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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영국 이코노미스트

출판사: 한국경제신문

정가: 22,000원

출간일: 2021.12.9.

제가 대략 5년 전부터 하고 있는 나름의 새해 맞이 의식이 영국 이코노미스트사에서 세계 리더들의 기고문과 자사 기자, 특파원들의 글을 엮어서 내고 있는 그 해의 새계대전망 책을 읽어보는 겁니다. 아 물론 새해를 맞자마자 건강이 곤두박질치면서 입원했던 2018년은 예외로 하고요.(세상이 어찌 돌아갈 것이든 무슨 상관인가...내 관짝이 보이는데...)

이 책을 매해 초에 챙겨읽는 이유는, 어차피 364일은 국내 뉴스나 커뮤에서 단편적인 뉴스를 줏어먹고 살아서 어차피 편향되고 근시안적일 시각이니 새 해 시작은 부러 쫌 장기적이고 '글로벌'하게 맞춰놓고 시작하려는 겁니다. 물론 이 책도 서구 편향적이며 예측이 틀릴 때도 꽤 있습니다. 그러나 예측이 틀리는 것조차도 현학적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강점이죠(물론 좀 많이 재수없습니다;) 

아참, 올해부터는 영어 원제가 'The world in (연도)'에서 'The world ahead (연도)'로 무려 한 단어나 바꿨다는 걸 엄청난 의의를 부여해서 설명해 놓았습니다. 참 퍽이나 많이 바꿨다;;; 어차피 빨리빨리의 한국에서는 '2022년의 세계'라고 하면 아무도 안 사 읽기 때문에(순전히 제 생각-_-) 예전부터 직관적으로 '세계경제대전망'으로 출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바꾸면 뻘하니께 올해부터 '세계대전망'. 경제만 다루는 게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 등 모든 면을 다 다루고 있으니 이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좀 재미있었거나 기억에 남는 단상을 메모식으로 아래에 남깁니다.

 

- 2022년 11월에 있을 미국의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원은 민주당/상원은 공화당 우세로 양분)하고 바이든에게 이른 국정 수행 위기가 올 것이라는 얘기를 책 여기저기서 하도 호언장담을 해서 외울 지경입니다. 어떤 구석에서는 그런 일이 이미 '있었던' 것처럼 적어놓기도 했더라능 ㅋㅋㅋ 아, 그리고 트럼프 할배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무언가로 공화당과 지지자들을 장악하고 있는 것까지는 알았는데 할배의 다음 대선 출마가 의외로 꽤 진지하게 나와서 뭔가 심사가 대단히 복잡해졌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상국의 분열 쯤인데 역시나 이럴 때 민주당이 선택하고, 공화당의 별 반대가 없을 것이 외교와 국방에서 미국이 헤게모니를 다시 잡기 위해 동북아시아에서 취할 강수이고 거기 휘말리는 건 한국이다 보니 심사가 더 복잡....

 

- 올해에도 그리고 종신에 가까울 만큼 긴 세월 동안 시진핑이 황제로 군림할 것은 누구나 예상하는 바이긴 합니다. 올해 가을에 20차 당 대회가 열리는데, 5년 후의 권력 구도를 미리 보여주는 당 대회 특성상 시진핑과 함께 확실해 보이는 후계자 한 두 명이 같이 등장한다면 2027년에 승계를 점쳐볼 수 있고, 그저 그런 원로나 너무 이른 신진을 데리고 나온다면 역시나 시진핑이 만 69세가 되는 10년 뒤, 2032년까지는 너끈히 권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봐야죠. 뭐 어찌 되든 가을에는 분열되는 미국보다 하나의 구심점;(점 치고는 너무 크긴 하지만;)이 있는 중국이 우월하다는 선전은 계속되겠지요.

 

- 기후 변화는 올해 대단히 중요한 전 세계적인 테마로서, 그리고 각 권역과 국가에서 대응을 어떻게 하는지 의제로서 아주 빈번하게 다뤄집니다. 예전에는 중장기적으로 대단히 팬시한 목표(뭐...2020년까지 탄소 넷제로 그런 거 있잖아요)를 잡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되었죠. 그런데 이게 코로나 이후의 경제 회복과 에너지 생산-소비지역과의 권력 충돌, 에너지 가격 상승세와 맞물리면서 대단히 복잡하고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중국에서 대단히 진지하게 본인들의 에너지 감시 시스템을 갖다 쓰라고 서방에 권고하는 기고문을 읽고 빵 터졌습니다. 너네면 그걸 갖다 쓰겠니. 서방 시스템에 이식했다가 뭐가 백도어로 나가...아...아닙니다;;;

 

- 경제 섹터의 대부분은 암호 화폐와 이와 연계된 금융에 할애되었습니다. 어차피 올해 2022년에 중국의 공식 암호 화폐가 나올 테고, 상당 수의 선진국에서 공식 화폐와 연계된 암호 화폐를 내놓을 테니 사적 섹터의 도박 정도로 넘기기엔 너무 커 버렸어요. 근데 탈 중앙화 금융까지는 어떻게 꾸역꾸역 이해를 하겠는데, 여기서 담보 제공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절 좀 이해시켜 줄 분들...알았어요 알아서 공부해야지...ㅠㅠ

 

- 앞에 나오는 것보다는 작은 비중의 얘깁니다만, 원격근무는 확대되지만, 100% 원격근무보다는 재택+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당분간 (여력 있는) 회사의 대세로 자리잡을 텐데요, 이 때 전통적으로 '사무실에 오래 있는 것을 고 성과라고 평가하는 편향을 어떻게 새 시대에 맞게 교정할지 이슈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재택 근무를 선호하는 것은 저도 아는 얘깁니다만, 소수 인종이 확연하게 재택 근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차후에도 이를 선호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일률적으로 육아 때문만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구요. 개인적으로는 소수자들의 오프라인 네트워킹(일명 학연 지연 성별 등으로 이어지는 '줄') 배제에서 나오는 소외감이 재택에서는 지워지는 편이다...라는 쪽을 들고 싶네요. 그런데 성과 평가에서는 여전히 그 편향이 존재하고, 더 공고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죠.  

 

-요 몇년간 저도 국뽕에 상당히 물들어서 이런 책 보면 한국이 어느 정도로 다뤄지는지 상당히 눈에 불 켜고 찾아보는데 말이죠. 여전히 미미합니다만 여기저기 묻어 있긴 합니다. 공매도 거래(왜 단기라고 오역한게 감수를 그대로 통과한 건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사례나, 주식 단수 거래에도 있고, 역시나 스트리밍 산업 분석에서 오징어 게임이 2021년 최고 히트작으로 언급되어 있구요, 아 또 뭐지... 네, 올해 3월 대선에서 윤씨가 승리할 것을 점쳤더군요. 하긴 올해 선거가 있는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내란 수준으로 분열되어 있고 대연정이 판치는데 한국은 양당으로 심심하긴 합니다. 갸들이 보기엔 국민의 힘 극우-민주당 중도우파(전 민주당이 좌파라고 하면 웃습니다;)라 얼마나 평온해 보이겠음요. 근데 늦은 백신 도입을 윤씨 승리 원인으로 분석하는 건 너무 단편적인 건 아닌가요; 아무리 전 세계 테마에 맞춘다고 해도 그건 아니죠;;; 그러고 보니 503 석방과 삼프로 티비 사태 이후 지지율의 크로스 현상은 어떡하든 못 맞출 얘기긴 합니다만...후우...이번 대선... 누가 누가 더 병신짓하냐 게임...

 

..세계 얘기하다가 또 뽑을 ㅅㄲ 없네 이번 대선으로 끝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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