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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공연 평 쓰기 전 서설:

- 해오름극장 2층 북라운지에는 패왕별희 관련 주요 책 두 권이 있습니다. 왼쪽 핑크색 책은 전설적인 경극 배우 메이란팡의 친우이자 동료인 경극작가 제여산이 집필힌 패왕별희 대본집이고 오른쪽은 영화 패왕별희 팬북이예요. 영화는 경극 패왕별희의 두 주역에 대한 생애를 다룬 영화라 극중극으로 약간 관련이 있습니다. 왼쪽도 창극하고 스토리가 꽤 차이납니다. 창극은 경극을 토대로 창극화를 시키고 1부(오강의 노래, 홍문연, 전술과 전략을 세우다, 십면매복)의 거의 대부분의 내용과 한신, 맹인 노파, 어린 항우 캐릭터는 창극 오리지널입니다.

-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제여산의 패왕별희 대본집을 볼 가치가 있는 이유는, 경극의 역사와 이해 주요 남녀 배역 설정 초한전 배경 등이 나옵니다
정사에서는 항우의 전장마다 따라다니던 우희라는 애첩이 있었고 패왕 죽음 후 종적이 묘연하다는 얘기만 있는데 몇백년 지난 후세에 비극적인 사랑 얘기가 살이 붙기 시작합니다

- 근데 초반에는 이랬습니다
우희: 검을 주세요, 죽음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항우: ㅇㅇ(칼 줌)
우희: 으악 쥬금(자결)
...진짜 대륙인의 다이렉트함이란...이걸 항우가 필사적으로 말리고 쌍방 애절한 연애로 만든 게 제여산이 쓴 패왕별희라네요
...옛날 버전으로 봤으면 이게 뭐야 하고 승질냈을 듯

-아참 항우의 경극 분장에서
검은 안색-사납고 조급한 성격
처진 눈-박복함(눈 처진 자로서 슬픔)
얼굴의 일만 만자-단명하니 후세에는 오래 살라고 그려줌(...)
우희는 검무가 특기고 말을 탈 줄 아는 여성이라 일반 경극 여성 역할과는 다소 다른데 이게 복식에 반영되었대요

- X세대 소녀라면 다(글쎄요...) 그렇다시피 10대 때 장국영 주연의 패왕별희를 봤었는데 영어 제목이 'farewell, my concubine(내 첩이여, 영원히 안녕)'을 보고 미묘했지요 요즘 치면 원앤온리 궁중로맨스인데 후궁으로 들어앉히려는 황제공(어이..남주) 본 느낌이랄까 근데 좀 찾아보니 우희 또는 우미인이라고 불렸던 절세미녀가 항우의 전장을 계속 따라다녔고 항우의 사후에 종적을 알 수 없었고, 항우에게 정처든 다른 여인이든 언급이 전혀 없는 건 사실이더라구요

- 그러니까 신분이 고귀한 게 공식이었던 항우에 비해 신분이 분분하긴 하나 미천한 건 확실했던 우희는 첩이나 시녀의 신분인 총희가 아니었을까 해요. 워낙 초한대전이 중요하고 반대쪽 유방이 여치와 결혼으로 정치적 결합을 다졌는데 항우가 정처가 있었으면 안 나왔을리가 없어요

- 물론 언제나 정처를 들이기 전에 첩이나 시첩을 먼저 들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긴 했죠. 하지만 고종의  첫사랑 이상궁처럼 왕이 사랑에 돌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항우는 애초에 그런 독재형 권력자였구요. 그래서 아마 우희는 원앤온리 첩이라는 묘한 지위가 아니었을까요

- 누가 더 못하고 덜했을까요 원앤온리 첩과 동귀어진한 항우였을까요 헌신한 정처를 몇번이나 적진에 던졌지만 결국 황후로 만들고 첩 척부인에게 총애를 줘서 황후를 괴물로 만든 유방일까요
...아 둘 다 별루야 근데 로맨스로 패왕별희가 유방여치보다 남는 이유를 알겠어요

- 우희가 신분이 낮아서 정처는 못 되었지만 항우의 원앤온리 애첩일 거라고 얘기했는데 창극에서는 여군사들이 '왕비마마'라고 부르고 경극 대본에선 우희의 오빠는 '귀비'(고위 후궁), 오히려 신하들은 황후라고 부릅니다 공식적인 황후가 없으면 최고위 후궁이 황후 대행을 하지요

- 항우가 정처가 없고 총애가 몰빵되니 우희가 존귀한 대접을 받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항우가 정략결혼 카드를 안 써먹은 게 이 커플의 명줄을 앞당긴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유방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여치를 생각하면 더욱 더)

1. 패왕별희 공연 단상

패왕별희 제1부 11월 14일 감상:
패왕님 목소리가 성우보다 멋짐
815님 겁나 간사한 유방 삼킨 연기
여치님 날 가져요(갖다 버릴 듯)
퍼시픽유 개갈굼당함 쫌 불쌍
온통 시꺼매서 다 안 보이지만 제일 길다랗고 얼굴 작고 팔다리 기이하게길고 춤선 아리따운 까마귀 찍으면 됨
한나라 말단 병사 김수인 으앙 쥬금

아참 우미인은 1부에 제대로 나오는 건 딱 한 부분입니다 우희로 여자 아이돌 십자들기씬 나왔는데 오른쪽 든 수인까마귀가 너무 커서 쫌 비대칭으로 들린 우미인 직관하니 현웃 터지려는 거 참음

 

패왕별희 제2부 11월 14일 감상
제6막 패왕별희가 클라이맥스고 역발산기개세 창 정말 멋졌음 
우희의 검무는 준수씨의 코어 차력쇼임
준수씨는 어떻게 저걸 다 추고 숨 하나 안 흐트러뜨리고 노래를 부르냐
우리 까마귀 오늘은 커튼콜에서 여치뒤에 디멘터처럼 조낸 불길한 눈빛으로 서 있었음(취향)



패왕별희 제1부 11월 15일 감상:
오글 덕인지 어제에 비해서 우리 까마귀의 얼굴과 기깔나는 춤사위도 잘 보이고 한나라 최약체 말단 군졸의 긴장한 표정과 으앙 혼자 쥬거써여도 잘 보임
그냥 사랑의 눈이 뜨인 건가...
이제 어둠에서 안 보이는 게 없다 밤 빗길 운전도 잘 할 거 같아(기분 탓임)

 

패왕별희 제2부 15일 감상:
6막 마지막에 김수인 이번에도 썩 잘 싸운 건 아니지만 안 죽음
어제 불길한 무표정은 촬영 컨셉인 걸로
김수인 패왕우희 커플팬임 커플인사할때마다 함박웃음짓고 뿌듯해함 
소매 꼭쥐고 박수 커엽
막 내려가고 퇴근 임박하니 두 손 흔들흔들 빠빠이하며 흐뭇해함

 

2. 패왕별희 공연 자체에 대한 잡설

- 저는 이 창극의 클라이막스는 패왕별희긴 하지만 서사 자체는 패왕우희가 아니라 영웅 항우의 극적인 몰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창극 제1부는 창극 오리지널이나 마찬가지인데
제1부는 초나라와 오나라의 지략과 정치, 대립에 주로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오리지널이다 보니 창 중심입니다. 여기서 경극적 요소는 패왕과 우희의 제스추어 정도임.
제 1막 오강의 노래: 항우는 왜 망했는가에 대한 오프닝
제 2막 홍문연: 항우의 잘못된 선택으로 몰락의 실마리가 됨
제 3막: 전술과 전략을 세우다: 유방이 한신과 여치의 계획으로 반전을 마련
제 4막: 십면매복: 항우의 대패

- 제2부는 전쟁의 비참함, 항우의 본격적인 몰락, 연애적 요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제 5막: 사면초가: 초나라 노래로 항우와 우희는 고립됩니다
제 6막: 우희의 자살로 패왕과 우희는 영원히 이별합니다
제 7막: 오추까지 잃은 패왕은 자살합니다   

- 경극에서는 항우가 계략에 속아 몰락하는 것부터 바로 보여줍니다. 창극이 롤러코스터처럼 제2막에 항우를 최고조로 띄워줬다가 그 다음부터 몰락을 경극보다 길게 보여주는 셈인데요, 호불호가 이 부분에서 갈릴 것 같습니다...만 제 취향이에요. 모든 것이 갖춰진 주인공이 한순간의 충동이나 유혹, 잘못된 선택으로 몰락하는 걸 좋아합니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데미지도 그래서 좋아하고 남들이 사이다라고 좋아하던 연희공략보다 계황후가 망하는 서사 여의전을 좋아함. 그래서 항우의 한순간 잘못된 선택에서 풀려나가는 기나긴 몰락도 제 취향.

- 70전 불패의 명장이던 항우는 유방을 풀어주고 한신을 경시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게.증폭되면서 몰락을 맞게 되죠 이 사람은 실패에 대한 면역력이 없어요

- 우희는 계속해서 강동으로 돌아가 천하 영웅들을 설득하고 후일을 도모하자고 설득하는데 항우는 전혀 호응이 없습니다 실패를 추스리고 남에게 숙이는 걸 못하는 거죠 실은 초한전에서 이겨서도 좋은 정치가가 되었을지는 의심스럽습니다 현대에 태어났으면 전쟁영웅이었지만 전쟁 후에 적응 못하고 PTSD에 시달리게 되었을지도

- 항우의 한번 실패로 인한 완전 꺾임이 패왕별희 원작하고 차이점인데, 우희는 항우가 후일을 도모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는 걸 알고 패왕이 살아있을 땐 걸림돌, 죽은 다음엔 팔려가는 신세를 피하고자 자신을 깔끔하게 정리해버린 거죠

- 우희의 자살은 항우에게 매우 큰 타격은 되었지만 죽음을 결심할 계기는 명마 오추의 죽음이었죠. 우희와 오추는 비슷한 의미라는 점이 7막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아 항우가 우희를 지극히 사랑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좀 일반적인 사랑과는 좀 결이 달라요.

- 유방의 여치는 원경왕후의 매운맛 버전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난세의 정치적 파트너로 그 이상을 들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집안 배경 지략 카리스마 상황 판단 용인술 뭐 하나 뺄 게 없지요 난세가 평정된 다음엔 권력을 나누지 못하니 유방이 버리다시피 함

- 우미인은 난세가 아닐 때 총희로서는 최고죠. 미모와 재주로 항우를 위무해 주고 지극한 사랑으로 감싸줍니다. 하지만 그녀의 출신은 미천하고 상황판단이나 지략은 없다시피합니다. 절세미인은 몰락 후 공신 다툼의 대상이 되죠

-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패자도 사랑합니다 왜 관우 오자서 항우 귀신을 한국 무당들이 신으로 모시고 그러겠음요;;; 아 맞다 오늘 도창...아니 맹인 노파가 살아서는 영웅 죽어서는 귀신의 으뜸이라 했던가요 우희도 기능;과 무관하게 서사로 사랑받습니다

- 아 맞아요, 맹인 노파와 어린 항우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저는 극 S라 함의 뭐 이런 데 약하긴 한데 시간 구조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서 비극은 되풀이된다는 걸 보여주는 듯도 합니다. 초나라의 구슬픈 백성들 노래도 그랬고 말이죠.

- 스토리 외 얘기를 하자면 패왕별희가 국립창극단이 구현할 수 있는 화려함의 극치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간 봤던 다른 극들이 각각 유니크함(특히 심청가)을 추구했던 게 이해가 감
우리(언제부터 우리) 패왕님 자수 화려하고 고급짐 우희는 맨날 흰 옷 입히고(뎨둉합니다 우희는 유령이나 환영으로 나올 때만 흰 옷이고 현실세계에서 입고 댕기는 빨간 옷 디게 이뻤음) 지는 싸울 때 무겁구로 주렁주렁...

- 딴 얘긴데 패별 6장의 우희 빨간 옷이 화양연화 장만옥 치파오(그 날씬한 장만옥이 숨도 못 쉬었다고 하죠, 어떤 옷은 아예 입힌 채로 꿰맸다고 하고)만큼이나 몸선에 가혹한 옷이더군요. 준수씌 안 그래도 늘씬한 사람이 더 빼느라 고생했겠어요

- 우희가 항우의 모든 전장을 따라다니면서 선녀같은 미모를 유지하려면 백조 물밑 발짓처럼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듯 
우희 성격상 전장에 시녀(호위 여군사 몇명만 있는 느낌)에 치장 휘감고 다니지 않을 거 같고 항우가 살뜰하게 챙기지 않고 혼자 새벽에 귀밑머리 그리고 다이슨으로 머리말고(...)

 

3. 커튼콜

14일의 커튼콜입니다. 이 날은 촬영이 있는 날이라 긍가 수인이는 매우 무표정했고 여후님 방향을 매우 불길하게 바라보는 게 찍혔습니다. 

무대 앞쪽으로 나와서 우아하게 절하는데 매우 멋졌습니다. 난 춤을 놓은 적이 없다고 백 번 말을 하는 것보다 극상의 기량으로 보여 주는 게 더욱 마음에 듭니다.

 

15일의 커튼콜입니다. 이 날따라 인형미 쩔음.

아니 근데 오늘 커튼콜에서 루떤까마귀가 눈을 스윽 내려뜨면서 우아하게 펄럭이며 절하고 다시 눈을 스윽 올려뜨며 날아들어가는데 심장이 덜컥하는 서늘한 느낌이

그의 최애커플(임이 분명한) 항우우희가 인사하자 환하게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퇴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신명나는 모습입니다

 

막공 후기를 보니 오늘 커튼콜에서 수인이 표정이 제일 환했나 보군요. 퇴근 좋아하는 건 여전하구나...

-담주에 춘천하고 대전에서 보아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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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창극 패왕별희 자둘 공연 시작은 오후 7시 반이었지만 아침 열한시 전에 도착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분의 직장인지라 덕후 투어를 하려구요.

해오름극장의 위용입니다. 밤이 되면 저기 전면에 23년~24년 레퍼토리 시즌 홍보 영상이 계속 뜹니다. 안돼...내 자리 없어...

최애가 매일 출근하는 연습실입니다. 전 추임새 클래스로 가 봤습니다.

최애의 연습실(그니까 사무실)

최애의 사물함

최애의 신발장

그 공기 습도 온도...(광기임)

국립극장은 최근에 관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해오름극장 2층에 공연예술관련 책을 볼 수 있는 북라운지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관련 해시태그를 SNS에 올리면 해오름극장 1층의 카페 할인도 되고 추첨해서 뭐 이것저것 준다고 합니다(자세한 내용은 1층 카페 안내 참조)

이쪽 서가와 오른쪽 서가는 분기별로 바뀌는 현재 공연 관련 책자. 지금은 패왕별희, 세종 관련 책자가 있습니다. 상시 구비 책자는 국악, 관현악, 오페라, 연극, 창극, 무용 등 공연예술 관련 땐실한 내용의 책이 많습니다. 천국같음.

왼쪽은 패왕별희 경극 대본, 오른쪽은 영화 패왕별희 팬북입니다.

흑요석 작가의 한복 그리는 법 책. 아름답고 내용이 알찹니다.

공연장 2층이 저 멀리 보입니다. 그리고 23~24 레퍼토리 안내 책자도 있군요. 내 표 없어...

공연 표나 특별한 등록이 없어도 언제든지 책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의자는 안락하고 콘센트도 많아요. 

그리고 열두시가 되어 배가 고파진 저는 달오름극장 반지하에 있는 달쉼터에 가서 셀프 라면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수인이가 추임새 클래스 마칠 때쯤 '라면도 있어요오~'하고 잔망을 떨었던 그 곳.

요렇게 생겼습니다. 키오스크에서 셀프계산하고 먹으면 됩니다. 컵라면 이천원. 봉지라면 사천원.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수인이는 무슨 라면을 좋아할까요? 아마 가장 대중적인 신라면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전 갱상도의 딸이고 맵찔이니까 안성탕면을 먹겠습니다

면발 굵기에 따라 버튼을 지정한 후 조리를 누르면 물부터 조리까지 다 알아서 됩니다.

잘 끓고 있군요.

뇸뇸. 혼밥 난이도 레벨 하. 다들 각자 남 신경 안 쓰고 혼밥 또는 듀오 플레이합니다
오늘은 기럭지나 머리 묶은 걸로 봐서 국립무용단임이 분명한 분들이 라면을 끓이면서 연습의 고충을 토로...

 

다 먹었으니 달오름극장과 하늘극장 오른편에 있는 공연예술박물관으로 가 봅시다. 저의 버킷 리스트 최애 공연 영상을 보러. 

국립극장 공연 영상은 공연예술박물관 1층 오른편의 자료실 들어가 사물함에 짐 맡기고 헤드셋 대여해서 PC로 보면 됩니다. 별도 대여 절차나 신분증 필요없음 믿고 가는 세금의 맛. 아참, 국립극장 공연 영상 뿐 아니라 각종 국내외 유명 공연 DVD도 대형 티비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의 버킷 리스트 1번 리어 러닝타임 2시간 59분 25초 ㄷㄷㄷ
화질은 720p쯤 될 듯요. 화질에 비해 사운드는 상당히 좋습니다.

분명 개쌍놈인데...잘생겼어...죽을 때 오열하던 거니릴의 마음을 알 거 같애...

리어 후기는 내년 상반기쯤 몰아서 하겠습니다.

시간이 떠서 21년 버전 나무 물고기 달을 반쯤 보았습니다. 다음에 와서는 나머지 반과 김수인-김우정 버전 춘향전을 보면 되겠군요.

 

공연예술사랑단 동행이 와서 같이 해오름극장 L층 안내실 왼편에 있는 센트럴 윤잇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초록초록 무럭무럭.

식사를 하지 않고 커피만 하고 싶다면 시즌 호박 케이크+커피 두 잔(13,000원)이라는 좋은 선택지도 있습니다.

가격은 1인 기준. 근데 전채나 후식이 꽤 양이 많습니다. 1인 세트+1인 단품 추가해도 2명이 먹기에 좀 벅찹니다(동행이 양이 적음)

국립극장 패키지를 대비하여 지방에 사는 저는 공연 네 개를 보고, 서울에 사는 공연예술사랑단 동행은 공연 여섯개를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가로 밥을 선불로 받음. 팜 풰이보릿 셋 B+단품+하우스 화이트 와인 한 잔.

단품 그린 페스토 파스타. 페스토도 맛있었고 고급 하몽을 때려넣어줘서 좋았음.

연어 타르타르. 옆의 소스를 얹어서 빵 위에 올려서 먹으면 됩니다. 맛나욤.

펌킨 세이지 리조또. 보리와 이태리 쌀이 섞여서 속이 편안한 맛.

계절과일 크림치즈. 크림치즈와 그린 소스를 바삭바삭이와 곁들여먹으면 와인이 쭉쭉 넘어갑니다.

테이블간 간격도 매우 넓고 분위기도 좋은 데 비해 부담은 적어서 식사하기 좋습니다. 혹시 시간이 없는 분이라면 해오름 1층 카페의 샌드위치(6천원)은 여전히 있으니 바삐 드시고 들어가기에는 좋을 듯.

식사를 마치고 전 패별 자둘 공연보러 들어갔습니다. 후기는 따로 쓰겠습니다.

-알찬 덕후투어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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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쓰잘데기없는 정보이긴 한데 경기국악원(및 한국민속촌)에 가려면 용인신갈정류장이 용인고속버스터미널보다 훨씬 가깝습니다.
경기도 광역버스 카드가격 2800원...무서워요...

어디에나 존재하는 준수씨. 국악인 청년스타 양대 소(...라기엔 너무 이쁘지만) 고영열 김준수.

무대 굿굿. 영열이 피아노 병창이 왼쪽이라 왼블이 더 나았을 거 같기도 하지만 단차도 좋고 시야가 트여서 만족.

월하정인 전체 요약:
영여리 초반 더블브레스트수트 옷발 잘 받음 후반에는 회색 셔츠
실물 처음인데 피지컬 좋음
본인 취향의 팩트에 근거한 설득력 죽임 옥장판도 사겠음
서울발레시어터 협연 굿굿
영여리 요새 남미에서 저작권 들어온대요 추카요

월하정인 수인 요약:
쑥대머리 착장(셔츠 재질 다름)으로 쑥대머리 돈타령 진도아리랑 앵콜 뱃노래
쑥대머리 영여리 편곡
솔로 두곡하고 쏙 들어가는 망충미
오늘 유독 청순하고 이쁨 말은 청산유수
영여리랑 국5때 뮤지컬 놀부로 만나 17년째 인연

셋리스트는 이전 월하정인이랑 좀 다릅니다
풍년가-방아타령-꽃타령-밀양아리랑-사랑가-이별가-아리랑(서울발레시어터 협연)-이룰 수 없는-천명-쑥대머리/돈타령(김수인)-진도아리랑(with 김수인)-늴릴리리-둥게디어라-옐로라이트-뱃노래(앵콜, with 김수인)

제가 본 영열이 실물 첫인상:
와 키크고 수트발 좋다(당연하다 라비에 두 거인이 있어 그렇지 그도 180)
뽀둥한 볼이 빛나고 피부 엄청 좋음
존재감 뿜뿜 기존쎄인데 가끔 헐랭
국악에 너무너무너무 진심임
팩트에 근거하여 감성을 자극하는 설득력

풍년가 방아타령 첫 두 곡 하고 나서 영여리 멘트가 가을이라 어울리는 노래는 골라봤다며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일요일 다섯시에 여기 오신 분들은 정말 귀한 시간 내주신 거라며(어라 직장인 안 해봤쨔나)

꽃타령하고 밀양아리랑(뻔한 곡을 뻔하지 않게 웅앵 대충 팬텀싱어 심위 멘트)한 다음에 영열이가 민요가 멜로디만 있고 화성이 없다, 잘 안 알려진 게 너무너무 안타깝다, 좀 더 알리게 위해 뭐든 하겠다며 열변.
...국악에 진심인 남자...(기시감)

그리고 본인을 처음 보는 분도 있을 텐데 왜 한복 안 입고 양복 입고 있어?고수 어디 가고 밴드가 있어? 할 거 같다며 사랑가 썰로 자연스럽게 이끔 원래 판소리 전공이고 판소리 연습을 하는데 연습실에 피아노가 있었다, 그걸 눌러보며 연습을 하다 보니 잘 맞았다...하며 사랑가 시작

사랑가 이별가 모두 피아노 병창만으로 진행되었구요, 마이크 대에 마이크를 못 꽂아서 버벅거리다가 스탭 도움을 받으면서 머쓱하게 웃는게 귀여웠음요
사랑가-생각보다 야하다
이별가-이거 완전 내 취향이네? 특히 몽룡이가 점점이 멀어질 때 좋음
둘 사이를 판소리 사설보기는 나레이션처럼 처리

이별가까지 끝내고 멘트가 원래 판소리에서 사랑가는 30분이고 이별가는 2시간이다 사랑은 짧게 이별은 길게 사랑이 원래 그런 거 같다며
오 고댚 사상 완전 내 취향

아리랑은 아주 특별한 분들과 함께 하겠다며 서울발레시어터 소개. 어디서 하는지 궁금했는데 영여리가 노래하던 공간 내 주고 밴드석에서 부르고 발레리노 다섯 발레리나 다섯 도합 열 명이 심플한 흰 현대발레복 입고 등장해서 아리랑에 맞춰 발레. 특히 리프트는 어찌나 높게 하는지 입이 떡 벌어짐

아리랑 마치고 영열이가 자기가 하는 건 주로 청각이고 이 분들이 하는 건 시각인데 그게 어우러지니 좋다, 앞으로도 오감을 자극하는 걸 계속 해보겠다며 포부를 말씀하셨습니다
전진하는 영열이.

이룰 수 없는 얘기하면서 요즘 고맙게도 커버를 많이 해 주고계시다며. 천명까지 두 자작곡을 얘기하면서 조선시대? 고려시대? 암튼 한복 입던 시대ㅋㅋ에 지체 높은 집안 딸인 아씨를 사랑하는 신분 낮은 남자의 사랑이야기-여자가 떠난 후 천명을 거스르겠다며 울부짖는 이야기라고

TMI인데 요즘 영여리가 최종병기 활을 감명깊게 본 거 같더라구요

두 노래 다 스탠딩 의자에 앉아서 불렀습니다 둘 다 너무 좋았는데 전 역시 깨진 다음인 천명이 처절해서 제 취향<-;;,

그리고 소리꾼 김수인 소개하고 들어감
프듀예심때 건조하고 싸나운 사막여우라면 오늘은 참하고 살살 웃고 흥 많고 털에 윤기 도는 여우
오늘 참하게 앞머리 덮머로 내리고 아주 살짝 손톱만큼 이마 보임 메컵 연하고 청순예쁨 아이라인도 옅음 쑥대머리 착장인데 셔츠가 오글재질

쑥대머리는 예심때처럼 심플한 기타 반주만으로 진행됨.
와...제가 오늘 하루를 싹 바칠 보람이 있었습니다 프듀 예심때 엄청 들었는데 실제로 들으니까 그 쥐락펴락하는 느낌과 압도하는 포효가 아주 ㅠㅠ 피 토하는 게 뭔지 알게쓰요

오늘 쑥대머리가 어느 정도였냐면 수청을 거부해서 목에 칼 쓰고 끌려나온 김수인이 죽기 전에 마지막 곡조로 뽑으면 다들 눈물 흘리며 풀어줄 거 같음
물론 풀려난 김수인이 다 죽였어요 으앙

쑥대머리 끝나고 멘트. 소리꾼 김수인입니다 하고 나서 쑥대머리에 비하인드가 있는데 영여리형이 편곡해 줬어요 하자 우오오 소리 나옴 예심곡에 쑥대머리를 할 건데 어떻게 유니크하게 할까 하니까 영여리가 미니멀하게 기타 반주만으로 하자고 아이디어 주고 편곡을 다 해줘서 하나하나 영열이형 손때가 묻어있다고 함

근데 그런 곡을 하면서 '언제까지 고영열만 찾으시겠습니까' 그랬다며 능청맞게 급반성모드.

아참 수인이가 독무대 중간 멘트로 제가 많은 국악인을 알지만 영여리형만큼 유니크한 사람이 없다며 오늘도 무대를 보면서 언제까지 고영열을 찾을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ㅋㅋㅋ

다음 곡은 따끈따끈한 신곡인데 잘 안 들으면 휘르르르(하고 엄청 빠르게 말함)하고 지나간다며 고영열에게 사랑가가 있으면 김수인에겐 돈타령이 생기지 않을까요하며 시작

돈타령끝내고 갑자기 인사 후 들어가버려서 급당황. 서너곡이랬고 영열이랑도 해야 하는데? 하는데 몇초만에 영열이랑 웃으면서 나옴 영여리가 야 너 들어오면 어떡해(영여리 특유의 당황 말투) 했다고ㅋㅋㅋ 김수인 쫌 망충하게 웃음 기존쎄인데 은근 헐랭한 건 둘이 쫌 비슷

그리고 본격적으로 썰풀기 시작
둘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봤대요 광주mbc에서 어린이 뮤지컬할때 김수인 초5 영여리 중1 그럼 몇년째지...?하고 둘이 또 잠시 망충모드
17년째라며 수인이가 3년 지나면 20년째라니 그때 밥이라도 같이 먹을까요?하고 영열이가 그럼 ㅋㅋㅋ

그땐 수인이가 키가 작았대요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하자 수인이가 저어기 아래를 가리키며 이만했다고

어린이뮤지컬에서 놀부 역 맡았다고 형이랑 저랑 (놀부에) 잘 어울리진 않지만 하자 영여리가 야 너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라며 ㅋㅋㅋ
...노코멘트.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만나다 영열이가 중앙대 축제 가니 서빙하는<-ㅋㅋㅋ김수인을 만나고 국립창극단에 창극도 보러 오고 ㅍㅅ 나가면서 영열이한테 연락하고 그런 인연

팬싱 결승 때 보러 왔는데 어땠어요?하고 수인이가 묻자 아 어땠는지 물어보는 거예요?하고 영여리 또 당황(쫌 놀릴 맛 나는 캐릭) 방송보다 훨씬 좋았다고 아 물론 다른 분들도 좋았지만 하자 수인이가 또 여우 표정으로 그래도 크레즐이 제일 좋았져?*-*이럼

수인이는 무대에서 딱 저기쯤에 하고 가리킴 형하고 존노형하고 앉아있는데 너무 좋았고 든든했다고 형도 국악인으로서 느끼는 게 있었잖아요 하자 영열이가 장난스럽게 반대로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하자 수인이가 더 장난넣어서 아 왜 온거야~이럼ㅋㅋㅋ

아 그리고 중간에 영열이가 크레즐 어떻게 되어가냐고 물어보자 잘 하고 있다고 간단하게 답함

그리고 둘은 진도아리랑을 같이 하였습니다 작년 이맘때 무대(유튜브 그거)랑 파트 배분이 조금씩 다르고 수인이 구음이 잘 들려서 좋았습니다 영여리의 탁성과 수인이의 청량한 소리가 잘 어울려요 그리고 화음 넣을 때 영여리가 윗성부 수인이가 아랫성부함

수인이 들어가고 늴릴릴리하고 둥게디어라 얘기하면서 한글 말이 너무 좋다며 아 둥게디어라는 남미에서 입소문을 탔는지 브라질 페루 이런 데서 저작권료가 들어오고 있다며 유럽 아프리카 전 세계에서 사랑받았으면 좋겠대요
전 영열이 야심가 모드 좋음

그 다음 엔딩 곡 역시나 자작곡 옐로라이트 얘기하면서 좌회전을 하는데 초록불이 노란불로 바뀌고 갈까 말까 누구나 고민을 해 봤을 거라고 했는데 관객이 그냥 간다고 해서 또 타격받고 그냥 고민한다고 해주세요오~함
이런 재미가 있는 남자였군

아 맞다 밴드 소개하면서 원래 실용음악하고 재즈하던 분들이 자기 때문에 연주하며 이제 막 민요 따라한다고 교과서에나 나오거나 부모님들이 좋아하는 음악하니 좋다며 ㅋㅋ

영열이 본공연 마치고 나서 들어갔다가 수인이랑 같이 나와서 뱃노래 부름 수인이 겁나 신나고 흥나는게 보임

아참 수인이 오늘 월하정인 내내 기분좋게 생글생글했는데 뱃노래라거나 목청 고조될 때 어둠속에서 안광이 번쩍번쩍거려서 아 우리 영물이 잠깐 여우탈 쓰고 사람이 좋다 모드구나 생각했음

돈타령 1회전 뱃노래 1회전 도합 두 턴 시전함
그리고 영열이 수인이 밴드멤버 다같이 한줄로 손잡고 인사함
...게스트가 보통 이러나?;;;
나갈 때까지 방실방실 웃으며 두 손 흔들어줌

퇴근길 후기:
영열이 수인이 같이 나옴
영열이 너 안 부끄러워? 하자 수인이 여우같은 표정으로 새침하게 아니 안 부끄러운데? 함
라비던스 크레즐 합동공연 묻자 수인이가 크레던스라 함
뒤의 영열이 사진 보고 수인이가 잘 생기게 나왔다고 놀릴 기세 드릉드릉
팬 악수해줌

총평: 고향 근처에 영열이 공연 오면 꼭 가야지
고댚이 내 상사였으면 좋겠다 업무 스타일이랑 캐릭터가 완전 취향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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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홍백가 역의 박애리, 사방지 역의 김수인, 남자 역이라면 다 했는데 사이비교주로 남은 유태평양, 여자 역 다 했는데 다 큐티섹시했던 전영랑.

사방지 감상:
극 이름답게 김수인 100분 내내 나옴
김수인 무용 진짜 잘함 많이 나옴
시그니처 흰 드레스보다 후반부 자주색 드레스가 더 어울리고 이쁨
홍백가 나리 날 가져요
퍼시픽유 사이비교주 삼킴
매란이 경기민요 너무 간드러짐
연주 좋아요 음향 좋아요
난해한데 전개가 빨라서 확 들어옴

내 이름은 사방지를 보고 왔습니다. 실은 몇년전에 한 김수인 주연의 같은 극 영상을 10여분 봤는데 바빠서 다 보진 못했어요. 그 땐 와아 첫 곡 가사 수위 겁나 쎄네 싶었어요. 가루지기 타령이 25금이면 이건 39금쯤? 근데 사실 그 첫곡만 쎘지 나머지는 서사 위주고 그리 가사 수위는 안 높아요.

그리고 실은 그 첫곡은 세상의 사방지에 대한 성적인 편견을 대표하는 거라 수위가 높을 수 밖에 없었어요(사실 사방지는 강간이나 희롱 빼고는 뭐 성생활이라는 게 있었을까 싶음) 나머지 90분동안 나온 사방지는 겁나 고단하고 불쌍함 근데 꼭 피해자만은 아니고 가해자적인 면도 있어요 하지만 그(그녀)의 가해는 권력 구도에서 결국 힘없이 묻혀갈 뿐입니다.

이 극의 등장 배우는 총 네 명. 사방지는 자신의 삶을 나레이션과 노래 춤으로 토로하고 초반에 다른 세 분은 사방지의 삶에 대해 해설합니다.
사방지와 홍백가는 해당 역으로 쭉 가고 퍼시픽유와 전영랑님은 계속 역을 바꾸며 등장합니다. 퍼시픽과 영랑님이 사방지의 남녀 자아로 나올 때 특히 좋음

제가 봤던 전통적 판소리나 창극은 시간 순서대로 극이 흘러갔는데 여기서는 처음부터 사방지가 성인으로 본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버려져서 비구니절에서 자라고 일곱살에 동무에게 치마가 벗겨져서 처음으로 본인의 운명을 자각하고 절망하는 건 언급으로 지나가요.

그리고 첫 20분에 이 소개와 회상 부분에 김수인 춤이 매우매우 많이 집중적으로 아름답고 우아하며 섬세하게 나오므로 필견할 가치가 있습니다. 역시 무용 영재, 한국 예술의 총체. 저는 이 춤을 보고 춘천 이틀 1열 잡은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이 극에서 사방지는 총 세번을 관아에 잡혀갑니다
첫번째-남장하고 외부 스케줄(...) 뛰다가 여자라고 잡혀감
두번째-여장하고 살다가 남자인데 군역 안 냈다고 잡혀감(아 눙무리...조선시대에도 군대)
세번째-열녀 마님한테 소설 읽어주고 플라토닉 백합물인데 간통했다고 잡혀감

첫번째로 관아에 잡혀가서 맞은 다음 다리 사이로 피를 흘리며 제주도로 끌려가는 부분에서 절절하고 한이 흐르게 노래를 하는데 쑥대머리 급이었음요. 그리고 세번째로 잡혀가서 고문당하는 걸 상대나 소도구 없이 혼자서 연기하는데 왜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걸 유독 더 잘 하죠;ㅁ;

지금도 인터섹슈얼이 저 정도 스캔들로 터졌으면 난리인데 세 번씩이나 잡혀가고도 살아남은 이유가 있습니다. 거상 로비스트 홍백가가 매번 살려줘요. 홍백가는 여자라서 태어나자마자 죽을 뻔하고 남편이 팔아먹고 이쪽도 팔자 사납기로는 사방지 버금가는데 이쪽은 권력과 독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홍백가는 포식자, 사방지는 피식자가 되는 거죠. 매번 사방지는 홍백가가 놓은 장기판의 말 역할을 하여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열녀 스캔들로 권문세가를 말아먹고 사랑하는 화쟁선비를 죽게 만듭니다. 홍백가가 '독한 년이 되어라'라고 사방지한테 그러는데 얘는 결정적으로 독하지도 못해요.

인생에 있어서 사방지의 유일한 욕망이 있었다면 그건 자신이 사랑하고 학대했던 코끼리 고상이를 되찾는 것 정도?(화쟁선비는 예외로 합시다. 자신의 여성상으로 동경했던 매랑이 거라서 갖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제주도에서 고상이를 사겠다고 소라를 따제낄 때 가장 생기있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근데 그렇게 모은 돈을 남녀귀천 차별없는 평등한 세상에 퍼시픽유의 오음어쩌구교에 다 갖다바치고 정작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서 방주에도 못 탐;ㅁ;(모태 예수쟁이인 저는 사이비종교씬에도 터졌고 갑분 노아의 방주 나와서 더 터짐) 그니까 기댈 데라곤 홍백가 나리밖에 없음.

배우 얘기를 하자면 김수인은 이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1인극도 될 거 같아요.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고통당하고 고문받고 피토하고 피흘리고 이런 거 되게 잘 해서 그런 거(본인이 관심가진 사극? 아니 일제시대?;;;)에서 많이 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분명히 팔척장신에 어깨 딱 벌어졌는데 이뻐요.

가늘가늘한 팔 선도 이쁘고 휘돌아갈 때(김수인 턴 몇십번 봄) 그래서 몸선이 잘 안 드러나는 청순한 흰 드레스보다는 허리선 딱 들어가고 라인이 잡힌 자주색 드레스가 더 이뻐보였어요 김수인은 흐콰해야죠(사방지는 흐콰도 제대로 못했지만)

그리고 해녀복!!! 네 저는 바디슈트 기대했는데(세조 때라니까;) 그러나 극 아니면 김수인이 저 정도로 내놓고 입은 거 언제 보겠냐(긴팔 긴바지 매니아;) 근데 저 정도로 다리가 드러나는데 제모를 했을까 뻘하게 궁금해하고 앉았습니다 잘한다;;;

말할 때는 새침하고 좀 히바리없는(...) 여자 말투 쓰다가 창 할때는 본인의 평소 톤으로 하는데 그게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딱 두 마디, 한남짓;하느라 쩌렁쩌렁하니 남자 말투로 호통치다가 다시 저는...소녀 말투로 돌아오는데 그게 전환이 엄청 빨리 되더라구요.

홍백가 역의 박예리님은 정말 프리마돈나셨습니다. 쩌렁쩌렁한 발성에 쫙쫙 붙는 딕션, 앞에 나와서 마님~하고 광공플레이;하시는데 진짜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멋졌음. 악역계의 한 획을 그으셨어요. 반성도 참회도 없이 그저 욕망대로 살다가 불나방처럼 가셨음.

퍼시픽유는 모든 남자 역은 본인이 다 맡았는데 확확 다르게 소화하는 데다가 유들하고 매끈하게 넘어가는게 마!내가 국립창극단 간판스타다!!!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창을 너무너무너무 잘하심. 그리고 사이비 교주를 완전 삼키셨음 ㅋㅋㅋ 화쟁선비는...음...캐릭이 매력이 별로 없어요.

그리고 모든 여성 역을 다 맡은 전영랑님(옷에다 풍선까지 너무 고생하심)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매력넘치심. 그리고 경기민요(제가 뭘 알겠음 이희문씨처럼 부르길래 경기민요인줄 안 거지;) 쪼가 너무 매력있었습니다. 이러다 경기민요까지 찾아듣겠다.

다시 수니의 자아로 넘어가서 왜 김수인의 자주색 드레스가 더 이뻤나를 얘기해 봅시다. 라인과 색상도 더 잘 어울렸지만 아무래도 진한 메이크업이 자주색 드레스에 더 어울려서도 있습니다. 근데 안 그래도 휙휙 빠르게 지나가는 전개에 사방지가 계속 나와야 되는데 메이크업 수정도 안 되겠고요.

왜 그는 팔척장신에 어깨도 넓고 목과 상체도 탄탄하고 두꺼운데 여장이 고와보일까요? 일단은 팔 선이 이쁘구요, 트친님이 말씀하신 무용인 몸선이라는 게 남녀 불문하고 좀 비슷한 면이 있잖습니까. 그게 옷발이 참 잘 받음. 그리고 동글동글 코코볼 코가 큐티함을 더함.

사실 워낙 사방지가 흥미+에로 위주로 다뤄진 역사 인물이고 얘기했다시피 초반 10분 프리뷰 때문에 꽤 쫄았었는데 그냥
홍백가+사방지: 하드보일드 커플
해녀+사방지: 학원물 갑분 사이비 커플
매란+사방지: 플라토닉 백합물에
고상이+사방지 수인물...<-끌려간다;

이 극에는 유난히 꿈, 그 중에서도 사방지의 꿈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아무래도 워낙에 삶이 신산하다 보니 꿈으로 많은 걸 보는 듯 하더라구요. 저도 오늘 밤에는 소라 전복 왕창 따서 김만덕 능가하는 제주 거상이 된 사방지가 고상이 사들여서 행복하게 사는 꿈을 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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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강화도 전등사-청와대-부산의 강행군을 마치고 이틀간 앓아 누웠다가 일하다가 하다 보니 청와대는 후기 타이밍을 놓쳤군요. 그래도 자기 만족이니께 남겨 봅니다. 아참 제목의 '사랑이란 간사한 것'이란 청와대 개방과 대중 공연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순화하자면)이던 제가 크레즐 단독 스케가 잡힌 후 빠른 태세 전환으로 '아 글엄글엄 취지도 좋고 너무 좋은 거 같아여'라고 간사하게 돌아선 걸 말합니다 ㅋ
- 강화도 탈출 청와대 입성의 택시 팀을 결성했었습니다. 아침 여덟시에 출발할 때쯤 이미 청와대에는 대기 순번이 꽤 있다는 정보 입수. 아홉시쯤 경복궁역에 내려 카페인 수혈, 짐 맡기고 잔디마당 도착하니 대략 9시 50분쯤. 도착하니 듣던 대로 꽤나 줄이 늘어서 있더군요.

- 무대 상태는 사진과 같습니다.

- 그 때부터 대략 두 시 입장까지 서 있거나 적당히 옆 모서리에 기대거나 버티다 보니 아직까지 다리가 아픕니다.  

- 포레스텔라 페스티벌 필수 물품 메모 쌔벼옴; 여기다가 우비와 짐 담을 김장 비닐까지 다이소에서 사서 추가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집에 사은품으로 받은 낚시의자 있는데 짐 안 늘린다고 두고 왔더니 몸이 고생함.
 
- 아참 대기 중에도 음료수는 되는데 취식은 금지더군요. 오 음료수는 된단 말이지 하고 인근 편의점에서 맥주 사와서 탄수화물과 칼로리 보충<-;;;
 
- 등산객과 관광객 인파가 많이 지나가는 길이라 대기 줄의 정체에 대해 자와자와하는 게 너무 적나라했;;; (이거저거 생략)가장 긍정적인 반응은 '크레즐이 뭐야?'하고 유튜브에서 바로 검색해보는 분들. 계속 보세요!!! 우리 애들 무대 쩔어요!!!
 
- 좋은 점이라면 사전 예매 600명 외에도 오다가다 서서 리허설과 본무대 구경하는 분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는 점. 감동적인 가곡-장년층에 익숙한 황진이-국민건전가요 홀로아리랑. 셋리 참 잘 짰다.
 
- 크레즐이 리허설하러 입장할 때 스스슥 너무 빨리 가버려서 어어어 하는데 이미 들어감 승민이 흰 스트라이프 셔츠, 수인이 생일선물 우영미 남방, 규형이 어제랑 같은 남색 재킷과 베이지 바지(어젯밤은 집주인 집에서 잤다는 설 탄력 받음)
...조진호 너무 예뻐서 얼굴만 봐서 착장이고 뭐고 휘발됨(정신 차리고 리허설 보니 킬디스럽 무대의상 미리 입고 옴)

 
- 리허설 때 비가 부슬부슬 왔는데 진호가 '(여러분) 탈모 오는 거 아니예요?'하고 걱정해주다가 '(격, 한국의 멋' 포스터 가리키며) 아 격조 높은 무대에서...ㅎㅎ' 함. 아녀 탈모 중요하다.
 
- 애들 리허설 마치고 무대 옆 뒤로 퇴장하는데 잘했다고 환호하자 수인이 양손 흔들고 활짝 웃으며 덩실덩실함
국립국악관현악단하고 협연 미침..
계속 잘해봅시다 우리...(이미 우리 됨) 이걸 왜 유튜브 중계 안 하냐 진쯔

 
- 기나긴 기다림이 끝나고 두 시에 표 배부 받아 입장. 걍 주는 대로 받음. 무대는 160석*4개 블럭이었는데 아무래도 앞왼쪽부터 쭈욱 순서대로 뿌린 듯. 저는 이승민존. 나중에 보니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각도상 잘 안 보여서 아쉽. 
 
- 근데 어제 와대× 국립극장O 굿즈 비막이 모자 은근 유용하지 않나요? 선물이란 내 돈 주고 사긴 그렇지만 남이 주면 기꺼운 그런 것이 전 좋더라구요
역시 아낌없이 주는 국극...추임새 클래스 만원 받고 고급 식혜와 떡으로 페이백하는 국극

 
- 본무대 전까지 비 와서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직전에 개더군요. 역시 기존쎄 그룹과 풍수 명당 중 명당 청와대의 콜라보.
 
-  공연은 총 80분이었구요, 첫 번째 순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애국가. 올드 랭 사인을 포함해서 대한제국 초기의 애국가부터 안익태 버전 현대 애국가까지 세 버전 애국가를 한 곡으로 묶었습니다. 처음엔 좀 진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깨고 참 좋았습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김수인 직장인 국립극장 소속이라 내적 친밀감은 맥스였는데 이렇게 직관은 처음. 퀄리티와 합이 웬만한 서양 관현악단은 가볍게 능가했습니다.
 
- 두 번째 순서는 제가 매우 사랑하는 국립창극단 소속 소리의 신 민은경님이 협연한 단가 '사철가'(사철가의 부분이 황진이에 메시업되어 이쪽도 내적 친밀감 맥스) 단가가 판소리 전에 목을 푸는 노래라고 하더군요. 오늘따라 민은경님 미모와 우아한 착장이 돋보였습니다.
 
- 존웃 모먼트 얘기하자면 민은경님이 '여러분 추임새 아세요?' 했을 때 안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오자 '어떻게 아세요?'라고 해서 '추임새 클래스~'라고 하자 추임새를 시켜 보심. 생각보다 추임새가 좀 약하자 '추임새 클래스 들은 열 분 정도만 오신 거 같은데요 ㅋㅋㅋ' 그리고 추임새를 간단하게 가르쳐 주심. 무대야 뭐... '작은 거인'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았음.
 
- 아니 근데
국악인은 다 기존쎄잖아요
기존쎄만 살아남아 국악인이 되는 건가요
국악인이 되면 기존쎄가 더더 되는 건가요?
 
- 세 번째 무대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라라랜드' OST. 서양 선율이 우리 소리에 어떻게 담길까 궁금했었는데 와...그게 되네요. 
 
- 네 번째 무대는 크레즐 협연. 여담인데 오늘 사회는 아나운서 진양혜님(대충 제 연배 위로는 매우 익숙하고 유명하신 분)인데 그룹 설명할 때 '크리에이티브의 크레, 즐겁다의 즐'이라고 아주 정확하게 말씀하셨는데 베테랑 아나운서답게 '즐'을 너무나 고급스럽고 정확한 딕션으로 발음하셔서 개터졌;;;   
 
- 곡 순서는 나하나 꽃피어-황진이-홀로아리랑. 나하나 꽃피어도 서양 메이저 음계라 경연 당시에 수인이가 맞추느라 고생했는지라 이게 우리소리 마이너 음계에 어떻게 맞추나 했는데...이것도 되네? 그리고 크레즐이 반 음계 조정된 걸 기막히게 잘 소화해서 또 감탄.
 
-  첫 곡 마치고: 
김수인-진짜 많이 와 주셨어요(무대 올라올 때부터 네 명 다 업된 게 너무 잘 보였음)
조진호- 이 정도면 콘서트해도 되겠는데?
크레즐 그룹의 현실을 담당하는 그이의 '콘서트해도 되겠는데' 아홉 글자에 객석은 아수라장이 되고 마음은 두근두근

 
- 근데 이쯤 되면 솔로 듀엣 끼워서 크레즐 팬콘할 셋리는 되는 거 아닌가욤 네 명 솔로무대+리버+덴져러슬리+겨울잠+네버체인지+경연 네 곡+홀로아리랑+그 외.

 
- 그리고 진호가 본인은 풍수지리같은 거 잘 모르지만 여기 산 보이고 공기 맑은 게 너무 좋다고 하고 수인이가 풍수지리 명당이라며 만담 이어감. 아니 근데 오늘 무대 위 크레즐 시점의 사진 하나만 봤으면 좋겠어요 객석에는 풍류객이 넘실넘실 최고의 풍수지리 명당의 정결한 기운 절경
 
- 황진이는 본격적으로 긴장 풀고 음악을 타며 덩실덩실 분위기를 띄우는 게 인상적. 그리고 어제는 음향팀 실수로 듣지 못했던 아니리 부분을 본공에서 들으니 참 좋더군요. 김수인의 '풍류객이 모였으니 놀아본들 어떠하리' 이후에 얼쑤 추임새가 한층 고조되자 김수인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며 따봉 날림.
 
- 황진이는 임규형 파트를 조진호가 나눠 가질 거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날리고 김수인 앞 부분 파트를 나눠 가졌는데요 너무 구성지게 잘 소화해서 새삼 놀람. 조진호도 레슨받으면서 국악에 성악에 저변을 넓혀가는데 내가 뭐라고(급반성과 자기개발 의지를 다진 후 바로 까먹음)
 
- 마지막 멘트 타임에
김수인: 이번 곡으로 끝이지만 내년 초에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공연 있으니 보러 와 주실 거죠? 약속! 
조진호: 그 땐 새로운 곡이 있겠죠? 저희 뒤에도 국립관현악단 연주가 이어지니 자리 끝까지 지키고 봐 주실 거죠? 약속!  (열여섯 미소녀 아이돌 말투로) 약속! 
임규형: 퐈하하하(허리 꺾으며 대폭소)<-똑같은 약속!이라도 조진호에만 대폭소 반응
조진호: 왜요~저 아이돌이에요~ 아닌 것 같나요?
약속은 하는데 신년음악회에 내 표가 있었음 좋겠다 ㅠ

 
- 공연 펄펄 날아놓고 마지막 인사하러 다시 올라올 땐 수듑수듑해서 갭 맥스.
 
- 임규형 최고의 개그맨 조진호
조진호 최고의 리액셔너 임규형
이승민 마음으로 낳은 김수인
김수인 메멘토 모드 금사빠 이승민

 
-  마지막 곡은 홀로아리랑. 다 좋았지만 베이스급으로 둠둠 내려가서 묵직하게 잡아준 이승민(새삼 이승민 음역 진짜 넓은 걸 실감 나하나 꽃피어 마지막에는 하이바리톤으로 올라가잖슴)과 임규형과 부자 대화(뮤배와 창극 배우라 연기가 출중하더군요) 후에 허공을 후려치는 김수인의 구음은 진짜 보물이었습니다.
 
- 그리고 거의 모든 분들이 자리를 지켰지만 마지막 무대 직전에 앞줄에서 무대 빠져나간 몇 분 때문에 좀 그랬습니다. 진호가 전등사, 와대에서 거듭 말한 '무대 끝까지 즐겨 달라'는 당부는 물론 주 목적이 뒷 무대 퍼포머들을 챙기는 살뜰한 배려, 성숙한 팬을 위한 당부였지만(알랍엔젤) 말에 함의를 넣는 그 성격상 퇴근길 초근접 따라붙는 팬 이슈도 있다고 궁예. 극소수지만 참. 당분간 진호는 저 멘트 계속할듯.
 
-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다섯번째 무대, 원일의 '신뱃노래'는 원래도 흥겨운데 각종 출연자가 소품(아니 우리 지휘자님께서 응원 수술을 양손에 들고 지휘하실 줄이야)을 활용해서 흥을 돋우는 게 돋보였습니다. 계속해서 실험하며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에 박수.
 
- 감동에 불타올라 내려가는 단원 분들께도 아낌없이 박수 보내고 퇴근길에도 멋있었다고 주접떨고 국립국악관현악단 인스타에도 후기 주접댓글 남김. 우리 '세종의 노래'에서 만나요오~
 
 - 뭐니뭐니해도 전 빠니께 애들이 기 살아서 행복한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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