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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8월 중순에 접어든 어느 날, 친구를 만나러 신세계 센텀점에 갔다가 시간이 조금 떠서 한 마리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고 있었을 때 얘깁니다. 보통은 신관 지하의 시코르-서점-일렉트로마트 이렇게 찍으면 시간 잘 가서 괜찮은데
- 최근에 화장품 신상을 두 번 사서 시코르는 딱히 가도 관심가는 게 없었고
- 서점에 갔더니 바뀐 큐레이션이 제 취향이 아니라서 빨리 나왔고
- 일렉트로 마트는 망했...용진아 동생네 시코르는 잘 되는데 이게 뭐람;;; 그래도 내 취향이었는데 흑흑.

여튼 그래서 평소에 안 가던 패션 매장에 뭐 없나 하고 어슬렁거렸다는 얘깁니다. 마쥬 할인 행사하는 매대에서 좀 그럴싸해보는 원피스가 있는데 판매 사원이 안 보이길래 본 매장으로 찾아갔습니다. 근데 그것이 행사 상품이 아니고 이번 시즌 신상이라는 게 아니겠습니까? 거기서 1차로 혼자 빈정 상함.(혼자 기대하고 혼자 상처 받고 ㅉㅉ)
입어 보니 이렇게 나옵니다. 대충 2키로 빼면 태가 좀 나겠군요. 그리고 위에 노카라 재킷을 입는 게 낫겠어요.
입어 보고 가격을 물어보니 57만원입니다. 쫌 놀래서 실크냐고 물어보니까 실크 아니래요. 실크면 당연히 가격이 더 있죠 하고 쫌 뭐라하심 거기서 2차 마상 222 마쥬 첫구매 3만원 할인+백화점 행사 상품권 1만원 받으면 실질적으로 53만원이라고 하더군요. 흐음... 좋긴 한데요 비스코스 천에 과연 53만원을 들일 자신은 안 들더군요. 그리고 아직 살이 좀 쪄서-_- 옷이 태가 안 나는 문제도 있고 해서.
일단 집에 와서 백화점 상품권을 탈탈 긁어서 사려고 하다가...잠깐 아 맞다 내가 요즘 달러랑 유로가 많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쥬 미국 사이트를 찾아봤어요.
https://us.maje.com/en/categories/dresses/122rosangeo/MFPRO02566.html?dwvar_MFPRO02566_color=Q003

122ROSANGEO Printed Viscose Trompe l'oeil Dress

Trompe l’oeil dress with jersey tee and asymmetric flared skirt. Slightly satiny viscose with gradated geometric print. Short, fitted sleeves. Round neckline. Concealed side zip. Contrasting bands. Trompe l’oeil sleeves to tie at the waist.</br></br> R

us.maje.com

미국 공홈에 들어갔더니 445불. 첫구매 할인 10% 받아도 400불 정도이고 환율에다가 관세 부가세 생각하면 53만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음 다시 한국 걸로 살까 하다가...유로가 생각났습니다. 요즘 미국 달러 대 유로 환율이 0.95:1로 거의 1에 가까운 전대미문의 환율 불균형 상태거든요. (이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독일의 잘못된 베팅과 뭐가 되든 방구석에 있는 미국이 노나는 현실 등등이 반영되었습니다) 오 그러면 마쥬가 프랑스 거니까 프랑스 공홈에서 사면 되겠네? 했는데 그 동안 스쳐갔던 수많은 배송대행 사이트가 생각났습니다.

그곳에 프랑스 배대지보다 독일 배대지가 한참 더 많았단 말이죠...잠깐의 검색으로 알아낸 사실은
-독일이 유럽 물류의 중심이라 훨씬 물건이 많다
-물건이 많고 수요가 많으니 세일도 많다
-최근에 일부 한국의 배송대행 사이트에서는 독일의 부가세(19%입니다 끼야아악...요새 현 정부가 부가세 올리겠다고 염병천병 떨어대면서 선진국 평균 소비세가 한국의 두 배 수준이라고 하는데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그만큼 한국이 선진국이고 복지로 돌아올 거냐고 한다면...ㅋㅋㅋ)를 환급해 주는 서비스를 합니다. 부가세가 국내 소비를 전제로 매기는 건데 해외로 수출하는 건 기본적으로 부가세 0으로 환급받을 수 있거든요. 다만 소정의 신고 환급 절차가 있는데 이걸 대행해 준다는 겁니다. 한국 관세 면제도 상당 부분 도와줄 수 있구요.

또 지가 관심있는 분야는 신나서 떠들어대는 설명충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해외에서 직구로 물건을 살 때 우리가 부담하는 총 비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외국가 순 구매가격+해외 부가세+해외 배송료(각종 직구 관련 수수료 포함))*(1+한국의 관세율)+(1+한국 부가세율(10%)) 이렇습니다. 여기서 해외 부가세를 환급을 받을 수 있으며 유럽과 한국은 FTA가 체결되어 있기 때문에 관세가 면세되는 범위를 넘어가서 물건을 사도 적절한 증빙만 있다면 관세도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아까 얘기한 대로 독일의 부가세는 19%이며 한국의 관세율은 물품에 따라서 다르나 대체로 의류는 15%에 달합니다. 여기서 부가세 환급 대행업체의 수수료 9%를 제해도 27.5%가 좀 넘는 금액을 아낄 수 있습니다.(왜 25%가 아니고 27.5%냐면...부가세 더한 금액에서 곱하잖습니까;)

그래서 겁나 또 혼자서 재미있어진 저는 독일 직구 배송대행과 부가세 환급, 관세 면제를 대행하는 업체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 업계를 선도하는 메기;는 코트리이고 부가세 환급을 처음 했는데 지금 비슷비슷한 업체가 다 서로 그 킬러 서비스를 베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 그럼 원조가 뭐가 나아도 낫겠지 해서 봤는데...

코트리가 뭐랄까요...여초 특유의 그 폐쇄되고 가입 겁나 힘든 그런 구조더라구요...이게 소규모 유저들 대행 까페로부터 출발해서 그 까페만 들어가 있는 텔레그램방에서 추천 코드를 받아야 소정의 가입비를 내고 코트리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코트리의 말로는 그까이꺼 가입비 직구 몇 번만 하면 금방 뽑는다는데 어차피 의리란 건 없고 먹버가 일상인 저한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요.
그래서 쫌 더 알아보니 아무21이라는 곳이 독일 배대지, 부가세 환급, 관세 면제가 다 가능하더라구요. 그래서 그곳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들어가고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https://www.amoo21.com/

최저가 배송대행 A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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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amoo21.com

여러번 얘기했지만 뇌가 커뮤에 절여진 저는 저 사이트를 보고 생각난 게

이거요...근데 또 묘하게 믿음은 가더라구요. 그렇구나 사이트 개발하고 업데이트할 돈을 아껴서 고객에게 돌려주는구나<-모름;;;
아무21에서 한 제 구매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독일 브로이닝어 백화점에서 아까 마쥬 원피스 구매. 구매하면서 아무21의 독일 배대지를 배송지로 기재. 결제 수단은 유로화가 있는 페이팔로 함.
https://www.breuninger.com/de/

Breuninger • Designer Fashion & Beauty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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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breuninger.com

왜 마쥬 독일 공홈이 아니라 브로이닝어에서 샀냐면 15유로 쿠폰이 있어서 독 부가세 포함 265유로에 살 수 있었거든요(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안 사면 100프로 할인) 브로이닝어가 슈투트가르트, 라이프치히 등 구 동독에 주로 베이스가 있어서 긍가 행사를 많이 하더라능...
2.브로이닝어에서 발송할 때쯤 아무21 구매대행 게시판에 가서 구매대행 신청과 배송추적번호 기재. 이 때 한국 관세 면제를 위한 FTA 원산지 증명서 신청도 함.
3.독일 배대지에 물건이 도착하면 아무21 독일 담당자가 실측하고 실제 무게와 부피에 근거한 해외배송비용 및 관련 수수료 청구 문자가 옴. 그러면 입금.
4.며칠 또 지나면 한국의 관세사무소에서 관세는 0이 되었으며 10%부가세 납부 문자가 날아옴. 관세납부번호로 조회해서 인터넷 뱅킹으로 부가세 이체.
5.며칠 지나서 인천에서 부산으로 원피스 배송. 실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실물이 좀 더 이쁘네여. 혹시 프랑스 이 새끼들이 인종 차별 쩔어서 한국 것보다 즤들 물건이 더 좋은 거 아냐?<-모름 모함임;;

그렇게 대략 2주일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총 비용은 앞으로 들어올 독일 부가세 환급 감안하면 37만원 조금 안 되게 들었구요. 원래 있던 페이팔 유로 빼고 순 추가 비용은 배송대행과 한국 부가세 다 쳐서 대략 7만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엔 아무21 접속해서 브로이닝어 인보이스 보내고 독일 부가세 환급 신청했어요. 대략 두 달쯤 걸린다더군요. 다른 데는 미리 향후 배대지 비용 등으로 사용 가능한 적립금으로 쌓아서 주는 데도 있다던데 전 돈이 좋아서<-;;;

이렇게 저의 마쥬 원피스 첫 독일 직구는 16만원을 아끼고(다시 말하지만 안 사면 100퍼센트 할인) 장엄하게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달러유로 패리티에 이어 달러파운드 패리티까지 생기는 마당에 영국 직구도 해 볼까요?

그나저나 향후에 제가 환급 대행사에 주는 9% 수수료가 아까워서 직접 독일 부가세 환급을 받겠다고 난리를 치지 않을까요? 그러고도 남습니다. 전 쬐애끔 독일어를 할 줄 알거든요. 기억하자 안 사면 100프로 할인-_-

덧. 제목이 뭔 얘기냐면, '의도적으로' 찜한 물건을 한국 백화점 매장에 가서 입어보고 인터넷 최저가로 사는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좀 못 믿을 항변입니다. 아니 전 진짜 배콰점에서 사고 싶었어요. 빈정이 여러번 상하지 않았다면<-;;;
덧2. 중국에서 해당 원피스의 그럴싸한 카피를 17만원대에 팔고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타오바오에서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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