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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성북동 투어를 하고 왔었습니다. 길상사와 이종석 가옥을 보고 오후 다섯시 반 무렵 성북동 초입에 있는 한옥 찻집 ‘수연산방’에 갔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금왕돈까스 길 건너편집요. 금왕돈까스를 모를 수가 있...구나 참...

원체 인기가 좋은 곳이라 자리 나기가 쉽지 않은데요, 다섯시 반에 갔더니 앞에 한 팀만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종종 쓰는 방식대로(지난번엔 일호식 한남점에서 봄) 패드에 전화번호와 대기 인원수 입력하면 대기 현황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카톡으로 호출되는 식입니다. 여섯시-일곱시 브레이크타임 직전 애매한 시간대라 대기가 좀 적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아, 브레이크 타임 중에는 주문만 안 되고 머무르는 건 됩니다.


4인석. 여기가 전망이 제일 이쁜 곳인데 4인만 가능한 곳이라 인원을 맞춰 오는 게 좋겠습니다.


9월 28일 토요일이 이상 고온이었던지라 오후 내내 성북동을 다니느라 지친 네 명은 죄다 찬 걸 시켰습니다. 전 단호박아이스크림(12,500원), 다른 일행은 오미자차(11,500원), 송차(12,500원), 기억안남(맛을 안 봐서 까먹음;) 이렇게 시키고 사이드로 복분자 인절미를 먹었습니다. 한과는 기본으로 나오네요. 1인 1메뉴 주문 필수인 곳이에요.

맛있습니다. 제가 먹은 단호박 아이스크림만 보자면 단호박 함량이 엄청 높고, 우유가 들어가긴 하지만 포슬포슬한 샤벳 제형인데요, 제가 샤베트를 엄청 좋아해서(한국에선 샤벳을 잘 못 먹어서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좋아라 하고 먹었습니다. 근데 제형하고 맛(단호박으로 주로 단맛을 낸 것 같았습니다) 때문에 호불호가 꽤 있을 것 같네요. 송차와 오미자차도 맛 보니 꽤 괜찮았습니다.

노닥거리다가 어스름내리고 저녁도 먹을 겸 해서 나왔습니다. 어차피 2시간 제한 있어서 오래 있지도 못해요.


밖은 이렇습니다. 이 외에도 정자나 서재 별채 등 소소한 구경거리가 많으니 알차게 구경하는 것으로 충분히 보람차리라 생각합니다. 여기가 월북한 소설가 이태준 선생이 살면서 주요 작품을 집필한 가옥이거든요. 그 손녀따님이 찻집으로 개조해서 열고 운영하는 곳이구요.

일행 중 한명이 이태준 선생의 손녀따님에 대해 부러움을 격하게 표시했었는데요, 글쎄요 성북동 한 복판에 이 정도의 한옥에서 성업리에 운영하는 거니 좋기는 하겠습니다만 연좌제 있을 무렵의 고초를 생각하면 썩 그렇지도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연좌제 전문가 이문열 선생이 할 말이 많을 거 같은데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네요(아무 말)

종합하면 주차의 어려움, 긴 대기시간, 제법 센 가격을 감수하고 고급지고 우아하며 관리 잘 된 한옥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분께는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이 정도로 자연과 조화가 잘 된 한옥에서 차 마시는 건 서울 꽤 벗어나서야 가능한데 도심이라는 것도 상당한 장점이지요. 거기다 성북동은 엔간한 까페는 다 비쌉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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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29일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에 여행갔다왔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9월 28일 자정께까지만 서울특별시 행정구역 안에 있었던 거니까 당일치기일지도 ㅋ

암튼 이번 여행의 테마는 성북동이었는데요, 성북동 여행을 대개 시작하는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부터 살짝 어긋났습니다.

일행이 찍어놓은 칼국수 맛집이 문을 닫았어요...아니 토요일에 왜 문을 닫고 그래 왜왜왜...

그러나 성북동은 상향평준화된 곳 아니겠습니까, 늦더위에 멀리 갈 기운도 없이 대충 간 곳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한성대입구역 도보 3-4분거리에 있는 양식당 ‘식샤’(실제로 보면 영어로 써놔서 좀 뻘합니다)

이 가게의 미덕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돈까스카레, 오므라이스 등 추억의 양식당 메뉴를 그럴싸한 퀄리티로 재현하고
-가격도 그럭저럭 감내 가능한 수준인데
-저녁에 술과 함께하면 훨씬 좋습니다


동행 1, 2가 시킨 연어회정식(각 13,000원)


동행 3이 시킨 돈가스카레정식(12,000원)


제가 시킨 오므라이스 정식(8,500원)


일단 여의도 점심 감내가능한 가격인데요, 수공이나 퀄리티는 이촌 급입니다(의미불명) 최근에 이혼소송 걸린 연예인 모씨 때문에 오므라이스에 뽐뿌가 있었는데요, 제법 손품이 많이 드는 음식이라 경양식집에서 거의 사라져서 상심했었는데 여기서 제대로 찾았습니다. 계란물이 기름을 머금고 미친듯한 손목스냅으로 살아난 그 맛!!!

아 물론 경양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가제 스프와 샐러드, 절임도 다 괜찮았습니다. 연어회도 질이 매우 좋았구요. 이자까야에서 어이없는 안주와 술 가격에 빈정상하지 않으려면 애초에 그냥 경양식집인데 저녁에 구색맞춤으로 생맥과 사케를 파는 곳을 가면 됩니다. 여기가 월계관 준마이 750미리가 29,500원이에요. 서울 시내 성북동인데요.

...저는 엔간한 소매 식당에서 보해 복분자주와 화요와 월계관과 간바레 오또상과 구보다 센쥬와 칭따오와 설원주 가격을 다 외우고 있습니다. 뭐 비싸면 비싼대로 마시구요, 싸면 싼대로 신난다고 마셔요 ㅋ

암튼 별 기대 없이 들어온 곳에서 인테리어 분위기 접객 위생 가격 맛 다 만족한 좋은 양식당이었습니다. 로컬 분들이 가족 단위로 점심에 많이 오신 분위기였구요, 저녁도 골목 분위기에 맞춰 근사할 것 같습니다. 누구든 도보 10분 내에 이런 동네 집이 있으면 삶의 질이 올라가겠죠.

딱히 다른 기초자치단체에서 올 정도는 아니구요, 서울 사는 분들이 성북동 껴서 가족 나들이 하면 좋을 집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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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29일 목포여행 2일차에 이른 저녁으로 간 곳입니다. 원래 그 근처의 다른 식당에 가려고 했는데 그 식당이 잘 나가는 곳 답게 브레이크타임을 준수하여 문을 닫았더군요. 실의에 잠깐 빠졌다가 목포 여행지도를 참고하여 도보 15분 거리(헤매다가 결국 25분)에 있는 ‘명인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외관도, 안도 무척 고급스럽습니다. 청자횟집이 로컬 실무 공무원이 사랑할 법한 맛집이라면, 이곳은 준 기관장급 모임, 각종 상견례 등으로 쓸만한 집입니다. 걸맞게 각종 와인과 디켄터가 즐비한 장도 있습니다.

저희는 귀가 버스 시간이 급해서 먹을 시간이 딱 30분만 있었던지라 뭐든 빨리 나오는 걸 달라고 했더니 간장게장정식(인당 3만원)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결과로 보자면 무척 만족스러웠지만,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이 집에 가는 분들은 다 돈이든 시간이든 여유가 있겠지만;)은 대표 요리인 갈치조림정식을 드시는 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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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과 코다리조림. 저 코다리조림만 해도 술이 한 병은 너끈해서 술 생각이 났습니다만 시간이 급해서 패스.


고등어튀김. 지지듯 튀기듯 반반인 게 정말 딱 좋더군요.


연어회와 잡채. 연어는 평이했고 잡채가 갓 내 와서 따뜻해서 아주 맛있었습니다.


간장게장. 예약하기 힘드니 어쩌니 욕을 하면서도 몇년에 한번씩 가는데 마포의 진미간장게장집인데, 퀄리티나 양은 조금 더 나으면서 가격과 분위기 그리고 서빙, 코스메뉴라는 점에서 압도합니다.

그래요...마포니까 그러고도 맛있어서 3만8천원 내고 가죠...그러고 나도 몇년 있다 또 가겠지...


표고 탕수와 미역국.

뭔가 더 거창한 디저트가 두개 정도 더 나올 거 같았는데 차 시간이 너무 급해서 계산하고 튀어나갔습니다. 먹다 뛰쳐나가서 더 아련한.. 뭐 그런 거죠.

가격이 1인당 3-5만원대라(최고가는 8만원인가 그랬던 기억이) 저렴하지 않지만 조용하고 정제된 분위기에서 제대로 차림받으면서 두어시간 천천히 맛 즐기기엔 음식값을 충분히 할 곳입니다.

어쩐지 구회사 목포지점도 올 것 같더군요. 서울에서 대장들 오면 장들만 오겠거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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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목포에 1박2일 여행을 다녀왔었습니다. 뭘 먹어도 맛있고 심지어 항구 앞에 막 열어놓은 식당도 맛있는 도시였는데요...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두 개, 숙박한 여관 ‘관해장’과 민어 먹으러 간 ‘청자횟집’이었어요.

저의 민어사랑은 약 4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그 전까진 에잉 서울것들이 싹쓸이해서 가격 올려놓은 몹쓸 식도락거리(a.k.a. 간장게장 홍어삼합) 왜 쓰잘데기없이 클 수록 품질이 좋아서(=사람 많이 모아서 갈 만큼 친구 없음) 하고 쯧쯧대고 먹어본 적은 별로 없었는데, 노량진 형제수산에서 박리다매의 맛을 접하고 술잔치 후에 잠이 들었는데...

...세상에...잠이 잘 옵니다(저에게 잠 잘 자게 해 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술을 진탕 먹었는데 후유증도 없어요!

암튼 민어는 저랑 참 잘 맞습니다. 물론 민어 의견은 안 들어봤어요; 걔 의견까지 들을 이유는 없죠...

목포에서 민어는 매우 중요한 식도락 관광상품이라 따로 구도심에 민어거리까지 조성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영란횟집이 제일 유명하죠. 근데 동행이 청자횟집이 현지, 특히 공무원들이 즐겨 가는 곳이라는 정보를 알아내서...

...두말없이 따라갔습니다. 전 공무원픽 아주 좋아합니다. 일명 세금슐랭 맛집도 저장해놓고 찾아갈 정도.

위치는 구도심 민어골목에 있는데요, 살짝 골목 안쪽이라 초장엔 약간 헤맬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제가 현지 어르신께 여기 위치를 물어봤더니 매우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선선히 위치를 가르쳐주신 것이 인상적...

앉은 후 메뉴에 대해 얘기를 좀 했습니다. 메뉴판의 양이나 가격은 3-4인 기준인데 저희는 2인이거든요. 민어회+민어무침+민어전 2인에 8만원으로 얘기가 됐어요. 비슷한 급의 민어거리 집은 가격도 거의 같은 듯 해요.

 


복분자가 한 병에 만원이라 참 많이 시켰습니다...(먼산)

 


민어회, 민어전, 민어무침. 다 각각의 매력이 있는지라 뭐가 낫냐는 의미가 없고, 적당히 세트로 먹는 게 낫습니다.


서비스로 나온 민어껍질과 부레, 그리고 어란. 어란은 정말 주인분이 기분 좋아서 주신 거였는데요, 원래 가격을 알고 있어서 무척 감사하게 먹었습니다. 저거 하나로 와인 한 병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맛이 응축된 식도락 재료.


그리고 또 신나서 상차림(일인당 6천원) 민어국이 매우 맛있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국물을 별로 안 좋아해서 몇 숫갈 뜨는둥 마는둥하는데 저건 거의 다 비운듯요.

주인 어르신(어란으로 호칭 급상승)이 무척 친절하고 잘 해주셔서 더 좋았습니다. 대충 유지급이신 거 같은데 여기 먹거리 관광하면거 혹시 섭섭한 거 있었냐고 물어봐도 주시고, 와이파이 물어보니 바로 조치해주시고(어르신들 이런 거 약한데 바로 해주심)

...어란...훌륭한 분이세요...

물론 저희도 기분죠아서 무리를 하긴 했죠. 복분자주 참 많이 마셨거든요.

여름민어에 가려졌지 가을겨울민어도 먹을만하다던데, 조만간 또 가고 싶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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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서울 여행간 김에 저녁 방문한 노포입니다. 수요미식회에 곱창 전문점으로 나왔었다고 하는데 기억이 안 납니다(교익 전이든 교익 후든 별로 챙겨 보는 프로그램이 아닌지라) 위치는 삼각지역 14번 출구 바로 앞이라 찾기는 매우 쉽습니다...만, 인기가 많아 빨리 만석이 되는 곳이라, 점심이든 저녁이든 일찍 가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저희도 저녁치곤 빨리 착석했는데 그 후론 꾸역꾸역 들어오더라구요.

곱창 노포답게 냄새나 시끄러움은 어쩔 수 없습니다. 위생은 나쁘지 않은 정도.


양(1인분 150그램당 26,000원)과 대창(150그램당 22,000원)이 섞인 주문. 서울치고는 가격 나쁘지 않고 맛도 괜찮습니다. 양이 찰지고 신선했어요. 곱창 자체에 집중하는 집이라 밑반찬은 기억도 안 나네요.

여기까지만 하면 그냥 좋은 곱창집 정도라 가성비 생각하면 굳이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올 정도가 아닙니다만...


이 술국, 곱창국밥(15,000원)이 너무 강력하여 할 말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양도 양이지만(동행이 ‘만오천원짜리 술국이면 이 정도 양은 넣어야지’하고 맞는 말 시전) 내장을 너무나 깔끔하게 손질하고 부드럽게 삶아 내 와서 이후로 술 들어가는 속도가 무척 빨라졌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술 마신 다음날 점심, 술국과 해장술하러 들리는 게 최적의 곳으로 사료됩니다. 서울 내 모 집의 내장무침, 속칭 ‘짤라’도 점심 술 안주로 유명합니다만 그보다 훨씬 윗길이네요.

...아...점심에 술 마시러 상경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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