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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계획 중에 '디딤씨앗통장'이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https://www.adongcda.or.kr/?goPage=107 

 

디딤씨앗통장 소개-디딤씨앗통장

디딤씨앗통장은 저소득층 아동(보호자, 후원자)이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국가(지자체)에서 1:1 정부매칭지원금으로 월5만원까지 같은 금액을 적립해 줌으로써 아동이 준비된 사회인으로 성

www.adongcda.or.kr

(그나저나 여기 홈페이지 좀 업뎃을 했으면 좋겠네요. 구글 크롬이랑 마소 엣지에서 다 보안에 문제가 있다고 튕기면 어쩌라는겨...)

제가 후원자가 돼서 지정된 기초생활수급아동, 아동복지시설이나 장애인 생활시설 또는 가정위탁 보호 대상 아동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디딤씨앗통장으로 자동이체하면 국가에서 월 10만원까지 그 두 배 되는 돈을 매칭 기부해줍니다. 그래서 만 18세가 되면 성인이 되어 이 돈을 자립 자금으로 쓸 수 있는 거죠.

제가 이 기부를 마음 먹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 실업크레딧을 냉큼 신청했던 것처럼, 제가 정부 돈 빼먹는 걸 좀 좋아합니다. 거기다가 올해부터는 후원자:정부 매칭 비율이 1:1에서 1:2로 올라갔어요. 두 배로 빼먹는 즐거움.

- (제 돈 월 5만원+정부 돈 월 10만원)*12개월*5년을 하면 이자까지 해서 천만원이 약간 안 되는 돈이 모입니다. 아동복지시설아동이 만 18세에 단 5백만원만 받고 자립하게 된다고 해요. 천만원이면 최소한의 자취방 보증금에 대략 몇 개월 생활비는 할 수 있는 돈입니다. 대학 학자금이면 1년은 버틸 수 있겠죠.

- ...이거 제가 제 살 파먹는 얘긴데(껄껄껄) 한 달에 한번씩 결산하면서 쓴 돈을 체크해보는데, 생각보다 술에 돈을 많이 써서 충격먹었음요. 술을 줄이는데 나름 동기가 되지 않을까 해서...라고 했는데 저를 잘 아는 지인이 '그냥 기부도 하고 술도 그대로 마시지 않을까'하고 일침을...그리고 모두다 동의해주셨습니다. ( --)

- 비영리법인 운영비나 마케팅 비용으로 별도 지출없이 오롯이 한 명에게 100% 도움이 되게 쓰인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 소득세 신고시 기부금 공제가 됩니다. 그것도 법정기부금으로 소득금액 100% 공제가 됩니다. 일반 법인의 경우 기부금의 15%만 지정기부금으로 소득공제됨요.

그리하여 2월 초에 아까 링크대로 들어가서 후원자 신청서를 내게 되었습니다. 그 김에 기부금 공제를 위해 최근 시작한 소득활동에 대한 사업자 등록도 내게 되었습니다.(딴 소린데 사업자 등록은 홈택스에서 온라인으로 낼 수 있으며 겁나 쉽습니다. 온라인 신청하면 며칠 있다가 소관 세무서에서 유선으로 확인 후 확정처리 시켜줌. 그리고 사업자등록증이 나옵니다.)

근데 올해 할 일이라면서 왜 2월 초까지 한 달을 밍기적거렸냐면 나름의 이슈가 있었거든요. 누구에게나 돈은 소듕하겠지만 저는 아동보호시설에 있는 여자 어린이를 후원해주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세상은 힘들겠지만 웅앵... 험한 세상에 처음 혼자 몸으로 나오는 여자아이는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

근데 디딤씨앗통장을 할 때 '아동보호시설'에 있는 '여자 어린이'를 조건을 명시하여 매칭해 달라고 할지(요건 가능합니다) 혹은 제 지역에 있는 보호시설에 연락을 해서 어린이를 추천받아서 제가 지정한 어린이로 디딤씨앗통장을 신청할지(요것도 가능하더라구요) 고민하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국은 좀 더 풀이 넓은 쪽으로 하기로 하고 요건만 두 가지 명시해서 알아서 매칭해달라고 신청했음요.

그래서 2월 초에 낸 신청은, 2월 말에 처리가 됐다는 통보가 오고 3월 초에 첫번째 5만원이 제 통장에서 자동이체되었습니다. 그리고 3월 말에 다음과 같은 통보가 또 왔어요.

음...음...근데 후원아동의 이름만 통보받았는데요, 김정남(본명 아님) 이러면 여자아이일 수도 있겠다고 회로를 돌릴 수도 있겠는데 이름이 엄홍길(본명 아님. 등정 잘 하고 계시길 바랍니다) 뭐 이렇게 빼도 박도 못하게 남자아이더라구요. 생각보다 풀이 그렇게 넓지 않은 것인지. 그래서 문의 전화를 해봤더니 열 몇통을 해도 받지를 않아;;;

마음을 비우기로 하였습니다. 이 돈에 엄청나게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생색을 낼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제가 홍길이(본명 아님)에게 바라는 건 제 술병 줄여 모은 이 돈으로 딱히 훌륭한 사람이 되는데 써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바라는 건 딱 하나.

디딤씨앗통장은 만 18세가 되어 자금사용계획서를 제출하면 본인이 찾아서 쓸 수 있습니다. 자금사용계획을 제출하지 않아도 만 24세가 되면 무조건 본인의 의사로 찾아 쓸 수 있어요. 그런데도 찾아가지 않아 쌓여있는 돈이 꽤 된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홍길이(계속 본인 아님)가 무슨 뻘한 일에 쓸 용도라고 해도 구라라도 자금사용계획서를 작성할 만큼 돈에 대한 근성이 있는 아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뻘한 일에 써도 좋습니다. 원래 만 18세란 철이 덜 든 나이니까요. 

홍길아(...) 무럭무럭 잘 자라렴. 아지매는 술 좀 덜 마셔 볼게.

-덧. 저는 키는 안 커도 다리는 매우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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