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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하나를 해치우고 나서 감개무량하여(기행문이 사진도 많고 글도 좀 오래 걸렸습니다) 약간 쓰레기 줍는 기분으로 블로그를 휘 둘러보다가 역시나 업뎃이 별로 없는 '라이센스 콜렉터' 카테고리가 안타까워져서 글 하나를 보탭니다.

옛날옛날 한 옛날 2008년도, 저는 출세와 자기 개발 욕구에 불타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만 해도 주니어 시절 이었던지라 출세를 하려면 자기 개발(정확하게 하면 나는 이렇게 자기 개발을 한다는 어필)이 좀 연관이 있던 시절이었죠. 문제는 시니어가 된 지금까지도 그 꼬라지를 하고 있다는 게 문제겠지만...ㅋ 그리고 당시에는 KICPA는 한국회계기준(K-GAAP)이라고도 하죠)으로 출제되고 KGAAP으로 회계를 하던 시절이라 IFRS와 상당히 유사성이 있었던(아 쫌 다르긴 합니다) 미국 회계기준을 익힌 미국 회계사가 약간 차별성이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회계법인에 '합격'만 하고 '개업 자격'은 없는(미국 각 주에서 실무 경력을 1년~2년은 쌓아야 합니다) AICPA들이 비교적 취업에 용이했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그냥 뭐랄까, 부서가 좀 심심해졌던 것도 같습니다. 당시에 1년 가까이를 잡아먹었던 장기 프로젝트가 끝났거든요. 그래서 야근도 별로 안 하고, 술도 좀 시들해지고(안 마셨다는 건 아님. 술친구가 TFT로 잡혀가서 술자리가 줄긴 했어요) 그랬습니다. 

 

그래서 AICPA에 도전하고자 하고, 대략 업무와 병행해서 학원 4개월 포함해서 응시 회차 대기 1개월 포함해서 결심부터 응시까지 5개월 잡고 하기로 하였습니다.(대체로 KI들은 이 정도 시간이 걸려서 붙습니다. 법인에서 합격을 전제로 업무에 완전 배제시켜주는 경우는 1달 안에도 붙는 기록이 있습니다. KI가 아니라 회계 노 베이스인 경우 1년~1년 반 정도 걸릴 수도 있습니다)

 

1. 라이센스를 딸 주를 골라서 학점 인증 및 응시 자격 확인을 받아 봅시다. 

https://www.namucpa.com/examinfo/exam-info-AICPA-06.asp?ridx=916&gidx=917&midx=923 

 

나무경영아카데미

회계사, 세무사, 재경자격증 과정의 최고 강사진과 시설을 갖춘 온/오프 전문교육기관

www.namucpa.com

미국은 연방답게 주별로 AICPA 응시 및 개업 자격 취득 요건이 상이합니다. 미국에서 개업할 생각까지 있으신 분은 개업 자격 취득 요건까지 감안하셔서 따는 게 좋습니다.

저는 캘리포니아 주로 골랐는데요, 워낙에 한국에 익숙한 주이기도 하고, 제가 경영학 전공에 회계학 부전공자라 관련 학점이 넘쳐서 ㅋ 요건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서도 있습니다. 비전공자는 학점 은행 등으로 취득해서 보완할 수 있습니다.(그럼 응시에 시간이 더 걸립니다)

졸업한 대학에서 영어로 학점 취득 인증서를 떼서 보내고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대략 3주 정도 걸립니다. 

 

2.응시 주에서 과목별로 접수하기

라떼에는 AICPA에 네 가지 과목이 있었습니다.

FAR-한국에서 말하는 재무회계 과목. 중급회계(보통 우리가 말하는 재무회계), 고급회계(합병, 연결회계 등), 정부 비영리회계(지금은 KI 과목에 있지만 당시엔 없었어서 따로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REG-상법, 세법 등 레귤레이션 과목입니다. 미국은 법 체제가 성문법이라 논리 자체가 꽤 다르고, 미국 세법도 좀 골치아프게 외울 게 있습니다.

AUD-감사. 이건 국제감사기준하고 비슷해서 추가로 공부할 게 별로 없습니다. 다만 문제 방식이 좀 달라서 스킬이 필요.

BEC-한국 1차 과목에 있는 잡다한 경제, 경영학, IT 과목들입니다. 이 과목들이 시류를 제일 많이 타는 편. 요즘은 전산감사도 출제된다고 하더군요(그리고 그 흐름은 몇년 후 KI 1차 과목에 반영됩니다)

네 과목이지만 한국 1차와 유사하게 대략 열 몇 가지 과목이 네 개로 퉁쳐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 합쳐서 80만원 좀 넘는 응시료였는데 지금은 훨씬 더 올랐을 겁니다.

 

3.학원 골라서 수강하기 

솔직히 인정합시다. 이 시험은 붙는 게 주요 목적입니다. 따라서 출제 포인트 쏙쏙 골라서 떠먹여 주는 한국 학원 가는 게 지름길입니다.(저 아는 회계사 양반은 저한테 책하고 강의록 다 빌려가서 독학으로 붙은 다음 책을 지맘대로 버렸;;;) 저는 교대역의 AIFA 갔는데 아마도 지금도 성업 중일 겁니다. 당시 저 살던 곳에서 도보로 가능한 곳이었고 운영하던 파이널 코스가 KI인 저에게 딱 맞았습니다.

 

4.괌 여행 예약하기

한국 서울에서 시험을 치게 해 주는 CFA(이건 '국제'고)와 달리 AICPA는 미국 국경 내에서만 시험 장소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은 제일 가깝고 시차도 덜한 괌에서 시험을 많이 칩니다. 당시에 시간도 별로 없고 해서 AI 시험 전문 여행 상품(지금도 구글링하면 나옵니다)을 이용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괌 여행을 병행하는 분들도 있고 한데 저는 당시에 원래 부서에서 파견 부서로 팔려 나가서 여행할 시간이 없어서 하루에 두 과목씩(두 과목 치면 혼이 탈탈 털립니다) 이틀 동안 치고 바로 새벽에 출근하는 초강수 일정을 두었습니다.

 

5.괌에 가서 치고 붙기(...)

그래서 5월 초에 괌에 가서 시험을 쳤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괌 경제를 먹여 살리는 한국인 3대 축, 신혼 여행 부부, 미국 간호사 응시생, AI 응시생이 혼재된 비행기 안 풍경과 레오팔레스 리조트에서 시험 마지막으로 초치기하는데 바깥에서 둥둥 아련하기엔 너무 시끄럽고 생생한 북소리가 들려서 보니 리조트 앞마당에서 원주민 쇼가 펼쳐지고 있어서 시험이고 뭐고 약간 뇌가 붕 뜬 기분으로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했던 기억, 그리고 고국에서는 미국산 소고기 반대 시위로 혼란했던 가운데 아침으로 먹은 미국산 스테이크가 매우 크고 아름답고 맛있었다는 기억(하지만 저는 반대 시위를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당시에 난리 안 치면 지금보다 더 저질의 고기가 들어왔을 것), 그리고 당과 카페인이 떨어져서 시험장 도착해서 프록터에게 '여기 커피 벤딩 머신 어딨나여' 했더니 다시 한번 왓?하고 물어보시더니 괌의 느긋함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요;라는 표정으로 친절하게 또박또박 '여기서 왼쪽 모퉁이로 조금 걸어가면 예쁜 까페가 있고 거기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단다'라고 해 주신 기억...여행은 따로 안 갔지만 괌은 참으로 슬로우 시티가 뭔지 제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 시험을 마치고 탈탈 털려서 리조트까지 와서 밀러 맥주 한 캔을 사서 벌컥벌컥 먹었는데 맛이가 없었어요 맛이가...(전 밀러고 버드와이저고 미국 맥주 싫어합니다. 블루문은 미국 맥주가 아니죠)

 

6. 그리고 붙은 거 확인하고 회사에서 환급받기

구구회사는 시험에 붙으면 관련 비용 일부를 환급해 줍니다. 술 먹고 옷 사는 데 잘 썼습니다.

 

써놓고 보니 정말 재수없네요. 음 그래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4년 전의 정보니 꼭 업데이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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