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은이),
최석영 (옮긴이)
출판사: 마티
국내 출간일: 2022-12-12
원제 : 日本の植民地建築―帝国に築かれたネットワーク
 
목차
들어가며

0 왜 식민지 건축을 말하는가

1장 식민지 건축
1 지배기구로서의 청사
2 국책회사 만철의 건축
3 만주국 정부의 청사
4 식민지 은행

2장 지배기구의 건축 조직과 건축가
1 대만총독부의 건축 조직
2 조선총독부의 건축 조직
3 관동도독부의 건축 조직
4 만철의 건축 조직: 만철 건축을 뒷받침한 인력
5 만주국 정부의 건축 조직
6 건축가의 이동

3장 식민지 건축을 뒷받침한 재료
1 벽돌
2 시멘트
3 철

4장 식민지 건축을 뒷받침한 정보
1 건축 단체의 설립
2 건축 단체 간 교류
3 건축 잡지의 발행

5장 식민지 건축과 네트워크
1 식민지 건축의 특징
2 식민지 건축의 보편성·선진성·세계성
3 식민지 건축을 뒷받침한 네트워크

나가며
==========================
잘 쓰여진 책입니다. 오랜 기간의 현장 조사 및 문헌 조사를 근거로 집필되었으며 목적 의식도 뚜렷하고 구조도 확실합니다. 다만 거 뭐냐... 각각 식민지에서 활약한 일본인 건축가들의 시대별 취임 이임일자나 직위 직함 등은 지나치게 자세하게 나열되어 가장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목적 의식'이라고 한 부분은 작가가 앞머리에서 명확하게 다섯 가지를 적시해 놓았습니다. 그 중 좀 신기했던 것은(전 일본인에게 역사 의식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다시 묻다' 이 첫 번째 목적 의식이었습니다. 상당히 삐딱했던 저의 고개를 좀 돌려놨던 부분입니다. '지금 침략과 지배를 다시 묻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인식하고 그 재발을 허용하지 않는 데 있다' 이 부분에서 쪼매 감동을 받았는데 이후는 또 그렇지도 않아요. 세계 열강을 본받아 동아시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지배하고자 애쎴던 지배의 역사가 건조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나머지는 읽다가 기억에 남은 부분만 간단간단하게 남겨보겠습니다.
 
일본의 동아시아 식민지 지배 시작 순서는 대만->조선->만주 순서로 시차가 있습니다. 따라서 대만부터 겪었던 식민지 건축에서 배운 노하우와 일본 건축 전문 인력을 다음 식민지에서 알차게 써먹은 점도 있고, 그때 그때마다 서구에서 유행했던 건축 양식이 불과 몇 년만에 도입되어 대표 건물에 사용됩니다. 대만은 퀸 앤/튜더 고딕/로마네스크 등을 썼고 조선은 바로크/르네상스 양식이며 만주는 퀸 앤/르네상스/아르누보 양식 등입니다. 대개 서구 열강은 식민지에 자신들의 권위와 주체성을 밝히고자 자기 나라의 주요 양식을 썼는데 일본의 전통 양식은 신사 등에 국한되었고 그때그때 유행했던 서구 양식을 사용했어요.
 
이 점에 있어서 작가는 덤덤하게 '당시 일본의 동아시아 지배는 서구 여러 국가의 협조와 인정으로 이루어진 바, 일본의 지배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따라서 홍콩, 상하이 텐진 등 서구 국가가 지배하는 동아시아 지역에 건립된 건물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자신의 지배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서양 건축 규범을 따르는 건물로 지배에 필요한 시설을 정비하는 것이 유효했다'라고 설명합니다. 아, 물론 일본의 서양 건축 역사가 일천했었고 식민지 건축 설계와 시공, 토목의 중추였던 동경제대 건축과 출신은 일본 전통 건축이 아니라 서양 건축부터 배웠다는 배경도 있습니다.
 
- 보통은 지배를 시작하자마자 거하게 총독부 건물부터 올리는 것부터 상상하는데, 대만-조선-중국 동북부 공히 기존 피지배(그니까 망한) 정부의 건물부터 임시로 사용하기 시작하고 실제 지배를 위한 병원, 경찰서, 감옥부터 지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그래 참 실용적이다;;;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위용을 자랑하는 공식 총독부 건물은 지배 수십년 후에 지어올리기 시작했어요.
 
- 날씨와 자원 획득의 용이도 등 식민지별 배경에 따라 다르게 적용했습니다. 우리가 현대 건축에서도 흔히 보는 철근 콘크리트조와 철골 구조, 혹은 그 둘의 조합은 공통적이었지만 벽돌(그놈의 붉은 벽돌을 주구장창 썼던 이유가 뭔가 했는데 서양에서 유행했던 퀸 앤 양식을 가져온 거래요;)이나 시멘트 등등의 재료는 원료 현지 조달 가능성과 현지 생산 기지 여부에 따라 부지런히 일본-대만-조선-만주를 오갔습니다. 예를 들면 일찌감치 철 등이 풍부하고 생산기지를 일찌감치 지어놓은 조선에서 철과 시멘트 등을 만주로 실어나른다든가, 덥고 습한 대만에서 흰개미 등등으로 철근콘크리트조가 삭아올리자 보완한다든가 뭐 그런...
 
- 당시에 일본에는 주요 건축협회가 세 개가 있었는데요, 배경상 다른 건축협회처럼 건축학자가 주가 아니라 건축학자-건축실무자-건축회사가 긴밀하게 주축으로 돌아갔던 간사이건축협회의 본을 받아 대만, 조선, 만주에 각각 건축협회가 설립되었습니다. 원래도 동경제대 학벌과 식민지를 오가면서 긴밀했지만 이 건축협회로 더욱 긴밀해져서 학회지, 잡지, 컨퍼런스, 서양 건축 견문 등등을 하면서 본토를 거치지 않고 서양 건축 정보를 다이렉트로 입수하기도 했습니다. 어 참 열심히 했구나...아참 제가 열심히 읽었던 '경성의 주택지'
https://kiel97.tistory.com/entry/%EA%B2%BD%EC%84%B1%EC%9D%98-%EC%A3%BC%ED%83%9D%EC%A7%80-%EC%9D%B4%EA%B1%B4%ED%9D%AC-%ED%9A%8C%EC%9E%A5-%EC%A7%91%EC%9D%80-%EC%99%9C-%EC%9E%A5%EC%B6%A9%EB%8F%99%EC%97%90-%EC%9E%88%EC%97%88%EB%8A%94%EA%B0%80ㅇ

경성의 주택지-이건희 회장 집은 왜 장충동에 있었는가

- 제목 : 경성의 주택지-인구 폭증 시대 경성의 주택지 개발(포스팅 제목은 어그로입니다 녜;) - 정암총서 12(건축 역사 시리즈예요) - 지은이 : 이경아 - 출판사 : 도서출판 집 - 출간일 : 2019년 11월

kiel97.tistory.com

에 자주 언급되는 '조선 건축'은 당연한 거지만 관용 건물을 지으면서 활약했던 일본인 건축가들이 주축이 된 조선 건축협회 꺼였습니다.
 
- 행원 출신이라 식민지 은행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래 은행은 무조건 금고 안 뚫리게 튼튼하고 권위적으로 지어야지 ㅋ
 
- 저는 일본인 원저자의 '식민 지배로부터 배우는 역사의 교훈과 반복할 수 없다는 다짐으로 이어지는 연구'라는 목적의 진정성을 그다지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주로 읽었을 일본의 독자들의 받아들이는 자세에는 매우 의구심이 드는 것이.... 경복궁을 훼손하고 총독부 전신을 지었을 때 '만약 지금 조선이 발흥하고 일본이 쇠퇴해 궁성이 폐허가 되고, 대신 그 자리에 거대한 서양풍의 일본총독부 건물이 세워지고 그 벽담을 넘어 멀리 우러러보았던 흰 벽의 에도성이 파괴되는 모습을 말이다... 에도를 기념하는 일본 고유의 건축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강한 반발을 기고했던 야나기 무네요시(모가지 다이죠부데스까)같은 사람이 많을까요, 앤초비 프린스가 총독부 건물을 폭파하기 전에 '어머 여기가 우리 땅이었을 때 서울 중앙에 위세좋게 지은 데래 참 좋은 시절이었다'라고 깃발 들면서 까르르거렸던 일본 관광객이 더 많았을까요...
 
언제나 우리는 이상을 가지고 나아가되, 대중의 현실과 인식도 감안해야 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한중일이 단합하여 공동체를 이루는 그날을 경계한다지만 정말 쓸데없는 소리고 ㅋ 한 쪽은 과거를 지우며 애써 모른 척하고, 두 쪽은 끊임없이 되새기며 서로 척을 진 마당에 식민지 시대의 반추와 회상은 여러 모로 씁쓸한 뒷맛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일본인 원저자는 조선총독부가 없어졌지만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의미가 있으며 독립기념관에서 야외 설치로 전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입니다 사실이지만... 저도 두 번인가 독립기념관의 전 총독부 기념공원을 가봤는데요...

외진 구석탱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보시다시피 대접도 영 좋지 않습니다. 이것이 전 식민지가 전 지배의 아이콘을 기념하는 방식입니다.

덧. 아, 총독부가 워낙 상징적이라 그렇고 경성시청(서울도서관) 등 다른 곳 대접은 나쁘지 않습니다.
 
 

728x90

https://twitter.com/hadess1138/status/1317395915263545344?s=20
넵 이 짤 쓰려고 후기 쓰는 것 같습니다(...)
 
제가 워낙에 뮤지컬에는 조예도 없고 관심도도 낮은 편이라 이 마스터피스에 대해서도 몇 가지 유명 넘버와 얼굴 다친 천재 작곡자가 지하에 숨어 살면서 신진 여가수한테 겁나 집착하는데 그 여가수는 늘 그렇듯이 멀쩡하고 잘생기고 키 큰 남자랑 사랑에 빠져서 파아아아아국이다.... 이런 얘기 말고는 잘 모릅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샹들리에 꽈과광도 알고 계단 이리저리 내려가고 노 저어서 유령네 집에 가는 장면도 알고 사라 브라이트만 버전도 알고 강형호 암수한상(...) 버전도 알고 아 뭐야 나 많이 알잖아;;;
 
- 부산 드림씨어터는 문현 IFC 건물 내, 아바니 호텔 있는 쪽에 있습니다. 아 맞다 그리고 건강검진센터도 겁나 크게 있는 게 서울 IFC랑 좀 비슷함 그러고 보니 카페가 지천에 널려 있는 것도...

저희는 일찍 도착해서 1층에 있는 식물원 컨셉의 넓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빵도 대따 크고 맛있어 보였습니다.

바닐라 라떼와 디카페인 콜롬비아 커피. 한 캡슐에 360원 하는 거 먹다가 이거 마시니까 아아 이것이 자본의 맛이로구나 싶더군요.

오늘 캐스팅은 팬텀 김주택-크리스틴 송은혜-라울 송원근 트리오입니다.

물론 팬텀씨는 이 얼굴로 나오지 않습니다. 겁나 특수분장을 때려넣고 나옵니다. 전 김주택씨 얼굴도 쫌 좋아해서 약간 안타깝긴 했음. 

- 고딩들이 엄청나게 단체 관람을 와서 ㄷㄷㄷ 했는데 어차피 2층이고 별로 소리가 들린다든가 한 것도 없어서 그냥 잘 보고 갔나부다 했습니다(아 저는 뮤지컬 관람 기준에 대해서는 별로 엄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을 감안해서 필라테스 자세(척추를 뽑으시구요, 머리끝을 하늘로 잡아당기세요)로 관람했습니다. 그나저나 자라나는 애들한테 이런 치정극을 보여주는 게 과연 교육적일까 생각을 했는데, 그보다 더 어린 나이에 다락방의 꽃들 시리즈 뭐 이런 거나 봤던 자가 할 걱정은 아닙니다.

 

- 드림씨어터 부산에 간 건 처음이었는데요, 여러 모로 호평을 받았던 화장실 가는 길 꽃길은 계단투성이라 아직도 계단에 서투른 저는 ㄷㄷㄷ 하고 그냥 안 갔구요, 무대가 서울보다 좀 좁아서 스케일이 큰 서울의 모모 극장들에 비해서 스케일을 살리기 힘들었습니다. 특히 팬텀이 크리스틴을 끌고 계단을 이리저리 내려가서 배 젓고 가는 장면은 스케일이 중요한데 가로 길이가 좁으니까 음...좀 그랬습니다.

 

-김주택이야 뭐 쩌렁쩌렁한 성량에 음색, 음악을 가지고 노는 폼이 대단한 클래스였습니다. 근데 제일 유명한 크리스틴과의 2중창 있잖아요, 거기서 생각보다 케미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긴 거기서 제일 처음 만난 거라고 생각하면 뭐 케미고 뭐고 할 수 있겠지만, 이미 고인이 된 아빠의 가스라이팅과 그간의 교감을 생각하자면 일정 케미는 느껴져야 할 것 같은데요. 후반으로 갈 수록 괜찮아졌습니다.

 

-크리스틴은 생각보다 장신이라 음? 싶었습니다(주택씨도 키가 큰 편인데 키 차이가 거의 안 나더라구요) 아참, 라울은 라울답게 키도 크고 훤칠하셨습니다. 오유의 켄('켄은 그냥 켄')이 라울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근데 막판에 올가미 매 놓고 으으윽 괴로워해야하는데 그냥 음?-_-? 이게 밧줄인가? 식으로 나와서 좀 그랬음. 근데 생각해 보니까 목에 밧줄 달려서 금방이라도 죽을 듯이 꾸에엑하면 7세 이상 관람가인데 애들한테 안 좋을 거 같기도 하네요(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애들 교육에 치정이 좋을지는 다시 생각해 봅시다)

 

-제가 뭐 딱히 깊게 파지는 않지만 오페라를 워낙 좋아해서 극중극으로 나오는 가짜 오페라들에 대해서 본 공연 흐름보다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첫 공연에서 코끼리 나오는 거 봤을 때는 아 코끼리에 돈 쫌 쓰지; 기분이었는데 가면극 오페라할 때는 훨씬 마음에 들었음. 그리고 성악 아리아 발성까지 해야 했던 배우들에게 애도.

 

-근데 팬텀씨 태어날 때부터 기괴하게 태어나서 인간동물원 식으로 구경거리가 될 정도라고 했잖아요? 그런 것 치고는 그냥 피지컬은 당당하고 평범하게 얼굴 반쪽에 화상입고 머리빠진 남자 정도라 아니 뭘 저 정도를 돈 내고 구경하러 가(...) 이런 기분. 뭐 영화 프릭쇼에 나오는 정도는 되어야죠.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7세 이상이고 뮤지컬 주인공이 꼽추인 것도 그렇...아니 리골레토도 있고  콰지모도도 있고(...)

 

- 이 드라마는 팬텀에게 서사를 몰빵하고 크리스틴을 '마이 엔젤'로 객체화하며 라울은 그냥 바비의 켄이라서 나중에 결말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음? 크리스틴이 이제 팬텀한테 마음이 돌아섰나?'하고 쫌 두근두근할 정도로 집착남 스토커 팬텀에게 잘못 이입하게 만드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그랬다가는 가스라이팅에 스톡홀름 증후군에 기타 등등... 근데 라울은 크리스틴이랑 잘 도망가서 잘 먹고 잘 살았으면서 나중에 할배돼서 왜 그렇게 회한에 차서 추억을 반추했대요. 

 

-저는 팬텀씨가 극장주들에게 한 급여 요구는 법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아주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쌍방이 동의해야 하는데 새 극장주들은 팬텀이 위협을 하기 전까지는 동의할 생각이 1도 없었고, 이 돈이 협박의 대가인지, 작곡료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작곡료가 맞는지도 좀 애매한 게 그 작곡한 오페라를 강요한데다가 결과적으로 흥행한 거지 극장주들이 자의적으로 선택한 것도 아니자나여... 굳이 말하자면 돈 받으면 해를 덜 끼치겠다는(그러나 크리스틴을 주연으로 안 삼는다면 해꼬지를 하겠지) 일종의 '토템 비용'인데 불법 협박으로 갈 소지가 큽니다.

 

-뭐라 투덜거린 게 많은데 이렇게 길게 감상을 썼다는 건 잘 봤다는 얘기죠.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고 특히나 외출할 일이 없던 저에게는 특히나 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팬텀씨를 지하실에 키운다는 대안에 대해서는 탄복하면서도 좀 반대하는 게, 언젠가는 사고칠 타입이라(...)

728x90

방구석 미술관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조원재 (지은이)
출판사: 블랙피쉬
출간일: 2018-08-03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가

01. 죽음 앞에 절규한 에드바르트 뭉크,
사실은 평균 수명을 높인 장수의 아이콘?

02. 미술계 여성 혁명가 프리다 칼로,
알고 보니 원조 막장드라마의 주인공?

03. 나풀나풀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 드가,
알고 보니 성범죄 현장을 그렸다고?

04. 전 세계가 사랑한 영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사실은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겼다고?

05.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그림 '키스'의 구스타프 클림트,
사실은 테러를 일삼은 희대의 반항아?

06. 19금 드로잉의 대가 에곤 실레,
사실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순수 지존?

07. 자연의 삶을 동경했던 폴 고갱,
알고 보니 원조 퇴사학교 선배?

08. 그림은 아는데 이름은 모르는 에두아르 마네,
사실은 거장들이 업어 모신 갓파더?

09. 로맨틱 풍경화의 대명사 클로드 모네,
알고 보니 거친 바다와 싸운 상남자?

10. 사과 하나로 파리를 접수한 폴 세잔,
알고 보면 그 속사정은 맨땅에 헤딩맨?

11. 20세기가 낳은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
알고 보면 선배의 미술을 훔친 도둑놈?

12. 순수한 사랑을 노래한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
사실은 밀애를 나눈 또 다른 사랑이 있었다?

13. 최초의 추상미술을 창조한 바실리 칸딘스키,
알고 보면 최강 연애 찌질이?

14. 현대미술의 신세계를 연 마르셀 뒤샹,
알고 보니 몰래카메라 장인?

===============

이 책은 제게는 가장 큰 장벽이었습니다. 제목 하나하나가 일본 라노벨 제목같잖아여;;; 그러나 다리가 불편한 제가 그나마 갈 수 있는 작은 도서관(구 도서관은 공동묘지 가는 길 답게 가파르게 올라가는 길이라 지금의 저는 갈 수 없음) 중에 하난데 장서 수는 많음에도 볼 책은 의외로 적었거든요. 거기다 요즘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진득하게 책 읽는 능력도 많이 떨어졌고. 그래서 펼쳐들었고, 의외로 마음에 들어서 대여도 했는데요...

 

어, 확실히 베스트셀러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네요. 사실 형형 하는 문체는 별로 마음에 들진 않지만 굉장히 술술 잘 읽힙니다. 굳이 따지자면 술자리에서 썰 푸는 문체예요. 근현대의 유명한 화가들을 챕터별로 놓고, 화가별로 인생을 서술하면서 그 인생의 변곡점마다 자리잡은 대표작들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소개할 때가 의외로 진중합니다. 이 그림이 어떤 구도에서 어떤 필터로 그려졌는지, 무엇을 상징하는지, 후대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감동했을 때가 마네의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전 그 그림을 그렇게 봤으면서도 그녀의 앞 모습과 뒷 모습이 의미하는 바를 몰랐어요;) 쏙쏙 들어오게 설명합니다.

 

그래서...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8829173 

 

미술사 아는 척하기

‘미술의 개념’을 둘러싼 갖가지 논의를 살펴본다. 또한 다양한 철학자, 이론가, 미술가 들을 소개하면서 미술 이론과 실천이 어떤 상호 작용을 거쳐 오늘날로 이어졌는지 확인시켜 준다. 미술

www.aladin.co.kr

제가 이미 5년 전에 샀던 오스본의 '미술사 아는 척 하기'는 같은 서양미술 입문서이면서도 5년째 반을 겨우 읽었고, '방구석 미술관'은 금새 읽어버렸나 봅니다. 아니 근데 오스본은 너무 서양 정서의 개그가 많아서 쫌 이입이 많이 안 돼요;;; 같은 키치한 척이라면 역시 동시대 한국 정서가 저한테는 그나마 맞나봐요;ㅁ;

 

여튼 의외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던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에곤 실레와 세잔, 칸딘스키, 뒤샹 챕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뒤샹은 아아 내가 그이에 대해 아는 것은 변기;말고는 없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얼마나 치밀하게 '샘'을 연출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더니 별로 더 좋아진 건 아니지만 아 유명해질 만하네 그런 기분은 듭디다.

 

암튼 전 즐겁게 읽었습니다. 끗.

728x90

뭔 심리인지 모르겠지만 의식의 흐름에 맞게 반말로 작성함.

- 오전에는 아이다, 저녁에는 맥베스를 보니까 꽤 피로했다. 예전에는(그니까 근 20여년 전) 밤새며 영화 세 편 내리 보는 것도 가능했고 도그빌 세시간도 거뜬하게 봤는데 역시 감상도 체력이 있어야 할 일.

하루에 여러번 보는 거 하니께 연뮤덕 이 분이 떠오르는데 이 분도 젊어서 가능할 일일지도.

https://youtu.be/GO68z0Wp1uU

 

- 얼마나 대충 봤냐면 어디서 누가 지휘했고 누가 나왔는지도 가물가물. 아 근데 맥베스가 너무 눈에 익은데 그리고 지휘자고 겁나 유명했는데...

http://kevinncompany.com/macbeth_2018?ckattempt=1 

 

맥베스

맥베스 예고편 베를린 국립오페라 극장 실황 장르 : 오페라 실황 개봉일 : 2018.10.07 상영시간 : 164 분 상영

kevinncompany.com

찾았다. 베를린 국립오페라에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맥베스 플라시도 도밍고, 레이디 맥베스 안나 네트렙코. 우와 나는 정말 쩌는 걸 봤었군.(걍 틀어주는 대로 봤음) 그리고 한국인 베이스 연광철도 뱅쿠오로 나옴.

 

- 무대나 복장, 전쟁신 모두 20세기식으로 바꿈. 그러고 보니 시대에 맞게 고증한 오페라를 본지 꽤 오래 되었다. 하긴 그들에게는 사골이다(여기서나 듣보지 베르디 맥베스는 꽤 서양에서는 알려진 오페라임) 보니 뭐 이것저것 변주를 줘야 되겠지. 최근에 적벽을 (유튜브 실황으로) 봤었는데 적벽대전도 동북아시아에서는 사골이라서 꽤 많이 현대화를 시켰다. 그러나 조조가 동네북인 건 여전(...) 

 

- 베르디가 셰익스피어를 대단히 존경해서 이 오페라를 만들었다던데, 원작과 크게 다른 부분이 세 부분 있음. 첫 번째는 들판의 세 마녀가 아니라 전쟁터의 시체들을 뒤지는(...) 수십명의 마녀떼들로 나옴. 아마 장대한 합창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함. 그리고 수십명이 같은 짓을 하니께 마녀가 실존 인물이 아니고 맥베스 마음 속의 충동이라는 생각이 더 들었음.

 

- 두 번째는 던컨 왕이 안 나옴. 버전에 따라서 정말 말도 안 하지만 나오기는 하는 버전이 있다던데 여기서는 그냥 침대 안에서 자고 있어서 진짜 사람인지 그냥 죽부인인지도 모르겠음(...) 이 부분은 좀 갸웃하는데 맥베스에게나 맥베스 부인에게나 살인에 가장 큰 장애물은 그들을 대하는 던컨 왕의 호의, 신뢰, 사람 좋음 뭐 등등 때문인데(심지어 맥베스 부인 눈에는 죽은 아버지와 닮아서 결정적인 순간에 주저하게 됨) 던컨을 빼버린 이유가 궁금함. 그러나 이미 베르디는 죽은지 한참 돼서 알 수 없음. 안 그래도 주요 등장 인물도 적은디...

 

- 세번째는 맥베스 부인이 너무 늦게 죽고 자신을 조종하는 흑마법사(...) 부인의 죽음으로 멘탈이 붕괴된 맥베스가 그리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맥더프가 맥베스를 조롱하는 마지막 부분이 임팩트가 너무 없음

 

- 뭐 계속 마음에 안 드는 점만 얘기하는 것 같은데 유명 오페라 값은 했음. 그리고 플라시도 도밍고와 안나 넵트렙코의 이중창이 엄청 많이 나오는데 겁나 좋았음. 그리고 공포와 죄책감 속에서 둘이 적나라하게 베드신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둘다 섹시밤이다 보니 너무 그럴싸했음. 정말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은 저랬을 거 같음.

 

- 근디 플라시도 도밍고가 저 때 77세였다던데 던컨 왕보다 더 나이 든 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왕이 된 후 지친 맥베스의 연기는 기막히게 했다.

 

- 이 오페라는 피로감이 꽤 센데 아무래도 살인은 초반에 있고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이 각각 따로, 또 같이 죄책감과 고뇌, 환영에 시달리는 장면이 너무 리얼해서 피로하다. 뭐 내가 살면서 큰 죄를 지은 적도 없는데 감정 이입이 꽤 됨.

 

- 교훈은 '사람은 적성대로 살자'가 되겠다. 맥베스는 살인자가 될 그릇도 아니었고 왕의 재목도 아니었다. 그는 그냥 대영주로 남아서 호시탐탐 왕을 가재눈으로 흘겨보는 것까지가 적성에 맞다. 괜히 마누라 말에 휘둘려서(누칼협;) 적성에 안 맞는 일을 너무 크게 저질러서 망했다.

-끗. 아 잘 봤다 다음 오페라는 언제 하나-

덧. 마리아 칼라스가 1957년에 레이디 맥베스를 했대서 찾아보았다.

https://youtu.be/WWoyTFYSrCM

진짜 위압적이다. 존무...덜덜덜....

728x90

장소: 2009 브레겐츠 페스티벌
연주: 비엔나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출: 그래함 빅

아이다: 구 에티오피아의 공주, 현 암네리스의 노예
라다메스: 이집트의 젊고 전도유망한 장군
암네리스: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이집트 공주

여러번 말했다시피 저는 오페라를 좋아합니다. 뭐 딱히 고상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화려한 무대와 의상으로 존내 노래도 잘 부르고 연주도 죽여주고 스토리는 대부분 마라맛 막장이고(...) 그래서 오르페오 채널에서 한 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오페라 보여줄 때는 정기적으로 챙겨보고 했는데 요즘은 부정기적으로 해서 편성표 챙겨봐야 되고 쫌 귀찮습니다. 근데 이번주가 오페라 위크라서 오페라를 많이 하더라구요? 라 트라비아타는 하도 많이 봐서 걍 패스했고, 오늘 오전에는 아이다를 보고 오후에는 맥베스(꺄아아) 이렇게 볼 계획입니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호수 위 야외 무대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에서 열리는 클래식 페스티벌인데요, 저는 이 페스티벌의 '마술피리'를 영화관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아주 굉장했었죠.

마술피리는 이랬음.

아이다 얘기로 돌아가 봅시다. 무대와 의상은 현대식인데(다만 이집트를 상징하는 금색, 금색/청색을 곳곳에 쓰고 현대식 정장 위에 파라오의 관을 쓴다든가 19세기식 장군복을 입힌다거나 그런 식입니다) 오프닝부터 끌어안은 청춘남녀 익사체를 인양하길래 ㄷㄷㄷ했더니(너무 끌어올린 참치처럼 자세히 보여줌) 원작과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 기사에서 얘기했듯이 자유의 여신상이 쫌 박살난 무대는 2009년 당시 전쟁 중이던 미국을 은유한 것 같구요, 누가 봐도 '정통' 금발미인인 암네리스 공주와 동부 유럽 이민자처럼 생긴 노예 아이다는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라다메스는 처음부터 눈새라서 혼자서 오오 내 사랑하는 아이다 내가 출세해서 그대를 하늘의 별로 올리고 옥좌에 앉히고 하고 염병천병을 떠는데 뭐 지가 파라오라도 되나 그냥 장군 주제에(...) 시작한지 15분도 안 돼서 암네리스 공주는 자기 노예 바라보는 라다메스 눈빛을 보고 둘 사이를 눈치깜. 근데 이건 뭐 거의 복사기도 아는 사내 연애 수준으로 티나는 거라.

 

사실 저는 개끌듯이 노예 둘셋을 질질 끌고 입장할 때부터 암네리스에게 압도적으로 빠졌습니다. 

대충 이런 분위기였음(람슈타인의 'Mein teil' 뮤비입니다)

초반에는 쫌 실망했습니다. 무대도 좀 난삽하고 화면 포커스도 만족스럽지 않고 독창으로 부르는 아리아는 아무래도 야외라서 그런지 실내 공연장에서처럼 압도적인 음압을 때려주지도 못하고. 거기다가 내용이래봤자

라다메스: 그렇게 소원하더니 에티오피아 전쟁에 출정함

암네리스와 아이다: 암네리스는 아이다의 비밀을 알아내려고(아니 뭐 근데 둘이 공개 연애 수준이고 어차피 아이다는 자기 수족이라 더 알아낼 것도 없지 않나) 얘 넌 내 노예 아님 넌 내 여동생이나 마찬가지야 아니 친구야 너도 공주였는데 힘들겠다 얘 이러는데 아이다는 쟈갑게 할말 없으요 암네리스는 이년 내가 요절을 내리라 너네 나라도 완전 망할 거임 이런 퐈이트 반복이라.

 

그래서 2막에서 이집트가 전투에서 이긴 후 무대가 저어기 제일 위에 올린 사진처럼 바뀌고 승전 행진에서 웅장한 합창과 승전 행진곡(이거 들으면 아 이거-하고 다 알 곡입니다) 때려 주니까 훨씬 낫더군요. 그리고 역시나 아이다하면 승전 행진 코끼리죠. 뮤지컬 한국 버전 아이다에서는 실물 코끼리 등장시키고 했는데 여기서는 겁나 큰 금색 코끼리가 멋져서 만족했습니다.

우리 코끼리의 멋짐을 봐주세여.

 

그 다음은 뭐 별 거 없어요. 파라오는 개선장군인 라다메스에게 오 내 딸 암네리스랑 결혼하렴 해서 둘은 날 잡고 암네리스만 웨딩드레스같은 거 입고 희희하는데 라다메스는 죽상이고(...) 아이다를 못 잊어서 둘이 밀회하기로 했는데 정작 아이다는 친아빠한테 낚여서 스파이질;하다가 라다메스랑 같이 망하고 쥬금. 아참 아이다는 끝까지 옷 한 벌로 버팀. 아무리 노예라고 해도 공주님 직속인데 흑흑.

뭐 좋다고 우리 공주님은 둘의 명복을 빌어주네요... 관대하시기도 해라...

 

일단 암네리스가 노래를 겁나 잘하고 포스가 철철 넘치기도 하지만 저는 이국에서 굴러들어와서 마음을 빼앗아가는 근본없는 그녀보다는 본국에서 착실히 노력하며 기득권을 쌓아온 그녀들한테 마음이 가는 편입니다. 샤르휘나보다는 레 마누아, 선덕여왕보다는 미실(아 드라마 기준요)  

 

근데 아무리 남의 사랑이라지만 라다메스랑 아이다 사랑은 아무리 봐도 납득이 안 가네요. 둘이 처음부터 오오 사랑해요 갈겨서 그런가 나중에 막 절절하게 끌어안고 그래도 무감동 그자체. 아 김과장과 박대리는 사랑을 하는구나=_= 이런 기분?

 

결론: 무대 사용이나 감동은 같은 페스티벌의 '마술피리'가 압도적이었습니다. 끗.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