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팔을 입고 다녀도 땀이 삐질삐질 나던 더운 10월에서 한파주의보로 급전직하한 바로 그 날, 10월 17일 일요일 친구 집에서 시켜 먹은 브런치 얘깁니다. 추위에 대충대충 잘 견디는 편이기도 하고 짐을 더 이상 늘리기 싫어서 캐시미어 가디건 하나 챙겨왔어요. 그걸 입고 나가려고 했더니 친구가 기겁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점은 배민으로 시켰어요. 마침 주변에 괜찮은 브런치 카페가 있다고 해서요.
시키니 땐실한 포장에 싸여 이렇게 옵니다.
제가 시킨 소불고기 버섯 파니니(9천원대). 1/4 조각을 먹을 때부터 이미 배가 불러오고 있었고요... 맛은 괜찮아요. 재료 다 좋은 걸로 쓰고 아낌없이 팍팍 넣은 맛. 근데 양이 정말 많아요. 리뷰에 양이 많다고 할 때부터 알아 봤어야 하는 건데.
친구가 시킨 게살새우 랩(역시 9천원대) 통새우와 게살로 꽉 차 있습니다. 파리바게뜨에서 파는 랩 생각하면서 노나먹자고 했다가 크기에 기겁. 그리고 예쁘게 먹긴 글러먹었습니다.
최소한의 양심을 지킬 수 있게 섬유질을 보충해주는 샐러드. 1인 1팩으로 딸려 옵니다.
맛있습니다. 그런데 양이...뭐랄까 중년에겐 너무 많아요. 이런 괴물같이 튼실한 브런치는 꺄❤ 하면서 와구와구 먹어치우는 고딩 소녀들이나 여대생까지가 딱 맞는 거 같습니다. 다 먹고 났더니 위장에 모든 피가 다 몰리는 기분이라 드러누웠습니다. 제가 문제예요. 맛은 있었거든요, 맛은...
오묘 인스타. 요기 가시면 메뉴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오묘가 위치한 하남빌딩은 샛강역 1, 2번 사이, 구 지적공사 안쪽, kbs 여의도 별관 서쪽에 있는데요(그러나 비슷비슷한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해서 헤매기 좋긴 합니다) 1층에 올리브영과 KFC가 있구요, 2층 올라가서도 여의도 오래된 건물들이 대개 그렇듯이 엄청 넓은 면적 안에 어슷비슷한 요식업종이 빼곡하고 구불구불하게 몰려 있어서 찾기 힘듭니다. 그냥 시커먼 벽 찾아서 제일 구석으로 가면 있습니다. 들어가면 키 크고 잘 생긴 프론트맨이 맞아줍니다. 알고 보니 프론트맨이 주인장이셨군요. 이름이 참 오묘한데 주인장께서 검은 고양이를 좋아하셔서 烏猫라고 지으셨다고 합니다.
- 테이블과 바 자리도 편해보이긴 했는데 코로나 시대에는 여러 모로 단독 룸이 편하지 않겠습니까. 며칠 전에 예약하면 개별 룸 가능.
- 전전회사 어르신께서(모임의 네 명을 다 아는 분이셨음) 모임에 쓰라고 캘리포니아 진판델 와인을 쾌척하셨는데요, 진판델 특유의 경쾌한 느낌이 잘 살아있는 와인이었습니다...그러나 라벨도 안 찍어놨음;ㅁ; 코키지는 병당 2만원.
- 와인 잔이 좀 특이했습니다. 어슷하게 위로 잘린 모양으로 꽤 이뻤어요. 그러고 보니 여긴 접시나 수저도 다 맞춤제작한 듯 했습니다. 위스키를 주문했는데 위스키 잔이 지금 준비가 안 돼서 못 내온다고;;;(위스키도 준비가 안 됐다고 하긴 했는데 잔이랑 페어링이 안 된 게 더 큰 이유인 듯 했음) 결국 와인 이후의 주류는 한라산과 토닉 워터.
- 음식 종류는 일식이 주류긴 한데 와인에 맞는 치즈 플레이트도 있고 꽤 다양합니다. 가격이 만원대~2만원대인데 양이 적은 편이라 결국 엄청 여러 개 주문해 먹어제껴서 전체 비용은 적지 않았습니다.
- 일식답게 뎀뿌라와 모듬 무침회가 강했습니다. 특히 가지 튀김은...으흑(그러나 이 인간이 가지 매니아임을 감안하고 들으셔야 합니다)
회사에서 가까운데 회사가 보일 만큼 또 가깝지는 않고, 분위기도 딴판이라 공장 분위기 털고 싶을 때 가면 그만인 듯 해 보였습니다. 저도 근처에 이런 이자까야 있으면 마음의 고향으로 꽤 다녔을 터인데 아쉽네요.
덧. 기분이 좋아졌던 저는 근 20년전 구남친썰을 전격 최초 공개하여 좌중을 경악으로 이끌었습니다. 다 아는 사람이었거든요 ;ㅁ; 이제 이런 엔터테인먼트 용도로밖에 안 쓰이는 그이... 잘 살아요.
17일 일요일 저녁에 오래간만에 마포 용강동 먹자거리에 갔습니다. 회식도 엔간히 다니고 당시 집하고도 가까워서 추억의 장소 중 하나죠. 추억은 추억이고 그 때 잘 가던 집들은 3년하고도 한참 지나+코로나 타격으로 폐업이 아니면 고마울 따름이죠.
한 달 전쯤에 저 포함해서 네 명 되는 모임에 제가 주식으로 돈 좀 벌었다고 소고기 사겠다고 호기롭게 말하고 잡은 모임입니다.(그러나 최근 한 달 동안 제 주식은 망...) 소고기 오마카세로 할까 하다가 소위 말하는 가성비 좋은 인당 10만원 이하 집은 이미 10월 한달치 예약이 다 차 버린 현실을 깨닫고(여의도역에 있는 스시집 아루히도 한 달치 선예약을 받는데 매번 광속 풀 부킹이라 한 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습니다;) 정육식당을 대안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전날에 전화해서 가격대가 좀 있는 한우보감 세트 먹는다고 하자 방으로 예약 성공. 원래로 치면 8인은 들어갈 방이라 조금 뻘하긴 했는데 넓고 깔끔한데다 분위기도 좋더라구요.
문제의 한우보감세트(229,000원) 육회 한 접시+한우 600그램+더덕구이+전복+관자+라이브 랍스터 라면 이렇습니다.
밑반찬. 앞에 담긴 건 소금과 와사비, 표고 와사비인데 표고 와사비가 감칠맛이 매우 좋았습니다.
한우.
더덕과 전복, 관자. 버터구이로 삼합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실은 제 주먹보다도 작았던 한우육회.(겁나 작단 소립니다) 맛은 괜찮더군요.
버터에 노릇노릇 지져진 해물들. 서빙하시는 분이 잘 구워주셨습니다. 아참, 여기 친절도에 대해 극과 극으로 평이 갈리는데 저흰 초반에 여사님께 팁을 드려서 그런가(...) 친절하게 잘 해주셨음.
한국인의 심금을 울려 한우보다 더 큰 환호를 얻은 라이브 랍스터 라면.
근데 뭐 해산물 좋은 건 다 때려넣어서 끓였으니 맛이 있을 수 밖에요. 단품 3만5천원에도 사먹을 수 있습니다. 얘 때문에 원래 계획보다 술을 두 배 이상 먹음요.
10월 15~18일 총 3박 4일로 서울 유람 중입니다. 대체로 제가 서울 갈 때는 무슨 교육이 있다거나 무슨 치료를 받는다거나 핑계거리를 만들어서 가는데 이번에는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사람 만나고 술 마시고 먹고 놀려고"
그렇습니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일도 사람과 교류가 적게 하다 보니 요샌 사람을 만나도 반갑더라구요. 뭐 사람도 사람 나름이겠습니다만 ;ㅁ;
그 스타트를 끊은 곳이 15일 점심 약속을 잡은 울림입니다. 샛강쪽 2번 출구, kbs 여의도 별관 쪽에서 7-8분 걸어가면 있는 롯데캐슬 아이비 지하 1층입니다. 빵덕후라면 간단하게 '아 브레드 피트 있는 지하 거기'라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겠군요. 그리고 여의도 중식 만두집의 강자 서궁도 홍우빌딩에서 아이비 지하로 옮겼습니다. 그 오래된 빌딩하고 참 어울렸는데;
어쨌든 울림도 여의도 직장인들한테 인기가 많은 곳이라 한가한 제가 열한시 반부터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남들 다 먹는데(여의도 증권가는 열한시 반부터 점심시간입니다) 혼자 앉아있기 뻘해서 생맥주 한 잔 시키고 노트북을 꺼내 발등에 불 떨어진 마감 일을 하느라 자판을 두들겼습니다.
더 뻘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약속 상대도 오고 해서 주문을 하였습니다. 고노와다(해삼 내장)이라면 환장을 하는 저는 고노와다 솥밥 정식. 상대는 고등어 솥밥 정식.
정식 시키면 먼저 나오는 자그마한 모듬회. 이래뵈고 엔가와도 있고 먹다 보면 양이 상당합니다.
일행의 고등어솥밥. 고등어가 매우 실해 보였고 별 말 없이 잘 먹는 것으로 보아 맛있어 보였습니다.
제가 시킨 고노와다 솥밥 정식. 우니도 그렇지만 맛에 비해 외관이 썩 아름답진 못하지요. 맛도 괜찮고 선도도 양호한 걸 아낌없이 팍팍 내주는지라 전 좋은데 저기 구석의 수란까지 더해서 비벼 먹으면 일식 특유의 질척한 느낌이라 호불호를 꽤 탈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테이블에 일식 솥밥 맛있게 먹는 법이라고 장황하게 씌여 있었는데 며칠 지났다고 까먹;; 뭐 토핑만 먼저 먹다가, 밥이랑 같이 먹다가 찻물 부어 먹으란 얘기겠져;;;
잘 먹었습니다. 부산 구도심 오뚜기식당-중앙식당에 횟밥이라고 대구탕 정식에 광어회를 부위별로 1인분 내주는 곳이 있는데 거기랑 가격도 비슷하고 쫌 생각나더라구요.물론 거기는 지극히 한국적인 곳입니다만(업소용 김냉에 소주를 들짝으로 쟁여놓고 손님들이 알아서 꺼내 퍼마시는 곳;)
이번 주 토요일에 친구하고 해운대 중동역에 있으나 행정구역은 좌동이었던 루이스 해밀턴 커피에 갔습니다. 알고 보니 친구 집하고 굉장히 가까웠어요. 그런데 저하고 반대 방향으로 왔던 친구는 '도대체 이 주택가 안쪽에 자리잡은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하고 궁금해했는데 중동역 6번 출구로 나와서>마세라티 수리센터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루이스 해밀턴 커피라고 겁나 크게 써 있어서 비교적 쉽게 찾아왔습니다.
지난번 카페 루시에서의 기억을 토대로 '해운대의 인기있는 집 브런치는 낮 열두시 전에도 자리가 없을 수 있다' 싶어서 원래 약속 시간인 열두시보다 조금 일찍 갔습니다. 다행히 자리가 아주 없진 않더군요.
은은한 조명.
커피 바 쪽은 이렇습니다.
비는 그쳤으나 여전히 습습한 바깥.
들어왔을 때는 차 있었으나 일시에 빠져 버려서 잠시 휑했던 전경. 그러나 10분도 되지 않아 다시 찼습니다.
브런치 메뉴가 여러가지라 뭘 시킬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합. 결국 저희는 저거 세트를 시켰습니다.
커피. 부산치고는 가격이 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23년...전인가 서울에 놀러갔을 때(아마 스벅이 이대에 생길 무렵이었습죠) 압구정에서 만원짜리 커피를 마신 적이 있습니다. 맛은 괜찮았었어요. 그렇게 따지자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프차 때문에 커피값은 물가 대비 하향한 셈이네요.
코코넛코아 스무디(코코넛밀크+에스프레소)가 유명하다고 해서 먹으려고 점찍고 있었습니다.
여기는 팬케이크+에그 베네딕트 맛집이래서 그렇게 먹으려고 일찌감치 드릉드릉.
저거세트에서 옵션은 과일 수플레 팬케이크, 에그 베네+코코넛코아스무디 두 잔 주문. 주문하고 만드는 시스템이라 대략 20분 걸린 듯 합니다.
퐁신퐁신한 수플레 팬케익이 넘나 이뻤던 세트.
일단 외양만으로도 합격.
그리고 이건 으음? 싶겠지만 정규 메뉴인 떡볶이. 음식 기다리는 동안 요기하라고 맛뵈기 서비스로 나왔습니다. 여러번 말했지만 전 맵찔이라서+취향에 안 맞아서 제 돈 주고 안 사먹는 편입니다. 음식이 아니네 어쩌네 드릉드릉하면서도 사실 꽤나 떡볶이 애증의 존재인 황교익씨보다 제가 훨씬 안 먹은 듯. 근데 요 떡볶이는 건강한(...음?) 국물 자가제조 떡볶이 맛이라 저 치고는 꽤 먹었습니다.
에그베네. 도대체 설정도 다르게 한 게 없는데 왜 초점이 나갔을까요;;; 토마토가 달고 신선하고 상큼하였습니다.
한 칼 썰자 주욱 흘러나오는 반숙 계란. 그래 바로 이거였어. 부산 힐튼에서 먹었던 되도 않는 완숙(그것도 오버쿡한) 에그 베네딕트의 상처가 이제야 치유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뭐 다 맛있었어요. 홀랜다이즈 소스도 맛있고 지나치게 짜지 않던 베이컨도 맛있었고 밑에 깔린 머핀빵도 맛있었고...
그리고 에그 베네딕트 먼저 먹느라 점점 꺼져가고 있던 가엾은 수플레. 좀 꺼지긴 했지만 폭신폭신하고 좋았습니다. 제가 마음에 들었던 건 폭신하긴 한데+안이 완전히 덜 익지는 않았던 겁니다. 간혹 썰면 덜 익은 반죽이 밀려나오는 수플레도 봤는데 그건 제 취향이 아니라서.
그나저나 집 나간 초점은 왜 안 돌아오는 것일까요. 왜...
코코넛스무디. 베트남의 콩커피와 다른 점을 들자면, 여긴 코코넛이 훨씬 조밀하니 덜 풀린 상태에서 에스프레소 샷 하나만 쭉 부어서 처음엔 에스프레소의 산미를 느끼면서 먹다가 천천히 녹아들은 코코넛과 커피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맛있었어요.
이런 데를 어떻게 찾았냐고 친구가 계속 물어봤는데 답은 간단합니다. 다음 맵 검색+구글 맵 검색하여 악평을 걸러내고 둘 다 평이 무난하게 좋은 곳을 찾으면 됩니다. 아, 그리고 저는 주인장의 접객 태도에는 '어지간하지만 않으면 된다'라는 주의라 그 쪽 지적은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그런데 그 한계를 넘어선 산본 모 횟집...ㅎㅎ) 여기 리뷰 중에 주인장을 지적한 게 있었는데 평이 다 남자분 문투라(음?) 거르고 갔더니 상냥한 주인장 분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