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12월 21일 한국공인회계사회 대회의실에서 실시한 '분개장 분석 및 현금흐름표 직접법 작성 실무 교육'을 이수하고 왔습니다. 이 교육은 이미 지난 주에 1회차가 있었는데 수강신청 오픈한지 몇시간만에 동이 나 버리고 ㅋㅋㅋ 2차도 오픈하자마자 동나서 사정사정한 다음에 문 닫고 들어감... 굳이 지금 감사하는 것도 아닌데(전 PA함) 들어보겠다고 비집고 들어간 저도 웃기지만 감사 시즌인데 밤에 푸석한 얼굴로 노트북 들고 들어온 업계 양반들은 더하고 그 중에 50대 60대 양반들은...

...제일 광기임...제일 열심히 듣고 막 다 따라함...

아니 사실 광기 오브 광기는 46세에 파이썬을 처음 배워서 달인이 되고 그걸 가르치고 있는 김태식회계사님...
 
교육 일정은
(1)19:00 ~ 20:30 : 분개장 분석
(3)20:30 ~ 21:30 : 현금흐름표 직접법 작성 실무
(3)21:30 ~ 22:00 : chatGPT 활용 방법 안내

이랬구요, 역시나 한공회 IT 계열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김태식 본부장님이 직접 진행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세 가지를 조합한 게 무슨 의미인가'라고 무지성 수강신청 갈긴 다음에 좀 고민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서사로 흘러갑니다.

- 실은 이 빅데이터(라고 쓰고 저는 데이터 과잉의 시대라고 생각함)에 백만 줄(정확하게 말하면 1,048,576줄이지만;) 밖에 안 되는 엑셀로는 감사 대상 회사 데이터 처리에 한계가 있음

- 더존으로 커버되는 회사는 그나마 될 만한데 SAP이나 오라클 쓰는 회사는 당연히 데이터가 백만 줄 넘어가서 엑셀로는 커버가 안 됨

- 그래서 이제 파이썬은 필수임

- 그러나 파이썬을 회계사들에게 여러 번 가르쳐 보니 너어어무 힘들어함

- 그래서 어린 회계사들을 구제하기 위해 FraudIt과 파이썬을 이케저케(사실 저도 구현 원리는 잘 모름 그리고 업계 비밀인 듯 했음) 엑셀에 매크로로 구현했음

- 이 매크로를 순차적으로 돌리면 대상 회사의 분개장 데이터를 가지고 온갖 분석이 가능하며 감사 조서로 구현이 가능함(사람이 안 배우면 후져진다더니 저 RSF 분석이랑 벤포드 분석 방법론은 이번에 처음 실무 배움)

- 그리고 현금흐름표 직접법 처리도 가능함

- 현금흐름표 직접법의 의미는 거래처 등 온갖 카테고리별로 현금유입/유출 내역을 다 분석 가능하다는 것임

- 그러니까 현금흐름표를 직접법으로 꼭 돌려봐라

- 근데 이 모든 게 파이썬으로 가능함 파이썬 꼭 배우세요 근데 파이썬 어렵지?

- 한 달에 20달러 내고 챗GPT 4.0 구독하면(쓰앵님 근데 지금 구독 막힘;) 다 분석해주고 파이썬 구문까지 만들어줌(시연해줌 우와)

- 아 맞다 감사보고서 DSD 파일 자동화랑 연결재무제표 자동화도 지금 구현 중에 있음 쫌만 기다려봐라

- 암튼 파이썬은 꼭 배우는 게 맞음 열심히 배워보고 2024년에는 체계적으로 교육 모듈을 만들겠음

....훈민정음 서문 이후로 이렇게 완벽한 기승전결은 처음 봤음...

그래서 강의료 6만원에 아름다운 매크로 EXE 파일(근데 파이썬 구문은 다 복호화되어 있으며 매크로는 수정할 수 없음 어차피 세상의 이치가 그런 것)과 원리, 작성법을 얻고 수강 시간 3시간 크레딧도 얻어감(저 올해 60시간 이수 대상이라 매우 중요함)

아 그리고 챗GPT와 고객 데이터 비밀 유지에 대해 제법-_- 예리한 질문을 제가 했는데 상으로 재무빅데이터분석사 2급 교재 두 권 주려고 하시길래(시중가 4만원) 아 그 시험 합격해서 집에 그 교재 있음 했더니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그리고 강의 끝나고 나서 로컬 회계사가 1급 치는 게 의미가 있나여 하고 여쭤봤더니 뭐 지식을 넓히는 차원에서는...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알게 된 사실은 2024년 상반기에는 재무빅데이터분석사 1급 시험 없습니다. 9월달에나 한 번 있을 거래요.

-뭔가 많은 걸 필터링하고 얼레벌레 끗-
 
덧. 감사도 이제 안전한 시장이 아니라고 두 번 세 번 강조하시더군요. 규제감독도 빡빡해지고, 시장 진입도 그렇고.
덧2. 강의 들으면서 '전문가적 의구심'이 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왜 회계사보고 의심 쩐다고 하는지 알 것 같... 아 근데 이 업계에 오래 있으면 인류애 멸종하는 건 시간 문제 ㅋ

728x90

10월 24일 저녁 삼정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 심포지엄 '초거대 AI 시대와 공인회계사'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챗GPT다 뭐다 해서 지식 팔아먹고 사는 전문자격사들 시대가 갔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로 맛이 갈 건지 궁금해서요(...) 참가비는 3만원이었는데 일단 호텔 풀코스 식사만 해도 충분히 그 이상을 하고, 오신 강사분들이 워낙 이름값 하는 분들이라 보람찼음(...적이요 왕복 비행기 요금하고 호텔 숙박은...)

전채로 나온 연어와 관자 샐러드만 찍고 그 다음은 안 찍음. 뭐 보시다시피 맛은 딱 3성 호텔 결혼식 코스 요리같은 맛이었음.(근데 연어에 들어가는 선명한 주황색이 그냥 색소고 원래 생연어는 멀건하다면서요?;) 빵과 커피가 맛있었고 스테이크는 별로.

원래 식사 1시간-강연 3부작 1시간 40분-Q&A 20분 이렇게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내용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식사 45분-강연 2시간 15분-Q&A 15분을 아주 빡빡하게 진행해도 벅찰 정도였습니다. 일단

- 초거대 AI시대 미래 경영의 변화(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유병준 교수)에서 산학 합동에서 바라본 AI의 현재와 미래 전망에 대해서 짚고

- 빅데이터와 AI 시대 회계감사(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승영 수석위원)에서는 AI보다는 빅데이터에 집중해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구축이 회계감사에 가져올 영향에 대해 다루고

- 생성형 AI시대, 공인회계사의 역할은?(김덕진 IT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에서는 현재 출시되거나 출시 예정인 최신 AI 툴 소개에 집중했습니다

원래는 저 하던 대로 후기를 줄줄이 쓸 생각이었는데 귀찮기도 하고(...) 유료 세미나의 저작권 문제도 있기 때문에 보고 난 다음의 단상 위주로 씁니다. 물론 제 의견 위주기 때문에 세미나의 팩트에서 상당히 왜곡되었을 수 있습니다.

 

- 일단 공인회계사의 먹거리를 회계감사(각종 인증 등 규제대상 업무도 편의상 여기에 포함합시다)/세무/회계기장/컨설팅 등으로 나눠 봅시다.

 

- 전문자격사의 존재가치가 '전문지식'도 있지만 '사회적 책임'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걸고 의견에 대해 의견을 내는 상대방과 사회에 미칠 책임을 지는 거죠. 현재로서는 AI/AI 회사에 이 수준의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방안은 미비합니다. 따라서 이 책임과, 규제 당국에서 인식하는 정도에 따라 시장이 뚫릴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제가 여기서 책임과 규제 당국에서 인식하는 정도를 굳이 구분하는 이유는 규제 당국, 까놓고 말해서 해당 정부의 성향에 따라 규제의 문턱은 충분히 올렸다 내렸다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전 정부에서 신외감법으로 지정감사(음 간단하게 말해서 이슈 있는 회사들 감사 빡세게 하는 겁니다) 대상이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대폭 확대했다가 이번 정부에서는 해당 제도들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또 사고 터지면 어머 뜨거라 하고 반응을 할...지도...(솔직히 그럴지는 요즘 행태로는 잘 모르겠;)

 

- 아, 물론 현재로서는 AI가 웹에 퍼져 있는 지식(오래되거나 잘못된 지식도 꽤 있습니다) 말고 회계기준서나 감사기준서 등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전문 지식을 학습한 정도는 아직 조악합니다. 하지만 이는 운영 주체에 따라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얘기를 빅데이터로 돌려 보면, 이미 이 날 프리젠테이션을 한 딜로이트 등 세계 4대 회계법인은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지식 공유와 축적을 기반으로 빅데이터 플랫폼을 상당히 구축한 상태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툴은 회사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다각도의 부정 적발을 단 몇 초만에 할 수 있고, 분석적 검토를 수행해서 한 회사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 과거와 현재, 미래 예측까지 상당한 수준으로 가능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당연히 분석 대상인 데이터의 양은 매우 방대해지는데, 이미 10년전에 대한항공의 회계 데이터가 1기가가 넘어서 엑셀로는 되지 않아 파이썬으로 분석을 했었고, 지금은 삼성전자 데이터(아 감사 한 번 할 때마다)가 몇백 기가 정도. 백만 줄 밖에 안 되는 엑셀로는 당연히 안 되죠.

 

- 그렇다면 규제 대상으로 그나마 입지가 공고한 쪽은 회계감사가 되겠군요. 이 쪽은 AI가 완전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굳이 따지자면 판사의 판결 쯤으로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대신 AI나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분석적 검토나 전수조사(이제 샘플링이 아니라 전수조사의 시대가 왔다고 해서 술렁술렁;;; 회계사들의 주요 툴인 엑셀로는 커버가 안 되니까요)의 도구로는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 세무의 경우 세무사협회가 좀 더 민감한 사안일 수도 있겠군요(하지만 개업회계사들의 주요 먹거리가 세무라는 걸 생각하면 이 쪽도 만만치 않음) 그런데 세무대리의 경우 납세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쪽이라 보호 대상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홈택스에서 납세자가 자동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상당히 전산화를 이룩한 상태.

 

- 회계 기장의 경우 세무보다 보호를 덜 받을 것 같습니다. 이쪽도 소수의 복잡한 고급 회계/다수의 단순 기장으로 나뉠 것 같군요. 전자의 경우(예를 들어 가상화폐 회계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생각해 봅시다) 복잡한 판단과 사례 구축, 그리고 상당한 책임을 동반하는 일이라(이 경우 고객 회사를 대리해서 입장을 변호하는 역할까지 해야 합니다) AI가 바로 먹어버리긴 좀 그렇습니다...만, 빅4 회계법인에서 플랫폼을 구축해서 먹어버릴 것 같습니다; 

그럼 남아 있는 단순 기장 시장의 경우도 역시나 핀테크 기업에서 사용자 대상으로 직접 판매를 해 버리거나, 혹은 대형 회계법인의 플랫폼을 중소/사무소에서 유료 구독해서 사용하는 쪽으로 갈 것 같군요.

 

- 컨설팅의 경우 주니어 컨설턴트/애널리스트가 할 단순 조사/분석 업무는 AI와 빅데이터 툴이 상당 부분 대체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늘 아래 새 아이디어는 없으니까 아이디어를 얻는 데도 상당히 역할을 할 것 같음. 그럼 고객회사가 원하는 대로 어떻게 입맛을 맞출 것인가...로 가는데 그럼 또 윤리의 문제가 나오는군요;

 

여기서 파트타임으로 신생 로컬법인에 한시적으로 근무하고 있고, 앞으로도 적당히 유랑할 예정인 저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 봤는데요...

- 시류에 대해 계속 업데이트하자

- 빅데이터 오퍼레이팅은 배워 놓는 게 낫겠다

- 노비를 해도 대감집 노비

- 딱 10년만 더 해먹어도 다행이겠다(그 다음은 내 알 바 아님)

 

-끗-

728x90

모두 거짓말을 한다 - 구글 트렌트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은이)
이영래 (옮긴이)더퀘스트2018-06-17
원제 : Everybody Lies (2017년)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7998227

목차는 이러합니다.

서론: 빅데이터 혁명의 개요

1부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
1. 직감은 불완전하다

2부 빅데이터의 힘
2. 프로이트가 옳았을까?
3. 데이터를 보는 새로운 눈
신체 데이터
단어 데이터
사진 데이터
4. 디지털 자백약
섹스에 관한 진실
증오와 편견에 관한 진실
인터넷에 관한 진실
아동학대와 낙태에 관한 진실
페이스북 친구에 관한 진실
고객에 관한 진실
진실을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
5. 클로즈업
우리 지역, 시, 마을에서는 정말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도플갱어 찾기
데이터에는 이야기가 있다
6. 온 세상이 실험실
A/B 테스트의 기초
잔인하지만 큰 깨달음을 주는 자연 실험

3부 빅데이터: 취급 주의
7. 빅데이터로도 할 수 없는 일
차원의 저주
측정 가능한 것에 대한 지나친 집중
8. 빅데이터로 하지 말아야 할 것
권력화된 기업에서 생기는 위험
권한을 부여받은 정부에서 비롯하는 위험

결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책을 끝까지 읽을까?
====
트위터에서 추천받고 읽었습니다. 소셜 미디어와 구글링, 빅데이터라면 매우 좋아하는 주제라서요. 마침 근처 도서관에 대여 가능한 게 있길래 빌렸는데 이런 책은 역시 대여가 제맛인 것 같습니다. 요즘 진득하게 완독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데, 2주일 기한을 두고 연체에 쫄려가면서 읽는 게 제맛...(네 그리고 역시나 사흘 연체 ㅋㅋㅋ)

책은 저자의 아마도 영원한 평생 울궈먹을 사골, 미국의...아니 전 세계에 충격과 공포의 깽판을 선사했던 트럼프 대통령 당선부터 시작합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오바마 당선부터겠네요. 오바마 당선때부터 그에 대해 긍정적인 검색어 뿐 아니라 '깜둥이 대통령' 등 인종주의 반감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선거 캠페인 내내 '도널드 트럼프'는 우세였으며, '깜둥이'등 인종차별적 단어 검색이 두드러지는 주에서는 검색 우위가 훨씬 높았어요. 그리고 그들은 여론조사와는 달리 조용히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ㅋㅋㅋ

저자인 세스 다비도위츠(...이름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모든 것이 똑똑한 유대인 너드 스테레오 타입입니다;ㅁ;)는 하버드 경제학과 대학원생일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 구글링 논문을 가지고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걸 특유의 관종적 기질로 마케팅하여 구글에서 수년간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지금도 뉴욕 타임즈에서 관련 칼럼을 연재하면서 저작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http://sethsd.com/

저자 양반 홈페이지. 리서치/데이터 섹션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 다수와 방법론, 데이터에 대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저자 양반은 본질적으로 관종적이고 입을 잘 터는 성격인 듯 합니다. 일단 빅데이터에 대해 사람들의 진입 장벽을 줄이기 위해, 빅데이터가 자기 할머니가 밥상머리에서 '세스는 이러이러한 성격이니까 저러저러한 여자가 잘 어울려...'하고 직관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아니 글치만 책 중간중간에 자기의 망한 연애 에피소드를 털어놓는 걸 볼 때마다 저러저러한 여자는 뭔 죄길래...하는 생각이 들던데요 할머님;) 하지만 직관은 여러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직관은 자기 주변의 경험에 지나친 가중치를 둘 수 있습니다. 또한 직관은 극적인 경험을 과장하거나 왜곡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직관으로는 한계가 있는 분석에 대해 데이터 과학은 끊임없이 수정하고 방법론을 제공합니다.

빅데이터는 이전의 소규모 여론조사와 같은 전통적인 데이터 과학과 다른 점이 많습니다. 우선, 구글 검색어나 소셜 미디어 트렌딩과 같은 전혀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익명성을 보장한 인터넷 공간에서는 검색으로 어디가선 말 못하는 솔직한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제공해 주죠. 여기 저자의 심플한 도식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디지털 진실: 검색/조회수/클릭수/결제
디지털 거짓: 소셜미디어 포스팅/소셜미디어 '좋아요'/데이트 프로필

소셜미디어 포스팅이 왜 '거짓'일수 있냐고 하면...사람들은 남이 굳이 안 그래도 된다고 해도 '내가 되어야 할 것 같은 내 자아'로 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이죠. 저자의 예 중에서 아주 심플하면서도 직관적이었던 게, 예전에 넷플릭스에선 '나중에 볼 목록'에 저장한 걸(2차 세계대전 다큐멘터리나 뭐;;) 위주로 알고리즘을 짜서 추천해줬을 때보다, 실제로 본 거 위주(제가 최근에 본 투핫이라거나 뭐;;;)로 추천을 해 줄 때 뷰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빅데이터는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아주 작은 집단, 예를 들어서 한 카운티의 소수 인종 학력의 유의미한 정보까지 존재해서 이를 클로즈업해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것은 상관관계 뿐 아니라 인과관계까지 분석하고, 이를 실험으로 행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저자가 엄청나게 흥분하는 게 보이는데 ㅋㅋㅋ 어쩔 수 없는 경제학 빌런이더라구요. 학계에서는 무작위 대조실험이라고 하고 보통 A/B테스트라고 하는 거 있잖습니까. 실험군에는 어떤 변수를 주고, 대조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둘의 차이를 분석하는 거 말이죠.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는 거의 0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가면서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코드만 추가하면 접속자들이 실험군/대조군이 되어 어떤 화면이 클릭률이 높은지 알아서 데이터를 제공해 주니까요. 이미 오바마 선거 캠페인부터 선거 기부금 사이트 첫화면이 이를 엄청나게 실험한 끝에 기부율을 60%나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여기서 전 쫌 불쾌해진 게 있잖아요...어떤 기사 헤드라인이 클릭률이 더 높은지에 대해서도 이 테스트는 끊임없이 돌아갑니다. 제가 보고 있는 "XX녀, 이것먹고 10억 벌어? 충격!!!'이런 게 결국...에휴.

아, 쫌 흥미로웠던 건 다른 실험 중에서 '회귀 불연속 설계(regression discontinuity design)이라는 건데, 아슬아슬한 차이로 어떤 변수를 겪은 그룹과 겪지 못한 그룹이 결과적으로 어떤 차이가 오는가 하는 겁니다. 여기에선 미국 최고 공립고로 꼽히는 스타이버선트(저는 우리 팀 로빈스 할배;가 다닌 곳이라 알고 있었습니다;ㅁ;)에 커트라인에 걸려서 떨어진 사람들과 아슬아슬하게 붙은 사람들의 인생 궤적에 대해서 비교해 봅니다(그 사람들이 겪었던 상실감이나 성취감과 상관없이, 연봉이나 커리어가 유의할 만한 차이는 없었습니다;ㅁ;) 이런 거 재미있어 하다니...수치스럽다;;;

물론 빅데이터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생활 침해나 차원의 저주라고 하는 복잡성 등등 여러 문제가 있지요. 하지만 데이터 과학자 답게 저자 양반은 여전히 빅데이터의 유용성을 설파합니다. 불안하고 당혹스러운 행동을 하는 게 자신뿐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위안과 대안을 구할 수 있고, 소수자 등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민감하게 알아챌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한 효용으로 혐오와 분열 등 점점 심해지는 세계 문제에 대해서 상관관계와 인과 관계를 실험하면서 점점 해답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저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에 대해서 포용과 사랑을 호소했을 때(아 이 양반 뜬구름 잡기는 1인자야 아주...)는 이슬람 혐오적인 검색어가 급증했는데, 이슬람 계통의 운동 선수에 대해 언급했을 때는 혐오가 줄어들고 긍정적인 게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들이 다르지 않다는 것, 호기심과 동질감으로 이끄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는 거죠.

끝까지 재밌게 읽긴 했습니다. 다만 궁금했던 건 이 책의 구성이 상당히 난삽한 편인데(사실 일본-한국 책이 지나치게 잘 정리되고, 영미 계열의 교양서들이 이 얘기 했다 지 자랑했다 널뛰는 구석이 있긴 합니다) 이게 마지막 장의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까 하는 겁니다. 저자는 먹물 답게; '대체로 이런 책들은 50페이지 앞에서 요점만 읽고 만다고 한다 이거 얼마나 읽을까? ㅋㅋㅋ 나 이거 되게 열심히 썼는데 아니 근데 모두다 거짓말을 하잖아 그니까 내가 하는 말도 거짓말이야 여러분 어느 게 사실이게요? ㅋㅋㅋ 나 술 마시러 간다 안녕' 이러고 마무리를 합니다. 설마 끝까지 읽게 하려고 요점들을 여기저기 흩뿌려놓은 건가...

재밌는데 재수없네요 ㅎ

덧.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고 자극적인 인간의 욕망 사례들이 많습니다만, 저자는 재수없지만 그의 권리는 소중하니까 따로 적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만 말하자면...

남자들은 '자기 자신한테 구강성교하는 법'을 많이 검색한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이 검색하는지 '파트너에게 오르가즘 느끼게 하는 법'만큼 많이 검색한다네요.

요가를 하세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