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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날 광흥창에서 중국음식 때려먹은 다음의 얘깁니다.

지인들하고 서울 내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만나서 밥먹기에 나쁘지 않고 교통도 괜찮아야 하는데 사람이 덜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모순적인 조건이었습니다. 고민하다 다른 쪽에 물어봤더니 답이 명동(...) 응? 명동? 그 바글바글한 그 명동? 근데 그 전날 세미나가 명동이라 반신반의하고 갔더니 진짜 사람이 없더라구요. 개중 제각각 도착해도 유한 분위기인 딘타이펑으로 골랐습니다

역시나 저도 늦고...눈썹 리터칭에 속눈썹 펌까지 하니 더 그렇죠. 죄송;;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여기다가 샤오롱바오 한 접시 더 추가, 그리고 칭따오를 시켜 놓았습니다.


비타민볶음(어디선가는 공심채볶음이라고 하는 그거요;)-리훼이황과(중국집에서 오이 퍽퍽 두들겨서 고추기름과 등등에 무친 거)-중식냉면-새우볶음밥-새우샤오롱바오-고기샤오롱바오 추가.

아, 좋았습니다. 넓고 깔끔한데 손님이 적당히 반 정도 차 있어서(명동에 굳이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정말 중식을 좋아하는 거라고 제가 개드립을 쳤습니다) 거리 유지하기도 좋았고, 평소보다 손님이 좀 적으면 접객이나 요리에 좀 힘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여전히 둘 다 괜찮았구요.

일행이 특히 평이 좋았던 게 샤오룽바오(..야 언제나 그랬듯 맛있죠)가 아니라 중국집 특유의 얼얼한 아린 맛이 거의 없이 깔끔하게 넘어가는 중식 냉면과 오이 무침, 그리고 쨔샤이(...아니 근데 왜 이렇게 이집은 쨔샤이 맛집인 거죠;;: 쨔샤이를 안주로 낮맥 했대도 과언이 아닐 정도;;;)

다들 딘타이펑에 드나든지 10여년 되었는데, 간간히 드나들면서(자주는 안 갑니다. 저만 해도 상하이 딘타이펑을 3년 전에 간 게 마지막 방문 ㅎ) 점점 여기가 좋아진다는 평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은 딘타이펑 자체는 바뀐 게 그다지 없어요. 바뀐 건 저희죠.

20대 극후반-30대 초반에는 식욕도 왕성해서 샤오룽바오를 끝도 없이 먹어대서 언제나 마지막에 나오는 계산서에 경악했는데요, 이제는 양도 줄고, 전반적으로 물가도 오른데 비해 여긴 단가도 그다지 변한 게 없고, 각자 경제 사정도 손톱만큼 펴져서 이제 적당해진 거죠.

거기다 세계 어느 프랜차이즈를 가도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퀄리티라 해외로 가면 더 가게 되는 듯 합니다. 예전 젊은이 시절에는 세계 어디 가든 스타벅스부터 가는 사람들한테 떼잉 이랬는데 이제는 쪼끔 알 것도 같아요. 어디 가든 스벅 오늘의 커피 탄맛은 비슷하더라구요(...)

결과적으로 보자면 오래간만의 낮술이라 칭따오를 신나게 마셔서 술값이 꽤 더 나오긴 했습니다. 그거야 어쩔 수 없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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