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미 퇴사한 후에 직장 내 괴롭힘의 이유를 찾는다는 것은 참으로 무의미한 일이다. 그러나 당하는 2년간은 너무나 궁금해져서(대체로 그 나이대 영감들은 나를 좋아하는 편이다. 예쁘장;한 업무기계를 싫어할 이유가 없잖나. 가끔 너무 좋아해서 골치아프기도;) 이유를 탐구해 보았는데 유력한 이론은
(1)동경 재직 시절에 마르고 눈 처진 일본 꽃뱀에게 거하게 당한 적이 있다
(2)나는 빈말로라도 키 크다는 소리는 못 듣는데 그런 여자한테도 구두 신으면 그의 정수리가 훤히 보이는 게 굴욕적이었을 수도 있겠다. 특히 그 정수리가 훤히 비어 있을 경우에는 그렇다.
그러나 정확한 답은 찾지 못하였다. 2년동안 나는나는저팔계왜나를싫어하나(실제로 회사 복도에서 흥얼거리고 다닌 적도 있다) 모드로 살다 보면 멀쩡한 사람도 돌기 마련이다.
1-1.실은 짐작하는 이유가 있다. 모두가 선망하는 그 부서에 회사 생활의 절반 가까이를 희생하고 기대하는 그가 보기에 갑툭튀 '여성 인력 전진 배치의 수혜자'(그의 표현을 그대로 썼다)가 얼마나 같잖았을까. 나는 아는 사람만 아는 업무봇이라서 그의 이력과 나는 겹치는 바가 전혀 없었다. 거기다 지방대 출신이고. 그런데다 고분고분 순종적이긴 한데 그 부서에 대한 애착이라고는 1도 보이지 않았으니(나는 월급에 충성하는 사람이다) 더 싫었을 수도.
2.달도 지구에 인력을 미치는 마당에 그도 나 때문에 골치아팠을 수도 있겠다(아니 근데 대체 왜;)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자면 나는 튕겨나갔고 그는 영전했으니 누가 더 피해를 입었는가.
3.그러나 인병휴직을 내라고 강권하는데 수근덕거림을 견디고 굳이 아무 말 없이 나온 이유는 그 양반에게 영향이 가기 때문이었다. 아 이런 병신같은 ㄴ...아니 그냥 병신. 스스로 피해자가 되고 싶어하고 한 점의 가해라도 하기 싫어하는 것도 이 정도면 병이다. 이 험한 바깥 세상에서 이 성질 안 고치고(마흔 넘어서 이러면 조금 고칠 수는 있어도 싹 고치긴 글렀다) 어떻게 살지 나도 내가 걱정된다. 다른 사람한테는 사회 생활 할때 니 약점 곧이 곧대로 얘기하지 말라고 훈계했는데 정작 나는 뭐냐고.
4.정작 니온 다음에 빡돌았던 건 그가 퇴직 당시 부서 옆 팀의 지인(남들은 가장 친하다고 알고 있다)에게 전화를 걸어서 나의 퇴사를 안타까워 했다는 사실을 그 지인에게 전해들은 때였다. 전화가 없나 카톡이 없나 블로그가 없나 페이스메신저가 없나 인스타가 없나 트위터가 없나 텀ㅂ...아니 이건 됐다. 암튼 내가 저세상 간 것도 아닌데 나한테 직접 말하지 않고 단 세명 밖에 없던, 2년간 같이 지내던 선임 팀원이 비극적으로 퇴사했는데 왜 그 안타까움을 회사에 충성하고 부서에 충성하는(아무래도 이 여인은 이사까지 올라갈 것 같다) 지인에게 전한단 말인가. 내가 좀 꼬인 사람이긴 하지만 누가 들어도 이건 '나는 그 년의 퇴사에 아무 책임이 없고 심지어 놀랬으며 안타까워한다는 사실을 만방에 알려라'라는 뜻으로 들린다.
끝까지 보호해 줄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다.
5.그래서 퇴사한 지 두 달 째 되는 어느 저녁, 산 좋고 물 좋은 동부이촌동의 한 주점 2차 자리에서 동년배의 전 직장 지인들과 술자리를 하던 중
'전 사실 여길 너무 사랑하고(이건 쌩 구라다) 떠나고 싶지 않았어여(이건 진심이다)'하면서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이건 계산된 거다)
41년 살면서 울어본 적이 딱 세번인가 그렇다....는 우와사는 그들이 모르겠지만, 그들이 아는 나는 이국 땅에서 차가 완파되는 사고를 겪고 경찰 조사를 받고도 덤덤하게 넘기던 사람이다. 계산된 웃음밖에 못 보던 여자가 열한시 넘어 울어제끼니 얼마나 놀랐겠나. 카운터파트에서 2년간 같이 일한, 사람좋은 한 지인이 '** 때문이야?'하고 울었으며 나는 끅끅거리느라 답도 못하고 10분동안 울었다. 그들은 알아서 수근거렸으며 행복하라고 덕담하며 바래다 주었다.
그 다음은 모르겠다. 영향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알 게 뭐야.
6.지금 있는 고향에서 2년간 일한 적이 있는데, 예의 그 지방의 미덕과 악덕을 다 가지고 있는 동료들은 퇴사를 안타까워하며 성대한 환영식을 열어주었으며, 각 지점의 판촉물을 쓸어주었다. 살림살이 더 장만하러 *지점과 %지점에 놀러오라던데, 점심이나 한번씩 더 먹고 적당히 거리를 두는게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블로그 마케팅 초창기에는 좀 자극적인 소재가 잘 팔릴 것 같아서 다음 주제는 '미국에서 자동차 대형 사고 및 사후처리 어떻게 하는가'로 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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