개 그렇듯이 한 자리씩 띄워서 앉게 해 놓았습니다. 앞뒤로도 교차해서 자리를 놔서 최대한 공간을 확보하려고 했는데 실은 좌석사이 공간이 좁은 편이라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요즘 조성진씨 국내 공연은 하루에 낮 세시, 저녁 일곱시 반에 두 번을 합니다. 낮에는 짧게 60분을 하고 레파토리는

1. 슈만 유모레스크 op.20 

2. 브람스 6개의 소곡 op.118

3.쇼팽 스케르초 2번

요렇습니다. 밤은 여기서 두 개를 더 추가해서 본공연만 90분인 모양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일행과 우리야 경주에서 일정이 추가돼서 이렇게 보니까 고마운데 요즘 국내 일정이 너무 빡빡한 거 아니냐 좀 있으면 대전하고 여수까지 뛴다며 어이구야 해외를 못 나가니 국내가 더 빡빡하네 다이죠부 등등을 나눴는데요,

실제로 본 조성진씨는 키도 커보이고 당당한 체구답게(어...그게 티비로 볼 때는 좀 여리해 보이셨는데 실물은 다릅디다. 무대 위의 존재감이 커서 긍가...수트가 참말로 잘 어울리더만요) 괴물같은 체력으로 쟈근 머글의 걱정 따위는 날려버리는 격정적인 연주를 하셨습니다. 저는 3>>>2>>>1 순서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음악 취향도 그렇고, 조성진씨와 곡과의 상성도 그 순서로 잘 맞는 것 같아서요. 프로그램북을 다시 읽어봤더니 쇼팽의 '애증'이 잘 드러난 곡이라고 해서 격뿜...(저는 실생활에서나 2차에서나 참 애증 좋아합니다. 그 취향 어디 안 가네여)

제가 오케스트라나 4중주는 쫌 보러 다녔는데요, 피아노 공연은 참 오래간만이었어요. 그래서 60분간 인터미션 없이 25분-25분-10분 이렇게 이어지는 본공연에서 그냥 사람 하나 척척척 들어가서 쓱 인사하고 척 앉아서 바로 연주하고 바로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건 좀 새로웠습니다. 보통 순서대로 악기 이리저리 조정하고 지휘자 들어오고 낑낑 조율하고 하느라 시간 대박 걸리는데 이 사람은...아니 피아니스트 중에서도 심하게 군더더기가 없더라구요.

더 대박은 본공연 60분 뒤에 벌어진 일이었는데요, 잠깐 일어서서 박수 좀 치고 있으니까 바로 또 척척척 그래 덕후들아 니들이 원하는 걸 알아(라고 말했다는 건 아닙니다;)하고 나와서는 바로 앉아서 치고 또 나갔다가 박수 계속되니까 두번째로 또 앵콜하고 나갔다가 또 인사 좀 할 것 같이 손 흔들더니(으음? 그의 어색한 미소와 손 흔들기는 머글인 저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바로 앉아서 또 세번째 격정적인 연주;;;

그래서 저는 앵콜곡으로

1.쇼팽 스케르초 4번

2.쇼팽 스케르초 1번

3.쇼팽 스케르초 3번을 35분동안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조성진씨 왜이러신대요;;;; 팬들 반응 봐도 세번째는 웅성웅성하는 거 보니까 딴 데서 이렇게까지는 안 한 모양인데 경주 땅이 마음에 들었나 격한 일정 소화하시다 보니 더 업글되셨나;; 근데 더 무서운 건 세 시간도 안 돼서 저녁 공연할 건데 그 공연은 더 퀄이 좋을 것 같은 느낌조차 들었단 말이죠...

조성진 한번 쌩귀로 들어보자 했다가 계탔네요 계탔어...오늘 일기써야지 했는데 이제 썼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자야죠. 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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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요즘 근거리 놀러다니기를 제법 시전하고 있는 키모씨입니다. 장거리는 체력이 안 따라주고, 코로나 시대에 갈 곳은 한정되어 있으니 갈만하다 싶은 데는 다 다니는 거죠.

이번주 일요일(=어제)는 옛 동해남부선 철길에 산책로+관광열차로 야심차게 관광코스를 만든 '블루 라인 파크'라는 곳을 가 보았습니다. 아직 이름이 입에 착착 붙진 않습니다. 왠지 다른 분들도 그러한 듯 합니다;;;

요렇습니다. 해운대 저 끝, 엘시티 근처에서 달맞이길 올라가는 길 중간에 미포 블루라인 광장이 시작되고(백만명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거기서 산책로로 몇 분 가면 미포 정거장이 나옵니다.

저는 레일바이크 만든다길래 그럴 줄 알았어요. 근데 생각해 보니 오만때만 데 다 있어서 차별성이 떨어지긴 하죠.

미포 정거장에서 송정까지, 혹은 송정에서 미포까지 직통으로 갈 경우 일반인은 만원, 해운대 구민은 평일/주말에 5천원/6천원, 부산시민은 평일에만 6천원입니다. 고로 부산시민이지만 주말이었던 저는송정~미포 돌아오는 편도로 빼도박도 못하고 7천원, 동행했던 부모님은 20% 할인받아 5천4백원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할인받으려면 신분증이 있어야 합니다.

왕복은 일반인 만원에서 시작해서 아까 할인 등등이 붙는데, 굳이 제반 사정이 없으시다면 한 번은 편도로 가서 이런 저런 스팟에서 사진도 찍고, 청사포나 전망대에 내려가도 보고 해서 4.8km 거리를 걸어보고, 나머지는 편도로 기차 타고 천천히 돌아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9.6km 갈 체력이 되면 걸어서든 뛰어서든 가는 게 좋겠지요. 이미 튼튼한 양인들은 열심히들 그러고 계셨음;;; 뭐랄까...새로운 뛸 곳이 생겨서 씐난다 하는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출발하고 얼마 안 되어서 미포 언저리. 횟집이 아련하게 보입니다.

산책 데크는 만든지 얼마 안 돼서 튼튼해 보입니다.

미포는 동해와 남해의 딱 중간지점인데(라고 돌아오는 열차 안내방송에서 그랬음) 그러면 미포에서 조금 더 동쪽으로 간 여기는 동해겠지요.

이 때가 두시 반에서 세시 언저리. 요즘 날씨가 일교차가 커서 해 떨어지면 급속도로 추워지고, 낮에는 얇은 긴팔로도 다닐 만합니다. 바람도 바닷가치고는 그리 불지 않아요.

12월부터 야심차게 운행할 예정이나 지금은 운행 준비를 하고 있는 스카이캡슐(캐슬이라고 쓸 뻔;;;) 가격책정이 좀 높은 거 같은데 흥행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색깔은 이쁘네요. 오늘 미세먼지는 보통 수준이었습니다. 여기는 일출이 가장 아름다운 곳 청사포(라고 기차 방송에서 그랬습니다) 각종 횟집과 민박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런 아슬아슬한 전망대를 근처에 만들어 놨습니다. 밑을 유리로 해 놨으면 중궈스런 흥취가 있었을 텐데 그건 아니고 그냥 바닥. 사고 방지를 위해서 신은 벗고 덧신을 신고 들어갑니다.

전망대의 뒷편.

해운대로 가는 깜찍스런 관광열차를 찍어 봤습니다. 모든 좌석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요건 반대방향 열차.

송정 근처까지 걸어왔습니다. 4.8km고 길도 평지에 데크도 잘 되어 있어 무난한 길인데 중간에 사진찍고 별별데 다 보느라 1시간쯤 걸렸어요. 여기는 송정에서 제법 유명한 카페 젬스톤입니다.

루프탑에서 캠핑 감성을 느껴봅시다.

송정 해수욕장에서 서핑을 하면 여기가 와이키키인지 송정인지 헷갈린다고 합니다(역시 관광열차 안내방송 피셜) 일단 와이키키는 야자수가 있을 테니 소나무는 피해서 사진을 찍는 게 좋겠습니다.

구 송정역사. 여기 가보면 50대 이상의 분들이 자녀에게 아빠가 여기서 기차를 타고 학교를 다녔는데 말야 등등이 라떼 시전을 들을 수 있습니다.

1회차는 9시 반, 나머지는 대략 10분~20분 간격으로 출발합니다. 여기서 출발시간별로 표를 발권하고, 승강장에서 표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입장됩니다.(열 재고 qr체크하는 건 이 시대의 필수 절차니까 생략합니다)

저희는 송정을 구경하다가 네시 반 차를 탔습니다. 저 혼자였으면 송정 특산품 토스트를 먹었을 것 같은데 나이 든 분들은 토스트를 별로 안 좋아하셔서.

관광열차는 기착점에서 종점까지 30분 가까이, 느릿느릿 움직입니다.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바다 풍광을 바라보라는 의도겠지요. 아까 말했다시피 모든 자리는 바다 뷰로 되어 있는데 좌석 1열, 좌석 2열, 그리고 뒤의 입석; 이 있습니다. 지정좌석제는 아니고 하니 중간의 자리 띄움 표시는 무시하고 빽빽하게 앉았습니다. 전원이 마스크를 했으니 괜찮...을려나요;;; 관리하는 분 제재가 아쉽습니다. 

이제 슬슬 해 질 때가 가까워져서 하늘이 변하고 있습니다.

다섯시께, 마린시티와 광안리 저 너머로 해가 지고 있습니다.

내리자 마자 5시 10분경, 해는 너무나 빨리 져 버렸습니다.

일단 부산 사람들에게는 흔치 않게 평지로 4.8km를 달리고 바다 구경을 할 수 있는 코스가 생긴 셈이구요(저같이 부산에 있어도 바다 별로 안 보는 사람이 은근 많습니다) 외지 관광객에게는 해운대 미포에서 또다른 관광지 송정까지 걷거나 관광열차로 알차게 움직이는 코스가 생긴 셈입니다. 가격이 좀 있습니다만 뭐 어때요, 여행은 원래 평소보다 너갱이 놓고 돈 쓰는 재미로 가는 거잖아요(...)

아마도 스카이 캡슐은 안 탈 것 같습니다만, 산책 겸 해서 몇 달에 한번씩은 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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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쪽에 부산도서관이 생긴다는 걸 안 건 몇년 전이었습니다. 지인이 학계 쪽이라 무슨무슨 자문위원 이런 것도 가끔 하는데, 부산도서관을 동서균형발전을 위해 서쪽에 세운다는 거였어요.(서울의 강남-강북 불균형, 경기도에 경기북부-경기남부 불균형이 있다면 부산에는 동부-서부 불균형이 있습니다. 왜 동서냐고 물으신다면...해운대가 어디 있겠어요? 동쪽이죠?) 흐음 좋은 취지이긴 한데 가긴 참 힘들겠네 하고 잊어먹고 몇년 지나고 보니, 11월 초에 개관을 했습니다. 그 동안 교통망도 발전을 해서 대략 50분이면 갈 수 있게 되었더군요. 사실 물리적 거리나 소요 시간이나 해운대와 비슷합니다. 

부산도서관은 덕포역 4번 출구로 가면 제일 빠르다, 라고 도서관 홈페이지 안내문에도 되어 있고, 제 카카오 맵에서도 그랬습니다만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하는지라 1번출구에서 베트남 요리를 먹고 움직였습니다. 사실 정문은 1번출구 쪽에 있습니다. 

이게 정문 쪽에서 바라보는 전경입니다. 

지혜의 광장 가봤는데 지금은 그냥 응달 썽큰 가든입니다;

사실 4번출구에서 와서 보면 후면이 이렇게 보입니다.

바야흐로 가을의 끝물이군요...(아련)

입구에서 체온검사에 QR체크인까지 하고 나면 보이는 뷰.

의자가 꽤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여기는 엘리베이터로 1~4층까지 오갈 수도 있고, 내부 계단으로 1~3층으로 개방감있게 오갈 수도 있습니다. 어쩐지 유현준 교수가 좋아할 것 같습니다(...아니 뭐 계단으로 융합하고 그런 거 좋아하시길래)

내년 1월까지 하는 개관특별전시전입니다. 제가 젊었던 시절, 저는 참으로 기억력이 좋았죠. 그래서 어머어머 기억력이래 했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기억의 내력'쯤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각 전시는 기억이라는 테마는 같지만 개성은 제 각각의 방향으로 튑니다. 그 중의 작품 하나. 전시는 볼만하니 부담없이 들러서 구경해보세요.

2층~3층이 메인 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 층 계단을 올라오면 편히 다리뻗고 쉬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의 조합들이 보입니다.

여기는 창밖을 보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이것 때문에 책 다 바랜다고 어디서 까였나...기억이 잘(갸웃) 굳이 말하자면 강서 쪽의 공공문화관 인테리어는 자연채광과 바다, 강을 그대로 받을 수 있게 유리창이 많게 되어 있습니다. 책이 상할만큼 그렇게 전시해놓진 않았어요. 그리고 첨언하자면 상할 만큼 그렇게 책이 많지도 않...(부산시립시민도서관이 60여만권인데, 여긴 전자책 포함해서 소장자료가 25만점입니다. 거기다 책장의 반 정도는 비워놓은 상태 아참, 여기 전자도서관의 각종 강좌나 전자잡지 무료 정책이 괜찮습니다)

2층 입구입니다.

지역 서점에 흔히 있는 메모지 큐레이션을 해 놨더라구요.

세상에나, 윤미네 집 사진집이 쌔걸로 있네요? 점수 마구마구 올라감.

방문자들이 메모지로 자신이 읽은/읽고 싶은 책을 추천해 놓는 식으로 양방향 교감을 시도합니다.

처음엔 만화코너가 소박하게 조선왕조실록이나 오!한강류의 전집이 있는 한 칸이길래 아 ㅎㅎ 했는데 뒷편에도 만화서가입니다. 외국작가 만화선집(뉴요커가 그린 뉴욕 일러스트집이 참 좋더라구요)이나 그래픽 노블도 있었고...건너편 커어어다란 벽 한 편이 다 만화였습니다.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야스다 미리(그녀는 그새 오사카에 대한 만화를 또 썼습디다. 알고 보니 오사카 출신이더라고요;)

최대한 초상권을 지켜드리려고 애는 써 보았습니다.

약간의 착시현상도 보이는 사학 코너.

엄청난 잡지 컬렉션을 떠나, 2층에서 내부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갑니다. 여기부터는 한국 근현대 소설집에서 영어책, 세계문학으로 확장됩니다.

아이고 동네사람들... 타셴이 막 널렸네여;;;

클림프 화집은 참으로 돈값하는 아름다운 화집이었습니다. 막 클림프 특유의 금박이 넘길 때마다 부내나게 빤딱빤딱해요. 에곤 쉴레도 쓸만했음. 아, 호크니 화집도 있어서 좋았는데 이왕이면 아아아주 큰걸로 나온 화집도 있으면 좋을 텐데 구입신청하면 될까 머리를 굴려보고 아참, 로셰티 화집이 있는 건 좋은데 타셴이 웬일인지 이 사람 특유의 몽환적이고 정밀한 색감을 제대로 구현을 못했더라구요?;;; 아쉬워라...

아. 3층의 사회과학 쪽은 좀 미묘했습니다. 제가 제일 익숙한 예인 회계로 예를 들자면, 호텔경영쪽에 호텔 회계가 있는 식으로 크로스오버 주제를 밀어놓고 남는 '순수'회계쪽이나 회계사만 분류해놨더라구요. 역시 검색기를 잘 써서 찾는 게 좋겠다라는 결론.

그리고 이 좋은거 다 구경하고 제가 대여한 책은 '재개발 재건축 세법과 대박 비법' ;;;; 집에 빌려놓은 책이 많아요( --)

계단을 타고 도로 내려옵니다. 4층이 공사중이라 공중 정원을 못 본 게 아쉽네요.

총평하자면, 책의 컬렉션은 아직도 채울 게 많지만 그 빈 자리가 나름 매력적이고 방문객이 편히 쉬면서 책을 읽을 자리를 많이 마련한 '요즘식' 도서관입니다. 노령층을 위한 큰 글자책이나 점자책 코너가 크고, 1층의 어린이 도서관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좋았구요. 그리고 아주 중요한 미덕은...

평지입니다 네 평지....부산에서 도서관이 평지라니 이게 웬 호사야(제 지역구의 도서관은 공동묘지 올라가는 산 중턱에 있습니다)

조만간 부설 공원이 완공되어 개방되면 더 좋겠어요. 가끔 가야지.

덧. 도서관이 마음에 들었던 저는 '그런데 부산시립도서관과 차이가 뭐지?'라는 의문이 생겨서 좀 찾아보니 부산도서관은 부산 대표 직속 도서관이고 나머지 시립도서관은 부산시 교육청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쫌 충격은 부산시립중앙도서관이 '중앙동' 근처에 있어서 그렇게 이름이 붙어졌다고. 아니 그럼 국중박도 국립용산박물관이라고 하든가.

그리고 저는 부산도서관이 오거돈 전 시장의 명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명색이 제 2의 도시가 대표 도서관이 없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참 고...맙읍니다만....대체 말년은 왜 그랬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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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부석사-소수서원 이 흐름을 최근 타면서 작년 가을에 갔다왔던 논산 관촉사와 돈암서원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꽤나 갔다왔는데 왜 기록을 안 했지? ...당일치기 논산을 꽤나 하드한 일정이었고, 정신을 차릴 때 쯤엔 싸돌아다니느라 바빴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하드 정리하던 중 발견한 사진을 탈탈 털어봅니다.

논산은 크기에 비해서 지방에서도 가는 교통편이 많습니다. 훈련소 때문이죠. 저도 대략 십여년 전에 훈련소에 가는 장우혁씨 전송하러 서울에서 논산까지 가 본적이 있습니다. 아니 뭐 서른 가까이 돼서 갈 때 돼서 가는 거였고 그다지 슬프거나 애절하진 않았는데 그냥 가고 싶었어요. 팬 동지랑 전날에 먹은 소주 때문에 꽤나 머리가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논산의 문제는 그겁니다. 논산버스터미널부터 저희를 실어다주신 택시 기사 양반의 말처럼 '누구나 훈련소로 한번씩은 오는데 다시 오지는 않고(여기에 대한 실제 숙박자의 평은 구글 맵에서 '논산 훈련소'를 검색해서 찾아보도록 합시다. 미국 교도소 리뷰랑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관촉사나 돈암서원이나 근처 저수지나 관광자원은 있긴 있는데 서울에서 온 관광객들은 하루만에 숙박없이 구경하고 돌아가 버립니다(그건 부산에서 온 저도 크게 다르지 않았...) 얼마 전 국방대학원과 관련 연구기관이 이전해서(이걸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구회사에서 하던 마지막 일 중에는 국방대학원에 연수간 시니어 분들 수당 챙겨주는 게 있었습니다)보탬이 되는가 싶었더니 주말이면 어김없이 서울에 올라가 버립니다. 그래서 논산 관광업이 발전하기 힘들다며 성토하던 기사님께서는 '그러니까 너네는 자고 가는 게 어때...?'라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저희를 쳐다봤지만 웅얼거리면서 외면했습니다. 구경은 할만한데 한나절에 끝날 걸 알았거든요.

일단 관촉사부터 가 봅시다. 여기는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이 절이 최근에 유명해진 이유는 2018년, 당시로서는 1년 전에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 은진미륵 때문입니다. 원체 '쫌 못생긴 미륵' 정도의 밈으로 소소하게 유행하고 '통일신라에 비해 고려 미술이 모지리인 이유'정도로 대놓고 까이고 있었는데 국보 승격 이벤트가 있자 '뭔가 있나...?'하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왔을 땐 논산훈련소 훈련생들 한 무리가 은진미륵을 이미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금방 가니까 보내고 봅시다.

우와....

관촉사는 작은 절입니다. 그 작은 절을 압도하는 18.12m, 아파트 6층의 크기의 거대 미륵상은 가까이서 봐도 멀리서 봐도 그 스케일이 위압적이네요. 그리고 중후함과 위엄을 살리고자 부러 등신비 대신 몸보다 머리, 머리보다 관을 강조한 거 같습니다. 미륵님의 표정은 음...한번 봐도 잊을 수가 없어요.

좋은 건 다른 각도로도 찍어봅시다.

그래요.... 안내문에서도 인정하지만 딱히 자비로워보이진 않아....그냥 내가 내다 존재감이 세지...

불전함에 일부 가려져 있지만, 자그마한 본당에서는 은진 미륵을 이렇게 내다볼 수 있습니다.

근데 여기 석등도 뭔가 양기가 넘쳐흐르지 않나요?;;

요쪽은 정문 주차장 쪽으로 내려가는 계단. 등산객들과 마주치기 딱 좋은 위치입니다.

신기해서 멀리보고....

또 가까이 보고. 확실히 한국에선 드문 고졸한 미의식입니다. 좀 호기심이 돋아서 이 국보 323호 이후 2년간 추가된 국보에 대해서 찾아봤는데, 가장 최근에 추가된 국보333호를 찾아봤는데요,

news.kbs.co.kr/news/view.do?ncd=5032148 뭔가 미의식이 은진미륵이랑 상통하지 않나요? 아니면 말고.

암튼 최근의 흐름이 다양한 미의식(솔직히 말하면 생경함과 기괴미, 원시적 생동감)을 반영해서 좋습니다.

.어...이건 돌리면 1년치인가? 암튼 엄청난 양의 책을 읽지도 않고 머리에 넣을 수 있다는 건데 피지컬은 약하고 글만 빨리 읽는 저는 좀 시도하다가 바로 포기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인근 순대국밥 맛집에서 요기와 반주를 한 후, 근처에 있는 돈암서원으로 갔습니다. 여기도 그 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대되어 잘 단장되어 있더군요.

입덕문이라서 찍었습니다. 무엇인가에 입덕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오늘 돌아가셔서 절 질질짜게 만든 박지선씨 말 대로 '자기 에너지로 누군가를 싫어하지 않고 좋아하는 데 쓰는 건 대단한 거'죠. 아 물론 이 문 만드신 분 의도는 그게 아닌 건 압니다만.

이게 이렇게 찍힌 이유는 마루에 누워서 가을치곤 꽤 따가운 햇살을 피해갔기 때문입니다.

지붕양식이 꽤 특이해서.

.

충청을 대표하는 서원이고 사액서원인데 '네기! 서원이! 이렇게! 대단하고! 유학이! 존숭되고!' (어...솔직히 영주 소수서원은 굳이 박물관이 아니라도 그런 분위기가 꽤 있었어요;;;)가 아니라 편하게 쉬고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은진미륵이나 돈암서원이나 또 가고 싶어요. 그때도 당일치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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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 경북 영주에 있는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다녀왔습니다. 날씨가 썩 맑지 못해서 그 다음날 가는 게 어땠을까 생각도 들었는데, 그 전날 비 내리던 거 생각하면 이 날씨도 그리 나쁘잖은 것 같군요. 일교차도 심하지 않고.

부산에서 영주시까지는 직행 기차가 없고, 최단시간은 버스로 3시간 30분입니다. 고속버스가 아니라 시외버스길래 아 또 경북의 오만때만 읍내에 다 서겠구나...했는데 맞았습니다. 안동까지는 딱 두 시간 걸렸고, 거기서 20분간 정차한 다음(구경벽이 있는 저는 안동에 뭐 특이한 게 있나 싶어서 터미널과 주변을 샅샅이 기웃거렸는데 음...간고등어의 고장답게 간고등어가 많았습니다) 출생지가 경북인 저도 이게 뭔가 싶은 굉장한 시골 정류장에 걸핏하면 서더니 결국 영주시에 도착했습니다. 동행 말로는 서울에선 2시간 반 걸린다던데 역시나 물리적 거리와 실제 걸리는 시간은 별 상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근처에서 정도너츠를 먹고( kiel97.tistory.com/entry/%EC%A0%95%EB%8F%84%EB%84%88%EC%B8%A0-%EC%98%81%EC%A3%BC%EC%A0%90-%EA%B0%80%EB%81%94-%EC%83%9D%EA%B0%81%EB%82%A0-%EB%A7%9B ) 택시를 타고 영주시에서 부석사로 향했습니다. 거리는 26~7km, 40분 가량 걸렸습니다. 이런 쪽 동네는 카카오택시보다 지역 콜을 더 선호해서 지역 콜을 불렀는데 그 차만 그랬는지 카카오콜은 아예 기사님이 안 쓰시는 것 같더라구요.

 

 

 

주차장에 있는 유네스코 인증 머릿돌입니다. 오른쪽에 서서 사진찍기 딱 좋습니다.

 

 

부석사는 굉장히 큰 절일 뿐 아니라 올라가는 길도 꽤 길고 가파릅니다. 숨이 찬다는 얘기죠.

 

 

한번 올라가기만 하면 이름난 국보와 보물, 그리고 정상에서 태백산 절경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당시 단풍은 3~4일 후, 그러니까 그 주 주말부터 절정에 달할 것 같았고 제가 갔을 때는 제법 무르익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절정일 25일께 사과 축제를 한다고 부석사 주차장부터 부스 설치하고 제법 분주했습니다.

 

 

평일에도 사람이 많은 절이라 사람 찍는 걸 선호하지 않는 저는 열심히 피해당기며 하늘을 찍었지만 있는 사람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어디에나 있는 일주문. 여기는 해동화엄종 소속이었군요(정확하게 그게 뭔지 모르는 예수쟁이)

 

 

그래 이게 당간지주라는 건데 꽤 소박하고 우아한 멋은 있는데 왜...? 싶었는데 소수서원(원래 절터였습니다)의 당간지주를 보니 부석사가 꽤 특이해 보이더군요.

 

 

역시 어디에나 있는 천왕문. 이제 슬슬 들어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슬슬 절 본당 올라가는 길인지 깔딱고개 올라가는 길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2편과 최순우 선생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떠나기 전에 초고속으로 예습해서 부석사 올라가는 길이 길고 웅장하다는 건 알았지만 미리 고생길을 안다고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올라오면 대충 불행 끝이고 자꾸 아래의 불쌍한 중생들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쌍으로 있는 건데 왼쪽 건 찍으나마나...라고 게을러지게 됩니다.

 

 

범종루인데 여기 목어는 꽤 근사한데 따로 모셔져 있는 동종은 그냥 그렇습니다(모함)

 

 

멋드러진 안양문을 건너면...

 

 

이게 유홍준씨가 극찬한 '안양문에서 내려다본 절과 산'인데 쌩눈으로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근사한데 찍으면 그 감동의 100분의 1도 안 나옵니다. 사시사철 특히 겨울의 눈덮인 풍경도 정말 보고 싶습니다만 올라올 생각을 하니...
누가 사진 잘 찍어주겠죠( --)

 

 

국보 제17호 무량수전 앞 석등입니다. 단아하면서도 미려하게 잘 빠졌습니다.

 

 

부석사의 수퍼스타, 국보 제 18호 무량수전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봤습니다. 역시 사진보단 실물이 낫군요. 필견입니다. 안에 들어가서 사진은 금지라 소조여래좌상은 눈으로만 봤습니다. 그리고 무량수전 오시면 안에 꼭 들러서 목조건물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시는 게 좋습니다.

 

 

배흘림 기둥은 기대보지도 안아보지도 못했습니다.

 

 

대신 삼층석탑(아까 국보랑 다른 사적입니다)에서 내려다본 무량수전을 찍어보았어요.

 

 

그리고 또 국보 제19호 되시는 조사당. 지금 보수 공사중이라 안을 들어가볼 수가 없어서 불화를 못 봤습니다, 아쉽

 

 

이 절의 이름 유래가 되는 뜨는 돌.

 

 

삼성각 등 마이너한 전각쪽 길인데 이쁩니다.

 

 

요기는 올라갈 때도 봤었던 석축인데 자연 바위를 최대한 살린 멋이 좋아서 찍어 보았어요. 비슷한 게 페루에 있던가....암튼 남미 어디였는데(찾아보기 귀찮)

 

 

내려오는 길에 떨어진 당분을 주차장 쪽 카페의 수제 요거트로 보충하고 잠시 노닥거리다가 마침 도착한 27번 버스가 소수서원을 거쳐 영주터미널도 가길래 최적의 루트다 싶어서 바로 탔습니다. 소수서원까지는 20분 정도? 거의 나르다시피 했습니다.

 

 

소수서원 앞의 소나무가 근사해서 찍어봤구요, 대충 여기 근처에서 tvn 방영 예정인 드라마 '철인왕후'가 촬영 중이었습니다. 시청률 보장하는 신혜선 주연이라길래 제작사 YG가 오래간만에 돈 되는 선택을 했구나 싶었고 저 멀리 보이는 신혜선은...
키 크고 팔다리 길고 얼굴 콩만하고 하늘하늘하고 그렇습디다. 뭔가 철종인지 뭔지 왕복 입은 남자 배우가 왔다갔다거리던데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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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소수서원 안의 미니 박물관인데요, 풍기 군수로서 구리그릇을 득템해서 그 재원으로 이 서원을 세운 주세붕의 인물화가 있습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주세붕 에피가 이 그림 보고 그렸는지 박시백 화풍이랑 똑같습니다.

 

 

소수서원의 유래가 되는 구절입니다. 아까 부석사에 비해 훨씬 성의가 없죠? 저는 원체 서원보다는 절을 좋아하고 여기가 크고 보존상태도 좋은데 다른 서원보다 정이 안 가더라구요. 제가 정 가서 뭐 어쩌겠습니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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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서원 밖, 선비마을로 통하는 강과 정자, 돌다리는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여기는 소수서원 앞 버스 정류장. 지난번 부석사-소수서원이 택시보다 더 빨리가길래 신나서 이번에도 버스 타야지 랄라 하고 기다렸는데 그 빨랐던 27번은 소수서원-영주시는 앞의 노선과 거의 비슷한 거리면서도 풍기와 동양대학교(넵 맞습니다 작년에 시끄러웠던 그 동양대;ㅁ;)를 하염없이 돌아가는 전형적인 시골 완행버스로 급변해서 결국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놓치게 만들었습니다. 다음 버스는 2시간 남았는데 영주시에서 딱히 할 게 없어서 대구로 가는 거 타고 다시 목적지로 갈아탔습니다.

여행에 돌발상황은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아 피곤해...결국 이 여행 후 며칠은 앓아 누운 듯.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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