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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전 포스팅에서 몇 번 언급한 것처럼 회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그걸 포함한 여러 가지 이유로 전 전 직장에서 급여와 퇴직금 관련된 업무를 2년 반(솔직히 반 년은 중병 걸려서 거의 한 게 없지만;)동안 했습니다. 따라서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모 회사의 모 고위층 자제분에 대한 거액의 퇴직금에 대해서 좀 어그로를 끌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가 어그로 격투장의 밖에 있는 모 분의 지지자라는 이유도 좀 있긴 합니다만 요 건 어그로가 심해질 수록 본체가 가려지는 면이 있어서 모 분에게 유리한 건지 불리한 건지 좀 헷갈리는 면도 있습니다.(확실한 건 본체에선 퇴직금 건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며 신나게 불지르고 있는 중;)

회사가 구성원에게 거액의 보상을 해 주고 싶어졌습니다. 이유야 뭐... 그 구성원이 조직에 하는 일 때문인지, 혹은 그 존재 그 자체인지 혹은 둘 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전 전 회사와 전 회사에서 겪은 것처럼 때로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 빛나는 구성원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대상을 임원이 아니라 직원, 연봉이 아니라 퇴직금으로 줄 때 서로서로 유리합니다. 왜 그럴까요?

1. 퇴직소득 부담이 근로소득세보다 훨씬 가볍습니다.
연봉은 근로소득세로 과세되고 퇴직금은 퇴직소득세로 과세됩니다.
근로소득세 최고 세율은 10억원 초과시 49.5%(주민세 포함)입니다. 퇴직소득세는 근속기간과 여러가지의 함수라 세율이 딱 정해져 있진 않지만 고위층 자제분의 근속연수가 7년이라고 하니 10프로가 살짝 넘어갈 것으로 추정됩니다. 근로소득세의 1/3~1/4 수준으로 줄어든 거죠.

2. 임원 퇴직금에는 상한선이 있습니다. 직원 퇴직금은 상한선이 없습니다.
소득세법에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적립분에 대해서는 연봉의 연평균환산액*1/10*3배수까지만 퇴직소득으로 인정하고, 2020년 1월 1일 이후 적립분은 연평균환산액*1/10*2배까지만 인정합니다. 이 한도를 넘어가면 근로소득으로 과세하니까 초과분은 최대 49.5%의 세금을 부담하란 얘기죠.
하지만 직원 퇴직금은 이런 상한선 규정이 없고 하한선 규정이 있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말하는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임금*근속연수 ->이건 상대적 약자인 직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법으로 이 금액 이상은 지급하라는 거고 회사의 재량에 따라 직원퇴직금규정을 개정해서 배율을 높여서 더 줄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공기업에서 문제가 되었고, 지금도 대기업 고인물에서는 남아있는 '퇴직금 누진제'가 대표적인 케이스인데요, 근속을 오래할 수록 평균임금*근속연수*N배수를 적용해서 더 주는 거죠.
과연 자제분에게 어떤 규정이 적용되었는가는 기사마다 금액이 달라서 뭐라고 말하기 힘듭니다.
(1) 퇴직금 3천만원, 성과급 5억원, 산재위로금 45억원: 이러면 자제분의 몇 년전 연봉이 3천만원대였다는 아버님의 주장을 반영, 퇴직시 4천만원대였다고 추정한다면 퇴직금은 법정퇴직금(최소 한도)만 반영하여 산정된 셈입니다.
(2) 퇴직금+성과급 5억원, 산재위로금 45억원: 성과급 계약이 공개되지 않았으니 이쪽에 가까울 거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또한 다른 직원도 기본 퇴직금이 5억원이라는 회사 내부 주장도 있습니다. 저도 이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요. 그러면 자제분의 평균 연봉을 고려할 때 법정 배수보다 N배수 가중치를 더 적용한단 얘기죠. 직원 퇴직금 규정이 다른 회사와 다르려면 제정, 또는 개정을 통해서 다르게 만들어야죠.

다른 얘긴데, 자제분이 받으신 45억원이 산재 위로금이라는데 비과세가 가능한 산재 위로금에서 22억이나 원천징수를 해 간 로직이 매우 궁금합니다. 어쨌든 산재 위로금도 퇴직금과 마찬가지로 연봉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한 점이 4번에 있습니다. 그나저나 회사로부터 산재를 인정받아서 거액의 위로금을 받는 게 현실적으로 참 힘든데 말이죠...(후략)

3. 임원보다 직원 퇴직금 산정 기준을 바꾸는 게 훨씬 쉽습니다.
상법에 의하면 회사에서 임원의 보수를 정하는 기준은 정관에 따로 정하거나 주주총회 의결로 정해야 합니다(상법 제 388조, 제415조) 하지만 직원의 보수를 정하는 기준은 내규로 정하면 됩니다. 내규는 이사회 결의가 제일 높은 결재선이죠. 하지만 임원 보수를 바꾸려면 이사회 결의도 해야 하고, 주주총회를 소집해서 주주들 찬성도 받아야 합니다. 정관을 개정하려고 해도 주주 의결이 필요합니다. 주주 구조와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어렵죠. 아, 그런데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모 회사는 1인 주주가 100% 보유하고 있는 구조군요. 만약에 이면 계약이 있어서 실제 주주 구조가 더 복잡하다면...이건 모를 얘기니 넘어가죠.

4. 퇴직금과 산재 위로금은 건강보험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퇴직을 해서 직장 의료보험에서 지역 의료보험으로 전환되면 다들 피를 토하면서 절감하는 얘긴데, 전년도의 결정 근로소득이 내년도 혹은 내후년도까지 건강보험료에 영향을 미칩니다. 국민연금과 달리 건보료에는 상한도 없어요. 만약에 50억원을 연봉으로 받아서 건강보험료 요율이 적용되면... 세금보다 더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퇴직금과 산재 위로금으로 받아간 덕분에 자제분의 건강보험료는 안전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퇴직금이 근로소득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이건 근로자의 이해관계고 회사는 굳이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많이 줄 유인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결과적으로 근로자와 회사의 이해가 일치한 행복한 경우라 할 수 있겠군요. 여러 모로 부러운 일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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