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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족의 비결 그것은 작은 기대(...)

주말에 큰 전시회는 가는 게 아닙니다. 1월 23일 일요일은 초중고대학생 방학이 다 겹쳤고(마티스 할배 그림은 누드까지 건전한 터라 어린이들 보여주기 좋아서 초딩 단체 관람이 엄청 몰려 있었습니다), 설날 전 주라 큰 출타는 안 하면서 문화생활은 하고 싶은 타이밍이죠. 거기다가 저처럼 얼리버드에 낚여서 지른 사람은 어어 1월 말에 티켓 만료인데 설날 전에 마지막 기회네 하고 몰리고. 고마운 동행이 먼저 순서 대기를 끊어줬습니다만 200몇번인가 그랬고, 결국 발권부터 대기까지 대략 한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근데 점점 밀려서 한 시간 15분 대기 예상 그렇더라구요. 

대기가 길어지고 혼탁한 난방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사 탈출'만을 제 일차 목표로 삼고 저의 기대는 점점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래 내가 원래 마티스를 뭐 엄청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몇 개 줏어 들은 유명한 거라도 보고 가자.

근데 어린이들 많은 거 치고는 관객 매너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커플들이 껴안고 돌아다닌대서 그거 구경하러 왔는데...실망이야;

어라? 거기다 의외로 알차고 설명도 잘 되어 있습니다. 제가 미술은 적당히 얻어들은 게 중구난방으로 얼기설기 엮여 있는 사람이라 체계적이지가 않아요. 그래서 전시회 갈 때마다 작풍이나 테크닉에 대해서 설명해 놓은 거 보면 엄청 좋아라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이번 전시회 초반은 마티스 전기의 드라이포인트 판화가 주라서 굉장히 가느다란 선 몇 개로 이루어진 소품들이 많았어요. 안 그래도 요새 스마트폰때문에...아니 노안이 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 근데 드라이포인트가 전용 니들로 판에 새겨서 음각한 판화이고 세밀한 선 표현에 강하다는 걸 보면서 ㅇㅇ 오 그렇군 근데 에칭도 음각 선 아니었음? 했을 때 밑에 어설프게 아는 자야(...당연한 얘기지만 설명이 이렇게 되어 있진 않았음;) 에칭도 음각이긴 한데 부식을 일으킨 효과도 강한 거란다 해서 다시 ㅇㅇ.

근데 저는 드라이포인트보다는 석판화(유화로 그림을 그린 후 물과 기름의 반발을 이용한 평판화라고 합디다) 쪽이 좀 더 제 취향인 것 같습니다. 아울러 이 분 중국 종이나 일본 종이에다 민 게 많길래 아 20세기 초반에는 역시 프랑스쪽에 일빠...아니 쟈포니즘(=일빠)들이 많았구나 그리고 최근에 본 일본 만화 결말이 딱 요런 시장에 물건 팔아먹어 흥한 얘기라 잠깐 혼자 재밌었습니다.

아울러 마티스 씨의 그림에는 모델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보기 편했습니다. 가끔씩 거 뭐랄까... 화가들 그림에서 모델에 대한 대상화가 너무 심하면 거부감이 들거든요. 실제로 사생활도 굉장히 화가 치고는 사고 안 치고 큰 화 안 입고 90대 초반까지 평탄하게 산 편입니다. 와이프랑 2차세계대전때 헤어지긴 했는데 그건 부인의 레지스탕스 활동 때문이었던 거 같고 말년에도 건강 때문에 고통 받아서 창작 활동에 지장이 올..뻔 했는데 그걸 테크닉 변화와 일러스트레이션 시장 창출로 극복을 해 버리셨어요. 다른 화가(피카소라거나 피카소라든가...피카소)에 비하면 시대에 따른 화풍 변화도 적은 편입니다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엄청 도전과 시도를 많이 하신 쪽이더라구요.

 

그래... 말년에 손녀의 남자친구와 바람나는 경우(의미 불명, 사례 없음) 말고 이런 분도 있어야지...

ps. 극히 적은 부수로 찍어낸 '재즈'라는 화집이 무지 탐났습니다. 아 원본 말고 레플리카요...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353770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353770

 

www.metmuseum.org

오, 메트로폴리탄에 재즈 판화를 온라인으로 볼 수 있어서 소개합니다. 로딩은 겁나 느려요.

다음은 촬영 가능한 존에서 찍은 사진 몇 개. 제 면상 사진을 줄인 이유는 크게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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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에 피카소 얼리버드 티켓 쓰러 예술의 전당에 갔었는데요, 서울 사람 백만명 보고 돌아왔습니다. 평일 아침에 갔는데 그렇게 사람이 많을 거라고는;;;

기다리다 전시보다 열두시 반쯤 되어 식사하러 간 곳이 예술의 전당 길 건너편 두부 전문점 '백년옥'입니다.

https://guide.michelin.com/kr/ko/seoul-capital-area/kr-seoul/restaurant/baecnyunok

백년옥 – Seoul - a MICHELIN Guide Restaurant

백년옥 – a 빕 구르망; 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 restaurant in the 2021 MICHELIN Guide Seoul. The MICHELIN inspectors point of view, information on prices, types of cuisine and opening hours on the MICHELIN Guides official website

guide.michelin.com

빕구르망 3년 연속 선정되었군요. 음? 그럼 2021년은?하고 찾아봤더니 미슐랭 가이드 한국 사이트에서는 건재합니다. 이게 뭐라고 싶긴 한데 그렇다고 제 입맛이 타이어회사 집단지성보다 낫다고 할 자신은 없습니다.
직장인 식사 타이밍+피카소전 오전반의 콜라보로 본관 줄은 꽤 깁니다. 본관의 줄이 더 길어질 경우 별관 1 또는 별관 2로 랜덤 배정될 수 있습니다. 근데 미슐랭의 저 사진은 별관인 듯 해요. 본관은 전형적인 강남 노포(...음 쫌 뭐라고 해야 하나 강북 노포보다는 약간 덜 구중중한데 좀 깍쟁이같은?;)처럼 생겼습니다.

제가 시킨 자연식 순두부(10,000원) 슴슴해서 저같은 맵찔이한테는 딱 좋습니다.

동행이 시킨 얼큰순두부(10,000원)

그리고 제일 맛있었던 녹두전(16,000원) 두 명이서 먹기엔 크기가 으마으마해 보여서 다 먹겠나 싶었는데 얇고 파삭파삭하게 부친 데다+아삭한 숙주와 김치의 양이 상당해서 생각보다 가볍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전은 열등한 튀김이라고 꾸준히 주장하시는 모 평론가 선생이 이런 스타일의 전도 그렇게 보시는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잘 지내시겠죠. 블로그는 갈 때마다 노기로 넘실거려서 잘 안 가게 되더라구요;

어쨌든 백년옥은 첫방문부터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에도 두 명이면 백두부+생두부+녹두전 먹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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