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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충돌 - 미중 기술패권 전쟁과 7가지 게임체인저
서해문집 사회과학 시리즈  
지은이: 박현
출판사: 서해문집
출간일: 2022년 9월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한국 출판업계 최고의 마케터 덕분입니다.

요즘 이 분이 최근 추천한 책들을 읽어보려고 현생(그중에 상당 부분은 덕질) 때문에 쉽지 않네요. 
이 책은 1세기 동안 미국의 여러 차례 패권 방어전의 역사를 간략하게 훑고, 현재 전개 중인 대중국 관련 배틀에 대해서 상세히 서술합니다. 오바마-트럼프-바이든 각 정부의 대응은 의외로 크게 바뀌지 않는군요. 여담인데 제가 대학원 시절에 중국 전문가 노 교수님께 학점 잘 주시고 개꿀이래서 ㅋㅋ 중국 강의를 들었는데 당시에 줏어들은 바오파(연 국가성장률 8% 사수)와 디커플링(미중 기술 경제 생태계가 의도적으로 분리되는 상황)은 책 이해에 쫌 도움이 되었습니다.
암튼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제일 뒷 챕터 마무리 쪽인데요, 급하신 분이나 미리 중심을 잡고 싶은 분들은 마지막 챕터부터 시작하셔도 됩니다. 
 
- 미중 관계는 이미 파국이다...이며 냉전 2.0의 초입입니다. 각자 자신들의 우방이나 경제 식민지(...) 들을 편입시켜서 경제권으로 만들어서 전쟁 드릉드릉 중.
 
- 미국이 첨단기술 전반에서 앞섰다는 평이지만 중국은 일부 분야에서 이미 중국을 추월했고 경합하는 부분도 있으며 맹렬히 추격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바이오기술, 정밀화학, 산업용소프트웨어, 의료장비, 민간항공엔진, 금융분야에서는 미국이 앞서고 있으며 통신기술, 항만 기계 철도, 반도체 제작 설계,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경합 중이며 5G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양자기술에서는 중국이 추월했습니다. 그리고 전기차 부분에서는 중국은 소재-배터리-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해서 시장 점유율을 급속도로 넓히고 있지만 미국은 테슬라 집중도가 높고 배터리 충전소 확충의 한계 등으로 느린 상태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항 두 가지는 각국의 싱크탱크에서는 자국이 상대국에 비해 아직 모자란다며 징징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싱크탱크의 보고서가 정부 정책에 활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국의 위기감을 조성해서 한층 공격적인 스탠스를 잡게 하려는 것이죠. 두 번째로는 중국이 자국과 일대일로 등으로 확보한 희토류 등 핵심광물 등에 대해서는 이를 가지고 대결하게 되면 파아아국이다...까지 가게 되는지라 서로 언급을 삼가고 물밑에서 경쟁 중이랩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경제권을 구축해서 대립할 경우 주변 우호국에 미치는 타격인데요,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떼 한국이 비슷한 사이즈의 국가 중에서 가장 타격도가 높습니다. 이는 아무래도 대외 의존도가 높은 성격 때문으로 보입니다.
 
- 작가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 편에 노골적으로 서는 것이 사드 짝 난다(...)고 경고하고 비슷한 처지의 아세안,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과 공조해서 민주주의 원칙으로 정치 명분을 세우고 경제적으로는 자유주의 다자주의 정책을 지켜가는 게 좋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 이 부분에 대해서 일각에서 비판을 하고 있는데요, 저는 상당 부분 동감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정부가 이걸 지킬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감이 들고 있습니다.
 
- 아, 현재 첨단 산업에 대해서도 감을 잡는데 좀 도움이 되는 부수적 효과도 있습니다. 추천합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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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게 된 알파와 오메가였던 김수인(극중 이택균)의 뭇 여성을 후리는 사진 ㅋㅋㅋ

장르 공연
국가 한국
등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출연       이소연, 김지숙, 김미진, 김수인, 조유아, 이연주, 민은경, 유태평양, 조영규

#명색이아프레걸 을 보았습니다 한국전쟁 후가 배경이구요,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 박남옥이 '미망인' 영화를 찍는 과정에 대한 창극입니다. 극중극인 미망인에 대한 내용, 박남옥의 인생사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가 교차하고 최승희, 손기정, 윤심덕 에피까지 등장해서 꽤 복잡합니다

박남옥 역의 이소연 배우는 꽤 힘들었을 것 같아요. 세 개의 이야기 구조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야되거든요. 이소연 배우가 안 나오는 장면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사전에 리뷰를 좀 보았는데 예상대로 호불호가 좀 갈리더군요. 주인공 박남옥의 영화 미망인도 수절 도덕을 깨고 아이를 버릴 생각도 하며 마지막 살인까지 저지르지만 끝내 반성도 징벌도 없는 엔딩으로 당시 정서와는 꽤 엇맞았지요(아, 영화의 마지막 10여분은 소실되었기 때문에 창극 작가가 창작한 엔딩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이 엔딩보다는 순한 맛이긴 하지만 가부장제를 저버린 것에 대해 반성이 없어서 당시에 외면받은 건 비슷할 거 같습니다)

박남옥도 어릴 때, 영화 스탭 시절부터 여성이라는 선입견과 제한으로 고군분투하고 영화에 빠져 가정과 아이를 돌보지 못했다고 극중 말미에 남편에게 버림받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씩씩하고 전투적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입단 1년차의 김수인배우는 극중 영화의 주연 배우 이택균으로 나옵니다. 반반한 얼굴에 여성들 후려가며 사는 백수날건달 옴므파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화 배우 본체 자체도 성격이 비슷한 거 같아요 ㅋㅋㅋ

왜 부유한 유부녀나 과부한테 원조받아가며 살면서도 자존심은 세우는 키링남 있잖아요, 김수인의 이택균은 딱 그런역입니다. 배우로서도 여성 중심 영화의 액세서리 역할에 좀 불만 있고 투덜투덜. 아쉬운 게 있다면 이택균 피살씬이 직접 나왔으면 좋았을걸(거 취향 참...)

여기서 김수인은 2대8의 머리가 좀 불만이긴 한데 풋풋하고 귀여운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덜 마른 시절이라 어우 피지컬이...

다시 창극 얘기로 황급히 돌아가자면, 국립창극단-국립국악관현악단-국립무용단 무대라 연주와 특히 무용이 대단합니다. 프로 무용수들의 몸짓, 특히 박남옥 분신 역의 무용은 일정 경지를 넘었더군요. 장르는 다르지만 한영애 라이브 느낌이 났습니다.

국립무용단 무대도 꼭 봐야겠다-로 결론이 났습니다.

덧. 아, 여기서 아프레걸은 일제시대로 치면 신여성같은 느낌입니다. 같은 단어를 극 중에서 여성은 아프레걸을 긍정적이고 자립적인 느낌으로, 남성은 한없이 부정적인 의미로 지칭하는 게 역시나 싶았어요 ㅋㅋ

덧2. 여기서 박남옥과 아프레걸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남성만 있는 건 아닙니다. 촬영기사는 그녀의 능력을 믿어주고 유일하게 존경을 담아 '감독님'이라고 부르는 남성이지요. 하지만 그는 재일 출신이라 역시나 마이너라는 게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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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 프랜시스 베이컨과의 대담 
프랑크 모베르 (지은이),
박선주 (옮긴이)
그린비 (출판사)
2015-03-10 (국내 출간일)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인 프랜시스 베이컨과 프랑스의 에세이스트 프랑크 모베르의 대담집. 베이컨은 인간의 얼굴이나 신체를 기괴하게 비튼 회화 작품으로 인간에 내재한 잔혹함과 공포, 불안을 유례없는 방식으로 형상화한 화가로 평가받는다.

이 대담집은 베이컨이 이러한 회화 세계를 구축한 동기들, 그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작가와 화가, 회화를 향한 그의 열정 등을 담고 있으며, 나아가 베이컨의 개인적인 관계나 추억을 담담하면서도 유쾌한 어조로 기록하고 있다. 이 대담집을 통해 우리는 화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타고난 예술가일 뿐 아니라 한 명의 인간이기도 한 베이컨의 복합적인 면모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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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는 독서 습관 중 아주 좋지 못한 게 하나 있는데요. 지금 몸이 시원찮다 보니(그러면서 팬싱 갈라는 참 잘도 댕긴...) 도서관까지 가기가 여의치 않아서 일단 '시니어 북 딜리버리'(시니어 일자리 창출 사업인데요, 도서관에 딜리버리 신청을 하면 작은 도서관에 배달된 책을 시니어 분들이 집까지 배달해 주시는 겁니다. 반납은 작은 도서관으로 하면 됩니다) 서비스로 집까지 도서관 책을 배달 받습니다. 책 욕심은 드럽게 많아서 한도 꽉꽉 채워서 3권을 대출 받은 다음 2주 동안 못 읽고 어영부영하다가 연체된 채로 반납하고, 연체 기간 동안 대출이 정지되어 고통받고, 그리고 또 딜리버리 받고, 또 연체되고...(...)

 

이번에 '인간의 피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와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그리고 그 외 1권(이 쪽은 AI 관련인데 영 진도가 안 나가네요. 다음에 완독 시도)을 빌렸는데요, 리뷰 쓰고 언능 반납하려고 리뷰에 손을 대 보았습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영국 출신의 꽤 유명한 현대미술 화가입니다. 이 분은 기괴하고 폭력적이며 잔혹한 그림으로 유명한데요, 제일 유명하면서 티스토리 심의에 안 걸릴 만한 그림으로는 대충 이런 게 있습니다.

... 저는 이 그림을 십수년 전에 처음 보았는데요, 꽤 끔찍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매혹되었습니다(제 예술 취향 중 상당수는 제법 익스트림한 편입니다. 아 다 그런 건 아니고요; 심지어 요새 꽂힌 분도 상당히 익스트림한 편;) 그리고 리움 컬렉션(베이컨 그림 조낸 비싼데 암튼 삼성 돈도 많아;)에서 다른 정육점 시리즈;들을 보면서 더 흥미가 갔구요.

 

아, 그리고 저는 예술가가 능력있는 인터뷰 진행자와 자신의 인생과 예술 세계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책을 꽤 좋아합니다. 물론 예술가가 자신의 세계를 언어로 생생하게 표현할 만큼 말주변이 있어야 하고(의외로 이거 못하는 사람 꽤 많음) 인터뷰 담당자가 노련하게 잘 끄집어내야 하고(그러려면 인터뷰 상대에 대한 애정-최소한 그 사람의 예술에 대해서라도-과 예술에 대한 지식은 기본입니다) 둘이 상성이 잘 맞아야 합니다.

 

다행히 베이컨과 대담자 프랑크 모베르는 이 모든 특성을 갖추고 있어서 훌륭한 인터뷰집이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베이컨씨가 소싯적에 파리에서 좀 화려하게 노셔서(...) 프랑스어에 능통한지라 대담은 통역 없이 프랑스어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 히치콕 오빠와 트뤼포와의 대화는 영어, 프랑스어 뿐 아니라 영화에 해박한 통역이 필요했지요. 하긴 뭐 독일어였다면 바로 가능했겠지만.

 

이 책은 여러 모로 모순적이면서도 충실한 화가 베이컨을 잘 보여줍니다. 자신의 그림이 고가에 팔렸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도 돈을 주변 사람에게 아낌없이 퍼 주고 소박한 생활을 하며, 전통적인 그림을 해체하는 작업을 평생 했으면서도 고전적인 화가들, 그리스 극작가들, 서양 문화의 전통을 숭배하고 경모합니다.(이 책의 제목인 '인간의 피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도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의 한 문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여러 번역을 거쳐서인지 아주 딱 들어맞지는 않습니다만; 가장 가까운 번역은 '인간의 피냄새가 나를 미소짓게 한다'라는 거라는데 그건 그거대로 또 충격적;)

 

여러 모로 베이컨에 대해 잘 알게 되어서 만족스러운 책이었지만 두 가지 약간의 불만 사항이 있다면 예산과 컨셉의 문제겠지만 베이컨의 여러 대표작에 대해서 논의했지만 그 그림에 대해서 흑백이라도 삽화가 실려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림 하나 랩탑으로 검색하고, 책으로 읽고...이 과정을 거쳤는데 뭐 머릿 속에 더 잘 남긴 하네요(노린 건가;) 그리고 그의 먼 조상인 철학가 '프랜시스 베이컨'과 일맥상통하는 점에 대해서 모베르가 뒷편에 논문식으로 남겼는데 제가 사상가 베이컨에 대해서 아는 바가 짧아서 그런가 그리 공감가지는 않았습니다.

 

덧. 같이 빌린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은 호크니, 베이컨, 프로이트 등 20세기 중후반의 영국에 살았던 혁신적인 화가들에 대한 책입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면...

'연상의 남자들을 유혹하는 데 재능이 집중되었던 젊은 시절의 베이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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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다큐멘터리
러닝 타임: 1시간 14분
감독: Gary Hustwit
플랫폼: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유튜브, 네이버 영화(저는 언제 망할지 조마조마한 왓챠에서 봤습니다. 왓챠야 쥬그지마 ㅠㅠ)

1932년 독일 비스바덴에서 태어난 디터 람스는 2차 대전이 끝나가던 시기에 유년기를 보내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상을 다시 재건하는 일에 자신의 꿈과 열정을 바쳤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에 사로잡힌 그는 50여년 간 ‘브라운’과 ‘비초에’에서의 작업들로 20세기 산업디자인에서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독보적이며 눈부신 족적을 남겼으며, ‘좋은 디자인의 10가지 원칙’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여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그의 디자인 철학을 이야기한다.

https://youtu.be/xFKcJJ1h0K0

저는 이 분의 2022년 한국 전시회를 못 봐서 매우 아쉬웠던 사람이라 다큐멘터리를 구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이 전시회에 대한 리뷰는 현학적이기로는 지큐와 쌍벽인ㅋ 잡지 에스콰이어에서 리뷰가 있습니다.

https://www.esquirekorea.co.kr/article/50415

 

디터 람스 디자인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4560디자인하우스의 모든 것

디터 람스의 영혼과 ‘덕후’ 수집가의 열정이 깃든 디자인 뮤지엄, 4560디자인하우스에서 보낸 하루.

www.esquirekorea.co.kr

이 분은 2차세계대전 당시에 패전국 독일에서 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전후에 이른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 후 간 예술학교가 그 유명한 바우하우스 출신 교수들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더니즘에 깊은 영향을 받고 이런저런 실습을 거치다가 독일의 전자제품 회사 브라운에 들어가게 됩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이력을 바치면서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실용적인 산업디자인 걸작들을 탄생시킵니다. 물론 그는 디자인팀의 수장이었고 팀을 거쳐간 수많은 팀원들과의 협업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브라운사는 그를 스타 디자이너로서 유달리 부각시켰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포토제닉'해서요 ;ㅁ;

아니 그는 정말로 포토제닉합니다. 이미지만 놓고 보자면 젊을 때 입생로랑하고 좀 비슷한데요...

차이점은 입생로랑씨는 대놓고 저 싫어하게 생겼는데(그냥 좀 버러지 쳐다보는 듯한 눈빛이 그러함 그러나 뮤즈에게는 상냥하겠지) 디터 람스씨는 대놓고 싫어하지는 않게 생겼습니다.

 

80대가 된 지금도 존나 스타일리시한 할배심 ;ㅁ;

다큐멘터리는 현재의 디터 람스가 말하는 그 자신과 산업 디자인, 세상과 심플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그의 브라운에서의 걸작들도 집중해서 다루고는 있지만...

(애플의 천재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는 본인이 대놓고 디터 람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의 본인 시점에서 전시회나 회상으로 돌아보는 것이구요, 그는 영국의 비초에 사에서 가구 디자인에 관여하면서 여전히 전진 중입니다. 걷는 속도는 떨어졌을지라도 여전히 앞을 보고 있으며, 눈은 여전히 젊은이처럼 총명하고 말투는 또렷합니다. 

하...그리고 할배 너무 잘생겼다... 역시 미청년이 나이가 들어서 미노년이 되는 것이었어... 

아참, 그리고 그의 집도 참으로 모던하고 깔끔하며 스타일리시합니다. 영화도 그 영향을 받았는지 깔끔 그 자체라 눈이 편_안.

 

아참, 이걸 보고 나서 흥미가 생겨 바우하우스 다큐도 보았는데요...(이번에는 유튜브 영화에서 단품 구매함)

음, 뭐랄까 디터 람스로 깔끔함의 극치를 봐서 그런가 좀 난삽합니다. 집중력도 떨어지구요. 하지만 유익합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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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 노르망디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로부터 

데이비드 호크니,마틴 게이퍼드 (지은이),

주은정 (옮긴이)

출판사: 시공아트

국내 출간일: 2022-01-24

원제 : Spring cannot be Cancelled

국내 정가: 25,000원

 

 

이 책은 '현존하는 가장 비싼 화가'(대체로 설명할 때 잘 먹히는 경구라 저는 가끔 써먹습니다)인 데이비드 호크니가 친구이자 평전 작가, 미술 전문가인 마틴 게이퍼드와 2018년부터 2020년 넘어까지 주고받은 수많은 실제 만남, 전화, 페이스타임, 이메일, 그의 작품과 다른 화가들의 작품, 심지어는 논문까지 담은 책입니다. 실제로 둘의 대화나 이메일 내용이 직접 꽤나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는 이 위대한 화가(아 죄송합니다 요새 먹고살자고 영어 원문을 자주 봤더니 영어식 표현이...)의 말을 가까이서 듣는 것 같은 효과를 줍니다.

 

2018년에 호크니는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살기 시작했는데요...

(저는 가끔씩 제가 가진 짤 자랑하려고 포스팅하는 것 같습니다;ㅁ;)

여기서 노르망디는 바닷가 메인에 시골과 알콜중독이 좀 겹쳐 있군요. 제가 기억하는 노르망디는 프랑스 소설 '여자의 일생'(예쁘고 돈 많고 착하고 사랑을 믿고 줏대없는 여자가 인생ㅈ되는 이야기;;;) 배경으로 거친 바다에 잇속 빠르고 프랑스치고는 좀 춥고...암튼 에 별로였어요('여자의 일생' 자체가 암울한 얘기라서 뭐 인상이 좋을 리가;;;)

 

그런데 호크니가 말로, 글로, 그림으로 묘사하는 노르망디를 보자 그런 선입견은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사라지고 모네의 지베르니, 고흐의 아를을 보고 느꼈던 것처럼 노르망디의 아름다움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 저는 살면서 다른 누군가를 부러워해 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인데요...(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저는 좋은 상태든 나쁜 상태든  그럭저럭 만족하고 적응하는 편이고,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것만으로는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라서요) 호크니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엄청난 부(...아 이게 1도 안 부럽다면 거짓말이겠지만;)가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 미술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80이 넘는 나이에서도 점점 그 저변을 넓혀가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지성, 그리기를 놓지 않고 조수와 기술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얻어가며 최첨단 앱을 써서 전진하는 작품 세계,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그림을 계속 그리기 위해 규칙적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자기 관리(너무 인간미 없으려다가 담배 안 끊는 거 보고 좀 안심했음<-;;;) 지인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소중함을 잊지 않고 계속 교류하는 자세,

 

결정적으로 그가 사랑하는 그림에 대한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인간적인 관심과 애정도 계속 이어가는 마틴 게이퍼드같은 친구가 있다는 게 참 부러워졌습니다. 

 

일화에 보면요, 마틴 게이퍼드가 아내와 함께 트란실바니아를 여행하고 있을 때 호크니가 15세기 러시아 성직자이자 미수사가인 파벨 플로렌스키가 쓴 역원근법에 대한 독특한 주장의 80페이지 글을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게이퍼드는 산에서 아이폰으로 그걸 다 읽었어요(사랑이다...) 역원근법이라는 게 르네상스 때 표준으로 자리잡은 원근법과는 달리 여러 소실점과 중심을 가지는 기법인데요, 게이퍼드는 이걸 이해하고 호크니가 이 이론에 흥미를 가진 이유를 그의 지금까지 작품세계에서 읽어내고 이해합니다. 그리고 호크니는 다음 이메일에서 당연히 80페이지짜리 논문을 읽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말을 이어나갑니다(아 님 쫌...)  

 

미술에 관한 책으로도 훌륭합니다. 호크니의 그림에서 볼 수 있었던 공간 해체와 재조립, 큰 스크린, 여러 소실점과 다양한 터치, 찰나가 아니라 시간이 계속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작품, 영원하지 않고 계속 변하는 색상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구요. 호크니가 비단 그의 우상인 피카소와 현대-인상파 화가 뿐 아니라 르네상스, 고전파, 중세의 여러 나라를 넘나드는 그림에 깊은 감명을 받고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브뤼헐이나 카라바흐(넹 저는 그림도 좀 익스트림한 걸 좋아합니다)를 좋아한다는 걸 보고 혼자만의 내적 친밀감 상승. 그리고 비단 그림에만 머물지 않고 영화, 미디어 아트, 심지어 태피스트리에서까지 영감을 받습니다.(아놔 그놈의 호쿠사이는 왜 글케들 좋아하는 거야 나도 좋아한다만;)

 

그림과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넓어지고 깊어진, 그리고 현실적이면서도 좀 부드러워진 기분입니다(응 기분만 그래;) 추천.

 

미술 관련 다음 책은 호크니와 프랜시스 베이컨을 동시에 다룬 책입니다. 베이컨이 누구냐면...

이거 그린 양반요. 제가 그랬잖아요 전 익스트림한 취향이라고 ㅋㅋㅋ(근데 나홍진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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