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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공란인 이유는 HSK위원회 정책에 따라 5급 및 6급은 합격, 불합격 여부를 따로 표시하지 않습니다. 총점 180점 이상으로 표시되는 경우 합격이겠거니 하면 됩니다
아, 그리고 수험번호는 귀찮아서 중간에 블러처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별 일 없겠죠-이 흐릿한 보안 의식;)

카테고리간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License collector' 카테고리 글이 다른 카테에 비해 현격하게 적음을 마음 아파하고 있던 저는 시험에 또 하나 응시하기로 하였습니다. HSK 5급이라는 건데...
-중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중국어 능력 평가를 위해 응시하는 시험입니다.
-급수는 1급(가장 기초)에서 6급(최고 난이도)까지 있으며, 총점 180점이 넘으면 합격 처리됩니다
-제가 응시하는 5급은 중고급 정도의 난이도로 중국 유학이나 삼성그룹 취업 등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물론 점수 인플레 현상으로 실제 써먹으려면 6급 고득점이 피튀기는 현장입니다)
-최소 이수 시간은 400시간, 최소 공부 단어는 2500단어입니다
-듣기 45문제 30분, 독해 45문제 45분, 쓰기 10문제 40분으로 총 2시간, 300점 만점입니다.

저는 2014년부터 심심파적 및 효도용으로 중국어를 공부해서 당해에 회사 교육비 증빙으로 3급을 딴 적이 있고, 그 후 2017년에 4급을 취득했습니다. 그 후 이러저러하게 몸이 아프고 하여 중국어를 아주 오래 놓았더니 유효기간(2년)은 만료된지 오래고 어디 낼 데도 없어서 만료된 건 괜찮은데 너무 청해나 독해력이 떨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시험 접수를 하면 공부를 하겠거니 하고 2021년 1월에 시험대행기관 중 하나인 탕차이니즈에 접수를 했습니다. 문제는...
시험 취소가 너무 쉽더라구요... 저는 CFA처럼 탐욕스런 양키집단이 응시료를 한번 물면 놓지 않고 취소 따위 절대 받아주지 않는 곳만 보다가 한반처럼 취소가 쉬운 곳을 보니 감격해서 취소권을 아프고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애용하여 2월->3월->4월->5월로 미뤘습니다. 3월 중순쯤 되니 몸도 좀 괜찮아지고, 스스로가 좀 한심해지더라구요. 그래서 5월 15일에는 시험을 치기로 마음먹고 시험 교재를 샀습니다. 교재는,
단어: 중단기 新HSK 5급 단어장
수험서: HSK 5급 한권으로 끝내기
아는 분들만 아시겠지만, 둘 다 이 업계 1타강사 남미숙쌤의 저서입니다. 저는 이 분 강의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유튜브에서 '꿈과 사랑과 희망을 드리는' 동영상으로 내적 친밀감을 매우 쌓고 있었습니다. 일단 단어를 알아야 기초가 될 것 같아서 단어책을 20일간 떼고, 수험서를 책에 포함된 40일 스케줄표에 따라 나갔습니다. 물론 저는 백수라 시간은 많지만, 심각한 부정적 변수도 있죠. 건강.

몸이 좀 나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하루 공부하면 하루 드러눕고는 그나마 낫고, 이틀사흘 드러눕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그래서 시간 나고 의욕있는 날에 이틀치 진도 한꺼번에 나갔습니다. 어차피 자기 만족을 위해 하는 시험이라 가급적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로 했어요.
좀 지루해질 때쯤 시험요령이나 기출문제풀이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감상했습니다. 주요 루트는,
https://www.youtube.com/watch?v=PCF-VIfAq0w&t=42s

https://www.youtube.com/watch?v=kwIrDl_VVTo&t=3600s

https://www.youtube.com/watch?v=8_ywKRxM6rA

그리고 쓰기 중 가장 귀찮고 하기 싫은 80자 단문은 성룡쌤의 템플릿을 외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nL2z0b4wv4&t=1054s

직장/업무/건강/환경 등 다양한 상황에 응용할 수 있는 예문을 제공하시는데, 다른 상황에 유연하게 적용하는 법도 설명해셔서 응용하기 매우 좋습니다. 독학으로 제가 5급을 날로 먹을 수 있었던 건 이분들의 유튜브 강의 덕분입니다. 매우 감사드립니다.

아참, 차이니즈 탕에서 접수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 베이스로 모의고사를 여러번 응시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20/21/22회차를 역순으로 풀어보았습니다. 특히 듣기가 실제보다 꽤 어렵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장점으로는 듣기에 바짝 귀를 기울이고 어려운 문제 포기하고 바로 뒷문제로 넘어가는 테크닉을 익혔고, 단점으로는 점수가 안 나와서 의욕이 없어집니다-_-; 하지만 1~19회차 모의고사는 실제보다 지나치게 쉬우므로 응시할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나 좀 의문이 있습니다.

시험일이 다가오고 CFA LEVEL3에서 그러하였듯이 시험 전에도 또 난관이 있었습니다. 10개월 가량 술을 끊고 있었는데, 시험 이틀 전 밤에 모종의 일이 생겨서 퍼마셨거든요. 당연히 그 다음날-시험 전날-은 하루 종일 술병이 나서 드러누웠으며, 그 다음날인 시험 당일도 컨디션이 매우 나빴습니다. 토익 응시료 정도만 되어도 포기하려고 했는데 HSK IBT 응시료는 9만 5천원입니다. 소고기 사먹을 돈을 날리는 것도 소고기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그래서 집 바로 앞에 있는 응시센터에 가서 시험을 봤는데요...

듣기-속도가 빠르고 난감하긴 했지만, 미리 답을 읽어놓기만 하면 답을 동어반복하거나 패러프레이징하는 수준이므로 가장 부담이 덜했습니다. 30분 동안 45개 문제가 빨리빨리 넘어가기 때문에 시험문제를 듣기 전에 빛의 속도로 예문과 답안을 훑어보고, 시험문제를 들으면서 바로 답안을 찍고, 멘붕할 시간 없이 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가서 또 다음 문제의 답안을 보는 스킬만 있으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라고 하기엔 이 섹션도 아주 고득점은 아니죠? ㅎㅎ;;)
독해-이번 시험 최대의 빌런. 세 섹션이 모두 최악이었습니다. 2500 필수 단어 말고도 6급 단어가 내려와서 시험 지문이나 문제로 많이 출제되고, 심지어 6급 단어도 아닌 것도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전 6급 단어인지도 잘 모르는데 시험 밖인지 알 리가 있나 ;ㅁ; 거기다 차이니즈 탕 모의시험은 시험과 지문이 분리되어 있어 가독성이 훨씬 좋은데, 실제 시험은 지문의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질문 세트가 있어서 가독성이 영 좋지 않습니다. 지문 길이도 너무 길구요.
쓰기-단어를 문장으로 배열하는 건 평이한 수준이라 패스. 그리고 80단어 작문 (2) (그림보고 작문하기)에서 울고 있는 친구를 위로해주는 지극히 날로 먹는 장면이 나와서 쾌재를 부르며 성룡쌤의 '위로' 작문 외운 걸 거의 그대로 써먹었...다고 하기엔 '그녀는 나를 위로해주었다'라는 필수 구문을 빼먹었더라구요 ;ㅁ; 작문 (1)은 모르는 단어가 두 개나 있어서 개발새발 성의껏 75자까지 채워주었습니다.

시험전 자신감: 독해>>쓰기>>>>듣기
시험 체감 난이도: 독해>>>>쓰기>>듣기
시험 점수: 듣기>>>쓰기>독해
시험총점은 대충 합격자 중에서 중간쯤 한 것 같구요, 고득점은 아니지만 만족합니다. 전 이제 삼성그룹 중국어 가산점과 중국유학 장학금도 신청할 수 있다능;ㅁ;
이제 붙었으니 당분간 중국어는 냅두고 영어를 조금 파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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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재작년에 CFA 3차에 합격하고 합격기를 블로그에 남겼습니다.

kiel97.tistory.com/entry/CFA-level-3-%EC%B5%9C%EC%A2%85%ED%95%A9%EA%B2%A9%EA%B8%B0-%EC%96%B4%EC%9A%B0-%EB%82%B4%EA%B0%80-%EC%83%9D%EA%B0%81%ED%95%B4%EB%8F%84-%EC%AB%8C-%EA%B7%B8%EB%9E%98?category=761280

 

CFA level 3 최종합격기-어우 내가 생각해도 쫌 그래

기억을 더듬어보면 CFA시험과 제 악연은 2009년,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8년에 AICPA를 따고(여기 좀 어폐가 있는게 전 지금 이 상태에서 캘리포니아주로 개업 못합니다. AI실무 경력이 없

kiel97.tistory.com

제목이 저따위인 것은 갱상도 방언으로 '디비쪼다'의 요건에 딱 맞는 합격기의 서사였기 때문입니다. 굳이 자격증이 필요한 재직기간도 아니고 언제 다시 재취업을 할지도 모르는 퇴직 이후에 악화된 건강과으로  CFA 3차를 공부했고, 공부하러 가서 전날에 누군가와 너죽고 나살자는 기분으로 일산 을밀대에서 맛없는 수육과 함께 두시까지 소주를 퍼마시고, 그 다음날 시험장에 지각하고, 자포자기해서 개발새발 썼더니 그게 의외로 잘 봐줘서 붙었더라...누가 봐도 '상황에 맞을 때 일을 하지 않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일을 벌이다'라는 '디비쪼다'에 맞는 병맛 수기입니다. 제가 저 수기에서 잘한 것은 제가 합격자 윤리를 어기지 않고 시험의 주요 내용이나 절차를 요령껏 피해가서 쓴 것 밖에 없습니다.

 

근데 그걸 또 검색해서 읽으시더라구요... 지금 통산으로 봐서는 '부산 힐튼호텔 숙박기' 다음으로 많이 읽으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A/S차원으로 합격 후 차터를 받아내기까지 절차를 간략히 써 볼까 합니다.

 

그 전에 말씀드릴게요...(읽기 싫으면 중간으로 가십시오) CFA LEVEL 1이나 LEVEL 2를 해서 기쁘신 분들, 그저 그 기쁜 마음을 간직하고 시험은 안 쳐도 되지 않을까요? 제가 CFA를 공부하면서 국내 관련 카페는 리젠도 드물고 등업도 힘들어서 미국 레딧의 CFA 쓰레드를 종종 갔었는데요, 거기 가면 'CFA WIDOW'라는 업계 블랙 유머가 나옵니다. CFA 과부. 남편이 CFA 시험에 레벨 1-2-3까지 매달려서 아름다운 봄이 제일 쪼달리는 시기라 외로운 마음으로 가사와 육아를 하는 아내를 일컫는 말이죠. 아 물론 요즘 CFA 홀애비도 있긴 할겁니다만 시험 성비를 볼 때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shannonstahle.wordpress.com/2015/05/03/im-a-cfa-widow/

 

I’m a CFA widow

***As I write this I want to give explanations of some things because it’ll make more sense for anyone reading. Sorry if it becomes a bit booo-ring. Loren has been taking a series of 3 tests …

shannonstahle.wordpress.com

CFA_WIDOW의_긍정적_수기.

 

언제나 이렇게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아마 1차 정도는, 그리고 어쩌면 2차까지는 결혼 전에 성공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CFA LEVEL 3은 한끗차이로 떨어져서 몇년이 걸릴 수도 있고 직장에서는 연차가 약간 올라가서 자원으로 여기저기 투입되고, 결혼을 해서 아이도 하나 둘 있을 연차입니다. 그 때 가정의 달 봄에 아내가 모든 것을 감당하면 당연히 원망이 쌓일 수 있죠. 여기서 두 가지를 생각해 봅시다.

 

1. 아내가 CFA라는 시험을 쳐서 남편이 매우 바쁘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그 시험을 이해할 수 있는가?

2. CFA를 쳐서 차터홀더가 되었을 때, 나와 가족의 삶은 그 전보다 아내의 수고까지 보람찰 만큼 업그레이드될 것인가?

 

2는 각자의 직장 사정에 따라 다르니 각자 판단하시기 바라고(그러나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상사와 술자리를 상반기에 자주 갖는 게 출세에 더 나을지도;) 1은 단언할 수 있습니다. 금융에서도 자산운용-투자업계를 빼면 CFA를 단번에 알아듣는 사람은 드물며, 그게 뭐길래 희생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사람도 드뭅니다. 물론 아름다운 부부 사이에서는 잘 몰라도 남편의 뜻을 알아주고 희생하는 배우자가 있지요. 제 이전이전 직장 동료 중에서는 '남편이 주말에 업계 공부를 집에서 하면 전념하라고 아기를 들쳐업고 하루종일 길바닥을 헤매다 오는 자기 친구 아내' 얘기를 미담이랍시고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장가를 못 갔...(역시나 이런 악담은 저처럼 결혼을 못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얘깁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들인 LEVEL 1, 2, 어쩌면 예전 3까지의 고생은 그저 매몰비용으로 여기고 지혜로운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지는 붙어놓고 뭔 소리야' 하신다면 저는 과부로 만들 아내가 없짜나여... 아파서 쉬느라 딱히 할 일도 없었구여...

 

그래서 19년 가을에 기쁜 합격 소식을 받게 된 저는 가을에 뜻밖의 취업을 하게 되어 3월까지 열심히 일하고, 약간 한가해진 4월 말부터 뒤늦은 인증 절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 자신의 자산 운용 및 인접 업계 경력이 4년 이상인지 미만인지 먼저 따져봅시다. 업계가 어디까지인지 헷갈린다면 ethics 및 협회 홈페이지를 다시 읽어보시구요, 4년 미만이면 4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증 절차를 시작하면 됩니다.

 

보자... 4년 넘었다 치고, 인증은 CFA 협회에서 나온 인증 관련 메일의 링크로 들어가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됩니다.

http://www.cfainstitute.org/membership 

 

Membership

Become a CFA member with CFA Institute. Receive a CFA membership to connect with charterholders and engage with online resources.

www.cfainstitute.org

 

여기서 네 가지 절차를 하면 됩니다.

1. CFA 관련 업계 경력 기술

2. CFA 차터홀더 또는 상사의 추천서

3. CFA 윤리강령 진술

4. 협회 1년 회비 납부(국제협회+한국협회 다요). 역시 마지막은 돈입니다 네...

 

3은 여러분이 시험 치기 전에 했던 사기친적 있는가 등등 이런저런 진술의 확장판이라서 매우 쉽고, 4번은 국제 신용카드만 있으면 됩니다. 따라서 1과 2가 좀 문제인데, 자신의 지금까지 근무 경력 중 CFA 업계에서 받아들일만 하게+진실되게 진술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저는 진실되지 않게 과장 허위로 기술하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업무 경력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제가 입사하자마자 했던 회계팀의 3년 반 경력 중 지분법이나 연결, 파생상품 회계는 회계사 수습을 떼고 등록하기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경력이었습니다만 CFA 업계에서는 단순 회계이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정말 쪼렙때 했던 CEO 대상 한 페이지 그룹 재무-손익 분석보고서가 더 쓸모있는 경력이죠. 그리고 그 회사에서 제 마지막 경력이던 급여기획 말인데요... PAYROLL 설계 따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 3억불 넘는 퇴직연기금을 운용한 경력은 매우매우 도움이 되더군요.

 

역시나 하면서 뭐 이런 게 도움이 되겠나...하던 건 언젠가는 쓸모가 있더군요. corporate finance 포함해서요...

 

여기까지 하고 다듬는 건 의외로 쉽습니다. 영어 경력기술서보다 훨씬 쉬워요. 그리고 이것만 해 놓으면 2. 보증인(차터홀더 2인 또는 상사+차터홀더 1인)의 보증서 받는 건 그냥 사람만 구하면 됩니다. 대개 사람은 유유상종이라서 CFA 공부하는 인간들 옆에는 이미 붙은 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구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혹 없다면 다니시던 학원에 얘기하시면 됩니다. 사실 차터홀더들도 '내가 얘를 아는데 얘 경력진술서 진짜임' 정도의 영어 진술 정도예요.

그래서 4월 말에 시작된 저의 인증 절차는 2달 가까이 되어서...

이런 크고 아름다운 차터를 국제 우편으로 받고 끝났습니다. 생각보다 큽니다. 사무실에 붙여놓거나 방에 붙여놓도록 합시다. 저는 그냥 동봉한 지관통에 넣어놨습니다.(여담입니다만 국제우편 송장에 우편물의 가치를 1불이라고 적어놔서 빈정상했습니다-_-)

 

혹시라도 유익하셨다면 다행입니다. 그럼 이만 여러분의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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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 시국이 끝나고 알바가 끝나면 할 일 어쩌고에서 0번으로 써놨던 CFA 인증 건은 약간의 영문 문서 작업, 두 명의 차터홀더 협조, 그리고 비자 카드ㅋ가 힘을 써서 다 끝났습니다. 이제 차터 실물이 오면 어디 창고에 잘 접어두면 될 듯합니다. 어차피 이 지역에서는 "그게 뭐꼬?"인 물건이라 명함에도 못 쓰겠네요 ㅋ

그리고 AICPA는 하도 딴지 오래돼서 이게 경력인정이 어떻게 될지 슬슬 시동 거는 중입니다. 어차피 본사의 양반들 협조가 필요한 일이라 장기로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무리할 필요는 없죠.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리고 제 개인적인 증여 건 때문에 세무사 면허를 오래간만에 써볼까 싶어서 먼지나 좀 털어볼까 싶었습니다. 아참 작년에 회계사 라이센스 휴업에서 개업으로 바꾸면서 바빠서 세무사 쪽은 개업으로 등록을 안 했지 참 하고 회계사회부터 문의를 좀 해봤어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고래 싸움에 등 터졌습니다 ㅋㅋㅋ

천만 영화 변호인을 기억해 봅시다...

왜 주연이자 변호인 양반인 송강호가 옆면이고, 피변호인인 임시완이 정면으로 나오냐면...이쁘잖아요 ;ㅁ;

사실 송우석(...이라고 하지만 누구나 노무현으로 알고 있는 그분;) 변호사가 활동할 시절인 80년대는 변호사가 절대적으로 귀하던 시절이라 사법고시 합격하면 법무사(당시에는 사법서사라고 했지요)나 세무사 등등 웬갖 면허가 자동부여되었지만 굳이 그 영역까지 손댈 이유가 없었지요. 본업 하기만 해도 바빴거든요. 그리고..이런 말을 하기 좀 그렇지만 당시에 그쪽 전공하시던 분이 좀 이재나 실무 행정서류에 약해요; 그런데 당시에 그 변호사님께서는 어른의 사정으로 이런 저런 돈 되는 일을 다 하셔야 할 상황인데 상고 출신이라 회계와 세무에 강했거든요? 그래서 세무자문/대리업무, 법무 업무까지 다 손을 대서 고유자격사들의 자자한 원성을 듣습니다.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158718&kind=AE

이렇게 세무사들과 공인회계사들, 그리고 변호사들은 세무 영역에서 '명분'과 '실질'면에서 중첩되어 있습니다. 세무사들의 숙원사업은 변호사, 그리고 공인회계사들이 시험에 합격할 때 세무사 자격이 자동부여되는 걸 없애고, 세무 업무를 못 하게 하는 거였습니다. 이게 좀 미묘한 건데,

세무사 자동부여-사업장 간판 및 명함에 세무사를 자칭할 수 있습니다
등록-세무업무의 본진인 세무대리업무를 하기 위한 요건입니다.

일단 공인회계사의 경우 2012년부터 세무사 자동부여가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등록한 회계사에 한하여 공인회계사 라이센스로 세무자문/세무대리를 포함한 각종 세무업무를 다 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의 경우 세무사 자동부여는 유지하지만, 등록에서 세무대리 등 일부 세무업무에는 제한이 있도록 2003년부터 법을 손봤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변호사들이 2018년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냈어요. 그래서 2019년 중에 법 보완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변호사에게 어디부터 어디까지 세무업무를 다시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서 매우 격렬한 이론이 있었습니다. 논란의 본진은 세무 대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기재부 안, 무슨 의원 안 이렇게 여러가지 안이 계류되다가 폐기되다가 멱살잡다가 2020년이 되었습니다. 문제는요, 근거법률이 헌법불합치가 되어버리니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모두 다 세무업무 관련하여 관련법에 의하여 등록을 못하게 된 겁니다 ㅋㅋㅋㅋ 거기다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식물국회가 되어버리고, 총선과 추경예산과 기타 싸움박질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되면서 더욱 더 등록은 요원하게 되었으며 21기 국회로 넘어가서야 새로 안을 상정해서 법이 통과된 다음에야 제 등록은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ㅋㅋㅋㅋ 빠르면 여름?

아, 저는 nn년전 합격자라 이미 합격하고 세무사를 자동부여 받았습니다. 일단 명함에도 그렇게 써놨구요. 하지만 등록을 못한 이상 저는 당분간 세무대리 업무는 글렀네여 ㅋㅋㅋ(솔직히 이 알바처 안에서야 "이 몸은 법의 보호를 받아서 그 일은 하지 못한다!!!"하고 싶 ㅋㅋ) 하지만 세상 나가서야 뭐라도 바로 써먹을 게 있는 게 좋으니 여름 내내 주시할 일입니다. 변호사 유리하게 돌아갈 거 같긴 하네요. 하지만 세무사회 파워도 있는데다 늘 으릉대던 회계사회가 이번에는 비슷한 편이라 ㅋㅋㅋ

코로나와 변호사들은 제게 생각지 않았던 변수네요, 거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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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어보면 CFA시험과 제 악연은 2009년,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8년에 AICPA를 따고(여기 좀 어폐가 있는게 전 지금 이 상태에서 캘리포니아주로 개업 못합니다. AI실무 경력이 없거든요. 한국회계사 실무 경력은 인정 안 해주고;) one more 병에 걸려버렸습니다. 뭔가 한 김에 3종 세트 연성하면 좋을 것도 같고; CFA가 이름이 좀 그럴싸해보이길래 08년 겨울에 덜컥 level 1에 사전 등록했습니다. 아마 술김이었을 거예요. 전 술김에 시험 등록 잘 하거든요(...)

다만 2009년에 저는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1주에 100시간 일하는 야근봇이 되어있었고;;; 그나마 level 1 과목이 회계와 재무분석이 근 40퍼센트를 차지하고, 파생상품이나 기타 금융상품론도 무난하고 결정적으로...

...100퍼센트 객관식입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그 객관식요. 그래서 붙긴 했어요.

그리고 2010년과 2011년도 뭔가 또 이상한 데 파견가서 일하느라 바빴고, 2012년에는 마침 시간도 나길래 level 2 패스. 어떤 의미에선 level 2가 3보다 난이도가 더 높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전 2가 더 나은 거 같습니다. 2는 item set(어..스토리를 가진 객관식 뭉텅이라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독해량이 엄청 늘어나죠) 그래도 객관식인 게 어디예요.

2013년에는 여전히 시간은 있었는데요, 미국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사고 대응하느라 보험 영어가 늘었구요,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디즈니랜드가 있는 그 곳입니다)에서 처음으로 친 level 3 시험은 떨어졌습니다. 나중에 날아온 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떨어진 애들 중에서는 상위 10프로 내, 그러니까 당시 말로 하자면 쩌리짱;이었다고 합니다. 뭐 떨어진 건 떨어진 거죠...

그 후에 두 번 부서를 옮기며 신기할 정도로 평행이론을 달리는 상사들과 악연으로 얽히고 퇴사도 하고, 놀다가 맨날 술먹다가,

...술버릇이 또 도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미국 cfa협회에 카드로 650불인가 결제한 문자가 보이더군요. 참고로 미국 애들은 시험 수수료에 환장한 애들이라 환불/취소는 없습니다.

망했다... 650불이면 어디 가까운 외국에 놀러갈 돈인데 뭐 이런 데다...

일단 현실을 부정하면서 놀다가 시험 넉달 전인 2월 하순부터 커리큘럼 북을 아이패드에서 다운받았습니다. 시험 공식 교재인 커리큘럼북은 굉장히 빽빽한 폰트에 3천페이지 육박하는 거 같습니다. 솔직히 양에 질려서 페이지 세어본 적도 없어요. 대신에 슈웨이저 북이라고 이걸 또 대충 1500-1800페이지 내로 좀 널널하게 구입한 걸 사서 봤습니다. 커리큘럼 북의 그해 업데이트된 내용을 제외하자면, 슈웨이저 요약본을 보는 게 훨씬 낫습니다. 일단 영어가 굉장히 심플해서 ESL인 사람들한테 가독성이 훨씬 나아요. 커리북은 영어가 너무 현학적이라 좀 재수없;;;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이 시험은 2차가 더 낳;냐 3차가 더 어렵냐 가지고 병림픽이 가끔 있습니다...만, 한국인들에게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전세계 3차 합격률이 50프로 내외인데, 한국은 20프로선이란 비공식 통계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오전 에세이 시간
-한국 금융가의 쥐어짜는 근무 환경

...정도가 3차 통곡의 벽의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예전에는 3차는 영문 에세이가 100프로였다고 하는데, 오전 3시간, 비중이 50프로로 떨어진 지금도 만만찮습니다. 오전에 배점이 총 180점인데 이게 과목으로 쪼개서 11-12개의 대문제예요. 이게 또 대문제 안에서 다시 잘게 쪼개서 환경분석이 근 1페이지의 장광설로 펼쳐집니다. 공통 배경 내에서 2-4점 배점의 소문제로 쪼개지고 한 소문제가 뭔 애널리스트의 개소리;를 영어로 읽고 찬반 결정하고 논박하고 계산을 영어로 해야 하는 문제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면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저는 대학교까지 딱히 영어 에세이를 쓰는 세대가 아니어서(절므니들은 좀 더 능숙하더군요) 에세이가 좀 짜증났습니다. 이패스코리아의 합격자 무료 강의를 줏어들으니 10년치 에세이 기출을 반복해서 풀라고 하더라구요. 단, 공개 모범 답안은 너무 기니까 줄여서 쓸 수 있도록.

딱히 뭐 다른 자료도 없으니까 2018년부터 역순으로 풀었습니다. 대략 7-8년치 한번씩 푼 거 같네요. 08-10년은 시간도 없고, 예전이라 큰 의미 없어서 안 봤습니다.

공교롭게도 책을 잡은 2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가 제 건강의 암흑기였습니다. 불면증에 종양까지 아주 화려하게 도져서 의자에 앉아있기도 힘들었거든요. 하루에 몇 시간 누워서 책 좀 읽다가, 던져 놓다가, 병원 갔다가 이건 뭐 공부하는 시체의 삶;;;

그래도 회사 다닐 시절보다는 시간 확보가 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 시험에 3차까지 올라온 양반들이면 시험 특성상 학생은 안 되고 업계 경력자들인데, 시험 끝물인 2분기에 신나게 쥐어짜이거든요. 만국 공통으로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혹사당하긴 합니다만, 한국은 여러 모로 좀 심하죠. 근데 3차는 얘기했다시피 순발력있는 암기가 아니라 에세이 등등 해서 펜대 잡는 시간이 필요한데, 한국형 금융기관에서는 5-6월은 망했어요;

과목별로 방법론 얘기하는 건 의미도 없으니 패스. 근데 마지막 판이다 보니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각각 테마가 어떤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지 큰 그림 보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디테일을 안 보는 것도 아닌게, 설마 이것까지 나오겠냐고 생각해서 막판에 머리에서 튀어나간 모 테마 세무 문제가 꽤 높은 배점의 계산으로 나왔고, 회계사가 세무 공식이 기억 안 난다고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다가 멘탈이 거지가 되고 아 고통스러워;;;

계획표 세우는 건 중요한데요, 어차피 못 지킵니다. 저도 맨날 아파서 굴러다니느라 처음 계획의 반도 못 한 듯 해요. 거기에 실망하지 말고 그냥 뭐라도 계속 하는 게 좋습니다.

시간은 흘러흘러 6월 15일 시험 당일에 근접했고, 시험 장소 킨텍스에 근접한 숙소(이 숙소는 따로 할 말이 좀 있습니다)를 예약하고 상경했습니다. 어찌나 성의없는지 전날에 상경해서야 아 수험표가 있었지; 하고 어찌저찌해서 인쇄했고...

전날에 누군가와 만나서 을밀대 일산점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타당한 사유가 점점 생겨나서; 술을 엄청나게 마셔대다가...

핸드폰 로그를 보니 밤 두시에 숙소에 들어갔었던 거 같더군요; 뭐 기억도 잘 안 나기는 하는데 을밀대 일산점은 을밀대 전 지점이 그러하듯이 친절하지도 않으며, 지점 종특으로 수육이 양이 적고 맛이 없어서 안주로 쓸모가 없습니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킨텍스로 갔는데, 역시나 성의가 없어서222 장소도 체크를 제대로 안 했었는데 09년과 12년 가락대로 1전시장에 갔더니 무슨 국제 박람회를 하고 있고, 시험장은 2전시장입니다.

킨텍스 1전시장과 2전시장을 왕복하기 제일 좋은 방법은 도보가 아니라 골프 카트 같습니다; 진짜 멀어요... 그 먼 길을 헤치고 2전시장에 갔더니 이미 시험 입장 시한(시험 시작 30분전)이 경과되어 밖에서 대기하라더군요. 커피 한잔 마시며 정신차리고 대기하다가 안내와 신원 확인 후 들어가서 앉으니 이미 시험 시작한지 20분이 지나가 있었습니다.

...이왕 이 시험을 결제한 것도 병신이고 치러 온 것도 병신이고 전날에 술 먹고 진상부리다 늦은 것도 병신이니 근성있는 병신이 되자 싶어서 끝까지 앉아서 풀었습니다. 어차피 오래 쓸 시간도 기력도 없어서 한 문제별로 핵심단어 중심 1-3문장씩 썼구요, 계산문제에선 공식도 빼먹을 때가 많았고 notation도 다 생략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문제의 세무 6점 빼고 다 채웠네요.

기빨리는 오전 세 시간이 지나갔고, 점심시간입니다. 회사 옛 후배를 만나 아직도 이런 거 보냐고 서로 갈구다가, 밥도 먹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여담인데, CFA는 문과에서 보기 드문 남초, 그것도 아재 시험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옆머리도 희끗희끗하고 가끔 윗머리도 훤하니 비고...물론 그들에게도 긴 머리 풀어헤치고 트로피컬 무늬의 블라우스에 핫 팬츠를 입은 중년 여자가 이상해 보였던 거 같습니다(..)

Item set(세트형 확장 객관식) 60문제였던 오후는 좀 더 이상했습니다. 물론 오전에도 에세이로는 안 나왔던 게 대문제로 나와서 당황시키긴 했는데, 오후는 파격이 더 심했습니다. 보통은 6문제가 한 세트로 해서 나오는데 그 공식이 다 깨지더라구요. 아니 풀면 그만 아닌가 하지만 구성의 흐름이 다 깨지고 촘촘하게 재구성해버립니다. 계산문제는 한번두번 다 꼬아놓고. 덕분에 숙취 김에 대충 계산했던 걸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함정이 곳곳에 있어서 다섯문제인가 답을 고쳤습니다. 한국인이 믿을 게 오후 세션이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아닌 거 같아요. 한국 중국 응시자가 많아져서 응시 시간대도 바꿔버리더니 패턴도 동양인들이 오래오래 프로그램 안에 머물게...;;;

그렇게 채워넣다 보니 오후 세 시간도 다 지나갔고, 시험이 끝났습니다. 마침 시험장 내에 쓰레기통이 있길래 슈웨이져책을 다 버리고 왔습니다. 무거웠거든요.

...실직자 주제에 팔아서 생계에 보탤 생각은 안 하고, 아직 정신을 덜 차렸어요;

고향 내려와서 두달쯤 놀다가 8월 20일에 문제의 미국 협회에서 메일을 받았습니다. 축하한댑니다. 합격자 대략 중간쯤 한 모양입니다. 에세이도 객관식도 대략 중간입니다.

사실 이 후기를 쓰게 된 것도 에세이 결과에 저도 좀 놀라서요; 알고 보면 채점관들 취향이 개발새발...아니 bold한 거였나봐요.

시험은 붙었고 솔직히 기분은 좋습니다. 제게 많은 것이 빠져나가고 결핍되고 있지만 아직 지력은 남아있다 싶어서요, 아직은요. 쓸모는 AICPA보다 없습니다. 어차피 제가 KICPA된 20대 중반부터 구 회사 안이든, 밖이든 한국 안에서 제 정체성은 한국 회계사거든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는 뭐라 설명할 길이 없어서 자랑할 길도 없고 ㅎ 어차피 건강 문제 때문에 당분간 이걸 구직에서 쓸 일도 요원할 거 같아요.

다만 머리에 재밌는 거 몇 개 집어넣기도 했고... 재능 낭비도 최고의 사치가 아닐까요 ㅋ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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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급여를 또 4주치 타먹기 위한 각종 꼼수의 일환으로 심리상담이란 걸 받으러 오늘 갔었습니다. 오늘은 지난주에 했던 애니어그램 검사를 해석하고 대응방안에 대해 심도깊게 상담사님과 얘기를 진행했었는데요, 저는 역시나 제 5유형 ‘사고형’으로 나왔습니다. 이 유형들은 외부 세계의 위협에 대해 잠재 불안이 다른 타입들보다 좀 강한 편입니다.

사람이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아 불안을 느낄 경우 기제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뛰어난 인맥, 즉 관계에 의존하고, 다른 사람은 권력을 획득해서 위험을 무찌르고 싶어합니다. 또 사랑에 목매고 잊고 사는 사람도 있고 섹스나 술 또는 마약, 혹은 이 세 개 다에 의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식에 의지해서 위기를 잊고 싶어하는 인간 유형이 있다고 해도 뭐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생각해 보면 겉에서 보기에 평안해 보이는 제 인생은 여러 가지 위기의 연속이었고, 저는 그것을 개인의 지식 획득으로 극복한 편입니다. 정도가 심해지면서 현재 위기가 심하지 않다 해도 미래가 불안하다 싶으면 또 뭔가 공부를 합니다. 뭐 딱히 쓸 데 없어도 괜찮아요. 멀쩡하고 훌륭해 보이는 거면 됩니다. 문제는 제 구 직장과 커리어는 연식이 오래될 수록 정치력과 인간관계>>>>>지식지능 이었고, 전 그럭저럭 인간관계는 괜찮았지만 그걸 생존을 위해 쓰긴 싫었는지라 시러시러하던 차에 저의 지식지능을 거지발싸개 취급하는 상사들을 연이어 4년간 모시면서...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다른 작은 라이센스 두 개를 11월에 하나, 12월에 하나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ㅋㅋㅋ

하나는 국가회계기본과정이구요, 다른 하나는 지방자치단체 예산회계 및 재무제표검토 기본과정입니다. 객체가 다르긴 하지만 스토리는 거의 같습니다.

기: 97년 외환위기 사태로 인한 IMF 구제금융 과정에서 IMF의 권고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즉 공공섹터에도 기존의 예산 위주 현금주의, 단식부기에서 발생주의, 복식부기(걍 근현대 기업회계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공무원들도 복식부기로 결산을 해서 행안부에 제출하고 지방의회에 검사도 받고 행안부랑 기재부는 그걸 다 이어붙혀서 국가단위 재무제표를 만들어서 몇천페이지 부록과 함께 국회 검사를 받습니다.

승: 그런데 공무원들 전공은 제각각이며 시험과목에는 회계가 없으며(세무직 필수과목에 세법이 없는 세상입니다) 공무원 사회에선 예산만 중요합니다. 그래서 막내 한 명한테 한 구청/도청/부처의 회계결산을 맡깁니다. 어떻게 그렇게 하냐구요? IT부처를 갈아넣어서 중앙부처/지자체에 각각 쩔어주는 변환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각 실무 부서의 예산관리자가 예산 대지 입력만 잘 해 주면 그게 회계로 변환됩니다. 이제 5천억 연간 예산을 꾸리는 구청의 몇천페이지 결산서도 한 명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다른 업무와 병행하는 보조 업무이며, 2년 뒤엔 순환합니다;;) 시스템으로 해결되나 이 사람들은 해석 및 응용 능력이 없어서 검사자에게 대답을 못 하고 오류 수정도 어렵습니다.

전: 그럴 경우 써먹으라고 있는 사노비가 있습니다, 회계사. 역시 공공계약답게 싼 가격으로 후려쳐서 회계법인과 용역계약해서 회계사들이 재무제표도 손 봐주고 주석과 필수정보도 써 주고 그렇습니다만, 문제는 회계사와 공무원의 프로토콜이 다릅니다. 한쪽은 상법과 기업회계를 얘기할 때 다른 쪽은 국유재산법과 예산을 얘기합니다. 사실 기업가적 관점에서 볼 때 연말에 남는 예산을 보도블럭 파헤치는 데 쓰는 건 기절할 얘기지만 공무원들에게는 지극히 합당한 얘깁니다. 예산 불용은 중죄거든요.

결: 그래서 정부는 회계사협회에 요구해서 너네 애들이 우리한테 투입될 때 바로 써먹을 수 있게 정부 예산회계와 시스템(뭐 물어보면 자료 액세스할 수 있는 시스템 깔린 피씨를 통째로 넘겨준대요 ㄷ ㄷ) 제 법령들과 규정, 실무 오류들과 감사 포인트까지 다 가르쳐서 인증해줘라, 우린 인증받은 애들 있는 회계법인과 계약하겠다 이렇게 한 겁니다.

마침 저는 quasi-공노비 출신이라 공문서 작성과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법 등 각종 공공법에 비교적 익숙하며 인건비 예산 담당을 해 봐서 예산 편성 및 관리도 좀 알아요. 공공기관 결산도 해 봤구요. 제일 중요한 건...

아래아 한글을 잘 사용한다는 겁니다 ㅋㅋㅋ(의외로 이 프로그램은 사적 섹터에선 사용 안 합니다)

그래서 이 커리어를 연계시켜 low risk-low return 에 1년에 몇달 뛰는 알바 자리로 적당하겠다 싶어서 인증을 미리 따 둔 겁니다. 내년 상반기부터 할 생각은 없어요. 몇년 가는 인증이라고 하니 보험 삼아 따 둔 거죠.

교육 자체는 매우 흥미롭고 즐거웠습니다. 거기다 공익적이기까지 합니다. 반수 이상이 피벗도 못 돌리는 나랏님들을 도와 유익한 정보를 생산하는 지식산업 마름이라니, 유익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말구요. 돈은 적게나마 됩니다.

다음 라이센스는 1월에 있는 hsk 5급 시험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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