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2일차 동선 : 거북선 호텔 조식-통영 케이블카-전혁림 미술관-봄날의 책방-통영 중앙시장-바다봄 카페-버스터미널

거북선 호텔 조식은 가짓수로 따지자면 별로 대단하진 않지만, 미역국이 해장으로 무척 좋습니다. 호텔인데 웬지 손맛좋은 이모님이 하는 게하 조식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욕인지 칭찬인지)

언제까지 하는지 모르겠지만, 호텔 1층 주차장 섹션에 통영 고지도 전시회가 있으므로 지도에 관심이 있거나 통영 옛날 지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한번 보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둘 다 큰 관심은 없지만 오지랖이 넓으므로(...) 관람을 했는데, 고지도 특유의 관아를 크게 그리는 권력사실주의적인 구도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2일차도 비가 살짝씩 뿌리면서 매우 흐리고, 해무가 많이 피어오르는 날씨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작년 출장에 받은 통영 케이블카 티켓은 이번이 아니면 언제 쓸지 모르니까 오전에 써 봅시다. 거리두기 관람으로 소독과 거리두고 줄 서기가 제법 빡셌구요, 8인 정원 케이블카에는 2~4명만 탈 수 있었습니다. 관광객은 평소보다 줄긴 했지만 그럭저럭 되는 정도.

...네...원래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겨야겠지만 해무만 열심히 구경하다 왔습니다. 중공업 뷰와 산만 실컷 봤네요.

그리고 잠깐 탄수화물이 떨어져서 깔딱요기로 케이블카 승강장에 입점한 충무김밥을 먹었습니다. 그냥 충무김밥 맛이죠.


충무김밥은 이상하게 온라인에서 가성비 논쟁이 많이 벌어지는 아이템인데요, 저는 대충 충무김밥 상한선을 수도권 밖에서는 6천원, 수도권 안에서는 7천원에서 자릅니다. 좋아하긴 하는데 아주 좋아하진 않아서 그 이상이 넘어가면 안 가요. 김밥보다 오히려 쌀과 석박지, 해물 등 원재료의 맛이 잘 드러나는 아이템이라 원가를 김밥만큼 후려칠수는 없다고 생각은 해요. 하긴 강남에서 9천원 넘어간다는 어이리스한 가격이나 석박지도 아니고 깍두기만 주고 꼴뚜기나 어묵은 안 주는 일부 서울 로칼라이징은 뭐하는 짓인가 싶긴 한데 그렇게 무식한 짓을 해도 통하는 게 또 서울 입맛이라;ㅁ;

동행의 의견에 따라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대략 15분 남짓 걸어서 전혁림 미술관으로 갔습니다.

전혁림 화백 특유의 색감과 질감을 살린 미술관 외부. 

미술관도 거리두기 관람 중이었고 내부는 촬영 금지라 눈으로만 잘 보았습니다. 전 화백님은 구순 넘어서까지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신 분인데요, 구순 넘은 시절에 노무현 대통령 요청에 따라 '통영항'이라는 겁나 큰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요렇게 생겼음. 원본은 청와대에 있고 축소 사본은 전혁림 미술관에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아주 띄엄띄엄 일반인 대상 전시회를 한다던데 나중에 실물을 보고 싶네요.

그리고 옆집, 독립서점 '봄날의 책방'에 가서 책구경 좀 했습니다.

저는 지역 여행갈때마다 지역 독립서점 구경가는 걸 즐기는데요, 여기는 동선 구성이 기존 집의 독특한 구조를 잘 살려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통영의 문화인 저변이 워낙 좋아서 통영 로컬 서적도 볼만했구요. 마침 윤이상 선생이 파리 유학 시절 아내에게 쓴 연애 편지를 엮어만든 책이 좋아보여서 살까 했는데 남의 부부 연애하는 거 봐서 뭐하나 싶어서(...) 그리고 외부자가 통영에 두 번 정착해서 사는 그림일기가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봄날의 책방에서 택시타고 통영 중앙시장까지는 대략 10분~15분 걸렸습니다. 중앙시장은 저렴하고 싱싱한 해산물들로 무척 정평이 높은데요, 지난 (1)편에서 말했듯이 다찌의 로망을 굳이 추구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횟감사서 초장집 가서 때려먹는 게 답일 성 싶습니다.

그리고 시장 내 찐 동네 사람들이 버글버글하는 집에 가서 성게비빔밥, 멍게비빔밥을 먹었습니다.

먹고 꿀빵 영업좀 당하다가(...) 항구 끼고 3~4분 걸어가면 바다와 시장이 제법 매력적으로 보이는 '바다봄' 카페에 갔습니다. 좁고 긴 4층 건물인데, 1층에서 커피 테이크아웃해서 3층에서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바다와 시장을 내려다보며 끄덕끄덕 졸았어요. 가만보자, 여기는 제가 4회까지 보다 손절한 jtbc 드라마 '검사외전' 촬영장소 중 하나네요. 김웅 전 검사 양반은 정치 잘 하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ㅎ

밤에는 뷰가 이렇다고 합니다(웹진 기사사진 대충 줏음)

그리고 적당히 시간돼서 터미널로 돌아가서 귀가. 날씨 제약과 시국 제약이 있었지만 나름 여유롭고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끝-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