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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 보니까 12월 29일 저녁 되기 직전에 귤향과즐 산 걸 깜빡했네요. 이게 귤즙을 진하게 고아넣어 만든 일종의 유과같은 건데 겁나 달고 칼로리가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흰 마침 가내수공업은 아니고 약간 협동조합식으로 만드는 동네 공장을 지나가던 참이라 막 만든 걸 선물용으로 마구마구 사고 덤으로 꽤 얻었습니다.

왜 덤은 본품보다 더 맛있을까요;ㅁ; 참고로 귤향과즐은 선물시 특색도 있고 반응도 좋으니 추천합니다. 굳이 서귀포 근처 공장 안 가도 각지에서 팝니다.

다시 30일로 돌아가자면, 오전 일정이 갈렸습니다. 한 분은 서귀포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저와 다른 동행은 천지연 폭포에 갔습니다.


천지연이야 뭐 워낙 여러번 와서 글케 큰 감흥은 없구요... 폭포 초입에 여의주상 앞에 있는 전설이 영문판과 한글판 내용이 달라서 혼파망이었습니다.

먼저 읽은 영문판: 먼먼옛날에 여기 겁나 이쁜 처자가 살았다. 근처의 젊은 총각들은 그녀를 절망적으로 원했다(...) 그러나 그녀의 혼사가 정해졌다. 그 중 단념하지 않은 한남이(제 띄어쓰기가 오류났네요) 그녀를 겁탈하려 했고 용이 나타나서 한남을 하늘 저 멀리멀리 집어던졌다. 그러던 중 여의주가 떨어졌고 그걸 줏은 겁나 이쁜 여자의 집안은 완전 팔자가 폈다.

그 다음 읽은 한글 버전: 옛날에 이 근처에 한 처자를 좋아하는 한 남자가 있었는데 걜 너무 좋아해서 어째 좀 해보려다 용신 때문에 안 되고 용신은 여자한테 여의주를 주고...

같은 얘기 맞나;; 이건 뭐 그림동화 성인버전과 아동용 버전의 차이보다 더한데요; 전 진실은 영어 버전쪽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구경 다 하고 근처에 이중섭 거리가 있길래 좀 볼까 싶었는데 주말에 차 없는 거리로 되어 있고 전 주차할 때 임기응변은 한없이 마이너스에 수렴하는 사람이고 해서 그냥 성당 갔다 온 동행을 만나서 도로 숙소 행. 숙소에서 점심을 먹고 한잠 늘어지게 잤습니다.

오후에 갈 곳은 포도호텔 근처 디아넥스에 있다는 아라고나이트 스파&수영장입니다.(방주교회도 구경하고 싶었는데 개신교가 흔히 그러하듯 소유권 분쟁인지 경영권 분쟁인지 뭔지가 있어서 닫혔더군요) 스파는 정가는 끔찍하게 비싼데 네이버로 구매하면 그나마 좀 합리적인 가격이 되더군요. 근데 디아넥스는 뭐고 아라고나이트는 또 뭐래요;; 나중에 도착하고 나서야....

포도호텔 별관 그니까 the annex ㅋㅋㅋ 차 안에는 박사가 한 명이고 석사가 세 명이었습니다 ㅋㅋ 공부 참 쓸데없어요 ㅋ

알고보니 아라고나이트란 건 에스파냐 반도 아라곤 지방에 많다는 온천 광물질 뭔가로 물을 뿌옇게 보이는 게 주요 현상이고 이거저거그거에 영험하다던데 저한테는 피부를 매끈매끈하게 만들어주는 게 주요 포인트였습니다. 노천탕은 마침 수리로 문을 닫고 뭐 시설이 그럴싸하다기보단 깔끔한 시설과 좋은 온천수로 승부보는 곳이라 애들보단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곳.

목욕 끝내고 기나긴 길을 거쳐 수제 버거 먹으러 갔습니다. 구억에 있는 ‘스모크하우스’란 곳이에요.


휑한 곳에 맥도날드 악마의 광대같은 집을 만들어놓고 성업 중입니다. 저희는 대표 음식인 더블쿼터파운드와 칠리감자, 그리고 미국 추억팔이를 하고 싶은 제 개인적 변덕으로 맥앤치즈를 시키고 IPA를 곁들이.

역시 고기 맛있는 동네가 수제 버거도 맛있습니다. 미국미국한 맛을 제대로 재현해서 외국인들도 제법 찾아왔더군요. 서울 엔간한 데보다 낫습니다. 제주라는 지방 특색이라 하믄 데면데면한 접객 태도 그리고 컨테이너 째로 쌓아놓고 뿌리는 귤...

귤 맛집; 스모크하우스에서 숙소로 돌아오니 12월 30일이 마무리됩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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