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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사 첫 부서의 3년 반 동안 연말연시...아니 매 분기 말 기억은 회사에서 밤새고 근처 매우 맛없기로 악명높은 설렁탕집에서 새해 첫날 첫 끼니를 때우던 겁니다. 시즌별로 결산을 돌렸거든요. 그 후로는 결산과 별 상관없는 곳으로 가서 연말연시 트라우마에서 해방되는가 했더니 재작년에 잠깐 또 발동되었고(간단히 썰을 풀자면 아무도 받고 싶지 않아하던 소정의 보너스를 윗 양반들의 명에 따라 연말 마감 다 될 무렵에 억지로 입금을 하려고 난리를 쳤었고 몇 달 후에 또 강제로 회수하고.. 그 와중에 마감이란 미천한 일을 한 번도 안 해 본 윗 양반은 왜 마감이 된 상태에서 입금이 안 되는지 이해하지 못해 저를 후두려팼고...전 요즘은 순환근무라는 게 필요한 조직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지금이야 연말연시가 다 무엡니까 주중하고 주말 구분도 안 되는 판에 ㅋㅋㅋ 그러나 연말연시를 여행하면서 보낸 건 참 오래간만이라 소중한 기억입니다. 보통은 일에 쩔고 종무식 술에 쩔어서 어디 가지도 못하고...아이고 이놈의 회사인간 물은 언제 빠지나...

12월 28일 금요일을 실질적인 마지막 영업일로 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제주공항은 참으로 사람이 많더군요. 굉장히 촘촘하게 출발-도착 스케줄이 있었는데 한번 삐끗하면 줄줄이 연착나기 딱 좋았습니다. 뭐 저야 어수룩한 곳에서 저녁 되기 직전에 도착해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 서울에서 업무 마치고 출발한 두 분은 연착에 연착을 거듭하여 렌트카를 겨우 인계받아 한밤중에 숙소인 켄싱턴리조트에 도착하였습니다. 숙소 주인이 사 놓은 오는정김밥(서귀포시에 있는 유명한 김밥집인데 홀에서 먹지도 못하는데 전화로 예약해서 꾸역꾸역 사러 옵니다. 실제로 주문전화 넣는데 열몇번 시도했다고;)을 맛나게 먹어치우고 처 자다 일어나니 웬 피로에 누글누글 녹아버린 사람들이...ㅠㅠ

이미 몇 달째 제주도에 머무르고 있고, 그보다 더 머물러야 할 숙소 주인장도 그렇고, 동행들도 제주도는 초행이 아닌지라 널널하게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오전은 좀 쉬고 점심 피크타임 살짝 넘겨서 서귀포에 있는 갈치 전문점 ‘네거리식당’ 에 갔습니다.


고등어구이, 갈치국, 갈치구이.

유명음식점답게 피크타임 넘겨도 사람이 매우 많았으며 종업원들은 지쳐서 사람인지 기계인지 모를 응대를 하고 있고...뭐 그랬습니다. 맛은 괜찮아요. 특히 갈치국이 맵싹하면서 진한 국물맛이라 베스트였습니다.

나와서 올레길 중 아름답고 무난하단 평을 받는 6코스로 갔습니다.


(요즘 제 2의 피부 캐나다 기어 패딩괴 함께)
에...뭐 말로 듣던 대로 무난한 코스긴 했습니다. 다만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올레길 치고도 너무 없어서 어스름 무렵엔 위험하겠더라구요. 해지기 전에 잽싸게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초입에 있는 쇠소깍을 잠깐 구경.


이게 뭐더라...뭔가 남녀간에 아름답고 슬픈 치정 스토리가 있었습니다만 그 후에 줄줄이 다른 명승지에 더 자극적인 스토리에 묻혀서 기억이 잘...

이후 남은 힘을 쥐어짜서 제주올레시장에 들러서 시장 먹거리를 좀 구경하고(요즘 지역에 활성화된 상업 야시장 분위기였습니다. 젊은 사람들한테 맞춘 듯) 근처의 ‘제주 약수터’로 가서 수제 맥주를 테이크아웃.


맥파이 계열사는 아니라던데 맥파이 맥주를 제법 전문적으로 들여놨습니다. 젊은 사장님이 매우 싹싹하고 시음 인심도 좋으시더군요.

테이크아웃한 먹거리와 맥주는 숙소에서. 개인적으로는 맥파이 막차 맥주가 제일 마음에
들더군요.

저는 자타공인 익스트림한 취향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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