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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공주에서 서울로 올라가서 오후에 DDP에서 하는 살바도르 달리 전시회를 관람했습니다.

...라고 인증을 하고 있습니다. 여담인데 겁나 두껍게 입고 간 거 치고는 서울이 별로 안 추워서 오바했나 라는 생각이 잠깐... 

11월 27일에 시작했고 12월 3일이라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거기다 금요일 오후라 사람이 꽤나 몰리더군요. 역시나 주중 오전에 가는 시간 안배가 필요하겠습니다.

제가 제목에 저렇게 적어놓은 이유는요, 보통 달리하면 생각나는 그림은...

https://www.google.com/search?q=%EC%82%B4%EB%B0%94%EB%8F%84%EB%A5%B4+%EB%8B%AC%EB%A6%AC+%EA%B8%B0%EC%96%B5%EC%9D%98+%EC%A7%80%EC%86%8D&tbm=isch&ved=2ahUKEwiIpZDfp_b0AhWXAaYKHQraDPAQ2-cCegQIABAA&oq=%EC%82%B4%EB%B0%94%EB%8F%84%EB%A5%B4+%EB%8B%AC%EB%A6%AC+%EA%B8%B0%EC%96%B5%EC%9D%98+%EC%A7%80%EC%86%8D&gs_lcp=CgNpbWcQAzIFCAAQgAQyBQgAEIAEMgQIABAYMgQIABAYMgQIABAYMgQIABAYMgQIABAYOgcIIxDvAxAnUPwFWNQQYNcXaAFwAHgBgAGBAYgBgQeSAQMwLjiYAQCgAQGqAQtnd3Mtd2l6LWltZ8ABAQ&sclient=img&ei=s4bCYcj_LJeDmAWKtLOADw&bih=708&biw=1468&rlz=1C1SQJL_koKR977KR978

아직 저작권 대상인 듯 하여 구글 링크로 대체합니다. 암튼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흘러내리는 시계가 있고 개미가 있는 그거, '기억의 지속' 그 그림인데요, 그건 이번에 안 왔습니다. 그렇다고 어 이게 뭐임 하기는 이른 게, 달리는 아주 긴 생애 동안 많은 분야와 화풍에 도전한 사람이고, 자신을 아이콘으로 만드는 데 아주 능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20세기는 대중 매체로 아티스트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적당한 시기죠. 

3주 쯤 지나서 기억이 남아있는 정도 안에서 좀 기록으로 남겨볼까 합니다.

 

- 달리는 카탈루냐의 피게레스(햇볕 좋고 경치 좋고 여러 모로 그림같은 곳이라 여행가고 싶었습니다. 실제로도 여행 명소라고)에서 부유한 법조계 인사의 아들로 태어났는데요, 같은 이름의 형이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죽었습니다. 달리는 인터뷰에서 형이 '자신보다 더 천재적인' 사람이었다고 하면서 자신을 형의 환생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여동생은 청년 시기에 모델이 되어 주고, 달리의 이미지 중 하나인 '줄넘기 뛰는 소녀'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 달리의 엄청난 팬은 아니고 대충 좋아하는 저도 알고 있는 달리의 애처 갈라. 실은 폴 엘뤼아르의 아내였는데 초현실주의 모임에서 만난 달리가 반해서...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달리는 갈라가 자신에게 반하게 만드려고 별별 고약한 걸 섞은 사랑의 묘약을 먹였습니다. 먹고 안 아팠으니 다행이긴 한데 뭐 하는 짓이요.

 

- 갈라를 모델로 한 걸작들도 있으니 감상하면 좋겠습니다. 왜 그 한쪽 가슴 드러내놓고...(설명을 이 따위로;;;)

 

- 갈라는 탁월한 감각으로 평생 달리의 작품 거래와 이미지 마케팅을 했는데요, 노년에는 너무 지쳐서 달리와 별거를 요구하게 됩니다. 달리는 성 하나를 내어 주고(역시 단위가 다르다) 성에서 은거하는 갈라가 초대장을 보낼 때만 찾아가서 저 멀리서 지켜보는 만남으로 만족하게 됩니다. 끝까지 아내를 열정적으로 사랑한 남자에게 너무 심한 거 아니요 싶긴 한데 생각해 보니 부부가 꼭 언제나 함께 해야 사랑하는 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 루이스 부뉴엘과 협업한 문제적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도 상영하고 있습니다. 큰 화면으로 보기 힘든 영화니 가서 꼭 보시면 좋겠습니다. 유명한 눈 자르는 장면도 생생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장면은 워낙 화제가 되어 나중에 달리와 히치콕의 협업 장면에서도...

...이렇게 변주되었더라구요.

 

- 달리 하면 생각나는 클리셰인 '녹아 흘러내리는 시계'. '개미떼', '줄넘기하는 소녀' 등 작품에 나온 각종 상징들을 조명하고 풀이하는 섹션도 있습니다. 이게 한낱 평론가나 호사가의 놀이만은 아닌 게, 달리 자신이 거기에 대한 풀이와 떡밥을 던져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관종 작가의 팬이면 여러 모로 재미집니다.

 

- 달리는 '내가 초현실주의다'라고 선언하고 초현실주의와 결별한 후에는, 한 유파나 작풍,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왕성한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건 그와 대단히 어울리는 작품들에 판화로 삽화 작업을 한 거였는데요, 삽화들을 엄청 상세하게 전시해 놓았습니다. '돈키호테'는 너무 어울려서 할 말이 없을 정도였고 셰익스피어 작품도 꿈과 환상을 소재로 한 쪽이라 어울렸으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색감과 상상력이 굉장했습니다.(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는 역시 존 테니얼 경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정통파;)

 

- 알고 보니 그는 디즈니와도 협업해서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미완성으로 끝났는데 최근에 완성해서 이번 전시회에서는 전편을 볼 수 있습니다. 상당히 매력적이더군요. 디즈니와 장점과 달리의 아이코닉한 점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 히치콕 빠로서 '스펠바운드'에서 달리와 히치콕의 협업인 꿈 장면을 크게 틀어줘서 매우 좋았습니다. 히치콕이 단호하게 '내가 달리와 협업한 건 그의 유명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꿈 장면을 그처럼 잘 묘사해줄 사람은 없습니다'하고 말하는 인터뷰도 틀어줍니다. 하지만 예산이 초과됐었지...(먼산) 

- 달리의 창조성과 기발함을 보여주는 아파트인데요, 무성영화 시대 유명 여배우 메이 웨스트의 얼굴을 아파트로 만들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그냥 휑한 아파트인데 저 멀리서 보면 얼굴이 되고 그렇습니다.

 

- 자신의 재능에 대해 엄청나게 자부심이 많았으니만치 다른 예술가에 대한 호오도 아주 분명했는데요, 창조성, 색감 등 여러 카테고리로 당대와 이전의 여러 예술가들을 평가한 표도 전시해 놓았습니다 ㅋㅋㅋ 존경하는 피카소와 벨라스케스, 그리고 베르메르에 대해서는 자신보다 더 높은 만점을 줘 놓고 마티스는 겁나 깠... 아니 색감으로 먹고 산 화가에게 색감에 최저를 주면 어쩌란 말이요;;;

 

- 자신의 죽음을 믿지 않았던 화가의 성대한 장례식도 계속 영상으로 틀어줍니다. 역시 슈퍼스타.

나가는 문은 이렇습니다. 그리고 달리 전시회 공식 동영상도 개미떼가 우글우글한 게 아주 흥미로운데요, 애들이 보고 울었습니다(...)

역시나 아이콘.

이쁜 거 옆에서 사진찍어서 흐뭇한 키모씨.

그리고 달리는 요리책도 냈더라구요. 저 '갈라'는 역시나 유명 인사였던 '갈라'의 이름에서 딴 언어 유희였을 거라는 데 제 패딩을 겁니다.(아니 사실 부산 내려왔더니 저렇게 두꺼운 패딩이 딱히 쓸모있진 않아서)

 

매우 볼 거리도 많은 전시회라 추천드립니다. 관람 시간은 넉넉히 잡고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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