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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가 봤던 '헤어질 결심'의 스포 중 제일 뿜겼던 거 복붙부터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 극단적 사디스트 탕웨이가 박해일 데리고 에셈플레이 하는 내용

• 김신영 연쇄살인마

• 이정현 최종보스

• 탕웨이 구미호설
촬영기간중 스텝들 산,바다 로케 목격담
예고에서 탕웨이가 손톱으로 할퀴는 부분
예고에서 탕웨이가 박해일의 심장을 갖고싶다고함

탕웨이가 극 중 읽는 산해경은 구미호 원전
구미호를 기록한 최초의 기록인 《산해경》에 따르면, 청추(淸秋)라는 나라에서 동쪽으로 300마일 떨어진 곳에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청추(靑秋)라는 용어는 동쪽의 나라 또는 지역을 의미하며, 적어도 삼국시대부터 역사적으로 한국의 지역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구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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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뭐람 ㅋㅋㅋ 아니 우리 깐느박은 분명히 로맨스 영화라고 기획 단계부터 주구장창 말했는데 다 안 믿어 ㅋㅋㅋ 하지만 이건 기생충 영화 스포보다는 훨씬 개연성있는 낚시입니다. 아니 근데 그 중에서도 이선균과 송강호의 ㄸ신은 좀 많이 땡기긴 했어(...)

저는 영화 개봉하기 전에 2차 포스터를 보고 씐나서 이런 글을 썼었는데요,
https://kiel97.tistory.com/entry/%EB%B0%95%EC%B0%AC%EC%9A%B1-%EC%8B%A0%EC%9E%91-%ED%97%A4%EC%96%B4%EC%A7%88-%EA%B2%B0%EC%8B%AC-2%EC%B0%A8-%ED%8F%AC%EC%8A%A4%ED%84%B0%EC%99%80-%ED%9E%88%EC%B9%98%EC%BD%95-%EC%98%A4%EB%A7%88%EC%A3%BC

박찬욱 신작 '헤어질 결심' 2차 수갑 포스터와 히치콕 '39계단' 오마주

쓸데없이 기니까 세 줄 요약 먼저 들어갑니다. - 박찬욱 신작 '헤어질 결심'에서는 남주와 여주가 같이 차인 수갑씬이 나온다 - 이것은 '화양연화' 뿐 아니라 감독이 존경하는 감독 히치콕의 '39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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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덕으로서 우리 오빠 영화 장면이 생각나서 신나서 쓴 것이었지 대놓고 레퍼런스했다던가 이런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수갑이라는 건 유사 이래로 흔하고 널린 클리셰 중 하나일 뿐이죠. 그리고 박찬욱 감독에게 너무 주구장창 히치콕의 영향을 물어보는 것도 이제 풀어줄 때가 되었죠.
정작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난 건 유시진 작가의 '클로저'였습니다. 이야기의 구조 면에서 떠올랐을 뿐이라는 거지 레퍼런스라던가 그런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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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자 the Closer 1

작가의 열정이 그대로 녹아 있는 폐쇄자는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유시진다운” 작품으로 평가된다. 작가 스스로 “여러 가지 레이어들이 모여서 이루어져 있”다고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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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세계 안에서 완벽했던 '키퍼'가 다른 존재 때문에 흔들리고 그 때문에 몰락하면서 세계까지도 같이 붕괴한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그리고 그 다른 존재가 기꺼이 그 붕괴로 안내한다는 점까지도 그러하지요. 유시진 작가의 다른 대표작 '온'의 후기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몰락과 붕괴의 서사는 후룸라이드처럼 빠르게 내려갑니다. 저는 원래 붕괴하고 몰락하는 서사를 참 좋아합니다. 남들은 다 사이다라면서 좋아하던 '연희공략' 대신에 계황후가 망하는 이야기인 '여의전'을 물고 빨았던 전적도 있고 ㅎㅎ

다소 두서 없이(하긴 뭐 언제는 두서가 있었나) 느꼈던 걸 적어보겠습니다.

주인공인 '해준'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한국 형사'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만 거기에 대해서 개의치 않는 인물입니다. 그의 품위 있는 태도는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피씨방 알바가 그에게 제보하는 장면이 그렇죠)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에 동료들도 건드리지 못하죠. 그와는 확연히 다르지만 십여 년의 세월로 익숙하고 정다운 아내까지 사생활마저도 매끄럽고 단단한 세계가 이미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도 나름의 고충이 있죠. 진행 중인 미제 사건들이 그의 신경을 건드리고 불면증으로 고생하지만 그의 본질을 건드리지는 못합니다. 그의 세계는 '자부심'이라는 코어가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불면증으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고 아직도 잠재 불면 요소로 고민하고 있는 중증 불면인으로서 해준의 불면증에 대해서 평하자면...음, 저보다 좀 약하군요-_-(원래 환자들은 병부심이 좀 있습니다 ㅎㅎ)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그의 불면증 원인은 두 가지, 잠복 근무로 인한 밤낮이 바뀐 물리적인 면과 미제 사건을 집에까지 끌고 들어와서 무의식까지 집착하게 만드는 심리적인 원인이 둘 다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낮이고 밤이고 한 잠도 못 잤는데 해준은 그래도 낮에 가끔 쪽잠은 자는 걸로 보여요. 여기서 불면인들이 주장하는 '밤에 한 잠도 못 잤다'라는 건 실은 이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수면 다원 검사를 하면 짧은 시간 내 수백 번을 도로 잠들고 깨는 겁니다. 자도 잔 것 같지 않으며 자야 한다는 원념만 뱅뱅 돌면서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부정적이고 지치는 상념으로 이끌어 가죠.

여기서 '서래'의 존재가 중요한데, 그녀의 집 앞에서 잠복 근무를 하면서 해준은 처음으로 오래간만에 달게 잡니다. 그게 무엇 때문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불면인에게 중요한 건 '그녀'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잤다는 겁니다. 구원과도 같은 거죠. 한 번 그 연관이 생기면 그 다음은 쉽습니다. 서래를 볼 때마다 그는 안심하면서 잘 잘 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 그녀에 대한 신뢰가 깨진 2부에서도 수갑을 찬 상태에서 너무나 달게 잡니다.

그리고 서래가 영화 안에서 하는 수면법 말인데요...아주 잘 하는 겁니다. 해준의 자취집은 1.5룸이라 거실의 미제 사건 사진들은 실은 침실 안까지 그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잠을 못 자게 만듭니다. 그걸 불태운 건 수면법에 대한 서래의 깊은 이해를 보여주죠. 그리고 미국 해군의 수면법을 독자적으로 개발시킨 서래의 수면 요법도 제가 강남 모처 수면 클리닉에서 몇 백만원 주고 배운 건데 꽤 쓸만합니다.



문제는요,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그 구원과도 같은 존재가 막판에 해준의 세계를 결정적으로 붕괴시키면서 도저히 나을 수 없는 불면증을 선물해주고 간 게 너무나 분명해 보인다는 겁니다. 1) 숙면의 기제인 서래가 사라져버리고 2)강력한 미제 사건이 되어버림으로써(영화 끝의 암시를 보면 그 후에도 그녀 위로는 모래가 겹겹히 덮히고 시체조차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수면 요법을 하고 그녀와 관련된 것을 불태워버려도 심리적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저 수면요법이라는 것도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상태에서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다니던 무진장 비싼 클리닉도 심리 치료와 수면 위생 요법을 병행해서 천천히 치료해 나갔어요.

저와는 달리 해준은 망가진 상태에서도(아니, 망가진 상태라서) 형사 생활은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심지어 실적은 여전히, 아니면 예전보다도 더 좋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멘탈 붕괴는 도저히 복구가 불가능할 것 같아요. 살짝 허공 위에 두 발을 띄우고 있는 것 같은 그를 현실 세계와 이어주고 있는 것 같던 아내가 떠났거든요. 그와 서래는 물질보다 정신이 중요한 동류입니다. 물질이 더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도통 이해가 안 되지만 그들의 세계는 만족스러워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한번 깨지면 정신이 없습니다. 제가 그랬듯이요.

주로 해준의 측면에서만 썼는데, 사실 저는 서래한테도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그녀의 광공스러운 면과 해준빠스러운 면 말이죠. 시간이 나면 그 점에 대해서도 좀 써볼까 합니다.
그래서 제 마지막 평은요...

이렇습니다. 언능 미국 드라마 다 찍고 와서 한국 영화 찍읍시다. 이제 진갑인데 소처럼 일해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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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기니까 세 줄 요약 먼저 들어갑니다.

- 박찬욱 신작 '헤어질 결심'에서는 남주와 여주가 같이 차인 수갑씬이 나온다

- 이것은 '화양연화' 뿐 아니라 감독이 존경하는 감독 히치콕의 '39계단'에서의 남주 여주 수갑씬의 오마주로 추측된다

- 우리 히치콕 오빠에 비해서 깐느박이 신사적이라서 박해일과 탕웨이는 참 다행이다

이번에 깐느박께서 깐느에서 호평을 받고 감독상을 타면서 신작 '헤어질 결심'에 대해 기대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그 기대는 2차 포스터가 최근 공개되면서 더 높아졌는데요...

이 포스터를 보면서 '화양연화'가 생각난다며 둘 사이의 야릇한 기류와 텐션에 대해 더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저는 화양연화(대략 nn번 재탕한 인생 영화입니다)도 생각나지만 저의 올타임 최애 감독 히치콕이 생각나더라구요. 그리고 박찬욱은 '스토커'에서 '다정한 찰리 삼촌'과 조카의 섹텐을 통해 이미 히치콕에 대한 오마주를 진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히치콕의 영국시절 1935년(여러분은 1935년에 뭘 하셨습니까; 놀랍게도 히치콕은 이 때 영국 시절 최고작으로 꼽히는 유성 영화를 찍고 있었습니다;) 작품인 '39 계단'은 캐나다 총독을 역임하기도 했던 명 소설가 비컨의 모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당시 히치콕은 '나는 비밀을 안다' 영국 버전을 초 히트 시켜서 본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많아진 상태였습니다. 

줄거리는 전형적인 히치콕식 'wrong man'(오해받은 사나이)식 전개입니다. 남주는 우연히 만난 여인의 살인사건에 휘말려서 살인자로 오해받고 쫓기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만난 매혹적인 금발 미녀 여주는 남주를 살인자로 오해하고 신고합니다. 그러나 여러 번의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빌런 집단은 여주도 못 믿겠다 싶어서...

포로로 잡혀 있는 남주에게 여주를 수갑으로 묶어버립니다;ㅁ;

처음은 이렇습니다...

둘 사이의 성적 긴장감이 최고로 달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도 만만치 않지요.

이렇게 둘은 원하든 원치 않든 수갑으로 한 데 묶여다니면서 공동 운명체가 되다가...

빌런을 물리치고 둘은 행복하게 됩니다 짜잔;

그러나 수갑을 풀어버린 여주의 손과 여전히 수갑에 묶인 남자의 손이 다정히 묶여 있는 엔딩을 통해 wrong man의 만만찮은 인생 여정은 여전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그런데 제가 뻥 안 치고 nn번을 탐독한 패트릭 맥밀리건의 히치콕 평전(참고로 이 책이 어느 정도 히치콕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노골적이고 세세하냐면 정말 제가 그 대상이라면 수치사할 정도입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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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영화 역사상 가장 먼저 등장한 스타 감독, 현대 영화사에 서스펜스의 거장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앨프레드 히치콕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망한 책이다. 방대하고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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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따르면 이 수갑 씬에 여러가지 비화가 있습니다. 마침 제가 책을 가지고 있으니 몇 가지 내용 타이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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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덫이 놓여졌다. 도나트(남주 배우)와 캐럴(여주 배우)는 안면이 없었는데, 1935년 봄에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촬영하기 전까지 그들을 인사시키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악수를 하자마자, 히치콕은 황무지 장면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인 두 사람의 팔에 수갑을 채웠다. 짤막하면서도 별 다를 게 없던 이 장면은 촬영 첫날에 찍을 장면으로는 이상한 선택이었다. 몇 테이크를 찍은 후, 히치콕은 수갑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밝혔다. "열쇠를 찾아야 하는데" 그는 중얼거리면서 촬영장을 떠난 후 몇십 분-일부 설명에 따르면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돌아왔다.

수갑은 히치콕이 좋아한 소품이었다. 벨록 론즈 여사의 이야기에 수갑이 들어간 것과 똑같은 이유로, 버컨의 이야기에도 수갑이 첨가됐다(원작에 없는 수갑 설정이 영화에 들어갔다는 얘깁니다) 프로이트는 크롬웰로드에서 인기 있는 주제였고, 히치콕은 사도-마조히즘적인 함의에 의존했다. "수갑은 관객의 마음속에서 온갖 종류의 생각을 끌어냅니다" 히치콕이 어느 인터뷰에서 한 설명이다. "예를 들어, '그들은 화장실에 가서 어떻게 할까' 하는 의문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을 하나로 이어놓는 것은 내 생각에는 무엇보다도 섹스와 관련돼 있습니다"

공모자인 디키 베빌이 히치콕을 찾는 척하고 나가버리자 스타들은 안절부절못하다가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졌으며, 히치콕이 상상했던 바로 그 문제가 터져나왔다. 화장실은 어떻게 갈 것인가. 그들은 히치콕에게 약이 올랐고 상대방에도 화가 났지만, 오래지 않아 그들이 연기하는 캐릭터와 별반 다를 바 없이 행동했다.

"딱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둘 다 알고 있는 친구들에 대해, 포부에 대해, 관심 있는 영화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도나트가 훗날 한 회상이다. "우리가 경험을 교환하는 동안 우리 사이의 벽은 차츰 무너져내렸습니다. 우리가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본 히치는 조끼 주머니에서 '잃어버린' 열쇠를 꺼내서 우리는 풀어주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제 당신들 두 사람이 서로를 잘 알게 됐으니 우리도 일을 해나갈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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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죄송합니다...우리 히치콕 오빠 원래 저래요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우리 오빠...하지만 히치콕과는 달리 국내 최애 제 감독인 깐느박은 굳이 수갑 헤프닝을 마련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탕웨이는 집 마당에서 나물을 캐서 박해일한테 비빔국수를 해 주면서 친분을 다졌대요;

이 노골적인 오마주와 암시로 인해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더 올라갔다는 얘깁니다. 여러분 6월 말에 개봉하는 '헤어질 결심' 많관부.

덧. 근데 전 '국내 최애'가 '올 타임 최애'에 대해 오마주를 바쳐서 어허허 이게 꽃밭이네 하고 심히 만족스럽습니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르네요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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