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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제겐 삼재의 한 해가 마무리되는 순간이기도 하죠.(작년 가을 해동 용궁사에 놀러갔는데 십이지신상 중 말띠 상에 궁서체...아니 해서체로 뻘겋고 짱 크게 삼 재 라고 되어 있는 걸 보고서야 아아 2018년이 그래서 개거지같았구나 깨달았습니다. 까딱하면 예수쟁이 주제에 헌금 갖다바칠 뻔... 이래서 인생의 굴곡을 겪으면 미신에 빠지나)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일찍 나섰습니다. 요즘 핫한 함덕해수욕장과 더 핫한 델 문도에 가는 날이라서요.


절경이네요, 장관이구요.
비교적 사람 손 덜 탄 깨끗한 맛이 있습니다. 언제까지일진 모르겠지만.

그리고 비교적 일찍 갔지만 함덕 해수욕장 매애애애우 백사장에 근접하여 지어서 대체 어떻게 건축허가가 났는지 모를(부산 마린시티의 사례에 견주어 보건대 오너가 지방 유지의 아들일 거 같습니다)... 모래와 돌 위의 집; 델 문도는 주차장도 꽉 차고 매우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빵 종류가 많습니다. 전 마늘빵이 제일 괜찮았던 거 같구요...더워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스페셜티 드립 커피가 훨씬 나았습니다.

한참 빵을 뜯어먹다가 베란다로 나와서 풍경을 찍었습니다.


표정이 슬퍼보이는 건 바닷바람 때문에 안구건조증이 재발해서 그렇습니다. 6년전 라섹수술로 시력에 덤으로 안구건조증을 얻었죠. 뭐 바람만 좀 불었다 하면 시리고 눈물나고...그래도 눈 좋아지니 좋네요. 그깟 셀카 좀 못 나오면 어때요. 전 어차피 셀카 고자라서.

동행 언니님은 또다른 동행인데 모종의 취미생활로 인물 사진을 무진장 잘 찍게 되신 분이 인생 사진을 찍어 드렸습니다. 그 뭐랄까... 전대협 시절 총학회장 포스터와 같은 결연한 의지가 돋보이는 사진이라 붙여 두면 진상 고객이 퇴치될 듯한...(먼산)

델 문도의 사진삼매경 때문에 뭔가 오름인데 오름은 아니고 둔덕같은 데;는 못 올라가고(사실 올라갈 의지도 별로 없었음) 동문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이 시장은 무진장 큰데 뭔가 정비가 덜 되어 재래시장스러운 매력은 있고 대신 혼파망스러움은 올래시장의 열 배였습니다. 제주 한라봉과 레드향, 귤 등등을 섞어서 파는 ‘제주스’에 가고 싶었는데 길이 제멋대로라 한참 헤맸습니다.


다행히 찾아간 제주스는 헤매느라 떨어진 당을 보충하기 아주 좋았습니다. 아참 그 전에 오메기떡을 동행 가족들한테 부치느라 로컬 명소 떡집에 갔었는데 웬 킨포크 한국판에 나올 것처럼 생긴 주인분이 서울말로 주인스플레인;을 시전해서 빈정상했습니다. 자부심은 좋은 건데 자만과 정말 한 끗 차이라...끌끌.


마침 배가 고프길래 가까운 고기국수 맛집을 찾아서 들어간 동진국수. 정말 재래시장 노포다운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가 있습니다. 맛도...워낙 제주 고기국수 망했다; 는 벼라별 평을 다 듣고 갔는데 상급을 골라간 듯 합니다. 국물도 진하면서도 잡내 적고 깔끔하고 두툼한 고기가 국밥 급으로 많이 들어가 있어요. 그러나 두 명이 가면 고기국수 하나에 수육 도마 하나와 술을 먹는 게 적절할 듯 합니다. 국수 두 개 시켜서 먹다가 옆 테이블의 배우신 두 분이 저 세트로 먹는 거 보고 후회했어요.

다 먹고 근처에 있는 아라리오 미술관에 걸어서 가 봤는데 마침 월요일 휴관이라 헛걸음. 옆집 관계사; a factory coffee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빵 구경, 연말연시 케익도 득템.


이제 돼지해를 맞아 제주 흑돼지를 뜯으러 가야죠. 가는 길에 야자수에 둘러싸인 힙한 절간 구경도 해 줍니다.


분명히 돼지 뜯으러 칠돈가 중문단지점에 갔을 땐 누구보다 더 빠르게;라는 각오였는데 돼지해다-돼지를 먹으면서 복을 받자!라는 건 foodism의 민족에겐 너무 일반적인 발상이었던 건지 너무 사람이 많아서 번호표 뽑고 하아아안참 기다렸어요. 다행인 건 매장이 엄청 넓고 운영이 효율적이라서 사람은 빨리 빠진 편이라는 거.


제주 흑돼지 전문점이 그렇듯이 워낙 극악한 가격이라 이쯤되면 한우를 먹지-근데 진짜 맛있다 ㅠ 가 무한 루프를 돕니다. 마침 운이 좋아서 사장님 직화;를 받았는데 진짜 맛있더라구요. 전문가가 구워주는 집이 좋아요. 먹기만 해도 바쁜데 제 손을 어떻게 믿어...

숙소 돌아와서 케익에 불 붙이고...


샴페인 일잔 하면서 각종 시상식의 재미없음을 성토하다 한 해가 지났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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