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고 해봤자 4월은 끝났고 5월 1일 노동절로 넘어간지 몇 시간 됐군요. 이미 잠은 포기) 4월 매출 장부 정리와 가계부 정리를 하고 나니 이런저런 소회가 들어서 잡담을 좀 해 볼까 합니다.
제가 하도 꿍얼거려서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대충 여생을 간헐적 병자 상태로 보낼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간헐적 병자라 함은, 평소에는 아주 튼튼해 보이지는 않아도 중년 도시 인간 평균치에서 표준편차*1을 벗어나지는 않아 보이는 외관인데(거기다 호르몬 변동으로 아픈 이후 좀 살도 붙었습니다;) 오늘은 멀쩡하다 쳐도 내일은 어떤 상태가 될지 모른다는 데 환장하는 포인트가 있다 하겠습니다. 오늘은 하하호호 웃으면서 헤어진 후에 일주일 정도 연락이 두절된 후 "나...실은 그 동안 죽다 살아나써..."하면서 멀쩡해져서 쐬는 햇볕이 얼마나 따사로운지 아냐는 둥 뭐 그런 헛소리와 함께 은은한 미소를 띠면서 나타난다는 거죠;;;
이유도 모르겠고 나을 방법도 모르겠고 제 미래도 모르겠고 암튼 다 모르겠습니다. 의사 슨생님들도 다 모르세요. 제가 추측하기로는 제 몸 상태는 거하게 사고 난 다음의 차량 같습니다. 부품 정비하고 도색하면 멀쩡해 보이는데 길 위에서 달리다 보면 언제 길 위에서 퍼질지 몰라요. 자동차는 폐차시키면 그만이지만 이건 뭐 몸은 약정 기간이 백 년이라...그만 합시다;
제가 구구회사를 화려하게(왜냐하면...아직꺼정도 그들은...;;;) 그만두고 또 구회사를 그만 둔 다음부터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업무를 포기한 것도 그런 것 때문입니다. 워낙 제 상태의 편차가 커서 상태가 맛이 가면 출근이 불가능하게 되더라구요(억지로 출근하려다 샤워 부스에 머리를 박고...아 뉍;). 근데 또 일이란 걸 아주 포기하기도 그렇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일을 아주 놓으면 정신이 좀 불건강해지더라구요. 물론 NGO 쪽에 자문하는 쪽의 일을 하기는 하는데, 그게 기존의 일에 비하면 강도가 좀 낮고 시간도 적게 들고.
그래서 작년 가을에 재택으로 기존의 재무와 금융, 회계 베이스를 기반으로 산업 번역하는 쪽에 발을 들였습니다. (니가 맨날 물고 빠는 그 자격증들 어디 갔냐고 물으신다면...음 그걸 100% 재택 업무로 활용하는 건 아직 한국 환경에선 무립니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수익 사업이 커지길 바랬는데 아직은 이쪽은 무리인가 봐요. 계속 귀는 세우면서 주시는 하고 있지만서도요.) 마침 주시하고 있던 온라인 업체에서 관련 컨설팅을 하셔서 그럴싸하게 만든 이력서를 들고(근데 저는 동급 나이 대비 이력서는 잘 만드는 거 같습니다 ㅋ) 영업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일이 슬슬 들어오길래 대충 평균 이백충 ㅋ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라, 그러다가 4개월 지나니까 미친 듯이 일이 들어오는 겁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온라인 컨설팅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업계가 산업 번역가가 모자라서 미흡한 퀄리티에 불구하고 일을 던져줘서도 있는 것 같고, 당시 한국인 번역가가 갑자기 필요한 시즌이기도 했고(저는 정말이지 천조국의 소수 민족 배려 정책 은전에 엎드려 감사드리고 싶습네다) 그리고 무뜬금 들어온 것도 있었고(** 수술 감사드립니다 아뇨 제가 제 깜냥에 메디컬 번역을 한 건 아니었고;) 어쨌든 우주의 기운이 모두 다 몰려서 3월은 지극히 바빴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일반 직장인보다 자영업자가 시간 운용이 훨씬 힘들다는 걸 말이죠; 일반 직장인은 9-6 스탠다드에 유연근무제나 뭐 그런 배리에이션도 존재하는데 저는 어떻냐면...
- 오전 6시 반 기상 : 직장인 시절 습관도 있고, 건강관리상 이 쯤 일어나는 게 좋습니다.
- 오전 10시 : 유일하게 거래하는 한국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가끔 오기 시작합니다. 여러 이슈 때문에 한국 회사랑 일은 가급적 피하고 있습니다만, 여기는 돈도 잘 쳐 주고, 무려 *구글* "유튜브" 일이라 이력서에도 그럴싸하고, 레퍼런스나 가이드도 확실한 대감집이라 날품팔이하기 좋음.
- 오전 11시: 시차가 1시간 있는 싱가포르와 중국 에이전시에서 간헐적으로 연락이 오기 시작합니다.
- 오후 두 시: 시차가 3시간 반 있는 인도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합니다. 분명히 공식 시차가 세 시간 반인데, 가끔 밤 열 두시 넘어서 일 던져주는 거 보면 여기도 좀 쥐어짜이는 환경인 듯.
- 오후 다섯 시: 시차가 7시간 있는 이집트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저는 고대 4대 문명 발상지 중 세 군데인 중국, 인도, 이집트와 다 거래하고 있습니다. 셋 다 영어가 매우 단순 명령식이며 시도 때도 없이 연락 오고 답이 늦는 걸 못 참으며 쫌 막 부리는 스타일입니다. 조상이 최소한 피라미드에서 노가다 십장 이상은 하셨고 피라미드 쌓던 실무자 쪽은 아닌 모양입니다. 메소포타미아-그니까 지금으로 치자면 이라크-랑 거래하면 4대 문명 연성이 완료되는데 그 쪽은 전쟁과 경제 제재때문에 아작나서 아직 저같은 글로벌 날품팔이를 쓸 쪽은 아닌 듯.
- 오후 여섯 시: 시차가 8~9시간 있는 영국 및 유럽 대륙에서 연락이 옵니다. 참고로 얘들이 주는 프로젝트 납품 기한은 대체로 자정.
- 그리고 암튼 저녁 이후, 밤, 새벽: 시차가 16시간 있는 태평양 시차를 쓰는 미쿡 캘리포니아에서 연락이 옵니다. 번듯하니 커서 단가 잘 쳐주는 쪽이 미국이 많아서 미국과 많이 거래하고 싶으나, 이들은 대체로 반바퀴 이상 훼까닥 돌아버린 시차만큼이나 해맑아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날품팔이가 잘 때(저는 미국인에 대해서 자기 나라 밖에 대해서는 잘 모르며, 얘기해줘도 별 신경 안 쓴다는 편견이 있습...그리고 그 편견은 대체로 사실이 되었습니다;) 메일과 스카이프를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전에 필라테스나 집안 일, 사적인 일을 처리하고 오후가 되어서야 발동이 걸리고 일이 좀 많으면 밤까지 합니다. 제가 야근을 시도때도 많이 했던 사람이라 밤에 일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자정에 잠자리에 든 후 오는 메일 연락. 수면에 지장이 오는데 아주 안 받을 수도 없어서 좀 애매합니다.
역시나 이건 제가 날품팔이 초창기라 아직 에이전시들과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아서 그때그때 메인이 바쁘다고 거절하거나 떼먹고 나른(...그런 경우가 꽤 많다고 하더라구요;) 걸 맡아서 그날 일을 그날 받아서 당일 또는 다음날까지(한국 대감집은 납품기한을 넉넉하게 줘서 맘에 듬 그러나 대감집 일만 쳐다보면 손가락 빨아야 함) 처리하다 보니 예측 가능성이 심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중간에 뜨는 시간이 많아요. 어차피 뭐 일 안 하면 노는 시간이긴 하지만(...) 그래서 뭐 되게 바빠 보이긴 하지만 평균 잡아보면 하루에 네 시간 할까 말까 입니다. 아참, 주말 포함입니다. 땜빵 요원이다 보니 주말에도 일함. 다시 말하지만 저는 백수답게 어디 나다니는 걸 주중을 선호하는데다 주말에 일했던 경험이 너무 많아서...웅앵.
그렇게 살다가 단발 프로젝트가 심히 많았던 3월과, 3월보단 덜하긴 했지만 여파가 좀 이어졌던 4월까지 꽤 일이 많았습니다. 근데 또 나다니기도 해야되니까 한 달에 한번씩 서울 출타도 하고 뭐 그랬어요. 그럼 자정까지 하고(뭐... 여전히 오전은 한가하지만;) 여행 다녀 오고 며칠 앓고(...) 그리고 중간 중간에 병자니께 앓아 주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제 일도 예측이 안 되고, 아픈 것도 예측이 안 됩니다. 2월까지는 노동 강도가 낮으니까 이게 조율이 잘 됐는데 3월과 4월에는 끙끙 앓다가 납품 기한 가까워져 오면 침대에서 일어나서 자판을 두들기는 좀비같은 삶;
그래도 3월은 어째저째 살았어요. 왜 정작 바쁜 도중에는 잘 자각을 못하잖아요. 거기다 저는 일을 참 좋아하는 인간이라 일 오면 좋다고 받아서 납품 기한까지 어떻게 해 내긴 하거든요. 근데 결국 이게 돈 받으려고 하는 일이잖습니까. 직장인은 한 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요. 근데 자영업자는 마케팅-협상-수주-작업-납품 후 AS-대금 청구-대금 회수까지 주기가 좀 길어요. 작업부터 대금 회수까지 2~3개월, 길게는 6개월도 걸립니다(물론 돈 떼이면 무한대로 길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께 저는 5월 초가 된 이 시점에도 3월 분 작업의 PO를 제대로 못 챙겨받아서 대금 청구도 못 한 건이 꽤 있으며, 대부분의 수금을 못 한 상태입니다. 그러니께 4월부터 현타가 오더라구요. 4월 말일에서야 3~4월 한 일에 대해서 얼마치 했는지 정리가 가능했습니다.(아, 저는 한 달에 한~두번씩 매출 정리를 하고 대금 청구를 하는데 3~4월에는 단발성이 아니라 길게 늘어지는 일이 많아서 정리가 잘 안 되더라구요)
음...3월에는 기존에 벌었던 것 대비 2배 벌었구요, 4월에는 150% 정도? 오 이게 가능하구나 싶긴 한데 그 동안 삶의 질이 떨어졌던 거에 비하면 뭐 그리 엄청난 액수는 아닙니다. 전에 직장 다니던 때나, 그놈의 자격증 *-_-* 들고 밖에서 일하면 가능한 금액보다는 당연히 낮죠.
이제 한계를 실험해 보았으니 자신의 유리몸을 인정하고 몸을 추스른 다음 예전의 이백충-_- 생활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안빈낙도 안빈낙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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